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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아비도스 철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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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 #L #미스터리 #시로코

원본 by ふにゃΩグミ

===============

<1> ~ <5>

<1>

모모톡 기록, 수신인: 선생님. 5일 전.

1 / 2

그리고 오늘.

2 / 2

“시로코 짱. 선생님이 뭐래?”

내가 묵묵히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자, 호시노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응. 마중 안 나와도 된대.”

“하지만 B역에서 오는 길은 모르지 않아?”

“…그럴 거야. 그런데 필요 없대.”

“흐음. 뭐, 선생님도 어린애가 아니니까 괜찮지 않겠어?”

“…그래도 역시 걱정돼.”

“그렇긴 하네. 길 잃고 헤매다가 열사병이라도 걸리면 곤란한데…….”

아비도스는 사막 지대다.

B역에서 오는 길은 복잡한 데다 모래에 파묻혀 있다.

그리고 거리도 꽤 멀다.

족히 두 시간은 걸릴 것이다.

“역시 나, 마중 나갈래.”

“하지만 선생님은 오지 말라고 하셨잖아?”

“…라이딩 코스가 우연히 겹친 것뿐이야. 마침 지나가는 길이니까 데리러 가는 거야.”

그렇게 말하자 호시노 선배는 굳이 말리려 들지 않았다.

“그래그래. 그럼 부탁할게~”

A역이 폭파되다니 선생님도 운이 없다.

전투가 시작된 건 5일 전.

그러고 나서 단 이틀 만에 역 하나가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전투는 계속 이어졌고, 오늘에야 겨우 평온이 찾아왔다.

“헬멧단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아비도스 같은 곳을 습격해 봤자 돈 한 푼 안 나올 텐데.”

“정말 곤란해.”

지난 며칠간의 전투는 꽤 치열했다.

아비도스에 잠복해 있던 단원들이 집결해 총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그것뿐이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설마 게헨나의 헬멧단까지 올 줄이야.”

호시노 선배는 작게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계산해 볼 것도 없이 탄약은 부족했고, 일손도 모자랐다.

아비도스가 함락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탄약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헬멧단이 철수한 건 기적이었어.”

“응응. 열심히 싸운 보람이 있었어.”

우리는 분투하며 버티고 또 버텼다.

기적처럼 느껴지지만, 노력의 결과라는 기분도 든다.

그만큼 힘든 전투였다.

“정말 수고 많았어, 시로코 짱.”

“…호시노 선배가 제일 힘들었을 거야.”

“응? 으헤헤, 그렇지 않아. 이 아저씨는 귀찮음이 많으니까 말이야. 다들 덕분이지.”

호시노 선배는 기지개를 크게 켜며 일어났다.

“벌써 밤이네~ 낮잠을 너무 많이 잤나.”

창밖으로 별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어제까지와는 달리 고요하고 어두운 밤.

광활하게 펼쳐진 아비도스의 사막은 빛도 소리도,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린다.

“시로코 짱, 내일 아침에 마중 나갈 거지? 그럼 오늘은 이만 쉬는 게 좋지 않겠어?”

“응. 그럴게.”

호시노 선배와 헤어져 집으로 향한다.

계속된 전투로 졸릴 법도 한데, 5일 만에 집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벼웠다.

<2>

밤바람에 다듬어진 사구(砂丘)가 아침 햇살을 반사하며 백은색으로 빛나고 있다.

아비도스를 집어삼킨 사막은 밉지만, 이 풍경만큼은 좋아했다.

그리고 이 풍경을 바라보며 타는 로드바이크 또한 각별하다.

“좋아, 그럼 가 볼까.”

속력을 내면 첫차 시간에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무리하지 말라고 선생님께 혼날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을 단 1초라도 빨리 보고 싶다.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최고의 약이다.

페달에 발을 올리고 힘차게 밟았다.

B역에 도착한 것은 30분 뒤였다.

그리고 마침, 오늘의 첫 열차가 도착했다.

선생님은 몇 시에 도착할까.

모모톡으로 물어볼까 했지만, “마중 안 나와도 괜찮아”라고 몇 번이나 못 박았던 터라 연락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결국 나는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이 흘렀다.

“…늦네.”

멋대로 온 거라 불평할 수도 없지만, 조마조마하다.

왠지 이대로 영영 선생님을 못 만날 것 같은 그런 쓸쓸함이 밀려온다.

“…서쪽 출구로 나간 걸까.”

B역의 출구는 두 개다.

동쪽 출구와 서쪽 출구.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동쪽 출구로, 아비도스 고등학교로 향하는 방향이다.

물론 서쪽 출구로 나가도 건널목을 건너면 학교로 갈 수 있지만 훨씬 돌아가는 길이다.

역 구내에는 간이 안내판도 있다.

거기엔 분명히 ‘동쪽 출구: 아비도스 고등학교 방면’이라고 적혀 있다.

게다가 샬레에서 오는 열차는 동쪽 승강장에 선다.

표지판을 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동쪽 출구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아무리 길치인 선생님이라 해도 서쪽 출구로 나갔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진정하자.”

나는 뺨을 찰싹, 하고 가볍게 때렸다.

선생님은 “몇 시가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른 새벽일 수도 있고,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몇 시간이고 기다릴 각오였다.

한두 시간 지났다고 불안해해서 어쩌나.

그때 모모톡 알림이 울렸다.

선생님이었다.

