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L #미스터리 #카요코
원본 by ふにゃΩグ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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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
<1>
몇 군데 구부러진 블라인드 사이로 석양이 스며들고 있었다.
누렇게 변한 벽에 걸린 ‘일일일악’ 액자가 눈부시게 빛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질러진 사무실을 가로질렀다.
사장 책상 위에 놓인 검은 전화기를 빤히 쳐다봤지만, 의뢰가 들어올 리 없었다.
전화가 와봤자 사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지만.
작게 한숨을 내쉬며 창가로 향했다.
무심코 거리 풍경을 바라보자 노을빛이 날카롭게 찔러와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도시가 온통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곧 해가 질 것이다.
오늘도 별다른 일 없이 하루가 끝나버렸다.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무료하다.
태양이 저무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왠지 우울해질 것 같아 창밖에서 시선을 돌리려던 찰나였다.
창문에 반사된 내 얼굴이 보였다.
“…….”
참 날카로운 눈매다.
눈이 부셔서 가늘게 뜨고 있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더 화가 난 것처럼 비치고 있었다.
의뢰 때문에 적대 집단과 다툴 때 내가 총을 뽑으면 겁에 질려 도망치는 사람도 많았다.
과연, 확실히 이 얼굴은 무섭긴 하다.
도망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시선을 올렸다.
그곳엔 내 헤일로가 비치고 있었다.
회색빛에, 각지고, 가시 돋친 내 헤일로…….
바로 그때였다.
“다녀왔어!”
사무실 문이 힘차게 열렸다. 사장이다.
“어서 오세요, 아루 사장님…….”
하루카가 기특하게 마중을 나갔고,
“왔어, 아루 쨩?”
소파에 누워 있던 무츠키가 손을 흔들었다.
“다녀왔어, 다녀왔다고!”
사장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왠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아루 쨩?”
“응! 이것 좀 봐!”
사장의 손에는 잡지 한 권이 쥐어져 있었다.
…아웃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알록달록한 표지였다.
“그게 뭔데?”
“이건 요즘 키보토스에서 유행하는 패션 잡지야!”
“패션 잡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장이 목표로 하는 복장이 그런 잡지에 실려 있을 리 없었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무츠키가 씩 웃었다.
“뭐야, 아루 쨩. 설마 아웃로의 길은 포기한 거야?”
“아, 아니거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이 페이지야!”
사장은 어떤 페이지를 펼쳐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우린 그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아.”
그 페이지, 본 기억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잡지에 실려 있었구나.”
“어라, 카요코. 이거 알고 있었어?”
“뭐, 조금은.”
그곳에 실린 것은 점술 페이지였다. 이름하여 ‘헤일로 점’.
헤일로의 색이나 형태로 그 인물의 인생을 알 수 있다는…뭐, 참으로 근거 없는 점이었다.
그렇다 해도 점술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법이다.
실제로 최근 키보토스에서는 이 ‘헤일로 점’이 유행하고 있어서 길을 걷기만 해도 귀에 들어올 정도였다.
솔직히 지금까지 사장이 몰랐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그래서 말이지! 이것 봐!”
사장은 자신의 헤일로를 가리켰다.
“내 헤일로! 붉고, 크고, 한 쌍의 커다란 가시!”
그리고 이번엔 잡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빨간색은 정열의 색. 그리고 크기는 가능성의 암시.
무엇보다 이 가시!”
사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가시는 악의 상징! 어때!
이거야말로 진정한 아웃로 아니겠어?
우린 역시 대성할 거야!”
…정말 기뻐 보인다.
“역시 대단하세요, 아루 님.”
“아루 쨩 멋지다~!”
하루카와 무츠키가 맞장구를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사장은 더욱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대를 높였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탁 치더니,
“맞다! 너희 헤일로도 점쳐 줄게!”
환한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
그때였다.
“아, 헤일로 하니까 생각났다!”
무츠키가 사장의 말을 가로챘다.
“뭐, 뭐야. 갑자기 큰 소리 내지 마.”
“아니, 미안 미안. 근데 중요한 거라서.”
그렇게 말하며 무츠키는 사무실에 놓인 컴퓨터를 켰다.
중고로 산 고물이라 부팅이 느리다.
“뭔데 그래. 헤일로가 어쨌다고?”
사장이 참을성 없이 물었다.
이대로 부팅을 기다리는 것보다 설명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는지 무츠키가 씩 웃었다.
