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10336자
연애 / 유우카, 노아, 코유키
선생님은 유우카 선배와 노아 선배, 사귄다면 어느 쪽을 택할 건가요?
정오 무렵, 그녀의 너무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흥미진진하다는 듯 눈을 반짝였고, 움직일 때마다 분홍색 트윈테일이 흔들렸다. 내 무릎에 앉아 방금 전까지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적당한 잡담을 하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이 질문, 놀라는 게 당연하겠지.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그치만 궁금하잖아요! 둘다 선생님과 거리가 가깝고! 말할 때도 저하고는 완전 다르다구요? 그린라이트라니까요!"
"으음" 하고 신음을 흘려본다. 확실히 그녀들은 업무상 대단히 도움이 되는 스킬을 갖고 있어 의지하기 쉬운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을 거리가 가깝다고 표현해 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교사와 후배를 대하는 말투가 다른 건 당연하다. 내가 보기에는 코유키를 대하는 두 사람 쪽이 다소 친근해 보여서 부럽기도 하다.
......게다가, 거리감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무릎 위에 앉는 그녀가 조금 더 가깝다고 말하고 싶은 걸 나는 꾹 삼켰다.
"음, 뭐...... 어느쪽과 사귀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노아도 유우카도 매력적인 여자아이고."
사실 어느 쪽과 사귀게 된다 해도 장밋빛 인생이 약속되겠지. 노아, 유우카, 둘 다 매력적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본인이 없는 곳에서 이런 아저씨가 누구와 사귈지 이야기하는 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택할 입장이 아닐 텐데. 진심과 그런 복잡한 심경에서 출력된 그런 대답을 그녀는 용납하지 않았다.
"에~! 그런 거 재미없어요! 더 없나요? 좀 더... 사귀면 어떤 느낌이 들 거 같다는! 그런 얘기가 듣고 싶어요!"
무릎 위에서 난동을 부리면 제대로 작업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소녀 특유의 향기가 풍겨와 이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에겐 매번 주의만 줄 뿐 그다지 어울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만은 그녀와의 망상 담화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그녀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본인들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내가 잠깐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마치 모든 계획이 잘 풀릴 때의 악역처럼.
"물론이죠! 자자, 선생님은 어느 쪽과 사귀고 싶나요?"
이야기 꽃을 피우겠다고는 했지만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한 뇌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찬합 구석을 찌르듯 뇌를 쑤셔대도 도무지 그럴듯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끙끙대며 몇 분간 생각한 뒤, 속수무책이라는 듯 코유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깊게, 정말 깊게 한숨을 쉬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정말로 아무것도 안 떠오르는 건가요? 진짜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면목없이 눈을 내리깔고 긍정을 표한다.
"갑작스럽게 사귀느니 하는 말을 들어도...... 역시 아무것도 안 떠오르네... 음, 그럼 코유키가 뭔가 시츄에이션을 생각해줘. 두 사람 공통적인 시츄에이션이라면 차이도 상상하기 쉬우니까."
그녀는 흐응, 소리를 내더니 손가락을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사고의 바다로 다이브 했다. 모습만 보면 뭔가 어려운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생각하고 있는 건 망상이라 할 수 있는 연애담 시츄에이션이라니 대단히 질이 나쁘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의 손가락이 이대로 몇 시간 정도 허공에 춤췄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내 바람도 허망하게 딱 멈추었다. 히죽히죽 웃는 그녀의 얼굴이 지금만은 조금 얄밉다.
"선생님! 정했어요!"
그런 그녀의 말에 깊은 한숨이라도 내쉬려했지만 즐거운 듯 웃는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는 게 꺼려져 이내 삼켰다.
"그럼 알려줄래?"
"네!"
