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이바 미도리는 고민하고 있다.
이 나이 또래의 소녀라면 보편적인 고민, 이른바 사랑의 고민이라는 녀석이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다른 사랑의 고민과 비교하면 조금 난이도가 높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는 언젠가부터 선생님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선생님과 만나기 전의 나에게 전한다면 분명 "그런 게임 같은 일이 있을 리가 없지"라며 코웃음을 칠 것이다.
사실 당사자인 나도 내 감정을 곱씹는 데 많은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내가 이 감정에 대해 곱씹고 곱씹어 삼키기 쉬운 것으로 만들었을 때 깨달았는데, 아무래도 이런 상태에 빠진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가까운 인간으로 치면 냉혹한 계산의 회계 유우카의 태도는 노골적이라, 한번 연애라는 필터를 통해 본 그녀는 너무나 천박해서
그 모습에 짜증이 나는 동시에 파르페를 세 개쯤 먹은 뒤와 같은 속쓰림을 느낀 것도 기억에 새롭다.
게다가 선생님의 인격이나 행동으로 볼 때, 다른 학원에도 선생님을 연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학생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고,
요즘의 나는 이대로 넋놓고 있다간 분명 선생님을 누군가에게 빼앗겨 버릴 것이라는 초조함이 가슴속에서 계속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가장 친숙한 게임개발부 멤버들은 연애와는 무관해서,
선생님이 방에 놀러오셨을 때는 나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가능해 말그대로 쭉 내 턴인 상태였다.
단지, 대부분의 게임에서도 그렇듯, 자신만의 턴은 좀처럼 계속되지 않는 것이었다.
언니의 턴
요즘 게임부의 모두들과 선생님의 거리가 가깝다.
예전에도 가까운 편이긴 했지만 요즘은 유독 가까운 것 같은 느낌이다.
비유하자면 예전까지는 이웃마을 정도였다면 지금은 옆집 정도로 가까워졌다.
물론 먼저 좋아하는 쪽이 독점할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후발주자가 나와 선생님의 시간을 뺐는 행위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나는 깨끗한 여자는 아니었다.
특히 언니의 변화는 두드러져서 지금까지 메이크업이라곤 한 적이 없는데 선생님이 오시는 날에는 꼭 메이크업을 하고,
책상다리를 하고 게임을 하다가도 선생님이 방에 들어오시면 다리를 딱 오므리게 됐다.
이걸로 "선생님은 그냥 게임 동료일 뿐이야~!"라고 말해서 누가 납득할까.
아니, 아무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뭐, 확실히 여기까지는 언니에게도 여자로서의 자각이 눈을 떴을 뿐이라는 수준으로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분명한 호의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 몇 주 전 선생님이 방에 놀러오셨을 때의 이야기가 된다.
"어? 오늘은 둘만?"
끼익, 하고 문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더 이상 인사 같은 건 나눌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곳에 놀러 온 선생님의 목소리다.
"앗! 안녕, 선생님! 유즈랑 아리스는 외출하고 있어!"
"어? 유즈도? 별일이네."
"네, 최근에는 유즈쨩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가진 것 같아서 아스나 선배랑 아리스쨩이랑 셋이서 가버렸어요"
"헤에~!"
의외라는 듯 감탄사를 터뜨린 선생님이지만 애초에 유즈가 꾸미기 시작한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그는 한 픽셀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에 대한 생각에 너무 민감한 것도 다른 학생들에게 뺏길 것 같아 싫지만 너무 둔감한 것도 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그에 대한 어필의 난이도가 루나틱임을 다시 한 번 이해했다.
"선..."
"선생님! 빨리 게임해! 오늘은 뭐할까~?"
내 말을 가로막고 마치 며칠 동안 주인을 만나지 못했던 강아지마냥 선생님 곁으로 달려가 껴안는 언니,
언뜻 보기엔 흐뭇한 광경이지만 그 얼굴의 황홀함을 여동생인 나는 놓치지 않는다.
