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과과광!!
“하아... 오늘도 실패네요.”
하루나는 폭발이 일어난 게헨나의 급식소에서 한발짝, 한발짝. 모델과 같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걸어나오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어째서 후우카 씨는 제 말을 듣지 않는걸까요.”
그녀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뒤를 돌아봤다. 급식소에서 뿜어져나오는 짙은 연기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였다.
오늘의 폭파 이유는 오늘의 급식이 기대에 하나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급식소의 폭파가 일어난 건 한 두 번의 일이 아니었다.
거듭되는 폭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급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하루나는 미간이 조금 좁혀졌다.
폭탄을 이용해 터뜨리는 게 즐겁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온천개발부처럼 폭파나 테러 자체에 쾌락을 느끼는 저급한 수준이 아니다.
급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목적이 있기에, 비록 조금은 과격할지 몰라도 의사를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바뀌지 않는 급식의 모습은 그녀의 생각을 ‘무엇이 잘못되었을까.’로 이끌었다.
‘급식소를 폭파하는 걸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미식을 먹지 못하는 고통을 어떻게 해야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요.’
다만 정상인의 사고는 전혀 아니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충격요법은 어떨까요?’
‘후우카 씨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여준다면 미식을 먹을 수 없는 우리의 기분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원들은 무서운 분위기를 연기해주면 좋겠네요.’
하루나는 휴대폰을 꺼내들고는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준코, 아카리, 그리고 이즈미에게까지.
계획의 시작은, 언제나 그랬듯이,
“후우카 씨를 납치해주고 미식을 알려줍시다!”
후우카의 납치였다.
***
“아오!!! 또 무슨 일인데????”
“그거야, ‘급식’에 대해 조금, 화가 났달까요.”
“급식실 폭파까지 해놓고 화나??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이번에 얼마 안 되는 급식 예산이 수리비에만 쓰이게 생겼다고!”
사방이 밀폐되어 훌륭하게 방음 처리된 어두운 방, 온몸이 밧줄로 꽁꽁 묶인 채 의자에 앉혀진 후우카를 미식연구회 부원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곳은 인적이 끊긴 게헨나 외곽의 폐허였기에 ‘의식’에는 충분한 장소였다.
후우카는 하루나의 말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 잔뜩 얼굴을 잔뜩 구기고는 소리치고 있었다.
그와 대비되게 하루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안타깝다는 듯, 애처로운 눈빛으로 후우카를 쳐다봤다. 후우카는 ‘뭘?’하는 눈빛으로 쏘아봤지만 하루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후우카씨, 역시 당신의 표정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많이 힘들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답답하기도 할 겁니다.”
하루나는 조용히 입가에 호선을 그었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보았으면 마치 악역이라 생각할 정도의 웃음이었다.
“준코씨, 이즈미씨. 후우카씨의 입을. 그리고 아카리씨는 후우카씨를 ‘고정’해주시죠.”
하루나의 말이 빈 방 안에 울려퍼졌다.
“그...그래! 처벌을 받아라!”
“크흐흐! 심판의 날이 도래했다!!”
“다 후우카씨를 위한 일이랍니다☆”
준코와 이즈미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연기하기 위해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고, 아카리 는 평소와 같은 웃는 표정으로 후우카를 쳐다보고 있었다.
‘음, 완벽하네요.’
준코와 이즈미는 양 손을 들어 후우카의 입을 잡고는 조심스럽게 벌렸다. 후우카는 거칠게 꿈틀거리며 저항하지만, 세 명의 힘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었다.
“읍읍! 느히들 미힌거야??”
“으악! 깨물지 마요!!”
하루나는 즐거운 듯이 바라보고는, 바닥 구석에서 붉은색 통을 들었다. 그리고 통의 뚜껑을 열었다.
코를 가시로 찌르는 듯한 통증, 특유의 강렬한 향, 그리고 요리하면서 느꼈던 그 감각. 후우카는 본능적으로 그 통에 든 내용물의 정체를 깨닫고는 경악에 가득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 그런 눈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후우카씨. 저희도 이런 과격한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급식이 전혀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분노했습니다.”
‘사실은 블랙마켓에서 구한 장난용 캡사이신일 뿐이지만요. 잠시만 따끔하고 끝날겁니다.’
