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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선생님을 밀착경호하는 호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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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순애

그날의 일은 지금도 꿈에 나온다.

나의 소중한 사람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졌던 그날.

등골이 오싹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그 느낌.

선생님은 알고 있을까. ......분명 모르겠지.

왜냐하면 선생님은 사라져버리는 쪽이니까. 나를 도와줬을 때도, 그 에덴조약 때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도 학생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어른이니까.

선생님은 모르겠지. 에덴조약 체결식, 총에 맞았다는 얘기를 이후에 들었을 때,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구?

내가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아무리 말해도 선생님은 멈추지 않는다. 누군지도 모르는 학생을 위해 나를 두고 가버린다.

싫어.

계속 곁에 있어줘. 안아줘. 나를 놓지 놓지 말아줘.

선생님까지 나를 두고 가버리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그런 잔혹한 세계에 살아야 할 의미도, 이유도 없어.

내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연기하는 건 이제 그만두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생님은 반드시 지키겠어. 설령, 누군가를 죽인다고 해도.

"좋은 아침, 선생."

인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거침없이 들어온 오늘의 당번에게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를 돌려주려다...... 그 모습에 무심코 굳어버린다.

"......호시노?"

"응? 왜 그래 선생, 아저씨에게 뭔가 있어?"

평소같은 느긋한 말투. 허리까지 내려오는 분홍색 긴 머리. 졸린 듯한 표정. 그뿐이라면 아비도스 폐교대책위원회 위원장인 타카나시 호시노 그 자체겠지.

신경쓰이는 건 그 복장이다.

"아니,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거야? 멋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지금 눈앞의 호시노는 평소와 복장이 달랐다. 아비도스 고교 지정 교복인 흰색 셔츠, 그 위에 검푸른색 조끼를 입고 있다. 마치 발키리의 일반적인 경찰이 입고 있을 법한 방탄복이다. 왼팔에는 아비도스 마크가 들어간 완장. 심지어 팔꿈치와 무릎에 보호대 같은 것까지 끼고 있었다. 낯익은 방패를 가방처럼 어깨에 메고, 허리춤에는 애용하는 흰색 세미 오토 샷건 【Eye of Horus】를 차고 있다.

헬멧은 쓰지 않았지만 발키리의 경비대원으로 여겨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 모습은 그야말로 완전무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으헤. 멋있다니. 아저씨도 기합넣고 준비한 보람이 있네."

쑥스러운 듯 뺨을 긁는 호시노. 이에 맞춰 핑크색 바보털이 해초처럼 흔들린다. 언동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거 같은데.....

"엄청나게 중무장하고 왔지만, 오늘 특별의뢰 같은 건 없는걸?"

"알고 있다구? 이건 뭐랄까... 응. 이미지 체인지 같은 느낌? 으헤, 아저씨도 가끔은 그런 거 하고 싶으니까 말이야."

"이미지 체인지라..."

고등학교 데뷔 같은 걸까. 그렇다기엔 너무 과한거 같지만..... 그건 뭐 키보토스니까 그렇다고 치고, 그녀는 이미 3학년인데.

뭐 평소에는 달관...... 이라고 할까, 어른스러운 그녀도 아직 자신이 지켜야 할 아이――학생 중 한 명이다.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해도 아직 어리다. 그러고 싶을 때도 있는거겠지.

혼자 납득하고 입을 열었다.

"그렇구나. 잘 어울려, 호시노. 예뻐."

"으헤..... 헤?"

흔들리던 바보털이 멈춘다.

"예, 예뻐......?"

"? 응. 멋있다고는 아까도 말했지만 뭐랄까. 그 모습이 정말 자연스러워 보여. 조화롭다고 할까....... 지금까지 부족했던 뭔가가 채워진 듯한..... 어쨌든, 예쁘구나."

미안해, 능숙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국어 선생님은 될 수 없을 거 같네.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 호시노를 향해 쓴웃음을 짓는다.

"예쁘다...... 그런가...... 예뻐...... 으헤......."

곱씹듯이 중얼거리며 비치된 소파에 앉은 호시노는 가장자리에 놓여있던 고래인형(호시노가 샬레에 상주시키고 있는 아이. 게임센터산)을 꼭 끌어안고 입가를 가렸다.

"......고마워, 선생."

눈을 돌리며 모기만한 소리로 그렇게 말한 그녀의 뺨은 머리카락보다 선명한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연방수사동아리 S.C.H.A.L.E】 통칭 【샬레】의 업무는 매우 다양하다. 간단한 것이라면 반려묘 찾기부터 중규모 불량학생 집단 진압, 또는 그 유명한 에덴조약과 같은 대형 사건까지, 학생들의 고민과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샬레의 업무이자 존재 이유다. 그렇게 선생님이 정했으니까.

다만, 샬레의 선생님은 한 명뿐인 반면, 학생들은 각 자치구를 합쳐 수만은 가볍게 넘기 때문에 업무량이 터무니 없는 수준이 되었고,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 위해 선생님은 날마다 키보토스를 분주히 돌아다닌다.

낮에는 학생들을 위해 키보토스 전역을 뛰어다니고, 샬레의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총학생회에 해결한 안건에 대한 보고서를 몇 개씩이나 작성하는 등 분명 선생님 혼자서는 오버워크였다. 과로사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그때마다 그와 가까운 학생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과로를 주의받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학생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고,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세 번째 실신했을 때 드디어 인내심에 한계가 온 밀레니엄 학생회 【세미나】 소속의 하야세 유우카가 주도하여 만들어 낸 제도가 【샬레 당번】이다.

간단히 말해 샬레에 소속된 학생들――샬레 부원들이 선생님의 일을 도와주는 제도로, 선생님의 손과 발이 되어 사무일이나 외근을 나가는 선생님의 호위같은 걸 하는 게 주된 일이다.

처음에는 학생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게 할 수 없다며 제도 자체를 거부하던 선생님도 여러 학생들의 걱정, 충고, 논파, 눈물로 애원 등 기타 여러가지로 인해 학생생활을 우선시한다는 조건부지만 마지못해 인정했다.

적어도 학생에게 공짜로 일을 시킬 수 없다는 선생님의 의향도 있어서 아르바이트 취급으로 월급도 비교적 나오지만 샬레 부원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자신을 도와준 어른인 선생님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으로 인해 월급 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들은 매일 업무를 돕고 있다.