『시로코, 좋은 아침』

『선생님, 지금 어디야?』

『30분 전에 B역에서 나왔어. 지금 아비도스로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나는 답장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정말 30분 전이야? B역 맞아?』

『응. …설마 하는 말인데, 마중 나오거나 한 건 아니지……?』

“…….”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서,

『응. 안 갔어. 선생님이 새벽에 올 수도 있다고 해서 좀 놀랐을 뿐이야.』

『8시도 새벽 아니야?』

『라이딩의 아침은 훨씬 빠르니까』

그렇게 가벼운 농담을 보냈지만, 나는 동요하고 있었다.

“…30분 전?”

그건 이상하다.

왜냐하면 나는 계속 B역 동쪽 출구에 있었다.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B역은 큰 역이 아니다.

동쪽 개찰구로 나오려고 한다면 반드시 눈에 띈다.

애초에 이용객도 많지 않다.

사막에 뒤덮인 아비도스의 외곽.

그중에 선생님이 있었다면 반드시 알아챘을 것이고, 선생님도 나를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을 보지 못했다.

“…….”

물론 나를 만나지 않고 B역에서 아비도스로 향하는 것은 가능하다.

열차에서 내려 역의 육교를 건너 서쪽 개찰구로 나간다.

그 후 건널목을 건너면 아비도스 방면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멀리 돌아간 거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나를 피한 걸까.”

<3>

“오, 왔어? 시로코 짱.”

대책위원회 교실로 들어가자 호시노 선배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꽤 빨리 왔네. 어라? 선생님이랑 같이 온 거 아니야?”

호시노 선배는 내 등 뒤를 살피듯 말했다.

“…못 만났어.”

내 말에 호시노 선배는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그렇구나.”

그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샤워하고 올게.”

그 말만 남기고 나는 방을 나왔다.

한숨을 쉬며 찬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니 모두가 모여 있었다.

“아, 시로코 선배. 안녕하세요.”

“잠깐만, 시로코 선배! 선생님 오시면 좀 더 일찍 말해줬어야지!”

아야네와 세리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안.”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낮아졌다.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시로코 짱. 무슨 일 있었어?”

“…….”

침묵하고 있자 호시노 선배가 내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말하기 힘들면 굳이 안 해도 되지만…….

그래도 이 아저씨들한테 말해보지 않을래?

도움은 안 될지도 모르지만, 고민은 나누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가벼워진다고 생각하거든.”

“…….”

이대로 계속 혼자 끙끙 앓아봤자 그것대로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

“응.”

나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모두에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뭐야 그게! 용서 못 해~!”

세리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맞아요! 시로코 선배를 역에 내버려 두다니!”

아야네도 세리카의 말에 동조했다.

그걸 호시노 선배가 진정시켰다.

“자자, 진정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자고.”

“사실이라니? 선생님이 시로코 선배를 피해서 역에 따돌리고 간 거잖아!”

“그건 아직 확정된 게 아니야.

명확한 사실은 하나.

선생님은 동쪽 출구를 지나지 않았다.

이것뿐이야.

선생님이 시로코 짱을 싫어한다거나 따돌렸다는 건 추측이지.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지 않을까?”

“…확실히 그렇네.”

세리카가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럼 왜 서쪽 출구로 나간 거야?”

역시 선생님은…….

“그걸 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거죠!”

노노미가 말했다.

확실히 모두의 의견을 듣다 보면 납득할 만한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무작정 시야를 좁히는 건 그만두자.

그리하여 대책위원회 오늘의 의제.

‘어째서 선생님은 동쪽 출구를 지나지 않았는가’.

아야네가 서기로서 화이트보드에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평소 회의와 마찬가지로 사회 진행도 아야네가 맡았다.

“그럼, 의견이 있으신 분은 거수 부탁드립니다.”

“그럼, 우선 나부터.”

나는 누구보다 빨리 손을 들었다.

당사자인 내가 사정을 가장 잘 안다.

내가 먼저 의견을 내야 할 것이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선생님이 나를 피했다는 것.”

“…시로코 짱.”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슬퍼졌다.

나는 당황해서 변명했다.

“아, 아니야. 딱히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검토해야 할 선택지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것뿐이야.”

다른 애들은 이 의견을 내기 어려울 테고, 나는 이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히 이것 이외의 답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까 부정할 수 있다면 부정해 줘.”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다들 조금 안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곧바로 부정해 볼까.”

호시노 선배가 나른하게 팔을 올렸다.

“우선 성격적인 면부터 보자고. 시로코 짱. 선생님은 어른이야. 그런 어린애 같은 장난을 칠 것 같아?”

“…하지만 선생님도 사람이야. 거북하게 생각하는 학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응, 뭐 그렇긴 하네.

하지만 그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잖아?

개인적으로 아무리 거북하게 생각하더라도, 선생으로서 그런 행동을 할 리는 없다고 보거든.

선생님에게 학생은 모두 평등하고 모두 소중하니까.

실제로 아비도스 같은 망해가는 학교도 신경 써주고, 적대 관계인 게헨나와 트리니티에도 평등하게 손을 내밀어 주잖아.

선생님의 다정함은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말할 것도 없다.

선생님이 심술을 부릴 리가 없다.

다른 애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어라, 왠지 선생님이 시로코 짱을 거북해한다는 전제로 이야기해 버렸네.

그 부분도 부정해 볼까.

시로코 짱, 어제 모모톡으로 연락했었지?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어?”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겼다.

“완강하게 마중은 필요 없다고 했지만, 태도 자체는 변함없어 보였어.”