하루나는 붉은색 통을 강제 개구된 후우카의 입에 갖다댄다. 후우카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더욱 거칠게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세 명의 힘 앞에서는 온몸이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후우카의 계속되는 저항과는 상관없이, 붉은 액체는, 통에서 서서히 발을 내리고는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기쁜 듯이 눈웃음을 지으며 쳐다보는 악역 하루나였다.
“조금 고통스러울 지라도, 저희가 급식을 먹을 때의 기분을, ‘체험’해보시길.”
“으으으으읍!”
후우카가 거칠게 동요하며 비명을 지르지만, 하루나는 멈추지 않았고 붉은 액체는 혀를 거치고, 식도를 거치고는 계속해서 몸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흐아아아악!!”
“이제야 저희의 느낌을 아시겠네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루나를 제외한 부원들은 도저히 볼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저거 괜찮은거야?’
‘하루나 씨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문제 없을거에요☆’
‘후우카 아파보여...’
마침내 통이 다 비워지고 나서야, 하루나는 통을 가볍게 바닥에 떨어뜨렸다.
“후훗, 이정도면 됬겠죠.”
하루나는 가볍게 박수를 치고는, 주머니에서 준비해두었던 칼을 꺼내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조금 매운 걸 먹이면서 겁준 건 죄송하게 생각해요. 조금 충격요법이라던가, 그런거 있잖아요. 장난용 캡사이신을 샀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을 거랍니다? 메인 디시는 레스토랑입니다. 이번 레스토랑은 특별한 공간이랍니다. 새로 신설된 레스토랑인데 셰프가 굉장히 유명한 분이세요. 또 메뉴는 정말 화려한데..”
기쁜 듯이 이야기하는 하루나와 다르게, 분위기가 무언가 이상했다. 지나치게 조용했다.
그녀를 제외한 미식연구회는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여러..분?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하루나, 분명히 ‘장난용 캡사이신’이라고 하지 않았어?”
셋은 굳은 표정으로 하루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준코와 이즈미는 연기하던 표정이 풀어진채로, 아카리는 평소 짓던 웃음은 사라진 채로 하루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루나는 여전히 웃으며 부원들을 쳐다보았다.
“네, 그런데요?”
“그런데.. 이건 뭐야?”
준코의 손에는 또다른 붉은 통이 쥐어져 있었다. 그 통에 적힌 것은 [장난용 캡사이신]. 그리고 그 통은 ‘미개봉’ 상태였다.
그 순간 여유롭게 미소짓고 있던 하루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게.. 왜 여기 있죠? 저는 분명히 저걸 하나만 샀었는데?”
하루나는 당황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부원들의 눈은 후우카를 향해 있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조용한 적막 속, 끙끙거리면서 신음하는 후우카의 소리만 어두운 방에 울려퍼졌다. 하루나는 쓰러져 있는 후우카를 바라보았다.
의자아래 쓰러진채로 얼굴이 눈물콧물 범벅이 되고는, 피인지 캡사이신인지 구분 못할 빨간 액체를 토혈하며, 몸은 움직이지 않고 숨만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하아.....”
그리고 상황과 정황은 한 곳에 도달한다.
“아니에요.. 다들 장난치시는 거죠?”
하루나는 애써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하루나의 한 쪽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아니야, 아닐거야.’
하루나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기 위해 땅에 떨어진 통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분명 눈 앞에 떨어져 있는 가짜일텐데, 마치 사람들 앞에서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 것처럼 하루나는 죄악감이 들었다.
꿈틀, 꿈틀.
억지로 팔에 힘을 주며 통을 주웠다.
통을 쳐다보니, 통의 라벨에는 ‘캡사이신 원액’ 한 단어밖에 쓰여있지 않았다.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어제 블랙마켓에서 살 때, 진짜 원액이 담긴 통이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하지만 하루나는 기억을 부정하고 싶었다.
‘서비스 차원에서 라벨에 장난을 쳐 놓은 걸꺼에요.’
그 일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주도해버린 것이기에.
하루나는 통 밖에 묻어나온 빨간 액체를, 청소가 되지 않은 더러운 바닥에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확인했어야 했다.
‘아파’
혀가 닿자 처음 든 생각이었다. 언젠가 추격전을 하다가 맞았던 선도부장의 총알처럼 혀가 아려왔다.
시간이 지나자 화상을 입은게 아닐까 할 정도로 맥동치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만큼은, 자신의 미각을 저주하고 싶었다.
미식연구회의 부장일만큼 뛰어난 자신의 미각이 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렸다.
