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가요?
그렇겠죠.
당신이라면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짓 따위를 그만둘 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이 글을 찾는 것도 어렵진 않았을 거예요.
아마 여기까지 읽었다면, 모니터를 끄고 그 한심한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 있겠죠.
그렇지만 잠깐, 정말 잠깐의 시간만 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가 굳이 수고를 들여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당신의 멍청한 성격을 상기시켜 주려는 게 아니랍니다.
단지, 뭐랄까... 그래요, 당신은 아직 명목상 학생회장이니까요.
연말의 정기 보고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갑자기 당신의 근황이 걱정된다던가, 그런 일은 절대 없으니 착각하지 마시길.
걱정이라 하니, 세미나의 후배들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나 계신가요?
업무 부담도 커져서 에이미나 토키를 가끔 구원으로 보내야 할 정도에요. 대부분은 당신이 저지른 횡령의 뒷감당이지만요.
그래도 이번 파자마 파티로 긴장감이 풀린 듯 하니 다행이네요.
당신도 통판으로 파자마를 구매했다는 사실쯤은 눈감아드리죠. 유우카가 다음부터는 직접 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다만 리오, 그 분홍색 파자마는 너무 어린애 취향이 아닐까요?
(세미나의 부탁으로 추가합니다; 최근 당신 계좌에서 누군가 300만 크레딧 정도를 인출하지 않았나요? 혹시 있다면 코유키의 계좌가 아닌지 확인 바랍니다.)
다른 부들은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답니다.
C&C도 선생님의 호출로 바쁜 모양이에요. 최근엔 토키도 같이 출격하는 일이 잦아졌답니다.
아 참, 저번 달 제 생일에 토키가 선물을 주더라고요.
'옛날'에는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해서 당황하던 토키가, 이렇게나 성장하다니.
그렇죠? '옛날'에는 누구에게 선물을 줄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에요.
제가 토키의 '처음'을 가져가 버렸네요~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토키도 당신을 보고싶어 하는 모양이에요.
토키는 그걸 숨기려고 해도 그리움이 얼굴에 다 드러나요. 후후.
정말, 이렇게 귀여운 후배를 지금까지 어떻게 키워오신 거에요. 얼굴이나 한 번 비춰주세요.
아리스랑은 모모톡을 따로 하시던데요? 치-쨩이 알려줬어요.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참고로 아리스가 보내는 링크나 동영상들을 전부 정독할 필요는 없답니다...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그 아이는 가끔 북마크나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해 그런 주소를 보내는 것 같아요.
만약 새벽에 그런 문자가 온다면 유우카에게 알려주세요!
그런데 왜 제 메세지는 안 읽으시면서 아리스의 문자만 그리 빨리 읽으시나요?
뭐, 올해엔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요.
이제 색채 때의 여파에서 벗어나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답니다. 학원 간의 교류도 활발해져서 다행이에요.
밀레니엄도 이제 완연한 일상으로 돌아갔고, 학생들의 얼굴에서도 긴장감이 사라졌어요.
계속되는 평화로운 일상이 지루한 듯, 다들 연초 분위기에 들떠서
자질구레한 사건들 -특히 엔지니어부와 연말축하단, 신소재 개발클럽- 을 일으키지만
저는 지금, 이 분위기가 좋답니다. 변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언젠가 추억이 될 일상...
게다가 전 학생회장 한 명쯤 슬쩍 돌아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정도의 평화, 후훗.
물론 저로서는 계속 구석에 처박혀 계셔도 아무 상관 없지만요!
쓰다보니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군요. 리오에게는 10 ms도 아깝지요.
하지만 이 초천재-생략-해커도 연초라 관대해진 모양이에요.
당신의 문해력으로 이 글을 이해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지만,
언젠가 다시, 그리운 장소에서 보도록 하죠.
p.s. 마음을 정화시키라는 의미에서 오늘 에이미가 찍어준 따끈따끈한 제 사진을 같이 올릴게요.

댓글 48
음음 그래그래 언니는 횡령을 할거야
진짜 히마리같아서 좋다
진짜 히마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