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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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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네 어떻게 알았냐?"

".... 요즘 선생의 꼬리가 좀 길었습니다. 그 정도면 설명이 되겠죠."

"..... 마에스트로가 말린 이유가 있었구나. 그럼 내가 병원 다니는 것도 어디선가 주워들었겠고."

"미안하다 선생. 사실 병원에 다닌다는 사실은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 약 봉투를 들고 건물에서 나오던데, 하필 그 건물에 병원이 딱 한 곳뿐인지라...."

"네가 미안할 건 없지. 어쨌든, 내 증상의 원인은 어른의 카드다. 이게 결론인거고?"

"그래서 저희는 말리고 싶습니다 선생. 물론 그것을 쓴다는 확증은 없지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과, 당신은 그런 상황에서 어른의 카드의 사용을 절대 망설이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를 잘 알고 있다면 그 설득이 먹히지 않으리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겠네. 그렇지?"

"...... 쉬운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선생. 어른의 카드로 뒤바꿀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저는 감히 알지 못합니다. 허나 만일 죽은 자를 소생시키는 수준의 기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면, 생명에 준하는 것이 오가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시간이 깎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뭉텅이로 잘려나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야."

"비유적인 뜻이 아니다 선생. 말 그대로 사용과 동시에 당신의 생명과 누군가의 생명을 등가교환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겠다는 이유까지는 나의 식견으로는 이해할 수 없군. 미메시스가 절대 이데아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흐름인가."

"..... 언젠가는 아이들도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겠지. 만일 그 대가가 내 정신건강과 헌신이라면 나는 몇 번이라도 카드를 긁을 뿐이야. 지금은 잠시 울겠지만, 그렇게라도 아이들이 걱정 없이 자신의 꿈을 펼치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이 웃는다면 그걸로 족해."

병들었지만 여전히 선생은 선생이었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그 상황에서마저도 자신보다는 자신의 학생을 먼저 떠올려왔다.

다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 말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절박했던) 게마트리아에게 그저 붕 뜬 이상주의적 발언으로 들렸을 뿐.

"하아...... 선생. 제가 이런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잘 들으십시오. 솔직히 저희는 선생이 살아남길 원합니다. 그것이 학생들을 위해서 같은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선생 당신이 키보토스에서 가지는 위치 단 하나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왜냐, 당신은 당신 이전의 키보토스를 사실상 '제어'하던 총학생회장의 대리인, 선생 당신의 존재는 곧 키보토스의 제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당신을 높이 평가한다. 자신의 학생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른의 카드를 꺼내는 그 모습에는 확신이 가득했지. 하지만 말이야. 정신건강이 무너진다면 그 종착역은 어딜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과연 학생들이 그것을 원할지도. 내가 감히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결말에서 미메시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비탄에 빠진 신비 뿐일 것이다."

"고맙습니다 마에스트로. 제가 하고 싶은 말과 같은 맥락이군요.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릴 정도로 어른의 책임을 다하려는 당신이, 정작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눈 앞의 학생들은 어째서 외면하시는 겁니까? 어떻게든 되겠지로 얼버무릴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에덴조약 때처럼 살아나는 기적적인 일이 또 일어나리라는 요행을 바라는 겁니까? 아니면, 당신의 학생들을 외면하고 멀리 떠날겁니까? 저희가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형용이겠지요 허나, 적어도 그렇다고 해서 무명사제와 뜻을 같이 할 수는 없다는 전제 속에, 당신이 키보토스의 유일한 희망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란 말입니다."

다른 모든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은 양복의 마지막 말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었다.

(또 트롤리 딜레마인가...)

결국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싸움을 피하고 다른 대안을 찾거나, 지금부터 전 학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결전을 치르는 것.

그러나 이번 트롤리 딜레마는 비유하자면 터널 속에서의 진행과도 같았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오로지 이제까지의 경험만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마저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선생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즉답이 나오지 않는다.

(맞서 싸웠을 때, 그 누구도 죽지 않을 확률? 글쎄 적어도 3%보다는 낮을 것 같은데. 다시, 어른의 카드를 사용했을 때 내가 그 순간 죽어버릴 확률? 이건 잘 모르겠어. 정말로 내 대가가 정신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면 바로 죽어나가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사를 뒤틀어버리는 기적을 행할 때 내가 받을 충격은? 아니 그 이전에 그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잖아.)

