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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트리니티 우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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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 #M #미스터리 #카즈사 #레이사

원본 by ふにゃΩグミ

==========================

<1> ~ <4>

<1>

“카즈사,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만남이 뭐라고 생각하지?”

방과 후 평소와 다름없는 부실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철학 강의가 시작되었다.

먹을 때만이라도 골치 아픈 이야기는 좀 봐줬으면 좋겠다.

나는 “글쎄”라고 대충 대답하며 눈앞의 쟁반에 놓인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나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심하네, 카즈사는.”

“간식 시간에 이상한 타령하는 게 더 이상한 거야.”

“그럴까? 이렇게 달콤한 시간이야말로 로망을 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논리를 한 귀로 흘리며 초콜릿 포장지를 벗겼다.

달콤한 초콜릿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방디부, 이것이 우리의 일상.

과자를 먹으며 실없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아하고, 화사하고, 평온한 시간.

…뭐, 실제로는 그렇게 우아하거나 화사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안식처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부실 안을 둘러보았다.

부원은 네 명이지만 지금 부실에 있는 건 세 명뿐이었다.

나와 나츠, 그리고…….

“가장 고귀한 만남 말이죠! 고귀한지는 모르겠지만, 운명적인 만남이라면 여기 있죠!”

나는 그 시끄러운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나를 가리켰다.

“쿄야마 카즈사! 우리는 운명의 실로 연결되어 있다고요!

트리니티의 정의인 이 몸이 반드시 당신을 쓰러뜨리겠습니다!”

…우자와 레이사.

내 과거에 사로잡힌 열혈 바보.

사사건건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민폐의 귀감.

그녀는 딱히 부원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같이 과자를 먹는 일도 많아졌다.

아니, 같이 먹는다기보다…….

“네, 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우자와의 입에 과자를 쑤셔 넣었다.

“…무, 무슨 짓인가요……! 저를 길들이려 해도…우물우물.”

그리고 몇 초 뒤, 그녀는 황홀한 듯 눈을 감았다.

“다, 달아요! 맛있어요!”

우자와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초콜릿을 음미했다.

그래, 아무리 시끄러워도 과자만 먹여주면 조용해진다.

우자와가 부실에 들이닥칠 때마다 일단 앉혀놓고 과자를 먹였다.

그러면 얌전해진다.

나도 우자와를 다루는 법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저기, 그래서 나츠 씨가 생각하는 멋진 만남은 뭔데요?”

어느새 ‘정의’ 따위는 까맣게 잊고 우자와가 나츠에게 물었다.

나츠는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확실히 너희의 만남도 고귀하긴 하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만남이 고귀한 건 아니야.

당사자끼리의 궁합이 아주 중요하거든. 즉,”

나츠는 우리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마리아주(mariage).”

“…….”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이다.

우자와도 잘 이해가 안 가는지 애매하게 미소 짓고 있다.

그런 우리를 보며 나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서서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딱 하나로 귀결돼.”

“그럴 거면 처음부터 그것만 말해.”

나의 항의를 무시한 채 나츠는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그리고,

“자, 이거 봐.”

화면을 우리 쪽으로 돌렸다. 그걸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다.

“…이건.”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우자와도 몸을 내밀어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오, 맛있어 보여요!”

우자와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방디부는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는 게 습관이다.

지금 나츠가 보여주는 건 그녀가 먹었던 디저트였다.

화면에 비친 것은 팬케이크.

동그란 팬케이크 네 장이 하얀 접시에 놓여 있고, 그 위에는 휘핑크림이 얹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베리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말로만 들으면 좀 느끼할 것 같지만, 사진 속 팬케이크는 폭신하게 부드러워 보였고 휘핑크림도 공기를 듬뿍 머금어 먹음직스럽다.

무엇보다 베리 소스.

소스의 산미가 휘핑크림의 단맛을 잡아주면서 빵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려 줄 것이 분명했다.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맛있겠다, 이 팬케이크.”

솔직한 감상을 나츠에게 전했다. 하지만 나츠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카즈사, 마리아주라고 했잖아? 여기서 중요한 건 팬케이크뿐만이 아니야.”

“어, 어? 생크림이랑 베리 소스가 마리아주라는 소리 아니었어?”

하지만 나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세히 봐.”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했다.

