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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피폐) 선생님의 실언에 참을 수 없게 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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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 무츠키 세리나 하나코

「자신이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겠지」라는 식의 말을 한 선생님에게 참을 수 없게 된 학생들

인간은 반성할 줄 아는 존재다. 그래야만 하고, 대개의 경우 그렇다. 그것을 근거로 말하자면 나는 인간이 아니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이번 일은 피할 수 있었을 테고, 평소 학생들의 언동을 잘 듣고 이해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반성 부족이다.

나는 인간이기에 이번 건에 대해 반성점을 말해야 하는데, 반성점을 꼽자면 내 인식과 주변의 인식 간의 튜닝이 맞지 않았다. 그 점 하나겠지.

이번 건에 내가 어리석었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본심을 말하고 있었던 데다가 학생을 시험할 생각 따위는 1mm도 없었다고 색채에도 프레나파테스에게도 데카그라마톤의 예언자 여러분에게도 맹세한다.

이쯤 되면 나와 같은 성품의 인간이 타인과 계속 관계하고 있었다면 언젠가는 일어날 문제이고 피할 수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자기변호에 이은 자기변호 끝에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하면 한마디로 요약하는 건 조금 어렵고 나에게도 학생에게도 불성실하게 느껴진다.

다만, 그럼에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번 건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건 조금 부끄럽습니다.」라는 얘기다. 어쨌든 이 건에 있어서 반성이란 요컨대 「자신이 타인에게 가치 있는 존재라고 인정하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왠지 자만이 지나친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이라도 그걸 자각하라는 건 낯간지럽다.

그러나 결국 이번 건도 자신이 뿌린 씨앗에 정성껏 물을 주고 싹을 틔워 버린 결과이니 이 낯간지러운 반성도 달게 받아들이도록 하자.

이번에는 과거의 어리석은 자신을 만난다고 해도 따뜻한 시선을 던져 주는 일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사기 무츠키의 경우

모두가 일어나는 것보다 일찍 눈을 뜨고 아침 준비를 마친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과 비슷하거나 조금 뒤에 일어나지만 오늘만큼은 그렇지도 않다.

단지 언제나처럼 아침 준비를 하는 것 뿐인데 메이크업에는 배로 시간을 들이고 평소 같으면 금방 끝나는 머리 세팅도 왠지 어느 헤어스타일도 잘 맞지 않는 거 같아 시간이 걸린다. 원래라면 그런 한없이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는 짜증을 낼 수밖에 없지만 나의 입꼬리와 기분은 그 준비가 끝날 때까지, 끝난 뒤로도 계속 오르고 있었다.

밖에 나가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면 그는 이미 깨어 있을 테니까, 나는 자고 있는 모두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한 후 아직 밤기운이 남아있는 거리로 나섰다.

이른 아침 거리는 고요했고 평소에는 맡지 않으려 해도 풍겨오는 초연 냄새조차 없다. 초연 냄새도 싫지 않지만 이건 이것대로 또 각별하게 좋은 점이 있다. 이전에 그가 「일찍 일어나면 득을 본다」라고 했던 것도 수긍이 간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마침내 샬레에 도착했다. 언제 보아도 위압감이 있는, 어떻게 봐도 어른이 일하는 곳이라는 듯한 외관의 건물이지만 거기에 일체 압박감이 없는 건 역시 여기서 일하는 게 선생님이기 때문이라는 점이 크겠지.

손거울을 꺼내 아침에 그토록 확인한 머리를 만지고 메이크업을 체크한다. 스스로도 웃어 버릴 정도로 소녀적인 양상에 어이없음과도 비슷한 감정을 품는다.

그러나 이것도 전부 그의 탓이니까 라며 나는 생긋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오늘은 그와 뭘 하고 놀까?

나는 자주 사람의 가치에 대해 머릿속으로 정의를 내린다. 물론 학생의 가치가 아니라 기본적인 스스로의 가치 내지는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정의했을 때 그 가치는 0, 있어봐야 10의 자리일 거다. 내 자신이 싫은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면 뭐 그런 거지, 라는 생각이다.

학생들과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수한 것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복구도 하고 있고, 학생의 몸에 뭔가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사건도 어떻게든 회피했다. 내가 보기엔 큰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다만 잠을 잘 때, 식사할 때, 학생과 이야기할 때 항상 갑작스럽게 머리를 스치는 것은 「내가 아니면 더 잘 하지 않았을까?」 라는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결과를 보면 나는 잘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과정은 모두 최선이었을까? 학생들은 누구에게나 상냥하기 때문에 나 같은 어른을 믿고 따라와 주고 있지만, 언제 내가 큰 실수를 저지를지 나 자신조차 예측할 수 없다.

분명 내가 없어져도 나보다 나은 대체품이 대신해 줄 테고, 무엇보다 학생들은 내 걱정이 기우라고 느껴질 정도로 강해서 고민한다 해도 거기에 맞서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는 소양을 충분히 겸비한 아이들 뿐이다.

그것을 더해 생각하면 분명 학생들은 내가 아니어도 대성할 테고,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겠지. 그렇다면 내 가치란 대체......

"무슨 생각하고 있어~?"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와 어깨를 들썩인다. 깊은 사고의 바다에 빠져 아무래도 주위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목소리 쪽을 보자 그곳에는 흥신소 68의 실장, 아사기 무츠키가 생글거리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장난스러운 그 미소는 어딘가 고혹적이었고, 그 앳된 외모도 어울려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고 있었다.

옆으로 정리된 아름다운 흰머리는 그녀의 무릎 정도까지 뻗어 있어 그것이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조장하고 있다. 쿠후후 하는 개성적인 웃음을 짓지만 그 일체에 위화감은 없다. 그것은 분명 그녀의 성격에 기인하는 거겠지.

