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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멘탈이 무너진 선생님을 호시노가 응석받이로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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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브레이크를 일으킨 선생님을 호시노가 흐물흐물한 응석받이로 만들어 의존하게 하는 이야기

파파고

피폐

얀데레

키보토스에 와서 선생님이 된 지 벌써 수 년, 나는 이 정말 짧은 세월 속에서 그저 자신의 나약함만을 실감해왔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 부족에 시달리며, 학생들에게 힘이 되지 못하는 자신에게 후회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저주한 것은 이제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무작정, 무아지경으로 나는 주위에서 요구하는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든 다하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발버둥치고, 발버둥치고, 발버둥치고, 발버둥치고, 발버둥치고, 발버둥치다 정신차리고 보면 나는 나를 무거운 뚜껑으로 덮고 이상적인,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의 모습을 연기하기에 적합한 가면――페르소나를 스스로 씌우고 있었다.

사생활이 조금 칠칠치 못하며, 때로는 위태로운 녀석이지만 중요할 때는 의지되고, 참견쟁이에, 도움을 청하면 반드시 응해주는 어른.

페르소나를 쓰고 필사적으로 쌓아올린 이미지를 몸에 두르고서야 비로소 선생님이라는 배역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그런 것은 순간에 불과했다.

올챙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매가 될 수 없듯이 아무리 잘난 척하며 가면을 써봤자 결국 나는 나일뿐.

근본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윽!"

"선생님!"

그렇기에 가면이 산산조각나고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던 나약한 자신이 다시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나는 총에 맞은건가.

익숙한 굉음과 낯선 비명. 옆구리에 퍼지는 격통과 뿜어져 나오는 선혈, 그것들을 본 나는 어딘가 남일처럼, 그러면서도 분명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천천히 이해했다.

그리고 곧 지옥이 시작되었다.

"으윽, 으아아!"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려 하자 대신 열기를 띤 피가 뿜어져 나온다. 목소리는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나오는 것은 추가적인 혈액뿐이다.

통증으로 일그러진 시야에는 피에 젖은 지면만이 비춰지고, 쏟아질 듯한 눈물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버텨라, 이 정도 일로 『선생님』은 울지 않는다. 우는 소리 따위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아직 싸우고 있고, 진압해야 할 대상은 아직도 눈앞에 있다. 그렇다면 내가 이런 곳에서 쓰러져도 좋을 리가 없다.

"콜록, 콜록콜록"

하지만 역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도움이 될 수 없다.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이 사라진 혈액과 교체하듯 내 안을 채워간다.

『얄팍한 가면을 쓴 정도로 변할 수 있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 건가?』

그때,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리무리, 너는 너야.』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아아~ 이걸로 다 끝이구만.』

『나』의 목소리가.

『이런 비참한 『선생님』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만해.

『그 약함에 실망할까? 아니면 가면을 쓰고 속이던 것을 경멸할까?』

그만해.

『너무나 비참해서 비웃을지도.』

멈춰.

『뭐, 이런 추태를 보였으니까 말이야. 네가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것도 끝장이구만』

멈춰.

『아! 혹시 네가 학생들에게 사랑받는다고 착각한 건 아니겠지?』

하지 말아줘.

『정말 구제할 수 없는 바보구나 너는... 알겠어? 잘~ 기억해두라고?』

하지 말아줘.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건 네가 만들어낸 선생의 페르소나이지 네가 아니야.』

싫어.

『선생이 아닌 너를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아니야.

『그러니 얌전히 죽어버려.』

무서워.

『그게 더 행복할걸?』

괴로워.

『가면이 깨진 너에게는 딱 맞는 최후야.』

아파.

『본방에서 역할을 해내지 못한 연기자에게 만회의 찬스 같은 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고통스러워.

『한번 실수하면 줄줄 이어지고 마지막엔 강판당해 고독에 빠지는게 걸맞는 말로야.』

누군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말한다?』

누군가,

『너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

구해줘――

"헉!? 하아... 하아..."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 잠자리에 든 상태라면 대개의 사람들이 다시 잠드는 걸 떠올리고 곧 의식을 잃는게 보통인 시간대.

