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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외벽에 반쯤 걸친 태양으로부터 드리운 시계탑의 그림자가 해자와 닿은 약간 이른 아침, 밤사이에 식은 지면을 데워주는 햇빛과 함께 조그마한 뭉게구름이 낀 초여름의 하늘로부터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에게 경쾌함을 더해주는 듯했다. 떠들썩한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학생들 사이를 지나가는 한 명의 어른. 오늘 나는 샬레의 고문 교사로서 예술 평의회의 초청을 받아 이곳, 와일드헌트 학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언제봐도 웅장한 건물들이라니까."
비스듬히 얼굴을 비추는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위를 올려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학원 건물. 외벽이 벽돌로 지어진 근대 유럽풍 건축물 함께 자치구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성벽은 마치 학원보단 요새에 가깝다는 생각이 절로 생겨난다. 그리고 시야를 내려 앞을 살펴보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검문으로 분주한 사감대원들과 출입을 허가받길 기다리는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학생들은 혹시나 본인이 지닌 물건이 검문에 걸리지 않을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사감대원 앞에 놓인 책상 위에 자신이 지닌 소지품을 하나둘 꺼내 놓고 있었다.
와일드헌트는 학원 전체적으로 예술 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만, 그만큼 예술에 피가 끓어오르는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왔다. 때문에 와일드헌트는 다른 학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격한 교칙을 적용하여 학생들의 행동을 통제해왔다. 어떤 관점에서는 억압이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교칙에 어긋나는 소지품은 없어 보이는군요. 출입을 허가하겠습니다."
라고는 말해도 대다수의 학생은 별다른 문제 없이 사감대의 검문을 통과해 학원으로 들어간다. 제아무리 예술 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 문제아라 할지여도 매의 눈으로 학생들의 수족을 일일이 감시하는 사감대원들이 포진한 검문소 앞에 대놓고 금지물품을 가져오는 바보 같은 행동은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직무를 수행하는 사감대원 학생들에겐 애석한 말이겠지만, 그런 문제아들이 원하는 금지물품들은 주로 사감대의 눈에서 벗어난 밀수 루트를 통해 들어오게 된다. 때문에 이런 검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일이 있다면 교칙이 갱신되어 반입이 금지되어버린 물품을 멋모르고 가져오게 된 정도이다.
"안녕,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평의회의 초청을 받아 이곳에 들어가고자 하는데 출입을 허가해 주겠니?"
"아뇨, 이것이 저희의 직무이기에... 우선 꺼내둔 소지품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내가 지닌 소지품이라고는 연락을 위한 핸드폰과 약간의 작업 서류들과 싯담의 상자가 들어간 서류 가방, 그리고 신원을 증명하는 신분증 정도. 지난번 츠무기와 와일드헌트에 들어갔을 때와 똑같은 구성이니 그다지 문제 될 물건도 없을 것이다.
"샬레의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출입을 허가할 수 없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잘 들어갈... 응?"
예상치 못한 답변에 순간 여러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당황하고 말았다. 분명 내가 지닌 물건들 중에 교칙에 걸릴 만한 것은 없을텐데. 우선 나는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표정을 가꾸어 다시금 물어보았다.
"괜찮다면 다시 확인해주겠니? 전에 여기를 들어왔을 때와 다를 건 없었을텐데... 혹시 교칙이 새로 갱신된거니? 그렇다면 그 물건이 뭔지 알려주겠니? 반입이 금지된 물건을 여기 맡겨두고 갈테니깐..."
"네, 아, 아뇨... 그게 소지품의 문제가 아니라..."
아까까지 보여주었던 위풍당당한 기세는 어디로 가버린 건지, 지금 내 앞의 있는 사감대원 학생은 눈을 맞추지 못한 채 꽤나 위축된 태도로 말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 입장에서 무언가 말하기 힘든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평의회의 초청에 응해 와일드헌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동시에 지금 눈앞에 있는 학생이 지닌 사정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한명의 어른으로서, 샬레의 선생이 지녀야 할 태도겠지. 나는 다시금 내 앞의 학생에게 문제의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평의회의 초청을 받은 이상 사감대의 출입 허가가 필요한데... 혹시 말하기 곤란한 사정이라도 있는 거니? 나는 괜찮으니 얼른 말해보렴."
"저기, 그게... 아무리 평의회의 초청이 있다고 해도 교칙이..."
"어머, 거기.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감대원들과는 다르게 평온한 표정을 지은 채 매우 여유로운 태도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 히로미 씨!'
그리고 내 앞의 있던 학생은 목소리가 들리자 마자 화색을 띠더니 총총 걸음으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사감대원을 향해 달려갔다. 히로미라고 했던가, 방금 전까지 내 앞에 있던 학생이 크지 않은 편이긴 했지만 지금 다가오는 사감대원은 그 학생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보였다. 그녀는 가던 길을 멈추고 각진 자세로 고개를 숙이는 사감대원의 인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하는 학생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아마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겠지. 그런 거라면 나도 들어도 괜찮았을텐데... 이거 서운한 걸.
