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로운 샬레의 아침.
어제 밤 야근을 하면서 피로가 쌓인 탓일까.
선생은 문뜩 잔혹한 망상에 휩싸였다.
"못된 장난을 치고 싶다."
뭔가 학생들이 자신으로 하여금 슬퍼해줬으면 하는 애정결핍적인 욕구가 든다. 나로 인해 슬퍼해주는 것만큼 '내가 살아갈 가치가 있구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이런 쓰래기 같은 욕망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순 없겠지.
몇일 전 봤던 영화가 하나 떠오른다. 간병인이 실수로 잘못된 약을 투여해서 늙은 소설가를 죽이게 되는 내용이었다.
"좋은데..."
완벽한 장난을 위해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일단 평소에 자주 마시던 커피통을 2개 준비했다. 두 병의 내용물은 같다. 다만 커피라고 쓰여진 병은 찬장 깊숙이 숨겨놓는다.
반면에 험상궂은 경고문구와 독극물 마크가 달린 병은 눈에 띄기 쉬운 찬장 앞에 넣어놨다. 마크는 일부러 보이지 않도록 병을 돌려놓았으니 대부분은 의심없이 꺼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은 탁자 위 과일 접시에 있는 과도를 바라본다. 이건 하이라이트를 위해서. 준비는 완벽하다.
"선생님. 또 야근 하신건가요?"
사무실로 유우카가 들어온다. 당연히 업무 중에 졸고 계실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지쳐보이는 안색의 선생님이 자신을 맞이할줄은 몰랐다.
"으응... 유우카. 어제 당번 서느라 고생했어."
선생은 피곤한 표정으로 골골거린다. 유우카는 자신이 가져온 결제서류들을 내밀려다가 조용히 탁자 위에 얹었다. 아무래도 이런 몰골이면 일을 시키기 죄송스럽다.
"으음... 유우카 미안한데 커피 한잔만 타다줄래? 너무 피곤하네."
"선생님도 참... 알겠어요."
유우카는 귀찮은 듯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사실 싫지 않다. 오히려 기쁘다. 선생님께서 나를 필요로 하시다니... 이럴때마다 훌륭한 보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가볍게 흥얼거리며 도착한 휴게실. 주변을 둘러보다 그녀는 이상한 것을 느꼈다.
"..커피통이 여기 있지 않았나?"
전에 샬레에 왔을 땐 테이블에 있었는데...
어째선지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커피는 혹시 어디에 있는 지 아시나요?"
"그거 분명 찬장에 있었지."
"아! 방금 발견했어요."
선생님의 목소리에 따라 찬장을 열어보니 익숙한 통이 보였다. 유우카는 그 통을 집어들곤 뜨거운 물과 함께 천천히 커피를 내린다. 향긋한 향이 그녀의 코를 간지럽히자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커피 가져왔어요."
유우카가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가 선생의 앞에 도착했다. 선생이 환한 미소로 화답한다. 유우카는 자신도 모르게 헤실헤실한 미소를 짓다가 정신을 차리고 헛기침을 했다.
"고마워. 유우카."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들이마신다.
"입에... 맞으세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유우카는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바라본다. 선생님이라면 분명 좋다고 해주시겠지만 빈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으흡..컥...쿨럭..우읍"
심상치 않은 기침소리. 몸을 잔뜩 웅크린 선생님이 입을 틀어막고 연거푸 기침을 한다. 그런 선생님의 입에선 새빨간 액체가...
"어...어라...? 선..생님?"
대체 무슨 일이지. 선생님이 왜... 과로? 혹시 숨기시던 질병이..?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그게 아니면... 그때 유우카의 머리에 끔찍한 가정이 떠올랐다.
선생의 손가락 사이에 붉은 피거품이 쏟아져 바닥을 적신다. 유우카는 휴게실로 달려가 커피통을 확인했다. 통을 뒤집어보자 보이는 섬뜩한 해골문양. 노란색으로 쓰여진 경고문이 보인다. 절대 섭취하지 마시오. 왜 이런게 찬장에 들어있던 걸까.
"아...아..."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잠시만...안돼... 피가..."
유우카는 달려가 자세가 무너지는 선생을 부축했다.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피를 막기 위해 손을 뻗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가 저지른 짓. 내 손을 물들이는 피. 내가... 내가...
"죄송해요...제..제가...실수로...커피가 아니라...아으...아..."
시야가 흐려진다. 눈에 물이 마구 차올라 쉼없이 흐른다. 어떡하지. 어떡해야 선생님을... 그래... 일단 전화를 해야한다. 누구에게? 그런 걸 생각할 시간 없어. 아무나 아무나 빨리.
유우카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잠금장치를 풀려 손가락을 꿈틀거리지만 손가락이 너무 떨려 제대로 된 번호가 눌러지지 않는다. 빨리 눌러야하는데.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제발. 진정하고...