(싸움을 피한다고 쳐. 그럼 지금의 위기에는 그저 적당히 대응하는 것으로 이어나가야 하나? 이렇게 저강도로 계속될 확률? 아니야. 안 그래도 급진파라고 불리는 이들에 더 막나가는 프랜시스가 합류한다니 그것도 쉽지 않아. 만일 대피한다면? 어디로? 키보토스 바깥? 그 전에 모두가 동의할까? 자신의 고향을 버리고 이주해야한다고? 키보토스 바깥으로 나갔을 때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이주한 곳에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 전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문제일까? 한 두명도 아니고, 싸움을 피한다면 적어도 모두를 살릴 수는 있어야 해.)

복잡한 고민이었다. 그 무엇을 선택해도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가능성이 높은 경우의 수로 눈을 돌려보아도 그저 물 떠놓고 기도할 수밖에 없는 수단이거나, 다른 세계로의 이주라는 불확실성 정도 외에는 뾰족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잠시 고민을 멈춘 선생은 이내 다시금 두 사람을 바라본다.

"..... 그래, 일단 마에스트로, 생각보다 나를 좋게 봐준 건 고마워. 그리고 너희들이 했던 말이 결국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아니야. 다 좋다 이거야. 그럼 내가 반대로 하나 물어볼게. 너희가 나에게 지금 강력하게 말하는 이 말의 목적은 뭐야? 이렇게 필사적으로 협박을 하진 않을테고, 강요와 설득 사이 그 어디인가이려나?"

"..... 마에스트로. 선생의 '갈채'를 받으셨으니 대답의 기회를 넘기겠습니다."

"그냥 말하기 어려운 대답을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해라. 그 정도도 모르진 않는다. 어쨌든, 선생이여. 강요하고 싶다 솔직히. 허나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결국 당신의 자유의지. 그것을 우리가 막아설 권리도 없고, 이미 게마트리아가 둘로 찢어진 마당에 그럴 여력도 없다. 결국 설득 쪽에 가까이 있는 것이지."

"설득..... 그래 설득이란 말이지..."

잠시 곰곰히 고민하던 선생은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너희들의 조언은 잘 들었어. 다만 내가 이 자리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겠노라 선언할 수는 없는 수준으로 복잡한 문제라는 건 동의하지? 그래서 결론은.... 일단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거야. 그때는 먼저 연락해서, 너희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확답을 줄게. 술 한 잔씩들이랑 안주 두어 개 정도 더 주문하고 일어서야겠다. 출근도 출근이고, 누구들 덕분에 머리가 복잡해졌거든."

능청스러운 투정이 섞인 그의 말에 게마트리아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 부디 현명한 결정이길 희망한다 선생."

"살펴가십시오. 밤은 춥습니다."

둘에게 손짓으로 나오지 말라는 제스쳐를 취한 선생은 이내 카운터로 가 직원과 무어라 대화를 나누더니,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다시, 주점에 남은 두 사람.

"......... 선생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글쎄요. 이번만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떠한 선택지를 가든 모두를 구할 수 없는 것은 기정사실인데다, 어떻게든 극복한다는 밝은 서사가 먹히는 상황도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그 서사가 생명력을 유지하던 것은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내탄성에 의한 것이었잖습니까? 다만......"

잠시 말끝을 흐린 검은 양복, 주위를 잠시 둘러보더니 마에스트로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남긴다.

"...... 색채 침공에 대비해 확보한 수호자 중 저희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호자가 둘이었던가요?"

그의 말에 마에스트로 역시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 확실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둘이다."

"그럼 일단 수호자를 확인하죠.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수호자로, 그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로봇군단은 어떻게든 가능할 것입니다. 결국 원본인 헤세드 역시 우리가 수호자로 준비하던 예언자. 못해도 1대1로 상쇄는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검은 존재'는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군요. 저희 역시도 색채 병기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 결국 그 히든카드가 충분히 효과적이길 바라야겠군."

"어떻게든 해봐야지요. 선생이 저렇게 노력한다면야."

".... 너도 선생을 닮아가는군. 천하의 검은 양복이 '어떻게든 해봐야지'라니. 역시 그는 마성의 남자가 맞는 것인가."

어느새 새로이 채워진 술잔이 도착하고, 남은 둘의 이야기는 그 뒤로 자정이 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

20XX년 XX월 XX+92일 20:14

선생 치료 시작 92일째, 시라토리구 도로변

- 선생님...