"응응, 그렇구나. 이제부터는 나한테 맡기렴"
상황을 다 전해 받은 건지 히로미는 뺨에 고개를 끄덕이곤 눈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평온해지는, 하지만 왠지 나에게 있어 왠지 모를 불안함이 느껴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에는 봄과 같은 자애로움이 물씬 흘러나왔지만, 그 속에는 겨울 같은 차가움이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들었을 뿐이지만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동시에 전신을 압박해 오는 듯한 묘한 색기 마저 느껴졌다.
무채색의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흰 셔츠와 짙은 색상의 바지 차림은 학생이면서 성인과도 같은 성숙함이 물씬 풍겨져왔다. 하반신에 착 달라붙는 바지는 다 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얇은 허리부터 시작하여 골반을 향해 넓어지다 다시 발에서 좁아지는 늘씬한 실루엣을 역으로 꾸밈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디들 때마다 나타나는 근육의 움직임이 강조되어 부드러운 행동가지 하나하나에서 나타나는 관록이 더욱 돋보아주었다. 어깨에 걸쳐두기만 한 고동색 코트는 그 안의 순백의 셔츠를 대담하게 드러내주며 와일드헌트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걸치는 넥타이가 하나의 포인트로 만들어 시선을 붙들어 메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의 가녀린 몸을 코트가 한번 감싸 두어 마치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듯한 고풍적인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턱까지 내려오는 둥그러운 단발은 차분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다시금 학생답지 않은 성숙한 분위기를 강조시켜주었다.
그런 히로미의 머리에 씌워진 짙은 청록색의 정모로부터 그녀가 아키라처럼 꽤 높은 직책을 지닌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잘만 대처해낸다면 문제없이 와일드헌트 부지 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소리렸다. 차분한 인상을 지닌 묘령의 여인은 오른쪽에 나와 같이 있었던 사감대원을 데리고, 다시금 내가 있는 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더니 나를 한번 스윽 쳐다보더니 한마디 말을 걸어왔다.
"흐음~ 당신이 샬레의 선생? 일개 외부인이 평의회의 초청을 받다니... 확실히 듣던 대로 평범한 사람은 아닌가 봐."
"하하, 그렇게 말해주다니 기쁘걸. 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평범한 한 명의 어른에 불과한 걸."
히로미는 내 대답에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재밌다는 듯이 왼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지었다. 이걸로 호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곧장 입을 가린 왼손을 자신의 볼에 갖다 대며 아까와 같은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바라 보면 끝없이 빠져들 것만 같은 어두운 눈동자에 순간 무언가의 꿍꿍이가 들어선 것 같았다. 착각이면 좋겠는데.
"그래도 네 말대로 평의회의 초청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으니, 출입을 허가해 줬으면 하는데 어떻게 안되겠니?"
"그 건에 관해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네. 그치만 이런 중요한 손님을 계속 세워둘 수만은 없고 안에서 이야기하자. 따라와"
그 말을 끝내자마자 히로미는 몸을 휙 돌려 검문소의 오른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급히 그녀를 따라가야 했던 나는 우선 신분증과 핸드폰만을 손에 잡아둔 채 그녀가 걸어가는 방향을 쫒아갔다. 그렇게 말없이 따라가길 5분, 눈앞에 2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선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외부 순찰 인원이 사용하는 건물일 것이다. 히로미는 경비를 서는 사감대원의 경례를 받으며 한 가지를 물어보았다."
"103호실은 비어 있지? 응, 알았어. 고마워."
그러고선 건물의 정문을 곧장 열어두더니, 나를 향해 얼른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히로미를 따라 들어간 건물 안은 와일드헌트의 건축물답게 미술품과 화려한 전시물이 통로 주변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녀는 매우 익숙하다는 듯이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자연스럽게 바로 앞에 보이는 방문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약간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채, 곁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한마디를 꺼내었다.
"당신이 평의회의 초청으로 온 귀한 손님의 입장으로 오셨다는 건 아주 잘 파악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 기숙사감부도 와일드헌트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함부로 교칙에 어길 수 없는 노릇이거든."
"그 점에 대해선 나도 충분히 이해해. 한번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그건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인 관례가 되기 마련이니깐."
히로미는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 어느샌가 히로미가 향하던 방문 앞에 우리 둘은 도착했다.
"어서 앉아, 선생."
히로미는 곧장 문을 열고 방 안에 있던 탁자 뒤의 의자에 몸을 앉혔다. 나도 그녀를 따라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일반적인 교실의 4분의 1 정도 하는 크기의 방으로 업무를 보는 갈색빛 탁자와 함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소파가 탁자 앞 테이블 양쪽으로 한 개씩 안치되어 있었다. 탁자는 가운데 명패와 함께 나의 시점으로 왼편에 의장용 총이 걸려 있어 간소하지만 사감대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와 함께 바닥에 깔린 자홍색 카펫은 고풍스러움을 더해주었다. 아까 히로미가 보인 미소는 분명 그녀가 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고 있다는 증거일지니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선안된다. 나는 소파에 앉지도 않고 그녀가 있는 탁자 앞으로 곧장 몸을 향했다.
"아까 이야기를 계속하자. 교칙은 분명히 따라야 하지만 나에겐 외부인이자 초대받은 손님이란 입장에서 어떤 점 때문에 지금 출입이 허가되지 않는지 알 권리는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곳의 교칙을 어기지 않으면서 들어갈 수 있는거잖아? 그렇다면 나도 이에 적극 협조하도록 할게."