머리를 휙휙 선생님의 배로 밀어붙이는 모습은 그에 대한 호의의 표시이자 여동생인 나에 대한 선전포고로도 느껴졌다.
"음…그러고 보니 최근에 또 게임을 만들었다고 들어서, 오늘은 그걸 같이 해보고 싶네."
"와! 선생님 안목이 높네! 아직 배포 전인데 벌써 알고 있다니...! 그럼 테스트 플레이도 겸해서 부탁해 버릴까~!"
"저도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준비해 올 테니 앉아서 기다리세요!"
얼마 전에 만든 게임, 그건 우리가 평소에 만드는 게임과는 성질이 다른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이번에 만든 건 남성 타깃의 왕도 연애물인데 주인공의 말투가 어쩐지 선생님 같아서 시나리오 작가인 언니가 누구를 의식해서 만들었는지 싫어도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선생님께 시키기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란 공략 캐릭터가 밀레니엄 학생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우리도 있고 유우카도, C&C의 면면도 있다.
즉, 여기서 선생님이 공략하기로 결정한 캐릭터가 선생님의 취향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만다.
물론 내가 선택된다면 불만의 여지가 없는 결과지만 만약 다른 사람들이 뽑힐 경우 내 질투심에는 불이 붙을 것이고 보통으로 며칠은 침울해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준비를 완료해 나간다.
"선생님, 준비됐어요"
"자 얼른 시작하자~!!!"
털썩하는 효과음을 내며 양반다리로 앉은 선생님의 위에 앉는 언니,
물론 거기가 내 자리인 것은 아니지만, 있을 곳을 도둑맞은 것 같아 조금 전 느꼈던 떨떠름함이 강해진다.
그리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복고풍스러운 기동음이 일방적인 냉전의 시작을 알렸다.
뻔한 프롤로그와 함께 주인공의 이름과 생일 설정을 넘어 첫 번째 여주인공을 만나는 장면.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처음 만나는 캐릭터는 으레 소꿉친구라고 정해져 있다.
물론 이 게임에서도 그렇다.
『앗! ○○! 안녕! 같이 학교가자!』
거기에 소꿉친구로 비친 것은 분명 언니를 본뜬 캐릭터였다.
물론 디자인은 내가 맡았지만 내 배역 이외의 배역 등은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만만한 언니가 "맡겨줘! 완벽하게 배치해 보일 테니까!" 라고 선언한 탓이다.
선생님 무릎 위에서 살짝 볼을 붉히는 시나리오 작가는 아무래도 그 직책을 이용해 가장 형편 좋은 역할에 자신을 취임시킨 것 같다.
시원스러울 정도의 직권 남용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캐릭터 모모이랑 닮았네."
"어?! 그런가~?기분 탓 아니야?
너무 뻔해서 투명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 수줍은 표정은 오히려 "맞아 선생님~ 알아봐줘서 기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대충 여주인공들과 만나고 마침내 공략 캐릭터를 대충 정하고 공략을 시작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선생님은 동아리 선택에서 학창시절 했다는 이유로 운동부를 선택했기 때문에 미술부 후배라는 포지션이었던 나와 만나지 못한 것이 정말로, 정말로 분했다.
하지만 이건 대부분 문화부 소속의 밀레니엄 사람들을 모티브로 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분함을 속으로 삼켰다.
"그럼 선생님! 누구 공략할래~?"
나로서는 나를 공략할 루트가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는 시점에서 별 의미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선생님 취향을 대략이라도 파악하고 싶어서 귀를 기울였다.
"음, 고민되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는 매번 처음으로 소꿉친구를 공략하기로 결정했어! 그러니 소꿉친구 캐릭터를 공략할 거야!"
뇌가 파괴됐다.
선생님 무릎 위에서 '에헤헤'나 '그렇구나~' 등 얼빠진 목소리를 좌우로 흔들거리며 흘리는 언니…아니, 적.
옆에서 보면 흐뭇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은 명백한 적대행위이자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에헤헤~! 사실 그 캐릭터 내가 모티브거든!"
"역시? 다른 캐릭터들도 아마 밀레니엄 애들이 모티브겠지?"
