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
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 하나코(보충수업부) 단편 써봤어요
/블루 아카이브
광고

1. 우라와 하나코의 이상 (단편)

2. 우시오 노아의 술렁임 (단편)

#1.

사무실에선 언제나처럼 나와 당번 학생이 분주하게 샬레의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아니, 거짓말이다.

오늘의 주간 당번, 하나코와 나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코는 여느 때처럼 완벽한 업무 처리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외 시간에는 지금처럼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날 힐끔거리고 있었다.

아, 지금도 눈이 마주쳤다.

하나코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평소였더라면 속내를 알 수 없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날 빤히 쳐다봐서 곤란하게 만들었을 텐데.

하나코의 이상은 처음부터 알아차렸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망고’(어제 당번이었던 아루가 선물이라면서 가져왔다)를 발견한 하나코는

「선생님!」

무언가 말하려다가,

「…아니에요.」

무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절대로 이상하다.

단둘이 있을 때조차 은근한 장난을 걸어오는 게 바로 하나코라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또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좀 더 오래 버티던 하나코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평소였더라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며, 고민을 들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왜냐면 지금 하나코가 이상해진 원인을 제공한 게 나일 확률이 아주아주 높으니까.

하나코에게는 들키면 안 되는 일이었다.

다른 보충수업부원들을 위해서.

무엇보다 하나코의 기쁨을 위해서.

…근데 또 눈이 마주쳤다.

하나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번에는 고개를 더 깊게 숙였다.

하나코는 그런 학생이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그런 학생.

나는 그런 하나코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하나코 또한 내가 그녀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점점 우울해져만 가는 하나코의 낯빛이 너무나도 신경 쓰였으니까.

나는 선생님이니까.

에라 모르겠다.

잘 돌려서 말하면 되겠지.

“하나코, 무슨 일이라도 있어?”

“히후미쨩, 아즈사쨩, 코하루쨩이 전부 절 따돌리는 거 같아요.”

기다렸다는 듯 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져나온 하나코의 하소연.

너무나도 빠른 그녀의 대답에 나는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뭐?”

표정이 어색했을까?

다급히 얼굴 근육을 가다듬던 나는 하나코의 시선이 그녀의 앞에 놓인 찻잔 위에 머물러 있는 걸 보며 안심했다.

하나코의 입이 열렸다.

“선생님, 오늘은 조금 진지하고 추한 얘기를 해도 될까요?”

“…얼마든지.”

“저는 말이에요. 지난주에, 보충수업부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서, 사쿠라코씨가 부탁한 귀찮은 일을 빨리 끝냈어요.”

“응.”

“그런데, 히후미쨩이 모모프렌즈 팝업스토어에 간다고 하길래, 같이 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했어요.”

“……혼자 가고 싶었던 게 아닐까?”

“히후미쨩이요? 모모프렌즈를 보러 같이 가자는 친구가 있는데, 히후미쨩이 거절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으세요?”

“으음…… 아니.”

그렇지. 히후미가 그런 제안을 거절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지.

모모프렌즈 보겠다고 시험도 빼먹는 학생이니까.

하나코는 불만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말을 이어 나갔다.

“다음 날에는 서점에 갈 거라는 코하루쨩에게 거절당했어요.”

“코하루도 혼자 보고 싶은 책이 있었을 지도….”

“그다음 날에 아즈사쨩한테도 거절당했고요. 트리니티 인근 블랙마켓 순찰을 간다고 하길래 같이 가고 싶다고 했는데, 무뚝뚝하게 혼자 가고 싶다고 그러는 거예요.”

“위험하니까 그런 걸지도….”

하나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내 책상 앞에 양손을 턱-! 하고 내려치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나코의 하얀 빛이 도는 동공이 흔들리고 있다.

“선생님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나도 모르게 진실을 말할 뻔했다.

하지만 오늘 저녁이면 보충수업부원들과 비밀리에 준비한 계획이 마무리된다.

