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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츠카츠키 리오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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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가령 또 다른 자신을 만난다거나, 시로코의 가슴이 커진다거나, 나기사에게 남성기가 생긴다거나 하는⋯

이곳 키보토스에서도 그런 예기치 못한 일들은 수도 없이 벌어졌지만,

설마 나와 알고 지낸 사람이, 그것도 학생이 죽는 일이 일어날 줄은⋯

가는 데는 순서 없다더니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학생회장 츠카츠키 리오는 선생인 나보다도 먼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철퍽─ 철퍽─]

"후우⋯ 후우⋯"

밀레니엄, 나아가 키보토스에서도 손에 꼽히는 천재를 잃어서인지, 하늘도 서럽게 울고 있었다.

아니면 리오의 성격상 너무 많은 조문객을 원치 않기에 이런 것일지도 모를 노릇이다.

아무튼 샬레에 헬기도 띄우지 못할 만큼의 악천후 속에서, 나는 태블릿으로 간신히 비를 뚫어내며 리오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선생님."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이는 총학생회의 나나가미 린이었다.

"린 쨩, 먼저 와주었구나."

"네, 밀레니엄의 학생회장인 그녀의 죽음은 키보토스 전체에 아주 큰 영향을 줄 테니까요.

아, 물론⋯ 잠시지만 함께 싸웠던 동료로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온 것도 있지만 말이죠."

이곳까지 뛰어오는 도중엔 오만가지 감정과 잡념이 부딪혀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린을 보니 조금은 진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와중에 기특한 말을 하는 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역시, 린 쨩은 상냥하구나."

"읏─. 누가 린 쨩입니까. 그보다 우산은 어디다 두고 태블릿을 비막이로 쓰시는 거죠?"

"아⋯. 그게, 연락받자마자 다급하게 오느라⋯ 괘, 괜찮아! 분명 아로프라가 방수 기능도 잘 작동시켜 줬을 테니까."

"흐음⋯. 뭐, 그 오파츠에 대해선 저보단 선생님이 더 잘 아시고 다루시겠지만,

그래도 총학생회장이 남겨둔 유일한 물건이니 조금은 조심해서 사용해 주시죠."

"으응, 알겠어."

이런 자리에서까지 린에게 한 소리 먹은 나는 곧장 장례식장 안으로 향했다.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이들은 역시 밀레니엄 학생들이었다.

"안녕? 모모이, 미도리."

"아! 선생님!"

그들 중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바로 사이바 모모이와 미도리.

"아, 어서 오세요, 선생님."

"선생님, 몸이 홀딱 젖었어! 날도 추운데 그대로 있다가는 회장이랑 같이 가버릴지도 몰라!"

다행인 건지 여전히 텐션이 좋은 모모이는 와중에 내 걱정부터 해주었다.

"아하하하⋯, 그러네. 리오를 보기 전에 일단 옷부터 말려야겠는걸? 혹시 메구는 안 왔나?"

[두다다다─]

"아⋯ 아리스─⋯! 그렇게 뛰면 위험해⋯!"

"앗! 아리스, 선생님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텐도 아리스와 하나오카 유즈도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이야, 아리스, 유즈. 다들 잘 지냈니?"

"네, 네⋯! 선생님."

"선생님! 리오 선배는 바보입니다! 생존게임에서 포션 구비는 필수인데 포션은커녕 부활아이템도 챙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앗⋯! 아리스! 그건 우리만에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

"아, 맞습니다! 모모이가 이 사실은 비밀이라고 했습니다! 선생님도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아리스가 뭔가 굉장한 헛소리를 한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모모이가 아리스가 받을 충격을 걱정해 게임으로 비유를 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혹시 리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있니?"

[탕─!]

"정말이지⋯ 한심하고 허무하게 가버렸죠. 저 여자."

"아⋯"

식탁에 그릇을 세게 내려놓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리오의 영정사진을 빤히 바라보며 육개장을 뒤적이는 히마리의 모습이 보였다.