“그게 말이야, 아루 쨩. 의뢰야!”
“의뢰?”
사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지루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경영이 한계였다.
이대로라면 컵라면조차 못 사 먹게 될 판이었다.
“그래서 보수는?”
내용보다 보수부터 궁금해하는 점이 아웃로와도 하드보일드와도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났다.
기대 어린 시선을 받으며 무츠키가 생긋 웃더니,
“이거.”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완벽하다는 뜻? 엄청 많다는 걸까?”
사장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하지만 무츠키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로♡”
“…어?”
“그러니까 제로. 보수 같은 건 없어, 아루 쨩.”
사장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그럴 줄 알았다.
“지금 그런 의뢰나 받고 있을 여유 없잖아.”
사장 대신 한마디 거들었다.
“에이~ 그래도 재밌어 보이는 의뢰란 말이야. 왜냐하면…….”
그 말을 마칠 때쯤 컴퓨터가 켜졌다.
“오, 드디어 됐네” 중얼거리며 무츠키는 익숙한 솜씨로 메일함을 열었다.
“의뢰는 메일로 왔어. 발신인은 불명.
뭐, 메일이니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근데 내용은 의외로 제대로 된 의뢰였다고?”
“…보수가 없는 시점에서 이미 제대로 된 게 아니지 않아?”
“그렇긴 하네. 그럼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
해당 메일을 열어 무츠키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아, 그렇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의뢰 내용은 어떤 괴담과 관련이 있었다.
그것은 ‘헤일로 점’과 마찬가지로 지금 키보토스에서 유행하는 괴담이었다.
“역시 유명하니까 알고 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폐건물.
그곳에는 어떤 소문이 돌고 있었다. 무려 유령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몸이 투명하다거나 발이 없다는 식의 전형적인 유령이 아니었다.
헤일로가 문제였다.
그 여성에게는 헤일로가 없다고 한다.
물론 키보토스에도 헤일로가 없는 사람은 있다. 선생님도 헤일로가 없다.
하지만 그 여성은 선생님처럼 외부에서 온 인간은 아닌 모양이었다.
담력 시험을 하던 어떤 학생이 그 유령을 보고 놀라 실수로 총을 난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탄환이 명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상처 하나 없었고, 그것은 역시 헤일로의 가호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머리 위에서는 헤일로가 보이지 않았다…….
…대충 그런 괴담이다.
솔직히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의심스럽다.
유령이라면 차라리 ‘탄환이 전부 통과했다’라는 쪽이 더 괴담답지 않나 싶기도 하고.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 신경 써야 할 것은 의뢰다. 나는 다시 한번 메일을 훑어보았다.
“그래서, 그 헤일로 없는 유령을 퇴치해 달라는 거네.”
무츠키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로 그게 의뢰 내용!
헤일로 없는 귀신이 무서우니까 퇴치해 달래!”
“…….”
하지만 역시 기묘하다. 왜 지금일까.
분명 유령 이야기가 유행은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미 끝물이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어딜 가나 유령 이야기뿐이었다.
사진도 돌아다녔고, 목격담을 듣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하지만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소문은 나날이 줄어들었다.
합성이라느니, 바이럴이라느니, 자작극이었다느니, 몽유병 환자였다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그건 그것대로 도시전설 같지만).
어쨌든 헤일로 없는 유령은 괴담으로서의 힘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유령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없어질 텐데.
실제로 지금 유령이 무서우니 퇴치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있다.
“어때, 재밌을 것 같지?”
무츠키가 돌아보며 웃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였나.
요컨대 의뢰 내용도 보수도 상관없다.
무츠키는 그냥 담력 시험을 가고 싶을 뿐인 거다.
“무츠키.”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내가 아니다. 사장이다.
차가운 눈빛으로 무츠키를 보고 있었다.
“잘 들어, 지금은 경영난이야.
보수도 안 나오는 익명의 의뢰에 응할 여유 따윈 없어.
유감이지만 나중으로 미루렴.”
“…….”
그 위압적인 목소리만 들으면 영락없이 냉혹한 뒷세계의 보스 같다.
그런 보스의 일침에 소름이라도 돋아야겠지만…….
안타깝게도 역시 우리 사장님이다.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소름이 돋아 있는 건 사장 쪽이었다.
그리고 그걸 무츠키가 놓칠 리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사실은 무서운 거 아니야?”