화면 오른쪽 위. 거기에는 컵 한 잔이 있었다. 내용물은…….

“우유?”

나츠는 만족스러운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밀가루와 우유는 옛날부터 찰떡궁합이라고들 하지.

그리고 이번 팬케이크와 신선한 우유.

이게 어울리지 않을 리가 없잖아?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만남, 팬케이크와 우유의 마리아주야.”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다…아니, 정말 그럴까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팬케이크는 달다.

베리 소스의 산미가 있다고 해도 결국은 달콤한 음식이다.

그렇다면 가장 잘 어울리는 건 홍차나 커피 같은 음료가 아닐까.

“나츠, 그냥 네가 우유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절대 아니야. 이 팬케이크에는 우유가 최고야. 틀림없어.”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우유가 최고일 것 같지는 않은데.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나를 향해 나츠는 볼을 살짝 부풀렸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직접 확인해 봐.”

그렇게 말하며 나츠는 다시 스마트폰을 조작해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아기자기한 서양식 가게가 비쳐 있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메르헨틱하고 작은 가게. 나는 그 가게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여기, 최근에 생긴 카페지?”

나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카페 가스펠’. 방금 그 팬케이크는 이 카페에서 먹을 수 있어.

우유도 신선한 걸 제공하니까 정말 맛있거든.”

“흐음.”

나는 나츠에게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메뉴 목록을 열었다.

거기에는 정말로 그 팬케이크가 있었다.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지,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예상은 했지만, 좀 비싸네.”

표시된 가격을 보고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 팬케이크 하나 가격이면 엔젤 24의 컵케이크를 다섯 개나 살 수 있다.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보던 우자와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돈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앞에서 나츠는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어. 내가 보장하지.”

“확실히 맛있어 보이긴 하네…….”

그렇게 말하며 지갑 사정을 떠올려 보았다. 돈이 얼마나 남았더라.

…음. 아슬아슬하지만 아마 괜찮을 거다.

“뭐, 나츠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한번 먹어볼까.”

내 말에 나츠는 기쁜 듯이 웃었다.

“현명한 선택이야. 모두에게 이 감동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거든.”

원래 새로 생긴 카페에 관심이 있기도 했다.

‘카페 가스펠’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으니 하굣길에 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 맞다.”

나츠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이 팬케이크 말이야, 일주일 한정 메뉴야. 곧 끝날 테니까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래?”

확실히 자세히 들여다보니 팬케이크는 기간 한정 메뉴라고 적혀 있었다.

남은 기간은…앞으로 나흘.

“그럼 오늘 바로 가버릴까.”

“오, 행동 빠르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고, 무엇보다 방금 이야기를 들은 탓에 완전히 팬케이크를 먹고 싶은 기분이 되어버렸다.

오늘 먹는 게 가장 맛있을 것 같았다.

“우자와도 갈래?”

묻자마자 우자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갈래요! 같이 먹어요!”

“오케이. 그럼 지금 바로 가자.”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메려다 이대로 가면 나츠를 부실에 혼자 남겨두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츠는? 두 번 먹게 되긴 하겠지만.”

“아니, 난 됐어.

요전에 다녀오기도 했고, 돈도 없거든.

신경 쓰지 말고 둘이서 다녀와.”

“응, 알았어.”

나는 나츠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츠도 손을 흔들어주며,

“다녀와서 감상 들려줘.”

하고 웃어 보였다.

<2>

부실을 나와 방과 후의 복도를 우자와와 함께 걸었다.

…그나저나.

나는 옆에서 걷는 우자와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몸을 가볍게 흔들거리며 걷고 있었다.

설마 우자와와 둘이 카페에 가는 날이 올 줄이야.

그리고 딱히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내가 있다.

옛날의 나에게는 말해줘도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옆에서 “기대되네요”라며 우자와가 웃는다.

나도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근데 팬케이크 하나가 그렇게 비싸다니, 돈은 괜찮아?”

“네, 괜찮아요.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우자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사실 나도 그래.”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고등학생은 다들 돈이 부족한 법이다.

“그건 그렇고 홍차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확실히 팬케이크라고 하면 홍차 이미지가 있긴 한데, 어떨까요.”

현관에 도착해 신발을 갈아신었다.

‘카페 가스펠’의 대략적인 위치는 기억하고 있다.

