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레의 선생님이 공격 당한지 벌써 ■■일이 지났습니다.-
-그 사건 이후 파괴된 샬레 건물에서…….-
-그 사건으로 ■■일이 지난 지금, 병원에서 긴급 성명을 발표하였…….-
…
……
………
“저것은 방주다.”
“방주가 관측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이해할 수 없다.”
“키보토스 각지에 세워진 성소는 무엇인가.”
“그곳을 지키는 수호자는 색채에 반전된 데카그라마톤의 예언자다.”
“그렇다면 색채가 도래한 것인가? 그렇다면 키보토스는 어째서 멸망하지 않았는가.”
“이해할 수 없다.”
“잊혀진 신들이 숭배를 찾아냈다. 그렇기에 숭고한 존재가 되고 있다.”
“신이 어떻게 숭배를 하는가. 신이 신을 숭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숭배한다면 어떤 존재를 숭배하는가.”
“이해할 수…….”
***
“너는…….”
리오는 놀란 목소리로, 그러나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밀레니엄의 폐허.
엄중히 출입이 제한된 폐허에서도 깊은 곳.
그곳에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혹은 아누비스.
비에 젖은 헝클어진 머리
더러워진 옷.
리오의 눈에 비친 시로코는 싸우겠다는 의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패잔병의 모습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비에 젖은 개의 모습이다.
구석진 곳에 자리잡아 벽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서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있는 것이다.
리오의 amas들이 수많은 총구를 조준하고 있음에도.
상처 입은 늑대.
리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방금 까지는 비에 젖은 개라고 생각했지만, 구석진 곳의 어둠에 몸을 맡긴패 있는 저 모습은 분명 위협이었다.
‘대체 어디로?’
밀레니엄의 폐허지만, 이곳은 Amas들이 엄중히 지키고 있는 곳. 글어 왔다면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경보 따위는 울리지 않았고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기회일지도.’
리오는 시로코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방주에서 사라진 시로코는 아비도스로 가지 않았다. 샬레에도 없었다.
말 그대로 어딘가로 가버렸다.
키보토스의 문제들. 위협들. 멸망의 단초들.
무명 사제.
데카그라마톤.
게마트리아.
리오는 여전히 키보토스의 멸망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고뇌하고 번뇌하며 고심했다.
무명 사제의 위협은 왕녀가 사라짐으로써 어느 정도는 해결되었다.
왕녀는, 아니 이제는 아리스라고 불러야겠지. 아리스는 게임 개발부에서 조용하고 평안하며, 떠들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데카그라마톤의 예언자들은 하나씩 파괴되고 있다.
게마트리아는 확인된 것이 없다.
그리고 거기에 시로코가 포함된다.
아누비스.
키보토스의 멸망에 가장 근접했던 그날.
하늘이 붉게 물든 날.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는 우주에서 분해되어 사라졌다.
다른 세계의 선생님. 색채의 인도자 프레나파테스 역시 사망했다.
하지만 저건 아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신. 아누비스는 아직이다.
위협일 것이다. 리오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래,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한 만큼의 위협일까. 저 모습이, 저 표정이.’
리오는 아니라고 느꼈다. 합리적이지 못하고 비이성적이지만 그렇게 보이기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까.
혹시 모르니 사로잡을까?
이건 기회다. 왜 이곳에 스스로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은 리오에게 있어 요새와도 같은 공간.
마음만 먹는다면 생포정도는…….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어.”
그리고 조용히 있던 시로코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날……?”
“밀레니엄의 학생회장이지. 나는 리오,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내가 여기 있는걸 알았다고……?”
“응.”
“어떻게?”
“나는…… 이미 당신을 한번 죽여봤으니까.”
차갑게 가라앉은 시로코의 눈빛에, 리오는 뒤로 조금 물러났다.
찾아왔다?
그럴 것이다. 이곳은 우연히 찾아낼 만한 장소는 아니니까.
아니, 애초에 어디로 들어온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뒤에 서 있었다. 경비 드론과 Amas에 걸리지도 않고.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알고 있으니까.”
“무엇을?”
“나는 키보토스를 멸망시켰고, 그렇기에 키보토스를 멸망시키는 존재에 대해서 알아.”
“그건…… 너잖아, 아누비스. 혹은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그래, 그건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나 혼자 키보토스를 멸망시키는 건 불가능해.”