하나코는 곧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기뻐할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코에게 조금만 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응, 우연일 것 같은데.”

“셋이 무언가 얘기하다가도 저만 오면 말을 멈추는데요?”

하나코는 무서운 눈을 하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정말 우연일까요? 제 생일은 한참 전에 지나서 깜짝선물 같은 것도 아닐 텐데요?! 특별한 기념일 같은 것도 없어요! 세 사람이 저 몰래 뭔가 할 이유가 없다고요. 왜… 이렇게 갑자기…… 어째서………”

하나코의 목소리에선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이 바보들.

평소엔 티도 내지 말라고 했잖아.

하나코는 사소한 행동도 전부 지켜보는 세심한 학생이라고!

진실을 말해야 할까?

시계를 봤다.

지금은 오후 4시.

당번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6시.

딱 두 시간만 버티면 되는데.

-지이이잉

책상 위에 놓여있던 태블릿(싯딤의 상자)가 진동하며 프라나가 화면에 나타났다.

<선생님, 총학생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 시간 내로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하는데 완성은 하셨나요?>

“……맞네. 깜빡했다.”

<서둘러주세요.>

곤란하다는 마음을 한껏 담아 하나코를 올려다봤다.

하나코는 나와 싯딤의 상자를 번갈아 보더니, 책상에서 손을 떼고 말없이 당번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싯딤의 상자를 터치했다.

[고마워, 프라나.]

[아닙니다.]

문자로 답한 프라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더니, 화면에서 사라졌다.

사정을 알고 있는 프라나의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했지만, 잠깐일 뿐이었다.

여전히 하나코는 섭섭함을 듬뿍 담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있지도 않은 서류 작업을 위해 손을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물론, 내 머릿속은 손보다 더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진짜 어쩌지.

지금 분위기면 계획대로 깜짝선물을 해줘도 오히려 싫어할 거 같은데.

그냥 말할까?

진실이라는 건 정말 단순하다.

히후미, 아즈사, 코하루 세 사람은 하나코를 위한 선물을 몰래 준비하고 있다.

하나코가 깜짝선물이라고 예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하나코가 보충수업부원들이 하나코에게 얼마나 고마워하고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하나코는 평소에 나를 보조해서 보충수업부원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었다.

원래는 전부 내가 해야 할 일이지만, 내 몸은 하나고 키보토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잔뜩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구조가 됐었다.

둘은 보충수업부원들이 자기들이 선물을 준비하는 걸 하나코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내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열흘 전, 하나코를 제외한 보충수업부원들이 이곳에 찾아왔었다.

# 회상

“선생님, 하나코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싶어. 도와줘.”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코하루의 부탁을 듣자마자, 무릎반사가 일어난 것처럼 곧장 되물었다.

코하루가 어이없다는 듯 날 째려봤다.

“선생님 바보지! 하나코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 괜히 우리가 선생님한테 온 줄 알아?!”

“아하하… 생일 축하 파티도 다 들켰었죠.”

히후미가 거들었고, 아즈사가 옆에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긁적였다.

“왜 선물하고 싶은데?”

“하나코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하나코쨩은 부활동 시간 말고도 공부를 가르쳐 주거든요.”

“하나코가 만들어준 요약본 덕분에 이번 채플시험에서 낙제를 안 했으니까…….”

아즈사, 히후미, 코하루가 차례로 말했다.

흐…… 기특하고 귀여운 학생들.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을 도와주는 건 선생님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지만, 이번 건은 더 의욕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코하루, 그럼 채플시험 말고는?”

“뭐가.”

“그래, 말 안 해도 돼…….”

보충수업부는 또 연장이구나….

코하루가 분개하며 날뛰려고 했지만, 그녀의 정수리를 토닥이며 화제를 돌렸다.