"확실히 금지 물품만 학원 내로 들어가지 않으면 괜찮긴 하지."
히로미는 내 말에 납득을 해주었는지 손에 턱을 받친 채 고개를 밑으로 살짝 끄덕이듯이 내렸다. 그러고선 히로미는 천천히 고개를 올리며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와일드헌트 기숙사감부 부부장의 권한으로 샬레의 선생에 대해 반입금지 물품에 대한 강제 수거 조치를 취하도록 할게. 그럼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을 거야."
역시 대화로 풀어보면 일은 알아서 잘 해결되기 마련이다. 정말이지 뭐가 문제였던 거람. 그렇게 안심하며 긴장을 푼 순간, 히로미는 눈을 계속 바라보는 채로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고 나선 탁자 앞에 몸을 기대더니 어느 순간 오른손에 의장용 총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무언가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선생, 오늘부로 와일드헌트에 정액의 반입은 금지되었거든."
네? 뭐가요?
"그러니깐."
내가 미처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기도 전에, 그녀는 왼손을 들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하반신을 가리키며 한껏 자비로운 미소와 마치 사형 선고를 내리듯이 무자비한 한마디를 꺼냈다.
"내려."
얼굴에서 동요가 터져 나왔다. 침착하자.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멀쩡히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선 이 아까 들은 황당한 교칙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그... 히로미? 지금 일반적으로 반입 금지를 고려하지 않을 대상을 말한 거 같은데...교칙을 다시 확인해줄 수 있겠니?"
"내가 교칙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리고 어떤 교칙이든 간에 그 교칙에 따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겠다고 한 건 선생님이야. 설마 여기까지 와서 말을 바꿀 생각인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무지 실망인데..."
10분 전부터 지금까지 쭈욱 내 눈앞의 소녀에 깃든 능글능글한 미소가 순간 사라졌다. 이게 그 자상한 미소로 감춰둔 차가움일까.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만 보고 있으면 밑도 끝도 없는 어둠에 빠져버릴 듯한 오싹함이 절로 들어버린다. 사고가 멈추기 시작했다.
"더 할 말은 없어?"
"어... 자르지는 말아주세요?"
혼신의 힘을 쥐어 짜내 꺼낸 필사의 한마디에 그녀는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금 미소 지었다.
"자르다니 농담도 참, 우리가 어느 성당에 사는 수녀님들도 아니고, 그런 난폭한 짓은 안 해."
농담이 아니라 본심이었지만 어쨌든 표정이 다시 밝아져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시스터후드에 대한 인식은 이곳도 다를 바 없구나. 사쿠라코가 알면 또 슬퍼하겠는데.
"동시에 발키리도 아니니깐,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 다소 강압적인 수단은 사용할지도."
확실히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비하면 칸나는 상냥하게 대해주는 편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히로미의 오른손에 들린 총의 탄창이 내 목덜미에 걸쳐지더니 훅하고 앞으로 잡아당겨졌다. 그 반동으로 그녀의 어깨에 걸쳐진 코트가 탁자 위로 떨어졌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히로미의 가녀린 몸에 안겨졌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절호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 포식자처럼, 자신의 양팔을 내 어깨 위로 넘겨서 그대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내 다리는 그녀의 다리는 서로 엉켜 있어 쉬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지금 마치 뱀에 온몸을 조인 생쥐처럼 꼼짝달싹도 할 수 없이 히로미와 밀착되었다. 코에서 나오는 숨결이 피부로 느껴지는 한 뼘도 채 안 되는 거리, 지금 내 시야는 그때나 지금이나 미소를 짓는 소녀의 얼굴로 가려져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약간의 짓궂음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안심해. 그냥 선생님의 몸 안에 있는 정액을 모조리 짜낼 뿐이니깐. 그럼 아무런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말할 때마다 새어 나오는 입김의 온기가 내 입술에 내려앉는다. 히로미의 왼손이 내 고간에 내려앉았다. 자그마한 손바닥의 감촉이 느껴져 온다. 한손으로 포근히 감싸여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놀림은 상냥하다 착각될 정도로 섬세했다 . 바스락거리는 옷감이 약간의 마찰을 일으켜 표피에 좋은 자극을 보내준다. 이대로 그녀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어 버리는 것도... 안돼. 선생이 학생의 앞에서 사정해 버리다니... 그런 얼척 없는 모습을 보여버린다면 선생을 넘어 어른 실격이다. 적어도 사정만큼은 참아야 하기에 주먹을 꽉 지고 이를 악물며 최대한 고간에 가해지는 자극으로부터 의식을 떨어뜨리고자 하였다.
"선생 지금 참고 있는 거야?"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 위급 상황 속에서 온 몸이 떨러야 정상이건만 히로미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의 긴장을 곧장 풀어버리고 만다. 그녀는 입을 내 귓가로 말하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아, 참을 필요 없어. 전부... 내가 받아 줄게."