“무슨…… 뜻이지?”
“알고 있잖아? 우리가 방주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는 걸.”
그리고 엄청난 수의 총탄이 시로코에게 날아들었다. 등을 기대어 서 있던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갈 정도로.
하지만 시로코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무슨?”
뭔가 벌어졌다,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Amas들이 박살나 나동그라진다.
채 5초가 지나기도 전에, 방아쇠를 몇 번 당기지도 않았는데도.
순간 시야가 빙 돌 듯이 어지러워진다.
등에 둔탁한 충격이 전해졌으며, 거의 동시에 이마에 서늘한 총구가 닿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바닥에 엎어진 채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뒤였다.
하지만 시로코는 곧바로 총을 쏘지 않았다.
“말 아직 안 끝났어.”
“…….”
“……키보토스의 멸망을 가져올 존재. 츠카츠키 리오, 불가해의 군대 Divi:Sion을 깨웠고, 아리스는 왕녀로써 나타났어. 나는 너와 아리스를 죽였고, 방주는 선생님이 차지했지. 불가해의 군대도 우리의 것이 된 거야.”
“그런…….”
“응, 하지만 이건 저쪽의 이야기. 이곳은 아니야.”
시로코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의 방주는 이미 사라졌어.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를 파괴한 것은 아트라하시스의 방주였고, 그것으로 이곳의 방주는 사라졌으니까. 그렇기에 방주는 이제 키보토스를 멸망시키지 못해. 나 역시 마찬가지야. 나 혼자서는 키보토스를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그렇다면 남은 것은 너 뿐이야.”
“나……?”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리오는 쉽게 말하지 못했다.
멸망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 라고 쉽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시로코는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Divi:Sion을 연구하고 있어.”
“연구?”
“무명 사제의 유산을. 불가해의 군대…… Divi:Sion을 연구하는거야.”
“…….”
“Divi:Sion은 지휘체계를 잃었어. 방주가 사라졌고 아리스는 이제 위협이 아니야. 하지만 Divi:Sion, 불가해의 군대를 끝없이 생산하는 무한 공장은 여전히 군대를 양산해 내고 있어. 그 로봇들은 지휘계통 없이, 그저 생산되고 생산되기를 반복할 뿐.”
“……그래서?”
“그렇기에 나는 연구하는 거야, 그 로봇들의 지휘체계를. 만약 그 로봇들을 완벽하게 통제 할수 있다면, 그 어떤 적이 키보토스를 위협한다 해도 상대할 수 있을테니까.”
리오는 당당하게 말했다.
당장 시로코가 자신에게 총을 쏠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리오는 그런 이유 때문에 이곳에 있었다. 밀레니엄에서는 할 수 없는 연구를 위해서.
키보토스의 멸망을 막기 위해.
“네가 무명 사제의 군대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어?”
시로코가 다시 물었다. 그리고 리오는 눈을 깜박인 뒤 답했다.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어. 가능한지 아닌지 연구하는 거지. 나는 무명 사제의 기술을 키보토스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개념이야.”
“…….”
리오의 말을 들은 아누비스는 무표정하게 답했다.
“그래,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아누비스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하며 총탄이 발사되고, 몰래 접근하던 amas 하나가 꿰뚫린 채 넘어간다.
그것으로 시로코는 총을 거뒀다. 그리고 넘어져 있던 리오는 천천히 일어나며 물었다.
“날 죽이지 않는거야?”
“이제 살인같은 건 안해. 못해. 할 수 없어.”
“……그럼 날 찾아온 이유는 뭐야?”
죽이러 찾아온게 아니라면 왜 찾아 왔는가.
그리고 시로코가 말했다.
“도움이 필요해.”
***
“마셔.”
리오는 시로코에게 따뜻한 음료를 내밀었다.
젖어있던 시로코의 몸도 어느 정도 말랐다. 밀레니엄의 폐허라지만 리오는 이곳에 아지트를 만들어 두고 머물고 있었으니까.
따뜻하고, 먹을 것 마실 것도 있고, 보안 역시 잘 되어 있다.
시로코는 그걸 받아 마시려다가, 말았다.
“……이게 뭐야?”
“음료.”
“…….”
“내가 직접 만든거야.”
“……뭘로?”
“몸에 좋은 것들.”