"과연 선생님! 선생님이 만난 밀레니엄 학생이라면 모두 있을 거야! 발매되면 차분히 즐겨줘!"
언니는 여전히 무릎 위를 점령하고 머리를 가슴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냉정해져 보면 이 정도로 화를 낼 정도는 아니다.
선생님은 평소의 흐름에 따라 소꿉친구 캐릭터를 공략했을 뿐 언니 닮은 캐릭터를 공략하려 한 것도 아니고,
언니의 만행도 분명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선생님이 신경 써주길 바랐을 뿐일 것이다.
다소 언니와 선생님의 거리가 가까워 보였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만으로 화를 낼 정도의 속좁은 여자는 아니다.
여긴 정실의 여유로 언니와 선생님의 흐뭇한 대화를 바라보고 있기로 하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언니가 서서히 선생님의 귓가에 얼굴을 갖다댔다.
얼굴 전체를 지는 석양만큼이나 붉게 물들이며 들릴까 말까 한 성량으로 속삭였다.
"그것보다 선생님…… 게임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나를 공략해 보지 않을래?"
전언 철회. 적이다, 적일 뿐이다.
뭐야 그 얼굴은 십여 년을 함께한 나조차도 저런 얼굴은 본 적이 없어.
게다가 그 대사는 이미 '외로워서'라든가 '어른에 대한 신뢰'라든가, 그런 말로도 속일 수 없는 연모의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가.
언니의 본 적 없는 표정과 그 적극성과 공격력의 높음.
노마크였던 지점에서 가해진 그 공격은 내 뇌를 관통했고 이후 기억을 애매하게 할 정도의 효력을 발휘했다.
흐릿하게나마 기억나는 것은 그 후에도 사사건건 호의를 표하는 언니와 그에 대해 둔감한 대답을 하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유즈의 턴
언니의 일을 회상하다가 생각났는데 유즈쨩도 요즘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변화로 그녀는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게다가 선생님이 머리 냄새를 자주 맡으신다고 해서 샴푸도 좋은 걸로 바꿨다고 한다.
나는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데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언니의 노골적인 어필에 비하면 그녀의 어필은 약하다고 할 수 있고,
게다가 언니의 호의는 분명한 연모이지만, 그녀의 그것은 달라 보인다.
말하자면 의지가 되는 오빠를 향한 것에 가까울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 그녀의 마음은 오빠를 향한 그것이 전혀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게 품는 그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확신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일주일쯤 전 선생님이 게임개발부 방에서 우리와 놀다 돌아간 뒤의 일이다.
"앗, 깜빡했네."
선생님과 놀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중 나는 동아리실에 애용하는 헤드폰을 잊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을 붙이지 않으면, 어쩌면 선생님도 나를 언니로 착각할지도 모른다는 공상을 펼쳤지만,
만약 정말 그랬다간 나는 몇 주 동안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되어 자기의 성가심에 한숨을 내쉬었다.
방 앞까지 걸어가 문을 열려고 할 때 안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깨달았다.
방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기 때문에 섬뜩하게 생각하고 문으로 귀를 기울였다.
"…아…………선………"
선생님이라는 단어만큼은 겨우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초조해진 나는 구슬 하나가 지나갈듯 말듯이 살짝 문을 열고 실내로 의식을 기울였다.
"좋아...선생님...좋아..."
거기에 비친 것은 선생님이 두고 갔을 겉옷을 걸치고 스스로를 껴안는 듯한 형태로 옷에 얼굴을 묻고 홀린 표정으로 냄새를 맡고 있는 우리 게임개발부 부장이었다.
뭔가 잘못된 것을 보고 만 것 같아 견딜 수 없게 된 나는 헤드폰을 포기하고 일단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설마 유즈쨩도 연애적인 의미에서 선생님을 좋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새로운 라이벌의 출현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어제에 이어 또 선생님이 오셨다.
용건은 아마 잊어버린 겉옷을 가지러 왔다든가 그런 것일 것이다.