나는 휴대 단말기를 꺼내 어제 주고받은 내용을 보여주었다.

아비도스 멤버들이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선생님은 모모톡만 하면 묘하게 텐션이 높단 말이지.”

세리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텐션이 높다는 건 시로코 짱과의 대화가 즐거웠다는 뜻 아닐까요!”

노노미가 기쁜 듯이 말했다.

확실히 나를 귀찮아하는 사람의 메시지로는 보이지 않는다.

“…고마워.”

조금은 안심이 됐다.

역시 혼자 생각하면 나쁜 쪽으로만 흐르게 된다.

동료가 있다면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럼 일단 ‘시로코 선배 기피설’은 기각하는 걸로.”

아야네가 글자 위에 가위표를 쳤다.

“그럼 다음 의견 있으신가요?”

아야네가 부실을 둘러보았고, 이내

“그럼 다음은 제가.”

노노미가 손을 들었다.

“제가 제안하는 건 ‘선객설’입니다!”

“선객?”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이름 그대로 먼저 약속한 사람이 있었던 거예요!”

“선객이라니? 무슨 선객?”

세리카가 물었다.

“당연히 안내해 줄 사람이죠!

선생님은 어제 모모톡에서도 시로코 짱의 안내를 거절했잖아요?

어제 시점에 이미 다른 안내인이 정해져 있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상대와의 약속 장소가 서쪽 출구였다면 모든 앞뒤가 맞아요.”

확실히 약속 장소가 서쪽 출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렇게 말해주면 되잖아. 숨길 필요가 있어?”

“물론 있죠.”

노노미는 조금 곤란한 듯 웃었다.

“예를 들어 그 안내인이 우리에게 껄끄러운 사람들이라면요?”

“……?”

“즉, 바로 어제까지 우리가 싸웠던 상대, 카타카타 헬멧단 단원과의 약속이었다면 어떨까요?”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지금 우리에게 카타카타 헬멧단은 성가신 존재다.

그 학생의 안내를 받아 아비도스에 왔다고 한다면…뭐,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바람피우는 걸 숨기는 남편도 아니고…반론해도 될까?”

세리카가 말을 이었다.

“B역에서 아비도스까지 거리가 꽤 되잖아?

아비도스 학생도 아닌 헬멧단에게 두 시간 넘게 안내를 맡긴다는 건 그것대로 이상하지 않아?”

세리카의 반론은 정곡을 찔렀다.

“확실히 그렇네요……. 애초에 헬멧단이 아비도스까지 안내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고요.”

노노미가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게다가 덧붙이자면.”

여기서 쐐기를 박을 필요는 없겠지만, 토론에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어제 시점에서 선생님은 A역이 폭파된 걸 몰랐어. 원래 선생님은 A역에서 혼자 올 예정이었을 테니, 안내해 줄 선객은 없었을 거야.”

“아, 확실히……. 죄송해요, 제대로 된 의견을 못 내서…….”

“아니야. 새로운 시각이었어. 검토할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고 봐.”

그렇다고 결론이 난 건 아니다.

도대체 왜 선생님은 서쪽 출구로 나간 걸까.

“그럼 다음은 내 차례네!”

기다렸다는 듯 세리카가 씩씩하게 손을 들었다.

역시 모두에게 털어놓길 잘했다.

이렇게 새로운 가설들이 쏟아져 나오다니.

“내 가설은 이거야! ‘전부 우연설’!”

“전, 전부 우연?”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 잠깐만, 대충 말하는 거 아니야! 제대로 근거도 있다고!”

세리카는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먼저 어제의 모모톡. 그건 전부 진심이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선생님은 시로코 선배의 컨디션을 걱정해서 마중을 거절한 거야.”

“하지만 난 원래 라이딩 나갈 예정이었어.”

“음~ 뭐 그렇긴 한데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게 진짜인지 배려인지 알 수 없고, 선생님을 마중 나오면 결국 걸어야 하잖아?

그래서 거절한 거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럼 왜 서쪽 출구로 나간 거야?”

“그래! 바로 그거야! 그것이야말로 첫 번째 우연!”

세리카는 검지를 치켜세웠다.

“선생님은 우연히 서쪽 출구로 나간 거야!”

“… 어째서?”

“예를 들면 표지판을 제대로 안 봤다거나.”

“그렇게 알기 쉬운 표지판을?”

“그럼 서쪽 출구 쪽에 볼일이 있었다거나.”

“서쪽은 사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야. 가게도 주택가도 아무것도 없어.”

“음, 그럼 서쪽 개찰구에서 곤란해하는 어르신이 있어서 도와주러 달려갔다거나.”

“…….”

있을 법한 이야기긴 하지만 그런 우연이 정말 일어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진 나를 보며 세리카가 웃었다.

“맞아, 시로코 선배.

내가 말한 것들은 전부 가능성이 낮아.

하지만 ‘절대 없었다’라고 단언할 수 있어?

게다가 선택지는 이것뿐만이 아니야.

서쪽 출구로 갈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그중 하나가 우연히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어?”

“…뭐, 그럴지도.”

하지만 그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이번 토론의 목적이 아닐까.

세리카는 ‘생각해 봤자 소용없다’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만.

“의문은 그것뿐만이 아니야.

서쪽 출구로 나가서 그다음은?

아비도스까지 걸어서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를, 누구의 안내도 없이 어떻게 횡단한 거야?”

내 말에 세리카는 “그래! 그게 두 번째야!”라며 두 번째 손가락을 폈다.