그녀는 손가락을 세우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동거 3개월 째 아침! 이거면 어떨까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빛내고 있었지만, 그 깊은 곳에 잠든 장난기를 나는 놓치지 않는다. 생기 넘치는 얼굴의 그녀와는 상대적으로 나는 눈을 깜빡이며 어딘가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방금 삼킨 한숨과 새로 생겨난 한숨을 합쳐 내뱉었다. 나의 큰 한숨을 듣고 코유키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하야세 유우카와의 완벽한 하루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나 눈부셨기에 나는 살짝 열린 눈꺼풀을 조금 전보다 더 강하게 감고 거북이처럼 이불 속으로 얼굴을 집어넣었다. 어젯밤 옆에서 자고 있던 그녀는 거기에 없었고, 아무래도 한 발 먼저 기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실 쪽에서는 고기 굽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흥겨운 콧노래도 들려온다. 나는 트러플을 찾는 돼지처럼 코를 킁킁거렸고, 아무래도 그것은 베이컨을 굽는 냄새인 듯 했다. 잠이 덜 깬 멍한 머릿속에서는 이미 베이컨 에그가 완성되어 있었다.
"오늘은 베이컨 에그인가......."
중얼거려 보았지만 아무래도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이불이 너무 아늑하다는 점도 있지만, 이대로 여기서 대기하면 발생하는 어떤 이벤트가 나에게 더없이 좋은 즐거움이라는 점이 가장 큰 요일일 것이다.
그리고 잠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발소리가 커질 때마다 내 마음도 들뜬다. 문이 열리는 소리, 커튼이 활짝 열리는 소리, 그녀의 작은 한숨 소리, 그 모든 것이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훌륭하다고 느꼈다.
"선생님! 언제까지 주무실 건가요? 일어나세요!"
휴일의 연례 행사, 유우카 자명종이다. 그녀의 귀여움을 듬뿍 담은 명료한 목소리는 어떤 자명종보다 가치있다. 평일은 내가 일찍 나가야 하기에 이것은 휴일 한정의 사치이다. 만약 평일에도 그녀의 목소리로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온 집안의 자명종을 시궁창에 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나에게 대응해 몸을 부드럽게 흔들고 있었다. 나보다 작은 손으로, 그건 이제 부드럽게, 도자기를 다루는 것처럼 흔들린다. 나는 이 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매번 일어나 있으면서도 눈을 감고 만다.
그러나 계속 눈을 감고 있으면 모처럼 그녀가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 준 아침 식사가 식어 버린다, 나는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마지못해 눈을 떴다.
순간, 천사가 있나 착각할 뻔했다.
그녀, 하야세 유우카는 탄자나이트처럼 아름다운 색조의 장발을 뒤에서 한 가닥으로 묶고 있었다. 아침 해가 후광처럼 그녀를 비추고, 머리 위의 헤일로도 거들어 그야말로 천사다. 도자기 같은 피부는 햇빛을 받아 그 새하얌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와 같아서 거기에 그려질 다양한 가능성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가 눈에 들어온다는 행복을 곱씹듯, 나는 느릿느릿 일어나 그녀를 다정하게 껴안았다.
"좋은 아침, 유우카. 오늘도 귀여워."
"ㄴ, 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동거 3개월째, 휴일마다 하는 말인데도 귀까지 새빨개져서는 평정을 가장하려는 그녀가 너무나 우스워 나는 놀리듯 말했다.
"아직 안 익숙해졌어?"
"시끄러워요, 아침밥 굶으실 거예요?"
그녀는 복수하듯 내 머리를 잡아당겨 감싸듯 끌어안고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바쁜 날의 아침식사 말고는 같이 먹고 싶다는 그녀의 뜻도 있어서 우리는 이렇게 휴일 아침 식사는 같이 하기로 했다.
식탁에 가지런히 차려진 그릇들이 그녀의 꼼꼼한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만 잘라내면 고급 레스토랑의 디너로 착각할 정도로.
그녀가 엄선한 식기 위에는 보기만 해도 바삭한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깔끔하게 구워진 베이컨, 그 위에는 내 취향에 맞춰 익힌 달걀 프라이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은 토스트인 듯, 그 베이컨 에그를 토스트가 묵직하게 밑에서 받치고 있었다. 베이컨 에그 토스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다른 작은 접시에는 샐러드가 담겨 있었고, 양상추와 토마토가 반짝이며 빛을 반사하고 있어 대단히 싱그러워 보였다.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건강에 대한 배려 또한 그녀의 깊은 애정을 느끼게 하며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밥이나 계란의 익은 정도, 계란말이의 맛, 좋아하는 음식, 그것들을 그녀에게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매번 이렇게 내 취향의 한가운데를 찌를 만한 요리를 해 주니 정말 고개를 들 수 없다.
