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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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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월 X+15일

선생 치료 시작 15일째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요.'

트리니티의 구호기사단, 스미 세리나는 순간 등에 서늘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왜일까, 왜 하필 샬레를 지나는 이 순간에, 왜 하필 이렇게 맑은 날 오전에, 왜 하필 이렇게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것일까 생각한다.

'...역시 선생님께 가봐야겠어요.'

'언제 어디서나 세리나'라는 모토에 맞게 여태 선생의 크고 작은 상처를 치료해준 그녀였다. 특히 선생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피격당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 뒤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상처라도 치료하겠다는 다짐이 그녀의 가슴 속 한켠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에 그녀가 목도한 것은 어떠한 외상의 징후도 없이 본인의 사무실에서 호흡곤란에 빠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선생이었다는 점이었다.

"유우카...? 내 말 들리니...?"

'저 분은...'

급히 선생에게 달려가며 생각한다. 특유의 푸른 머리카락에서 떠올린 사람, 의료본부에 있어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지난 황륜대제 때 실행위원으로 있던 분이라는 점을 떠올렸다. 단 둘이 있던 것을 보니 당번학생이신 것 같은데, 근데 어째서...?

"내가...내가 선생님께 상처를 입혀버렸어..."

"내가...내가...내가....."

"선생님...선생님...선생님..."

'무슨 일이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걸 떠올릴 때가 아니죠.'

당연히, 그녀의 우선순위는 선생이었다. 여담으로, 이 모든 뇌의 폭발적인 연산이 고작 몇 초만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은 그녀가 선생의 처치를 마무리하고 나서, 유우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말할 때였다.

"잠시만요! 선생님은 제가 맡겠습니다! 자리를 비켜주세요!"

그 말에 파란 머리의 소녀는 힘 없이 무릎을 꿇고 쓰러지듯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반적인 심장발작 같지는 않고, 상황을 종합하면 특수한 기전 때문인 것 같은데... 아마 약이 근처에...'

바로 그 순간 그가 본 선생이 무어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ㅇ....ㅇ....ㅇ.....ㅇ....ㅑㄱㄱㄱㄱㄱ.....ㅇ....이"

선생의 신음소리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했다. 유난히 뻗은 한쪽 손가락과, 그곳이 가리키는 3단 캐비닛, 그리고 어째서인지 잠금이 풀려있는 첫째칸이 눈에 띄었다.

'저기군요.'

주저앉은 파란 머리의 소녀는 지금 상황에서 도움을 기대하긴 힘든 상태, 우선 편안한 자세로 선생을 뉘인다. 곧이어 캐비닛에서 약 뭉치를 꺼내온다.

'필요시... 이거겠어요.'

세리나는 일반적으로 필요시 처방하는 약에 별도로 제한이 걸려있거나 하진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항정신성의약품이라면 모를까, 언뜻 보기에 흰색 알약일 뿐이었다. 남아있는 3개를 모두 뜯는다. 곧이어 키보토스인 특유의 완력을 이용해 알약을 손으로 직접 으깨고, 물에 탄다. 다시 위치로 돌아와 선생에게 약을 투여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이후 선생을 그제서야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파란머리의 소녀와 합심하여 거주구역으로 옮기고, "지금은 절대안정이 필요하신 시기에요. 곁에서 잘 돌봐주셔야 합니다. 일단 기본적인 조치는 해놓았으니 너무 걱정마세요."라고 답하고, '사건 현장'을 정리하러 간다. 필요시 약봉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 그녀에게는 '자기 전', '아침'이라고 보인 약뭉치가 신경쓰였다.

'저 약... 제 기억이 맞다면 분명히... 하지만 선생님...어째서 저 약을...'

걱정은 며칠이고 심란한 마음을 주다 겨우 떨쳐낼 수 있었다.