성격과 겉모습이 완전히 조화를 이뤄 그 자리에 존재하는 듯했다. 그 모습은 완성된 화이트 퍼즐처럼 보고 있으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 아니, 딱히 별 생각없이 멍하니 있었을 뿐이야."

"흐응, 혹시 한가하면 무츠키쨩이랑 놀자!"

"미안해, 오늘은 아직 일이 있으니까...... 끝나고 같이 놀까?"

"쳇, 어쩔 수 없네...... 빨리 끝나도록 내가 도와줄게!"

이의있음 이라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얼굴은 미소 그 자체였고 그녀도 내 대답을 어느 정도 이해한 후에 말을 꺼냈을 터. 아직 이른 아침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그런 시간에 일이 정리되어 있을 리도 없기 때문에 이것은 양식미적인 장난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고마워, 부탁해도 될까?"

나는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그녀의 호의에 답했다. 움직이는 내 손에 그녀도 머리를 비비고 있다. 보기에 소형견 같은 그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안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가슴 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도~ 제대로 쉬어야 한다구? 안 쉬면 선생님 쓰러질지도 모른다?"

"하하, 확실히 얼마 전에 쓰러진 지 얼마 안 됐고 그렇게 연달아 쓰러지는 일은 없을 거야."

나는 걱정해주는 그녀를 살짝 달래려고 가벼운 농담을 해본다. 얼마 전, 의식을 잃을 뻔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때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판정으로는 세이프다.

"농~담이...... 야?"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말을 더듬는다. 그녀와 관계한 지 오래되어 화가 난 얼굴도, 웃는 얼굴도, 부끄러워하는 얼굴도, 여러 얼굴을 봐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은 지금까지의 어느 얼굴에도 맞지 않았다.

동공이 열려 있다. 정색에 가깝지만 정색은 아니다.

나는 미묘한 표정 변화에 민감한 편이라고 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는 표정의 템플릿에 맞춰 생각하지만, 그런 나라고 해도 지금의 그녀가 결코 온화한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쿠후후, 선생님? 지금 농담은 조~~~금 재미없었달까?"

"아하하...... 미안미안."

입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얼굴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다. 그 모습은 이제와선 공포를 느낄 정도로 섬뜩하게 내 눈에 비쳤다.

......설마 그녀가 이렇게까지 조크에 엄격하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날마다 재미있는 일에 탐욕스럽고 장난도 위트가 풍부한 그녀니까 조크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거겠지.

내가 실없이 웃고 있자 그녀는 내 어깨를 잡고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는 이쪽을 보라고 말하는 듯했고, 나는 아직도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선생님? 정말로 이러다가 일찍 죽을지도 몰라?"

나는 뭔가 농담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받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눈을 깜빡였다. 너무나도 예상외의 말을 들었기에 입에서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이 튀어나온다.

"하하,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테고 괜찮겠지."

말해야 했는지 말하지 말아야 했는지, 어느 쪽이 더 온당했는가의 답은 내가 그것을 입에 담고 그녀를 다시 본 순간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여하튼 그녀의 얼굴은 한마디로 창백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하얗게 물들어 있었으니까.

조금 전, 자신이 쓰러지는 게 당연하다는 말에 나는 어울리지도 않게 정면으로 동요했다. 그것을 농담처럼 말하는 그의 모습은 더욱 내 마음을 흔든다.

사실이든 거짓이든 내 소중한 놀이 상대가 내가 보지 못한 곳에서 어떤 피해를 입고 있었을 가능성에 손이 떨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그를 걱정했는데 그는 그 걱정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은 후 믿을 수 없는 말을 한 것이다.

뇌가 그 대답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말은 순간 가타카나의 나열이 되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미지의 언어 같았지만 잘 되새겨 보면 그것은 의미를 가진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 의미를 요약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늘어지듯 사고가 천천히 움직여 난해한 퍼즐을 푸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의 걱정도 고심도 눈물도 그에게 닿지 않았다는 걸까?

그런 어두운 감정이 부글부글 가슴속에서 끓어오른다. 가슴 밑바닥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것처럼 느껴지며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온갖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 생각에 호응하듯 녹은 납처럼 뜨거웠다.

그리고 생각하기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감정을 자신의 안에 넣고 삼킬 수 있을 만큼 지금의 나는 냉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짝, 날카롭게 울릴 정도로 차가운 소리가 실내에 메아리쳤다. 떨어지는 눈물도 움직인 손도, 이 세상 모든 게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지고 손에 전달되는 감각은 예민해져 실제보다 크게 느껴진다.

"어......?"

행동 후,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이해한다. 나는 선생님의 뺨을 때려버린 모양이다.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사과를 입에 담으려 하지만 내 입에서 날카롭고 가늘게 연이어 나오는 숨결이 그것들을 저해한다.

본래 질량이라고는 그렇게까지 없을 눈물이 쇳덩어리처럼 무겁게 지면에 떨어져 간다. 뭔가 말을 해야겠다고 입을 움직이자 목구멍 깊은 곳에서 날뛰는 고통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생각한 그대로의, 꾹 눌러담고 있어야 할 속마음으로 변환했다.

"어째서...... 어째서...... 항상 그러는 거야.......!!!"

아, 이제 나는 나를 막을 수 없구나, 라며 나는 지금부터 일어날 문제에 눈을 감는다. 그래도 계속 생각해왔던 진심이니까 숨기려 해도 언젠가는 이렇게 됐을 거라며 나는 내 감정에 모든 걸 맡겨보기로 했다.