이전, 어째서 이렇게나 내 취향 그대로의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에스퍼 의혹을 제기하고 추궁한 적이 있는데, 그녀가 말하길 「선생님을, 제대로 보고 있으니까」라는 모양이다. 정말로 고개를 들 수 없는 이야기다, 이제 땅에 박아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한 입 먹어보니 첫눈을 밟는 듯한 소리가 났고, 알맞게 구워진 토스트가 자다 깨서 식은 입안을 데웠다. 베이컨은 예상대로 바삭하고 씹을수록 텐션이 올라간다.
"유우카, 오늘은 뭐해? 모처럼 휴일인데 어디 갈까?"
"선생님....... 바로 며칠 전에 산 장난감 때문에 지금은 돈이 없지 않나요?"
어깨가 움찔 떨린다. 아무튼 그 장난감은 유우카 몰래 구입해 내 방의 깊은 곳, 시베리아 유배지도 이러하랴 싶은 구석진 곳에 숨겼을 텐데. 나는 녹슨 양철 인형처럼 어색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의기양양하게 미소 지었다.
"선생님은 영수증을 숨기는 게 너무 물러요, 게다가...... 말씀해주셨으면 딱히 사도 괜찮았을 거라구요......?"
그녀는 조금 전과는 달리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저 몰래 사셔서 조금 서운했어요......"
"미, 미안 유우카......"
"하아, 다음부터 조심해주시면 돼요. 그런 이유로, 오늘은 같이 집에서 조용히 지내지 않으시겠어요?"
그녀는 또 조금 전과는 달리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분명 무리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나는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건넨다.
"정말 미안해..... 모처럼 휴일인데 이렇게 되어버려서......"
그 말을 들은 유우카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쿡쿡 웃었다. 그녀는 이쪽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저에겐 어떤 하루라도 선생님과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칸페키~예요!"
세미나 서기 노아와의 기록에 남지 않은 하루
눈을 뜨니 이쪽을 빤히 응시하는 등나무꽃처럼 아름다운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후훗,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8시 18분 26초 기상이군요♪"
시계를 보는 것보다 빠르게 눈앞의 그녀가 정확한 시간을 읽어 내려갔다. 흰 프릴이 달린 원피스 같은 파자마는 드레스 같고, 그녀의 아름다움이라면 그대로 밖에 나가도 돋보이겠지. 백조처럼 아름답고 하얀 머리카락은 윤기를 띠고 있으며, 만져보면 찰랑이며 중력을 따라 떨어진다. 어떤 고급스러운 옷감이라 해도 그녀의 머리카락 촉감과는 비할 바가 아닐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쪽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등나무꽃 같기도 하고, 자수정 같기도 하다. 분명 어떤 말로도 이 아름다움을 기존의 말로 비유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섬세한 아름다움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선생님?"
"아아, 미안, 노아... 좋은 아침, 넋을 놓고 있었어."
"선생님은 아침부터 입에 발린 말을 하시는군요, 참고로 그 말, 지지난주에도 하셨거든요?"
나는 속수무책이라는 듯이 손으로 백기를 흔드는 제스쳐를 보였다. 나의 패배... 즉 오늘의 아침식사 당번은 나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동거를 시작하고 함께 잠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매번 일어날 때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시각을 듣게 되는 그런 일들이 며칠 계속되면서 내 안에 반항정신이 들끓으며 싹트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나의 헛된 저항이 시작되었다, 일어나자마자 구애해본다, 칭찬해 본다, 간지럽혀 본다, 여하튼 이래저래해보곤 지고 있다. 애초에 승리의 기준조차 내안의 기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판결은 대단히 어렵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지는 쪽이 그날 아침 식사 당번이라는 일종의 당번 정하기 대결로 그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내 전패이며, 그녀에게 한 방 먹이는 일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아침식사를 만드는 기량만 올라가는 것의 허무함은 분명 당사자만이 이해할 수 있을테지.