“…설마 선생님이 그냥 운에 맡기고 출발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호시노 선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그건 아니야…….

아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초에 선생님은 어른이잖아?

혼자 있으면 길을 잃을 거라는 전제부터가 잘못됐어.”

“…하지만 아비도스에는 사막이 펼쳐져 있어. 거기를 헤매지 않고 지나온다는 건…….”

“그 사막을 오늘 아침에 시로코 선배는 횡단해서 왔잖아? 결코 불가능한 길은 아니라는 소리잖아!”

“…….”

확실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선생님이 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을…까.

“선생님은 처음 아비도스에 왔을 때 한 번 길을 잃었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철저하게 조사했던 거야.

지도도 확인하고, 나침반도 챙기고, 충분한 수분도 확보하고.

그렇게 생각할 순 없어?”

“그래서 혼자서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출발했다는 말씀인가요?”

노노미의 확인에 세리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뭐~ 가능성은 낮겠네.

선생님은 어른이니까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잘 알 테고, 무리라고 생각하면 제대로 학생들한테 의지하거든.

‘아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출발하진 않았을 거야.”

호시노 선배가 부드럽게 부정했다.

“뭐, 나도 무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그래도 이것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단 말이야.”

세리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실제로 지금은 세리카의 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때,

“그럼 마지막은 이 아저씨 차례인가.”

호시노 선배가 나른하게 팔을 올렸다.

“호시노 선배, 무슨 생각이라도 있어?”

“응, 그렇지. 아이디어라기보다 정리 같은 느낌이지만 말이야.”

호시노 선배는 몸을 조금 일으키며 말했다.

“내 생각은 이거야. 바로 ‘노노미 설과 세리카 설의 장점만 합친 설’이지~”

이 아저씨는 귀찮은 걸 싫어하니까 두 사람의 의견을 좀 빌릴게, 라고 덧붙였다.

“상관은 없지만……. 결국 아까 다 기각됐던 내용이잖아.”

“그게 말이지, 꼭 그렇지만도 않거든.”

호시노 선배는 화이트보드에 적힌 세리카의 가설을 가리켰다.

“우선 선생님은 세리카의 말대로 우연히 서쪽 출구로 나왔어.”

그리고 이어서 노노미의 가설을 가리켰다.

“거기서 안내받아 아비도스로 향했다. 그러면 앞뒤가 맞지?”

“…….”

아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까도 말했지만, 선생님은 A역 폭파 사실을 몰랐어.

안내역을 맡을 선객 같은 건 없었고, 안내가 필요했다면 내가 했을 거야.”

“선생님은 시로코 짱의 몸 상태를 걱정하고 있었잖아. 그래서 시로코 짱한테는 부탁하지 않은 거야.”

“…그럼 누구한테 부탁했다는 거야? 아비도스 이외의 학생에게 두 시간 동안이나 안내를 시켰다는 거야?”

“음~ 뭐, 그것도 괜찮고, 아니면 안내역이 한 명이 아니라 가는 곳마다 길을 물어보면서 나아갔다고 생각해도 되지만.”

“…기각. 아비도스엔 사람이 없어. 치안도 나쁘고.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여러 명이나 있을 리 없어.”

“그렇지. 그래서 생각한 거야. 안내역이 사람이 아니었던 건 아닐까, 하고 말이야.”

“……?”

의미를 알 수 없다.

아비도스의 사막에서는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

GPS를 이용한 길 안내는 불가능하다.

나침반을 쓰면 뭐, 방향 정도는 알 수 있겠지만…그것만으론 미덥지 못하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우리에게 호시노 선배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GPS를 못 써도 나침반 같은 걸 안 써도 말이야, 이정표만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잖아?”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몇 번이나 말하지만 아비도스는 사막이야.

지형 같은 건 하룻밤 사이에 변하고 이정표 같은 건 없어.

게다가 선생님이 B역에서 오는 건 처음이야.

설령 이정표가 있다고 해도 알 리가 없어.”

그렇네, 라고 대답하며 호시노 선배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아는 길을 택하면 되잖아.”

“…? 그러니까 선생님은 B역에서 오는 길을 모른다니까. 선생님이 아는 건 A역에서 오는 길뿐이고…….”

그 순간, 아차 싶었다.

“눈치챘구나, 시로코 짱?”

호시노 선배가 싱글벙글 웃었다.

“그렇구나. 선생님은 B역이 아니라 A역에서 걸어온 거야. A역에서 오는 길은 알고 있으니까!”

호시노 선배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머리 위에 ‘?’가 떠올랐다.

“어? 그러니까 A역이 폭파돼서 못 쓰니까 곤란한 거잖아.”

“맞아. A역에 기차는 오지 않아. 하지만 이정표는 되지.”

즉,

“선생님은 B역에서 내린 뒤에 A역을 향해 걸어간 거야.”

“? B역에서 A역으로 가는 길도 모르잖아.”

맞다.

하지만 알 필요도 없다.

아주 훌륭한 이정표가 있으니까.

“길 같은 건 몰라도 돼. 왜냐하면 A역과 B역은 선로로 이어져 있으니까. B역에서 내리면 그다음엔 선로를 따라 걷기만 하면 돼……!”

“아……”

세리카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호시노 선배가 말을 이었다.

“응, 맞아. 거기서부터는 평소랑 똑같지. A역에서 오는 길은 알고 있으니까 길을 잃을 리가 없어. 어때?”

확실히 이렇다면 선생님은 혼자서 올 수 있다.