이대로 출발해도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갈까.”

뒤를 돌아 우자와를 본 바로 그때였다.

“아!”

우자와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왜, 왜 그래……?”

하지만 우자와는 난처한 듯 주위를 둘러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다시 묻자, 그제야,

“…저기, 그게…지, 지갑! 지갑을 집에 두고 왔어요!”

시선을 내리깔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일단 집에 다녀올래?”

하지만 우자와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저는 오늘 안 갈래요.”

“그래? 그럼 내일…아, 내일은 샬레 당번이니까, 모레 같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자와는 달려가 버렸다. 그리고,

“쿄야마 카즈사! 저 신경 쓰지 말고 오늘 그냥 다녀오세요!

저는 나중에 따로 갈 테니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야, 잠깐만!”

내 만류도 듣지 않고 우자와는 노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정말, 뭐야.”

현관에 혼자 남겨져 중얼거렸다.

방금까지 그렇게 기대하더니 갑자기 가버리다니.

지갑 정도야 가지러 갔다 와도 상관없다. 시간도 아직 넉넉할 텐데.

나는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렸다.

<3>

다음 날 방과 후, 샬레로 향하는 길.

결국 어제는 카페를 찾아가지 않았다. 언제 먹으러 갈까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데,

“……?”

스마트폰에 전화가 왔다. 상대는 선생님.

어차피 이제 곧 당번인데 굳이 전화할 필요는 없을 텐데.

아니면 무슨 긴급 사태라도 터진 걸까.

의아해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에요, 선생님?”

『아, 카즈사? 오늘 샬레 당번이었지?』

목소리에 긴박감은 느껴지지 않아 조금 안심했다.

“네, 지금 가고 있어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미안!』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출장이 생겨서. 당번, 안 와도 되겠는데 괜찮을까?』

그렇군, 그런 거였나. 나는 샬레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는 상관없는데……. 괜찮아? 도와줄 일 있으면 도와줄게.”

『응,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갑자기 미안해. 다음에 꼭 벌충할게!』

“…알았어.”

당번이 없어지니 그것대로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고집을 피워볼까 했지만, 목소리가 꽤 바빠 보여서 그냥 끊기로 했다.

다음에 역전 케이크 가게나 데려가 달라고 해야지.

“그럼 힘내, 선생님.”

『응. 고마워, 카즈사.』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끊긴 화면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붕 떠버렸네.”

수업이 끝난 지 아직 30분도 지나지 않았다.

이대로 집에 가기엔 심심하다.

부실에 돌아가서 과자나 먹을까 생각하며 학교 쪽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마 다들 있을 것이다.

샬레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길.

평소에는 잘 다니지 않는 길이다.

생소한 풍경을 구경하며 걷는다.

의식하고 보니 흥미로운 가게들이 꽤 눈에 띈다.

“아, 여기가 이쪽이랑 이어지는구나.”

교차로를 지나자 익숙한 거리가 나타났다. 그 거리 한복판에,

“맞다, 이쪽으로도 갈 수 있었지.”

‘카페 가스펠’, 나츠가 추천한 팬케이크를 파는 카페다.

이왕 지나가는 길에 그냥 먹어 버릴까 생각하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제는 우자와와 같이 못 갔지만 오늘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이 가기로 약속해 놓고 지금 혼자 먹어버리는 건 왠지 미안하다.

나는 그대로 ‘카페 가스펠’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카페의 창가. 그 너머에 아는 얼굴이 있었다.

“우자와?”

틀림없다.

우자와 레이사가 창가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팬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같이 가자고 하면 될 것을.”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우자와는 어제 “저 신경 쓰지 말고 오늘 그냥 다녀오세요”라고 했었다.

그녀는 내가 어제 팬케이크를 먹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따로 부를 필요는 없어졌다.

지금 가게에 들어가 합석하면 된다. 나는 천천히 입구로 다가갔다.

그런데 거기서 위화감을 느꼈다.

우자와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다.

아까부터 어딘지 거동이 수상하다.

남의 눈치를 살피듯 두리번거리며 가게 안을 훑더니, 비어 있는 컵을 두 손으로 꼭 움켜쥐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의아해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가스펠은 최근에 생긴 곳답게 인테리어가 깔끔했다.