그러면서 나의 귀를 입술로 살짝 깨물었다. 의식의 빈틈을 뚫리고 말았다. 도리어 양손과 이빨을 너무 의식을 해버린 탓에 예기치 못한 곳을 건드리는 자극이 더욱 맹렬하게 전해져왔다. 부드러운 입술의 압박이 귀의 혈관을 주무르며 혀끝이 살짝 닿은 것이 느껴졌다 . 그녀가 입을 떼어냈을 때, 귓바퀴에 남은 침자국이 금새 마르며 혈관에 달아오른 귓가를 식혀주니 이보다 기분좋은 시원함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는 나의 머리를 가까이 당기더니 나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주었다. 그리고 사냥감을 먹어 치우듯이 그 자국을 혀로 핥아주며 입을 맞추었다. 입술의 얇은 피부 아래 신경이 처음 맛보는 자극이 바늘로 찌르듯이 뇌로 직접 전해져온다. 살짝 벌려진 입술의 틈새로 혀가 들어오며 서로의 혀가 뒤섞인다. 서로 사랑을 허용한 사이만이 느낄 수 있는 쾌락. 그저 혀를 섞을 뿐인데 온몸을 매만져주는 듯이 전신으로 자극이 퍼져나간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혈류가 거세게 몰아친다. 호흡이 거세어진다. 내 얼굴은 지금 무슨 색을 띠고 있을까? 아마 붉은색이겠지. 굴욕은 붉은색이구나. 얼마나 서로 숨을 섞어 들여 마셨던 걸까? 이내 히로미가 먼저 입술을 떼어냈다.
"선생은 어른이면서 키스는 해본 적이 없구나."
드디어 자유를 얻은 입은 몇 번을 거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후에야 말을 뱉어낼 수 있었다.
"하하... 남의 치부를 함부로 드러내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란다."
"조언 고마워. 그럼, 이번에는 내가 가르쳐줄 차례 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알려 줄게. 실습으로."
그리고 우리는 다시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서로를 원하는 듯이. 심장이 거센 박동을 입이 막힌 호흡으로 감당하지 못하며, 거센 숨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온몸이 산소를 원한다는 듯이. 성대에서 흘러나와 입을 거쳐 귀로 들려오는 쉰소리는 마치 신음과도 같았다. 계속 키스를 하면서도 히로미는 손으로 고간을 자극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검지와 중지, 약지 사이에 성기를 붙들여 매고 살살 돌려가며 엄지로 강한 압박이 가해져왔다. 위와 아래, 양쪽에서 향해지는 자극의 파상공격.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참아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내 스스로 하반신을 조여 매던 근육 결박이 하나 풀려버리려 하였다. 아래로 쏠린 피는 나의 물건을 들어 올려버렸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였는지, 나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히로미의 등을 끌어안아, 호리호리한 상체를 받치고 왼손으로 그녀의 허벅지 바깥부터 사타구니 안쪽까지 쓰다듬고 있었다. 나의 손은 그런 옷감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피부의 질감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 힘을 약간 가해 주무르면 두께감이 느껴지는 재질의 원단을 넘어 느껴지는 살의 부피감에 그녀가 내 품 안에 있다는 것이 절로 실감났다. 이건 히로미도 마찬가지겠지.
히로미도 내 하반신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내 정장 바지의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고정이 풀린 바지는 흘러 내려 내 허벅지 반쯤에 걸리게 되었다. 그리고 맞닿았던 입술을 떼내어 목덜미를 핥았다. 오돌토돌한 혀 표면이 목덜미의 얇은 피부 너머 경동맥을 자극하며 머리로 향해가는 피의 흐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선 속옷을 들어 올려 자신 손을 집어넣었다. 나의 민감한 부위에 다른 누군가의 피부가, 손이 직접 맞닿고 있다. 네 손가락으로 성기를 감싸 올리며 엄지로는 뿌리를 맞댄다. 피부와 피부의 접촉은 계속 이어진 채로 속 안의 기둥만이 위아래로 매만져진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그녀의 손놀림은 더욱 세심하지만, 더욱 강렬하게 나의 머리로 전해져왔다.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한 상태지만 그래도 마지막 이성의 끝은 잡고 있었던 걸까. 그런 쾌락을 온 힘을 다해 흘러보내면 사정을 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있었다.
몇 번을 어루만져주고 나서 히로미는 목덜미를 핥아주던 혀를 떼어내고 약간 뚱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역시 이 정도로는 안 되는 거구나..."
이게 어른의 저력이란 거란다, 히로미.
"정말, 어른은 욕심쟁이네."
히로미는 목덜미를 감싸안은 오른팔을 풀더니 양 손바닥으로 나를 살짝 들쳐 밀었다. 한 발짝 물러나 나와 히로미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생겨났다. 그래 지금의 히로미처럼 사람 한 명이 무릎을 꿇어앉아 있기에 딱 좋은 정도의 간격이... 알아차린 뒤에는 늦었다. 히로미의 고개는 딱 내 고간이 위치한 부근에 있었고 내 허리춤은 다시 그녀의 양손에 감겨있었다. 속옷도 이미 내려가 있어 발기한 성기는 자신의 존재를 발휘하며 아주 먹기 좋듯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크기도 훌륭해."
뱀은 먹잇감을 한입에 삼켰다.