당번 일정은 각각 학생의 사정을 고려하면서 최고참 샬레 부원인 하야세 유우카가 중심이 되어, 마찬가지로 최고참인 【게헨나 선도부】의 히노미야 치나츠, 트리니티 【정의실현부】의 하네카와 하스미등과 상담해 사전에 근무표를 작성하고 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도우러 오는 학생이 끊이지 않고, 당번 학생과 불꽃을 튀기는 게 일상이 되었다. 참으로 두려운 여자의 집념. 최근에는 「목숨이 아깝다면 샬레 사무실에 접근하지 마라. 저기는 키보토스의 화약고다」라며 일부 불량학생들로부터 공포의 대상이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샬레 오피스 일대는 치안이 향상되었고 발키리 소속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그건 그렇고 이야기를 되돌려서.

그런 위험지역으로 취급되는 샬레 사무실에서 방해가 되는 걸 꺼려했는지, 드물게도 호시노가 재촉해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던 다른 당번 학생에게 외출을 전하며 외근을 나온 선생님이었지만 처음부터 기묘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저기, 호시노?"

"왜에~ 선생."

"아니, 조금 가깝지 않아......?"

실제로는 조금 정도가 아니었다. 지금의 호시노는 꾸욱하는 의성어가 나올 정도로 선생님의 팔을 끌어안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눈을 감고 뺨을 비비기까지 했다.

체격차가 있기에 이젠 선생님에게 매달린다고 해도 좋을 상황이었다. 다른 샬레 부원에게 보면 대참사 확정이겠지. 적어도 유우카의 뇌는 파괴된다.

"으헤, 아저씨. 오늘은 이렇게 하고 싶은 기분이야. ......귀찮았어?"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 하지만 마지막에 목소리 톤이 조금 떨리는 것을 선생님은 놓치지 않았고, 파랗고 노란 오드아이가 불안한 듯 흔들리는 것을 간과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호시노가 순순히 응석을 부리게 됐구나 하고 감회가 새로운걸. 조금 걷기 힘들긴 해도."

"――그런가. 미안해, 선생. 하지만 조금만 더."

그 말을 듣고 안심했는지 호시노는 다시 슬쩍 팔에 얼굴을 가져다 댄다. 마치 자신의 냄새를 마킹하는 소동물처럼.

호시노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한 모습이다.

느긋함의 가면을 쓰고, 그 뒤에서 어른 따위는 믿을 수 없다고 눈으로 말하던 그 소녀가 어른인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

선생님으로서는 분에 넘칠 정도로 고마운 일이었고,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내 선택이 적어도 호시노에 관해서는 틀리지 않았다는 걸 그 광경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일단 좋을대로 하게 두자며 호시노를 팔에 매달고 걷기를 잠시.

"그러고 보니 선생, 오늘 업무는?"

만족했는지 뺨을 비비는걸 그만둔 호시노가 물었다. 팔에 달라붙어 있는 건 변함없지만. 역시 평소보다 거리가 가깝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오늘의 업무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걸 깨달았다. 호시노가 재촉한 것도 있지만 진작 눈치채야 했을 텐데. 반성하면서 정보를 호시노와 공유한다.

"오늘은 아비도스 근교 조사야. 뭔가 헬멧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는지 인근 주민들의 의뢰가 있었어.

"으헤, 그 녀석들인가."

헬멧단. 앞에 카타카타라든가 첨벙첨벙 같은 수식어가 붙었다가 붙지 않았다가 하는, 키보토스 각지에서 활동 중인 무장 불량 집단이다.

호시노와는, 아니 아비도스 폐교대책위원회의 멤버들과는 얕지 않은 인연이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질리지도 않나보네 그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 선생? 수단은 이것저것 있는데, 아비도스라면 아저씨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지~"

"응. 다행히 의뢰엔에게서 자세한 정보를 들었거든. 거처는 파악했으니 우선은 직접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해."

"――뭐?"

들어본 적 없는 낮은 목소리. 호시노가 갑자기 멈춰 선다. 팔을 잡힌 선생님도 어쩔 수 없이 멈춰 서게 된다. 갑자기 몸을 고정 당한 선생님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휘청였다.

"윽! .....무슨 일이야, 호시노. 갑자기――호시노?"

그것은, 선생님이 처음 보는 호시노의 진지한 얼굴이었다. 느긋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흩어지고 빛을 잃은 눈은 평소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다. 동공은 가늘게 조여져 마치 맹금 같다.

선생님의 팔을 잡는 힘이 강해진다.

"안 된다구, 선생. 비무장으로 무장단체에 정면으로 들이댄다니. 호위도 나밖에 없는데.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걸?"

"......괜찮아, 호시노. 싸우러 가는 게 아니야. 그저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거야. 불량 집단이어도, 모두 내 학생들이니 "괜찮지 않아!!" "

"선생은 헤일로가 없잖아!? 총알 한방에 죽을지도 몰라! 아니, 죽어버린다고!? 간 곳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으면 어쩔 셈이야!? 저격수가 노리면!? 잡졸들에게 포위당하면!?"

"호시노....."

선생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호시노가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걸 보는 것은 처음이다. 팔을 안는 힘이 너무 세서 삐걱이는 소리가 나는 듯 하고 통증마저 느껴진다. 그렇다고할까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무엇이 트리거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호시노에게는 평소와 같은 냉정함이 없다.

흥분해서 어깨로 숨을 쉬는 호시노. 맹금 같은 눈동자는 본인의 감정에 맞물려서인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미안, 선생.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그래도 직접 만나는 건 그만두자? 리스크가 너무 높아. 사무실에 있던 아이들도 부르고, 전력을 정비하고 정보도 모아서 다시 오자. 응?"

"......고마워, 호시노. 그렇게까지 나를 걱정해 주는구나."

허리를 숙여 호시노와 시선을 맞춘다. 좁혀진 동공――불안하게 흔들리는 파랗고 노란 거울에 선생님의 모습이 비친다.

"하지만 호시노. 정말 대화를 하러 가는 것 뿐이니까 괜찮아. 오히려 많은 인원이 몰려가면 경계하게 만들테니까. 우리 둘만인 게 대화하기는 편해. 게다가 헬멧단의 아이들도 호시노와 마찬가지로 귀여운 내 학생들이니까. 갑자기 무력으로 제압한다거나 하는 일은 되도록이면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선생님」이니까. 끝까지 그녀들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호시노는 신뢰하고 있으니까.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 빠진다 해도 호시노가 있다면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잠깐의 정적이 감돌았다. 호시노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결코 선생님의 팔을 놓으려 하지 않았고, 선생님 또한 결코 호시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알았어."

넉넉잡아 10분은 지났을까.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는 사고에서 결정을 내린 호시노가 고개를 든다.

"단, 선생의 억지를 들어주는 건 대화가 성립되는 동안 뿐. 저쪽이 무기를 들면 이쪽도 응전할거야. 상대방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선생의 안전을 우선시할테니까.――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지금 당장 끌고서라도 샬레로 되돌아가겠어."