'...그냥 스트레스가 좀 심해서 받은 걸거겠죠...'

~~~

20XX년 X월 X+21일, 당직 투입 직전

선생 치료 시작 21일째

"으흐흥~흥흥흥"

오늘의 세리나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아침부터 학교까지 오는데 모든 신호등이 마치 그녀만을 위해 열린 것처럼 정확히 바뀌었다. 점심으로는 그녀가 좋아하는, 정확히는 선생과의 추억을 쌓으면 '좋아하게 된' 샌드위치가 나왔다. 괜시리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행복한 웃음을 짓고 돌아오니 하나에가 당직근무표를 보며 울상이었다. 하루 건너 하루, 일명 '퐁당'이라 불리는 불운의 당직에 그녀가 걸린 것이다. 마지막 당직을 서고 순번이 꼬이는 과정에서 당직을 별로 서지 않았음을 인지한 세리나는 본인의 당직을 '사랑스러운 후배 하나에짱'과 흔쾌히 바꿔주었는데, 선생님의 깜짝 방문이라니,

'오늘은 정말로 운수가 좋은 날이네요! 정말 행복한 하루가 될거에요!' 선생을 맞이하러 문 앞으로 살랑살랑 뛰어가는 그녀의 속마음이었다.

오늘의 세리나는 분명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랬어야 했다.

~~~

"그렇지만, 당분간은 내가 아파도, 설령 고통을 못 견디고 쓰러진다고 해도 와주지 않았으면 해."

"..........네?"

'대체... 무슨 말씀이신거지?'

"호...혹시 제가 무언가 잘못한게 있을까요...?"

"아냐, 세리나는 최선을 다해주었어. 다만, 이제 나는, 어쩌면 세리나가 도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는게 마음에 걸리네."

이해할 수 없었다. 여태껏 선생의 모든 상처를 말끔히 치유해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비록 마음의 상처는 결이 다르지만,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선생님이, 선생님이 스스로 여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내 그 생각은 '불필요'에 다다른다.

'이제 제가 필요가 없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이미 선생님께서는 제 마음 속 깊은 곳으로까지 들어오셨는데... 마음은 도려낼 수도 없는 건데...'

"제가... 그럼 필요가 없어진건가요...?"

"아니야 세리나. 세리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세리나는 분명 내가 힘들고 아플 때 어디선가 내 곁에 다가올거야. 그치?"

"그야...당연하죠."

"그래서 안 되는거야."

이해할 수 없다. 내 헌신이 선생님과의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한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점점 이야기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 마음 속도 미궁 속으로 같이 빠지고 있다.

"선생님...제가...제가 어른의 생각을 잘 따라가지 못하나봐요... 지금 하시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오랜 침묵 끝에 다시 입을 여셨다. 아니 그 입을 여시기 전에 차라리 내가 쓰러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일단, 세리나가 그 약을 본 적이 있다면, 그 용량이 단순한 우울감이라든가, 경증에 쓰이는 정도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을거야."

"... 그리고 세리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힘들고 아프면 내 곁에 있겠지. 물론, 나는 세리나의 그런 점이 좋단다. 그치만 세리나, 지금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너도 잘 알겠지만 아픈 곳을 도려낼수도 없고, 째서 고름을 뺄 수도 없거니와, 항생제 주사를 맞는다고, 여드름 뽑듯 뽑아낸다고 나아지는게 아니란 건 잘 알잖니?"

"...네 맞아요. 그치만..!"

"그래서인거야. 만일 내가 겪고 있는게 감기라면, 독감이라면, 짧으면 2주 길면 한달처럼 언제 회복할 지 가늠할 수 있어. 뼈가 부러졌으면 짧게 한달, 길게 두달이던가? 팔에 인대가 끊어지면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잡잖아. 그치만 내 병은 언제 낫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병이지."

"제가 언제까지고 곁에 있을게요 선생님. 그러니 부디..."

"내가 그걸 원하지 않는단다."

"선생님...그치만 어째서..."

"세리나도 언젠가는 졸업을 하겠지, 3학년이 되면 진로에 관한 고민도 해야하고.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은 아직 한창 때의 여고생이잖아. 그 시간을 언제 회복할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소비하진 말아줬으면 해. 그게 선생으로서 학생에게 바라는 바야."

"할 수 있어요 선생님. 제가 하루종일 있는게 부담스러우시다면 격일로, 아니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이라도 좋으니 선생님 곁에 있게 해주세요."

어느새 눈시울이 뜨겁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참아내야 한다.

'아니다 이건 이겨내야 해. 꼴사납게 울어선 안돼. 지금 누구보다 힘든 분이 내 앞에 있는데 내가 우는 건 말이 안 돼.'

"...무엇보다, 세리나도 잘 알거야. 이 병의 끝이랄지 싶은 건 내가 알기론 딱 2가지인걸."