"갑자기 미안, 어제 여기 겉옷을 두고 갔는데 못 봤어?"
아무래도 내 예상은 옳았던 것 같다.
두리번두리번 방 전체를 둘러보며 겉옷을 찾는 선생님은 게임 캐릭터 같아서 어딘가 사랑스럽다.
"서, 선생님...이거 맞죠?"
캐비닛에서 쭈뼛쭈뼛 나온 유즈쨩이 조심스럽게 겉옷을 선생님께 건넨다.
어딘가 주름이 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제 일 때문일까.
"앗! 그거야! 고마워."
"아, 아니요."
"아, 미안... 유즈의 캐비닛에 보관해뒀었네... 냄새 같은 건 괜찮았니?"
"네! 괘, 괜찮았어요...!?"
그녀는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돌렸다.
잠시 손을 놓고 헤메던 그녀는 몇 초 눈을 내리깔더니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선생님에 공격을 시작했다.
"게, 게다가... 선생님 냄새, 저는 너무 좋아요!"
""?!""
"하하...그런 말을 들으니 부끄럽네..."
뇌가 파괴됐다.
나란히 얼굴을 붉히는 선생님이랑 유즈쨩... 아니 유즈.
나도 선생님을 쑥스럽게 한 적이 없는데, 그녀는 한마디로 그것을 해냈다.
솔직히 적의보다 부러움이 컸다.
그녀는 천박한 어필이나 우회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선생님께 말했을 뿐.
그 솔직함이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역겹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이 너무 추하게 느껴지고 더욱 비참해서,
지금만큼은 내가 캐비닛 안에 갇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나도 유즈 냄새를 좋아하니까 서로 마음이 통하는 거네…랄까……"
"...에헤헤...기뻐요. 선생님..."
나는 견딜 것이다, 이것은 그녀의 솔직함이 불러온 결과이며, 거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더욱 나 자신을 추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도 선생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을 것이다.
평소 캐비닛 안에 있어서인지 그녀가 선생님과 길거리에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길거리나 도처에서 선생님과 만나는데, 그걸 생각하면 방 안에서의 어필 정도로 소란을 피우다니 속이 좁지 않을까.
"마, 맞다 선생님... 아세요? 냄새가 좋다고 느끼는 상대는 유전자 수준에서 궁합이 잘 맞는다던데요?"
그녀는 머리색과 비슷한 주홍색으로 뺨을 물들이며 그런 유명한 잡학을 입에 올렸다.
머뭇머뭇 자신만만해 하면서도 그 두 눈은 선생님을 놓칠세라 단단히 그 모습을 포착하고 있었고, 지금부터 자신의 말을 거부하지 말라고 넌지시 고하고 있었다.
준비를 마친 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일련의 콤보의 마지막 커맨드를 쏟아냈다.
"그… 한 번만 더 냄새를 맡게 해주시겠어요? 선생님도 제 냄새 맡으셔도 되는데요…?"
전언 철회. 적이다, 완전히 적이다.이런 적대의 수단이 있을까?
팔을 벌리고 기다림으로써 포옹 이외의 선택지를 극한까지 줄이고, 그리고 키로 봐서 선생님은 유즈쨩의 냄새를 맡기에 딱 좋은 위치로 가고, 유즈쨩은 선생님 배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만끽할 수 있다.
빈틈없는 자세와 전략에는 그녀가 'UZQueen'으로 불리는 이유가 엿보였다.
조심스럽게 껴안는 유즈쨩과 선생님, 그 화면은 내게는 너무나 강력해서 내 망막에 강하게 박혔다.
선생님에게서는 그녀의 얼굴을 엿볼 수 없겠지만, 내가 보는 그녀의 얼굴은 칠칠치 못하게 풀어졌고,
그 얼굴은 도저히 오빠를 향한 그것이 아닌 연애 감정을 가진 여자의 그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광경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무력함이 싫어진다.
질투와 선망, 다양한 감정이 머릿속에서 나선을 그린다.