어두운 눈동자가 선생님을 응시하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면 정말 끌려가게 될 듯하다.

더 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어. 미안해, 호시노. 귀찮게 해서."

".....아니. 나도 너무 감정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갈까, 선생. 빨리 끝내고 아저씨랑 낮잠 자는거야―"

"낮잠은...... 역시 무리려나. 이후엔 보고서가 기다리고 있으니. 하하."

――그리고, 어떤 학생에게도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내가 신뢰하는 선생님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런 선생님이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면서도 호시노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선생님에게 바짝 붙었다. 무거운 결의를 그 작은 몸에 끌어안으며.

내가, 선생님을 지켜야 해.

아비도스 근교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사막지대다.

한때 키보토스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학교였던 아비도스 고등학교. 많은 학생들이 모여들던 이곳에는 학생들의 수요를 겨냥한 다양한 상업시설과 공장 등이 모여 활기를 띠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 모래에 파묻힌 지금은 그저 넓기만 하고 모래뿐인, 대부분 사람 없는 고스트 타운으로 변해버렸다.

그런 모래로 뒤덮인 거리 속에, 과거 공장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이 하나. 소유하던 기업도 손을 떼고, 누구에게도 잊혀진 채 반쯤 모래에 파묻힌 그 장소에 헬멧단은 주둔하고 있었다.

"아앙? 뭐야 네놈들, 뭐하러 온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는거냐?"

폐공장 입구 근처에서 망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풀페이스 헬멧을 쓴 불량배가 이쪽을 눈치챘는지 으르렁거린다.

"게헨나 선도부도 울면서 용서를 비는, 가타가타 헬멧단*의 거점이라고! 알았다면 빨랑...... 꺼지........... 응?"

그러나 말하던 중 위화감을 느꼈는지 기세가 꺾이더니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무래도 선생님의 얼굴을 아는 상대인 모양이다. 아쉽게도 선생님은 헬멧 때문에 누군지 알 수 없는데. 그런데 가타가타 헬멧단이라니, 어느새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것 같은 조직명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좋지만 그 말은 히나나 아코가 들으면 위험하니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선생님은 조심스레 생각했다.

"샤, 샬레의 선생!? 어째서 이런 곳에!?"

"너희들이 최근 이 근방에서 날뛰는 바람에 곤란하다는 의뢰가 들어와서, 이야기를 들으러 왔어."

"하, 할 이야기 따윈 없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쪽 일을 방해만 하고! ......응? 호위는 그 못보던 꼬맹이 하나인가?"

"어?"

설마, 호시노를 눈치채지 못했나? 아비도스 근교에서 활동한다면 얼굴 정도는 알 텐데. 확실히 옷차림은 평소와 다르지만...... 무심코 옆의 호시노를 보고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는지 순간적으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명백히 보이는 날카로운 분위기. 가늘게 뜬 짐승 같은 눈빛. 파랗고 노란 두 가지 색의 눈이 눈앞의 헬멧단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한 손은 선생님의 팔을 꼭 잡은 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보호할 기세다. 다른 한 손에는 수납형의 방패를 언제든지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생님과의 약속 때문인지, 애총은 뽑지 않았지만, 평소 잠꾸러기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는 타카나시 호시노라고는 도저히 여겨지지 않는, 선생님이 알지 못하는 호시노가 거기에 있었다. 과연,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다르면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당연할지 모르겠다.

"설마 그런 꼬맹이 하나만 데리고 이곳에 올 줄이야! 조~금 우리를 얕본 거 아냐? 앙?"

안타깝게도, 그저 깡패이자 불량학생인 헬멧단원에게는 지금 호시노의 위험성이 전혀 전해지지 않는 듯 하다. 완전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있다.

이쪽에 전력이 없다고 착각한 헬멧단원은 더욱 기세가 오르기 시작한다.

"저기 선생. 지금 우리가 돈이 없어서 곤란하단 말이지. 도와주지 않으려나? 설마 싫다고는 하지 않겠지? 어차피 학생의 편이잖아, 선・생・은."

갸하하, 트리니티 아가씨가 들으면 눈살을 찌푸릴 듯한 품위 없는 웃음소리를 내며 헬멧단원이 다가온다. 그 손에 쥔 것은 검게 빛나는 서브머신건. 키보토스 밖에서 온 인간인 선생님의 목숨을 쉽게 앗아갈 수 있는 무기의 총구가 겨누어진다.

흉기를 들고 협박하려는 그녀에게, 학생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선생님이 진지한 얼굴을 한 순간......

강하게 끌어 당겨지면서 동시에 바람이 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생님은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햇볕에 달궈진 모래의 감촉으로 엉덩이가 사박거리고 뜨겁다. 지금 한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확실히 팔을 힘껏 잡아 당겨진 거 같은데......

그 의문은 눈앞의 광경을 보자마자 해결됐다.

호시노다. 선생님이 본 적 없는 거친 프레셔를 흩뿌리는 호시노가 헬멧단원 위에 올라타 그 몸을 짓누르고 있다. 아마도 목을 조르고 있는지 호시노의 손끝은 헬멧 밑으로 파고든 채로 얼핏 봐도 괴로워 보인다. 들고 있었을 서브머신건은 떨어진 곳에 버려져 있고 쓰고 있는 헬멧은 한쪽이 움푹 패여 아이실드에 무수히 많은 균열이 생겼다. 호시노가 방패를 쥔 모양새로 보아 아무래도 그걸로 맞은 것 같다.

그 찰나의 순간에 선생님을 끌어내어 사선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헬멧단원에게 돌격해 무장해제와 무력화를 행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도 보이지 않을, 엄청나게 재빠르고 훌륭한 솜씨였다.

"내 선생님에게 총을 겨누지 마. 비루한 불량배 따위가."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두려울 정도로 낮은 목소리. 차갑게 굳은 마그마처럼 격정을 억지로 억누른 듯한 무표정. 눈빛이 완전히 사라진 호시노가 상대를 조르면서 짐승처럼 으르렁거린다.

숨을 쉴 수 없는지 단원은 괴로운 듯 몸부림치지만 호시노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바이스처럼 먹이를 잡고 놓지 않는다.

"호시노! 스톱"

선생님은 황급히 달려가 호시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대로라면 상대의 숨통이 물리적으로 멈춰 버릴 것 같다.

"놓아줘. 이러면 대화도 할 수 없잖아."

"......"

호시노는 정말 마지못한 듯이 손을 놓았다. 단원을 풀어줌과 동시에 바로 선생님 곁으로 다가가 다시 단단히 팔을 잡는다. 오늘만 해도 팔에 호시노의 손자국이 남을 것 같다.

호시노는 기침하는 단원을 뒤로 한 채, 선생님의 주변을 빙빙 돌며 확인하고는 옷 위로 몸을 만져보고 있었다.