"서, 선생님? 제, 제가 생각하는 그거는 절대 아니죠? 그렇죠?"

그녀는 기도한다.

'안돼요 선생님. 부디...'

"병을 이겨내거나,"

'그 말만은 꺼내지 말아주세요.'

"...병에 잡아먹혀 죽거나."

그러나 그 기도가 무색하다.

"아...아아...아니에요. 그렇지는..."

"다른 병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어. 몸이 승리하면 완치고, 몸이 패배하면 그때는 합병증이 오고, 종국에는 죽을 수도 있는건 모든 병의 공통적인 특질이지."

세리나의 가슴 속에서 어딘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정말 미안하지만,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 알다시피, 중증이고, 그건 이미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으니까."

금이 깊어지고, 또 잔줄기가 퍼진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유리는...

"그런 의미에서라도, 세리나에게 여기서 더 무너지는건 보이고 싶지 않아.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치료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만에 하나 최악의 최악의 경우가 생길 때 세리나는 옆에서 얼마나 힘들ㅡ"

"...알겠어요."

결국 깨져버렸다.

"선생님의...말씀....따를게요..."

"그래 세리나. 그게 모두를 위해ㅡ"

"그러니까...제발...제발 죽는다는 말은... 그것만은..."

"...죽는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주세요...제발...부탁이에요...제발요..."

깨져버린 유리를 뚫고 나온 것은 무수한 양의 애수(哀水)었다. 그렇게 한동안, 세리나는, 하염없이, 울어버렸다.

~~~

20??년 ??월 ??일

에덴조약 체결일

트리니티 구호기사단 수술실

"세리나씨, 이쪽을 잘 잡아주셔야 합니다. 일단 탄두부와 탄매는 처리했고, 상처부는 급한대로 소작해야겠어요."

"ㄴ,네!"

두 가지 측면서 지금은 너무 좋지 않다. 책으로만 봤던, 그리고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우리 학교의 외과 수술실이 실은 유혈이 낭자하는, 사투를 건 전쟁터였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 환자가, 너무나도 위독한 채로 실려온, 나의 선생님이라는 것이다.

"하나에씨, 메스 가져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 작두칼 아닙니다. 전기톱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여기까지 엠뷸런스를 끌고 온 게헨나의 세나씨는 집도를 하면서도 저렇게 여유가 있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게헨나는 무서운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얼굴에 무엇인가가 튄다. 움찔하는 순간 손을 놓쳐버리자, 붉디 붉은 선생님의 몸 속 일부를 잡고 있던 클램퍼 사이로 붉은 액체가 튀어나온다. 순간 놀라 뒤로 물러섰고, 동시에 클램퍼 사이가 벌어진다. 벌어진 사이로, 수술대 아래에 다시 붉디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삐ㅡ삐삐ㅡ삐삐ㅡ]

"세리나씨!"

"ㅇ...에에...에! 알겠습ㄴㅣㄷㅏ!

왜 말이 어눌해지는거지, 왜 몸동작이 더 굼떠지는거지, 지금은 이래서는 안되잖아, 정신차려. 를 수십 수백번 되뇌인다.

"혈압이 계속 떨어져요! 이대로라면 쇼크입니다!"

"좋은 지적이네요 하나에씨, 바로 수혈 준비해주세요. 혈액팩을 충분히 구비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여기 있는 혈액팩을 다 써야 할지도 모를테니까요."

세나 씨의 침착한 목소리에 다급함이 한 층 얹힌다. 내 실수다. 이제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선생님이.. 선생님이..

'선생님을 돌아가시게 해서는 절대 안돼요. 그러면 저는... 저희는...'

이후 내 기억의 시간선은 뒤죽박죽이었다. 다만, (아마도 내 실수의 연장선으로서 결과로 짐작하고 있지만) 중간에 한번 심실세동이 걸려버려 구호기사단 중 손이 남는 사람 전부와 심지어는 응급의학부의 앰뷸런스를 운전하던 부원까지 증원되어 소생에 매달렸던 일, 끝내 피와 단백질 조직이 타들어가는 냄새와 함께 더 이상 피가 뚝뚝 흘러내리지 않게 된 일. 마지막으로 직접 진통제를 놔드린 일, 손을 씻으러 가서야 얼굴에 튄 무언가가 선생님의 피였다는 것을 알아버린 일. 그리고 선생님이 집중치료실에 계셨던 일 정도만이 기억에 뚜렷하게 남은 그 날의 기억이었다.