방금까지 내 입술과 맞닿았던 히로미의 입술이, 내 혀와 뒤섞였던 히로미의 혀가, 이번에는 나의 성기에 닿고 있다. 그 기품 있는 얼굴이 어찌 보면 제일 추접하다 할 수 있는 부위에 맞닿아있다. 귀한 얼굴을 더럽힌다는 죄책감.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배덕감. 그리고 흥분. 분명히 교칙에 따른 강압적인 회수 조치일지언정 타인을 위한다는 참된 자애가 전해져 오는 듯했다. 뿌리까지 완전히 감싸인 입의 부드러운 촉감은 손과는 다른 점철된 자극을 전해준다. 이따금 혀로 귀두를 건드려주었을 때 정말 참을 수 없이 아찔하다. 정성스럽게 머리를 흔들고 있다가도 가끔씩 고개를 올려다보는 히로미의 눈동자를 마주보았을 때, 그 짙은 어둠 속에 빠져버리는 것은 어째서일까. 이 학생은 이리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그에 보답해 주는 것이 선생의 도리가 아닐까...
"으읍...읏, 흐읍, 푸하아...하아..."
나와버렸다.
볼에 홍조가 드리운 채로 입안에 새하얀 정액이 담긴 그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절로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을 수 밖에 없었다.
"이걸로 제출은 끝났을까?"
히로미는 입을 다물며 눈을 꼭 감고 미간을 찌뿌리며 인상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목에 힘을 주며 입안에 담긴 내용물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흥분의 여운인지 깊은 숨을 몇번 내쉬다 곧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선생. 선생의 물건은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았잖아."
아직도 허기가 가지 않은 포식자의 눈. 피식자라면 분명히 도망쳐야 하는 상황. 하지만 두려움이었을까. ㅡ아니면 어떤 욕망이 내 몸에 깃들기 시작한 것일까. 머리로는 이 상황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 몸은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안 그래?"
히로미는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미소를 지으며 나의 품 안에 들아더니 꼭 껴안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떨어졌다. 히로미는 무게를 실어 나를 뒤로 넘어뜨렸다.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허무감.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알려주는 현실의 아찔함. 그리고 내 머리에서 부터 허리까지 부드럽게 받쳐주는 푹신함. 소파 위에 떨어진 거였다. 그리고 내 위에 눕혀진 소녀의 무게감이 내가 아직 현실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앞을 바라보니 어안이 벙벙해진 내 얼굴을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는 히로미가 눈에 들어왔다.
"살짝 장난친 거 가지고 그렇게 놀랐어? 그럼 어디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볼까."
"자, 잠깐...!"
히로미는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며 내 가슴팍에 머리를 품었다. 엹은 라벤더 향이 풍겨오는 머리칼이 콧잔등을 간질거리며 콕콕 찔러온다. 심장이 소녀의 머리를 밀었다가 끌어당기기를 반복한다. 히로미의 머리로 퍼져가는 나의 심장 박동이 내게도 전해졌다. 그리고 히로미의 부드러운 가슴의 촉감도. 이 셔츠 너머로 히로미의 알몸이 존재한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내가 양팔을 굽히며 히로미를 껴안으려한 순간 히로미는 양팔로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며 위에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여주었다. 자상함 속에 향기로운 독을 품은 미소를.
"겨우 한 번 한거 가지고 조치가 전부 끝날 리가 사람이 아니니."
히로미는 곧장 양손을 교차하듯이 자신에 어깨에 올려 셔츠를 붙잡은 서스펜더를 내려두었다. 그러고 나서 손을 허리춤에 갖다대어 꼼지락대며 벨트를 풀어대었다.
"이렇게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에겐 특별조치가 필요하겠어."
그 말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내 왼손은 나도 모르게 히로미의 허리를 붙잡고 있었고 오른손은 바지춤 사이로 손을 넣어 히로미의 옷을 한 꺼풀 벗겨내려고 하고 있었다. 히로미는 저항 없이 손가락을 겹쳐둔 채 나의 손길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손바닥으로 힘을 주어 그녀의 복장을 내려주었을 때 드디어 새 하얀색 얇은 다리가 드러났다. 그 위로는 검은색 T백 레이스가 새하얀 피부와 대조를 이루어 색기 어린 자태를 자아냈다. 그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으니 단련된 몸의 탄탄한 근육의 라인과 함께 그 위를 덮은 부드러운 살결이 만져졌다. 이런 좋은 다리를 주무르지 않고 참는다니,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니다.
"아까부터 계속 다리만 만대고, 선생 너무 변태인 거 아니야?"
"힘주면 느껴지는 탄력이 좋은 다리였어. 어른으로서 보증할게."
"흐음...나는 열심히 일하는 건데 선생은 즐기고 있다니, 이거 확실하게 조치를 취해야겠네."
본인의 속옷을 옆으로 젖히며 틈새 어린 보이는 매끈하고 도톰한 살결, 밑으로 솟은 두 언덕 사이에 맺힌 수정처럼 투명한 점액, 검지와 약지로 벌려진 분홍빛 입구, 한번 보게 되면 눈을 뗄 수 없는 절경.
"으음...으흣?! 읏...후우..."
그리고 들어갔다.
