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
“오셨나요? 자, 들어오시라구요... 엣, 뭔가요, 선생님. 그렇게 새카맣게 피곤에 절은 얼굴로 어떻게 걸어다니시는 건가요? 보나마나 선생님 특유의 ‘어떻게든 끝내놓고 간다’하는 신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일단 앉으실까요.”
“선생님, 저는 분명 앉아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왜 누워버리시는 건가요.
그것도 여자애의 침대에서요... 베개 냄새는 맡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어라... 땡땡이치러 오신 거라면서, 설마 주무시는 건 아니죠? 일부러 이 시간까지 깨 있었는데 말이에요. ...선생님? 진짜 주무시는 건가요? 선생님은 헤일로가 없으시니까, 자는 건지, 자는 척 하는 건지...”
“선생님? 안 일어나시면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콕콕, 쿡쿡. 흔들흔들.
“그럼, 주무시는 걸로 알고, 욕심을 좀 부려볼까요. 이렇게...읏차. 마주보고 누워서 말이에요. 으음... 좋긴 하지만, 역시 조용하니 너무 심심하네요. 이 참에 하고 싶었던 말이나 해 볼까요. 어차피 듣지도 못 하시겠지만.”
“...저는 선생님과 자주 어울리지도 못 했잖아요. 이미 많은 학생들과도 잘 지내고 계시고, 그리고 그 중에... ‘정실 라인’ 이라고 하던가요. 여러모로 완벽하다는 사람들."
"그에 비하면 저는, 딱히 이렇다 할 특별한 점은 없단 말이죠. 게다가, 하필이면 또 만마전 소속이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구요.
“그래서 고마웠어요. 냅다 집무실에 놀러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했던 것들도 사실은 그러면 안 되는 일인데도, 눈치가 보일 수 있는 일인데도, 정말 차별이나 편견이 없구나. 화도 내지 않고, 정말 이상적인 사람이다... 하구요. 그래서 그렇게 인기가 많으신 거겠죠.”
“얼마 전에, 어딘가에서 읽었어요. ‘죽어가던 고목에 영양제를 꽂아 생명을 연장하면, 그건 나무를 위한 것인가 고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하는 대목이었어요. 뭐랄까요, 선생님 같았어요.”
“수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위해 이것저것 가져다준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그게 정말 선생님을 위한 걸까요. 그냥 선물하는 자신의 만족은 아닐까요.
"정말 선생님을 위한 거였다면, 이렇게 피곤해하셔서 누워 있는 일은 없었을 테죠.”
“저는 그다지 해드릴 만한 것이 없지만, 만약 쓰러지는 고목처럼, 다 내팽겨치고 누워버릴 곳이 필요하다면, 꼭 제게 와서 쓰러져주시면 안 될까요."
"평소엔 평소대로 지내시고, 마지막에는 저를 떠올려 주시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가 끝나고 절 찾아 주신 것처럼요. 저는 이대로도...”
쓰담.
“...뭐에요, 언제부터 깨 있으셨나요, 선생님. 어디까지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자는 척 하셨다구요. 제대로 재미있는 구경을 하셨겠네요, 선생님. 잔뜩 부끄럽게 만들어버리시고."
"뭐, 사실이긴 합니다만... 정말, 언제까지 그렇게 제 머리만 만지실 건가요. 어쨌든 저도 소녀인데, 그런 말을 들으셨으면 뭐라고 답을 해주시는게 맞지 않을까요.”
- ㅡㅡ, ㅡㅡㅡ.
"어떻게 눈 하나 깜짝 안 하시고,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하시나요. 방금까지 피곤하셨던 분이 맞나 모르겠네요."
"‘시간을 선물하는 학생’이라서 특별하다니. 이런 시간에, 이런 장소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정말 위험한데요, 선생님.“
쿠르르릉. 번쩍.
“비가 오나 보네요. 우산은 따로 안 챙겨 오셨고, 업무도 아마 다 끝내고 오셨을 거구요."
"제 우산이야 저기 서랍에 있지만, 없는 걸로 하고, 오늘은 아쉽게도 돌아가지 못 하시는 걸로 하자구요.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스르륵.
“비밀, 하나 만드실래요?”
음해한 거 미안해서 순애로 가져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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