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존재하지 않는 기억 0: 헤어질 시간
↑ 존재하지 않는 기억 1: 물풍선
여름방학,
어느 날은 스이코가 불꽃놀이를 잔뜩 들고 왔다
하늘로 쏘아 올리는 건 아니고, 손에 들고 있으면 파직파직 불똥을 내뱉으며 타들어가는 작은 것이었다
지금 와서 찾아보니 스파클러라는 이름이 있는 모양이지만 당최 입에 익숙치 않은 걸 보니 살면서 이 이름으로 그걸 부른 적은 한 번도 없나 보다
그때의 우리도 그랬는지 나도 스이코도 대충 불꽃놀이라고만 불렀다
쏘아 올리는 건 폭죽이라고 불러서 구분했었나.
아무튼, 동네의 말썽쟁이였던 우리가 밤늦게 밖에 나가는 걸 탐탁치 않아 했던 어른들을 우리는 용케도 설득해냈다
그 논리란, 불꽃놀이를 낮에 할 수는 없지 않냐는 것
서로 집을 빠져나와 근처 공원에서 모인 우리는 작전 성공을 함께 기뻐하며 웃었다
스이코는 항상 보호장갑 같은 것을 끼고 다녔는데, 똑같은 것을 나에게도 한 벌 건네주었다
물론 손을 데일 걱정 없이 마음껏 불꽃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양손에 든 불꽃은 쌍검이 되기도 했고 마법봉이 되기도 했다
산더미같이 가져왔던 불꽃놀이가 바닥을 보여 갈 무렵 스이코가 말을 꺼냈다
생각해보면 이 주변은 너무 밝지 않냐고 말이다
나는 귀신같이 스이코가 하려는 말을 알아챘다
역시 완전한 암흑천지에서 불꽃이 빛나야 더 재밌지 않을까?
우리는 공원을 나와 더 어두운 곳이 없나, 하나만 생각하며 동네를 누비고 다녔고 어느새 인적이 드문 동네 밖까지 나가 버렸다
어두운 곳에서 빛이 나니 잔상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것이 훨씬 잘 보였다
삽화는 그 때의 모습이다
우리는 신이 나서 가져온 불꽃놀이를 전부 태워 버렸다
연기가 풀풀 나는 잔해물이 담긴 물 양동이를 바라보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었을 무렵
우리는 뒤늦게 눈치챘다
아무 생각 없이 여기까지 오느라 여기가 어딘지 둘 다 모른다는 것이었다
불을 붙일 만한 것도 남지 않았는데 주위는 새까만 어둠이었다
우리는 그제서야 완전히 겁에 질려 엉엉 울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동네를 헤매던 우리는 꼬맹이들이 돌아오는 게 늦자 버선발로 찾으러 나왔던 어른들에게 발견되었고
그 자리에서 붙잡혀 엉덩이를 얻어맞았다
그렇게 우리는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외출 금지를 당했던 것이다
...뭐냐 이 기억은?
됐고 스크린톤을 한번 써먹어보고 싶었다
꽤 재밌는 짓거리였다
댓글 15
내 아내임

이것은 우리 모두의 추억입니다.

대체 뭐냐! 이 기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