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야, 선생님."
"……우리 과장을 구해줘!"
"응……?"
상담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며 사무실로 불러내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허공을 노려보기 시작한지 5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입을 연 아루가 처음으로 건넨 한 마디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카요코한테 큰일이라도 생긴 거야?!"
"엣……. 그게, 큰일은 큰일……이랄까?"
학생이 큰일을 당했다는 말에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교사가 몇 명이나 될까?
반사적으로 테이블을 있는 힘껏 내리치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 카요코에게 큰일?!!"
"공격당했어?! 기습? 납치?! 감금?!?! 어떤 자식이 감히!!"
"따라와, 하루카!! 당장 놈들을 박살내고 카요코를 구하러 가자!!!"
"에헤……! 에헤헷! 추, 추, 출동 명령인가요?! 저……, 전부 부숴버리겠습니다!!"
산탄총을 끌어안은 채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던 하루카도 광기에 가세한다.
선생의 슬픔과 분노에 공감할 줄 아는 착한 아이다.
"으아아, 진정해 둘 다―!! 그 정도까지 큰일은 아니니까!"
맹견처럼 으르렁거리는 하루카를 토닥이며 달래주는 아루의 모습.
"아르르르르……. 으르릉……."
"착하지, 하루카? 진정하렴? 옳지 옳지."
"하아아, 정말……."
육아의 고단함에 지친 엄마 같아…….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겨우 하루카를 얌전하게 만든 아루는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서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선생님도 봤지? 과장 얼굴에 드리운,"
"……엄청난 다크서클 말야!"
다크서클…….
최근 카요코의 얼굴이 꽤나 피폐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냐는 물음에도 "딱히", "괜찮아" 같은 시니컬한 대답만 돌아올 뿐.
어른이 되어서 학생의 뒷조사를 하기도 뭐하고, 무언가 일이 있겠거니 짐작밖에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게 있잖아, 어떻게 된 거냐면……. 내가 멋대로 판을 벌이다가 망해버린―"
"―게 아니고?! 흐, 흥신소 의뢰들!!"
그런 이유였군.
"흠, 크흠……. 어쨌든!"
"과장 혼자 뒤처리를 하느라 잠까지 줄여가면서 고생했던 거야……!"
"확실히……. 카요코는 뭐든지 자기가 나서서 책임지려고 하니까."
"그치만, 아무리 쉬어달라고 사정을 해도 들어주질 않는다구?!"
"휴가를 줬더니만 매일같이 사무실 청소를 하러 오질 않나!!"
걱정을 하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한 아루의 목청에 그만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하루카도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출동할 차례가 온 줄 알고 몸을 움찔했다 이내 다시 쮸글해졌다.
"언, 언성을……, 언성을 그렇게 높이지 말렴……."
"나……, 나도 모르게 그만. 미안해, 선생님……."
별로 미안할 일이 아닌데도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연신 사과를 하는 아루.
하긴, 은원이 확실한 것도 대악당의 소양이지.
"……아, 아무튼. 이런 걸 부탁할 만한 사람이 선생밖에 없어서……."
"아니, 이것도 경영 고문의 일이니까! 직원 복지도 경영의 일종이잖아?"
"우으……. 사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것 뿐이지만."
"카요코에게는 「잠입 의뢰」 정도로 둘러댔으니까……!"
"부탁할게, 선생님!"
"카요코 과장이 확실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어!"
-
과연……. 그렇게 된 거였나.
본인의 의사 따위는 아랑곳 않고 밀어붙이는 그 결단력.
역시 아루야. 정말 하드보일드한 무법자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곤 하지만, 의뢰라 속이면서까지…….
1 / 7……「온천」에 보내버리다니.
아루는 언제나 상식을 뛰어넘는구나. 이래야 내 학생답지.
……뭐 어쨌든…….
"부탁받은 이상, 전력으로 가볼까……!"
"기다려, 카요코!!"
-
하지만…….
늦은 밤이 되도록, 카요코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이렇게까지 늦어질 줄이야.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카요코의 이름이 없는지 투숙객 명단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여관 곳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렇다고 여자 탈의실이나 여탕까지 들어갈 순 없기도 하지만…….