“뭐! 그, 그럴 리 없잖아!”
“정말? 봐봐, 소름 돋았는데?”
“안 돋았어!”
“게다가 좀 떨고 있지 않아?”
“안 떨어!”
…이렇게 돼버리면 끝이다.
뭐, 어차피 심심하던 차였다.
담력 시험도 적당한 자극이 되겠지.
그렇게 마음을 굳혔을 때, 사장이 가슴을 펴며 말했다.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
유령이든 뭐든 나한테 퇴치 못 할 건 없으니까! 가자고!”
이런 허세만큼은 묘하게 그럴싸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신난다~” 하며 들뜬 무츠키와 묵묵히 따르는 하루카 사이에서 사장은 벌써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격한 후회에 휩싸여 있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이 의뢰는 어딘가 기묘하다.
유행 지난 괴담인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
나는 말없이 메일을 읽었다. 의뢰의 마지막 문장.
『오늘 밤 8시, 소문의 건물 3층 제4회의실 앞에 유령이 나타납니다. 꼭 와주세요.』
…왠지 함정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일까.
<2>
애초에 우리 사무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곳에 있다.
정확히는 우리 같은 불량 학생이 쓸 수 있는 부지는 외곽의 끝자락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처에는 사용 중인지 폐허인지 분간조차 안 가는 지저분한 건물들이 난립해 있다.
그렇다면 사무실 근처에서 유령 소문이 나는 것도 필연이라면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십수 분.
유독 낡은 건물 앞에 섰다. 4층 높이의 꽤 큰 건물이었다.
“여기가 그 건물인가.”
중얼거리며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유리창은 깨졌고 벽에는 금이 가 있었다. 명백한 폐가다.
유령 어쩌고보다 붕괴 위험이 더 무서웠다.
“헤에, 이 건물이라 이거지.”
사장이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폐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팔다리는 떨리고 있었다.
솔직히 그 기분도 이해는 간다.
해가 저문 밤, ‘유령이 나온다’라고 소문난 폐가를 탐험하는 게 딱히 내키는 일은 아니니까.
“그, 그럼 얼른 끝내버리자고.
…하루카, 무츠키. 먼저 들어가서 안을 확인해. 카요코는 뒤를 경계하고.
알겠지? 절대로 나한테서 떨어지면 안 돼.”
“…….”
“아, 아루 쨩! 방금 창문에서 뭐 안 보였어?”
“앗! 뭐야! 뭐가 있었어? 유, 유령은 아니겠지!
…꺄악! 지, 지금 뭔가 이상한 소리 안 났어? 났지!”
“…….”
사장은 벌써 이 모양이다.
나라고 딱히 유령을 마주하는 데 익숙할 리 없지만, 이쯤 되니 오히려 냉정해진다.
“괜찮으니까 가자.”
다리가 후들거리는 사장을 뒤에서 밀어 반강제로 폐건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미, 밀지 마! 이런 건 신중하게 가야 한다고!”
“네, 네.”
어찌 됐든 유령 퇴치, 아니 담력 시험 시작이다.
그런데.
“…하루카, 뭐 해?”
벌써부터 하루카가 입구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네……. 혹시라도 유령이 아루 님께 해를 끼치려 한다면, 폭파해 버릴까 해서요…….”
“…….”
입구에는 이미 수많은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유령을 상대로 (물리)라니, 대체 어떤 담력 시험인 거야.
“그보다 하루카는 안 무서워?”
나도 모르게 물었다.
이런 사연 있어 보이는 폐가를 밤에 탐험하고 있는 거다.
겁쟁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유령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될 테고, 애초에 어둠 속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하루카는 오히려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폐허는 가끔 가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사장의 명령을 지키려는 듯 앞장서서 가버렸다.
선두에서는 무츠키가 “유령이라니 무섭네~”라거나 “저주받으면 어떡하지~” 같은 소리를 전혀 겁먹지 않은 기색으로 내뱉고 있었다.
결국 겁에 질린 건 사장뿐이었다.
“조, 조금만 더 천천히 가면 안 될까?”
사장은 빈번히 뒤를 돌아보며 젖은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상관없지만, 그러면 무츠키랑 하루카랑 멀어질 텐데.”
“으, 그건 그것대로 싫어…….”