[후루룹─]

"세상 살면서 도움이라곤 1도 안 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육개장은 제법 괜찮은 걸로 남기고 갔네요."

역시 악연이 깊어서 그런지 히마리는 동정이라곤 1도 없는 말투와 표정으로 육개장만 들이키고 있었다.

어라, 그런데 이 익숙한 냄새는⋯

"딸꾹─. 셰샹에⋯ 벙꺼에 뜨러박혀서 식중도끄 때무네 ⋯딸꾹, 주근 학쌩회쟝이 우리 회쟝이라니⋯ 디질때까지 쪽만 주다 가는군뇨⋯."

"히, 히마리?!"

히마리가 앉아있던 탁자 아래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소주병들이 놓여있었다.

[까득─]

이미 만취 상태인 듯한 히마리는 나를 옆에 두고 아무렇지 않게 소주병을 까기 시작하였다.

"히마리?! 이미 많이 취한 것 같은⋯ 아니, 그보다 학생은 술을 마시면 안 돼!"

"에헤이─ 이거 왜 이래여? 저는 미레니어므 쪼쩐재병야그이슬만마시느미소녀꺼든여?! 이런 이슬로눈 하─나도 안츃한다고욧!"

아무래도 리오가 죽은 충격이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다.

뭐⋯ 세상엔 예외란 것도 있으니, 오늘 같은 날에는 너무 규율에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겠지.

나는 정장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올리며 히마리와 잔을 나누기 시작했다.

"하⋯ 세상에⋯ 세상에⋯ 밖으로 기어 나오기가 아무리 싫다고 하기로서니,

소비기한이 한 참 지난 싸구려 숙주 도시락을 처먹고 죽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어, 히마리 부장, 발음이 정상화됐네?"

"그거야 읽는 사람들이 불편할 테니까요!"

어느새 같은 테이블로 넘어온 아스마 토키와 이즈미모토 에이미가 육개장과 편육을 상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 착석하였다.

[후우─ 후우─] [후르릅─]

"아무리 하수구 같다느니, 정화조 같다느니⋯ 제가 좀 심하게 말하긴 했지만 말이죠, 딸꾹."

[오물오물]

"오, 편육 맛있다. 토키도 먹어봐."

"감사합니다, 에이미."

"하필이면 유제품도 같이 먹다 죽어서는⋯ 정말 인간 똥통이 되어서 발견될 줄이야⋯.

지금껏 그런 여자를 라이벌이라 여긴 저는 도대체 뭐가 되는 건가요!"

"아무래도 회장이 임팩트가 강하긴 했지.

히마리 부장이 비벼보려면 최소 피똥 싸다 과다출혈로 변기에 앉은 채로 죽든지 해야 할걸?"

"으으⋯, 죽음의 관심마저 저 여자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데.

⋯가 아니라! 이게 다 평소에 메이드로써 보좌를 제대로 못 한 토키 탓이라고요!"

"제 탓인 겁니까;;"

"그래요! 대체 평소에 얼마나 오냐오냐 키웠길래, 끅⋯. 사람이 밥 하나 제대로 못 구해 먹어서 그 꼴이 나는 거냐고요?!"

"소용없습니다, 히마리 부장님. 리오 님의 절약정신은 상당히 투철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기한이 한 달 지난 유제품 따윈 너끈히 털어 넣는 분이시죠."

"그렇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합리적인 에너지 보존을 한다는 거구나? 과연 리오 회장답네."

"합리적이긴요?! 그러다 탈 나서 똥간 오가는 게 에너지소비가 더 심하겠구만!"

"그러면 차라리 AMAS로 음식을 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선생님, 심부름용 AMAS는 조종자의 몸 상태를 분석하고 부족한 영양분을 위주로 구해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아마 고기와 밀가루, 카페인, 유제품을 선호하는 리오 님께 비건식 식단을 들이밀었겠죠."

"참나, 그래놓고 결국 마지막에 먹은 게 숙주 도시락이라니⋯ 딸꾹. 어지간히도 배가 고팠나 보군요⋯.

