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우카 「그럼에도, 저는 선생님이 살아주셨으면 해요」
3381자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맑은 날씨에 쨍하니 빛나는 태양의 빛은
여기고 저기고 빈틈없이 내리쬐며, 떠오른 신기루와 강한 바닷바람에 세상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찾았다구요」
추락방지용 난간에 양 팔을 걸치고 고개를 내밀고 있던 선생은 내게 등을 돌린 채, 고개를 숙이고 저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온 몸의 피부에서 땀이 멈추지 않는 건 오늘 날씨가 더운 게 문제가 아니리라. 몸의 온도는 무섭도록 차갑게 느껴졌으니.
선생님의 시선 끝, 암벽에 부딪히고 있을 큰 파도가, 사람의 가녀린 생명을 찢어발기기에는 춘분하고도 남을 그 강대함을 강렬한 파도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흐릿한 지평선이, 생명이라는 것은 이렇게나 덧없고 가녀린 애매모호한 것이라 내게 들려주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조금, 얘기를 하죠」
쥐어짜낸 목소리는, 내가 의도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연약한, 갈라진 목소리였다.
「혹시―――」
「...아뇨」
「...」
「...좀, 덥네요. 괜찮으시다면 장소를 옮기지 않으실래요?」
「...」
한심한 억지 웃음을 만들며 전한 말에 돌아오는 것은, 지독할 정도로 뜨거운 하얀 빛과, 그것을 흡수하는 검은 양복의 등 뿐이었다.
선생님은, 마치 나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말에 끄덕여주기는 커녕 힘 빠진 몸을 미덥지 못한 목제 난간에 메달리듯 얹고 있는 모습은, 심하게 뿌옇게 보였다.
그것이 왠지 울고 싶어질 정도로 슬펐기에, 눈을 감고, 선생님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런가요」
「...신기하네요. 지금 저희의 거리는, 처음 만난 그 때보다도 멀게 느껴져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던 일상이 그리워지다니, 거짓말 같아요」
스스로 흘린 혼잣말에 바보처럼 탄식과 정념이 배어나와 웃음이 나온다. 소리내지 않으며 웃었다.
「선생님께 살짝 여쭤본 적이 있었죠. 『저와 있으면 즐거우신가요』라고」
「불안했거든요. 저는 빈말로도 귀여운 성격이라고는 못 하겠고, 오히려 잔소리가 심한 편이니까요」
「그래도, 선생님은 어딘가 걱정스러운, 그치만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셨죠. 『유우카와 있는 게, 가장 안심 돼』 라고」
「기뻤다구요? 선생님과 함께 있어도 된다고, 선생님도 제가 소중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행복했어요」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혼자 이런 곳에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너무 괴로워요」
「여기에 왔을 때, 제 얼굴은 생각나지 않으셨나요?」
「안심되는 거 아니셨나요? 저는 빈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건가요?」
「정말로 힘들어지면, 저 같은 건 떠오르지도 않나요?」
「선생님」
서늘한 바람이 휙 하고 불었다고 생각했더니, 그대로 멎어 버렸다.
어느새 파도가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지나친 고요함에 숨이 막혀갈 즈음이었다.
검은 바위 틈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풀들은 축 쳐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치사해」
「치사하다구요. 선생님은, 누구에게도 상냥하고, 무서울 정도로 성실하고... 그런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좋아하게 되는 게 당연하잖아요」
자조하며 내뱉은 말이 안쓰러워서 스스로 양심에 가책을 느껴버린다.
「...그치만 실제로는, 저는 선생님에 대해서 뭐 하나 알지 못했다는 걸 깨달아 버렸네요」
「그런데도, 선생님이 상냥한 사람이라는 것 만큼은 의심하지 않아요. 그러니 지금도 선생님이 제 얘길 듣지도 않고 가버리진 않으리라고, 그렇게 확신하고――」
자신이 내뱉은 말에서 기만을 느끼고, 미처 말을 잇지 못한다.
규정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된 전기회로가 출력하는 정해진 동작 따위로 어떻게 사람의 내면을 봤다고 착각하는 거지?
선생님의 대답은 없다. '없는'게 아니고 '할 수 없는' 것이리라.
지나친 이타심과 어쩌다가 한 번씩에야 간간히 보이는 너무나도 희박한 자아. 최악의 매치업이 그를 스스로의 의지로 13층 계단을 오르게 만들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곳에 발을 멈추게 했다.
「...」
「이건, 제 안의 선생님일 뿐이네요... 어쩌면, 제가 모르는 선생님은, 빨리 끝장내줘―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요? ...혹시, 그렇다면... 조금 쓸쓸할지도 모르겠네요.
제 안의 선생님은, 얼빠진 표정으로, 때때로 애처럼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시고... 무엇보다, 저희를 위해 진심이 되어 주시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그치만... 응, 그것도 어쩔 수 없겠죠.
누구라도 남에게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고, 선생님에겐 그게 지금 여기라는.... 그런 얘기겠죠? 분명 이미 제 말은 선생에겐 관계없는 다른 세계에서 떠드는 소리로 전락해버렸고...
지금은 자기부정의 리플레인이 선생님이 살아있는 세계의 전부일 테니까요」
선생님이 쌓아올려온 모든 것이 단번에 뒤집혀버렸으리라 생각되는 그 순간은, 그의 정체성이었던 부담스러울 정도로 긍정적인 면을 빼앗아 가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으리라.