탁.
하루나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 무언가가 발목을 잡았다.
“아파.... 사려..저...... 내가 자못..해써.... 미아...내......흐끅..”
후우카의 입은 끔찍하게 퉁퉁 부어버려 있었고, 겨우 움직여가며 하루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후우카..씨?”
“미아...내.... 그야부 부자이라 미아내.... 사려저세여.....”
(미안...해.... 급양부 부장이라 미안해.... 살려주세요.....)
“아니에요... 후우카씨는... 잘못한게 아니에요.... 아니야...”
한걸음.
뒷걸음질 쳐버렸다.
발목을 잡고 있는 후우카의 손은 힘없이 떨어졌다.
많은 음식점을 폭파하며 선도부에게 쫓길 때에도, 부원들과 말다툼을 했던 적이 있었을 때에도,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손을 쳐다봤다. 통에서 흘러나온 캡사이신 소스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앞에서 쓰러져 토혈하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후우카,
그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과 후우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미식연구회 부원들.
밀폐된 방에서 풍기는 눈이 따가울 만큼 매운 향기.
눈의 초점이 풀려 사물의 경계가 흐려진다.
귀에는 이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먹먹해진 귓가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후우카씨?”
“...”
“후우카씨??”
투욱-
하루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의 무언가가 끊어졌다.
“아니에요. 원했던게 아니야. 정신 차리세요.. 후우카씨?”
“사실지금다듣고있는거죠?제발이거다거짓말이라고해주세요저그저장난을치고싶었을뿐인데정말로후우카씨를다치게하고싶은생각은없었는데정말실수한건데”
하루나는 창백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를 손으로 움켜잡고는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부원들도 그 모습을 보며 벌벌 떨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야.... 이럴 때가.. 아니에요. 지금 당장 응급의학부를...!!!!”
그날 저녁, 5자리가 빈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하루나의 의도대로 유일하게 후우카만이 배가 불렀다. 그녀가 고대했던 ‘미식’이 아니라는 것이 흠이었지만.
***
다음날 아침.
게헨나 응급의학부실, 제 3병동.
평소의 무표정을 연기하려고 하는 듯이,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듯 아랫입술에 힘을 준 채로 세나가 진로진단서를 들고 서있었다. 세나의 앞에는 후우카가 입가를 붕대로 감은 채 병상에 기대어 있었다.
후우카는 몸이 굳은 듯 눈만을 움직여서 세나를 향했다.
“그래서 할 얘기라는 건?”
“후우카씨, 원래라면 충분한 안정을 취한 후에 이야기를 하지만, 사안이 사안이라 곧 알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미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주시길.”
세나의 표정은 마치 선생님이 병원에 실려왔을 때를 연상시켰다. 후우카는 세나의 표정이 심각하다는 것을 읽고는 한쪽 손으로 침대시트를 주름질 정도로 세게 쥐었다.
“신속한 대처로 혈액의 pH 변화까지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세나는 침을 한번 삼켰다.
“당신의 혀가 괴사했습니다.”
“근육까지는 어느정도 복구할 수 있었지만, 당신의 미각세포까지 복구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후우카는 그 말을 듣고는 멈칫했다.
“뭐라고...?”
“당신은... 맛을 느끼기 힘들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맛을 느끼기 힘들다는 게 무슨말이야?”
“맛을 느낄 수 없을 거에요. 두 번 다시는.”
“아니야.. 내가 없으면 누가 급양부의 부장을 할꺼야....?”
“당신이 지금부터 지켜야할 사항으로는..”
세나가 무어라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후우카의 귀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니야아니야아니야... 그럴 수 없어. 다른 방법은 없는거야? 나.. 급양부의 부장이라고? 나 없으면 게헨나가 안돌아가는거 알잖아, 그치? 다른 방법이 있는거지?”
“죄송..합니다... 제가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이러한 일은 전혀 전례가 없는 일이라 모두 실패했습니다..”
“아니야, 믿을 수 없어. 아니야. 나가야겠어. 확인하게 해줘.”
“죄송합니다. 안정을 취하기 전까진 나갈 수 없습니다.”
“비켜!!! 나와!! 나오라고!!!”
후우카는 평소 내지 않는 높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세나의 눈동자는 걱정스러움과, 그리고 의료인으로서의 죄책으로 가득차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눈을 하는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마치 자살하러 가는 불나방과 같이, 물속에 익사해가는 중 무엇이라도 잡아 나오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다 잃기 직전인 눈빛.