에잇─! 짠이나 해줘요! 짠!"

"히마리⋯ 원래 이런 곳에서 건배는 하면 안 되는⋯"

"이런 곳이 어떤 곳인데요?"

"어떤 곳이냐니⋯ 애초에 경사가 아니고서야 건배를 하는 건 조금⋯"

"그거야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요?"

"⋯⋯⋯"

"짠─!!"

"⋯그래그래, 히마리."

[짠─] [홀짝─]

"크흐으─! 이미 가버린 여자 뒷담화해서 뭐 하겠어요. 앞으로의 우리 미래부터 걱정해야지."

"뒷담화라뇨. 리오 님이라면 죽어서도 우리와 함께 하실 겁니다.

아마 지금쯤 히마리 부장님 어깨 위에 영적인 존재로 있을지도 모르지요."

"으악──!! 그 무슨 재수 떨어지는 소리인가요, 토키! 소름 돋잖아요!!"

"오컬트 좋아하시는 거 아니셨습니까?"

"이건 오컬트가 아니라 혐오의 영역이거든요?!"

"후후, 확실히 그러면 뒷담이 아니긴 하네.

그리고 회장이야 뭐, 살아있을 때도 학원에 없던 건 똑같으니까 딱히 달라질 것도 없을걸?"

"? 하긴 그렇긴 하네요."

[짠─] [홀짝─]

"크~! 아⋯ 정말⋯ 왜 이리 서둘러 가버린 건가요? 리오⋯.

그러고 보면 1학년 시절에 둘 중 하나가 먼저 가버리면 남은 사람이 발인까지 해주기로 농담 삼아 말하긴 했었는데 말이죠."

"아⋯, 걷지도 못하시는 히마리 부장님에겐 좀 가혹한 약속인 거군요."

"그냥 아방가르드 군에게 맡기는 건 어때?"

"휠체어를 조금만 높이면 별 문제는 없거든요?!"

그때 트리니티의 학생들이 들어와 리오의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절을 하였다.

"귀한 발걸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공사가 다망하긴 하여도 이런 자리에 저희 티파티가 빠져서는 안 되지요."

티파티 멤버인 키리후지 나기사, 미소노 미카, 유리조노 세이아가 상주를 맡고 있는 세미나의 우시오 노아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아하하─☆ 그런데 우리 이렇게 절 해도 되는 거야? 종교적인 문제는 없나?"

"로마에 온 이상 로마 법을 따르란 말도 있으니까요."

"응? 로마에선 로마 법을 따라야 하는 거라고? 세이아 쨩, 늙은이 같아! 너무 구시대적인 사고방식 아니야?"

"구시대적인 건 유인원 수준에 멈춰있는 미카의 두뇌가 아닐까요?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너무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응? 너무 종교에 얽매이는 것도 구시대적이라고? 어라⋯, 그런가?"

"그런 잡담은 거기까지 하시고, 제가 미리 고서관에서 정보를 찾아본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형식의 장례식에선 성의로 조의금이란 것을 내고, 떠나가는 망자를 위해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해 주는 것이 예의라 들었습니다."

"나기 쨩⋯, 그게 맞아? 좀 무서운데⋯?"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지식이군요."

"거기다 트리니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스튜가 있다고 하니, 조금은 기대가 되는군요."

"미카! 나기사! 세이아! 이야─, 다들 오랜만이네."

"서서서서서서서선생님?!!"

"어머, 선생님. 여기서 뵙는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생님."

"그래, 나도 반가워. 세이아는 저번보다 목소리가 편안해졌는걸?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배고플 텐데 식사부터 하자."

"와☆! 선생님이랑 식사 데이트!"

"미카,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스읍─]

"와─오. 뭐랄까⋯ 좀 매콤한 것 같으면서도 개운한 맛?"

"음, 나쁘지 않은 맛이네요."

"큽─! 켈록, 켈록─!"