내 의식은 기분나쁠 정도로 명료했다.

"으윽... 또 그때의 꿈인가."

구역질나고 두통이 일고 어지럽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기상에 나는 힘없이 수면실 침대에 다시 몸을 맡겼다.

"괜찮아...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그리고 자신에게 타이르듯 되뇌인다. 하지만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이물감은 그런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재차 강한 메스꺼움이 엄습한다.

"으읍, 으에엑."

견디지 못하고 철퍽이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더럽히고 말았다.

――그날부터 계속 이 상태다.

여느 때처럼 학생들과 순찰을 돌던 중 폭동을 일으킨 불량학생들과 교전하고 유탄을 맞은 지 벌써 일주일.

학생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이렇게 직장에도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안의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실망을 산 건 아닐까.

학생들에게 버림받은 건 아닐까.

학생들에게 가면을 간파당한 건 아닐까.

그런 말이 영원히 머릿속에서 반복된다.

그것도 어쩔 수 없었다.

가면을 쓴 선생님으로서의 생활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익숙해지면 의외로 즐거웠다.

진정한 자신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건 나쁘지 않았고, 학생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라면 어떤 괴로움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잃을까 두려웠다.

학생들과 보낸 나날은 너무나 벅차서, 따스해서, 놓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에게 이상적인 『선생님』으로 있으려 했다. 그렇게 있어야만 했다.

모양이야 어떻든 나에게 존재의의를 준 학생들에게서 버림받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잃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두려웠다.

비록 내 몸이 스러진다해도, 찰나에 불과한 것이라해도, 그 작은 낙원에 나는 어찌할 바 없이 매달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총탄을 맞자마자 쓰러져 쓸모없게 됐다.】 그 사실은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고, 도망치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었다.

"약하구나... 나는..."

무거운 몸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고 그저 한 마디 곱씹듯이 천천히 중얼거린다.

자조하는 듯한 미소와 함께.

"슬슬 한계일까... 얼버무리는 것도."

말 그대로 지금의 나는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 쪽에도 꽤나 덜거덕거리고 있다.

악몽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눈 밑에 생긴 다크서클, 식욕이 희미해진 탓에 5킬로그램은 빠진 체중. 힘이 들어가기 어려워진 손발.

온갖 수를 쓰고, 특기인 연기로 자신의 몸을 속이는 것에도 역시 한계가 있었다.

"뭐... 애초에 나에게 선택지는 없었나?"

그렇다고는 해도 앞으로 영원히 속일 수밖에 없다. 그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한번 거짓말하면 들킬 때까지 영원히 거짓말을 하게 돼. 그건 엄청 괴로운 일이니까, 거짓말 해선 안 된단다.』

키보토스에 오기 전, 예전부터 가면을 쓴 거짓말쟁이였던 나에게 입이 닳도록 그렇게 말해준 부모님의 말이 플래시백 된다.

"하하, 정말이잖아... 정말로..."

예전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그 말이 지금의 내 가슴에 박혀 떨어져 주지 않았다.

"그럼, 오늘도 해볼까?"

그로부터 여러 가지 뒷정리를 끝내고 언제나처럼 샬레의 일과 마주한다.

"...들키기 전에."

그렇게 말해도 이건 몰래 빼돌린 거라 린쨩에게 들키면 혼나지만.

사실 총에 맞은 다음 날, 만신창이이면서도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평소처럼 일하려다 린 행정관에게 들켜버려 한소리 듣고 말았다.

『아시겠습니까, 선생님? 아무쪼록 안정을 취해주시길.』

그 결과, 나는 요양 휴가라는 명목하에 반강제적으로 쉬게 되었고, 그에 따라 현재 학생 당번 제도도 중지되어 있다.

"...책임은 다해야겠지."

하지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선생님』이라면 이런 일로 쉬지 않는다. 쉬면 안 돼, 쉴 리가 없다.

