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4몰카, 피폐, 얀데레
어제 미야코와의 어이없는 말다툼을 한 이후로 사키는 신경질적으로 설거지하고 있었다.
분명 미야코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주의시키려고 한건 자신인데, 되려 부끄러운 일을 까발려지고 연심을 추궁당하고, 오히려 조언(에 가까운 협박)까지 들어버렸다.
"아오...!"
갑자기 몰려든 부끄러움에, 사키는 캔을 닦던 솔을 바닥에 내팽겨친다.
잠시 화를 추스리고 심호흡을 끝낸 사키는 그릇들과 쓰레기들을 들고 캠프로 돌아갔다.
"왔어~?"
캠프에선 모에가 부른 배를 쥐고 간이 캠핑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었다.
"쿠히히~ 미야코에겐 미안하게 됐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다 업보야 업보."
"그래도 미야코가 좋아하던 도시락이었는걸."
"다음 폐기때 나오는걸 기다리라 해. 어차피 안먹으면 금방 상해."
"그렇긴 하네~"
모에의 나른한 하품 뒤로 둘은 외출을 준비했다.
"슬슬 가볼까, 선생에게서 연락이 올텐데..."
"선생님? 선생님이면 이미 연락 줬는걸~?"
"뭐? 언제?"
"아까 네가 설거지 할때."
"뭐야, 왜 말 안했어."
"왜냐니... 방금 도착했잖아 너?"
사키는 캠프 의자에 엎어진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고선 멈칫했다.
'...폰을 덮어둔 기억은 없는데...'
화면을 켜니 이전에 켜둔 화면을 다시 비추는 휴대전화.
사키는 무언가 불만인 표정으로 모에에게 다가갔다.
"내 폰으로 무슨 연락 안왔어?"
"으응~? 딱히?"
사키가 모에의 화면을 들여다보러 고개를 들이밀자, 모에는 화면을 끄고 쿠히히, 웃으며 일어났다.
"지금 출발하면 될 것 같대. 미유랑 방금 밥먹고 퇴원 수속 밟고 있대."
"..."
"자, 가자 가자~ 미유쨩 데리러 가자~"
털레털레 걸어가는 모에의 뒷모습이, 어딘가 신나 보였다.
2 / 4"어차피 연락은 모모톡으로 하는데... 굳이 다른게 있나?"
선생은 그러려니 하고 휴대전화를 닫았다.
~~~
3 / 4눈 앞에는 미유가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죽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선생은 그 모습이 귀여워 무심코 물었다.
"...맛있어?"
"쿠흡...!"
갑작스러운 선생의 물음에 미유의 입에서 죽이 일부 튀어나왔다.
"콜록, 콕, 케헥!"
"괘, 괜찮니?? 자 여기..."
선생이 건넨 티슈를 빛의 속도로 낚아챈 미유는 고개를 돌리고 연심 기침을 해대더니, 그대로 의자를 박차고 화장실로 뛰어나갔다.
화장1실에 도착한 미유는 바로 찬물로 얼굴을 박박 씻고, 코와 입안을 헹구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처량한 자신의 모습에 눈물이 흘러나올것 만 같은 미유.
하지만 뒤늦게 선생을 덩그러니 식당에 두고 온 사실을 깨달은 미유는, 얼굴을 털어 대충 물기를 날려버리고 곧바로 다시 선생님의 앞으로 뛰어돌아갔다.
"헥... 헥..."
잠깐의 소동에 헉헉거리는 미유 앞에서 선생은 뭔가 뻘쭘해졌다.
"... 이제 괜찮니...?"
"...흑"
아이고, 이제는 눈물을 보이는 미유의 모습에 선생마저 우울해질 것 같았다.
"죄... 흡... 죄송... 죄송해요오... 흑..."
선생은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미유의 옆에 앉았다.
"흑, 힉, 흐이엑!?"
울음에서 이상한 신음이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한 선생은, 손수건을 꺼내 미유에게 건넸다.
그러나 미유는 손수건을 빤히 바라보며 훌쩍거리고만 있었다.
선생은 보다못해 손수건으로 직접 미유의 눈가를 닦아내줬다.
"히, 히, 힉..."
경직되다 못해 굳어버린 미유. 이젠 익숙한 그 모습에 선생은 천천히 미유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눈가를 닦아줬다. 마치 사육장의 아기토끼를 진정시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 괜찮아?"
"네, 네, 네.... 네..."
미유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볼부터 귀까지 새빨개졌지만 괜찮다고 답하니 선생은 미유의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며 말했다.
"...미유, 어제도 말했지만, 미유가 잘못한게 아니야."
그러나 순식간에 미유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오히려 선생님이 잘못했지.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미유가 그렇게 다칠 일도 없었는데."
선생의 자책에 미유는 화들짝 놀라 재빨리 답했다.
"아니,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저 같은게 감히 선생님께 무리한 부탁을 하다 제가 스스로..."
선생은 숟가락을 쥔 미유의 오른손을 꾹 붙잡았다.
무언의 압박에 미유의 변명하던 입이 다물리고, 선생이 입을 열었다.
"미유, 어제 선생님이 제일 싫다고 한게 뭐였지?"
"..."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학생이라고 했지?"
"... 죄송, 죄송합니다..."
다시 울적해지는 미유.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들을 존중해. 언제나 학생들의 편이고. 그치만, 스스로를 폄하하고 무가치하고, 깎아내리는 학생들은, 선생님이 감히 편들어 줄 수가 없어."
"... 죄송해요..."
"매번 말하지만 미유. 혼내는게 아니야. 그냥 알아줬으면 좋겠단다. 선생님은 너네 없으면 안돼. 어른으로써, 너희를 올바르게 인도하고 지켜주는 건 당연한거니깐."
선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미유의 가슴을 푹푹 찔러왔다. 자기폄하가 버릇이된 미유도 그의 앞에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오묘한 감정과 머릿속에서 외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언제나 혼란스러운 미유였다.
"그러면, 이제 마저 먹자. 다른 소대원들도 오니깐, 이제 복귀해야지?"
"앗, 네. 네..."
그런 미유를 붙잡는 선생에 미유는 다시 힘겹게 죽을 퍼올렸다.
선생님은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미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미유의 숟가락이 파르르 떨린다.
'서, 선생니임... 저 이러면 밥 못먹어요오오....'
미유는 실시간으로 죽을 맛이었다.
~~~
"...뭐야?"
"...헤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RABBIT 2, RABBIT 3.
식당의 창가 너머로 선생님과 밀착한 미유의 모습을 보는 둘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갔다.
~~~
4 / 4'이건...!'
미야코는 공지에 올라온 특별 의뢰 모집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특별 의뢰는 샬레 주관으로 이뤄지는 임무. 즉, 의뢰에 성공하면 당번 배정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심지어 내일 당번 업무는 자율입니다. 즉... 누구나 선정될 수 있고, 누구나 신청할 것이고...'
당번의 자율 업무는... 놓쳐서는 안될 황금 같은 기회. 다른 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가한 선생을, 남들을 상관 쓰지 않고 1대1로 만끽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
'절대로 놓쳐선 안됩니다...'
미야코는 두 눈을 빛내며 샬레의 업무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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