나의 안내 없이도 도착할 수 있다.

호시노 선배의 가설에는 모순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연히 서쪽 출구로 내렸다’라는 가능성도 조금은 올라가는 느낌이 들거든.”

호시노 선배가 말했다.

“봐봐, 선생님의 목적지는 아비도스 고등학교가 아니라 A역이었으니까.

안내판 같은 건 안 봤을지도 몰라.

선생님 입장에서는 서쪽 출구든 동쪽 출구든 상관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동쪽 출구로 가지 않았을까요? 샬레에서 오는 기차는 동쪽에 서거든요.”

노노미 선배의 반론에 호시노 선배는 난처한 듯 웃었다.

“응, 뭐 그렇지. 하지만…이것도 가능성 이야기지만, 만약 선생님이 평소에 이용하는 역이랑 B역이 닮았다면 어떨까?”

“……?”

“그러니까 말이야.

평소에 쓰는 역…C역이라고 할까.

선생님이 평소에 C역을 이용하는데, 매일 기차에서 내린 뒤에 육교를 건너서 나간다고 치자.

그런데 그 C역이랑 B역이 닮았다면?

자기도 모르게 평소 습관대로 육교를 건너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특히 이번엔 선생님이 어느 출구로 나가든 상관없었으니까 무의식적으로 서쪽 출구로 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봐.”

호시노 선배는 으헤헤, 하며 조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이 아저씨도 가끔 그러거든.

잘 안 가는 역에서 멍하니 있다가 상행선이랑 하행선을 헷갈리는 거야.

계단에서 나오는 방향이 평소 쓰던 역이랑 반대로 되어 있기도 하고 말이야.”

호시노 선배는 자기가 아저씨라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는 말을 마지막에 덧붙였다.

“…우리랑 나이 차이 별로 안 나잖아.”

세리카가 평소처럼 태클을 걸었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아. 나도 가끔 헷갈리거든.”

하며 호시노 선배의 가설을 지지했다.

“어때? 시로코 짱. 뭐, 결국은 전부 추측일 뿐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는데…….”

모두가 내 얼굴을 살폈다.

선생님이 나의 안내를 거절한 이유.

동쪽 출구로 오지 않은 이유.

안내 없이 아비도스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

“…응. 고마워.”

솔직히 두 손 들고 기뻐할 수는 없다.

결국은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몇 시간을 더 이야기한들 확실한 사실 따위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모두가 내준 결론은 내가 원하던 결론이었고, 가능성 또한 비교적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납득했어.”

납득해야 한다.

이걸로 만족해야 한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시노 선배는 의욕 없는 목소리를 내며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결국 서쪽 출구로 내린 이유라든가 혼자 온 이유 같은 건 시로코 선배한테 아무래도 좋은 일이잖아?

중요한 건 선생님이 시로코 선배를 피하고 있느냐 아니냐, 그게 문제 아니었어?”

확실히 그렇다.

그 부분에 확신만 얻을 수 있다면 솔직히 다른 수수께끼 따위는 상관없다.

이때 세리카가 창밖을 가리키며 웃었다.

“그건 아마 금방 알게 될 거야. 그런 건 기우였다는 걸.”

“아…….”

창밖.

사막의 모래가 침식하기 시작한 운동장에 사람 그림자가 하나 보였다.

“선생님!”

나도 모르게 달려가 창문을 열었다.

“선생님—!”

내 목소리를 알아챈 선생님도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신기하다.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자연스럽게 불안이 사라졌다.

“그럼, 가자.”

대책위원회 교실을 나가려던 그때였다.

“…아야네?”

아야네가 화이트보드를 조용히 바라보며 서 있었다.

뭔가 생각하는 바라도 있는 걸까.

“아니에요.”

아야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평소 회의 때도 이 정도로 진지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4>

“모두 고생 많았어. 헬멧단 습격은 괜찮았니?”

“응. 괜찮았어~ 여유지, 여유—.”

“호시노 선배, 거짓말하지 마! 꽤 아슬아슬했잖아!”

선생님 주변으로 모두가 모여들었다.

“그렇구나. 정말 고생했어. 이거, 선물 사 왔으니까.”

“와! 고마워…. 근데 이거 아비도스 초콜릿이잖아!”

종이봉투를 열어본 세리카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아니 고맙긴 한데, 왜 아비도스 기념품을 사 오는 거야…….”

“미안, 미안. 저쪽에서 살 수가 없어서 말이야.”

“뭐, 그렇다면야…….”

“게다가 의외로 자기가 사는 지역 기념품은 잘 안 먹게 되지 않아?”

“확실히. 한동안 안 먹었을지도.”

듣고 보니 그렇다.

아비도스 부흥을 외치면서도 정작 그 특산품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마 선생님은 아비도스에 조금이라도 이익을 주기 위해 아비도스 초콜릿을 산 것일 테다.

선생님다운 다정함이다.

그 생각에 이르자 뺨이 살짝 풀렸다.

“그럼 제가 차 좀 내올게요.”

아야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아야네에게 “부탁해”라고 말하며 뒤돌아 배웅했다.

그런데,

“…호시노 선배?”

왠지 호시노 선배가 의아한 표정으로 초콜릿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시노 선배, 초콜릿 싫어해?”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하지만,

“아!”

돌아온 반응은 조금 묘했다.

당황한 듯 선배는 웃으며,

“…아니 그게, 이 아저씨는 나이가 있어서……. 고혈압이 걱정됐거든!”