신규 매장에서 흔히 느껴지는 들뜬 분위기 대신 앤티크한 느낌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그런지, 차분하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인테리어를 구경하고 있자니 점원이 화사한 미소로 맞이해 주었다.

“혼자예요. 아, 저기 친구가 있어서 합석해도 될까요?”

“네, 괜찮습니다. 물 가져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우자와가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안녕.”

뒤에서 가볍게 말을 걸었다.

“어……?”

우자와는 뒤를 돌아보더니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이번엔 몸을 크게 움찔 떨며,

“어, 어떻게 여기에……?”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를 냈다.

“어떻게긴, 창밖에서 보였으니까 왔지.”

“…그, 그렇군요.”

우자와는 난처한 듯 시선을 피했다.

“…….”

밖에서 볼 때도 거동이 수상했지만, 나를 보자 우자와는 더욱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혹시 합석하지 않는 게 좋았으려나.

“아, 같이 디저트나 먹을까 해서 들어왔는데, 혹시 지금 좀 불편해? 그러면…….”

그냥 갈게, 라고 말하려는데,

“아뇨! 전혀요! 괜찮아요!”

내 말을 가로막으며 우자와가 테이블 위를 치우기 시작했다.

종이 냅킨을 집어 들어 비어 있는 우유포션 용기를 감싸 숨겼다.

“그래?”

뭐, 혼자 있는데 갑자기 누가 오면 놀라기도 하겠지.

나는 우자와의 동요를 그렇게 이해하고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연히 여기 지나가다가 우자와가 보여서 들어왔어.”

“그렇군요……. 저기, 그, 나츠 씨가 알려준 팬케이크 정말 맛있네요.”

“흐음. 난 아직 안 먹어봤어. 어제 나도 그냥 그대로 집에 갔거든.”

“…그랬나요.”

나는 평소 습관대로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펼쳐서 대충 훑어보았지만, 시킬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다.

나츠의 추천으로 이 카페에 온 거니까.

“어땠어? 마리아주.”

먼저 먹고 있던 우자와에게 물었다.

“네……?”

“있잖아, 팬케이크와 우유의 마리아주.”

테이블 위의 팬케이크를 보았다.

우자와가 지금 먹고 있는 게 나츠가 추천한 그 팬케이크다.

그리고 우자와의 손 근처에는 원래 우유가 들어있었을 법한 빈 유리컵이 하나 있었다.

“근데 우유만 먼저 다 마셔버린 거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유리컵에는 하얀 액체의 흔적만 남았을 뿐, 우유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팬케이크는 아직 두 장이나 남아 있었다.

“페이스 조절 완전히 실패했네.”

가벼운 마음으로 놀려보았다. 하지만,

“…어, 아, 네! 실패해 버려서…….”

거기서 우자와는 다시 겁먹은 기색을 보였다.

“?”

역시 오늘 우자와는 어딘가 이상하다.

내가 온 뒤로 계속 겁을 먹고 있고, 애초에 내가 가게에 들어오기 전부터 거동이 수상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마리아주가 너무 맛있어서 우유만 먼저 다 마셔버렸어요.”

“…그래.”

우자와는 테이블 위에 놓인 뭉쳐진 종이 냅킨을 꽉 쥐었다.

아까 우유포션 용기를 감쌌던 그 냅킨이다.

그때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우유포션?

우자와는 그것을 어디에 사용한 거지?

확실히 테이블 끝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우유포션과 설탕 시럽이 두세 개 놓여 있긴 하다.

하지만…나는 테이블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원래 비치된 메뉴판이나 냅킨, 양념류를 제외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건 팬케이크 접시와 우유가 들어있던 유리컵 하나뿐이다.

거기에는 우유포션이 필요한 음식이 하나도 없다.

커피도, 홍차도 없다.

도대체 우자와는 어디에 우유포션을 쓴 걸까.

팬케이크에 뿌린 걸까?

상상이 잘 안 가지만, 뭐 어울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 식의 변칙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우자와가 먹다 남긴 팬케이크를 보니 우유는 뿌려져 있지 않았다.

이미 먹어버린 팬케이크에 뿌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우유를 접시에 흘리지도 않고 팬케이크에만 깔끔하게 뿌리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우유포션을 팬케이크에 썼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이다.

팬케이크 말고는 남은 게 하나밖에 없으니까.