“하나코에게 들키지 않을 방법은 내가 생각해볼 테니까, 일단 뭘 선물하고 싶은지부터 정해볼까?”

히후미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었다.

“바로 내일! 모모프렌즈 대형 콜라보 팝업스토어가 열려요! 거기에서 선물을 사는 거예요!”

“오오, 완벽해. 히후미.”

“….”

아즈사가 호응했고, 코하루가 혐오스러운 걸 본다는 듯한 눈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코하루의 반응을 한 발 늦게 알아챈 두 사람이 눈치를 봤다.

“아하하, 코하루 쨩….”

“코하루?”

“히후미랑 아즈사가 좋아하는 것보다-”

코하루가 책상을 두들기며 말했다.

“하나코가 좋아하는 걸 선물해야지!”

코하루는 귀여운 망상을 많이 하지만, 마음만큼은 아주 올바른 학생이다. 정의실현부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지.

그런데.

“아우우… 그렇지만 그건…….”

히후미가 얼굴을 붉혔다.

“코하루, 우리는 학생이고 그런 걸 사려면…….”

아즈사도 입을 작게 오므렸다. 귓볼이 빨개져 있었다.

코하루가 삐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사형!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책 얘기잖아! 책! 하나코는 책을 좋아한다고!”

“아하.”

“아.”

“하나코가 좋아하는 책은 내가 알아. 책은 내가 구해볼 테니까, 너희는 책이랑 관련된 다른 걸 준비하면 돼!”

좋은 생각이다.

다만 히후미와 아즈사가 혼란에 빠졌다.

먼저 히후미에게 다가갔다.

“하나코를 위한 선물이긴 하지만, 히후미가 좋아하는 게 섞여도 괜찮아. 자기가 좋아하는 걸 선물하는 것도 마음의 표시니까.”

코하루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지만, 고개는 끄덕였다.

히후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 저는 팝업스토어에 가서 책을 담을 수 있는 수제 가방을 만들어 볼게요!”

“수제 가방?”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 매일 선착순으로 20명만 뽑는다고 하니까, 우우... 선착순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도전할게요. 해내고야 말겠어요!”

요즘 팝업스토에선 그런 것도 하는구나. 세상 참 좋아졌네.

“좋아. 위치가 어딘지 말해줄래? 내가 동선이랑 시간을 짜 줄게.”

“네!”

하나코는 평소에 산책을 자주 다니지만, 요즘에는 시스터후드의 일을 자주 돕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나코를 피할 수 있는 경로를 고민하고, 히후미에게 알려줬다.

“선생님.”

“아즈사.”

“선생님, 사실 나는 뭘 선물해야 할지 모르겠어….”

얘기를 들으면서 아까부터 생각해뒀던 게 있다.

바로 아즈사의 친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금속으로 된 책갈피는 어떨까? 마침 사오리가 그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고 하거든.”

“사오리가?”

최근에 사오리와 식사를 한 적 있는데, 몇 주 동안 수공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내가 연락해 볼 게. 가게 위치가 블랙마켓이지만 괜찮지?”

“당연하지! 할래!”

군필여고생 아즈사는 하나코를 피해 다니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코하루를 봤다.

“그런데 코하루, 하나코가 좋아하는 책이라는 건… 그런 거지?”

“그런 거… 아! 모, 몰라!”

“코하루, 제대로 안 알려주면 도와줄 수 없어.”

“맞아요. 코하루쨩!”

“힘내, 코하루.”

코하루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뭐, 뭘 힘내라는 거야아아!”

코하루가 씩씩대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 맞다고. 야한 책이이라고. 됐지? 하나코가 좋아하는 책, 《카마수트라》를 구할 거야.”

한층 차분해진 코하루에게 물었다.

“고서관에서 빌려오게?”

“빌리는 건 선물이 아니니까, 살 거야. 얼마 전에 츠루기 선배가 잡은 스케반들한테 블랙마켓의 한 서점에 카마수트라 특별판이 있다는 얘길 들었거든. 그것 때문에 큰 싸움이 날 정도였대.”