"선생,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쳐서 떨궜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아. 호시노의 대응이 엄청 빨랐으니까. 고마워. 다만 대응이 너무 과격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렇지 않아. 저 녀석은 선생에게 총을 겨눴어. ――나의, 선생에게......"

이를 꽉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몇 단계는 더 날카로워진, 이제는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듯한 안광이 단원을 꿰뚫는다. 이제야 피아의 실력 차이를 인식했는지 헬멧단원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너로는 대화가 안 통해. 지금 당장 리더급을 불러와.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바, 바로 불러오겠습니다!!"

펄쩍 뛰어오른 듯한 단원이 폐공장 안으로 사라진다.

그 등을 구멍이 뚫릴 정도로 노려보던 호시노는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는 동시에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거기에 꾹꾹 밀리며 선생님은 근처의 차폐물의 그림자로 들어간다. 평상시의 잠꾸러기 같은 움직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경계하는 모습이 분명 평소와 다르다.

"호시노, 좀 더 어깨에 힘을 빼도 괜찮을 거 같아. 그렇달까 오늘 정말 무슨 일 있어? 분명 평소보다 날카로운데......"

"물러, 선생. 여긴 이미 적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스나이퍼가 이쪽을 스코프 너머로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몰라."

"호시노......"

"괜찮아. 안심하고 내 말을 들어줘. 절대로 선생은 지킬테니까. ......절대, 절대로."

호시노는 선생님을 향해 굳은 결의가 담긴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선생님에게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오늘의 호시노는 불안정하다. 더 이상 그녀를 자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기다림도 잠시. 방금 전 돌아간 헬멧단원(헬멧이 찌그러져 있어 금방 알 수 있었다.)이 또다시 풀페이스 헬멧을 쓴 여학생을 데리고 왔다. 아무래도 그녀가 가타가타 헬멧단의 리더인 것 같다.

"샬레의 선생인가. 이런 곳까지 일부러 와놓고 상당히 거친 인사로구만."

"네가 여기 그룹의 리더야? 아비도스 주민분들의 부탁을 받고 이야기를 하러 왔어. 거친 짓을 해서 미안해. 그녀 쪽은 다치지 않았어?"

"흥. 이런 걸로 뭐라 할 만큼 이 녀석도 무르지 않아. ......그건 그렇고, 과연 그렇군."

선생님의 걱정을 일축한 리더는 지금도 격정이 가라앉지 않는지 프레셔를 뿌려대는 호시노의 모습을 보고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 『새벽의 호루스』가 부활해 샬레의 선생 곁에 있을 줄이야. 말 그대로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

"새벽의...... 호루스?"

호시노의 어깨가 순간 흠칫 떨렸다. 프레셔가 조금 가라앉는다.

"그 핑크머리의 별명이지. 내가 아는 모습은 더 짧은 머리였지만. ――공격의 천재. 키보토스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굴지의 전투 능력을 가진 무투파의 초엘리트. 하지만 1년 전을 기점으로 볼 수 없게 된 후로, 화제에 오르지도 않아서 틀림없이 어디선가 죽었거나 키보토스를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살아있었던 모양이군."

그런 별명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선생님은 무심코 옆의 호시노를 쳐다본다. 그러고 보니 검은양복이 호시노를 키보토스 최고의 신비라 불렀었다.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호시노의 움직임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그게 그녀 본래의 실력인 걸까?

생각에 잠겨 있는데, 「따악」하고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난다. 놀라 정면을 보니 팔을 높이 치켜든 리더의 모습이 있었다.

다음 순간 폐공장 안에서 헬멧단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들은 부채꼴로 펼쳐지더니――차례차례로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눈다. 다수의 총구가 선생님과 호시노를 향했다.

".......무슨 짓이지."

호시노가 차갑게 물었다.

"아니 뭐, 호박이 넝쿨 째 굴러 들어왔으니 말이야. 사양 말고 받아야 하지 않겠어?"

킥킥 웃음을 터뜨리며 리더는 자신의 총기 그립을 잡았다.

"기다려줘!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야! 이야기를 하러 왔어!"

"그런가, 선생. 공교롭게도 이쪽이 할 말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감사는 하고 있다고? 이름을 날리고 싶은 우리 앞에 단 둘이서만 나타나 줬으니까 말이야. 눈엣가시 같은 샬레의 선생에 전설로 취급 받는 새벽의 호루스까지 쓰러뜨릴 수 있다면 큰 호재겠지. 우리 가타가타 헬멧단에게 말이야!"

――쏴.

설득하려는 선생님을 가로막고 리더가 무자비하게 호령을 내린다.

이건 위험하다고 선생님이 싯딤의 상자를 꺼내려는 것과 여러 개의 머즐 플래시가 작렬하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섬광과 총성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대량의 모래먼지가 일어나 표적을 가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후, 누구할 것 없이 트리거에서 손을 떼고...... 그 뒤엔 고요함만이 남았다.

"그렇게나 쏴댔으니 역시 쓰러졌겠지만....."

선수필승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쏜 것이다. 무사할 리는 없겠지. 자욱한 모래먼지 속에서 눈을 부릅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이, 확인하고 와."

옆에 있던 헬멧단원에게 턱으로 그렇게 재촉했고, 단원은 모래먼지 속으로 들어갔다. 단원의 뒷모습이 모래먼지에 섞여 이윽고 실루엣조차 보이지 않게 됐다.

샬레의 선생을 쓰러뜨렸다면 가타가타 헬멧단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겠지. 그만큼 샬레의 존재는 키보토스 안팎으로 크다. 게다가 새벽의 호루스도 해치웠다면 우리의 평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제 큰 규모의 의뢰가 들어오기 쉬워질 것이고 앞으로의 일도 쉬워질 것이다. 일석이조란 바로 이 걸 두고 하는 말이리라. 우려점인 총학생회도 총학생회장 실종의 후유증이 남아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고맙군, 선생. 그리고 안녕이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리더의 머릿속에는 앞으로의 밝은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갑자기 모래먼지를 가르며 리더의 바로 옆을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스쳐지나갔다.

"......하?"

자신도 모르게 말이 새어 나온다. 뒤늦게 뭔가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에 부딪혔을 때와 같은 불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벽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조금 전에 확인하러 보낸 헬멧 단원의 모습이 있었다. 상당한 기세로 부딪혔는지 그 몸은 벽에 반쯤 박혀 있다.

단원의 발밑에는 삼각형 마크 아래 IRON HORUS라고 적힌 방패가 떨어져 있었다.

".......구나."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점점 희미해지는 모래먼지 속에 쓰러진 어른을 보호하고 있는 작은 인영이 보였다.