리오 역시 같은걸 마시고 있다. 시로코 역시 조금 조심스럽게 그걸 한모금 마셨다.
맛은…… 따뜻한 레몬차인데 뭔가 많이 묽은거 같은.
그리고 다른 맛들도 뒤섞여 있다.
하지만 분명 그리운 맛이었다.
‘그래, 분명히…… 호시노 선배가 이거 몸에 좋은 거라면서…….’
종합 비타민 영양제. 분명 그것과 비슷하다.
단지 이건 액체일 뿐이지만.
그리고 리오가 물었다.
“그래서, 여길 어떻게 뚫고 온거야? 분명 경비 체계는 완벽했는데.”
“저쪽으로.”
시로코는 천장을 가리켰다.
반 정도 무너진 천장. 전선과 폐자재들이 널려져 있다.
저곳은 리오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바깥을 정처 없이 배회하는 로봇들이니까.
그 로봇들이 천장을 통해 잠입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그럼, 나한테 무슨 도움을 원하는거야?”
리오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다.
물론 경계한다고 해서 할수 있는건 없다. 방금전의 움직임으로 보건데, 이 시로코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죽일수도 있을테니까.
그리고 시로코가 말했다.
“나는 무명사제를 죽일거야.”
“……뭐?”
리오의 몸이 잠깐 떨렸다.
“무명 사제를 죽인다고?”
“응.”
시로코의 눈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놈들은 용서 할 수 없어. 저쪽 세계든 이쪽 세계든…….”
“무명 사제를…….”
“무명 사제는 키보토스를 멸망시킬거야. 무슨 수를 쓰든 분명히.”
리오는 무명 사제의 계획 같은 건 알지 못했다. 하지만 놈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위협이 될거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도 그런 이유다.
그리고 시로코 역시 무명 사제의 죽음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로 원하는 것과 목적이 부합한다.
“무명 사제를 처리한다. 그렇다면 놈들의 위치를 알아?”
리오의 물음에 시로코는 고개를 저었다.
“위치는 몰라.”
역시 그런가. 다른 세계선의 시로코라면 무명 사제의 위치를 알거라고 생각했지만 모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로코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본적은 있어.”
“봤다? 무명 사제를? 어디서?”
“아비도스의 사막 어딘가. 그리고 DU의 샬레 인근에서.”
“그건…….”
“놈들이 날 찾아온거야. 지금 시점에서 어디서 머무는지는 알지 못해.”
시로코 역시 무명 사제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역질문이다.
“너는 무명 사제를 끌어낼 수단이 있어?”
시로코의 물음에 리오는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 길지는 않았다.
“수단은 있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리오는 자신의 수단에 대해 말했다.
“밀레니엄 폐허의 무한 공장은 지금도 계속해서 불가해의 군대를 만들어내고 있어. 그것들은 자아 없이 떠돌며 보이는 모든 걸 공격해.”
“그런데?”
“하지만 지휘 체계가 없어. 수는 많지만 따로 놓고 보면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그것들을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언젠가 무명 사제가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소거법이야? 하지만 불확실해.”
“맞아 불확실하지. 하지만 그 기계들의 수를 줄여놓는 선택도 나쁘지 않아. 놈들의 무한 공장을 줄여두는 판단이 나쁠거라고는 생각 안하니까.”
“수를 줄인다?”
“밀레니엄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학원이지만, 이 폐허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막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 그만큼 이곳은 위협이야. 이곳 어딘가에 있는 무명 사제도 문제고, 또 언제 데카그라마톤의 또 다른 예언자가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까.”
리오는 가볍게 손을 튕겼다.
따악! 하는 멋들어지는 소리가 나고, 한쪽 격벽이 열린다.
그 안에 리오의 군대가 있었다.
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다양한 무장을 지니고 있다.
“숫자로는 놈들에게 안돼. 그렇기에 나는 소수로 놈들을 상대할 생각이야.”
“저건…….”
시로코는 그 로봇들을 올려다본 뒤,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응, 센스 구려.”
“…….”
리오는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생긴 것과는 상관없어.”
“그래, 상관 없겠지. 외형만 빼고 보면 확실히 강해 보이니까.”
확실히 강해 보인다.
생긴건 다르지만 저 로봇들에 달린 화력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리오는 조금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역시 불안해.”
“불안하다니?”