“아니, 그러니까 나랑 별로 차이 안 난다니까.”

“으헤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

방금 전의 호시노 선배는 조금 이상했다.

뭔가 아비도스 초콜릿에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위화감은 사소한 것이었고…….

“그래서! 그때 교문이 폭파되고 헬멧단이 몰려왔다니까!”

“그건 조~금 위기였지.”

선생님에게 무용담을 들려준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놀라고, 웃고, 칭찬해 준다.

그런 선생님의 반응이 기뻐서 이 시간이 즐거워서, 오늘 아침의 불안도 호시노 선배의 묘한 태도도 나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아, 미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들, 오늘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피곤했을 텐데…….”

“괜찮아, 선생님. 민폐라고 생각 안 하니까. 오히려 더 자주 와주면 기쁘겠달까.”

호시노 선배는 조금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처럼 보였지만,

“……?”

그 표정 속에 아주 미세한 외로움이 섞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일까.

잠시 의문을 품고 있자,

“시로코.”

선생님이 내 앞에 섰다.

“응, 왜?”

“어제 마중 나오겠다는 제안, 거절해서 미안해.”

“…! 아니야. 괜찮아.”

“그래서 말인데, 거절해 놓고 이런 말 하기 미안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좀 부탁해도 될까? 물론 피곤할 테니까 거절해도…….”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대답했다.

“응, 알았어. 내가 안내할게. 맡겨줘.”

“고마워! 미안해, 번거롭게 해서.”

문득 주위를 보니 모두가 약간 놀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걸까.

“…가자, 선생님.”

나는 조금 부끄러워져서 선생님의 옷자락을 쥐고 밖으로 나갔다.

B역까지 가는 길에 나와 선생님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과 만난 건 오랜만이라 헬멧단 습격 사건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도착해 버렸네.”

어느새 B역에 도착해 있었다.

“선생님. 두 시간 동안 계속 걸었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시로코야말로 괜찮니?”

“응, 난 아무렇지도 않아.”

“그렇구나, 여기까지 고마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개찰구를 통과하는 선생님을 배웅했다.

“그럼 또 봐, 시로코.”

“응. 또 와야 해.”

동쪽 출구에서 선생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선생님은 시간표를 보고 노선도를 꼼꼼하게 확인하더니 역 안으로 사라졌다.

“…….”

그 순간, 다시 불안이 솟구쳤다.

“선생님, 제대로 확인했어…….”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자 의문은 멈추지 않았다.

호시노 선배는 ‘잘 안 가는 역에서 멍하니 있다가 실수한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의심은 없으며, 나 또한 그런 경험이 몇 번 있다.

하지만 여기는 아비도스다.

사막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이 가혹한 땅에서 처음 내리는 역.

한 발짝만 잘못 내디디면 조난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긴장을 늦출 수 있을까.

…게다가 오늘 ‘B역을 나왔다’는 연락이 온 뒤 약 두 시간 만에 선생님은 도착했다.

만약 B역에서 A역으로 갔다가 그 후에 아비도스로 향한 것이라면 시간이 훨씬 더 걸렸어야 하는 게 아닐까.

“…….”

모르겠다.

이 불길한 감정은 그저 선생님과 헤어진 외로움에서 오는 것일까.

나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5>

“다녀왔어.”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아, 왔어~?”

남아있는 건 호시노 선배뿐이었다.

“다른 애들은?”

“음~? 집에 가거나 아르바이트하러 갔지.”

나는 호시노 선배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고래 베개에 얼굴을 비비는 호시노 선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

“저기, 뭐야? 왜 그렇게 이 아저씨를 빤히 봐?”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자, “왜 그래~”라며 선배는 쑥스러운 듯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저기.”

결심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호시노 선배, 사실은 전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베개에 묻었던 머리가 움찔하며 반응했다.

“알고 있다니, 뭘?”

시치미를 떼듯 선배가 말했다.

“…그러니까 선생님에 대해서. 동쪽 출구로 나오지 않은 진짜 이유.”

“그건 아까 낮에 결론 났잖아. 선로를 따라서…….”

“아니잖아.”

내가 말을 가로막았다.

솔직히 아니라는 확증은 없다.

하지만 역시 선생님이 방심해서 서쪽 출구로 나왔다는 건 믿기 어렵다.

두 시간 만에 도착한 것도 이상하다.

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원한다.

그리고 낮에 보여준 호시노 선배의 태도.

…선배는 뭔가를 눈치채고 있는 게 아닐까.

“…시로코 짱.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해?”

느닷없이 호시노 선배가 물었다.

내가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다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어른. 호감을 느끼고 있어.”

“우와, 즉답이네—.”

선배는 베개에 얼굴을 꾹꾹 눌렀다.

그리고 그대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말이야, 선생님이 시로코 짱을 싫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걸로는 안 될까?”

“나도 선생님이 나를 싫어할 리 없다고 생각해.”

그건 오늘 만나서 확신했다.

“선생님은 여전히 다정했고, 돌아가는 길엔 같이 걸어줬어. 그러니까 선생님을 의심하는 건 선생님께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래도.

“그런데 오늘 아침만큼은 달라……! …아침만은 내가 아는 선생님이 아니었어……!”

그 단 하나의 어긋남이…그런 사소한 차이가 내 마음을 이렇게나 어지럽힌다.

“그러니까 부탁이야, 호시노 선배. 나는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원해. 그러지 않으면 나는…….”