"이런, 아무래도 세이아 씨가 드시기엔 조금 매웠던 모양이군요. 어디 물이⋯"

"후훗─"

[까득─] [꼴꼴꼴]

"먼 길 오셨는데, 한 잔 하시죠?"

옆 테이블에서 티파티 멤버들을 흥미롭게 쳐다보던 히마리가 나기사에게 가득 채운 소주잔을 들이밀었다.

"어머, 그건 분명 알코올⋯."

"에 또, 마셔보고 싶긴 한데⋯☆"

모두들 힐끔거리며 선생인 내 눈치를 보는 모양새이다.

다들 평상시엔 모범적인(?) 학생들이지만 그런 만큼 이런 소소한 일탈이 더욱 궁금하기도 하겠지.

"걱정 마, 오늘만큼은 세이프니까."

"들었죠? 선생님이 허락해 주시는 거랍니다. 초천재 병약 미소녀의 가녀린 팔이 떨어지기 전에 어서 받으시죠."

"⋯후후, 그럼 너무 빼는 것도 실례이니."

[짠─]

"와─☆ 선생님과 건배라니, 뭔가 어른이 된 기분인걸?"

"미카, 잘 알겠지만 원래 이런 곳에서 건배는⋯"

"응? 나 그런거 잘 모르는데."

[홀짝]

<15분 후>

"으음⋯, 미카 씨⋯ 딸꾹! 저한테는 남성기가 없다니까요⋯."

"헤에─⋯? 이상하다⋯? 분명히 본 기억이 있는데⋯ 여기~~ 이렇게~⋯"

"아무말도안함⋯."

소주 반 병에 만취상태가 된 티파티 멤버들

그 와중에 미카는 무언갈 찾겠다며 나기사의 치마 속으로 얼굴을 밀어 넣기 시작하였다.

"아⋯, 미카아⋯. 하읏─⋯!"

"미미미미카!! 나기사!! 그만!!"

내 힘만으로는 도저히 미카를 떼어놓을 수 없어, 토키와 에이미의 힘을 빌려 간신히 사태를 수습하였다.

대충 만취하거나 지쳐 잠든 아이들을 장례식장 구석자리에 옮겨 담요를 덮어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재 남은 인원은 상주인 우시노 노아, 배식담당 쿠로사키 코유키, 조의금 담당 하야세 유우카, 만취상태인 히마리와 에이미, 토키가 전부.

[퐁─]

히마리는 소주가 물렸는지 이번엔 맥주병을 따기 시작하였다.

"히마리⋯ 이제 그만 마셔도 되지 않을까?"

"어머, 선생님도 슬슬 취하시나 보네요. 저도 이제 한계이지만⋯ 마무리로 소맥은 말고 끝내야 하지 않겠어요?"

"하긴, 부장도 자막 정상화 패치 덕분에 그렇지, 지금 혀 꼬이고 침 흘리고 꼴이 말이 아니긴 해."

"그래도 대단하긴 합니다, 히마리 부장님.

오늘 때리신 술 값으로만 내신 조의금을 전액 회수하시고도 남으셨으니, 이런 걸 보고 뽕을 뽑는다 하는 거군요.

"후훗─. 이것이 귀여운 후배들은 범접할 수 없는 선배만의 노하우랄까요?"

[칙─ 칙─]

"하, 씨─. 라이터 가스 다 떨어졌네. 여기 혹시 라이터나 성냥은 없나요?"

입에 무언가를 문 채로 라이터와 씨름을 하던 익숙한 얼굴이 우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아코?"

"엇! 서, 선생님?! 선생님이 어째서 여기에!?"

"선생님이 이곳에 못 올 이유는 없지. 아니, 오히려 없는 게 이상하달까."

"히나!!"

늦은 시간 마지막 조문객으로 아마우 아코와 소라사키 히나가 찾아왔다.

"오랜만이야, 선생님. 만마전은 바빠서 나와 아코가 게헨나를 대표해 찾아왔어."