뺨을 맞았을 텐데 가슴이 아팠다. 언젠가 내가 위험한 짓을 하다가 부모님에게 혼나고 맞았을 때, 맞았던 곳은 조금도 아프지 않았는데 가슴이 욱신거려 울고 싶을 정도로 아팠던 일이 떠오른다.

그때 부모님은 화내고 있었을 텐데 울고 있었고, 어째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강하게 끌어안았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의 그날과 상황이 비슷했기에 나는 어째서 그녀가 화났는지를 순순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의문이 든다. 나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눈물 흘릴 정도의 존재가 아니라 대신할 수 있는 흔한 인재일 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만 또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만약 내가 그녀에게 대신할 수 있는 인재라면 그녀는 이렇게까지 눈물을 흘릴까, 항상 농담섞인 태도를 보이는 그녀가 손을 들 정도로 감정을 드러낼까.

의문은 또다시 말이 되어 흘러나온다.

"하지만 나 대신은 얼마든지"있을 리가 없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거.......! 있을 리가....... 있을 리가....... 없는 데.......!"

후반부는 눈물로 흐려져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은 통렬하게 전해져 내 가슴을 찢기에 충분했다.

이렇게까지 듣고 그래도 "내게는 대신할 수 있는 게" 같은 걸 지껄이는 인간이 있다면 분명히 그 녀석에게는 뇌가 없을 거다. 그렇게 여겨질 정도로 그녀의 마음은 말, 태도, 표정, 그 모든 것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강하게 전해졌다.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내 옷을 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마치 울면서도 받은 풍선을 놓지 않는 아이 같았다. 빈 손으로 내 가슴팍을 떼쓰듯 툭툭 때리고 있다. 그 한번 한번에 그녀의 마음에 담겨 있는 것 같아 말보다 선명하고 강렬하게 내 마음을 흔든다.

뜨거운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 그리고 지면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그것을 인식하고 나는 지금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눈치챈 걸 신호로 삼았는지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에 대한 기쁨이자 사과이며,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나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가장 큰 찬사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치 있는 존재임을 전하듯 그 눈물이 말라붙을 때까지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이번 일은 어떻게 다른 애들에게 비밀로......"

"에~ 어떻게 할까~?"

몇 시간 후에야 서로의 눈물도 다 말라버리고 마음도 진정되어 자신의 추태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을 무렵, 나는 조금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극도로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약간 연하인데다 그 중에서도 더 연하로 보이는 외형의 소녀를 울면서 끌어안는 나이 든 성인 남성. 게다가 그 소녀는 자신의 제자라니,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 공공기관 서넛은 움직일 것 같다.

그런 정보가 공개되면 나는 두번 다시 맨얼굴로 태양 아래를 걷지 못하겠지.

그 소녀는 히죽히죽 웃으면서도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무릎 위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나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을 잡고 웃는 얼굴로 나를 농락하는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폭탄으로 보인다.

"그럼 오늘은 일 그만두고 무츠키쨩이랑 놀자~"

"아, 그래도 역시 일이......"

"훌쩍훌쩍...... 그럼 모두에게 선생님 앞에서 울었다고 말해버릴지도~"

일부러 우는 흉내를 내는 건 원래라면 웃어넘기거나 일소에 부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우는 흉내조차 내게 식은땀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기쁜 마음으로 놀아드리겠습니다."

"아싸~! 쿠후후, 역시 선생님이야."

그녀는 내 대답 같은 건 진작에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훗날 찾아간 흥신소에서 갑자기 흥신소 전원에게 설교를 듣고는 이후 아루, 카요코, 심지어 하루카에게까지 개별적으로 혼나고 곤혹스러워하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배신자가 웃음을 참으며 보고 있었다.

스미 세리나의 경우

내가 마음에 둔 사람은 자주 과로로 쓰러진다.

내가 이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비보가 전해질 때마다 옥죄이는 마음은 고통 따위의 진부한 표현으로 형언할 수 없고, 그의 이변을 감지하고 달려갔음에도 이미 늦었을 때의 무력감은 내 정신을 크게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내 나름대로 그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도 늦게까지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기에 나는 그를 강하게 탓할 수 없다. 치졸한 화풀이를 해봤자 서로 원한이 남을 뿐이고, 그의 심적 피로를 어설프게 늘리는 결과밖에 되지 않겠지.

내일은 샬레의 당번, 평소에 노력하는 선생님을 위해 밥을 해드리자.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도록 노력하자. 구호기사단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그를 치유해주자. 그것밖에 하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싫어질 것 같지만 그럼에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내일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가슴에 품고 조용히 잠에 든다. 창문으로 들어와 비치며 수상하게 흔들리는 달빛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일 일어날 참사의 전조였던 것 같다.

눈을 뜸과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권태감이 온몸을 감쌌다.

최근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 같아 본격적으로 나이를 먹었음을 느끼고 홀로 생각에 잠긴다. 이것의 해결책을 생각해 보라고 하면 그야말로 영수증 한 장 분량으로 조목조목 출력되겠지만, 어느 것이나 내가 보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일 거다.

지금부터라도 개선 가능한 점은 몇 가지 떠오르지만 무엇 하나 학생을 귀찮게 할 게 뻔하고 학생에게 내 컨디션 개선에 협력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부탁하면 들어주는 상냥한 학생들 뿐이기에 생기는 고민이니 이보다 더 사치스러운 일은 없겠지.

실제로 후우카, 루미, 카요코, 세리나, 키쿄, 카즈사 등, 열거하면 끝이 없을 정도의 학생이 내 생활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하다고 풍문으로 들은 적이 있다.