- 우려, 선생님. 방금 전의 이야기는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아로나와 프라나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다.

".......... 그치. 그냥 흘려들을 수는 없지."

- 우으... 물론 저 사람들이 했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아로나."

- 보고, 선생님. 금일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 결과에 따른 투약 가능 시간 보고. 총 2시간입니다. 간의 해독능력을 고려했을 때 2시간 이상의 말미를 두고 투약하여 주십시오.

언젠가 의사에게 술을 얼마나 마시냐는 질문을 받았고, 정직하게 대답한 결과 면박만 잔뜩 들어야 했던 선생이었다. 그 뒤로는 간에 무리가 가지 않게 투약의 시간을 조절하는 편이었다.

"그래... 고맙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저 이야기에 대한 너희들의 생각은 어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관한 거야."

두 AI가 한 공간에 머물게 된 이후로 가장 어려운 질문이 당도했다. 지금 상황과, 그들의 주인이 행동하는 방향성. 그것에 대한 의견.

이미 전말은 모두 파악했다. 이 상황에서 모두를 구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선생에게도 쉽지 않은 일.

학생들을 모두 구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 선생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선택을 보류하는 것만은 있을 수 없다. 아직 상대가 가진 패를 모두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공격권까지 내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선택은 강요되는 것이었다.

- .... 프라나 쨩?

- ... 선배. 선배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제 눈치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저 역시 경험하지 못한 내용. 하지만 어쩌면 경험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내용. 결국 저 역시도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래 아로나. 그냥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도 좋아. 어쨌든 그것으로 결론을 이 자리에서 내리는 것은 어려우니, 다만 모두의 의견을 듣고 싶을 뿐이야."

- .....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떠나는 것만은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 그렇구나."

- 프라나 쨩을 제외하면 저와 유일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같이 웃고, 울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선생님 뿐이에요. 그리고 선생님은 이미 최선을 다하셨잖아요.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기주의적이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구나."

- 무엇보다 저희는 선생님이 힘들어하시는 것도, 지금 이렇게 겉으로 괜찮은 척 버티고 계신 것도 모두 알고 있어요. 솔직히, 지금도 편한 상태가 아니고 버티고 있는 상태시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더욱 상태가 악화된다면..... 그런 상황은 저는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 프라나의 생각도 같니?"

- ....... 긍정.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두 번 다시 잃고 싶지 않다고 반복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과 같이 오직 두 개의 선택지만이 남아있다면, 저는 선생님께서 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학생들을 생각하는 선생님의 마음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주어진 정보가 모두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지금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누군가를 잃을 뻔한 아로나와, 누군가를 이미 잃은 프라나. 사실 이 둘에게 질문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 이런 질문은 다른 누구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얼마나 악독한 불량학생이라 한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이 도움을 받은 은인의 희생을 원하진 않을 터였고, 선생 역시 이 점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선생이 키보토스에 와 만난 사람들의 천성이었기에.

그리고, 어떠한 측면에서는 그 학생의 불량도가 증가할수록 그에게 더욱 폭주하는 애정의 공세를 퍼붓는 경우도 있었다. 가령...

"후후후.... 당신...?"

"어.... 아니지...? 이 목소리는...?"

- ..... 부정, 선생님의 직감이 옳을 확률...... 99.3%

"이 와카모.... 당신을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후후후....♥"

지금 등장한 재액의 여우가 대표적이다.

"와카모...? 늦은 시간에 어떻게...?"

"후후후.... 그야 당신의 와카모이기 때문이지요. 당신과 함께 있는 곳이라면 시간은 중요하지 않답니다?"

"날이 추우니까 다음부터는 너무 늦게 다니면 안 돼. 알았지?"

"어머.... 당신의 사랑이 이렇게나 듬뿍.....♥♥ 이 와카모, 더 이상 여한이...."

오늘따라 유난히 텐션이 높은 와카모를 컨트롤하려는 선생의 노력이 애처롭다.

"그... 래서 와카모? 무슨 일 있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아....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나요.... 단지 선생님께서 기괴하게 생긴 이들과 함께 가시는 것을 보게 되어, 혹여 사특한 자들과 함께하는 것은 아닌지 다만 그것이 우려가 되었을 뿐이랍니다."

(그그그그건..... 제대로 본... 건 맞긴 한데 그러니까....)

검은 양복과 마에스트로의 외형이 뇌리에 스치자 와카모의 행동양식을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던 선생이었다.