“무명 사제는 바보가 아니야. 놈들이 가진 기술은 나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우리가 놈들을 치면, 놈들 역시 어떤 형태로든 반격해 올 테니까. 최악의 경우 내가 만든 아방가르드군도 해킹 당할지도 몰라.”
“아방가르드군? 저 로봇의 이름이야?”
“…….”
“응, 역시 센스 구리네.”
“그건 중요한게 아니야.”
리오는 이번에도 눈을 슬쩍 돌리며 말했다.
“무명 사제가 무슨 무기를 가지고 있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나 역시 여기 와 있지만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온 게 아니야.”
그 말 그대로였다.
리오 본인도 이곳에 와 있지만 불안하다.
무명 사제의 위치도 모른다.
놈들이 가진 기술을 전부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왕녀는 사라졌고 Divi:Sion은 지휘 체계를 잃었지만, 무명 사제의 기술이라면 또 다른 지휘자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놈들은 병사를 보유하고 있어. 지휘관이 없을 뿐. 지휘관은 다시 만들어 낼수 있을지 모르지만 군대는 아니야. 군대가 없다면 지휘관도 의미 없어지니까.”
“그러니까 놈들의 군대를 만들어내는 무한 공장을 파괴하겠다는 거지?”
“맞아. 물론 이쪽이 열세이기는 하지만.”
리오는 아방가르드군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수 정예로 상대하겠다고 했지만 그럴듯한 포장일 뿐이야. 나한테는 예산도, 시간도 부족해.”
“넌 밀레니엄의 학생 회장이잖아. 그런데도 돈이 부족한거야?”
“…….”
리오는 말을 아꼈다. 그것에 대해서는 시로코도 굳이 더 캐묻지 않았고.
“그럼 돈은 내가 준비해 줄게.”
“뭐……?”
여기서 뜻밖의 제안이다. 시로코가 돈을 준비해 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무슨 소리야? 돈을 준비해주겠다니?”
“말 그대로야.”
그리고 시로코는 그대로 몸을 돌려 가버렸다.
리오는 붙잡지 않았다. 혹은 못했거나.
갑자기 찾아와서, 갑자기 가버렸다.
물론 이건 꿈 같은게 아니다. 방금 나누었던 대화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
시로코가 다시 나타난 것은 그날 저녁 쯤이었다.
“여기.”
검은색의 더플 백. 그런 것이 두 개.
묵직하게 내려지는 그것을 열어보자, 안에 현금 다발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건…….”
리오는 시로코가 가져온 가방을 보며 물었다.
“대체 어디서?”
“은행을 털었어.”
“은행…….”
가볍게 말할 사안은 아니다. 돈이 필요한건 맞지만 그렇다고 은행을 털다니?
“걱정하지마. 블랙 마켓의 은행을 턴 거니까.”
“블랙 마켓의?”
“응.”
“음…….”
어쨌든 돈이 생겼다. 물론 이것으로도 좀 모자라지만, 그래도 빠듯한 예산에 숨구멍이 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차하면 세미나의 자금을 조금 빼돌릴까도 생각했던 리오에게는 확실히 귀중한 돈이었다.
“모자라?”
시로코의 물음에 리오는 솔직히 대답했다.
“아직 모자라지만, 분명 도움은 될 거야.”
“그래?”
“그리고…….”
리오는 뒷말은 다시 삼켰다.
우선 이 일을 끝내자.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을 말이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작전은 내일 시작이야.”
“내일?”
“준비는 이미 마쳤어. 작전은 내일. 그리고 너는 대기해 줘.”
대기해 달라는 말에 시로코는 의문을 내비쳤다.
“대기해 달라니?”
“말 그대로야. 넌 여기서 대기해 줘.”
“왜?”
“네 존재를 알려서 좋을게 없으니까.”
시로코는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결국 리오가 설명해주었다.
“나는 무명 사제의 전력이 어느정도인지 몰라. 내가 모르는 뭔가 다른 무기가 있을수도 있어.”
“그런데?”
“내가 만든 아방가르드 군은 노출된 전력이야. 그러니까 나도, 놈들에게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하나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그게 나라는거야?”
“맞아. 네 존재는 무명 사제라 할지라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넌 여기서 대기해 줘.”
“……하지만.”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게 하는게 좋아. 내가 아방가르드 군으로 무한 공장을 파괴하다보면, 분명 무명 사제들도 움직일테니까. 그때 네가 나서줘.”