분명 『선생님』이라면 외출은 하지 않더라도 모모카나 아유무에게 고개숙여 몰래 일을 흘려달라고 해서라도 업무에 힘쓸 거다.

"나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인 거다."

서류더미를 앞에 두고 오른손으로 눈을 가린 채 자신을 물들이듯 반복해서 중얼거린다. 업무에 힘쓰기 전 빠뜨려서는 안 되는 언제나의 루틴.

평소 같으면 당번 학생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는 양의 일, 혼자 해치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겠지만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선생님』이니까.

"으헤, 선생도 빠르네~"

그리 생각했던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이 열리고 낯익은 소녀가 나타난 것은.

"어? 호시노!?"

놀람의 소리를 지른 내 시선 끝에 있던 그녀의 이름은 타카나시 호시노. 아비도스 고등학교 출신, 파랗고 노란색의 오드아이, 그리고 분홍색 장발의 꼭대기에 있는 한 가닥의 바보털이 트레이드 마크인 소녀다.

"왜 그래 선생~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을 하고선."

고개를 돌려 모모톡 이력을 재빨리 확인하지만 약속도 없고 호시노가 오늘 샬레를 방문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어, 오늘 무슨 일이야?"

"으헤? 무슨일이냐니, 오늘 아저씨의 샬레 당번날이라 여기 온 건데."

시험삼아 물어보니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보니 확실히 그랬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번은 중지되었을 텐데.

그 사실을 호시노에게 전하자 조금 놀라더니 어딘가 납득한 모습으로 내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민다.

"아... 그래서..."

그것은 총탄을 맞았는지 몇 개의 구멍이 뚫려 화면에 금이 간 채 깜빡이고 있었다.

"미안, 선생. 2주 정도 전부터 스마트폰이 고장나서 확인을 못한 거 같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비도스의 빚을 갚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다 불량학생과 교전하는 일이 있었고, 이 스마트폰은 그때 당한 모양이었다.

"아저씨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거구나. 미안해, 선생. 이런 때 들이닥쳐서."

내 부상 사실도 이제 안 듯, 이야기를 다 들은 후의 호시노는 평소답지 않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니. 괜찮아, 호시노. 마침 일손이 부족했거든. 도와줄래?"

그런 모습의 호시노를 돌려보내는 일을 『선생님』이 할 리 없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입에서 말이 나오고 있었다.

"후우~ 끝났네, 선생―"

"응, 고마워, 호시노."

시각은 오후 5시, 호시노의 노력으로 생각보다 빨리 일을 끝낼 수 있었고, 뭉친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켠다...

연기했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만든, 『선생님』이 일을 마친 후 취하는 움직임의 정답이기 때문에.

별로 피곤하지도 뻐근하지도 않은 몸을 그럴듯하게 풀어준다.

분명 정답일거다.

요양기간에 들어가고나서 처음 만나는 학생이기 때문에 행동에는 조금의 방심도 없도록 신경을 썼다.

게다가 상대는 타카나시 호시노였으니까.

그 탁월한 전투력부터 시작해 그녀의 빠른 눈치와 머리 회전, 그리고 주변을 파악하는 능력은 아비도스의 건으로 싫을 정도로 알게 됐다.

그래서 일체의 빈틈을 보이지 않도록, 가면의 깨진 곳을 간파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선생님』으로 남아 있었다.

"오늘 일이 많았으니까 말이야, 호시노가 있어줘서 다행이야."

"아니 뭐~ 아저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걸."

대화도 평소처럼, 시선도 태도도 의심받지 않는다. 괜찮아, 늘 하던 『선생님』과 호시노야. 괜찮아. 빈틈은 나오지 않았어.

괜찮아, 분명 괜찮을 거야.

"업무도 정리됐고 마실 거 좀 가져올 건데 호시노도 한 잔 어때?"

"아저씨는 차로 괜찮아~"

서로 업무도 끝나고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잡담 중간에 일어나 음료를 가지러 가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뜬다.