그녀들에게 몸을 맡기면 내 건강 상태는 확실히 향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든 풍선처럼 맥없는 아저씨의 건강과 젊은 그녀들의 사생활, 어느 쪽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일 테고, 생각만으로도 자신의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기에 나는 전략적으로 사고를 멈췄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등 뒤에서 갑자기 기척이 느껴진다. 평소 같으면 이 시점에서 허둥대며 공포에 몸을 떨겠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 당번이 누군지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좋은 아침, 세리나."

"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예상대로인 목소리에 안도를 느끼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아본다. 그녀가 당번인 날에 한해 입구로 의식을 향하는 건 헛수고라 할 수 있다. 어디서 들어오는지도 알 수 없고 어떻게 다가오는지도 불명. 그녀에게 물어도 웃으며 흘려넘기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미 「그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분홍색 머리카락이 창문에서 비치는 햇빛을 받아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등장하는 방법은 항상 미스터리지만 겉보기에 그런 요소는 느껴지지 않는다. 순백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흰색에 핑크색 라인이 들어간 옷차림은 그녀의 청렴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나타내는 듯하다. 온화한 미소를 띠는 그 표정은 자애란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일종의 신성함과 품격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트리니티 학생에게는 기본적으로 깃털이 있지만 그녀의 깃털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머리카락에서 파생되게 나 있었고, 머리카락과 함께 흔들리는 깃털은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더욱 높이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뿜는 힐링의 아우라와 사랑스러움은 일급품이어서 만날 때마다 껴안고 싶어진다.

"저기...... 그렇게 보시면 부끄러운데요......"

"아, 미안미안."

아무래도 너무 빤히 본 모양이라 그녀는 뺨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마주하고 얼굴만 보고 있었기에 깨닫지 못했지만 그녀의 손에는 큰 봉투가 들려 있었고, 들여다보자 거기에는 각양각색의 재료가 들어 있었다. 봉투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니 시선을 눈치챈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그 봉투를 가슴팍에 들어올리고 생긋 웃었다.

"아직 아침 안 드셨죠? 지금부터 밥을 지을 테니 기다려 주세요!"

"고마워, 정말 면목 없네...... 돈 같은 건 괜찮아?"

"면목 없으시면 평소에 제대로 식사해 주세요! 돈도 선생님이 제대로 건강해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어이없음 반, 분노 반으로 나를 나무랐다. 끽 소리도 할 수 없는 정론에 나는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내용물의 양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점심과 저녁도 만들 생각인 것 같다. 미안함으로 가슴이 가득찰 것 같지만 이전에 식사를 거절했을 때의 얼굴을 떠올리면 거절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혼나기만 하지만 하루하루 이렇게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이상적인 선생님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두근거린다. 겉치레를 치우고 말하자면 바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행동을 거듭하며 그때마다 학생에게 심려를 끼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런 자책감을 안고 끙끙거리고 있자니 꽤 시간이 지난 듯했고, 맛있어 보이는 아침 식사를 트레이에 올려 콧노래 섞인 목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그것을 옮기는 그녀가 있었다.

"이번에는 일본식 아침 식사로 해봤습니다! 선생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운반된 트레이 위에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다양한 식재료가 즐비했다. 구운 연어에서는 향긋한 소금기를 느끼며 샐러드는 일종의 미술품 처럼 완벽한 색감을 지니고 있다. 너무 완벽해서 소재가 기뻐하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다.

"오오......"

너무나 예술적이어서 나는 무심코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 미술품에 넋을 잃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쑥스러워하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신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서로 짠 듯한 타이밍에 동시에 잘먹겠습니다를 말한다. 그녀와 식사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종의 텔레파시 같았다.

그렇게 먹기 시작한 지 몇 분, 대수롭지 않은 잡담을 거듭하던 중 그녀가 헛기침을 한번 한다. 앞서 말한 일종의 텔레파시가 감지하기를, 이것은 끝나가는 식사의 디저트에 설교를 먹인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선생님, 며칠 전에 또 쓰러지셨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 말을 시작으로 공기가 팽팽해지는 게 느껴진다. 방금 전까지의 따뜻한 담소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싸늘한 공기가 주변에 가득했다.

"뭐...... 그...... 네......"

어설프게 얼버무리는 건 그녀에게 통용되지 않았고, 이전에 그렇게 했을 때의 참사가 생생했기 때문에 나는 솔직히, 그러나 떳떳하지 못해서인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큰 한숨 뒤 아까보다 무거워진 공기에 나는 위산이 역류할 것 같았지만 끝내 견디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할 말을 고르고 있는 것 같다.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저는 샬레에 묵도록 할게요. 선생님이 제대로 건강해질 때까지 제가 옆에서 잘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거부권은 없으니까요!"

담담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업무 내용을 전하듯 그녀는 단숨에 그렇게 말했다. 한박자 늦게 그녀의 발언을 이해한 나는 당황하면서도 확인을 위해 그대로 말을 돌려준다.

"어, 내일부터 샬레에서 생활한다고?"

"네!"

"아니...... 그래도 역시 좋지 않아...... 세리나에겐 세리나의 시간이 있고."

아무리 그래도 나 같은 것 때문에 그녀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걸 기쁘게 생각할 수는 없다. 게다가 건강이라면 모모톡 같은 것으로 매일의 식사 같은 걸 보낸다거나 하는 것이라도 괜찮을 거다, 그러면 그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테고.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대로 조금 전까지 생각했던 걸 그녀에게 제안했다. 처음부터 뺨을 부풀리고 있었지만 그녀도 점차 납득한 듯 미간의 주름이 느슨해져 간다.

"하아...... 알겠습니다...... 이번만큼은 그걸로 용서해 드릴 테니까요! 다음에 쓰러지면 억지로라도 샬레에 눌러앉을 거예요?!"

"미안해, 마음만은 고맙게 받아 둘게......"