“…….”
“네 목적은 무명 사제를 처리하는 거잖아? 저런 로봇들이 아니라.”
시로코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좋아, 그럼 너는 여기서 대기하는 걸로 하고, 내일은 나 혼자 공장 중 하나를 파괴할거야.”
리오는 마지막까지 아방가르드 군을 점검하며 말했다.
***
리오는 공장 하나를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온 사방에 널려 있는 무명 수호자의 잔해들.
그리고 과할 정도로 파괴된 공장.
하지만 리오 역시 피해가 있었다.
아방가르드 군 하나가 완전 파괴.
그리고 두 대가 망가졌지만 이건 수리할 수 있다.
리오는 의자를 빙글 돌려 시로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고무적인 성과야.”
리오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아방가르드 군은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었고 전투 상황도 이곳에서 전부 확인할 수 있으니까.
“공장 중 하나를 파괴했고 이미 만들어져 있던 로봇들도 상당수 파괴했어. 오늘 다친 아방가르드 군을 수리하고 내일 또 다른 곳을 공격할거야.”
“내일 곧바로?”
“모든 공장의 위치는 아니겠지만, 내가 파악하고 있는건 최대한 빨리 파괴할 계획이야. 동시에 다른 공장들의 위치도 찾아내고 있어.”
“……대단하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야. 어쨌든 공장이 파괴된 것을 무명 사제들도 알아차렸을 테니까.”
“그래?”
“놈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몰라.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해야해. 특히 놈들이 가진 미사일이 가장 문제일테고.”
“미사일?”
“이걸 봐.”
리오는 시로코에게 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에덴 조약에서 아리우스가 사용한 순항 미사일. 나는 이걸 무명 사제의 기술로 이해하고 있어. 렘제트 엔진보다도 더 빠르게 날아가는 그 미사일은…….”
그때, 시로코가 리오의 패드를 거칠게 빼앗았다.
“윽?”
리오가 놀라지만 시로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못 박힌 듯, 그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대공 방어 시스템이 요격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는 그 미사일을.
그리고 통공의 대성당에서 폭발하는 것까지.
“이건…….”
“왜 그래?”
리오가 묻지만 대답해주지 않았다.
대신 빠드득거릴 정도로 이를 갈며 씹어 뱉듯 내뱉었다.
“샬레를 공격해 붕괴시킨, 선생님을 그렇게 만든게 네놈들이었구나……!”
“……뭐?”
“무명 사제……! 무명 사제……! 선생님을…… 너희들이 감히…….”
몸이 떨릴 정도로 분노하고 있다.
리오는 우선 말없이 기다렸다.
다행히 시로코는 금방 진정됐다. 거칠었던 숨이 진정되고, 표정 역시 차분해졌다.
아직 몸을 조금 떨고는 있지만.
그리고 리오가 물었다.
“무명 사제가 선생님을 죽인거야?”
“……응.”
“너는 그걸 몰랐어?”
“……모르고 있었어.”
시로코는 작게 말했다.
“나는 몰랐어. 색채가 선생님을 그렇게 만들었지만, 처음 그 사건이 무명 사제가 벌인 일이라는건 모르고 있었어…….”
“그 사건?”
“샬레가 공격 당한거야. 미사일이 날아들었고, 샬레는 그것으로 붕괴했어. 잔해속에서 선생님을 찾았지만, 이미…….”
“그렇다면 그 미사일이 설마…….”
“바로 이거야.”
“…….”
리오는 눈을 깜박였다.
“이 미사일이 샬레를 파괴했다고? 확실한거야?”
“맞아.”
“잠깐…… 네가 있던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듣고 싶은데.”
“내가 있던 곳?”
“네가 있던 저쪽 세계의 키보토스. 거기서 무슨 일이 있던거야?”
리오는 여기까지 말하고 순간 당황했다.
시로코가 겪은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을 테니까.
하지만 시로코는 생각보다 담담히 말해주었다.
“왕녀가 불가해의 군대를 끌고 키보토스를 침략했어.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키보토스를…….”
“불가해의 군대, Divi:Sion은 밀레니엄을 침략했어. 아니, 밀레니엄에서 나타났다고 해야겠지. 방주가 나타났고 아리스가 군대를 이끌었고.”