괜찮아, 이것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일거야.

"고마워, 선생~"

호시노의 목소리를 등으로 받으며 나는 탕비실을 지나 화장실로 향한다.

"우에엑 콜록, 켈록."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서자마자 내 안의 것들이 가차 없이 올라왔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 나오는 건 위액뿐. 그런데도 양은 아침보다 많았고, 최근 한동안 토해댄 탓인지 옅은 빨간색도 섞여 있다.

"커흡..."

일제히 내용물을 다 쏟아놓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다. 괴로운 나머지 필사적으로 호흡해봐도 갈라지는 소리만 날 뿐 전혀 몸에 산소가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나는 『선생님』. "

어떻게든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동안 쭉 반복해온 나약하고 무가치한 나를 바꿔주는 마법이자 저주의 말을 그저 되풀이한다.

하지만 소용없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호흡은 오히려 악화되고 심박수도 증가한다. 머리는 세게 맞은 듯이 아프고 손은 얼어버린 것처럼 덜덜 떨린다.

소용없었다.

호시노와 얼굴을 마주한 후로 계속.

『「학생인 호시노가 두려웠다」 그렇지?』

"!?"

떨리는 내 앞에 다시 녀석이 얼굴을 내밀었다.

『너, 계속 겁먹고 있구나. 빈틈이 나오면 가면이 벗겨질까봐.』

두통이 강해진다.

『학생에게 『선생님』이 아닌, 나약한 자신이 노출되는 걸 말야.』

호흡이 이상해진다.

『너 자신도 알고 있잖아. 『선생님』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너에게 가치가 없다는걸.』

떨림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러니까 매달리는 거지? 스스로 금을 내고, 박살난 가면을 쓴 채 필사적으로 말이야.』

기분이 좋지 않다.

『그 결과가 이거야? 너무 불쌍해서 비웃음조차 안나오겠어.』

시야가 뒤틀린다.

『비참한 꼴이구만. 짤렸는데 아직 춤추려는 광대나 공개처형 당하는 죄수 쪽이 낫겠네.』

심장이 아프다.

"달라... 나는......"

『다르지 않아. 이것이 현실. 피할 수 없는 과거, 눈을 돌릴 수 없는 지금, 약속된 미래야.』

빠직, 하고 마음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나는..."

금이 점점 퍼져나간다.

『어이어이, 아직 몸부림 치는건가 네놈은. 그럼 몇번이라도 말해주지, 너는―――』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

구해줘――――

"응, 아저씨에게 맡겨줘."

"어라?"

어둠에 잠겨 있던 의식이 천천히, 천천히 수면까지 끌어올려지는 느낌. 아무래도 잠들어 버린 것 같다.

"여기는... 윽."

깨어난 장소를 파악하려 하지만 심한 두통이 그것을 거부한다. 생각하는 걸 거부당하다니 내 몸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왠지 안심되는걸, 여기)

한편, 내 머리는 어딘가 낙관적으로 그런 생각도 하고 있었다.

기분 좋은 온기와 적당한 부드러움. 그러나 베개라고 하기에는 조금 딱딱하기도 하고 방향제와는 또 다른 달콤한 향기가 풍겨온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으면 안되겠지)

허락된다면 하루 종일 이 자리에서 자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 좋지 않다. 그래서 일단 빛에 익숙해지기 위해 조용히 눈을 뜬다.

"잘 잤어? 선생."

호시노의 얼굴이 있었다.

"......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뒤늦게 목소리가 나온다.

"아저씨의 무릎베개는 어때? 제대로 잘 수 있었다면 좋겠는걸."

"...........어?"

다시, 이번에는 더욱 목소리가 늦다.

그리고 사태를 이해했다.

"아니~ 선생이 계속 들어오질 않아서 찾으러 갔는데 설마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니 말이야. 아저씨 깜짝 놀랐다구."

이야기의 느낌으로 보아 나는 그 후 화장실+에 쓰러져 호시노에게 구해지고 지금에 이르른 모양이다.

