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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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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였을까.

별다른 일이 없어도,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하루 3시간 이상 자는 날이 매우 드물어진 것이.

더는 프라모델을 사도 즐거워지지 않고, 게임에 어른의 카드를 쓰지 않게 된 것이.

나를 위해 음식을 해주는 고마운 학생에게 식사를 대접받아도 달고, 짜고, 신 맛뿐, 그것이 '맛있다'라고 느껴지지 않은 것이.

나를 지켜주겠노라 다짐하는 소녀를 보고 미소를 짓게 되면, 그 시간만큼 거주구역에서 끝없이 번뇌하던 것이.

그리고

내 덕분이라며 감사해하고, 나로 인해 웃음 짓고,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저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도

웃음짓는 것이 힘들어진 것이.

~~~

기억이 스친다.

키보토스에 오자마자 난무하는 총알비를 마주한 일

대책위원회의 아이들을 만나 대책없이 은행을 털었던 일

호시노를 지키기 위해 행정 서적을 뒤적이며 밤을 세운 일

게임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학생회장의 의심이 향해버린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신념을 위해 따뜻한 잠자리를 포기한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이 세상에 다시금 '청춘'과 '학원'의 이야기를 가져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일

그러나곧이어 잊지 못해 고통일 뿐인 기억들과 마주한다.

'어른의 카드'를 사용하는 대가의 경고를 들었을 때의 두려움이.

내 학생이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 배신자를 골라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의 괴로움이.

그리고

뜨거운 갈고리와 같은 것이 허리를 뚫고 지나가버렸을 때의 작열감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이.

우주 허공에 던져져. 몸이 얼어붙고 아무것도 들이쉴 수 없었을 때의 공포가.

무엇보다도 허공에서 지상으로 가공할 속도로 불타들어갈 때 느꼈던 죽음이.

학생들을 부탁한다는 그의 말, 아니 나의 말을 다시 지킬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자마자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진다.

나는 어른이다.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나는

나는

나...는...?

~~~

잠에서 깬다.

머리맡에 놓은 전자시계는 막 새벽 3시 54분에서 55분으로 넘어간 차였다.

"또 같은 꿈..."

무심히 흘러가는 초침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집무실로 향한다.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인 내가, 병을 핑계로 자리를 비운다면? 그럴 순 없다.

분명 유우카는 걱정 섞인 눈으로 설교를 할 것이다.

분명 히나는 자신이 또 나를 지키지 못했다며 자책할 것이다.

분명 세리나는 눈을 돌리면 항상 그곳에서 나를 며칠이고 간호할 것이다.

분명 사야는 이상한 약을 만들다가 이번엔 코코나를 대학생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카는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추궁하다 종국에는 살인적인 업무를 맡긴 총학생회 건물의 벽을 몇 개고 뚫어낼 것이고

RABBIT 소대는 쇠약해진 나를 지키겠다고 24시간 365일 경계근무를 설 것이다.

칸나는 지금이라도 총상의 원인인 아리우스 스쿼드를 교정국에 쳐넣겠다고 벼를 것이며

서로를 혐오하는 게헨나와 트리니티는 내가 병가를 낸 원인으로 서로를 지목하며 지독한 여론전을 벌일지 모를 일이다.

크로노스가 내 건강상태로 무슨 가십거리를 만들어낼지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또 그 뉴스에 몇명이 눈물흘릴까.

그렇게 책상에 앉는다.

책상에...앉는다.

책상...?

책상이 있었던가...?

아니 없다.

책상은 없었다.

그럼 내가 본 건 뭐지...?

숨이 막혀온다.