"정말로 잘 부탁드릴게요? 이러다간 요절하실지도 모른다고요?"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인수인계를 위한 서류 같은 건 이미 준비되어 있고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미 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챙겨 세면대로 가져가는 중이었다. 이완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사실을 섞은 가벼운 농담을 해본다. 정말로 가벼운 농담일 뿐이었다. 인수인계 준비가 이미 끝난 것도, 죽은 후의 이런저런 일에 누구의 손을 귀찮게 하는 일도 없을 정도로 준비가 끝난 것도 사실이었다. 특별히 그녀에게 그 말에 대한 반응이나 대답을 기대했던 게 아닌, 그저 정말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그런 한마디.

그렇지만 때때로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은 입에 담은 후에야 알아차리는 법이고, 알아차렸다 해도 정정하기 위한 한마디가 늦지 않는 건 드문 일이겠지.

실제로 지금이 그렇다. 직전의 한마디를 하지 말아야 했다는 걸 그녀의 얼굴을 보고서야 깨달았으니까.

그 얼굴은 귀신이라든가 도깨비라든가 그런 가공의 것들이 귀여워 보일 정도였고, 그를 근거로 말하자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넘어설 정도로 무언가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몇 초 후 들린 것은 그녀가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는 메마른 소리였다.

누그러진 공기는 긴장했던 내 마음을 간단하게 풀어버렸다. 언제나 마지막 일선만은 넘기지 못하게 하는 그에게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언제나 내가 꺾이는 형태로 일이 마무리되고 만다.

강제로 일을 진행하는 건 너무나 간단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건 그가 아직 학습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소에는 쓰러졌다는 사실을 속이려 하지만 이번에는 솔직하게 고백해 주었다.

오늘만큼은 용서하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네요 라며 가볍게 말하고, 헤어질 때 강하게 타이르는 정도로 얌전히 돌아갈 생각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반성하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소중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타이르고 있었을 텐데. 그렇기에 그가 가볍게 헤실거리며 자신이 죽은 후의 이런저런 일에 대해 말한 걸 용서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공포에 떨었다.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입에 담았기에. 죽은 후의 이야기를 할 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초조, 비통, 혹은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 할텐데, 그는 그것을 언젠가 올 당연하고 마땅한 사건처럼 이야기했다. 마치 「인간이 밤샘을 하면 피곤해진다」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입 밖에 내어 말하는 것처럼, 그 정도로 당연한 일인 듯이.

키보토스에서 죽음은 일상이 아니다. 우리는 총알도 견디고 폭발에 휘말려도 맞은 곳이 나쁘지 않은 한 가벼운 부상으로 끝난다. 그러나 그는 다르다. 총탄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그에게 죽음은 그저 당연하다는 듯 일상 곁에 있는 사건에 불과했다. 그런 상식의 차이를 재확인해버린 나는 두려움과 공포로 이빨을 딱딱거리며 손을 흔든다.

"이, 인수인계의...... 그 인수인계의 서류...... 꺼내주세요."

평정을 가장하며 어떻게든 말을 꺼낸다. 그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튀어오르듯 움직이기 시작했고 바로 그 종이 뭉치를 가져왔다. 팔랑팔랑 넘기며 살펴본 그것은 섬세하고 빈틈없이 각 학원에 대한 업무적 지원도 철저히 되어 있는 훌륭한 서류였다.

내가 너무나도 완벽한 서류들을 보고 감탄....... 하는 일은 없었다. 그 서류는 완벽했다. 「업무적으로 보면」 너무나 완벽했기에 「학생의 정신적인 면」을 고려해 보면 쓰레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서류는 마치 「내가 죽어도 너희들은 아무렇지도 않을 테니 괜찮겠지」라는 낙관적 관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아니, 그렇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서류를 찢는 것 외에 택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이런 게......! 이런 게 있으니까!!!!!"

"잠깐!"

"싫어요!!!!! 그만두지 않아요......!"

이런 게 있기 때문에, 자신은 교체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는 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이상해져 버린 거라고, 나는 자신에게 되뇌며 서류를 찢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분명 나로 있을 수 없게 되고 마음이 망가져 돌아오지 못하게 되고 말 테니까. 나는 제정신이기 위해 광기에 빠져야만 했다.

눈앞에서 꽤나 정성들여 작성한 서류가 찢어지는 걸 나는 잠자코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동자에 비치는 소녀는 청렴했다. 더러움 따위는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에게 그 모습은 없었기에 그것들을 모두 과거형으로 나태낼 필요가 있었다.

「광기로 날뛰는 사람」을 실제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아니, 몇 번은 있었지만 저것과는 또 다른 벡터로 광기에 휩싸여 날뛰는 사람은 처음 봤다.

언뜻 보면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떨까, 그 눈동자는 눈물 흘리고 있었고,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녀의 감정을 설명하기에는 어떤 말도 부족한 것 같다. 파고들 틈이 전혀 없어 손을 놓고 있었지만 이대로 방치해 버리면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굳게 마음을 먹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등 뒤에서 다가가 이미 조각나 원형을 간직하고 있지 않은 종이 뭉치를 더욱 잘게 찢고 있는 그녀를 살며시 이쪽으로 끌어당긴다.

날카롭고 가늘게, 마치 목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숨을 쉬는 그녀는 괴로워하며 내 마음을 조였다. 나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진정할 수 있도록 항상 그녀가 그렇게 해주듯이 등을 비눗방울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한동안 그렇게 하고 있으면 그녀도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된 모양이라 이쪽에 매달리며 「싫어, 싫어요...... 가지마세요......」라며 저주처럼 계속 반복해 말하고 있었다.