바로 우유 잔이다.

조금 이해가 안 가지만, 우유에 우유포션을 섞은 걸까?

그렇게 하면 우유가 더 부드러워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독창스러운 발상이긴 한데.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저기, 그거…….”

하며 종이 냅킨을 가리켰다. 그러자,

“……!”

우자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우유포션을 무엇에 썼는지 궁금해졌을 뿐인데, 묻지 말아야 할 걸 물어본 것 같아 왠지 미안해졌다.

확증은 없지만 오늘 그녀의 상태가 이상한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우유포션이 대체 뭐라고.

어디에 썼든 나는 상관없다.

팬케이크에 뿌렸든 우유에 넣었든, 설령 그냥 생으로 마셨다고 해도 신경 안 쓴다.

…뭐, 커피나 홍차를 시켜 마시라는 잔소리 정도는 하겠지만.

어찌 됐든 이렇게까지 겁먹을 일은 아닐 텐데. 도대체 그녀는 어디에 우유포션을 쓴 걸까……?

그때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물 가져다드렸습니다.”

점원이 와서 테이블 위에 물컵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아…….”

나는 깨달았다.

우자와가 겁을 먹고 있는 이유.

우유포션을 어디에 썼는지, 그 모든 전말을 알아차렸다.

그렇다. 우자와는 처음부터…….

“…정말, 바보라니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나 자신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무심코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말할 수 없이 슬퍼졌다.

<4>

“주문 결정하시면 벨 눌러주세요.”

점원은 물컵을 놓고 그대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주문은 이미 결정했다.

카페 가스펠에 온 건 나츠가 추천한 마리아주를 맛보기 위해서니까.

“아, 저기요. 바로 주문해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점원을 불러 세우고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넘겼다.

“기간 한정 스페셜 팬케이크랑…….”

시선을 들어 우자와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우유 두 잔…부탁드려요.”

우자와가 움찔하며 몸을 굳혔다.

그 반응을 보고 내 추리가 맞았음을 확신했다.

“이상으로 주문 도와드릴까요?”

“네.”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팬케이크 하나에 우유 두 잔 맞으시죠?”

확인에 고개를 끄덕이자 점원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며 카운터 안쪽으로 사라졌다.

우자와는 여전히 작게 떨며 고개를 숙인 채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교 중인 트리니티 학생들이 즐겁게 수다를 떨며 거리를 걷는 모습이 보였다.

“우유 정도는 말이야.”

나는 툭 내뱉듯 말했다.

“그 정도는 내가 사줄 수 있어.”

우자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는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테이블 위에 팬케이크와 유리컵 하나.

하지만 그 유리컵은 우유가 들어있던 컵이 아니었다.

가게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

그것은 물이다.

테이블 위에 유리컵이 하나뿐이라면 그건 당연히 물컵일 수밖에 없다.

즉, 우자와는 우유를 마시지 않았다.

주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자와는 우유를 시키지 않았을까.

어제의 대화가 떠올랐다.

어제 내가 돈 걱정을 했을 때 우자와는 이렇게 말했다.

“네, 괜찮아요. 아슬아슬하긴 하지만”이라고.

하지만 어제 우리가 확인한 건 팬케이크 가격뿐이었다.

팬케이크와 어울린다는 우유 가격은 확인하지 않았다.

만약 우자와가 처음에 예상했던 금액이 팬케이크 가격뿐이었다면.

그리고 그녀의 소지금이 말 그대로 팬케이크 하나를 먹으면 바닥나는 수준이었다면.

팬케이크가 이렇게 비싸니 우윳값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유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고, 우유를 살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팬케이크는 기간 한정 메뉴.

이제 사흘 뒤면 끝난다.

아마 그 기간 안에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지을도 모른다.

그래서 어제 내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혼자 오기로 결심했다.

아니, 혼자 올 수밖에 없었다.

…어떤 위장 공작을 하기 위해서.

종이 냅킨에 싸여 있던 우유포션.

그것이 바로 우자와의 위장 공작이었다.

우자와는 물을 다 마시고 그 컵에 우유포션을 부었을 것이다.

그 후 컵을 기울이면 당연히 안쪽 벽면에 하얀 액체가 묻어난다.