숨을 쉬기가

쉬기가

쉬기

쉬

~~~

"...생님...?"

"선....님..."

"선생님!"

고개를 들자 내 앞에 있는건 응급의학부장 세나였다.

"세나...?"

"오늘이 당번이어서 찾아왔습니다...만"

세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나간다.

"그 자세로 2시간 째 계셨습니다."

"...거짓말"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나요. 정확히 2시간 하고 이제 막 10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10시 28분. 도대체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것인지 생각한다.

아니 그 전에, 세나라고? 세나라면 분명 내 상태를 알아차릴 것이다.

세나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샬레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안을 생각한다면?

내일이면 베리타스에서 샬레 문을 박차고 들어올 것이다. 잠그고 버텨봤자 스파이웨어를 깔아제낄 것이고, 여의치 않으면 엔지니어부가 빠루를 들고 문을 패겠자

일단 침착해야 한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된다.

"깨워도 되었을텐데"

"그러고 싶었지만 당번이 낯설기도 하거니와, 선생님의 모습이 마치 시체...아니 지독한 고민을 안고 계신 듯했습니다."

다행이다. 세나는 모르는 눈치다.

"그럼 선생님, 오늘 업무를 돕겠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그래...일..."

잠인지 모를 시간이 물러간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기력함이었다.

"선생님?"

"아 미안. 요즘 좀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있다보니 가끔 이러는 것 같네"

"아닙니다. 혹시 커피나 홍차라도 타드릴까요? 카페인을 많이 드시는 건 걱정됩니다만, 그래도 각성에는 효과적입니다."

"그럼 커피로 부탁해. 아코가 예전에 사다놓은게 있을거야"

그렇게 세나를 보내고, 다시 모니터를 본다. 그새 대기모드로 들어간 모니터에 얼굴이 비춰보인다.

'가관이군'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초점없는 눈동자, 이미 내려온 다크서클, 며칠이고 면도하지 않은 턱, 정리되지 않은 두발까지

세나가 날 시체로 생각하는게 조금은 이해가 될지도

같은 순간 그런 점이 미워진다.

'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이 이제 최소한의 자기관리도 안 하다니'

"선생님 커피를 타왔습니다."

'어디가서 죽어도 모를 변사체같잖아'

"선생님?"

'그래 이런 놈을 누가 선생이라 생각하겠어'

"선생님!"

생각을 멈춘다. 어느새 들어온 세나도 날 보고 멈춰서있다.

"세나?"

"무슨 일이 있으신거군요."

"일은 무슨, 별일없어"

"선생님. 제 눈은 속일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니 정말로 괜찮다니까"

"이건 응급의학부장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구체적이지 않아도 좋으니ㅡ"

"세나."

세나를 부르고 난 다음 스스로에게 놀랐다. 내본 적 없는 목소리. 낮지만 작지 않은, 따뜻함과 거리가 있는, 신경질적인, 공격적인 목소리

"...죄송합니다."

"미안."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는다. 붉은 겨울의 설원과 같았다. 아니 차라리 붉은 겨울의 설원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눈은 포근하니까.

"저기...세나? 미안해 아무래도 요즘 신경쓸 곳이 많아서 날카로워진 것 같아. 오늘은 업무를 보기 어려울 것 같네"

"아닙니다 선생님. 이해합니다. 죄송합니다 잠시 본분을 잊었습니다. 오늘 저는 당번학생일 뿐인데."

"세나의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고 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니까. 오늘은 세나도 당황했을텐데 가서 푹 쉬어. 주말이잖아"

세나가 가볍게 목례하고 뒤돌아나간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에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더 이상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다만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시면 제가 아니더라도 키보토스의 모두가 선생님을 도울 것입니다. 구호기사단의 세리나씨도 그렇고, D.U.에는 좋은 심리치료사, 의사도 많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아니더라도, 털고 일어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세나를 보내고 다시 힘없이 앉는다. 다음 순간은 자책의 순간이다.

'대체 왜... 세나는 잘못이 없잖아.'

'넌 그냥 그 착한 아이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쓴거야. 알아?'

'책임을 지는건 어른이라더니 결국 이렇게 하나 둘 떨어져나가는 것도 책임이었구만'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라 스스로를 자책한다. 세상을 구하기는 무슨, 내 눈 앞의 학생과의 시간도, 오늘의 업무 할당 지키지 못하였다는 데에서 다시금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진다. 다시금 침울해진다.

그 순간 세나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 D.U.에는 좋은 심리치료사, 의사도 많으니까요."

'...세나가 이런 말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싯딤의 상자를 켠다. 아로나는 이미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는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지켜본다. 프라나도 표정에서 혼란이 읽힌다.

"선생님... 정말 괜찮으신건가요?"

"우려. 심장파형 불안정, 뇌파 불안정, 전두엽의 수축 진단, 심리 상태 불안으로 정의합니다."

"괜찮아. 괜찮고 말고. 아니 이제 괜찮아져야지."

그리고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아로나, 프라나"

"네?"

"병원에 가자. 정신건강의학과로."

"선...생님..?"

"네 선생님. 도보 1,200m. 예상 소요 시간 5분 11초. 안내를 시작합니다."

분명 세나가 보기에 이렇게 보인다면... 더 이상 혼자 가지고는 살 수 없다.

지금은 어떻게든 다시 나아가야 할 때니까.

책임을 지는 것은 어른의 몫이어야 하니까.

~~~

선생이 최종장 이후로도 멘탈을 유지한다는 것에서 '책임을 지는 것은 어른의 몫이니까'라는 말로 모든 것이 무마되는 것 같아서. 선생의 내면이 그렇게까지 건강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2번이나 느꼈고 심지어 자신의 개변되지 못한 미래(=프선생)도 목도했는데 정신상태가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마 선생의 감정묘사와 함께 학생들의 반응을 연계해서 써보려 합니다.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일단은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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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4.06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1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75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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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가
게시물 7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04.06 01:45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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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5

나
ㅇDC
ㅇㅇ1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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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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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2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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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06
디시콘
ㅇDC
ㅇㅇ324.04.06
디시콘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06
디시콘
ㅇDC
ㅇㅇ424.04.06

이건 개맛도리잖아ㅋㅋ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06

빌드업 쌓느라 처음에는 많이 지지부진할지도 몰루

ㅇDC
ㅇㅇ5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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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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