“뭐?”

그 정도면 키보토스 세계에서 오파츠로 취급되는 귀한 물건일지도 몰랐다.

위험할 것 같은데.

코하루는 내 표정을 읽은 것 같았다.

“괜찮아. 미카 님의 도움을 받을 거야.”

“그거 멋진 생각이네.”

미소노 미카— 트리니티의 전략병기가 지켜주는 코하루라면 아주 든든하다.

나는 세 사람이 하나코에게 들키지 않도록, 보충수업부 활동 장소도 조정하고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주의 사항도 알려줬다.

틈틈이 하나코의 동태도 살펴주기로 했으며, 새로운 단톡방도 만들었다.

히후미와 아즈사는 선물 준비가 끝나는 대로 코하루와 합류하기로 했다.

카마수트라는 트리니티에서도 고서관에 보관될 정도로 귀한 책, 그것의 특별판이라면 쉽게 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니까.

선물을 전달하는 날은 열흘 후, 하나코의 주간 당번날 저녁.

당번 시간이 끝나고 하나코를 내가 꼬드겨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한 뒤, 세 사람이 등장하면서 깜짝선물을 주는 것이다.

계획을 정리한 후, 히후미가 기대된다는 듯 웃었다.

“하나코쨩 많이 놀라겠죠?”

“기대돼.”

“응, 틀림없이 좋아할 거야!”

#2.

보충수업부원들의 기대에 찬 표정들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 이후,

히후미는 매일 아침 기숙사가 개방되자마자 팝업스토어로 달려갔고, 다섯 번의 시도 끝에 마침 팝업스토어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던 세리카의 도움을 받아 귀여운 페로로 가방을 준비했다.

아즈사는 사오리의 도움을 받아 멋진 책갈피를 준비했으며.

코하루는 미카, 세이아, 히후미, 아즈사, 그리고 나와 함께 블랙마켓에서 전투까지 치르면서 어제 새벽, 카마수트라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참 힘들었었지…….

그녀들의 미소와 그간의 고생들을 떠올리니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진다.

끝까지 숨기자.

대신 하나코의 멘탈이 완전히 터지지 않도록 잘 보듬어 주자.

“선생님.”

하나코가 날 보고 있었다.

“어, 응.”

“다섯 시가 넘었는데요. 총학에 서류는 다 보내신 건가요?”

“으응, 물론이지. 아로나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건가.

한 시간도 안 남았다.

하나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은 무표정했다.

“거짓말을 하시네요.”

뭣.

“저는 선생님을 계속 보고 있었어요. 서류는 언제 만드셨고, 언제 보내셨죠?”

“그, 방금 말했듯이, 아로나가….”

하나코가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총학생회의 린 씨는 선생님이 직접 수기로 작성한 서류만 취급해요. 선생님마저 저한테 거짓말을 하시네요?”

목뒤가 서늘해졌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오기 시작했다.

“후후….”

내 책상 앞에 도착한 하나코가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묘한 미소를 짓더니 내 얼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무 가까워서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의 시선을 피하면서 물었다.

“화났어?”

“네.”

하나코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이 굳어 있었다.

하나코가 한 손을 뻗어 내 볼을 어루만졌다.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남은 한 손이 순식간에 내 반대쪽 볼을 붙잡았다. 세게.

“사실 저는 더 알고 있어요. 히후미 쨩은 모모프렌즈 팝업스토어에 다섯 번이나 갔어요. 아즈사쨩은 블랙마켓에 가서 아리우스의 사오리를 만나는거 같고, 코하루는 미카 씨와 함께 블랙마켓을 들락날락하고 있어요. 또, 최근에는 히후미쨩과 아즈사쨩도 코하루쨩과 합류했죠. 어제도 뭔가 있었던 것 같지만… 미카 씨와 세이아 쨩의 사주를 받은 정의실현부원들의 방해로 더 추적하지 못했죠.”