감정의 홍수와 눈앞의 광경, 그 둘이 내 안에서 뒤섞여 그로테스크한 주스를 만들어 간다.
나는 그 주스를 머릿속에서 삼켰다.
패배의 맛이 났다.
그런 패배감은 내 뇌를 흔들었고 이후 기억을 흐리게 할 만큼 효력을 발휘했다.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 희미하게 보였던 것은 선생님의 겉옷을 조르는 유즈쨩과 그것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아리스의 턴
그러고 보니 아리스쨩의 모습도 최근 달라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없고 이해하기 쉬운 접근법도 현재로선 없지만 어딘가 거리가 가까운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이성 모두에게 과잉반응하는 마음이 좁은 여자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고치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하지만, 이렇게 되어 버린 것도 모든 것은 둔감하기 짝이 없는 그의 탓이다.
나는 나쁘지 않아.
이야기를 되돌리면 아리스쨩과 선생님의 거리감은 남녀라기보다 아빠와 딸 같아서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어머니와 같은 포지션에 유우카가 있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지만, 거기에 연애 감정등이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부모자식과 같은 거리감을 순식간에 깨뜨리는 사건이 어제 일어났다.
"아리스는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조용하던 방의 정적을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의 소녀가 찢어 놓는다.
그 자리에 있는 선생님을 포함한 네 사람이 입을 크게 벌리고 굳는다.
그도 그럴 게, 그녀…아리스쨩은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선생님을 좋아하는 나를 포함한 세 사람에게 이것은 우회적인 어필을 모두 허무는
고백이라는 강제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나도 아리스를 정말 좋아해."
유유한 선생님의 한마디에 세 사람은 정신을 차린다.
우리가 연애에 대한 것으로 왜곡시키고 있을 뿐 확실히 좋아하는 형태에는 친애나 우애가 존재하니깐,
그녀가 말하는 '좋아'가 그 쪽에 해당할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기쁩니다! 이전에 플레이한 게임에서 아리스는 호의를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호의를 전하면 호의가 돌아온다, 게임 그대로입니다!"
"헤에, 무슨 게임을 했어?"
"복숭아빛 메모리얼2입니다! 지금도 열광적인 팬들이 있는 진정한 갓게임입니다!"
그렇구나라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우리는 하나같이 납득했다.
현재 우리가 제작 중인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그것의 아이디어 탐구 행위로서,
그런 류의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아리스쨩에게 '모모 메모'를 플레이시켜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려는 속셈이었다.
그 결과 그녀는 아무래도 그 게임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선생님도 게임 이름과 그녀의 행동을 대조해 우리와 같은 결론에 이른 것 같다.
그는 진심으로 사랑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기분 좋은 듯 자신의 머리를 선생님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대는 그녀의 귀여움은
최근 거칠어지기 일쑤였던 내 마음과 아수라장이 끝난 멤버 모두의 마음을 부드럽게 비췄다.
"선생님이 쓰다듬으면 가슴 부분이 따끈따끈해집니다…선생님은 빛속성의 힐러 마스코트네요!"
그런 흐뭇한 광경의 끝에서 언니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언니는 크게 한 걸음 내딛으며 선생님께 선언했다.
"아리스만 치사해! 나도 쓰다듬어줘~!!!"
"하하, 모모이는 응석받이구나."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언니 머리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도중에 정지한다.
무려 아리스쨩이 두 팔로 단단히 선생님의 팔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욱 뜻밖에도 그녀는 선생님의 팔을 억지로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선생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쏘아붙였다.
"지금은 아리스의 턴입니다… 캐릭터의 행동은 한 턴에 한 번씩 정해져 있습니다, 두 번 행동은 안 됩니다!"
"…하지만 전체 회복 마법은 있는데?"
"우우...그렇다고 해도 안돼요! 선생님이 다른 캐릭터에게 회복마법을 걸면 아리스에게 디버프가 걸립니다...! 게다가 마스코트는 용사 옆에 있어야 합니다!"
방 안을 두 번째 충격이 덮친다.
게임적 표현이라 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건 분명 질투의 감정이다.