~~~

에덴조약의 '그 사건' 이후로 세리나에게 죽음은 가능한 피하고 싶은 이벤트가 되었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는 것조차 차마 볼 수 없어, 키우던 동물들을 방생하거나 트리니티의 공동 사육장으로 보냈다. 이제 그녀에게 죽음이란 금지어가 되었다. 부상자를 시체라 부르는 세나와 이야기를 할 때도 흠칫흠칫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그녀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선생은 '죽음'을 말하고 있다.

"세, 세리나? 내가 말하려는건ㅡ"

"죽는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선생님이 죽는건 싫단 말이에요..."

"그래 당연하지, 지금 당장 내가 죽는 건 아니잖니. 다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러나 거기까지. 선생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느새 힘이 풀려 바닥에서 눈물울 뚝뚝 흘리고 있는 세리나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웠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에덴조약 체결일,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 있던 나를 삶의 영역으로 한 발자국 끌고 오는 과정에 있던 학생 중 한명이 세리나였음을 이해했음이 두 번째 이유였다.

'이런...이런 걸 바라지 않았는데.'

선생의 머리가 다시금 복잡해졌다.

'세리나는 그저 내가 걱정되어서....고마운 학생이...상처를 치료해준....근데...상처를 줘버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내 커다란 뱀이 되어 자신을 옥죈다.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숨이 가빠온다. 약으로 억누르던 격류가, 약으로 잡아주던 심연으로부터의 손아귀가 그를 덮친다.

그렇게 한참, 두 사람 사이에는 한없는 공백만이 이어졌다.

~~~

'...내가 해결해야 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나야.'

'그게 심지어 나의 실수였다면.'

눈을 떠 세리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감정이 북받쳐 울고 있었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전언을 철회할 수는 없다. 여전히 내 상태가 알려졌을 때 그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어.'

그러나 지금 내가 다시금 세리나를 언제, 어디서나 불러온다면,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사람들의 행적이 노출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게...'

최근 만났던 학생을 떠올린다. 아로나와 프라나, 당번으로 왔던 아이들, 처음으로 내 증상을 알아버린 유우카와, 오늘 만난 미네.

'미네...'

문득 그가 생각한 것은

"그럼 그 전에... 모두의 학생 중 한 명으로서 두 가지 부탁을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결국 이렇게 매듭지어야 하는건가. 미네, 한번만 도와줘.'

확률은 장담할 수 없다. 의도야 어떻든 이미 마음을 후벼팔대로 후벼판 그였다. 다시 세리나를 본다. 고개를 떨구고 몸은 떨고 있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을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은 확실한 상수였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움찔하며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

긴장한듯, 또 당황한듯, 그리고 의아한듯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세리나."

"ㄴ, 네 선생님..."

"말했다시피, 모두의 선생님으로서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같은 곳에 있어야만 해. 이해해줄 수 있니?"

".....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묵묵히 세리나는 내 말을 경청해주었다."

"특히 세리나는, 나를 구해준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니 더더욱. 그렇지만 지금은, 아주 잠시동안은 내가 같은 곳에서,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아."

세리나의 눈 속 감정이 보인다.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슬픔과 원망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에 대한 이해가, 아주 조금씩이지만 보이고 있다.

"영원히 찾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야. 내가 나아져서, 아니면 상황이 나아져서,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어지면, 그때 제일 먼저 찾을 학생들 중 하나는 분명 세리나야."

"그러니 세리나."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줄래?"

패는 던졌다. 이제 남은 것은 세리나의 반응이었다.

"...꼭 지켜주셔야 해요... 그 약속..."

남은 한 손으로 한참을, 눈물을 그칠 줄 모르는 세리나의 머리를 쓰다듬다 달이 뜰 무렵이 되어서야 당직실에서 나온다.

~~~

"선생님의 심전도 검사, 불규칙성 일부 발견, 복귀하여 약물 투여를 건의드립니다."

프라나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상태가 평소보다 좋지 않음은 스스로 자각할 정도였다. 본인의 계획 때문에, 혹은 이기심 때문에, 소중한 학생들에게 상처를 줘버린 것 때문일까,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 프라나.... 최단 경로로.... 안내해줄래?"