하나코 무서워.

하나코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선생님의 태도를 통해 알게 됐어요.”

“….”

“열흘 전에, 이 세 사람은 말이죠. 함께 샬레에 들렀었던 거 같아요.”

“무, 무슨 소리인지.”

“그날 셋이 같이 지하철 쪽에서 오는 걸 발견했거든요. 우연히 만났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지금 확실해졌네요.”

하나코가 야릇하게 웃었다.

“친구들이 저를 따돌리는 이유에 선생님이 아주 깊게 관련됐다는 걸.”

하나코의 눈이 약간이지만 웃는 듯했다.

“조금은 안심이에요. 선생님과 관련된 일이라면 친구들이 절 따돌리려는 건 아니겠죠.”

“…그래, 맞아.”

“인정하셨네요?”

“여기까지 알아냈는데 뭘.”

“그렇다고 해도. 저는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화가 나요.”

하나코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는 선생님을 믿고 진지하게 상담을 한 건데, 선생님은 계속 거짓말을 하신 거예요.”

“…미안.”

“그럼 말해줘요.”

“안돼.”

“나쁜 일인가요? 좋은 일인가요?”

“…으음.”

“기분이 나빠지네요. 왜 저만 따돌리는 거예요?”

따돌린다. 따돌린다- 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니, 마음이 점점 약해진다.

“알려주세요. 알려주시지 않으면…”

하나코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자, 잠깐.”

“말해주실 때까지 계속 당길 거예요….”

하나코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이건 하나코의 협박.

하나코는 그동안 말로만 곤란하게 했지, 이렇게 행동으로 하는 건 처음, 으아아아아아아! 닿을 것 같아! 닿을 것 같다고!!

으아아아아아아 살려줘!!!

-지이이잉

내 말을 들은 것처럼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긴 은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게 보였다.

“어머.”

“….”

“우라와 씨였죠? 오랜만이네요.”

“우시오, 양?”

“네, 우시오 노아 입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노아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나코가 시계를 봤다.

“6시가 되려면 멀었는데요?”

노아는 오늘의 야간 당번이었다.

지금 시각은 5시 15분.

왜 이렇게 일찍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노아에게 구해달라는 눈빛을 쐈다.

노아는 하나코와 나를 번갈아 살핀 후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따라 일찍 오고 싶어서요. 그런데 우라와 씨. 이렇게 과감하신 분인지는 몰랐는데…”

하나코가 내 얼굴에서 양손을 뗐다.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하나코는 복잡한 얼굴을 한 채로 가만히 있더니, 말없이 자기 자리로 가서 가방을 챙겼다.

“선생님, 죄송해요.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조퇴할게요.”

가면 안 되는데.

“저기-”

순간, 노아가 내게 윙크를 했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나코가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선생님?”

“아니, 아니야.”

하나코가 실망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고, 성큼성큼 걸어서 출입문에 도착했다.

하나코가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르기 직전 노아가 말했다.

“우라와 양.”

“뭐죠.”

“좋은 친구들을 뒀어요.”

“뭐라고요?”

하나코는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르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노아를 노려봤다.

노아는 대답 없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지이이잉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곳에, 하나코의 옆에, 보충수업부원들이 각자의 선물을 들고 서 있었다.

“어떻게…?”

<후후, 제가 있는 걸 잊으시면 안 되죠! 선생님!>

싯딤의 상자가 켜지고, 아로나가 우쭐대는 화면이 나타났다.

<선생님이 위기에 빠진 것 같아서, 노아 씨와 보충수업부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했어요!>

“이야.”

<대단하죠? 그렇죠? 선생님?>

“응, 역시 싯딤의 상자의 메인 OS이자 최고의 AI, 슈퍼 아로나야.”