그렇기에 그녀는 막아야 했다.
“후우카씨!”
“나와!!!!!”
그녀는 그녀답지 않게, 그녀의 애총을 꺼내고는 세나를 겨눴다. 후우카는 가로막는 세나를 밀치고는 병실을 빠르게 뛰쳐나갔다.
그녀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급식실이었다.
***
“안녕하세요! 다행히 폭발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만에 급식실이 대부분 복구가 되었어요. 그래서 고쳐진 기념으로 요리를 하고 있는데... 어라...? 선배 다치셨어요?”
급식실에 들어서자 요리를 하고 있던 주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후우카를 쳐다봤다. 그녀는 미라같다며 장난이라도 칠까 싶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선배의 눈빛에 섯부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요리...”
“네?”
“너가 하던 요리 나한테 줄래?”
“네.. 저기 자리에 앉아주세요.”
후우카는 주리가 끓이던 정체불명의 녹색탕을 가리켰다. 자신의 요리실력을 알고 있는 후우카라면 평소에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기에 주리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트럼프 카드탑처럼, 무너져버릴 것 같이 불안정해 보였기에 빠르게 접시에 따라내었다.
그러고는 급식소 식탁 앞에 앉아있는 후우카에게 갖다주었다.
후우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주리의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3일동안은 굶주린 사람처럼, 마치 무인도에서 구조된 표류자가 몇 년만에 제대로 된 만찬을 먹는 것처럼. 그 행동에서 평소 여유로운 그녀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야...”
후우카는 덜덜 떨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끓였던 뜨거운 국을 먹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겨울 바람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것처럼, 그녀가 쥐고 있던 숟가락까지 같이 떨리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소금기가 가득찬 물이 국으로 한방울 떨어졌다.
후우카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눈가를 만지고는 눈물을 햝았다.
“정말이야..”
“선배?”
“안돼... 선생님한테.. 도.. 도시락 싸주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내 요리 많이 좋아해 주셨는데...”
덜덜 떨면서 텅 빈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평소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는 선배의 모습에 주리는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후우카는 머리를 싸매고는 더욱 심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주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의 모습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타다다다닥
“하아하아... 후우카 씨라면 역시 여기 있을 것 같았어요.”
무서운 분위기로 가득차 있던 급식실에, 이방인이 들어왔다.
하루나는 뛰어온 듯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초점이 사라진 채로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후우카의 눈동자는 하루나에게 향했다.
“아?”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게서 평소의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달려온 것인지 평소 입던 스타킹은 여기저기에 긁힌 듯 찢어져 있었고, 늘 광을 내던 구두에도 흙먼지가 잔뜩 묻어있었다.
하루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후우카의 앞에서 멈췄다.
“후우카 씨...... 죄송합니다... 저도 그걸 원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조금 장난쳐주고 싶었을 뿐인데... 정말 그게 끝이었는데....”
하루나의 눈에는 점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일은 다른 부원들은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모두 제 독단이였습니다...”
하루나는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하루나의 사죄와는 다르게, 후우카의 표정은 조금도 미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매가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저를 때리고 싶다면 만족할 때까지 때려주세요. 기절할 때까지 총알을 박아줘도 좋아요. 선도부에 넘겨도 좋습니다. 그저 만족할 일이라면 아무거나...”
“뭐라고?”
타이밍을 잘못잡았다. 지금왔으면 안됐다. 발을 동동구르며 이를 지켜보던 주리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급양부에 들어온 이유가 뭔지 알아?”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게 싫기 때문에 들어왔어. 단지, 그런 작은 이유일 뿐이야. 그런데, 너희들은 어쩌고 저째? 미식? 그리고 왜 너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건데?”
“후우카씨...”
후우카가 처음 미식연구회를 만났을 그 때부터, 계속 참고 있었던 감정이 터져오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된 감정의 파도는 구멍 뚫린 둑처럼,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나, 많이 노력했다? 너희들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급식실 폭파될 때마다, 즐겁다는 듯이 웃었던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나 혼자 숨죽여 울었다고!! 흐윽..... 진짜... 너무 힘들었다고....”
후우카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그 반동에 식탁에 있던 주리의 요리가 엎질러져 후우카의 옷에 묻었지만, 후우카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나 이제 맛을 못 느낀대. 평생 맛을 느낄 일은 없을 거래.”