"오늘도 제 승리네요♪"
그리고 여느 때처럼 노아는 그 승리 횟수를 정중하게 기록하고 있다. 아마 물어보면 횟수를 알려주겠지만, 자신의 존엄성을 갈기갈기 찢는 그런 행위 같은 걸 나 같은 소심한 사람이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아침 당번이라고 해도, 매번 그녀도 옆에 서서 도와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누가 이기든 달라질 것은 없다.
앞치마를 맞춰 입고 주방에 선 그녀는 눈호강 그 자체이며 매일의 즐거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앉아있어도 괜찮다구? 라고 했을 때 매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건 어째서일까. 도와주는 것은 대단히 고맙지만, 매번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허리 부근에 가벼운 충격이 퍼진다. 아무래도 그녀와 부딪쳐 버린 것 같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 종이 뭉치 같은 게 떨어진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린 쪽을 보자 이전 그녀와 쇼핑을 갔을 때 함께 고른 수첩이 떨어져 있었다. 얼마 전의 일이지만 그립기도 하고, 어제의 일 같기도 하다.
"노아, 이거 떨어뜨렸어."
아무래도 떨어뜨렸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눈치였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분실물을 줍기 위해 몸을 숙였다. 수첩을 떨어뜨린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것을 줍기 위해 손을 움직였지만, 이쪽이 약간 빨리 수첩에 손이 닿았다. 수첩은 열린 상태로 떨어져 있어 줍는 동시에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도 이해할 수 있었다.
『7시 23분 29초 선생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 패배』
거기까지 보고, 노아는 빛의 속도라 착각할 정도의 스피드로 내 손에서 수첩을 낚아챘다.
나의 회색 뇌세포는 지금 바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광속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패배」라는 두 글자, 이 수첩이 누구의 주관으로 쓰여졌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한 가지 궁금했던 걸 그녀에게 묻는다.
"...노아, 지금까지 내가 몇 번 이겼어?"
노아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 모습만 잘라내면 미술관을 가득 채우는 수준의 명화가 되었을 게 틀림없다.
눈을 피하려고 내 시선에서 도망치는 그녀를 몇 초 동안 쫓았더니, 그녀는 체념했다는 느낌으로 눈을 감았다.
"28회 정도......"
나는 턱을 손에 얹고 흐음, 하며 생각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상한 이야기가 아닌가, 내 기억으로는 그녀의 무패 전설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 내 요리 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었을 텐데. 그 증거로 매일 아침마다 그녀는 나에게 "오늘도 제 승리네요" 라며 자랑스러운 듯 말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어떻게 된 걸까, 그녀는 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으며 패배를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
팔면영롱(八面玲瓏)*, 냉정침착, 누구보다 사물을 부감적으로 포착하며 누구보다 공평한,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내 여친은 어째서 그런 일을 했을까.
*어느 쪽으로 보아도 아름답게 빛나고 맑음.
나는 싱글벙글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얼굴을 귀까지 붉게 물들였고, 평소의 여유가득한 표정은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이상하네, 내 기억으로는 난 노아를 이긴 적조차 없는데."
"선생님...... 심술궂어요......"
꾸물꾸물 손을 움직이고 입에서 나오는 말을 우물거리는 그녀는 너무나 드물었기에, 나는 평소의 두 배로 그녀를 만지작거렸다.
흔들흔들 좌우로 흔들리며 쿠션보다 탄력 있고 쫀득한 그녀의 뺨을 만지며 나는 그녀에게 승리 선언을 내밀었다.
그녀는 어깨를 바르르 떨고 귀뿐만 아니라 손_까지 붉게 물들이며 고개 숙인 얼굴을 보이지 않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자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제가 져버리면 다음날부터 당신은 제게 사랑을 속삭이지 않게 될 까봐......"
주방이 일순간 조용해진다, 거기에 있던 것은 그녀보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성인 남성 한 사람. 양자 KO, 그런 표현이 이 자리에 가장 와 닿을 것 같았다.
"있지, 노아.....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그렇네요, 선생님. 오늘은 무승부로......"
우리는 토마토처럼 붉어진 얼굴을 그대로 두고 둘이서 요리를 재개했다. 조금 어색한 동작을 지금까지 쌓아올린 관계성이 만들어낸 기술로 커버해 간다, 그 모습은 마치 왈츠를 방불케 했다.