"그렇구나⋯, 다들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은 첫째 날일 뿐이니까. 마지막 날에는 모두들 찾아올 테니 너무 아쉬워 말아 줬으면 해."

"응, 고마워, 히나. 아! 그보다 아코!

자, 여기 성냥. 그런데 갑자기 성냥은 왜 찾⋯"

내가 아코를 향해 성냥을 건네주려 하자 히나는 자신의 날개로 재빨리 내 손에 있던 성냥을 쳐내었다.

[탁!]

"⋯아코? 내가 분명히 끊으라 했을 텐데?"

"그그그게, 부장님! 진짜 그런 거 아니었어요!"

"아니긴⋯ 내가 화장실에 가는 사이를 노리던 거, 모를 줄 알았어?"

"우으⋯ 죄, 죄송해요⋯. 어쩐지 이런 분위기에 비까지 오는 날이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히나와 아코가 리오에게 절을 하는 모습을 히마리는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부장? 아까부터 남들 절 하는 모습은 왜 그리 빤히 쳐다봐? 팬티라도 보려고?"

"확실히, 뷰가 좋긴 하군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진 듯했던 히마리는 이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냥⋯ 부럽고, 미안해서요."

"? 히마리 부장님. 그게 무슨⋯, 아."

"응? 아─ 아, 리오 회장에게 직접 절을 못 해줘서 마음에 걸리는 거구나?"

"후훗."

"원한다면 접어줄까? 부장."

"아뇨, 사양할게요."

"아비에슈흐의 힘을 빌린다면 108배도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호출을⋯"

"아뇨, 사양할게요."

"으음⋯."

"그도 그럴게⋯ 우리 사이에 그런 격식은 어울리지 않잖아요? 리오."

에이미와 토키의 의견을 단호하게 거절하던 히마리는 후련하다는 듯이 씩 웃어 보이며 술잔을 손에 쥔다.

[꿀떡 꿀떡 꿀떡]

히마리는 마지막 남은 소맥 한 잔을 그대로 원샷하였다.

"캬─! 리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얼굴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부장⋯"

"그 재수 없는 세숫대야를 다시 보게 되면 바아~로 싸대기부터 날려줄라고 토키랑 맹연습까지 했었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피 나는 훈련의 나날이었죠."

"⋯⋯"

"리오⋯. 저는 이 빈 잔을 마지막으로 당신에 대한 모든 미련과 나쁜 감정들을 비워버렸어요.

그러니⋯ 당신도 너무 걱정 마시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셨으면 좋겠네요."

히마리는 조금 풀린 눈으로 미소 지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부장. 뭔가 서둘러 보내는 느낌인데, 아까 토키가 한 말이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니지?"

"그, 그럴 리가요~!"

"⋯훗. 저도 리오 회장님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상시에도 리오 회장님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평생 회장님의 똥수발까지 해줘야겠다, 생각하긴 하였지만.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그 일을 실현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에이전트로써 모셔볼 거 다 모셔보고, 해드릴 거 다 해드렸으니⋯

저 역시 미련이나 후회는 가지지 않겠습니다."

"뭐, 나도 회장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

회장이 가끔씩 옷이나 속옷 디자인 추천해 줄 때는 이게 진짜 사람이 맞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함께 있었을 때는 즐거웠던 것 같네.

안녕, 시간 넘칠 텐데 먼저 가서 패션 공부라도 좀 하고 있어."

모두들 히마리에게 동참하듯 천장을 올려다보며 리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주었다.

선생인 나 역시, 리오에게 한 마디 전해줘야겠지.

"리오는 지금까지 밀레니엄, 나아가 이 키보토스 전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줬어.

아직 어린 학생에겐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었을 테고, 때문에 잠시 길을 잃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노력해 준 리오에게 모두들 고마워하고 있어.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좀 더 빨리 찾아가 주지 못해서 미안해, 리오.

늦었지만 리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이 뒤는 내가 책임지고 이끌어갈게."