――최악이다.

"고마워, 호시노. 일을 도와준 것만 아니라 간호까지 해줘서."

일단 일어나자마자 즉시 『선생님』의 가면을 쓰고 감사를 전한다.

뭐가 방심이 없단거냐.

지난 사건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두 번째 추태. 내가 내세우는 『선생님』의 모습으로는 최악의 행동.

"으헤, 괜찮아. 선생. 하지만 무리는 금물이야? 몸은 소중히 여겨야지.

호시노는 그렇게 말해주지만 분명 그녀 속 『선생님』의 모습에는 균열이 갔을 것이다. 아니, 확실히 그렇겠지.

『선생님』은 완벽하되 조금 모자란 구석이 있어 친근한 존재여야 하지만, 내가 호시노에게 보여준 모습은 어느쪽도 아니다.

단지 마이너스 이미지밖에 되지 않고 분명 거기에는 구멍이 생겨나고 있다.

(어쩌지? 어떻게 만회해야 하지? 아니, 애초에 만회할 수 있는 건가? 어떻게 해야 좋지? 선생이라면, 선생은, 선생었다면, 어떻게――

――라고 평소의 아저씨라면 그렇게 말했겠지."

".......호시노?"

반쯤 패닉 상태에 빠져 있떤 나의 사고는 호시노의 목소리에 의해 차단되었다. 평소보다 낮고 또렷한, 호시노답지 않은 목소리로.

"아저씨가 말야,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그렇게 한마디.

나에게는 그것이 절대적이고 피할 수 없는 사형 선고로만 들렸다.

"다크서클은 메이크업, 마른 건 복장으로 속인걸까나? 아저씨, 눈이 좀 좋아서 눈치챘지~"

그렇게 말하며 호시노는 나를 무릎베개 해주던 소파 위에서 검지로 부드럽게 툭, 입으로 지적한 부분을 찔렀다.

"아, 사, 사실은 부상의 영향이... "선생은 조금 입에 지퍼를 채워줘. 아직 물어볼 것은 있으니까."

사소한 변명도 허용되지 않았다.

"선생은, 화장실+에 있을 때 어째서 계속 혼자 말다툼 한거야?"

다 보고 있었다.

"사무실 쪽까지 들리던데? 분명히 평범한 건 아니지?"

"아, 아니, 그건......."

그리고 마침내,

"그럼 마지막으로 한가지."

"선생은 말이야,

어째서 항상 연기같은 걸 하고있어?"

결정타를 찔러넣었다.

호시노는 담담하게, 직장에서 오가는 업무 연락처럼 내게 그렇게 말했다.

"있잖아, 선생. 아저씨는 선생과 만났을 때부터 계속 궁금했어."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무신경하게, 일체의 양보도 없이 내 얄팍한 가면을 도려낸다.

이 국면은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런 짓을 해버리면 그 주장이 사실임을 스스로 증명해버리기에.

"아, 아니, 아니야. 나, 나는, 여, 연, 기, 따, 따위, 하지않..."

하지만 나는 약했다.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나일 뿐이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숨도 쉴 수 없다. 머리는 두통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어지럽고, 떨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면을 빼앗기고 자신이 드러난다는 공포가 일제히 엄습한다.

"괜찮아, 선생."

그 순간, 나는 안겼다.

몸에 익숙한 온기와 냄새가 나를 감싸고, 흐느끼는 아이를 달래듯 천천히,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나는 선생의 편이야."

그렇게 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불과 몇 시간 전 나의, 내가 그동안 필사적으로 지켜온 가면을 벗겨낸 소녀, 타카나시 호시노였다.

"미안해, 말하는 방법이 나빴지. 아저씨도... 아니, 나도 선생과 똑같았으니까."

소녀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한다.

"나, 전에는 이렇지 않았어. 오히려 지금과는 정반대로 주변은 아무래도 좋고 주어진 일만 해내면 그만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거든."