호시노 선배는 몇 초간 생각하더니,

“뭐, 숨겨봐야 소용없으니 말하겠지만, 응. 사실 떠오른 게 있어.”

“…! 그럼!”

재촉하는 나를 제지하며 호시노 선배가 말했다.

“한 가지 말해두겠는데, 이 아저씨의 결론에서도 선생님은 시로코 짱을 싫어하지 않아.

맹세코 거짓말이 아니야.

…그것만으로는 역시 부족할까?”

분명 호시노 선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은 나를 피한 게 아닐 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고 싶어. 전부 다.”

“…답이 그 이상으로 잔혹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내 상상 이상으로 잔혹하다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뭐, 그건 느끼기 나름이겠지만 말이야. 솔직히 이 아저씨는 좀 버거웠어. 그래도 들을래?”

호시노 선배는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나는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하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선배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도 말이야, 이 사실을 깨달은 건 선생님이 오고 나서였어.”

“오고 나서?”

“그래그래. 사실 더 빨리 눈치채야 했는데. …시로코 짱. 오늘 선생님이 사 온 과자 기억나?”

당연히 기억한다. 아비도스 초콜릿이다.

그리고 그제야 떠올랐다.

호시노 선배는 그 과자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었다.

“그거 말이야, 왜 사 왔을까? 우리가 있는 곳이 아비도스인데 아비도스 기념품이라니, 이상하지 않아?”

나는 호시노 선배의 의문에 조금 놀랐다.

선생님의 그 행동은 분명 아비도스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그 정도 사실은 호시노 선배라면 간파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당황하며 내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호시노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시로코 짱. 그건 틀렸어.”

“…어?”

“물론 이치에는 맞아.

곤경에 처한 우리를 돕기 위해 아비도스의 명물을 산다…….

과연 선생님다운 행동이지.

하지만 말이야, 그다음이 문제야.”

“문제가 뭔데?”

“그 기념품을 우리한테 내놓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내가 아는 선생님은 그렇게 생색내는 짓은 안 해.

선생님이라면 남몰래 몽땅 사서 조용히 샬레로 가져갔을 거야.”

“…확실히.”

하지만 실제로 건네받은 것은 아비도스 초콜릿.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렇다면 선생님 말대로 아닐까? 샬레 근처에서 살 수 없어서 아비도스에서 샀다든가.”

호시노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익이 어쩌니 하는 이야기는 상관없고, 단순히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아비도스에서 기념품을 산 거야.”

“뭐, 그럴지도.”

그게 대체 어떻다는 걸까.

기념품 이야기가 동쪽 출구로 오지 않은 이유와 연결되는 걸까.

의아해하는 나에게 선배가 말했다.

“그럼 말이야, 시로코 짱. 샬레에서 기념품을 못 산 이유가 뭘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져야 기념품을 못 사게 되는 걸까.”

“…어?”

그거야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기차 시간에 늦을 뻔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럴까? 선생님은 오늘 올 시간을 정하지 않았잖아? 바꿔 말하면 몇 시에 오든 상관없었을 텐데, 뭘 그렇게 서둘렀을까?”

“…그럼 전날에 기차 좌석을 예약해 뒀다든가.”

“아비도스로 향하는 텅텅 빈 기차를?”

“…단순히 깜빡했다든가.”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어제 모모톡으로 과자를 사 가겠다고 말한 건 선생님이야. 선생님은 그런 약속을 잊어버릴 타입이 아니라고 보는데.”

“…….”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왜 선생님은 아비도스에서 기념품을 샀을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지. 시로코 짱. 오늘 토론할 때 내가 처음에 했던 말 기억나?”

“…어떤 거?”

“‘확정된 건 선생님이 동쪽 출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라는 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왜 선생님은 서쪽 출구로 나왔는가’에 대해 토론했지.”

내 확인에 호시노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그런 방향으로 토론이 진행됐지만, 사실 그 전제부터가 틀렸던 거야.”

“……? 선생님이 동쪽 출구로 오지 않은 건 아마 사실일 텐데…….”

“응,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말이야, ‘동쪽 출구를 통과하지 않았다’가 사실이라고 해서 ‘서쪽 출구를 통과했다’가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거든.”

확실히 내가 확인한 건 동쪽 출구뿐이다.

그러니 선생님이 서쪽 출구를 통과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럼 선생님은 어디로 지나온 거야? 기차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했다는 거야? 벽을 부쉈거나 땅을 팠다거나…그런 거야?”

말하고 나니 한심해졌다.

호시노 선배도 쓴웃음을 지었다.

“뭐, 그럴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지. 실제로 A역은 폭파됐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호시노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선생님은 어디서 나타났다는 말인가.

호시노 선배는 메마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로코 짱. 애초에 선생님은 오늘 아침에 B역에 가지 않았어. 못 간 거야.”

“…못 갔다고?”

그럴 리가 없다.

“호시노 선배, 선생님은 항상 A역을 이용했어.

B역은 그 전 역이야.

샬레에서 기차를 타면 도착해.

B역에 안 갔다는 거라면 몰라도, 못 갔다는 건 말이 안 돼.”

하지만 호시노 선배는 말했다.

“말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선생님은 B역에 가지 않았어.”

“……?”

“그러니까 오후에 시로코 짱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거 아니겠어?”

“…아.”

작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렇다.

학교에서 B역까지 가는 길을 선생님은 몰랐다…….

“설마.”

호시노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설마야.”

선생님이 B역에 없었다면.

“선생님은 오늘 아침에 이미 아비도스에 있었던 거야.”