요리 완성 직전 순간, 그녀가 조심스럽게 돌아본다.
"선생님...... 그... 오늘 일은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나는 덤보처럼 귀를 펼치고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경청하는 자세로 이행했다.
"말하자면... 그....... 내일도 저와 승부해 주시겠어요?"
대답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장황한 망언을 끝내고 한숨을 내쉰다. 나는 일의 원흉을 빤히 바라보았다.
"니하하! 선생님, 좀 소망이 너무 강한 거 아닌가요~?"
그녀는 여느 때처럼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평소에는 태양 같으면서도 오늘만큼은 얄밉기 그지없다.
"망상 속에서는 노아 선배를 이기고 싶은 거군요~?"
그녀는 내 주위를 깡충깡충 뛰더니 때때로 뺨을 찔러댔다. 그녀의 말에 마지못해 시작했는데도, 말하고 보니 이 지경이다. 아직도 내 주위를 맴돌며 놀려대는 그녀에게 내 안에서 부글부글 반항심이 자라나는 걸 느꼈다.
이 반항심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더 이상 내게 없었고, 어떻게 그녀에게 한 방 먹일 것인가 하는 일에 뇌의 리소스 전부를 할애했다. 게임개발부에 코유키의 악랄함을 고발해, 게임내에서 마왕 코유키가 되게 할까? 아니면 반성실에 있는 과자류를 전부 새로 나온 그다지 맛없는 과자로 바꿔버릴까?
그 모든 것이 아이같고, 전부 내 존엄과 격을 낮추는 행실 같아서 나는 속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이 흐름을 타 코유키 본인에게 망언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망언으로 얻은 굴욕은 망언으로 되받아친다. 보복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야기의 주제가 나를 조롱하는 데서 넘어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부끄러움을 되풀이하겠다.
"그야 노아에겐 항상 질 뿐이니까."
나는 아직도 거기서 촐랑대고 있는 그녀를 곁눈질하고, 유치한 보복을 시도하기로 했다.
"아니 뭐...... 그건 그렇고, 그렇게 말하자면 나는 코유키와 사귀게 돼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 같은데."
"후에?!"
그녀는 의외라는 듯이 놀랐다. 움직임이 너무 코믹해서 이전에 봤던 카툰 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했다.
쿠로사키 코유키와의 행운의 일상
규칙적인 알람 소리가 나의 기분 좋은 숙면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른하게 실눈을 뜨자 살짝 아래쪽에 분홍색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그녀는 아직도 꿈속에 있는 것 같다. 내 팔 안에 쏙 들어와 기분 좋은 듯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남들보다 평균 체온이 높은지 이렇게 껴안고 있으면 탕파처럼 편안하고 이불에서 나가려는 마음을 깎아나간다. 이것도 일종의 마성의 여자란 걸까.
하지만 슬슬 밥을 짓지 않으면 눈을 뜬 그녀가 배고파하기 때문에,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하게 그녀를 껴안고 마지못해 일어섰다. 평소보다 넓은 복도는 어딘가 쓸쓸한 듯, 마치 다른 집을 헤매고 있나 의심할 정도다.
아무도 없는 주방은 정적에 싸여 있어 식기와 식기가 스치는 소리, 프라이팬을 풍로에 놓는 소리, 그 모든 것이 그녀와 있을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나는 비엔나 한쪽을 8조각으로 잘라 살짝 펼친다, 이른바 문어 비엔나다. 그냥 굽기만 해도 되지만 이렇게 하면 그녀가 좋아해서 가끔 한다. 매일 하는 게 아니라 가끔한다는 게 포인트다. 매일 해버리면 특별함이 희미해져 버린다. 그러면 그녀의 기뻐하는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어 내 아침의 즐거움이 하나 무너져버린다. 그것은 사활 문제였다.
한동안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거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좋은 아침, 코유키."
"후아암....... 좋은 아침이에요, 선생님......"