"하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걸 잃었어. 칠칠치 못하고, 미덥지 못한데다 귀찮게 얽매여오는... 그래도, 누구보다도 나를 신경써주고, 아껴주던... 소중한... 정말 소중한 선배를 한명..."

"난 바보였지. 중요한 건 잃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데 정말 그 말대로였다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몸은 떨리고 있었고, 깨달았을 때는 나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가늘고 작은 몸을 확인하듯 껴안고 있었다.

"그때부터는 선생과 똑같아. 모두에게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되려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봐왔던 선배의 모습을 연기하게 됐고, 그렇게 해서 쌓아올린 게 지금의 나... 대책위원회의 타카나시 호시노가 완성된거야."

"그러니 선생의 얘기도 아저씨에게 해보지 않을래? 이래저래 쌓아온 게 비슷한 사람끼리의 마음은 잘 아니까."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번 호시노는 나에게 말해주었다. 평소의 느긋한 햇살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떤 말을 하더라도 나를 버리거나 하지 않아?"

그에 대한 나의 말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린아이 같아서 웃게 된다.

마치 장난을 들킨 아이가 부모의 눈치를 의심하는 듯한 조심스러운 목소리.

"하지 않아. 무슨 일이든 아저씨가 받아줄게."

그것마저도 호시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대답했고, 『선생님』이 아닌 『나』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나는....... ――

이날 나는 키보토스에 와서 처음으로, 『선생님』이 아닌 내 속내를 쏟아낼 수 있었다.

『그녀』에게 구원받은 그날부터 내가 악몽을 꾸는 일은 두번 다시 없었다.

"좋아, 외근 종료. 역시 학원을 세 군데나 돌면 피곤하네."

그때부터 식욕이 돌아오면서 순조롭게 몸도 회복됐고, 지금은 전과 다름없이... 아니, 이전보다 더 선생님답게 활동할 수 있다.

오늘도 해가 질 때까지 각지를 돌며 다양한 학생의 다양한 문제를 마주했다. 이렇게 힘낼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녀』 덕분이다.

"아, 어서와. 선생."

"다녀왔어, 호시노."

일을 마치고 샬레로 돌아오면 오늘도 그녀가, 호시노가 마중해준다.

"드물게도 늦게 귀가했네. 어디까지 다녀왔어?"

"게헨나에서 시작해서 트리니티, 레드윈터, 마지막은 밀레니엄이었어."

"으헤, 큰일이었네."

외근용 옷을 걸며 호시노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는 듯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피로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슬슬 시작할까?"

몸단장을 마치고, 그렇게 말한 호시노와 함께 언제나처럼 수면실로 향한다.

"이리 와."

그리고 먼저 침대에 누워 팔을 벌린 호시노의 품에 망설임없이 얼굴을 묻는다.

"오늘도 열심히했네, 선생. 훌륭해, 훌륭해."

그러면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고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인다.

호시노에게 모든 것을 말한 날부터 시작해서 약 2주. 나는 매일같이 이렇게 호시노와 보내는 게 일과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가, 선생. 힘들었지. 아저씨라도 괜찮다면 언제든지 이렇게 해줄 테니까, 부담없이 말해줘.』

그날, 자신 안의 보기 흉한 생각을 모두 쏟아낸 나에게 호시노는 일체의 악감정을 보이지 않고 천사 같은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일너 나를 따스하게, 결코 거부하지 않고 받아준 것이다.

그 말이, 그 마음이, 그동안 혼자 힘들어했던 나에게 얼마나 구원이 됐는지... 분명 그녀는 모르겠지.

"선생에겐 아저씨가 있으니까. 괜찮아,"

이제 나는 호시노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리 생각할 정도로 그년 내 마음을, 『나』라는 존재를 구해준 것이다.

그녀에게 구원 받았기에 나는 다시 한번 『선생님』의 가면을 쓸 수 있었다.

그녀가 있기에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가 있어서 나는 안심하고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

"고마워, 호시노."

"무슨 일이야 선생, 느닷없이."