<헤헤….>

우리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하나코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지, 제 자리에 서서 보충수업부원들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히후미는 직접 만든 페로로 가방을 품에 안고 있었다.

코하루는 검은색 커버가 씌워진 책을 품에 안고 있었다. 일어나는 대로 우이에게 부탁한다더니 잘 된 모양이었다.

아즈사는 자그마한 손에 앙증맞은 책갈피를 들고 있었다. 책갈피의 노란 꽃, 하얀 꽃, 분홍색 꽃 두 송이가 장식돼 있었다.

“이게 무슨….”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하나코와 어쩔 줄 몰라하는 보충수업부원들.

이 장소에서 가장 차분한 학생, 노아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조금 이르지만 저녁을 드시고 오는 건 어떨까요?”

“그럴까?”

“네, 저는 미리 먹고 왔으니까요.”

노아는 다시 한 번 내게 윙크했다.

“샬레는 제가 보고 있을 테니 천천히 다녀오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하나코는 두리번거리다가 뒤늦게 도착한 나를 발견하고 불만스러운 듯 볼을 부풀렸다.

상황을 전부 이해한 모양이었다.

코하루가 노아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배,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뭘요. 그럼 잘 다녀오세요.”

노아가 여유 있게 손을 흔들었고, 사무실의 문이 닫혔다.

#3.

“…….”

“…….”

“…….”

“…….”

샬레 옆 건물에 있는 카페에 도착할 때까지, 카페에 도착한 후에도 네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꽁냥꽁냥하고 부끄럽고 수줍은 이 분위기.

청춘의 맛이 아주 미식이었지만, 슬슬 어른이 나설 차례가 되었다.

“자, 자. 하나코?”

“네! 네, 네에?”

“선물 받아야지.”

“선물, 네, 선물… 무슨 선물인가요 대체? 왜 저한테 선물을?”

이럴 땐 히후미다.

히후미를 보자, 히후미가 부끄러워하면서도 꿋꿋히 사정을 설명했다.

“아하하, 하나코쨩은 늘 저희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잖아요. 그래서 몰래 선물을 준비했어요! 먼저 저부터! 이건 페로로님 가방이면서 복면인 엄청난 물건이예요!”

“복면?”

갑자기?

내 질문은 자연스럽게 묻혔다.

페로로가방을 설명하던 히후미가 모모프렌즈 사랑해 모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모모프렌즈 팝업스토어에서는 무려 페로로님 커스텀 가방을 만들 수 있었어요! 꺄아! 너무 즐거웠어요! 페로로님의 외형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니까요?! 이 가방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요!”

히후미가 가방을 똑바로 들었다.

페로로가 뒤집어져 있는 형태였다.

히후미가 이번엔 가방을 뒤집어서 자기의 얼굴에 썼다.

뒤집으니 페로로의 눈과 입이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내려가 복면처럼 눈과 입이 드러났다.

“뒤집으면 이렇게 복면처럼 쓸 수 있어요! 아르바이트 중인 세리카 쨩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고 있었는데, 놀러 온 노노미쨩이 아이디어를 줘서 추가 기능을 넣어 봤어요. 엄청난 아이디어에요! 하나코쨩도 이제 페로로님이 될 수 있는 거라고요!”

평소였다면 하나코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떨떠름해 했을 것이다.

지금 코하루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히후미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오늘의 하나코는.

“고마워요… 잘 쓸 게요….”

정말 기쁘다는 듯이 웃으며 페로로 가방을 받아서 끌어안았다.

이어서 아즈사가 들고 있던 책갈피를 내밀었다.

“나는 여기. 하나코는 책을 좋아하니까, 책갈피를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직접 만든 거예요?”

“응, 마침 사오리가 수공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거든. 도움을 받았지.”

“고마워요… 정말.”

마지막은 코하루다.

코하루가 들고 있던 책을 내밀었다.

“자! 받아!”