방 안의 공기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런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C&C를 상대했을 때나 에리두에 아리스쨩을 구하러 갔을 때 정도일지도 모른다.
팽팽한 공기 중 단 하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리스쨩의 순수한 질투심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연애감정에서 오는 질투심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
나는 조용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곰곰이 생각하면 친한 상대가 자신과 만나는 중에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도 상관하려 든다면 누구도 달갑지 않을 것이고,
부모와 자식처럼 사이가 좋은 두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 아버지를 다른 아이에게 빼앗기는 듯한, 아이 특유의 사랑스러운 질투심이 틀림 없다.
나는 반쯤 내게 타이르듯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무엇보다 상대는 그 순진무구가 의인화된 듯한 존재이니 그런 걱정은 기우인 것 같았다.
유즈나 언니도 비슷한 의견을 가진 듯 말을 나누지 않아도 아리스는 그런 게 아니지라는 분위기가 세 사람 안에서 흘러가면서 긴박한 공기가 이완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우리 용사는 멈추는 법을 몰랐다.
"게임에서는 쓰다듬을 뿐만 아니라 포옹도 했어요! 회복 효과의 파워 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리스와 함께 강해지죠!"
"아니… 모두가 보고 있고 그건…"
"선생님은 아리스를 싫어하시나요?"
올려다보며 눈을 글썽거리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인간은 이 키보토스에 있어서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선생님도 예외는 아니어서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로 그녀를 껴안고 있었다.
아리스쨩은 만족스러운 듯 선생님 품에 그 아기자기한 작은 머리를 맡겼다.
그렇게 올곧고 꾸미지 않은 순수한 응석받이는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것이 솔직히 부럽다.
나도 거기에 낄 수 있도록 시안을 짜고 있는데 캐비닛 파수꾼인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 선생님! 저도 안아주세요!"
눈에 각오의 불을 밝힌 유즈쨩의 필사적인 어필.
나와 언니는 그녀의 용기의 향방을 마른침을 삼키고 지켜보고 있었다.
선생님이 조르는 유즈쨩에 답하려 한 그때.
"안 돼요! 유즈한테도 넘기지 않습니다! 지금은 제 턴입니다!
놀라웠다.
이렇게 막무가내인 아리스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
선생님 가슴에 머리를 문지르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마킹인 것 같고, 그녀의 무의식적 독점욕의 표출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선생님께 품고 있는 감정은 연애 감정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타이르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방호수단이었다.
방어 커맨드를 계속 선택하는 나와 대조적으로 아리스쨩의 턴은 여전히 이어졌다.
"선생님, 아리스가 플레이한 게임에서는 엔딩에서 키스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키스에는 마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선생님... 아리스와 키스해 주세요!"
뇌가 파괴됐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만족했는지 조용히 눈을 감고 입을 작게 삐죽이는 아리스쨩…아니, 근대뇌파괴병기 AL-1S.
애초에 키스는 그런 식으로 조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고정 관념이 없기 때문에 성립하는 그녀에게만 허용된 어필 방법에 우리는 완패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선생님의 붉어진 뺨을 보고 있자니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 어필로는 전혀 쑥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선생님이 직구 어필에 약한 것은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런 어필을 할 수 있었으면 고생할 것도 없다.
직구 어필 하나 못하는 나 자신의 한심함과 나에게 전혀 쑥스러워하지 않는 선생님에게 어쩔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당장 발을 동동 구르고 싶지만 그런 어린애다운 모습을 선생님께 보여드릴 수는 없다며 꾹 자아를 억눌렀다.
"아리스, 그런 건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야. 키스는 언젠가 나타날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간직해 둬?"
맞아, 다시 생각해보면 애초에 아리스쨩의 감정이 연애 감정이라고는 할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전까지의 신물이 천천히 목구멍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아리스는 선생님을 좋아하는데요?"
"그런 '좋아'가 아니라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라는 것, 평생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거나, 게임 개발부의 모든 사람을 향한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좋아하는 감정을 품은 상대와 키스 같은 걸 해야 해."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아리스쨩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볼을 부풀렸다.