"......쐈구나...... 선생님을...... 내 선생님을...... 총알 한 방에 죽어버리는데...... 다수가 둘러싸고......."

휘청이며 인영――호시노가 일어선다.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자그마한 체구다. 초등학생과 별 차이가 없는, 겉보기에는 매우 연약해보이는 여자다.

그런데도, 그럴 터인데도 헬멧단원들에게는 그 모습이 지금 그야말로 폭발 직전의 폭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죽이려고 했어!!!"

정정. 지금 막 폭발했다.

호시노의 피를 토하는 듯한 울부짖음에, 귀신 같은 형상에 자칭 게헨나 선도부도 울면서 용서를 비는 가타가타 헬멧단원들은 모두 떨었다.

허리 뒤쪽에서 뽑힌 흰색 샷건이 손안에서 회전하고 그 총구가 단원들을 향한다.

"――너희들.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한 마리의 작은 맹금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채 먹이를 향해 날아올랐다.

――그것은 이미 전투 같은 게 아니었다. 유린, 또는 학살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었다.

"끄악!?"

"으악!"

호시노가 헬멧단원들 사이를 종횡무진 날아다닐 때마다 한명 한명씩 헬멧단원이 땅에 쓰러져갔다. 무서운 것은 그 속도. 분홍색으로 빛나는 헤일로의 반짝임과 특징적인 파랗고 노란 눈동자의 빛이 호시노가 움직일 때마다 잔광을 남기며 3색의 레이라인을 공중에 차례로 그려내고 있다.

"케헥!"

"끄윽!"

어떻게든 반격하려 해도 헬멧단원들의 시야에는 아련한 핑크빛 머리카락 한 올도 비치지 않았고, 그녀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조준하기 전에 맹공을 받아 순식간에 의식이 날아갔다. 보이지 않는다고 적당히 총알을 뿌리는 사람도 있지만 맞을 기미는 없고, 오히려 서로간의 싸움을 유발하는 결과를 낳는다.

주먹이 날아오고, 무릎이 부딪히고, 산탄총이 울부짖는다. 총소리가 뒤늦게 들린다고 착각할 정도의 경이로운 속도로 호시노는 헬멧단원들을 차례차례 해치워나갔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리더는 그 참극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어느 학교 정보부 소속이던 그녀는 경계 대상으로 거론되던 호시노를 알고 있었다. 키보토스에서 손꼽힐 정도의 실력자라는 것도.

하지만 설마 자신이 지도한 헬멧단원들을 모두 꺾어버릴 정도의 괴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도 단원들을 계속 농락하는 압도적인 속도와 제압력은, 소문으르 들은 밀레니엄의 에이전트 조직 【C&C】 최강의 미카모 네루나 트리니티의 【정의실현부】 위원장인 켄자키 츠루기, 【게헨나 선도부】 부장 소라사키 히나에게도 뒤지지 않아 보였다. 자칫하면 그 세 명보다도......

아니,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아. 서둘러 여기서 탈출하지 않으면. 이대로 가다가는 가타가타 헬멧단 자체가 괴멸한다. 그렇다기보다 이미 단원 대부분이 전투 불능이 된 이상 거의 궤멸이나 다름없지만, 리더인 자신이 당하지 않는다면 재기의 싹은 있다.

"젠장! 기억해두극!?"

「기억해둬라」는 뻔한 대사를 내뱉는 것조차도 그녀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도중에 그 입에 딱딱하고 긴 무언가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하얀 샷건의 총신이.

"네놈으로, 마지막이야."

헬멧을 벗겨내고 총구를 입에 쑤셔 넣으며 눈을 부릅뜬 호시노가 그렇게 선언한다. 그렇게 많았던 가타가타 헬멧단은 단 한사람 앞에서 전멸하고 말았다. 여기저기 쓰러진 단원들이 구르며 신음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도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이들은 결코 밟지 말아야 할 호랑이 꼬리를 밟고 말았으니.

호시노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린다. 불행하게도 그것을 보고만 리더는 필사적으로 목숨을 구걸했다.

"아, 아아아으! 아아아으아라, 아으에아――"(그만! 사과할테니까, 살려――)

대답은, 납덩어리의 맛이 났다.

죽여야해.

죽여야해.

죽여야해.

죽이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이 죽는다. 죽고 만다. 나를 두고 가버리고 만다.

이젠 싫은데. 남겨지는 건. 소중한 사람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는 건.

처음이었다. 서투르게 선배 흉내로만 후배를 대할 수 있는, 대하는 법을 모르는 귀찮은 나를 위해 힘써주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속고, 놀아나고, 배신당하고,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나지 못한 내가 마음속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게 된 어른은.

처음이었다. 물고기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보물찾기에 어울려주고, 나를 위해 수족관 티켓을 준비해 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할까 보냐. 존재 자체를 허락할까 보냐.

선생님을 해치는 녀석은, 그 가능성이 있는 녀석은. 내가 다 정리해 버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은――

"호시노!!!"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에 휩싸여 내 의식은 떠올랐다. 익숙한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팔이 내 몸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다. 이제 그만두라고 부탁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안심되는 냄새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손을 멈추었다. 진작에 총알이 다 떨어진 애총은 땅에 떨어졌고, 총을 쥐고 있던 손은 굳게 움켜쥔 채 눈앞에 있는 여자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이제 괜찮아. 호시노가 지켜준 덕분에 난 무사해. 이제 그녀들은 싸울 수 없어. 그러니까......."

"더 이상은 안 돼. 호시노. 그녀가 죽어버려."

마운트를 빼앗긴 채 나에게 계속 얻어맞던 여자는 이미 얼굴의 원형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따금씩 경련을 일으키고 희미하지만 호흡 소리도 들리니 살아있긴 한 것 같다. 머리 위의 헤일로는 이미 소실되어 기절해 전투불능 상태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제 괜찮아. 더 이상 할 필요는 없어. 알았지? 알았으면 주먹 풀자. 괜찮으니까. 응?"

어린아이에게 타이르는 듯한 온화한 어조. 피에 젖어 더러워진 내 주먹을 선생님의 커다란 손이 감싼다. 선생님의 온기가 손을 통해 나에게 흘러 들어온다. 아아......

살아있어. 선생님도, 나도.

자연스럽게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체중이 뒤로 쏠려 선생님의 몸에 등을 맡기는 모양새가 된다. 그 틈을 타 선생님이 나를 어린아이에게 하듯이 끌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했다. 선생님의 힘 같은 건 연약해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풀 수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주먹을 휘두를 의사가 없었다.

오히려 계속 이 자세 그대로 있고 싶었다. 내 손을 감싸는 선생님의 손을 향해 연인처럼 손가락을 겹친다. 선생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불만이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내 인생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따스한 순간이었다.