“내가 지금까지 할 줄 아는게, 유일하게 남들보다 잘하는게 요리고!”
“지금까지 계속 노력해왔던게 요리고!!”
“선생님이 좋아해줬던게 내 요리이고!!!”
“그리고 내 삶 전체를 요리에 쏟았다고!!!!”
턱에 감겨있던 붕대에, 물기가 묻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하루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내 삶을 어떻게 책임질 거야? 너의 잘난 그 ‘장난’으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야...? 이게 그 잘난 미식의 결과인거야? 대답해봐. 대답하라고!!!”
“선배...”
“주리, 미안해. 나.. 도저히 못하겠어.”
“나 이제 이 장소에 못 있을 것 같아. 아니, 내 삶에서 요리라는 건 못할 것 같아.... 급양부의 부장을 내려놓을게. 이런 선배라서.. 미안해.”
후우카는 하루나와, 당황한 채로 바라보고 있는 주리를 지나쳐 급식실 출구로 터벅터벅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선...선배?”
“주리 급식부장, ‘외부인’은 급식시간 외 급식실 출입은 금지야.”
주리는 놀란 표정으로 후우카를 쳐다보지만, 후우카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허리를 숙이고 있던 하루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걸어나가는 후우카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후우카 씨... 잠시만 이야기를..!!!”
그 말을 듣고는, 후우카의 걷는 속도는 점점 줄어들더니 멈춰섰다.
하루나도 따라 멈춰서고는 바닥만을 바라보며 후우카의 뒤에 서있었다.
후우카는 뒤를 돌아 하루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슬픔을 마음 속 깊이 구겨넣은,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을 대하듯 가식이 포함된,
“무슨 일이신가요, 쿠로다테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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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누워서 블붕이들이 번역 해준 만화 읽고 있다가 갑자기 후우카가 미각을 잃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써봤어
이런 내용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하루나가 미각 잃은 경우는 있어도 후우카가 미각을 잃은 창작은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내가.. 세계 최초?'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기뻤음ㅋㅋㅋ 동시에 든 생각이, 이런 내용을 생각해본 사람은 한명쯤은 있을 건데 창작하지는 않은거잖아, 너무 잔인한 일이라 후우카한테 미안해지더라. 후우카 애껴요
여담으로 의학쪽은 잘 몰라서 나름 고증을 살리기 위해 캡사이신을 먹어서 혀가 괴사될 수 있는가? 싶어서 사례를 찾아봤음. 외국 뉴스도 찾아봤는데 없었음. 다행이야. 그래서 키보토스 인 + 목숨에 위험을 준다 -> 혀만 괴사하고 끝내자로 타협했어. 혀가 괴사되는게 가능한지 잘 아는 블붕이 있으면 이야기해주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거!
내가 ~다. 로 끝나는 일반적인 소설 문체를 처음 써봐. 그래서 많이 소설뉴비인데 혹시 고칠점이나 부족한점 피드백 많이 해주면 정말 고마워!
이 글을 총 10시간 넘게 글쓰면서 수정만 4시간 넘게 한건데 글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가 좋고, 전개가 너무 갑작스럽지는 않았는지, 독자 입장에서는 몰입을 해치지 않는지, 표현이 너무 과하지는 않았는지 정말 감이 안잡히더라..
피드백 많이 받으면 더 많이 써올게! 뉴비는 정말정말 피드백을 원합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
===================================
라고 썼었는데
오늘 올릴 소설에 링크 같이 시리즈로 연결해야지~ 하다가 보관함에 실수로 저장해버려서 아무 생각없이 제일 위 삭제 버튼 눌렀는데 그게 게시글 삭제 버튼이었네....
그 감정으로 좀 있다 올릴 소설 완성시킴.... 너무 슬프다
댓글들읽는게 낙 중 하나였는데 너무 슬프고 댓글써준 블붕이들한테 미안하네ㅠㅠ
암튼 링크 연결시킬려고 다시 재업했어
해준 피드백들 전부 기억하고 있는데 모두 고칠려면 스토리 좀 많이 갈아엎어야 할 것 같아서 마지막 줄에 대한 피드백만 수정했어!
댓글 32
이거 개꼴임 ㄹㅇ루

여기 있어오 https://m.dcinside.com/board/projectmx/8992067
이전에도 재밌게 읽었음 굿굿
이게 피폐의 맛이구나... 맛있네...
와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