그렇게 하면 원래 우유가 가득 담겨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우유를 마신 것처럼 꾸밀 수 있는 것이다.

우자와는 위장한 것이다.

마치 우유를 주문해서 다 마신 것처럼 꾸몄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짓까지 해야만 했을까.

어제 나츠는 말했다.

“모두에게 이 감동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거든”이라고.

그리고 방디부의 관습…….

그때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주문하신 스페셜 팬케이크와 우유 두 잔입니다.”

점원이 팬케이크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방디부의 관습.

우리는 먹은 디저트를 사진으로 찍는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부원들과 공유한다.

우자와도 이 습관을 알고 있었고, 그 무리 속에 섞여 있다.

즉, 나츠가 추천한 메뉴를 먹었다면 당연히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공유하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때 만약 우유가 없다면.

나츠가 “우유랑 같이 먹는 게 최고”라고 했는데 화면 속에 팬케이크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면.

…우자와는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우유포션과 빈 잔을 사용해 마치 우유를 마신 것처럼 꾸미려 했던 거다.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정말, 부질없다.

딱히 사진을 찍지 않아도, 화면에 우유가 나오지 않아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애초에 사진 촬영이 강제인 것도 아니다.

자랑하고 싶어서, 행복을 공유하고 싶어서 각자 알아서 하는 일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니.

게다가, 무엇보다…….

그때 우자와와 눈이 마주쳤다. 우자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정말 괜찮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아주, 확인해 보고 싶은 거지?”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자와는 힘없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러고는 팬케이크에 나이프를 댔다.

“…….”

그 모습이 왠지 너무나 애처로워 보여서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딱히 우자와에게 화가 난 건 아니다.

우리 비위를 맞추려 했다거나, 우리를 신뢰하지 못했다거나 그런 점에 짜증이 난 게 아니란 말이다.

…분명 우자와는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

요즘은 동아리실에도 자주 놀러 오고, 그때의 우자와는 정말 즐거운 듯이 웃으니까.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나는 사진을 찍는 척하며 우자와를 훔쳐보았다.

작은 입안 가득 팬케이크를 밀어 넣고는 열심히 오물거리고 있다.

…아마 이것이 우자와 레이사의 한계일 터다.

우자와는 우리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돈 없으니까 빌려줘”라고 부탁하는 것도,

“돈 없으니까 됐어”라고 거절하는 것도,

“사줘”라며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그녀는 할 수 없다.

아무리 마음을 연다 해도,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날은 아직 요원한가 보다.

여기가 바로 우자와 레이사의 현재 한계점이다.

그래서 화가 난다.

그녀가 느끼고 있을 어색한 감정에 나는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과 서글픔을 느낀다.

…언젠가 그녀가 방디부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우리가 아직 완전히 허물없는 사이가 되지 못한 것뿐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모르는 것투성이다.

우자와는 우리와 함께 있어서 정말 행복할까.

우리는 디저트를 좋아한다.

디저트의 모양이든 맛이든, 혹은 디저트를 먹는 행위 그 자체가 좋아서든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어쨌든 디저트가 좋아서 모인 것이다.

하지만 우자와는 어떨까.

우자와는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디저트를 먹고 있는 게 아닐까.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돈이 떨어진 것도 우리에게 맞추느라 디저트를 먹어대서 그런 게 아닐까.

…아무리 해도 그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나츠 씨 말대로네요! 정말 잘 어울려요!”

눈앞에서 행복하게 웃는 그녀의 표정만큼은 역시 진짜라서.

“뭐, 아무렴 어때.”

나도 팬케이크에 나이프를 댔다.

생크림과 함께 잘라내어 포크로 찍었다.

베리 소스를 듬뿍 묻혀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는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홍차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네.”

이건 나에게는 너무 달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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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일 전번역

소설 핫산) 트리니티 우유의 비밀

#트리니티 종합학원#소설
좋아요 0댓글 6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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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kosui_029작가
게시물 2개
고DC
고관위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10.03 07:17
조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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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나
ㅇDC
ㅇㅇ124일 전

어흐어흐

ㅇDC
ㅇㅇ224일 전

너희 둘이 마리아주다 이 뇬들아

ㅇDC
ㅇㅇ324일 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야......

ㅇDC
ㅇㅇ424일 전
ㅇDC
ㅇㅇ523일 전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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