사장은 체념한 듯 어둑어둑한 폐건물 안을 걸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흩어진 유리 조각을 밟지 않도록 피하며 사장의 손을 이끌었다.
“확실히 3층이었지?”
무츠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메일에 따르면 유령이 나오는 곳은 3층 제4회의실 앞이다.
그렇게 구체적인 장소까지 지정되어 있다니 역시 기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되돌아갈 수도 없다.
게다가 우린 넷이다. 설령 함정이라 해도 응전할 수 있을 것이다.
흥신소도 험한 꼴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다.
웬만한 양아치들에겐 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사장이 이 꼴인 게 좀 걸리긴 하지만.
1층 안쪽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갔다.
이 폐건물은 구조가 단순했다.
위에서 보면 직사각형의 건물로, 입구는 아까 들어온 것 하나뿐이며 건물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직사각형 건물의 양 끝에 각각 계단이 있다.
층마다 계단이 두 개씩 있다는 뜻이다.
그 외에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폐건물이 원래 어떤 목적으로 지어졌는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오락 시설은 아닌 것 같지만, 너무 삭막해서 정체를 알 수 없었다.
3층으로 올라갔다. 3층도 1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기질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제4회의실이 어디야?”
사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걷다 보면 나오지 않겠어?”
폐건물 지도가 있을 리 없고, 방의 명판도 어두워서 읽을 수 없다.
하지만 복도는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 도착한다.
물론 제4회의실 앞에 도착한다고 해서 유령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때.
“저기, 저거 뭐야?”
무츠키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또 장난인가 싶어 솔직히 진저리가 났다.
밤의 폐건물이라는 상황에 사장의 신경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다.
이대로 긴장이 계속되다 사장이 주저앉기라도 하면 번거로워진다.
그래서 나무라려고 입을 열었지만…뭔가 이상했다.
“…뭐죠?”
하루카도 멈춰 서서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카는 고의로 사장을 놀라게 하려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시선 끝에 ‘무언가’가.
나도 그 방향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도 “뭔가 있다”라며 막연하게만 말하는 걸 보니 확실히 보인 건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여긴 폐가다.
철수할 때 폐기하기 귀찮아서 방치해 둔 가구 같은 게 있어도 이상할 것 없다.
보나 마나 그 그림자에 겁을 먹은 것뿐이리라.
유령의 정체를 알고 보니 마른 억새더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에, 뭐야, 뭐가 있는데?”
사장은 거의 나에게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덥다.
“별거 아닐 거야. 어떤 물건 그림자겠지.”
그렇게 말하며 나아갔다.
빨리 그냥 그림자일 뿐이라는 걸 증명해서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기분 탓인지 앞서가던 두 사람은 경계하듯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창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미처 몰랐는데, 방금까지 달이 구름에 가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는 외곽. 도시의 불빛도 닿지 않으니 빛이라곤 달빛뿐이다.
밤의 풍경은 달의 밝기에 좌우된다.
조금 전까지 어둠이 주변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구름이 흘러가면서 그 빛이 갑자기 폐건물 안을 비추었다.
그리고 복도 중앙에 서 있는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냐.”
그 여성에게는 헤일로가 없었다.
“히익!”
옆에서 사장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어깨가 강하게 뒤로 당겨졌다.
나는 못 박힌 듯 굳어버렸고 앞의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는 그 인영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무기를 겨누었다. 아마도 소형 미사일을 탑재한 런처.
대처하기도 전에 유령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고,
“위험해!”
연기를 내뿜으며 무언가 발사되었다.
“……?”
발사된 그것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우리보다 훨씬 앞에 떨어졌고, 가벼운 소리를 내며 굴러왔다.
오발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 사양인 걸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아니, 지금 생각해야 할 건 그게 아니다.
“다들 물러나!”
앞의 두 사람을 밀쳐내고 데몬즈 로어를 겨누었다.
발사된 물건이 무엇이든, 유령의 정체가 무엇이든, 눈앞의 그것은 우리에게 무기를 발포했다.
싸울 이유는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때의 나는 아직 냉정하지 못했다.
조준을 마치자마자 나는 바로 방아쇠를 당겨버린 것이다.
막 꺼낸 데몬즈 로어에는 소음기가 달려 있지 않았다.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총탄이 발사된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유령은 움찔 몸을 떨더니, 뒷걸음질치다 그대로 안쪽으로 도망쳐 버렸다.
“…젠장.”