아직도 졸린 듯 눈꺼풀을 비비고, 평소 묶었던 머리도 지금은 내리고 있다. 갈라진 머리카락이 뿅뿅 튀어나와 있어 대단히 애교가 있다. 후드에 난 토끼 귀는 축 늘어져 있었고, 트윈테일을 대신할 생각인지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고 있었다. 하품이 그치지 않는지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고, 거기서 조금 침이 늘어져 있다.
"코유키 코유키, 침 흘리고 있어."
나는 손에 있던 휴지를 한 손에 들고 그녀에게 다가가 침을 닦아냈다. 그녀는 졸음에서 정신을 차렸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 있었다.
"앗...... 선생님...... 감사합니다, 으~ 부끄러워....."
"그래? 귀여웠는데...... 게다가 코유키는 자고 있을 때 더 침 흘리고 있잖아?"
"우와앗~!!!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미안미안, 얼굴이 새빨개져서 화내는 코유키도 귀여워."
".......아 진짜~!!!"
무슨 말을 해도 귀엽다는 말을 들을 거라 짐작했는지, 그녀는 뺨을 부풀리고 팔짱을 낀 채 무언의 항의를 시작했다. 나는 거기서 완성된 문어 비엔나를 하나 포크에 꽂아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자, 코유키, 아~"
"와아! 문어 비엔나! 아~!"
그녀는 순진하게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크게 입을 벌리고 입안에 문어 비엔나를 받아들였다. 이 천진난만함이 그녀의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쁜 인간에게 속을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그녀는 삼키는 것도 아깝다는 듯이 우물우물 비엔나를 씹고 있었다. 이러고 있다 보니 왠지 다람쥐 같아서 뺨을 찌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먹고 있는데 뺨을 찌르기도 그래서 나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슬슬 밥 먹을까?"
"네! 선생님! 그릇 옮기는 거 도와드릴게요~!"
식기들이 유쾌한 소리를 내며 책상 위에 진열되어 간다, 테이블 주위를 쫄래쫄래 움직이는 모습은 소동물을 상기시켜 대단히 귀여웠다. 통일된 수저는 내 고집이고, 그녀는 딱히 통일되지 않아도 상관없는 모양이다. 손잡이는 네잎 클로버 장식이 있어서, 내가 누구를 의식해 그것들을 선택했는지는 일목요연하다. 진열된 식기류에 나는 정중하게 요리를 늘어놓는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어디선가 들은 멜로디는 귀에 남았다.
식사는 여럿이서 먹을수록 맛있어진다는 얘기, 옛날에는 미신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기 키보토스에 오고 나서부터는 사실이라고 항상 실감하고 있다. 집무실에 묵을 때 먹었던 편의점에서 산 부리또와 지금 그녀와 먹는 식사는 그야말로 천지차이라고 해도 좋다.
식사를 마치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한가해진 나는 소파에 털썩 앉아 TV 채널을 영원히 바꾸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확 와 닿지 않는다. 어차피 뉴스에서 할 법한 사소한 사건은 이미 샬레에 연락이 와서 뉴스에서 하는 것보다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 본다 해도 새로운 발견도 즐거움도 없다.
그녀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더니 내 곁까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무릎 위에 착석했다. 그녀는 자주 내 무릎 위에 앉았기에 새삼 놀라지도 않았고, 나는 리모컨을 놓고 그녀의 연분홍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아직도 자고 일어났을 때 그대로인 머라키락은 군데군데 삐쳐있지만,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스르륵 내 손을 따라 흘러간다.
"한가하면 제게 신경써주세요!"
"한가하지 않아도 오면서."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그녀는 왠지 득의양양하게 콧소리를 냈다. 그런 식으로 그녀와 대수롭지 않은 손장난을 하다 보면 TV 왼쪽 상단의 디지털 시계가 언제나의 시간을 표시한다.
언제나의 시간은 이른바 아침 운세 코너다. 그녀는 매일 무엇인가로 운을 시험하려 하는데, 이것도 그 중 하나이며 점으로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즐거워 보인다.
2위부터 11위까지 물병자리는 없었고, 남은 것은 꼴찌와 1위뿐이다. 이 마지막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을 때가 가장 즐거운 듯, 그녀는 가뜩이나 반짝이는 눈동자를 더욱 반짝이며 화면을 파고들 듯 응시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아무래도 두가지 선택지에서 떨어진 것 같다는 사실을 본인의 절규로 확인한다, 시선을 코유키의 무릎에서 TV쪽으로 옮기자 공포스러운 문자로 12위라 적혀 있었다.