우뚝 솟아올랐던 기둥은 가녀린 소녀의 몸 안에 감춰져 그 자태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끝에서 느껴지는 온기로부터 내 물건이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히로미는 나의 성기를 둔덕 사이의 입구로 들여놓고선 가만히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질로 나의 성기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고자 주무르는 듯한 조임이 천천히 느껴진다. 이내 히로미가 몸을 들어 올리자 끈적이는 점액질로 둘러싸인 기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바로 내려온 히로미의 체내로 다시 모습을 감춰냈다. 아니면 히로미가 몸으로 탐스러운 먹잇감을 삼켜낸 걸지도 모르겠다. 히로미는 자신의 몸채로 나의 성기를 휘저었다. 나의 성기는 히로미의 몸속을 휘저었다.
지금 귓속으로 들려오는 신음 소리는 내가 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 앞에서 헐떡이고 있는 소녀의 몸에서 나오는 것일까. 히로미가 찧어 앉을 때마다 근육이 자리 잡은 엉덩이의 단단함이 사타구니로 전해져온다. 온몸이 달아올라진 히로미의 뜨거운 체온이 성기를 감싸안은 것이 느껴졌다. 점막과 점막의 접촉. 겨우 손바닥을 맞대는 정도밖에 안 되는 넓이에 모든 신경을 할애한다. 이는 마치 서로 하나가 된 몸처럼 각자의 쾌감이 상대방의 감각으로 전해지며 더욱 강렬히 쾌감을 증폭시켜나갔다.
"역시 어른은...하아...어른인가봐, 후우...이 정도는 거뿐히 버티고... 하앗!! 하아..."
내 눈은 이 정도는 여유롭다는 듯이 입가를 올린 히로미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내 눈앞에 붉게 물들여진 뺨을 쓰다듬었다. 뜨거운 입김이 손바닥을 건드리며 손바닥의 끝에 보드라운 살결이 맞닿았다. 그리고 목덜미를 훑어 내려가며 드디어 있을 곳을 찾았다는 듯이, 흉부에서 그 움직임을 멈췄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셔츠의 감촉. 그 속에 숨겨진 살덩이가 느껴진다. 힘을 살짝 주어 주무르면 그만큼 들어가는 말랑함이 더욱이 손놀림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아까는 다리더니 이번에는 가슴이야... 선생은 어쩔 도리가... 없는 변태구나..."
말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느껴졌다. 부끄러워하는 거 같은데 착각인가.
"그래도 괜찮아. 다 허락해 줄께"
그러고선 히로미는 자신의 왼손으로 나의 오른손을 깍지 끼고 왼손으로는 셔츠의 단추에 갖다 대더니 위에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상의를 풀어나갔다. 하나, 둘, 셋. 단추 세 개가 풀어졌을 때, 서로 간의 지탱을 잃은 앞섬이 벌려지며 검은색 브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넷, 다섯, 여섯. 단추 여섯 개가 전부 풀어졌을 때, 셔츠가 훤하게 벌어지며 매끈한 윤곽을 지닌 복부가 드러났다. 그러고는 나는 오른손을 묶어둔 손깍지를 풀어 아래로 차근히 배를 스쳐 만지며 내려갔다. 보이는 대로 매끈하고 보드라운 살결이면서도 살짝 잡아 눌러보면 외압에 저항하는 근육에 탄력감이 느껴진다. 그러고는 다시 복부의 감촉을 즐기듯이 손을 들어 올리자 고급진 레이스가 겉감을 둘러싼 브라가 손가락 끝에 닿는다. 히로미의 몸과 일체화되듯이 몸에 착 달라붙은 검은색 속옷이 새하얀 피부색과 대조되면서 저절로 몸의 라인을 살펴보는 시선을 잡아채 가며, 고급스러운 문양이 더욱 성숙한 분위기를 강조시켜 준다. 손가락을 속옷 밑으로 쑤셔 넣으며 조그마한 틈새를 만들고, 만들어진 틈새를 벌리며 손을 집어넣었다. 자신을 으스대듯이 대놓고 드러나는 크기는 아니지만, 손바닥을 꽉 채우는 알찬 존재감. 이 만족스러운 감각은 직접 만져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나...하읏... 가슴이 좋은거야..."
"어른 이전에 남자니깐."
계속해서 몸을 휘젓는 히로미의 허리에 오른손을 갖다 대며 약간 더 내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계속 가슴을 매만지는 손길에 속옷의 어깨끈이 흐트러지며 위팔을 타고 팔뚝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숨겨진 보물 상자를 열어두듯이 드디어 히로미의 맨가슴이 드러났다. 어깨부터 시작해서 가슴을 타고 복부로 내려와 허리로 내려앉기까지 아무런 걸림이 없는 매끈한 실루엣.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부피감을 드러내는 탐스러운 유방, 그리고 눈을 뗄 수 없는 분홍색의 젖꼭지까지. 손바닥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다가도 볼록 튀어나온 젖꼭지를 살짝 비틀어 꼬집었다. 약간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감촉, 손톱만 한 크기가 실로 잡아두는 맛이 있는 절묘한 크기였다. 그러고서는 손을 펼쳐 유방의 부드러움과 젖꼭지의 단단함을 한 손에 포근히 담아 천천히 주물렀다. 그러자 좀 더 강하게 만져달라는 듯이 히로미는 왼손으로 내 손등을 붙잡아 자신의 가슴으로 당겼다.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면서 아까보다 성기를 둘러싸는 조임이 더욱 강해진 것 같았다. 방 안이 거세진 호흡 소리와 달아오른 육체의 열기로 가득 채워진다. 그만큼 성기에 충만하게 차오르는 쾌락의 감각이 이윽고 나의 몸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려온다. 기둥 전체를 단단히 조여오는 질의 수축, 그에 응하듯이 모든 색욕과 쾌락을 담아낸 끈적한 액체가 열기를 품은 채 히로미의 몸속에 계속해서 쏟아진다. 그와 함께 떨려오는 온몸의 경련은 쾌락을 탐한 대가로 몸이 통제를 잃은 듯 느껴졌다. 히로미도 마찬가지로 근육의 떨림이 피부가 맞닿은 모든 부위를 통해 전해져왔다. 서로가 서로로 채워지는 감각을 천천히 음미하듯이 몸과 몸의 연결을 유지한 채로 우리는 잠시 자세를 가만히 두었다.
