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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뭐 해?」
어느 휴일, 선생이 집 소파에 앉아 일하고 있자 등 뒤에서 슬그머니 다가와 그 등을 껴안는 그림자가 있었다.
『치히로』
그 정체는 카가미 치히로. 밀레니엄의 해커 집단 베리타스의 전 부장이다. 언제나 냉정하고 어른스러운 그녀는 지금, 선생의 등 뒤에서 팔을 둘러 껴안고 있다. 그녀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분명 놀랄 것이다. 하지만 선생은 익숙하다는 듯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남은 일이 좀 있어서.』
「휴일에, 그것도 집까지 일을 가져오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하하하, 미안 미안.』
「그리고, 보안상으로도 좋지 않아. 숄더 해킹이라고 알아? 어깨너머로 훔쳐봐서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고.」
『그 논리대로라면, 집에 둘만 있으니 해킹하는 건 치히로가 되겠네.』
「그렇네.」
『그럼 괜찮아. 치히로는 그런 짓 안 할 거라고 믿으니까.』
「정말이지. 그렇게 말하면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치히로는 선생과 뺨을 맞댔다. 잠시 그 상태로 작업했지만,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선생은 노트북을 덮었다.
「어라, 일은 이제 괜찮아?」
『응, 일단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저 상태로 계속해 봤자 진척이 없을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진도를 위해서라도, 우선 치히로부터 어떻게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 이리 와.』
「신난다.」
치히로는 기쁜 듯이 선생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선생의 팔을 잡았다.
『치히로는 어리광쟁이구나.』
「선생님한테만 그러는걸. 괜찮지?」
『물론이지.』
베리타스의 어머니로서 계속 의지가 되어 왔던 반동일까, 어느샌가 선생에게는 어리광을 부리게 된 치히로. 그 갭에 선생은 속으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평소의 쿨하고 모성애 넘치는 치히로도 좋지만, 자신에게만 어리광을 부리는 치히로도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왜 그래, 선생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생각 좀 하느라.』
「무슨 생각 했는데?」
『평소의 쿨한 치히로랑 어리광쟁이 치히로 중에 어느 쪽이 더 귀여울까 하고.』
「흐음, 그래서, 답은?」
『둘 다 귀여워.』
「알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웃는 치히로. 그 웃음에 이끌려 선생도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선생님, 내일 외출하지 않을래?」
『내일?』
「응. 오늘은 일이 있잖아?」
치히로의 시선은 닫힌 노트북으로 향해 있었다.
『그렇네, 내일이라면 괜찮아. 그래서 어디로 갈거야?』
「전자기기 쇼핑하는 데 같이 가 줬으면 해서.」
『그건 좋지만, 나는 잘 모르는걸?』
전자기기 쇼핑이 취미인 만큼, 치히로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도 해박하다. 한편, 선생은 그런 쪽에는 문외한이다. 예전에 쇼핑할 때 그래픽 카드니 캡처 보드니 하는 전문 용어가 오갈 때는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할 거라면 베리타스의 전 멤버들과 함께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괜찮아. 저는 선생님이랑 가고 싶으니까.」
그렇게 말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다. 선생으로서도 치히로와 함께 전자기기 가게를 둘러보는 것이 싫지는 않다. 치히로와 함께 있는 것은 어디든 즐겁고, 게다가 전자기기 공부도 된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그럼 내일 갈까. 전자기기라면 또 하루하바라*?』
「그렇네. 거긴 그런 가게가 많으니까.」
하루하바라*. 지금은 서브컬처의 측면이 주목받기 쉽지만, 원래는 전자상가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가게가 많다. 치히로와 전자기기를 보러 갈 때는 대체로 하루하바라였다.
*역주 : 스케줄 장소중 하나, 아키하바라 패러디인듯
「선생님은 뭐 사고 싶은 거 없어?」
『사고 싶은 거라…….』
뭐가 있었더라 하고 생각에 잠기는 선생. 하지만 갑자기 원하는 걸 물어보면 의외로 떠오르지 않는 법이다. 선생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고개를 저었다.
『음, 지금은 딱히 없으려나.』
「그래?」
치히로는 감고 있던 팔을 풀더니, 푹 하고 선생의 무릎에 머리를 올리고 드러누웠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오르내리고, 선생의 시선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선생님, 변태.」
『말도 안 돼!』
어떻게 들켰냐며 경악으로 얼굴을 붉히는 선생에게, 치히로는 선정적으로 웃었다.
「여자는 그런 시선에 민감하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반성하겠습니다.』
「뭐, 나는 기쁘지만. 제대로 여자로 봐주고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야.」
반성하는 선생에게 장난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치히로.
『그야 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결혼 같은 거 안 했을 테니까.』
「……그것도 그렇네.」
하지만 선생의 카운터에 금세 백기를 들었다. 얼굴이 뜨겁다. 분명 선생의 눈동자에는 새빨개진 자신의 얼굴이 비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치히로는 선생에게서 얼굴을 돌릴 수 없었다. 여기서 외면해 버리면 선생의 마음에서 도망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안, 바보 같은 질문이었네.」
『아니, 나야말로 무례한 시선으로 봐서 미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기뻤으니까.」
아니면 만질래? 하고 제안해 오는 치히로에게, 선생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결혼한 이상 그런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명백한 부끄러움 감추기에 어울려 주는 것도 눈치 없는 짓일 테다.
「이건 아쉽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안심한 듯한 치히로. 아무래도 그녀의 신뢰에는 부응한 모양이다.
「하지만 선생님.」
『응?』
「이 정도는 괜찮지?」
그렇게 말하며 치히로는 자신의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것만으로 치히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선생은, 몇 번째인지 모를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어리광쟁이네.』
「조금 기쁜 일이 있었거든.」
치히로가 선생의 뺨에 그 고운 손을 얹었다.
「싫다고는 안 할거지?」
그 눈동자에는 확신이 있었다. 선생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학생에게, 아니, 사랑하는 아내에게 애원받고 응하지 않는 남편이 있을까.
『물론이지.』
내려다보는 선생의 손이 치히로의 뺨에 닿고, 이윽고 그 부드러운 입술을 어루만졌다. 탱글하고 흔들리는 입술에, 치히로의 기대가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자,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선생은 치히로와의 거리를 천천히 좁혀, 그 입술을 빼앗는다. 그 모습은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게 입맞춤하는 왕자님 같아서. 두 사람만의 달콤한 시간은 조금 더 계속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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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치쨩한테 이런 대접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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