"걱정해줘서 고맙네. 괜찮아 그래도. 그렇게까지... 음.... 나쁜 사람은 일단 아니야!"

"어머.... 혹시 저로 인해 폐를 끼친 것은 아니겠지요...?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니아니, 폐라니 당치도 않지. 마음이 너무 고마울 뿐인걸. 어쨌든 나를 생각해주었다는 거니까."

술이 들어가서인지 평소보다는 다소 과감한 면이 없잖은 선생이었고, 그가 내뱉은 말이 생각보다 큰 트리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챈 것은 그것이 와카모에게 닿은 시점으로부터 불과 2~3초 정도였다.

"어머머머머머♥♥♥♥ 기뻐요!!

(어어 잠시만...?)

이 와카모.... 드디어 당신을 향한 그 연모의 마음이 닿은 것인지.....

"저, 저기.... 와카모...?"

아아.... 세상이 이리도 밝고 따뜻한 곳인지를 드디어 알게 되었습니다....!!!"

- .... 선생님. 이건 저희도 못 구해드려요.

- 이해. 자업자득. 지인지조*입니다.

* 지인지조: 지 인생 지가 조진다의 약어

"자자자자잠시만 와카모? 아하하... 지금은 밤도 늦었고 해서,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고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워. 나중에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재미있게 놀자. 어때?"

"이 와카모... 당신의 하혜와 같은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당신이 어딘가 아프다는 소문을 들어 기분이 심란하던 차, 쥐새끼들의 헛소리라 치부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 무례를 범한 것인데 이 어찌도 자애로우신지...."

"아.... 아하하.... 그건 그렇고 내가... 아프다는 소문이 있다니 그건 또 의외인걸.'

물론 거짓말이다. 정확한 병세와 별개로 선생의 몸상태에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키보토스에 널리 퍼진 상황. 특히나 샬레에서의 업무 도중 발생하는 초보적인 실수나 기억력의 감퇴는 이러한 의심을 더욱 가속화하는 등 이 이야기는 소문의 당사자 역시 파악하고 있을 정도였다.

"신경쓰실 필요 없답니다. 그런 헛소문이 이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니, 제 근심은 이미 훌훌 털어버렸으니까요... 후후후♥"

"음.... 확실히 그렇겠네. 걱정 마 나는 아직 괜찮으니까."

"과연, 이 와카모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 마음의 따스함....!!"

"하하.... 다행이다. 좀 걸을까?"

샬레로 가는 길, 어둠 속 간간히 밝은 가로등과 건물의 조명이 분위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그건 그렇고, 내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꽤 많이 도는 거야?"

"하아... 차마 말하기 어렵지만... 네.... 맞습니다..."

"으음.... 어떻게 아프다 이런 이야기는 들은 거 없지?"

"그런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마시어요. 저 와카모가 당신을 언제까지고 지킬테니, 그럴 일은 없을테니까요!"

".... 역시 모르는구나?"

"에, 에엣?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정곡을 찌른 선생의 말에 고장나버린 와카모였다.

(다행이네... 아직 정확히 뭐로 아프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은건가...)

이와 상반되는 선생의 반응은 안도 그 자체. 이미 사건의 전말이 모두 밝혀진 상황에서 자신이 정확히 어떻게 아픈가 하는 내용이 널리 퍼지게 되면 자신이 어른의 카드를 사용해야 할 상황에 닥쳐서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었으나, 일단 극단적인 수준까지 소문이 퍼지진 않았던 모양이다.

"농담이야 농담. 그런 이야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지. 그래도 와카모가 이렇게 생각해주는 마음은 너무 고마운걸."

"아...? 정말로... 정말로 이 와카모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있던 건가요...?"

"음.... 그럼? 당연하지. 물론 가끔은 당황할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나를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점은 알고 있거든. 덕분에 그리고 나는.... 음 아주 건강해! 걱정 마."

건강하다는 말을 애써 꺼내는 것에서 양심의 가책이 들었는지 다소 운을 길게 띄웠던 선생이지만 이미 와카모에게 그것은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아.... 아아.....!!!"

(어.... 어어....?)

"이 와카모. 앞으로 제 남은 생명은 오직 당신을 위해서만 의미가 있답니다..... 앞으로 당신을 위해 이 한 몸을 불사를터이니.... 지켜봐주세요... 모쪼록 무사히 돌아가셔요... 후후♥.... 후후후...♥♥♥♥"

어딘가 모르게 위험한 수준이 되어버린 와카모는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총총 걷더니, 이내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골목 사이로 "끼야아아아아아아----!!!!'하는 비명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다시 홀로 남겨진 선생.