선생님이 구호 요청을 하는 동안 나는 줄곧 선생님에게 몸을 맡기고 그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호시노. 오늘은 정말 무슨 일 있었어?"

시간이 바뀌어, 밤. 출동한 구급대원의 헬멧단원 구호에 동행해 무사함을 확인한 후 샬레 사무실로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것이 끝날 무렵에는 완전히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호시노에게 감돌던 거친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마치 고래 상어에 달라붙는 빨판 상어처럼 선생님에게 달라붙어 다녔다.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그 모습을 보고만 유우카를 포함한 당번 학생들의 경악은 기억에 남는다. 특히 같은 아비도스 폐교대책위원회 소속 아야네는 눈을 동그랗게 뜬채 연신 안경을 닦고 호시노를 보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괴로울 정도로 잘 안다.

"오늘 호시노는 엄청은 아니지만 평소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 특히 헬멧단에 대한 오버킬. 항상 시로코와 세리카를 멈춰세우던 호시노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다른 당번을 돌려보낸 뒤, 단둘이 남은 샬레 오피스. 달빛이 두 사람의 방을 조용히 비춘다.

부드럽게 되묻는 선생님에게 호시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가죽 의자에 앉은 선생님의 무릎 위를 점거하고 달라붙어 이따금씩 머리를 선생님의 배에 비비적댄다. 선생님의 시점에선 호시노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바보털이 조금씩 튀어오르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

선생님은 결코 호시노에게 화내지 않았다. 헬멧단원에 대한 공격은 일부 과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도 선생님이 헬멧단을 설득하지 못한 결과 일어난 일이다. 이번 건의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고 선생님은 생각했다.

그렇기에 선생님은 결코 호시노를 재촉하지 않고 그녀가 자발적으로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똑딱이며 벽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와 호시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옷 스치는 소리만 방에 울려퍼진다.

".......미안해."

모기 우는 듯한 소리가 선생님의 배에 닿았다.

"선생이 총에 맞았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하얗게 질려서. 참을 수가 없어져서. 선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적은 다 죽여야겠다는 생각에."

".......나를 그렇게 걱정해주는 건, 선생님으로서 과분할 정도로 고마울 따름이야. 하지만 호시노가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괴로워. 무엇보다 『학생이 학생을 죽인다』라는 건 어떤 이유에서는 선생님으로서 인정할 수 없는 일이고."

"하지만!"

호시노가 튀어오르듯 고개를 들었다. 초조함을 시각화할 수 있다면 지금의 호시노야말로 그 예시로 적합하다 싶을 정도로.

"그 녀석들을 살려두면 또 선생이 노려져! 그 녀석들의 집요함은 알잖아!? 선생은 헤일로가 없으니까 저런 잡졸들의 총탄 한 방이라도 치명상이 될 수 있단 말이야!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죽지마, 선생 제발!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겨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테니까!"

"호시노!?"

"이 몸도, 마음도, 남은 것 전부 선생에게 줄 테니까! 그러니까...... 두고 가지 말아줘...... 이제 혼자 남는 건 싫어......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는 건, 만날 수 없게 되는 건 이젠 싫어......."

이미 말라버렸을 오아시스에서 물이 샘솟듯 흘러내리고, 선생님의 배를 적셔간다. 선생님은 그런 호시노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툭툭 물방울이 샬레 오피스 창문에 닿는다. 비가 오기 시작한 것 같다.

"......꿈을 꿨어."

눈물 젖은 목소리로 호시노는 말한다. 오늘 하루 자신이 변모했던 이유를.

"선생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사라지는 꿈을. ......그저 꿈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에겐 그것이 단순한 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 한 번, 내 소중한 사람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잃은 적이 있었으니까."

"! 그건......"

"......유메 선배. 아비도스의 마지막 학생회장. 유일한 내 선배. 머리가 좋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고, 사소한 좋은 일이라도 『호시노쨩! 기적이 일어났어!』라며 바보처럼 기뻐하는. 문제아였던 나를 항상 챙겨주던 그런 선배. ......어리석었던 나는 그런 선배에게 심하게 대했지."

"어느 날 정말 갑자기 선배가 사라져버려서. 아비도스 안을 찾아다니다. 나는...... 나는......"

"......발견했구나. 유메 선배의, 시신을."

"!? 어디서 그걸......"

"미안. 전에 히나에게서 들었어. 에덴조약 때."

".....그런가. 알고 있었구나. 그럼 길게 얘기할 것도 없겠네. .......학생회는 해산. 아비도스의 학생은 나와 노노미밖에 남지 않게 됐어. 그게 1년 전. 내가 좀 더 다가갔더라면, 함께 있었더라면 유메 선배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후회만 가득한 채 이제 아무것도 할 마음이 없어져서 그저 학교와 함께 스러져가려 했던 시기도 있었어. ......노노미쨩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지만."

"그 뒤로 시로코쨩을 발견하고 세리카쨩과 아야네쨩도 입학해 지금의 아비도스 고등학교가 완성됐어. 이렇게 후배들에게 둘러싸일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지키려 했어. 그게 유메 선배에 대한 속죄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하지만 후배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모습은 한 명밖에 알지 못했지. 그래서......"

그렇구나. 드디어 이어졌다. 이야기로 들어왔던 과거의 호시노와 지금의 호시노의 차이. 그 이유.

"유메 선배를 흉내내고 있었구나. 아비도스의 모두를 위해서.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호시노는."

".......응."

소매로 눈을 비비며 처음으로 호시노가 고개를 들었다. 빗줄기가 강해졌는지, 창문에 닿는 물소리가 더욱 세차게 들린다.

"머리도 기르고, 유메 선배의 흉내도 익숙해질 무렵. 그런 때에 선생...... 당신을 만날 수 있었어."

"처음에는 엄청 경계했거든. 내가 지금까지 만난 어른은 제대로 된 녀석이 없었고 선생도 어차피 그런 더러운 어른일거라고 단정해버렸어. 속이고 배신하겠지, 하고. 하지만...... 선생은, 『선생님』이었어."

눈을 촉촉히 적시면서도 호시노의 표정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카이저의 계략을 알고, 빚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알고 폭주하고, 검은 양복과 제멋대로 계약하고 배신당하고 갇혀버렸지. 그런 나를 선생은 모두를 데리고 도와줬어. 여러 학교에 연락해서 협력을 받아냈다는 말을 구출된 후 노노미쨩에게 들었어."

"그 후에도, 바쁜 와중에 나와 어울려주고 말이야. 보물찾기로 스티커를 발견하거나 아쿠아리움 티켓을 위해 책을 사주기도 하고. ......정말로, 기뻤어."