“…….”
“첫 시작은 밀레니엄. 하지만 처음에는 잘 막아내고 있었어.”
“막아냈다고?”
리오가 조금 놀라며 묻자, 시로코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밀레니엄은 피해를 입었어. 분명 큰 피해지만 갑자기 무너진 건 아니야. 대항하며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뉴스로 봤으니까.”
“그럼, 그 뒤에는?”
“그 뒤에 각 학교들이 연합했어. 에덴 조약이라는 이름하에.”
“에덴…… 조약?”
“응. 처음에는 에덴 조약으로 연합한 학교가 막아내고 있었지만, 선생님이 공격 당하면서 빠르게 붕괴됐어.”
시로코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리오는 뭔가 이상하다는걸 알아챘다.
에덴 조약이라니?
“에덴 조약?”
리오가 다시 묻자 시로코가 답해주었다.
“에덴 조약. 트리니티와 게헨나, 그리고 다른 학교들이 전부 연합한 조약이야.”
“모든 학교가……?”
“이곳은 다른거야?”
다르다. 모든 학교라니?
“달라. 이곳의 에덴 조약은 트리니티와 게헨나간의 평화 협정이니까.”
“트리니티와 게헨나만? 다른 학교는?”
“다른 학교는 상관없어. 에덴 조약은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문제니까.”
“……그렇다면 조약 없이, 선생님은 우리에게 대항해서 모든 학교를…….”
시로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어디든 똑같구나.”
키보토스의 멸망을 앞두고, 적은 다르지만 선생이 취한 행동은 같았다는 결과가 나온다.
모든 학교의 연합이라는 결과를.
그리고 리오가 다시 물었다.
“저쪽과 이쪽의 에덴 조약이 다르다는 건 알겠어. 그렇다면 이제 이 미사일이 선생님을 죽였다는 건?”
“불가해의 군대가 밀레니엄을 공격해오고, 그 뒤에 에덴 조약이 맺어졌어. 트리니티, 게헨나, 밀레니엄, 붉은 겨울, 백귀야행, 산해경, 그 외 모든 학교들이 연합해서 불가해의 군대와 아트라하시스의 방주에 대항하기 시작한거야.”
“그리고?”
“하지만 샬레가 무너졌어. 어디선가 날아든 미사일이 샬레를 무너뜨리고, 이후에 무너진 샬레 건물의 잔해에서 선생님을 찾아낸 거야. 듣기로는 구호기사단. 응급 의학부. 연단방까지 선생님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들었어. 하지만 강제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 밖에 하지 못했었고.”
시로코는 그때를 떠올리는 것처럼 눈을 감고 말을 이어나갔다.
“조약은 깨져버렸어. 게헨나는 미사일이 날아든 곳이 트리니티라 주장했고, 트리니티는 게헨나의 음모라고 주장했다고 들었으니까. 결국 트리니티와 게헨나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어.”
“트리니티와 게헨나가…….”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밀레니엄이 무너졌어. 모든 학교가 그 전쟁에 휩쓸렸고, 아비도스는…….”
시로코의 말은 여기서 끝이었다.
더 말하기 싫은 듯 입을 다물어 버렸다.
리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새 도시 에리두. 아트라하시스의 방주와 불가해의 군대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멸망은 그리 먼곳에 있던게 아니었다.
‘만약, 그때 내가 성공했다면…….’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키보토스에 무엇이 일어났을지.
방금 시로코가 말한 그것이니까.
“그럼…… 하나만 더 물을게.”
“뭘?”
“저쪽 세계의 이곳에서 날 발견한 거지?”
“응.”
“난…… 뭘 하고 있었어?”
“무명 사제를 연구하고 있었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채.”
“…….”
“나는 네가 가진 모든 연구 자료를 탈취했어. 아리스와 방주에 관한 자료들을.”
“내 자료를…….”
“그 뒤에 아리스가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도 들었어. 밀레니엄의 C&C가 아리스를 상대해 피해를 입히고 전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
“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어. 육체를 수복중인 아리스를 처리하고, 방주는 선생님이 차지했어. 그 뒤부터는 어렵지 않았어. 그때의 키보토스는 이미…….”
시로코는 여기까지만 말했다.
이 주제는 여기까지다. 이제 다른걸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
“이제 선생님을 지켜야 해. 샬레로 미사일이 날아들거야.”