호시노 선배의 말을 천천히 머릿속에 담았다.

생각지도 못한 그 가능성을 천천히 이해해 나갔다.

“…아니, 잠깐만. 그건 이상해. 선배 말대로 선생님은 B역에서 아비도스로 오는 길을 몰라. 그러니까 애초에 아비도스에 있을 수가…….”

“그렇네. 그래서 선생님은 아비도스에 왔을 때 A역을 이용했겠구나.”

“……?”

호시노 선배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A역은 폭파돼서 이용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런, 거였나.”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모든 게 이해됐다.

나는 나지막이 호시노 선배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선생님은 A역이 폭파되기 전…5일 전부터 줄곧 아비도스에 있었던 거야.”

선생님은 계속 아비도스에 있었다.

헬멧단이 습격하던 날, 내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선생님은 몰래 아비도스로 온 것이다.

그리고 오늘까지 아비도스 자치구 안에서 먹고 자며 지냈다.

그래서 샬레 근처의 과자는 살 수 없었다.

아비도스 안에서 선물을 살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러니 선생님은 A역의 동쪽 출구에도 갈 수 없다.

나와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늘 아침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적당한 시간을 봐서 학교를 찾아온 것이다.

이것이 진상.

그렇다면 왜 선생님은 계속 아비도스 안에 있었던 걸까.

5일 전부터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그건 뻔하다.

“…어제 적들이 후퇴한 거, 분명히 이상했거든.

솔직히 이 아저씨, 꽤 초조했었어.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지.”

아비도스의 탄약은 바닥을 드러냈고, 몰려오는 적은 셀 수도 없었다.

그대로 계속 밀어붙였다면 아비도스는 확실히 함락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비도스가 열세인 상황에서 어째서인지 카타카타 헬멧단의 주력 부대는 퇴각했다.

“구체적으로 선생님이 뭘 했는지는 몰라.

뭐, 아마 적의 본부에 가서 협상했거나 그랬겠지.

이번엔 게헨나 애들도 왔었으니까, 그쪽 선도부랑 연락해서 위협을 했다거나 말이야.”

그리고 카타카타 헬멧단은 병력을 물렸다.

우세였음에도 불구하고…승리한 것이나 다름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퇴각한 것이다.

“전부 선생님이…….”

애초에 대규모 전투 직후에 선생님이 아비도스에 오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어떻게든 우리의 무사를 확인하고 싶었겠지.

“…하지만 왜 선생님은 말해주지 않았을까. 왔으면 왔다고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선생님은 어째서…….

“당연한 거 아냐?”

호시노 선배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헬멧단이랑 싸우기 전에 어떤 모모톡을 보냈는지 기억해?”

“…….”

나는 떠올렸다.

『아니. 걱정할 필요 없어. 선생님이 없어도 괜찮다는 걸 보여줄 테니까.』

호시노 선배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런 메시지를 받은 뒤에, ‘그래도 걱정돼서 일단 와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위기에 처해 있길래 도와줬어.’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봐.”

선배는 살며시 눈을 가늘게 떴다.

“가냘픈 소녀의 자존심이 아주 갈기갈기 찢어지지 않겠어?”

“…….”

뭐, 이 아저씨는 아저씨니까 상처 입을 자존심 같은 건 없지만 말이야, 하고 선배는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 작고 어두웠다.

“…고마워, 호시노 선배.”

이번에야말로 납득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은 이미 깜깜하다.

나는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겼다.

“아, 시로코 짱.”

문을 열려던 나를 호시노 선배가 불러 세웠다.

“방금 한 얘기,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니까.”

“…….”

나는 대답하지 않고 교실을 나섰다.

부탁받지 않아도 말하지 않는다.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밖으로 나오자 밤바람이 뺨을 스쳤다.

“…….”

선생님은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피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뢰하고 있지도 않다.

“…윽!”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드물게 짜증이 났다.

…짜증? 무엇에? 누구에게?

무력한 나 자신에게?

또 혼자서 짊어지려 했던 호시노 선배에게?

우쭐해진 채 착각을 이어가는 모두에게?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도와주러 온 선생님에게?

…아마 전부 아닐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을,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 짜증의 원인은 분명 이 격차 때문이다.

“선생님.”

밤하늘에 대고 중얼거린다.

선생과 학생.

단어의 의미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오늘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명확하게 깨달았다.

결국 학생.

우리는 선생님에게 있어 지켜줘야 할 대상일 뿐.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는 어찌할 수 없는 격차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나는 아비도스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아비도스는 모래의 도시.

빛도 소리도,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린다.

아비도스의 밤은 소름 끼칠 정도로 어둡고 고요하다.

아주 멀리 떨어진 샬레를 바라보는 것 따위, 지금으로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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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18일 전번역

소설 핫산) 아비도스 철도의 비밀

#아비도스 고등학교#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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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kosui_029작가
게시물 2개
고DC
고관위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10.10 00:21
조회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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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나
ㅇDC
ㅇㅇ118일 전

매우씁쓸한…

ㅇDC
ㅇㅇ218일 전

중후반까지 선생이 흑막인줄알았네

ㅇDC
ㅇㅇ418일 전

난 선생이 A역에 있다가 죽었고 유령이었다 같은 생각 했는데 그런 판타지적인 느낌은 아니었네ㅋㅋ

ㅇDC
ㅇㅇ318일 전
디시콘
ㅇDC
ㅇㅇ518일 전
ㅇDC
ㅇㅇ618일 전

시로코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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