선생님의 팔을 꼭 잡고, 그 커다란 손바닥을 자신의 뺨으로 가져가는 호시노. 눈을 감고 손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듯 뺨으로 문지르기를 반복한다.

"좋아해."

자연스러운 폭탄 투하에 순간 선생님은 반응하지 못했다. 10초 정도 지나고 나서 발언의 의미를 머릿속으로 이해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호시노를 다시 바라본다.

"호, 호시노......!? 잠깐만..."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 어떤 학생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상냥함이 좋아. 로봇 장난감에 눈을 반짝이는 점이 좋아. 조금 얼빠진 모습이 좋아. 지휘를 할 때의 진지한 얼굴이 좋아. 밀레니엄 학생에게 지갑을 잡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좋아. 같이 낮잠자며 잠꼬대를 할 때의 행복한 표정이 좋아......."

호의의 집중포화가 선생님을 덮쳤다.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내구력은 종잇장이었기에 모두 클린히트해서 벌집이 되어 있었다.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날아갈 기세다.

당황하는 선생님을 보며 키득거리던 호시노는 「좋아한다는 말로 동요하는 모습도 좋아」라며 추가타를 날렸다.

가엾은 선생님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해, 선생. 선생님으로서도, 어른으로서도, 남자로서도. 유배 선배만큼 소중하게 생각해."

"호시노, 나는......."

"말하지 말아줘!"

선생님이기에, 네 마음에는 답할 수 없어. 그렇게 고하려던 선생님을 호시노는 큰 소리로 가로막았다.

"알고 있어. 선생이., 내 마음에 답해주지 않는 것은. 왜냐하면 선생님이니까. 그저 학생을 우선시할 수는 없지. 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그런 사람이기에 좋아하게 된 거니까."

(그리고 유메 선배를 지키지 못한 내가 행복해져도 좋을 리가 없어)

"지금 말한 건 그만큼 선생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증명. 내 안에서 선생은, 이미 유메 선배만큼 소중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호시노의 분위기가 다시 거칠게 변했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선생을...... 소중한 사람을 이번에야 말로 지키겠다고 결심했어. 선생이 무모한 짓을 하는 걸 바라지 않으니까, 그것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유배 선배 흉내를 내다가 선생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것도 그만두겠어. 진작에 버렸을 예전의 나로 돌아가서라도 선생의 적은 누구든, 무슨 일이 있든 반드시 죽일 거야."

"호시노...! 그건 안 돼! 네가 살인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아!"

"그러지 않으면 선생이 죽어버려!!"

목이 터져버릴 듯한 강한 외침이었다. 말하면서 최악의 광경을 상상해버렸는지 덜덜 떨리는 몸을 두 팔로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호시노는 속내를 토해냈다.

"에덴조약 때! 선생은 아리우스 녀석들에게 총을 맞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어! 조금이라도 잘못됐다면 나는 같은 전철을 밟을 뻔 했다고! 유메 선배처럼, 이번에는 선생이 없어진다니..... 하.... 하! 하아! 하아!! 하윽!!"

"호시노!?"

호시노의 호흡이 이상해지기 시작하자 선생님은 황급히 호시노에게 호소했다.

"호시노! 천천히 해도 좋으니까 나에게 맞춰서 숨쉬어! 자, 들이마시고...... 내쉬고......."

"하아, 후우, 하아, 후우......"

선생님의 몸을 아플 정도로 끌어안으며 호시노는 떨면서도 호흡을 가다듬었다. 선생님도 조금이나마 호시노가 진정되기를 바라며 그 작은 몸을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점점 거세지는 빗소리만 울려퍼지는 방 안에서 들려오는 선생님의 심장소리는 호시노에게 최고의 메트로놈이 되어주었다.

그저 조용히 시간만 흘러 10분, 20분...... 한 시간쯤 지나자 비로소 진정된 모습의 호시노가 말을 꺼낸다.

"선생이 사라지는 꿈을 꿔. 그게 그날의 유메 선배와 겹쳐서. ......두려워졌어. 선생이 죽을까 봐. 오늘이 당번 날이었으니까.이번에야말로 소중한 사람 곁에 있으면서 계속 지켜야겠다고. 이 장비는 유메 선배가 아닌 옛날의 나로 돌아가려고 입고 온 거야. 유메 선배를 흉내내도 선생은 지키지 못할 거 같아서. 이전에 쓰던 장비지만. 유메 선배 흉내를 내기 시작한 이후로는 입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랬던거구나......"

무겁다. 도저히 아이가 짊어질 배경이 아니다. 학교의 빚도 있는데 그런 무거운 과거까지 짊어지고 있는 호시노에게 선생님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호시노가 앞으로도 오늘과 같은 상태라면, 선생님에게 해가 갈 가능성을 그녀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배제하려고 할 것이다.

본인이 말처럼 언젠가는 반드시 누군가를 죽이고 만다. 더 이상 필요 없는 죄의 무게까지 호시노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은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

빗소리 외에는 서로의 호흡과 심장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방에서 선생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호시노,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

"......? 약속?"

"응. 호시노는 내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죽을 까봐 불안한거지?"

"......응. ......! 설마, 선생."

"그러니까 약속. 호시노의 문제가....... 적어도 학교 문제가 해결되고 호시노가 졸업할때까지는 난 결코 죽지 않아. 호시노를 혼자 두게 하지 않아. 신이든 뭐든 맹세할게."

"거짓말이야! 그렇지만 선생은 『선생님』인 걸! 어차피 학생을 위한다고 하면서 엉망진창이 될게 뻔해! 총알 한 방에 죽는 몸으로!"

"확실히, 나는 선생님이야. 학생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몸을 던지고, 그것을 그만둘 수는 없어. 호시노 말대로야."

"그렇다면.......!"

"진정하고, 다시 떠올려봐. 호시노. 나와 너 사이의 추억을."

"아......."

그래. 선생님은 다른 더러운 어른들과는 달랐다. 빚에 절망해 아비도스를 자퇴하고 검은 양복에게 몸을 팔려던 나에게 어떻게든 해주겠다고 말해줬다. 나는 그걸 믿지 않고 폭주해서 그 지경이 됐는데, 도와주고 정말 어떻게든 해줬다. 카이저의 이자도 적정한 수준이 됐고 폐교대책위원회도 정규위원회로 만들어주고.

그 밖에도 떠올려보면 나오는 선생님과의 추억들. 그 중 한 번이라도 선생님은 나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있었을까? 나에게 거짓말 한 적은?

"호시노. 너에게 거짓말하거나 약속을 어긴 기억은 없고, 그런 미래는 결코 있을 수 없어. ――나를 믿어줘. 절대 너를 혼자 두고 가지 않을게. 그러니까 호시노. 나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짓은 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자, 손가락을. 선생님이 그렇게 재촉하자 호시노는 천천히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선생님의 거친 손가락과 호시노의 평균보다 작은, 가는 손가락이 얽힌다.