"뭐, 카요코는 눈치가 빠르니까. 아루의 속셈을 눈치채고 진작에 돌아갔을지도."
2 / 7"으음……. 그러면 이제 어찌 한다……."
그렇게 정처 없이 여관을 걸어다니던 중 시선을 사로잡은 무언가.
3 / 7「노천온천」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표지판이 벽에 붙어있다.
"여긴……, 노천탕인가?"
"……."
선생이란 학생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올바른 방향으로 계도하며, 모두에게 귀감이 되어야 하는 존재다.
선생이기 이전에 어른으로서도, 그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야만 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러한 책임감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나 역시도 단지 그들보다 조금 더 일찍 태어나, 세상을 조금 더 오래 겪었을 뿐인 풋내기에 불과하니까.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온천 가서 쉬고 싶다.
"모처럼의 온천인데, 그냥 가는 건……."
"……어차피 돌아가기에도 늦은 시간이고."
늦지 않았다.
"뭐……, 하루 정도는 느긋하게 보내도 괜찮겠지?"
안 괜찮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발걸음은 멈출 수 없고, 몸의 통제권은 내 손을 떠난지 오래다.
히히 신난다! 온천이다 온천!
뛰다시피 걸어가던 와중 묵직한 무언가가 발에 채였지만, 잔뜩 신이 난 나머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4 / 7……그것이 「혼욕」이라는 글자가 적힌 팻말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
온천에 들어서자 처음 느껴지는 감각은, '기분 좋다.'
적당히 쌀쌀한 바깥의 공기와 따뜻한 온천의 수증기가 만나 딱 좋은 온도를 만들어낸다.
아직 탕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중얼거리며 노천탕에 발을 넣던 찰나.
이미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던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가……?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꿈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고도 몽환적인 광경.
5 / 7휘영청한 보름달.
그 아래에는 백설보다도 새하얀, 어쩌면 창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운 살갗이 달빛을 머금어 은백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피부처럼 하얀 백발과 대비되는 검정색 브릿지, 루비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적안.
그건…….
"카, 카요코?!"
"……?!"
"……잠깐, 선생……?!"
"왜, 왜 여기에……?"
-
"…………."
"그런가……. 사장이 보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듣는 카요코.
"……뭐, 알겠어."
"하아……. 정말이지……."
다행히도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이내 표정이 풀어진다.
"아, 아니야. 선생을 탓하는 게 아니니까."
"그냥……, 조금 놀란 것 뿐이고."
"그나저나 카요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투숙객 명단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름이 없던데……."
아루가 의뢰라는 명목으로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면서 예약했을 테니까, 원래라면 명단에 「카요코」라는 이름이 있어야만 했다.
설마 하니 무전취식을 했을 리는 없고, 어떻게 된 일인지…….
"……하아. 「잠입 의뢰」인데 본명을 사용할 리가 없잖아."
"적당히 아무 이름이나 지어낸 거고……."
"뭐, 결국 의뢰는커녕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이젠 의미 없지만."
어쩐지 못 찾겠더라니!
똑똑한 여고생.
"응. 제대로 된 임무가 아니라는 건 대충 눈치채고 있었어."
"그야 사장이 이상한 의뢰를 수주하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니까……."
"설마 선생까지 보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말을 마친 카요코는 잠시 멈칫하더니, 갑작스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째려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눈치 없다 욕을 먹는 나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 분위기.
"……그런데 선생, 투숙객 명단은 어떻게 본 거야?"
"설마 몰래 훔쳐봤다거나……."
그렇군…….
결국,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건가.
"「샬레」의 초법적 수사권."
"……."
"…………."
놀랐나?
하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하지만 학생을 위해서라면, 불가피하게 어른의 권력을 사용해야만 하는 때도 있는 거란다.
"……어, 음……."
"못 들은 걸로 할게……. 방금 거."
맨🌕블랙처럼 기억을 지우는 기계를 만들어달라고 엔지니어부에 부탁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
"그보다, 선생님……."
카요코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듯 우물쭈물하며 가슴에 얹은 수건을 만지작거린다.
"……어, 언제까지……, 빤히 보고 있을 거야?"