그러니 너에게는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나를 구해줘서."

"아이참, 그렇게 말하지 마, 선생. 아저씨 화낸다?"

"정말로 고마... 워..."

"후후, 잘 자. 선생."

이렇게 오늘도 나의 의식은 기분좋은 편안함 속에서 천천히 어둠에 가라앉았다.

"고맙다니, 선생."

"그건 내 대사야."

선생님이 완전히 잠들어 버린 것을 확인하고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고마워, 선생. 떨어져줘서."

너무나도 아름답게 내 곁으로 가라앉아버린 선생님을 향한 말을.

계속, 계속 이러고 싶다고 생각했다.

"있지, 선생은 그때 기억해?"

그때부터 계속.

"이제 모든 게 틀렸다고 생각했을 때, 모두와 헤어지고 전부 끝장이라고 생각했을 때, 선생은 도우러 와줬지."

『데리러 왔어』 라고 말해주며.

"아저씨, 그때부터 선생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게 됐어."

처음의 감각이 가슴을 관통했다.

"선생을 만났을 때 말이야, 바로 알았거든. 아, 이 사람은 나와 동족이다라고."

설령 그게 가면을 쓴 모습이었다고 해도.

"하지만, 그런 것도 아저씨에게는 좋은 느낌이었어. 가면을 쓰고 나서의 힘든 점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 사람을 원한다.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기회라고 생각했지, 선생이 총을 맞았다고 들었을 때는."

그래서 아주 조금, 나는 옛날로 되돌아갔다.

"분명 약해질 거라 생각했으니까."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더 이상 드러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가면을.

"아저씨는 아이 체형이고 곡선미라곤 없거든. 그래서 선생에게 직접 공격은 불가능해. 그럼 남은건 함정이지."

선생님을 손에 넣기 위해서.

"그래서 선생의 가면을 한번 벗긴 후 몰아붙였고, 그 후에 아주 다정하게 대해준거야. 이런 걸 당근과 채찍이라고 해야 하나?"

스마트폰을 쏘고, 샬레에 몰래 들어가 방해가 들어오기 전에 계획을 실행했다.

"미안해, 선생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짓을 해서. 이런 짓을 했다고 알려지면 분명 미움받을 거야."

편안한 호흡으로 잠자는 선생님의 뺨을 어루만지며 하는 작은 혼잣말.

"하지만 너무 늦었다구? 선생은 선생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저씨에게 의존하고 있으니까."

승리를 확신한 후의 독백.

"선생은 파블로프의 개를 알고 있을까? 지금의 선생은 그것과 같은 상태란 말이지?"

"지난 2주 동안 선생의 몸은 『행복, 안심=타카나시 호시노』라고 기억해 버렸어. 반대로 말하면 『타카나시 호시노가 없다=불만, 불안』이 되어 버렸다는 거나 마찬가지야."

내가 생각해도 꽤 무겁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는 소중한 존재가 어떤 형태로든 내 곁을 떠나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도 내 안에서는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괜찮아, 제대로 책임질게? 선생♡ 계속, 계속 함께니까♡"

나는 다시 한 번 아무것도 모른 채 편히 잠든 선생님의 뺨을 쓰다듬은 뒤 마찬가지로 잠이 들었다.

끝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420213

반전까지 제목에 써버리면 어떡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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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3.05번역

소설핫산) 멘탈이 무너진 선생님을 호시노가 응석받이로 만드는 이야기

#타카나시 호시노#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22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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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P
ㅇㅇ작가
작가 정보 없음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3.03.05 21:46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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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나
ㅇDC
ㅇㅇ123.03.05
ㅇDC
ㅇㅇ223.03.05
디시콘
ㅇDC
ㅇㅇ323.03.05

개맛있다 몸매 컴플랙스에 유매 트라우마까지 이용해서 이유를 붙이네 캬

ㅇDC
ㅇㅇ423.03.05
ㅇDC
ㅇㅇ523.03.05

서로 일그러진 채로 달라붙어 있으니 해피엔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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