그러자 시선을 맞추려고 몸을 낮추고 있던 선생님에게 다가가서 그녀는 선생님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아리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아리스는 '그런 의미로' 선생님을 좋아해요. 유즈나 모모이나 미도리와는 다른 의미로 좋아합니다. 그러니 키스 이벤트는 선생님이 좋아요!"
전언 철회.
적이라든가 그런 차원이 아니야, 형편에 따라선 보스를 뛰어넘은 마왕이다.
그녀의 행동에 비하면 언니와 유즈쨩의 행동은 귀여운 수준이다.
하고 싶은 말을 마치자 아이 취급을 받은 것에 화가 났는지 볼을 부풀린 채 그녀는 방 밖으로 나갔다.
뒷모습밖에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귀는 노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선생님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 자리에서 굳어 있고,
그 주위를 언니와 유즈쨩이 에워싸고 심문 같은 것을 하고 있다.
그녀의 순수함을 본래와는 다른 방향으로 파악해 괜찮을 것이라고 짐작한 것이 애초에 실수였음을 새삼 깨닫는다.
깨달았을 때는 여러 가지 일이 늦어진 뒤였고, 나는 마침내 참고 있던 발을 동동 굴렀다.
격렬한 정보량의 폭력에 내 머리는 합선되었고, 그 후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뿌연 머리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던 것은, 굳어버린 선생님의 손을 쟁탈하듯 잡아당기는 유즈쨩과 언니였다.
내 턴
"선생님, 요즘 애들이랑 거리가 가깝지 않아요?"
나는 긴 회상을 마치고 선생님께 물었다.
"그런가? 아니, 그럴지도?"
선생님은 무릎 위에 앉는 나를 쓰다듬으며 대답한다.
행복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분명 지금과 같은 광경이 될 것이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미도리도 거리가 가깝지 않아?"
"저는 괜찮아요! 선생님, 쓰다듬는 손이 멈춰있는데요."
이런 상태가 된 원인은 아리스쨩의 일 때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분했던 것이 계기다.
기억을 자주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그런 자각은 없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 일이 있은 후 지금까지 모아온 선생님과 접촉하고 싶은 욕구를 직접 말로 폭발시킨 것 같다.
기억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이 있었다면 너무 부끄러워서 순순히 어리광을 부리기는커녕 자살을 선택지에 넣어야 할 뻔했다.
"선생님 손은 따뜻하네요... 참, 전에 했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하실래요? 그때는 운동부에 들어갔으니 이번에는 문화부로 플레이하면 좋겠어요."
"좋네, 그 이후로 많이 생각했는데 밀레니엄이 모티브라는 건 문화부 쪽에서 만날 수 있는 캐릭터가 더 많으려나?"
"그 말씀대로에요 선생님! 참고로 저는 미술부 후배 역이거든요!"
"그럼 이번에는 걔를 공략할까."
그 말을 듣고 내 가슴은 뛰고, 색감이 적은 동아리실이 꽃밭처럼 물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어디까지나 공략당하는 것은 게임 내의 나인데, 이렇게 기뻐할 수 있는 나는 조급한 것일까.
선생님의 완만한 심장소리와 편안한 따뜻함, 안도감을 느끼는 냄새에 휩싸여 게임 내 '나'를 선생님과 공략한다.
나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라 정답인 선택지가 손에 잡힐 듯 했다.
선택지가 뜨고 선생님이 그 중 하나를 고르는 단순 동작과 텍스트 물결의 반복인데 선생님이 내 마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본뜬 캐릭터가 내 마음을 화면 너머로 선생님께 전하고 있다.
애정도 동경도 그 모든 것을 나보다 먼저 선생님께 전하는 '나'
이렇게 행복한 공간인데 내 마음은 어딘가 우울했다.
거기서 나는 알아차린다.
나는 어쩐지 게임 내의 '나'를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이렇게까지 내가 귀찮은 성격인 줄은 몰랐다...