단순히 숨기면 될 줄 알았던 나의 상태가, 이미 그것을 알아버린 나의 '주치의'에게는 그 자체로 상처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막을 수 있던 상태일지도 모른다. 유우카와 같이 세리나도 한 편으로 만들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당번이 아님에도 샬레에 드나드는 것은, 혹은 당번 횟수를 늘리는 것은 그 자체로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나름 합리적인 발상이라며 스스로 합리화를 한다.

"...그치만 역시 막을 수 있었어..."

"....일부 긍정...일부 부정. 선생님께서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잠시 후 좌회전입니다."

혼잣말처럼 던진 말에 프라나가 나를 위로한다. 그런건가. 최선...최선인건가.

아니다. 어쩌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세리나의 좋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낸 것만으로 나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맞는 위기는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날 키보토스에는 왜소한 느낌이 물씬 나는 청년이, 비틀거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쉬는 날이니 만큼 1화 더 얹기에 성공했습니다. 현생의 압박 덕분인지 때문인지 수면 패턴이 작살나버려서 어제 60% 쯤 완성한걸 오늘 낮시간에 퍼져있던 관계로 늦게 업로드한 것이 옥에 티겠지만요.

세리나는 전개를 위해서라도 잠시 리타이어가 필요한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나 '선생이 치료되면 재미없잖아' 같은 학대파 센세도 안 할 발상을 대놓고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찾아낸 것이 '수상하리만치 방문 횟수가 많아지고 부재 시간이 길어지면 의심을 받는다.'와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아마 세리나라면 선생의 병을 알게 된 직후부터 내색은 않겠지만 이제 본인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도약하는 것만으로는 선생을 제때 치료할 수 없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힐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당번 횟수를 최대한 늘리려 할지도 모르고, 아예 샬레 근처에 방을 얻든 샬레 생활관에 자리를 깔고 눕든 선생은 끝까지 보좌하지 않을까요? 이번 전개는 어쩌면 '세리나가 시공간을 뛰어넘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하드하게 가야 하나'라고 의심할 법한 선생님들께, 개연성과 향후 전개를 모두 잡기 위한 일종의 불가피한 선택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다음 학생을 누구로 할 지 약간 고민중입니다. 세리나에게 한 말로 부채의식을 가진 선생의 행적을 어떻게 해나갈지 2~3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는데, 적당한 학생이 떠오르지 않네요. 학교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고....

일단 다음 화는 빠르면 금요일 늦은 저녁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그 전까지 저도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겠습니다. 다만 그 전에 보고 싶으신 학생들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반영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추와 댓글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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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4.10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6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61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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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가
게시물 7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04.10 22:18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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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1

나
ㅇDC
ㅇㅇ124.04.10
디시콘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0

세리나 미아내...그치만 너는 너무 사기캐인걸...

ㅇDC
ㅇㅇ2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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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0
디시콘
ㅇDC
ㅇㅇ324.04.10

호시노나 히나 개마싯을것 같은데 (최애가 노노미인데 노노미는 애매할련가)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0

실제로 원래 생각하던 다음 학교가 아비도스긴 합니다. 다만 호시노와 히나 사이에 어떠한 차별점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보니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vs소중한 사람을 (자신의 생각으로는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잃을 뻔한 사람 사이 어떠한 감정선 차이가 있는지 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ㅇDC
ㅇㅇ1424.04.11

호시노는 이미 잃어본 감정을 알기에 직접적으로 처절하게 끝까지 부정하고 히나는 간접적으로 최악을 미리 준비하면서도 혼자서 고통스러워하며 울었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할께요

ㅇDC
ㅇㅇ4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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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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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524.04.10

굿굿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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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잃은 히나가 복수하는 만화(manhwa) ※피폐주의
잼잼토참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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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주의) 유즈, 선생님의 부탁이니까
Nnanagi_illust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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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핫산] 선생님이 샬레를 그만둔다고 거짓말 했을 때 학생들의 반응
Mmirato_bruaka070
창작
10
[이즈나 대회] 이즈나가 선생님 죽이는 만화(manhwa) ※피폐주의
잼잼토참9237
창작
16
피폐) 선생님께 큰 실수를 한 하루나 만화
장장편못함3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