시로코가 벌떡 일어서자 리오 역시 일어섰다.
“잠깐, 기다려.”
하지만 리오가 시로코를 막았다.
“왜? 이럴 시간 없어.”
“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겠어. 하지만 저쪽과 이쪽은 달라.”
“다르다니?”
“이곳의 에덴 조약은 이미 끝났어. 트리니티와 게헨나간의 그 평화 협정은, 방금 그 미사일로 인해 깨졌으니까. 하지만 트리니티와 게헨나는 전쟁 같은걸 하지 않아.”
“나도 알고 있어. 이미 모든 학교가 나와 선생님을 상대해, 막아냈으니까.”
“그렇다면 선생님이 위험한 일은…….”
“하지만 저곳도, 이곳도 같은 키보토스야.”
“같은…….”
“무명 사제는 위험해. 놈들이 선생님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어?”
“…….”
“놈들이 가진 미사일이 하나뿐일까? 너는 무명 사제가 어떤 무기를 더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잖아.”
할말이 없었다.
시로코의 말이 정론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통공의 고성당을 파괴한 그 미사일이 샬레로 날아든다면?
시로코의 억측일까?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리오는 뭔가 고민했다. 턱을 만지며 진지하게.
몇 번인가 눈을 깜박여가며.
그리고 뭔가 떠올린 듯, 인상을 조금 쓰며 말했다.
“……잠깐만. 이곳과 저곳이 같은 키보토스이고, 서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거지?”
리오는 뭔가 떠올려내기 시작했다.
“비슷한 사건…… 그렇다면 혹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뭐가?”
“……나한테 계획이 있어.”
“계획?”
“우선…… 샬레로 가야겠어. 가면서 설명해 줄테니까.”
***
선생은 잠들어 있었다.
일이 많았고 먹는건 다소 부실한 편이다.
잠들 때마다 거의 쓰러지듯 눕고 기절한 것처럼 잠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꽤 깊게 잠드는 편이라 조금만 자도 꽤 피로를 푸는 편이라는 것.
물론 그것마저 없으면 선생이고 뭐고 병원에 가서 누워 있어야 하겠지만.
하지만 그날은 깨어났다.
뭔가 기묘한 시선이 느껴진다. 자다가 깰 정도로.
“으…… 음?”
눈을 뜬다. 그리고 바로 옆에, 뭔가 시커먼 실루엣이 어른거리는게 보였다.
“…….”
선생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명 더 있는걸 확인했다.
“시로코…… 리오까지?”
이런 밤중에 갑자기 찾아왔다면, 분명 가벼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선생은 불을 켰다. 그리고 잠깐 눈을 비빈 뒤 말했다.
“안녕.”
어딘가 조금 어색한 인사다.
그리고 시로코 역시 인사를 받아준다.
“선생님. 미안하지만 죽어줘.”
“……?”
상당히 과격한 인사에, 선생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가볍게 미소지었다.
결국 리오가 나섰다.
“너무 많이 생략했어.”
일단 시로코는 뒤로 보낸다. 그리고 리오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선생님이 죽어야 할 이유를 말해줄게.”
“아니…… 이쪽도 많이 생략한거 같은데.”
슬슬 선생의 등에 식은땀이 난다.
이 밤중에 둘이서 시커먼 옷 입고 찾아와 죽어 달라고 말하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리고 리오가 선생이 죽어야 할 이유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무명 사제를 찾고 있어.”
“무명 사제? 그건 분명히…….”
“이름 없는 신과 그들을 숭배하는 무명 사제들. 아리스는 놈들이 숭배하는 오파츠이며, 불가해의 군대 Divi:Sion과 아트라하시스의 방주. 그리고 에덴 조약에서 통공의 고성당을 공격한 순항 미사일. 그것들이 전부 무명 사제의 기술이야.”
역시 심각한 이야기다.
선생은 우선 리오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리스는 이제 세계를 멸망시키는 마왕 같은게 아니야. 아리스는…….”
“세계를 구하는 명속성 빛의 용사?”
“…………맞아.”
리오는 아리스가 용사인 걸 인정했다. 선생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리오는 괜히 눈을 피하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아리스는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를, 자신의 방주를 사용해 파괴했어. 이 시점에서 무명사제의 전력 중 하나인 방주가 사라진거야.”