"서, 선생님...... 싫어요...... 죽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저를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뭐든지 할 테니까요....... 부탁이니...... 죽지 마세요......"

"읏......"

이렇게나 나를 생각해주는 소녀에게 아무 생각 없이 인수인계 서류를 건넸다는 사실이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걸 이제야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평소처럼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옆에서 등을 계속 쓰다듬었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진심으로 싫어질 것 같다.

"그래서...... 정말로 샬레에 묵는 거야?"

"......네."

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닦고 나의 재확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의 전말로는 꽤 좋은 착지점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가 몇 개나 떠올랐기 때문에 그녀를 샬레에 묵게 하는 정도라면,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그 정도로 내가 한 어리석은 짓을 용서해 준다고 하니 그녀에게는 감사밖에 할 수 없겠지.

그녀도 원래대로 돌아온 듯,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선생님, 잠깐 이쪽으로 와주세요."

그녀는 손을 크게 벌리고 나를 불렀다. 나는 그녀의 그런 귀여운 행동을 보고 다시 안도했다.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자애로 가득했고 그 아우라는 찰과상 정도면 금방 낫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나도 성스러운 아우라에 나는 빨려들어가듯 그녀를 부드럽게 껴안았고, 그녀 역시 벌렸던 팔로 내 등을 감쌌다.

그녀는 내 행동에 만족한 듯 상냥하게 생긋 미소를 지은 뒤 내 귓가에 입을 가까이 했다. 그것을 신호로 나도 귀를 코끼리처럼펴고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저도 바로 그쪽으로 갈 테니까요."

얼굴을 보려고 한 순간, 그녀는 아까보다 더 강하게 나를 껴안았다. 그 모습은 마치 밧줄로 소중한 것을 놓지 않으려 꽁꽁 묶는 것 같아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는 걸 느낀다. 그렇기에 고개를 숙일 수 없고, 부정하기에도 겁에 질린 듯 조금씩 떠는 그녀를 알아챈 나에겐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어 그저 「네」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우라와 하나코의 경우

분수에 발을 담그고 책을 읽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기분 좋고 이러고 있으면 나는 세계에서 봤을 때 점과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을 거라 여겨졌고, 그 세계에서 본 자신의 왜소함에 어딘가 기분이 후련해지는 듯했다.

내일은 샬레의 당번, 실로 며칠 만이며 기껏해야 며칠 만나지 못했을 뿐인데도 내 마음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한숨을 한번 내쉰다. 불쾌감 때문이 아닌 한숨 돌리는 듯한, 읽던 책에 단락을 짓는 듯한, 그런 자신의 마음에 매듭을 짓기 위한 한숨을.

내일은 어떤 장난을 할까 생각해보지만, 우리 둘밖에 없는 집무실에서 장난을 쳐도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모처럼 둘만 있는데 그 시간을 장난으로 낭비해버리는 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맨발로 기숙사까지 돌아오며 나는 끝없이 내일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하지, 어떻게 하면 그는 내게 다가와 줄까. 고민하고 있을 텐데 느슨해지는 뺨을 자각하고 뜨거워지는 얼굴은 어떻게 하면 식을까. 깨닫고 보면 잠들때까지 그런 것만을 생각했다.

일찍 일어나는 건 익숙했기에 나는 햇살과 동시에 눈을 뜬다. 그와 만날 때만 화장대 앞에 서는 시간이 늘어난다니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대사일까. 머리를 빗거나 향수를 고르는 데 시간을 들이고 평소에는 들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는 수고만 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런 시간 모두가 사랑스러워 참을 수 없다. 고민할 뿐인 시간인데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바라건대 이 고민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쌓아놓은 서류를 보면 어쩔 수 없는 권태감과 자기혐오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만약 이것들을 하루에 모두 끝낸다고 해도, 다음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비슷한 정도의 서류가 어디선가 찾아오기 때문에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감각이 전혀 없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일을 전혀 진행할 수 없는 무능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학생들과의 교류 측면에서 무능한 건 인정하지만 서류 업무라면 능숙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지만 수천개 학원의 문제가 한곳에 모여있는 것 치고는 이 서류는 적은 편으로 린이나 각 학원의 수뇌부가 열심히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주 오래전에 과로사했을 거다.

"오늘 당번은......"

당번 예정이 적힌 수첩을 넘기며 홀로 웃는다.

그녀는 총명했다. 그러나 총명하다고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야 완성되는 육수 같은 심오함과 기품과 복잡한 풍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잘 관여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는 학생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진정으로 그녀의 신뢰를 얻고 있는지, 그녀와 관계하기 시작한 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불안하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자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듯 했고, 집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신호 삼아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좋은 아침, 하나코."

소녀는 청렴해 보였다.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더러움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핑크색 머리를 하고 있지만 이미지로는 흰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숨 쉴 만큼 순수한 인상을 타인에게 준다. 그렇지만 그녀는 거기서 끝날 정도로 지루한 사람은 아니었다. 수영복으로 교내를 걷고 자주 음담패설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실제로 교내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다」라며 거리를 두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것을 근거로 두고도 그녀는 아름다웠다. 음담패설 한둘로 떨어지는 품위가 아니며 언뜻 보기에 핑크빛 머릿속은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면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소녀였다. 그러나 위에 기술한 모든 내용은 그녀의 전부를 나타내기엔 부족했고, 그녀의 전모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미스터리하면서도 보편적이고, 바닥을 보기 위해 들여다보면 한없이 깊어 바닥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보충수업이 필요 없는 보충수업부, 모순된 듯 모순되지 않은 소녀, 우라와 하나코가 그곳에 있었다.

"오늘도 이렇게 잔뜩 쌓아두셔서는, 제가 처리해 드릴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혹적으로 미소지었지만, 이미 과거 여러 번 했던 흐름이라 나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대답했다.