어둡고 고독한 내면세계에 처박힌 그에게는 미래나 희망 같은 건 전혀 믿을 수 없는 존재일 테니, 단어로는 인식해도 그 시니피에* 에는 도달하지 못 하겠지.
*역주 : signifié = 기의(記意). 언어학 용어로, 그 말에서 의미되는 대상의 이미지나 개념을 뜻한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저, 선생님을 구하고 싶어요」
어느새 숨이 가빠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과호흡 같은 걸 일으킨 적은 없었는데도.
「...그런데도, 저는 지금의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바보 같죠, 저. ...저, 선생님과는 서로의 이해자로써 타산따위 없이 서로 도울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떠올리는 것은, 저무는 햇살이 비추던 방에서의 일상. 데스크워크도 시원찮은 데다가 돈 씀씀이도 헤픈 선생님에게 내가 하나 둘 불만을 말하면, 선생님은 늘 뺀질거리며 듣는 둥 마는 둥 하고는 한다.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은 마냥 한심한 어른 같다가도, 여차할 때에는 학생을 위해 필사적이 되는 그 갭이 사랑스러워서, 이런 커뮤니케이션에도 충족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게 너무나도 마음이 편했기에 대화가 맞물리는게 즐거워서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절친과 말하는 것 같은, 그러한 기분이 되어있었던 거다.
「―그치만, 그런 건 그저 착각이었나봐요. 지금 너덜너덜해진 선생님을 어떻게 해 드려야 할 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상처만 입힐 것 같아서..!!」
「...윽...흐윽..!」
「...저, 저는... 선생님께, 받기만 했는데..!」
코끝이 찡하고, 급속도로 흐려지는 시야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안되겠다 싶은 그 순간에는 이미 오열을 참을 수 없었다―――
어제, 선생님은 각 학원의 대표를 모아 열린 어느 회의에 참석해 계셨다.
의제는 하늘/이 붉게 물든 그 날부터의 일련의 사건을 겪고서, 각 학원간의 핫라인 구축 등, 유사시의 협력체제의 확립이었다.
선생님이 직접 소집했기에, 주요 3대 학교는 물론, 키보토스의온갖 학교들의 대표자들이 의사당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물론 나도 밀레니엄의 대표로서 최전열에 준비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이 정면의 단상에 모습을 드러내시고, 종이 매체의 형태로 자료 배포가 시작되자, 어디선가 술렁임이 일었다.
그것은 점차 규모가 커져갔으며, 나는 그 소란스러움에 작게 혀를 차기도 했으나...
짜증섞인 손길로 손에 들린 굵은 자료를 열어보고――비로소, 그 술렁임의 원인을 깨달았다.
하얀 표지를 넘기니, 목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각 장의 제목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오십음도 순으로 적혀 있었고, 나의 이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각 페이지를 검색해 보면―――
선생님이 쓴, 각 학생X선생 내용의 옴니버스식 자작 에로소설이 각 페이지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유우카』 항목을 가볍게 둘러보고 단상을 바라보니, 동태눈을 한 선생님이 자료를 바라보며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어느새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장내에서, 나는 "잘못 가져오신 건가요?" 라고 한마디.
선생님은 대답을 하긴 커녕 흰 눈을 까뒤집고 그야말로 죽은 동태 눈깔이 되었다.
「저기―――」
「들어 주세요」
「저는, 선생님을 비웃지 않아요」
「그 소설,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이 『머나먼 샬레에서 몸소 행차하셨도다. 교배 개시』* 라던가」
*역주 : 『シャーレより遥々参上。種付け開始』
「작중에서 선생님이 소속되신 『연방교배국』*이라는 네이밍도, 선생님의 유머가 넘쳐나서 좋다고 생각해요」
*역주 : 『連邦種付け局』
「『3! 2! 1! 이끄니션!!』이라고 외치면서 사O하는 장면은 정말로 미쳐버린 센스를 느꼈어요」
*역주 : イグニッション(점화/이그니션)+イク(싼다) 게다가 원문의 이끄 부분에는 루비로 射O(사정) 이라고 박아놨다.
「에필로그의 『나는, 전라로 학생들에게 달려갔다』 부분에선 저도 모르게 울어 버렸어요」
「...딱히, 위로하려고 없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이게 저의 솔직한 감상이고, 왜 선생님은 그걸 가지고 괴로워할 필요가 있으신 건지 정말로 궁금할 정도에요」
「그치만 실제로 선생님은 너무나도 괴롭고, 모든 걸 끝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되시는 거겠죠」
「그치만, 혹시, 선생님이 그걸 원하시고 계신다고 해도――」
「그럼에도, 저는 선생님이 살아주셨으면 해요」
「선생님이, 작중에서 제게 말한 것처럼」
「『살짝 싸지 마라! 잔뜩 싸라(살아라)!!』* 라고」
*역주 : 『ちょっとイクな!かなりイケ(生け)‼』 마지막 生け는 루비에 달려 있다.
선생님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건물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끝
댓글 21
여기 선생은 진짜 이미지 시발 ㅋㅋ
드리프트 예상했다 ㅋㅋ
이건 자살하는게 맞다ㅋㅋㅋㅋ
아ㅅㅂㅋㅋㅋㅋㅋ
머나먼 샬레에서 몸소 행차하셨도다. 교배 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