"하아...많이도 쏟아냈네..."
양손으로 히로미의 허리를 들어 올려 성기를 히로미의 몸속에서 빼낸다. 그래도 나와 히로미의 연결은 계속된다는 듯이 주욱 늘어난 점액의 실은 스스로의 무게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한 순간에 끊어졌다. 문득 눈길을 히로미에게 향하였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상체 중턱에 걸친 검은색 속옷, 그 위로 걸쳐진 가슴이었다. 손으로 매만지기만 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가슴에 절로 상체를 일으키며 머리를 히로미의 가슴팍에 들이박는다. 히로미의 가슴에 눌러앉은 머리를 저으며 땀의 촉촉함과 함께 덩어리진 부드러움을 뇌로 직접 전달한다.
"자, 잠깐 뭐 하는거야."
그냥 못 들은 채 하자. 양팔을 히로미의 겨드랑이 사이로 넣고 등을 받쳤다. 그러면서 오른손은 둔부를 거쳐 허벅지를 잡아 그녀의 몸을 통째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선 잠깐 발걸음을 돌려 아까까지 히로미가 걸터앉았던 책상을 향해가서는 상체를 고이 눕혔다.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는 가녀린 소녀의 자태. 허리를 숙여 그 안에 안긴다. 그 속에 품긴 건장한 성인. 아기가 젖을 탐하듯이 가슴에 놓인 머리를 아래로 돌려 입으로 가슴을 하염없이 빨아낸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어안이 벙벙했던 히로미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내가 주운 게 강아지가 아니라 엉큼한 늑대였나 보네."
"이래 봬도 엄청 밝히는 늑대거든."
약간의 황당함이 섞인 한숨과 함께 자신의 양팔로 내 머리를 감싸 가슴팍에 안았다. 히로미와 더욱 밀착하며 그녀의 맨살로부터 느껴지는 피의 온기와 심장박동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로는 내 등을 안아 주고, 왼손으로는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옳지 옳지, 착하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포근함에 절로 긴장이 풀리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니 내가 이 방에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천천히 떠오르게 되었다. 어른이면서 학생에게 저항 한번 못하고 그대로 해실해실되며 농락당했다. 더욱이 지금 한 명의 어른이 일개 학생의 품 안에 아기처럼 안겨있다는 사실은 내가 배덕감을 느끼기 충분하였다. 도리어 히로미가 자아내는 성숙한 포근함이 다시금 온몸을 흥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내 성기는 아까와 변함없이 계속해서 우뚝 서 있었다. 그녀가 할 일은 아직 완수되지 않았고 나도 마찬가지로 받아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가슴을 훔치듯이 핥아대던 입을 떼어놓고 히로미의 허벅지를 오른손으로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려 가랑이 사이를 벌린다. 이번에는 스스로 독사굴을 향해 들어갈 차례다.
"이제는 알아서 업무에 협력하려 들다니... 후훗, 착한 아이가 다 됐네."
"준법정신이 투철한 어른이란 거지."
내 몸에 깔린 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한 명의 소녀. 그 얼굴에는 지금도 자신이 위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조롱하듯이 짓고 있었다. 그 싱긋 웃는 얼굴의 입술이 너무나 탐스러워 보여 허리를 계속 흔드는 채로 히로미의 입술을 훔쳤다. 이러면 더 이상 그 미소를 보고 있지 않아도 되겠지. 양팔로 나를 끌어안은 히로미의 팔을 책상으로 내린다. 그러고선 서로 양 손가락을 사이사이에 끼워 넣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걸로 더 이상 무엇도 붙잡아있을 수 없겠지. 무게중심을 앞으로 밀어 히로미의 몸을 더욱 깔아뭉개듯이 압박했다. 이걸로 더 이상 내 위로 올라탈 수 없겠지.
"하아... 선생... 너무 난폭한 거 아니야...하아...무서워라... 그래서 이제 뭘 어떻게 할 거야?"