"응, 부탁해도 괜찮을까?"

"네, 그럼 여기서 할 수 있는 서류는 한꺼번에 가지고 갈게요."

그녀는 키득키득 웃더니 서류 더미를 확인해 몇 개의 종이 뭉치로 나눠 그 중 하나를 가져갔다. 그 모습에 그녀의 영리함이 엿보였고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업무하는데 있어서 그녀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그렇게 묵묵히 각자 작업을 하다 보면 시계는 12시를 지나 배꼽시계가 울릴 무렵이 된다. 나는 두 눈의 언저리를 손가락으로 피로를 풀 듯이 부드럽게 주물렀다.

그런 모습을 보던 그녀는 흘끗 시계를 보더니 나의 의도를 짐작한 듯했고, 그녀 역시 비슷한 모습으로 뭉친 몸을 풀듯 팔을 치켜들고 크게 기지개를 켰다.

"점심 먹을까?"

"그럴까요~ 저, 차 내려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차를 내리러 급탕실 쪽으로 향했다. 나는 아침에 엔젤24에서 구입한 샌드위치를 꺼내려고 봉투를 찾는다. 아침 점심 저녁을 편의점에서 때우기 위해 한꺼번에 많이 사고 있지만 최근엔 소라까지 그것을 걱정하는 형편이다.

"선생님, 차 나왔어요."

"아, 고마워! 편의점 음식밖에 없는데 괜찮을까?"

"네, 물론 괜찮아요."

나는 하다못해 외관 정도는 괜찮게 하려고 선반에서 식기를 꺼내 샌드위치를 늘어놓아 본다. 그것만으로는 다소 보기 좋은 정도고 뭐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녀와 나란히 서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어울려 왠지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너무나도 우아한 동작으로 식사를 시작한 그녀는 어느 장면을 잘라내도 그림이 되겠지. 그 몸짓은 평소 언행만 놓고 보면 상상할 수 없었지만 그 겉모습에서는 쉽게 상상이 간다. 그 언밸런스함이 왠지 우스워서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시니 부끄러워지네요."

이쪽의 시선을 눈치챈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우아하게 웃는다. 한입 한입이 작은지 식사는 아직 조금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혹시! 제 ■■■한 모습을 상상하며 ■■■■하고 있었다거나?!"

그녀는 연기하듯 놀라며 나에게 말을 쏟아냈다.

"아니거든?! 그냥, 한입이 작은게 귀엽구나 싶어서."

"그, 그런가요......"

나의 솔직한 의견에 그녀는 뺨을 붉히고 만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었지만 그 한입은 아까보다 한층 작았다.

그렇게 몇 분 동안 둘이서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던 때, 그녀가 뭔가를 알아차린 듯 일순간 정지한다. 잠깐의 망설임 뒤, 비칠 정도로 가늘고 예쁜 손가락을 세우고 내 등 뒤, 정확히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에너지 드링크 캔이 가득 담긴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곤란한 듯 눈썹을 팔자로 만들고 눈동자를 가늘게 좁히며 말했다.

"선생님, 제 쪽에서 엄하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요절하실 거예요?"

"아하하...... 그럼 안그러도록 조심할게."

"뭐...... 게다가."

"게다가......?"

도중까지 입에 담았던 심경은 이미 물릴 수 없었고, 항상 그것을 자신에게 되뇌고 있기 때문에 극히 자연스럽게 그 말을 꺼낸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을 신호로 한 듯 주변이 일순간 조용해진다. 바깥의 기온은 더울 정도인데도 이 방만 냉동실 안처럼 차가운 공기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고, 아무래도 내 기분 탓이었던 모양이다.

"어머, 그런 말을 들으면 다들 슬퍼할걸요?"

"음, 그럴까?"

단조로운 의문이었다. 특별히 그것에 명확한 부정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정말로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은 의문문이었다.

"네, 틀림없이 다들 슬퍼할 거예요. 아니면...... 선생님은 저희가 가까운 사람 하나 죽어도 슬퍼하지 않을 듯한 박정한 사람으로 보이시나요?"

그녀의 표정은 미소였지만, 그 미소는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텍스처를 위에 붙여놓은 듯한 왜곡된 느낌이었다.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의 뒤편에서 조금씩 이쪽을 찌르는 듯한 격정이 얼굴을 비추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코...... 혹시 화났어?"

에둘러 심정을 살피는 표현이나 기분을 살펴 말을 고르는 태도는 그녀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해 굳이 직접적인 말을 택한다. 그 선택이 정답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다소 놀란 듯한 내색을 보였다.

화났냐는 의문을 제기받아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희로애락 중 어느 것에 해당할지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언동을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을 정확하게 명기한다면 「無」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이 일순간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은 공백에 덮쳐졌다는 의미의 無.

눈가가 뜨거워지고 심장이 고요해진다. 혈류가 멈춘 듯 머리가 붕 뜬다. 온몸에서 열이 없어지는 듯한 감각 이후 전신의 혈액이 끓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저 말 뿐임에도 위력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몸으로 체험해 알고 있었을 터였다.

그리고 그 만큼이나 그가 이 세계에서 얼마나 연약한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 전의 한마디는 내 안에서는 절대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사려없는 한마디로 끝없이 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고 있다.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네요......"

가슴이 아직도 조이고 있었다. 가시 철선으로 심장을 감싸고 있어 고동 때마다 울고 싶을 정도의 통증이 엄습한다. 눈에 보이게 피가 흐르면 편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아프고,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의미를 이루는 것보다 빠르게 목구멍에서 녹아내려 부정형의 숨이 되어 샌다.