"럭키 아이템은....... 로켓런처 탄......."
키보토스다운 럭키 아이템에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한차례 침울해진 그녀는 내 무릎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돌아가 뭔가 종이 같은 것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돌아보자 그것은 네잎 클로버를 압축해 만든 책갈피였다.
"그거, 책갈피?"
"네! 저만의 럭키 아이템이에요!"
코유키는 의기양양하게 양손으로 그것을 치켜든다, 실로 코유키다운 럭키 아이템이다. 빤히 그것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혔다. 의기양양했다가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얼굴은 보고있으면 재미있다.
"이거, 선생님이랑 처음 발견한 네잎 클로버예요. 왠지 이걸 가지고 있으면 어떤 불운도 이겨낼 거 같아서....... 그렇달까 왠지 부끄러워지네요......!"
사람으로서 너무나 눈부시게 모이는 그 모습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아까처럼 내 무릎에 앉더니 이쪽 팔을 잡고 스스로 앞으로 둘렀다.
"코유키...... 이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물음에 그녀는 히죽 웃는다.
"또 하나의 저만의 럭키 아이템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쪽으로 돌아서서 내 가슴에 머리를 파묻었다. 운수를 점치길 좋아하는 그녀에게 럭키 아이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꽤나 쑥스럽다. 한동안 그러고는 만족했는지 흘끗 이쪽을 쳐다본다.
"선생님! 오늘 하루 선생님은 제 럭키 아이템이니까요! 제게서 떨어지지 말아주세요?"
그날 그녀는 말 그대로 내게서 떠나지 않았고, 상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그녀 쪽을 힐끗 쳐다보니 뜻밖에도 그녀는 삶은 문어처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틀림없이 어두컴컴한 바다처럼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손을 허둥지둥 내밀었다 접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그런 장난감 같아 조금 재미있다.
입을 열었다 닫는 모습에는 무언가 말하려는 게 분명하지만, 나는 에스퍼가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의사를 헤아릴 수 없었고, 그런 자신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서로가 자기 자신에게 안타까움을 품고 있었으니, 실내가 그런 공기로 가득 차버린 것 같고 더욱 더 입을 열리는 공기를 빼앗아 간다. 이 시간을 불모(不毛)라고 하는데 그녀의 허둥대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기에 그만큼의 털은 자랐겠지.
그렇게 터무니없이 계속될 것 같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그녀였다.
"선생님은....... 실제로 제가 하루종일 떠나지 말아달라고 하면....... 떠나지 않고 옆에 있어 줄 건가요?"
그 말을 시작으로 조금 전까지 안타까움이 지배하던 공간을 새콤달콤함이 지배해 나간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커피를 맥주잔으로 마셔버리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혔지만, 그녀의 다소 촉촉해진 눈동자를 보고 인스턴트의 냉정함을 되찾았다.
"......물론, 코유키가 원한다면 하루든 이틀이든, 샬레 밖에서 일이 있는 경우는 힘들겠지만."
활짝, 꽃이 싹트는 것처럼 그녀는 웃었다. 분명 꼬리가 있었다면 갈라질 정도로 흔들렸으리라. 코유키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하고는 각오한 자 특유의 기백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입이 열린다. 시선이 흔들린다. 그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컷이 이동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 그...... 계속, 제 럭키 아이템이 되어주지 않으시겠어요? ......라고 할까, 니하하......."
눈도 입술도 촉촉해 보이고, 얼굴도 붉다. 방금 전 대사에 모든 것을 담았다는 듯 그녀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고 눈동자도 몸도 떨리고 있었다. 둔감하고 우둔하다고 이름 날린 나라고 해도, 여기서 뜻을 헤아리지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고요해진 집무실, 심장소리만 요란하게 울린다. 집무실 밖에서 엿듣던 2인조가 들어오기까지 앞으로 몇 초.
댓글 35
와 달달하다
므흐흣흐


역시 코유키엔딩이 맞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