"아무리 나라도 조금……. 부끄러운데."
"……?"
부끄럽다고? 갑자기 무슨…….
……잠깐만.
아무리 학생과 선생이라지만, 엄연한 남성과 여성.
온천이라는 명분이 있음에도 서로에게 알몸이 보여지고 있는 상황이니 부끄러운 것이 당연하다.
"미, 미안! 카요코!!"
바로 고개를 홱 돌렸지만 때는 이미 한참 늦었다.
배려가 부족했다.
타인의 시선에 비치는 외모와 남녀 관계 같은 것에 민감할 나이.
한창때의 여고생이 남자……, 그것도 어른인 나에게, 나체를 보이고 말았다.
이런 당연한 걸 이제서야 눈치채다니…….
나 역시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나.
이걸로 평생 미움받게 되더라도 할 말은 없겠지.
아니……. 그 전에 발키리에 연행되려나?
썩 좋은 인생이었다.
"……."
"후훗."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들려온 것은, 카요코의 예상치 못한 웃음소리.
"……응? 갑자기 왜 웃는 거냐고?"
"아니, 뭐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까딱 숙인 채 싱긋 웃어보이는 카요코.
"선생도 남자구나……. 하는?"
……뭐…….
"아, 아니야!"
"응? 뭐가 아닌데?"
카요코는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장난스럽게 웃으며 재차 묻는다.
이, 이쪽은 인생이 달려있다고……!
"학생을 그런 눈으로 보는 건……."
핑계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런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외모라는 것을, 본인은 자각하고 있을까.
"흐응……."
"……그런 눈, 으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카요코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이곳이 내 인생의 종착역인가…….
안녕, 모두들. 나는 선생 실격이야.
"나는 괜찮은데, 선생이라면."
…….
방금 뭐라고?
"……."
"…………."
별안간 카요코의 뺨이 발갛게 물들어간다.
"……아니, 방금 한 말 취소. 잊어줘."
"……."
카요코는 얼굴을 보이기 싫다는 듯 반대편으로 고개를 휙 돌렸지만, 빨개진 귀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있잖아, 선생님."
수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거는 카요코.
낯을 가리는 보통의 여고생 같은 그 모습이, 평소의 시니컬한 모습과 대비되어 신선하게까지 느껴진다.
흥신소의 연장자로서, 모두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믿음직한 맏언니.
언제나 냉철한 판단으로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유능한 참모.
그런 카요코도 한 명의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한다.
"날 위해 선생님이 와준 거니까……."
"오늘은 나한테 맞춰주는 거지?"
……그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되지.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나는 오늘 이곳에 「카요코를 구하기 위해」 온 거다……!
"물론이지."
"응, 그렇구나."
"그러면……."
어떤 부탁이든 무리해서라도 들어줄 테니까!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카요코의 입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나랑, 한 잔 하지 않을래?"
"……?!"
한 잔?
내가 아는 그 한 잔?
아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학생이 술……을 마시는 건 불법이니까."
웬만한 어리광은 다 받아주고 싶었지만, 이건 아니다.
술이라니……, 카요코가 이런 것에 관심이 있는 아이였나?
교육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를 한 것 같긴 하지만…….
"흐음……."
"착실한 어른이구나, 선생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나한테 맞춰준다면서. 치사해."
"……."
뾰로통한 얼굴로 떼를 쓰던 것도 잠시, 카요코는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치만 선생님, 잊고 있는 거 같은데……."
6 / 7"……나, 합법이니까."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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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 팬게임에 삽입했던 카요코 인연스토리 시나리오를 소설 형식으로 조?금 고쳐보았습니다.
카요코 생일 기념으로 올리려던 건데 어머니랑 데이트한다고 결국 자정을 넘겨버렸네요. 레후
7 / 7(한 잔 하는 카요코)
소설 업로드한다고 하니까 팀원 분께서 선물로 주신 한잔 하는 카요코 입니다.
한잔해~

댓글 19
일러 작가 링크 https://twitter.com/nackjy09
오 글씨색 뭐임 읽기 편하네 저색으로 보니까
그냥 복붙한 거라 모른대....
세엑스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