“흐음…… 그리고?”
“아리스 역시 무명 사제들의 손에서 떠났어. 아리스의 말대로 KEY 역시 이제 위협은 아닐테니까. 그렇다면 이제 무명 사제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불가해의 군대, Divi:Sion과 순항 미사일.”
리오는 자신의 테블릿 PC를 켜 선생에게 보여주었다.
밀레니엄 폐허에서 확보한 영상 자료들을.
“Divi:Sion을 끝없이 생산해내는 무한 가동 공장이야. 나는 이걸 처리하고 있어.”
“이건…… 헤세드?”
선생의 말에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도 알겠지만, 헤세드는 이 무한 가동 공장 중 하나가 데카그라마톤과 접촉해 자아를 가지게 된 것이야. 헤세드는 자아를 가지고 있기에 위험하지만, 이것들은 달라.”
“다른거야?”
“헤세드 정도의 위협은 아니야. 사실 비교가 불가능해. 이것들은 자아 없이, 목적성도 없이 끝없이 생산되고 있을 뿐이니까.”
“음…….”
“아리스가 사라지면서 지휘 계통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야. 하지만 무명 사제가 다른 지휘관을 만들어낼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리스를 되찾으려 할 수도 있어.”
“아리스를…….”
“그리고 이 미사일. 에덴 조약을 파괴한 미사일도 문제야.”
리오는 미사일이 날아가 통공의 고성당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미사일이 샬레로 날아들 가능성이 있어.”
“이, 미사일이……?”
“저쪽 세계의 선생님은, 이것 때문에 죽었으니까.”
“…….”
“그러니까 선생은 샬레를 빠져나가야 해.”
“음…….”
선생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이 둘이 왜 찾아왔는지.
하지만 아직 듣지 못한게 있다.
“그럼 내가 죽어야 한다는 건?”
“지금부터가 중요해.”
리오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었다.
“나는 밀레니엄 폐허에서 무한 공장을 파괴하고 있어. 그 사실을 무명 사제들도 알고 있을거야. 방주도, 아리스도 사라진 무명 사제는 분명 뭔가 행동을 취할테고, 그게 바로 이 미사일인 거야. 샬레를 공격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판단하고 있어.”
“그럼 곤란한데…….”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위험하지. 하지만 그게 오히려 기회인거야.”
“기회?”
“무명 사제가 샬레를 정말로 공격한다 해도, 그때 선생은 이미 빠져 나가 있을테니까. 하지만 무명 사제는 선생이 죽었다고 판단하겠지. 아니, 그렇게 믿게 만들거야.”
“무명 사제가 내가 죽은것처럼 여기게 한다……?”
죽는다.
죽음을 위장한다.
“그래, 놈들이 샬레를 공격하면, 나는 선생님의 죽음을 키보토스에 발표할거야. 아니면 크게 다쳐 의식 불명인 상태 정도도 괜찮아.”
“음…….”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미사일이 어디서 날아 들었는지 밀레니엄의 모든걸 총동원해서 위치를 알아내고, 무명 사제를 강제로 끄집어 낼테니까.”
이것이 리오의 계획이었다.
시로코의 말대로 저쪽과 이쪽의 키보토스에서 벌어지는 일이 비슷하다고 한다면.
모든 일은 선생이 사망했다는 소식 이후에 벌어졌다.
어딘가 숨어 있는 무명 사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분명 거기서부터일 것이다.
하지만 선생은 쉽게 그러자고 하지 못했다.
역시 위험한 계획이니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 샬레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었다.
시로코와 리오는 걱정되어서 온 것이다. 여긴 안전하다고 말해도 듣지 않을테고.
그렇다면 적어도 거기에는 응해줘야 한다.
“좋아. 그렇다면 우선, 샬레는 벗어나자.”
선생의 말에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밀레니엄으로 가자. 키보토스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밀레니엄이야.”
리오는 당연히 밀레니엄으로 가자고 말했다.
그때. 시로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밀레니엄은 위험해. 무명 사제의 기술은 밀레니엄보다 더 뛰어나니까.”
“…….”
이 말에 리오는 반박하지 못했다.
밀레니엄의 정수가 모인 요새도시 에리두가 순식간에 해킹당한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할말이 없으니까.
“그럼 어디로?”
선생이 묻자, 시로코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아비도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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