".... 하아. 잘못했다간 오늘 피를 여럿 봤겠는걸."

'기괴한 어른'을 생각하던 그는 이내 풉, 하고 작게 웃는다.

와카모와 걷던 길을 좀 더 걸으니 어느덧 샬레 건물이 어렴풋이 보이는 수준까지 왔다.

샬레에 도달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이 확인되자 싯딤의 상자가 다시 동작한다. 들려오는 아로나의 목소리.

- .... 이건 선생님 잘못이에요. 알죠?

"으에?"

- 긍정. 선생님. 이 이상의 일은 저희가 책임질 수 없습니다.

"프라나까지?!"

- 프라나 쨩..... 와카모 씨가 샬레에 들어오면 자체적으로 대기 모드에 들어가도록 해요...

- 동의. 결자해지하셔야 합니다 선생님.

"어.... 어어어?!!?"

늘 이야기하지만

슬픈 예감은 들리는 적이 없다. 언제나.

~~~

한편, 그녀답지 않게 숨을 헐떡헐떡거리며 골목 어딘가로 숨어든 여우 소녀는 이미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아아아아......"

겨우 숨을 고르며, 호흡에 방해가 되는지 가면까지 벗어던진 와카모의 눈 앞에 물웅덩이가 보인다. 때마침 뒤편의 가로등에 의해 불빛이 반사되어 거울과도 효과를 주는 물웅덩이에 그녀의 얼굴이 비친다.

"하아..... 그래요... 제가 아는 당신이 역시 아플 리가 없죠...."

"..... 그러니 이 와카모. 아직 당신 앞에 설 수는 없는 몸이지만, 당신의 그림자 속에서 함께 걷겠습니다."

"..... 그리고 만일,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당신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었던 자라면 그게 누구든 중요치 않습니다.... 총학생회든, 대형 학교든, 모두 이 와카모가 가만 두지 않을 것이에요...."

"우선... 당신을 귀찮게 구는 날파리들부터 하나하나 단죄해야겠네요... 후후.... 후후후후♥♥♥♥"

이미 스위치가 올라간 와카모의 총 끝은 이제 어디를 향할 것인가.

중요한 사실은 단 한 가지다.

이 여우, 어딘가 위험하다.

~~~

이번 화는 지난 화와 이어지는 부분이다보니 빠르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업로드 주기의 단축을 불러올 수 있었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당분간 조금 페이스를 올려볼 생각입니다. 삶의 여유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건강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다보니 제가 한 글자라도 더 쓸 수 있을 때 진도를 쭉 빼놓아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리적 시간만 받쳐준다는 전제 하에 욕심을 부리자면 연참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참 낭만 넘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잘 풀렸을 때의 이야기고, 잘 안 풀리게 되면 좋아하는 것도 잃고, 일에서도 실패를 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제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낭만이라는 이름 아래에 제가 포기했던 다른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경험해보았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후회란 언제 해도 늦었기에 후회(後悔)라고 부르지 않겠습니까.

한 주가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곧 주말이 다가옵니다. 후회 없는 한 주를 보내셨길 바라며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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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2.13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83)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21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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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가
게시물 7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5.02.13 22:46
조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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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나
ㅇDC
ㅇㅇ125.02.13

죄송한데 1~50 링크좀요…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5.02.13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2825136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ㅇDC
ㅇㅇ225.02.13

양치하면서 보기 최고의 소설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5.02.13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5.02.13

====추가==== 최근 관리자님들께 창작 탭 내 소설 내 달리는 댓글에 대하여 경우에 따라 도킹으로 판단될 수 있는 댓글들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부분은 대단히 감사드리나, 갤러리 규칙에 어긋나는 도킹성 댓글(간단히 이야기해서, 해당 회차에서 알 수 없는 정보가 댓글로 입력되면 도킹이라고 전해들었습니다.)은 삼가주시고, 저 역시도 해당 댓글에는 부득이하게 답글을 달지 않는 식으로 조치하여 갤러리 규정을 준수하고자 합니다.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부탁의 말씀을 드리며, 오늘도 읽어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ㅇDC
ㅇㅇ325.02.13
디시콘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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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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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물라매작성자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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