
"하아.."
찌부둥한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일어나면 평소와 다를 바가 없잖아...
뇌리에 스치는 생각.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다.
평소와 같은 3시간 수면.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번주 루틴이였던가....
거의 1주일만에 온 집이건만 편이 쉬질 못하는 느낌.
'무조건 쉬셔야해요!' 라고 엄포를 놓던 아코의 얼굴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고작 5시간도 지나지 않은 기억이라는 사실이 황당할 따름이지만....
“휴우...”
적당히 마른세수를 하고 관성적으로 홀로그램을 켜 일정을 확인했다.
삑-하는 낯익은 기계음과 함께 홀로그램이 떠올라 허공을 비춘다.
당연하게도 오늘의 시간표를 메운건 단 두 글자 '휴식' 이였다.
하지만 깔끔하게 하늘색으로 메워진 일정표를 멍하니 보니 어째 꿈같은 느낌이 들었다.
몽환적이고 현실감이 없다.
'휴식'
이 알 수 없은 허무감과 불안감에 홀로그램을 끈다.
.......
.........
그러고보니까 오늘 일정이....
".........."
비현실적인 감각에 몇 번이고 다시 홀로그램을 껐다 켜기를 반복한다.
'휴식'
'휴식'
'휴식'
'휴식'
'휴식'
금붕어는 아니지만 어째 학습이 안된다.
어째서 그리도 알록달록했던 시간표가 단색이란 말인가.
...........
갑작스레 신경이 복잡해져 홀로그램을 적당히 치우고 들어누웠다.
풀썩-
뭘 해야할까...
무기질적으로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정말 간소하고 단촐한 방이다.
어떠한 장식도, 하물며 벽지마저 단순하다.
그 흔하디 흔한 포스터조차 없다.
이 관경이 별달리 재미없고 귀염성 없는 자신과 겹쳐 보여 자조적인 웃음에 입가가 일그러진다.
......나는 왜
자괴감을 얼버무리듯 훽 고개를 돌려 침대 옆에 놓인 웨이브캣 인형을 바라본다.
선생님은 선물해 줄게 있다면서 다짜고짜 이 큰 베게를 선도부실까지 들고 왔었다.
휴식에 좋다고 말하면서 새삼 기쁘다는 얼굴로 선물을 주고 홀현이 사라져 버렸었다.
그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정말이지 당신은....
상냥한 말들, 다정한 웃음, 머리를 매만지는 다정한 손길...
몽글몽글하고도 간지러운 그 느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선생님.."
"선생..."
마치 애교를 부리는 듯한 유약한 목소리.
그 사이사이에 느끼지는 미묘한 떨림.
나와 어울리지 않아.......
귓가의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몰려오는 자괴감에
웨이브캣을 꼭 끌어안았다.
푹신푹신한 감촉이 마치 선생님과 같이 나를 달래준다.
좀 더 그 느낌을 느끼고 싶었기에 다리를 감았다.
머리를 파묻는다.
다리를 감는다.
.........
몇분이 지났을까.
웨이브캣은 따뜻해졌건만 마음은 얼어만 갔다.
외롭다.
선생님과 체온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욕구만이 더해지지만, 그것이 충족되지 못함이 괴롭다.
선생님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트리니티 학생들과 상담 하고 있을까?
밀레니엄 학생들과 게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고 있으려나?
아니면 업무에 산에 깔려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선생님은,
선생님은,
끝임없이 늘어나는 궁금증은 외로움만을 가속 시켰다.
선생이 보고 싶다.
평소에는 샬레에 동향을 살핀다는 명목하에 소식을 전해 받고,
알 수 없을때에는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중 할일도, 소식도 없다.
선생을 못 본지 자그마하치 1주일.
선생님에 대한 갈망이 조금씩 피어올라 커다란 꽃을 피웠다.
외롭다.
너무나 선생이 보고싶다.
만나고 싶다.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 그 몽글몽글한 느낌을 느끼고싶다.
선생을.....
"후우..."
심호흡을 하고 각오를 다졌다.
..하는 수 밖에 없다.
스윽-
각오가 담긴 손짓으로 폰을 집어들고 곧바로 모모톡을 켰다.
명목이야 많다, 만날 장소도 알아봐뒀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
-.........
기세 좋게 모모톡을 켰건만, 또다시 여러 걱정이 엄습했다.
갑작스레 문자를 보내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답장하기 귀찮지 않을까?
혹시 자고 있지 않을까?
오히려 내가 싫어지지 않을까?
구태여 만난다고 할 지라도재미도 없고 귀염성도 없는 나랑 노는게 즐거울까?
만약에 나를 적대하는 세력에게 발각되면?
선생님이 곤란해지면?
생각이 마구잡이로 소용돌이친다.
그리고 나는 왜 이런 간단한 것조차 망설이는 걸까.
또다시 퍼져오는 자괴감.
문득, 정보부를 통해 얻었던 정보가 하나 떠올렸다.
텐도 아리스라는 밀레니엄 학생이 정보였다.
의문의 소녀이기도 하지만,
경험치 파밍을 한답시고 게헨나 외곽까지 선생님을 끌고 왔었던 상당한 괴짜이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선생님이랑 새벽이 될 때까지 게임을 하다 선생님이 잠들어 버린 적도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녀는 그저 선생님과 놀고 싶다는 일념 하에 선생님에게 순수하게 요청하지 않았을까..
다른 생각따위는 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선생은 그런 요청을 아무 불만 없이 즐겁다고 받아드렸겠지.
변함없는 그 상냥함과 따듯함으로.
.....부러웠다.
나도 그 샹냥함에 기대 어리광부리고 싶다.
보고싶다...
분명 선생님은 어리광부려도 된다고 답하지 않을까?
그 다정한 온기를 다시한번 더.
조금은, 아주 조금은...
어리광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눈을 꼭 감고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오늘 휴일인데...
바로 집으로 달려간다-개추
귀찮으니 읽고 씹는다-비추
투표 결과에 따라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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