하나코는 책을 받으며 갸웃댔다.

“이건?”

제목도 적혀있지 않고, 표지에 그림도 없었다.

“네가 좋아하는 책이야! 여기서 보지 말고… 야! 보지 말라니까!”

표지를 넘기고, 책을 몇 장 넘긴 하나코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머! 이건 카마수트라 삽화 버전! 이 귀한 걸 대체 어떻게! 트리니티의 고서관에도 없던 물건인데!”

“여기선 안 돼! 그만 보라고!”

하나코는 코하루의 다급한 손길을 능숙하게 피하며 책을 전부 넘겨보기 시작했다.

하나코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복사판도 아닌 원본이잖아요. 대체 어떻게…”

“하아, 미카 님이랑 애들 도움을 받아서 블랙마켓에서 어떻게든… 선생님도 도와줬고.”

하나코는 감동한 눈으로 보충수업부원들을 보고, 마지막으로 날 봤다.

“그래서 선생님이 필사적으로 숨겼던 거군요.”

“맞아. 기왕이면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거든. 괜히 네 기분만 상하게 한 것 같지만.”

“….”

하나코가 말없이 책을 보고, 책갈피를 보고, 가방을 봤다.

보충수업부원들과 나는 하나코의 눈치를 봤다.

하나코는 책에 책갈피를 조심스럽게 꽂고 난 후, 웃었다.

“후훗….”

“왜, 왜 그렇게 웃는 거야?”

“코하루 쨩, 같이 읽을래요? 아니면 따로 읽고 감상회를 하는 건 어떨까요?”

“뭐, 뭣! 여기선 안 돼!”

“여기선 안된다고요? 그러면…”

하나코가 코하루에게 다가갔다.

“안돼! 안 된다고! 사형이야!”

“같이 실습도 할까요? 코하루 쨩?”

코하루의 머리에 달린 날개들이 파닥대더니 코하루의 눈을 가렸다.

“사형! 사형이라고!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후후.”

한창 코하루를 놀린 하나코가 이번엔 날 봤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그리고 아깐 정말 무서웠어.”

“그건 선생님이 잘못하신 거라고요.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착 달라붙는 게 어디 있…”

“뭐?! 착 달라붙어??!!”

우리의 대화를 듣던 코하루가 발작을 시작했다.

히후미와 아즈사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나는 방금의 대화를 떠올려봤고, 오해의 소지가 차고 넘친다는 걸 깨달았다.

변명하려던 찰나, 하나코가 선수를 쳤다.

“후후, 그건 둘만의 비밀이에요.”

“뭐, 뭔데! 알려줘!”

코하루의 말에 하나코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코하루쨩은 궁금한가요? 저의 금지된 장난에 당황하는 선생님, 가까워진 숨결, 그리고―”

“그만!”

내 사회적 평판이 박살 날 것 같았기에 다급하게 말렸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망한 것 같았지만 더 망하게 둘 순 없었다.

하나코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책을 잡았다.

“이제 친구들에게 선물들을 잘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책 펼치지도 마! 바로 쏴버릴 거야!”

코하루의 엄포를 들은 하나코가 태연하게 책을 옆으로 밀었다.

“후훗, 일단 아즈사쨩의 책갈피를 책에 삽입해 두기만 할게요. 남은 건 가방뿐이네요.”

하나코가 히후미가 만든 복면 겸 가방을 빤히 쳐다보다가, 히죽 웃었다.

“아, 마침 잘 됐네요. 준비물이 다 있어요.”

준비물?

“저는 마침 속옷 대신 수영복을 입고 있었고.”

말릴 틈도 없이 하나코가 치마를 훌렁 벗어버렸다.

보충수업부의 첫 수영장 청소 때 봤던 분홍색 줄무늬 팬티인지 수영복인지 아직까지도 모르는 그 복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잠깐만―!”

“사형!”

“하나코!”

“…!”