내 질투심 자체에 대한 깊은 어이없는 감정을 속이듯 나는 선생님께 더 깊숙이 파고들어 앉았다.
『○○씨...다음에 같이 미술관에 가지 않을래요?데이터 수집? 확실히 그것도 있습니다만…저는 당신과 데이트를 하러 가고 싶습니다.』
『.........다음에 놀러가자...? 그것은 데이트라는 것으로 봐도 좋군요?……! 네! 기꺼이! 저 여기서 죽어도 좋을 정도로 기뻐요!』
『○○씨, 다른 애들만 보지 마세요… 저만 봐주세요….』
'나'가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 생각했던 것을 무기질한 텍스트로 나열해 간다.
내 감정과 마음을 '나'에게 가로채이는 것 같아 분해서 내 옷자락을 꽉 잡았다.
그러나 이렇게 노골적인 '나'가 폭력적일 정도로 속내만을 나열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무겁지 않나, 귀찮지 않나, 싫지 않나...나는 아무래도 궁금해서 선생님께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지금이라면 나에 대해서가 아니라 '나'에 대한 걸 묻는다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선생님/○○씨, 이 애/나 어떻게 생각해요?"』
'나'와 대사가 겹쳐진다.
분명 '나'도 자신이 어떻게 생각되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좋은 캐릭터네, 난 이런 애 좋아하는데."
선생님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화면 속에서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대조적으로 나는 어딘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는 분명한 게 선생님은 나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설치한 방어선은 나 자신을 부드럽게 조였다.
내 감정을 뒤로 하고 이야기는 진행되고 주인공과 '나'는 그 유대를 돈독히 쌓아간다.
조금 전까지 꽃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빛나던 방은 이제 세피아색으로 칙칙하다.
기쁨에 부풀었던 가슴은 울릴 때마다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죽음의 카운트다운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게임 화면에는 여주인공의 CG가 해금되는 고백 이벤트 전 중요 장면이 비춰진다.
'나'는 고백 전의 대사를 입에 담고 있다.
분명 내겐 평생 무리인 광경이라고 머릿속으로 단정짓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저 처음엔 도저히 솔직해질 수가 없었어요.하지만 ○○씨 주위에는 귀여운 아이들이 많이 있어서 이대로는 안된다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어요...』
『게다가 ○○씨 둔감하니까…내 안에서 '이 정도라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눈치채지도 못하니까요.』
나는 마치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나'의 대사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었다.
나는 '나'의 고뇌를 뼈저릴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무기질한 텍스트의 나열 뒤에서 그녀가 느꼈던 고통과 고뇌가 지금의 나와 연결된다.
게임 속 대사가 내 가슴을 짓누른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냐고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선생님이 정말 '나'를 좋아해주신다면 나도 더 솔직해져도 좋을지도 모른다.
화면 너머로 '나'랑 눈이 마주친다.어쩐지 힘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저절로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선생님/○○씨...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요…!"』
'나'와 나의 힘찬 용기의 표현인 말을, 각자의 마음을 담아 그에게 전한다.
게임에서는 이미 엔딩이 나오고 있었지만 현실에 스태프 롤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전한 후의 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난다.
당황하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머릿속에서 떠올린 것은 얼마 전 아리스의 사건이었다.
패닉을 일으킨 머리로 생각나는 일은 대개 변변치 않은 일이다.
지난번 아리스의 건,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엔딩의 후렴구, 그리고 마음을 전한 후의 고양감,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정도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분명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
그것들을 바탕으로 내 머리가 이래야 한다고 산출해낸 행동.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선생님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끝난 뒤에야 내가 저지른 짓을 알아차린 나는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선생님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방 문을 난잡하게 열고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방 바로 앞에 언니, 유즈, 아리스가 나란히 주저앉아 있었지만 대화 따위는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사라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지만 어딘가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수치와 성취감, 충족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 다양한 감정들이 머릿속에 뒤섞여…
뇌가 망가질 것 같았다.
"""뇌가 파괴되었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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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862164#5
캣파이트하는 겜창부는 귀하네요

치열하노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