"――약속을 어기면 바늘 천 개...... 아니, 총알이든 뭐든 다 삼킬게. 약속이야."

"아......."

선생님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간다. 멀어지는 온도에 무심코 목소리를 낸 호시노는 시선으로 선생님의 손가락을 쫓고 있었다.

"이걸로 믿어줄 수 있을까? 호시노...... 호시노?"

"아, 으..... 응. 알았어. 믿을게, 선생의 약속. ――이제, 나를 혼자 두지 않는 거지? 약속이야?"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선생님에게, 부끄러움에 더듬거리면서도 선생님을 믿기로 했다.

호시노의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대답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것은 계속 속고 배신 당해 온 한 소녀가 조금이나마 구원 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달빛이 두 사람을 축복하듯 비추고 있었다.

"그럼, 오늘 회의를 시작해볼까~"

느긋한 어조로 호시노는 회의 개최를 선언했다. 폐교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목소리로 언제나처럼 회의가 시작된다.

호시노가 앉은 자리를 향해 주변에서 다양한 시선이 꽂힌다.

무언의 중압, 질투, 곤혹, 미소짓는 시선. 그것들을 호시노는 순순히 받아 넘겼다. 겉멋으로 경험을 쌓아온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고.

"――저기, 호시노?"

"왜에~ 선생?"

"이 자세는 조금 위험한 거 아닐까 하는데......?"

호시노의 의자에 앉아있는 선생님에게는 그 시선들이 견디기 어려웠다.

현재 호시노는 선생님의 무릎 위를 점거하고 등을 밀착시킨 채 회의 개최를 선언하고 있다. 거기에 선생님의 팔을 끌어안고 뺨을 비비며 얼핏봐도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선생님, 설명을 요구해. 호시노 선배랑 무슨 일이 있었어?"

"시로코, 그건... "으헤, 선생과는 얼마 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서 말이지. 아저씨 곁에 계속 있을거라고 약속해줬어." 호시노!?"

"그런 이유로 말이야, 미안해 시로코쨩. 선생은 포기해줘."

"......흐응. 의심스럽다고는 생각했지만, 호시노 선배도 그런거구나."

말하지 않았어. 적어도 혼자 두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물리적으로 혼자 두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어.

당황하는 선생님 앞에서 웃는 얼굴 30%가 증가한 호시노와 무표정이 30% 증가한 시로코의 시선이 교차한다.

"아 진짜! 잘 모르겠지만 찰싹 달라붙어 있는 거 보기만 해도 갑갑해! 호시노 선배, 선생님에게서 떨어져!"

"싫어."

"싫다라니...... 하아!?"

그런 셋을 초조한 듯이 바라보던 세리카가 호시노를 선생님에게서 떼어내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간단하게 거부당해 경악한다.

그것을 흘끗 보고 무시한 호시노는 몸을 돌려 선생님과 마주보고 그대로 몸에 양손 양팔을 감아 코알라처럼 달라붙었다. 어떻게해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어필이다.

"여긴 아저씨의 특등석이니까 말이야~ 양보는 없다구?"

"이, 이런 호시노 선배의 모습은 처음 봤어요......"

"어머나, 호시노 선배도 드디어 솔직하게 어리광을 부리네요! 감개무량해요!"

당황한 표정으로 호시노를 바라보는 아야네와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노노미. 이 둘은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잠깐, 선배! 지금까지 선생님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잖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으헤, 인생에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단다. 세리카쨩.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거의 나이 차이 안나잖아!"

"응. 선생님. 호시노 선배만 아니라 나도 선생님 무릎에 앉아야 해."

"으헤에!? 시, 시로코쨩! 억지로 아저씨와 선생님 사이에 끼어들지 말아줘! 여긴 아저씨 자리니까, 아무리 시로코쨩이라도 절대 안 줄거라구!?"

"시로코 선배도 이상한 경쟁 하지마! 아 정말, 뭐냐고 이 상황은!"

여자 셋이 모이면 시끄럽다고 하는데, 키보토스의 소녀 셋이 모이면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지는 걸까.

그런 카오스를 가까이서 바라보면서도 선생님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호시노의 힘이 너무 강해 선/생 이 될 것 같지만.

그 약속 이후, 호시노는 선생님에게 완전히 달라붙었다. 어디를 가든, 당번이든 아니든. 태도는 선생님에게 익숙한 평소의 유메 선배 흉내였지만, 둘만 있으면 본래의 호시노가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몇 번이나 막으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호시노가 빛을 잃은 눈으로 "......약속." 이라고 말하기에 마음을 다잡고 선생님도 좋을대로 하게 두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후배들 눈 앞에서도 달라붙을 줄은 몰랐지만.

지금도 눈앞에서 떠들썩한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은 아무도 모르게 기도한다. 언젠가 그녀의 어둠이 걷히고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라면 뭐든 각오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일단 선생님은 눈앞에서 호시노를 떼어내려는 세리카와 시로코, 거기에 온 힘을 다해 저항하는 호시노의 소동을 말리려고 말을 건다. 자신의 몸이 2등분 되기 전에.

――우리 호시노쨩을, 부디 잘 부탁드려요~

문득 포근하면서 낯선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797655

*아비도스편 초반에 나온 헬멧단은 카타카타(カタカタ) 여기는 가타가타(ガタガ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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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5.06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을 밀착경호하는 호시노

#타카나시 호시노#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28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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にP
にくまん작가
게시물 1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3.05.06 23:53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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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나
ㅇDC
ㅇㅇ123.05.06

이거 20000자인가 되던데 햇네

ㅇDC
ㅇㅇ223.05.06

이거 html로 몇자임? 글 안터지고 하나로 되네

ㅇDC
ㅇㅇ작성자23.05.07

2만 8천 정도 됨 조금만 더 쓰면 글자수 한계 되는거보면 한글이라서 그런거 같은데 html말고 한글로 2만3~4천 정도가 한 게시물에 쓸 수 있는 최대치인거 같음

ㅇDC
ㅇㅇ223.05.07

난 html보기로 2^15글자일때 터지는거같던데 잘모르겠네

ㅇDC
ㅇㅇ23.05.07

구글블로거 같은데다가 올려서 html 복붙해서 올려보삼 디시에 그냥올리면 별로 못올림

ㅇDC
ㅇㅇ23.05.07

개추

ㅇDC
ㅇㅇ323.05.07
디시콘
ㅇDC
ㅇㅇ423.05.07

너무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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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핫산] 선생님이 샬레를 그만둔다고 거짓말 했을 때 학생들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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