우리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복면이 있으니.”

하나코가 망설임 없이 복면을 뒤집어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페에 있는 모든 손님의 시선이 이곳으로 집중됐다.

“후훗, 수영복 복면단 제6의 멤버 화이트 등장이에요!”

웅성웅성, 역시 선생님의 취미가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젠장, 또 내 평판이…!

“삐야야야야약! 그거 팬티잖아! 여긴 카페라고! 당장 안 입어!”

“어머, 코하루쨩, 이게 팬티라고 확신하는 건가요? 이건 수영복이에요, 수영복. 비키니 하의라고요.”

“아니잖아!”

“어머머, 코하루쨩, 확인해 볼래요?”

“빨리 앉아! 입어!”

“에잇, 에잇.”

코하루가 하나코를 붙잡아 앉히려고 했지만, 하나코는 우월한 피지컬로 코하루의 돌진을 부드럽게 흘려 버리더니 테이블 옆으로 빠져나와서 똑바로 섰다.

하나코는 어느새 옆구리에 책갈피가 꽂힌 카마수트라를 들고 있었다.

“히후미! 아즈사! 빨리 막아! 선생님! 뭐 하는 거야!?”

“에, 에에, 하나코쨩! 멈춰요!”

“하나코! 거기 서!”

셋이 다급히 하나코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하나코는 수영복(?) 복면 차림으로 카페 안을 총총 뛰어다니면서 세 사람을 피해 도망 다니며 소리쳤다.

“여러분! 이거 보세요! ‘여기 있는’ 제 친구들이 저를 위해 선물해 준 거예요! 멋지죠?! 예쁘죠?!”

“으아아아! 그 책 펼치지 마! 사형이라고!”

“저, 저저저는, 수, 수영복 선물한 적 없다고요! 아우…!”

“크윽, 하나코, 너무 빨라.”

음, 어차피 내가 나서도 하나코를 잡을 수 없을 테고, 그냥 지켜볼까.

아까의 긴장감이 풀린 여파일까, 익숙한 풍경을 보는 거라 그런 걸까.

내 마음은 무척 평온한 상태였다.

“차가 참 맛있네.”

“뭐하냐고! 선생님!”

“그냥, 일상이구나 싶어서.”

“무슨 소리야!”

늘 있는 WWE 같은 거지.

코하루에게 적당히 대꾸해 주며, 사이좋은 보충수업부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 분 후,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칸나에게 이 상황이 들통나는 바람에 나와 하나코는 크게 혼나야 했다.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5.03.02창작

소설) 하나코(보충수업부) 단편 써봤어요

#우라와 하나코#보충수업부#소설
좋아요 0댓글 9저장 0
광고
나DC
나쌔작가
게시물 1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5.03.02 11:04
조회2
광고

댓글 9

나
ㅇDC
ㅇㅇ125.03.02
디시콘
ㅇDC
ㅇㅇ25.03.02

더써줘

ㅇDC
ㅇㅇ25.03.02

요요요 씨발년들 일루와잇

ㅇDC
ㅇㅇ225.03.02

너무맛있구나...

ㅇDC
ㅇㅇ325.03.02

캐릭터들이 제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여요!

광고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번역
32
보빔) 마리가 보충수업부를 질투하는 만화.manhwa
ㅇㅇㅇ8162
번역
22
보충수업부와 다같이 호텔로 가는 만화.manhwa
Yyamanekobox549
창작
모닝 하나코그림
KK멸치143
창작
5
티파티랑 보충수업부가 마피아하는 만와(상).manhwa
Ppipejoa286
번역
2
하나코 셔츠의 정체
Nnichigeckoh339
창작
2
코하루..히후미.. 보충수업부 밴드 하는 만화?
콤콤퓨타060
창작
2
리버스 코하루&하나코
UUM358
창작
6
하나코 어려지는 만화 1화.manhwa
별별내림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