방금 발사된 물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복도를 달릴 수도 없었다.
“웃기는 유령이군.”
냉정을 되찾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직접 런처를 들고 공격하다니 대체 어떤 유령이란 말인가.
유령이라면 염동력이나 저주 같은 오컬트의 힘을 쓰면 될 것을.
“그래서 결국 저게 뭐였던 거야?”
무츠키가 복도 끝을 가리켰다.
런처에서 발사된 물건을 말하는 것이리라.
나는 그것에 천천히 다가갔다.
발치에 구체 모양의 물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가볍게 발로 툭 쳐보았다. 폭발하지 않는다.
가스 같은 종류도 아닌 모양이다.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관찰했다.
그것은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같았다. 라기보다,
“이거 캡슐 토이 통이잖아.”
투명해서 안도 보였지만 전자 기기나 폭약은 없었다.
그저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역시 공들인 장난인 걸까.
조심스럽게 집어 들어보았지만 역시 평범한 캡슐이었고 들어 있는 것도 그냥 종잇조각이었다.
맥이 빠진 채 그것을 세 사람에게 가져갔다.
“그, 그게 뭐야?”
사장은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유령에게 공격을 당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캡슐이야.”
그런데도 사장은 허리가 빠져 있었다.
억지로 보여줄 필요도 없어서 우선 무츠키에게 건넸다.
“뭐야 이거, 안에 뭐가 들어 있는데?”
“그냥 종이 같아.”
“흐응” 하며 무츠키는 캡슐을 열었다. 그리고 종이를 꺼내 펼쳤다.
넷이 그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윽!”
사장이 다시 한번 작게 비명을 질렀다.
종이를 쥐고 있던 무츠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루카도 작게 떨고 있었다.
“…….”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리쿠하치마 아루, 흥신소 68에서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네 헤일로는 파괴될 것이다.』
그렇게 적혀 있었다.
무츠키는 그 종이를 구기듯 꽉 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하루카 쨩.”
생긋 웃으며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네……!”
하루카도 미소로 화답했다.
“……?”
나는 그 대화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두 사람의 미소는 청량하면서도…어딘가 광기 서려 있었다.
하루카는 스위치를 꺼내 들었다.
“기폭.”
“잠깐! 무슨 짓을…….”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폭음과 함께 낮은 진동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서서히 초연이 자욱하게 깔렸다.
“이걸로 이제 못 도망가겠네.”
아까 입구에 설치해 두었던 폭발물을 터뜨린 모양이다.
우르르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폭파의 의도는 명확하다. ‘이 건물에서 못 나간다’라는 메시지다.
이런 위협이 있는 이상 범인은 이 건물에서 탈출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실제로 달빛 덕분에 창밖 풍경이 잘 보인다.
만약 도망치는 사람이 있다면 무츠키와 하루카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괜찮아, 아루 쨩. 아까는 좀 놀랐을 뿐이니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범인을 지워버릴게.”
겁먹은 사장에게 무츠키가 미소 지었다.
…어쩌면 담력 시험을 오고 싶어 했던 것도 일부러 함정에 빠지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무츠키도 사장을 상처 입히는 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상대의 수법에 일부러 올라탐으로써 확실하게 범인과 대치하고 여기서 결판을 내려는 것이다.
“그럼 역할을 정하자. 계단 양쪽을 봐야 하니까 감시는 두 명.
그리고 범인을 지울 역할이 한 명.
아루 쨩은 여기서 쉬고 있어도 돼.”
“…….”
범인을 찾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그럼 내가 건물에 숨은 범인을 잡을게.”
나는 손을 들었다.
“그래? 그럼 부탁해. 나랑 하루카 쨩이 감시를 맡을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하루카와 무츠키의 얼굴을 살폈다.
분명 두 사람 다 냉정함을 잃고 있다.
하루카는 아까부터 “용서 못 해”라고 작게 몇 번이나 중얼거리고 있다.
만약 두 사람 중 한 명이 범인과 조우한다면 확실히 전투로 발전할 것이다.
그 경우 두 사람이 어디까지 할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어쨌든 저 유령은 아직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게 아니다.
기묘한 편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대화의 여지도 남아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니 내가 갈 수밖에 없다.
“그럼, 다녀올게.”
나는 세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유령이 사라졌던 계단 쪽으로 향했다.
“적이라면 봐주면 안 돼?”
무츠키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 퍼졌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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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