"선생님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부정형의 사고를 굳혀서 겨우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의문이었다. 그는 놀란 듯 눈을 한순간 크게 뜨고 잠깐 생각하는 듯한 내색을 보였다.

"음, 그렇게 말한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내가 아닌 게 좋지 않았을까 싶어서...... 일까?"

"그런가요?"

"만약의 이야기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내가 아니었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아니었다면 학생들과 더 제대로 관계를 맺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그런 걸 생각하게 돼."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뱃속에서 솟구치는 감정, 희로애락 그 어느것도 아닌, 그러면서도 지금의 나를 나타내기에 딱 맞는 감정. 그것은 분함이었다.

그에게 그렇게 생각하게 해버린 것, 그리고 우리의 격정이 조금도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 그게 참을 수 없어 내가 어울리지도 않게 눈물을 흘려 버릴 정도로 분했다.

"! 하나코......!"

그는 눈물 흘리는 내게 황급히 다가와 조심스럽게 깨진 물건을 다루는 듯한 섬세한 손길로 내 손을 살짝 잡았다. 닿은 곳에서 서서히 전체로 열이 퍼지는 걸 느낀다. 따스해서 어떤 부서진 마음이라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상냥함을 그 열은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열이 나만을 향한 게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은 오만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의 손을 끌고 있었다. 내 얼굴 높이까지 몸을 숙였던 그는 균형을 잃고 이쪽으로 쓰러진다. 나는 그것을 지탱하듯,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버리지 않도록 등에 손을 둘렀다.

고요한 집무실에 내 심장소리가 총성처럼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지금 이상을 지식으로 잔뜩 알고 있을 텐데 내 얼굴은 포옹 정도로 불이 날 만큼 뜨거워지고 만다.

――그러던 차, 방에 울리는 심장소리가 2개로 증가했다는 걸 깨달았다. 소리의 출처는 물을 것도 없었고, 나는 그 사실에 환희했다. 온몸이 떨리고 손은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쥐게 된다. 동공이 열리고 몸 전체로 혈액이 돈다. 신경 하나하나에 순간적으로 의지가 깃든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모든 게 예민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환희하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환희의 의도는 그것 뿐이다. 그의 얼굴은 귀까지 붉었고 심장소리는 시끄러웠다. 거의 16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일을 말하라고 할 경우 이 한 장면은 확실히 후보에 오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금의 나는 전력으로 이 세계에 감사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말도 지금이라면 말로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내딛었고,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숨을 고르고 그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괜찮다고 되뇐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질 정도로 내 마음이 전해지면 된다. 나의 분노도 분함도 다 들켜버리면 된다. 그리고 나는 이전에 없을 정도로 올곧게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선생님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결말에 조금 차이가 있었겠죠. 그건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강하게 그의 말문을 끊어버렸다. 듣고 넘길 수 없는 일이기에 듣기도 전에 끊어버렸다.

"저와 이렇게 시시한 대화를 해 준 것도, 제 장난을 웃으며 용서해 준 것도, 제게 모든 걸 준 건...... 다름아닌 선생님이에요. 저는 혹시 모를 누군가를 생각하고 싶지 않게 되어 버릴 정도로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거라고요......?"

전부 말해 버렸다. 그것을 자각한 순간 뇌내 마약이 끊어진 것처럼 자신의 행동이 단번에 뇌리로 정확하게 흘러들어온다. 심장이 아플 정도로 맥동하고 있다. 머리에서 김이 나올 것 같다. 아니, 아마 나오고 있다. 방금 전까지 제대로 보고 있던 그의 얼굴을 볼 수 없고, 나도 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 조금 전의 말에 대한 대답을 들을 용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아직도 멍하니 있기 때문에 도망친다면 지금이겠지. 그렇게 확신한 나는 재빨리 준비를 마쳤다.

"죄, 죄송합니다, 선생님......! 오, 오늘은 실례하겠습니다......!"

"자, 잠깐! 기다려, 하나코!"

"네......! 뭘까요......?"

조금 늦게 현 상황을 파악한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어서는 심장이 몇 개라도 모자라겠지. 나는 뒤집힌 목소리를 부끄러워하듯 입에 손을 대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고마워."

"읏! ――――네......!"

그는 쑥스러운 듯 부끄러워하며 그저 한 마디, 감사의 말을 했다.

가식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는, 그러면서도 간소한 한마디임에도 나는 마치 이때를 위해 살아온 것처럼 느꼈다.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 그 한마디는 무엇보다도 그의 심정을 웅변적으로 나타내고, 대단할 것 없기에 사랑스럽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집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신호로 전신의 긴장이 풀려간다. 몸에서 힘이 빠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부족해진 산소를 온몸으로 보내듯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심호흡한다.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명멸을 거듭하며 떠들썩하다. 심장도 아플 정도로 맥동을 반복해 몸도 마음도 최악의 상태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유난히 시야는 맑았고 비치는 모든 것이 평소보다 선명했다. 상태는 최악이지만 거기에 악감정은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시하고 더 이상 그가 없이는 정상일 수 없음을 깨닫고 홀로 웃는다.

단지 지금만은, 그런 상태도 고민_도 모두 영원하면 좋겠다고 바랄 수 있었다.

소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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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6.17번역

소설핫산) 피폐) 선생님의 실언에 참을 수 없게 된 학생들

#선생#소설#피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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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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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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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2024.06.1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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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ㅇDC
ㅇㅇ124.06.17

와 이게 며칠만에 소설 핫산이냐 아껴 먹어야지

ㅇDC
ㅇㅇ224.06.17

자신이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겠지,라니 대사부터 개섹스네....

ㅇDC
ㅇㅇ3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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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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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5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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