하지만 어째서일까? 지금도 목에 목줄이 걸린 듯한 속박감은. 온몸이 뱀에 감싸인 듯한 압박감은. 나는 과연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걸까? 아니면...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생각. 하지만 그 단어를 온전히 문장화해버리면 마치 내가 지는 것과 같았다. 온몸에서 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두려움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쾌락에 몸이 미쳐버린 것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더 이상 알 수 없었기에 기분이 좋아지는 쪽으로 몸을 맡기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대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온 감각이 성적인 쾌락을 받아들이는 데 몰두하였다. 손바닥을 넘어 손등을 어루만지며 간질대는 손가락, 허리의 흔들림에 맞추어 같이 흔들리는 튼실한 유방, 거세게 몰아치는 숨에 자꾸 들렸다가 내려앉는 가슴팍, 어느새 나의 허리 위로 올라가 발을 교차로 얽매어 온몸을 감싸안은 탄탄한 허벅지. 그리고 헐떡이며 고개를 오른쪽 돌려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 그 밑에 미소. 오싹함이 온몸을 감싸여 나의 모든 것을 히로미에게 쏟아내게 만들었다.
분명 히로미의 속을 채운 것은 나이건만... 히로미가 나를 채워버리는 것 같았다. 나를 채워뒀던 모든 것이 비워지고 그 빈 속을 히로미라는 존재가 대신 자리 잡아버리는 듯한 감각. 그러면서도 어째서일까... 이 지경이 된 와중에도 나는 아직 한참 모자란다고 느껴졌다.
"어른이라면서 그런 칠칠맞은 표정 지어도 되는 거야? 정말, 내가 잡아두지 않으면 안된다니깐"
그 순간 머릿 속에서 생각이 멈추었다.
"잠깐, 선생!! 안에서 커졌...!!"
나는 나에게 나를 맡겼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눈에 보인 광경은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히로미는 계속 거세게 숨을 쉬며 실신한 채로 책상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 단정했던 머리칼은 아침에 열심히 정돈했을 수고가 아까워질 정도로 널리 흐트러져 볼살에 몇 가닥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온몸은 땀과 체액에 뒤덮여 깔끔했던 제복은 온통 얼룩지고 말아버렸다. 팔과 다리는 힘이 완전히 빠져나가 책상 위에 축 늘어져 있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용한 상태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당황하지는 않고 차분히 고민하던 차에 마침 아키라가 찾아와서 이 고비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선생님께선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무튼 다 제 선에서 처리가 될 겁니다. 뭐... 이런 고생을 하게 만든 그녀에 대해서는 약간의 벌을 줘야겠지만요."
확실히 아키라가 준 벌은 무지 가혹했다. 히로미에게 본인은 아무런 정리도 하지 못하게 한 채 원래 업무를 보게 만들다니... 다시금 제복을 차려입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방 밖으로 나가는 히로미의 가랑이 사이로 보인 짙은 얼룩이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내 착각이면 좋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 교칙의 갱신 사항에 대해서 제가 있었다면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아침 회의가 있는 날에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네요.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뭐, 괜찮아. 먼저 교칙에 준수하겠다고 말한 건 나니깐.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들어올 수 있으니 다행 아니겠니, 미리아."
그러더니 아키라는 고개를 돌려 헛기침하더니 얼굴을 감추었다.
"정말이지 선생님이란 분은...후훗...후후훗..."
그나저나 일부러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들어갈려고 했지만, 중간에 일어난 회수조치로 시간이 꽤 지나버리고 말았다. 이대로면 대면 일정에 늦어버리고 만다.
"일단 미리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얼른 평의회와의 대면 장소로 안내해 줄 수 있겠니?"
"선생님의 부탁이시라면... 후훗... 업무가 얼마나 추가되든 간에 얼마든지 협력해드릴 수 있죠. 우선 이 건물에서 나가는 길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키라는 그 무엇보다 기쁘다는 표정으로 나를 약속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
평의회의 만남은 별다른 문제 없이 이루어졌다. 회의에서 오간 내용도 앞으로 샬레와의 협력과 관련되어 형식상 이루어진 절차로 거진 인사치레에 가까웠다. 나가던 길에 저 멀리 히로미가 약간 창피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호위를 서 있는 것이 보였지만 일단은 못 본 척 넘어가기로 했다. 그게 그녀에게 있어 예의겠지. 나가는 길을 안내받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아키라의 집무실에 들어가 손님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흘러갔는지 어느덧 해가 슬슬 저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아키라가 들어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도 저 나름의 업무가 있는지라... 무엇보다 아침에 저희 사감대원이 저지른 무례를 넘어가 드린 점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니야 괜찮아. 이제 와서 보면 그렇게 나쁜 게 볼 일도 아니었고... 게다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이곳을 둘러보거나 다른 학생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거든.
뭐지? 환한 미소를 지은 아키라의 입가가 살짝 씰룩대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아키라가 차가움이 깃든 묘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근데 그러고 보니 기숙사감대로서 저희 학원의 교칙에 대해 설명할 점이 하나 더 남아있었네요."
무언가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한테 설명할 정도라면 꽤나 중요한 사안인가 보네."
그러면서 남은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식어서 그런지 맛이 살짝 더 써진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면 누군가가 눈치도 못 챌 정도로 순식간에 손을 댔거나...
"그럼 당연하죠. 실은 이번에 반입이 금지된 항목에 대해 반출도 불가능하게 되었답니다."
네? 뭐요?
"저, 저기 아키...아니 미리아...?"
내가 당황한 한순간의 틈에 아키라가 가까이 다가가 내 귀에 한마디를 속삭여주었다.
"선생님, 다시 쌓이셨네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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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미친

ㅈㅇ의 괴도
더 가져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