그때 선생님이 유우카의 핸드폰을 잡고 땅바닥에 집에 던졌다.
"신..고하지마... 유우카..."
"선..생님... 어..어째서... 많이 다치셨잖아요... 빨리 치료ㄹ.."
"...이미...늦었어...유우카. 지금 신고...하면 유우카는 선생을 죽인... 살인자가 되잖아..? "
선생은 힘겹게 몸을 움직여 탁자로 걸어간다. 그러곤 과일접시에서 과도를 집어들고는 경건하게 바라본다.
"아...아...안돼요... 그건..."
유우카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 지 알고 있었다.
선생은 천천히 과도를 자신의 목에 가져다댄다.
그런 그의 손은 두려운 듯 심하게 떨린다.
"...유우카. 나는... 자살한거야... 알겠지? 그러니까..."
"안돼요... 제발... 선생님... 그러지마세요... 그러지마! 제발...!"
유우카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선생님이 자살을? 나때문에? 내가 살인자가 될까봐 스스로 죽으신다고...?
"...어서 가렴. 넌... 오늘 여기 없었던거야... 가서 빨..리... 피를 씻어..."
"하지 말라고 하잖아! 싫어...싫어...싫어!"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믿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이 자살하는 모습은 꿈이라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그것이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난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유우카!"
선생의 고함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란다.
"당장 나가라고!"
한번도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표정.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사무실을 뛰쳐나가서... 복도를 달리고 달리고... 계속 달려서...
정신을 차렸을땐 화장실이였다. 새빨갛게 물든 세면대와 거울. 유우카는 강박적으로 몸을 덮은 피를 닦고 있었다. 옷을 벗어 피를 빨아낸다. 그럴때마다 붉은 물이 자꾸 넘쳐서 화장실 바닥을 더럽힌다.
"피를 닦아야해. 피를 닦아야해. 피를 닦아야해. 피를..."
무언가 홀린 사람처럼 몸을 문지른다. 손에 묻은 피가 지워지지 않아. 나는 더 쌔게 손을 문지른다. 아무리 지워내려해도 손에 물든 피가 지워지지 않는다. 손등이 살갗이 찢어져 피가 나도 멈추지 않는다.
순간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끔찍한 자기혐오가 올라온다. 선생을 죽이고도 필사적으로 피를 닦는 모습이.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역겨워서 참을 수 없었다.
"으흐흐....으으윽....으아으....으아아아!"
그녀는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큰일났네..."
유우카가 나간 후 과도를 떨구는 선생. 입안에 손을 넣어서 무언가를 끄집어낸다. 가짜 혈액용 색소를 담은 비닐의 잔재였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유우카 반응이 너무 좋아서..."
아무래도 자살쇼는 심했나. 학생에게 몹쓸 짓을 시킨 거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유우카는 어디로 갔을까. 혹시 샬레를 벗어났다면 일이 커지는 거 아니야?
선생은 급히 사무실을 뛰쳐나간다. 다행히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유우카? 괜찮니?"
선생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자 유우카는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선생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는 이내 바닥에 주저앉더니 두손을 모아 빌기 시작했다.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제발용서해주세요제발죄송해요죽으라면죽을테니까제발제발"
"유우카! 정신차려! 나 살아있으니까! 다 가짜였어. 장난이야. 선생님이 미안해."
선생은 벌벌떠는 유우카를 껴앉고 다독였다. 몇분이 지나고서야 안정이 된 유우카에게 정말 죽도록 맞았지만 말이다.
"정말 최악이에요. 존경할 가치도 없는 쓰래기. 진짜 죽어버리지 그래요?"
유우카의 살벌한 시선. 살기가 가득 담긴 폭언을 선생은 잠자코 들었다.
"선생님을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역겨운 인간일줄이야. 선생님 장례식에는 아무도 안 찾아갈 거에요."
"미안해..."
"...진짜...그러지...마세요...정말...정말..."
유우카가 울음을 터트렸다.
"저는 정말... 선생님이 저때문에 죽어버리는 줄 알고... 저때문에 자살한다고 하시면... 제가 어떻게 살아요!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고요..."
선생은 그녀를 다시 다독여준다.
"이런 장난 한번만 더 하면... 진짜로 선생님 다시는 안봅니다. 그리고 과도도 압수에요. 사무실에 날붙이 들고 올 생각 하지마세요."
선생은 끄덕이며 그녀와 약속한다. 그제서야 유우카는 조금이나마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스스르 잠에 들었다. 그런 유우카를 바라보며 선생은 조용히 중얼거린다.
"...유우카에게만 안하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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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장난 피폐 소설들이 너무 맛있어서 직접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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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남 미쳤노 ㅋㅋㅋ
센남개미친새끼 ㅋㅋ
우우 센남충ㅉㅉ
ㅋㅋㅋㅋ 개또라이노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