"후훗, 저는 돌아가면 리오 당신의 일대기를 기록해 볼까 해요.

이 초천재병약미소녀가 직접 써주는 글은 분명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을 겁니다.

또 당신은 엄연한 밀레니엄의 학생회장이었으니, 이미지 차원에서도 그만한 대우는 해줘야겠지요.

다만─, 그 최후만큼은 각색 하나 없이 그대~로 써드리죠. 호호호."

"후후후⋯, 음냐⋯, 정말이지 훌륭한 멘트였습니다⋯. 에이미⋯, 토키⋯, 선생님⋯."

밀레니엄에 위치한 초현상특무부의 숙소에서 특이한 형광색 빛을 내는 안대를 쓴 히마리가 휠체어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후우─. 작업 종료."

『인격&신체능력 복제 및 저장용 AMAS, 작업 종료합니다.』

"⋯그래, 넌 꿈에서도 날 그렇게 취급하고 있구나? 히마리."

잠에 든 히마리의 옆에 멀쩡히 서 있는 누군가는 다름 아닌 리오였다.

"히마리. 너와 에이미, 토키, 그리고 선생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난 너희들의 앞에 다시 나타날 용기가 없었어."

리오는 평소의 냉철한 포커페이스가 아닌 조금은 심기가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무언가를 계속해서 응시하였다.

자세히 보니 히마리가 쓴 특이한 안대가 마치 빔 프로젝터처럼 그녀의 꿈속 장면을 외부로 송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냈지. 너희가 무의식에 빠져있는 동안 서로의 꿈을 연결시키고 해석해 내어 외부로 영상화시키는 이 특수한 안대를 이용했어.

그렇게 영상화된 꿈속의 너희를 이 AMAS로 복제시키면 난 너희의 직접 만나지 않고도 너희의 인격과 능력을 내 AMAS로 옮길 수 있는 거지."

리오는 히마리가 쓴 안대에서 나오는 영상을 공중에 떠다니는 드론형 AMAS로 복제하는 작업을 하며 계속해서 혼잣말을 이어갔다.

"언제나처럼 지극히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한 거야.

그건 그렇고⋯ 네 명의 꿈을 이어주긴 했다지만, 이런 괴상한 이유로 뭉치게 될 줄은."

세상모르고 잠꼬대를 하는 히마리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리오는 그녀의 꿈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꿈속에 선생이 안 보이는⋯"

"그렇게 된 거구나? 리오."

"힛─!"

"하하, 미안. 놀라게 했구나?"

"서, 선생?! 분명히 게임개발부에서 자고 있는 걸 확인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나 때문에 바짝 쫄아버린 리오는 꽤나 당황했는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뭐, 나도 리오처럼 밤낮이 바뀐 입장이라⋯ 그것도 그렇고 꿈자리가 영 뒤숭숭해서 말이지."

"⋯그래, 그렇겠네. 아마 넷 중 가장 정신적인 부분에서 영향력이 강한 히마리의 꿈이 메인이 된 모양이야."

"그래도 다행이다~. 리오가 이렇게 멀쩡해서 말이야.

정말로 고마워, 리오."

"으음, 내가 멀쩡한 것에 왜 선생이 고맙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응, 이렇게라도 만나니 반갑네."

"그런데 리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혼자서 책임질 생각인 거야?"

"그, 그건⋯"

"정말이지. 혼자서 단독 행동을 하려는 것도 그렇지만, 다들 일어나면⋯"

"그래, 나도 알아⋯. 허락도 없이 인격을 복제한 것을 알게 되면 모두들 불쾌해하고 화를 내겠지.

그건 나중에 정식으로 사과⋯"

"아니─? 그것도 물론 잘못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얼굴도 안 비추고 그냥 가버리면 히마리, 에이미, 토키, 그리고 세미나 아이들과 아리스도 모두들 엄청 섭섭해할걸??"

"아⋯."

내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던 리오는 내 말을 듣고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쳤다.

"⋯그런데 솔직히 히마리랑 유우카는 반가워하기보단 날 죽이려 들 것 같은데, 선생."

"응? 에이~ 설마! 분명 다들 반가워할걸? ⋯아마?"

여전히 자신이 없는지 자신의 양팔을 꽉 움켜쥐고 우물쭈물해하는 리오에게 나는 손을 내밀었다.

"걱정 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함께하면 분명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모두가 일어나면 다 같이 이야기해보자."

"⋯응. 알겠어, 선생⋯ 응? 이건⋯."

리오는 나의 손을 잡아주었고 나는 그런 리오의 손에 미리 준비해 둔 펜을 슬쩍 건네주었다.

"물론 히마리도 리오에게 섭섭한 구석이 있겠지만, 반대로 리오도 히마리에게 불만인 것들이 있었지?

예를 들자면 꿈속에서 리오를 상한 음식이나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 바보로 취급한다~ 라든가."

"소비기한 지난 거 먹는 건 사실인데?"

"⋯예?"

"훗⋯, 아무튼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합리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복수는 지금 말고는 할 수 없겠지."

[뽁─] [스윽─ 슥─]

리오는 펜으로 잠에 든 히마리의 얼굴에 슥슥 낙서를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분명 무표정이었지만 점차 친구에게 장난치는 순수한 아이처럼 리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져갔다.

"자, 이번 일은 우리 둘 만의 비밀인 거겠지? 선생."

"물론이지! 아⋯, 그보다 나름 진지하게 보시던 분들도 있었을 텐데 「아 시발 꿈」 같은 최악의 결말이라 뭔가 죄송스럽네⋯."

"뭐, 시작부터 별생각 없이 질러버린 사두사미 이야기의 한계인거지. 도저히 수습할 각도 안 보이고⋯, 비추나 먹고 정신 차리는 수밖에."

"글도 꿈처럼 장례식 엔딩이 나버릴 수 있는 거구나⋯. 그럼, 말 나온 김에 우리 육개장이나 먹으러 갈까?

리오도 저녁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일어났지? 오늘 끼니도 제대로 안 때웠을게 뻔하고."

"⋯선생, 나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안다는 듯 말하지 말아 줘. ⋯창피하니까⋯."

"응? 방금 뭐라고 했어?"

"몰라도 돼.

나도 꿈에서 본 그 스튜가 궁금하긴 했으니까, 동행은 해주도록 할게."

왜인지 다급해 보이는 발걸음으로 나보다 먼저 숙소 밖으로 나가버리는 리오였다.

이후, 리오와 함께 문을 연 식당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엔젤24에서 컵라면으로 때웠다.

fin

─────────

에, 굉장히 오랜만에 써보는 글이네요.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으나 하나코 이야기랑 호시노 이야기도 조금씩 쓰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뭔가가 뭔가.. 갤떡이 굴러가는 와중엔 방해될까 걱정돼서 결국 올리지 못하고,

그렇게 미루다보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겨서 수정하는 무한 굴레에 빠졌습니다.

외에도 일 때문에 피곤하고, 피폐해지고, 자신감도 없어지다보니 뭔가 글 올리기도 무서웠는데,

「학생들이 찐친무브로 만담을 하는 이야기라면 비교적 가볍고 맘 편히 쓸 수 있겠다」 싶어서 써봤습니다.

시작을 가볍게 가니 결말은 결국 지렁이꼬리 엔딩이 나버렸지만.. 스스로 각성하기 위해 박제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려고요!

바보같은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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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2.17창작

소설) 츠카츠키 리오의 장례식

#츠카츠키 리오#소설
좋아요 0댓글 47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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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DC
리오카이초작가
게시물 3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12.1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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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7

나
ㅇDC
ㅇㅇ124.12.17

도입부 나기사 자지는 무엇

리DC
리오카이초작성자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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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2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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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카이초작성자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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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3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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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카이초작성자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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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4.12.17

나기사 자지...?

리DC
리오카이초작성자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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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5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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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DC
리오카이초작성자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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