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큐피드는 모습을 바꿔 당신의 사랑을 이루어준다.'
"여기서도 큐피드는 사랑의 신인가?"
최근에 읽는 판타지 소설에서 익숙한 신들의 이름이 나왔다. 하긴 시스터 후드만 생각해봐도 이쪽 신도 있을 법하지. 더 읽고 싶었지만 내일을 위해 책을 덮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대충 할 일도 어느정도 마무리도 됐겠다. 한동안 안간 총학생회나 가볼까싶어 겉옷을 입고 나왔다. 사실 총학생회에 가는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린쨩~"
복도에서 걸어오는 린과 마주쳤다. 평소처럼 능글맞게 다가가자 그녀도 평소처럼 질색했다.
"누가 린쨩이라는 겁니까. 오늘은 딱히 총학생회 업무도 없는데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서류 작성법을 또 잊어버린건가요?"
"린이 보고 싶어서 왔지."
"하아..."
미간을 짚으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얼굴과 귀는 어느새 빨개져있었다,
"이런건 그... 저희 둘이 따로 만날 때만 해주세요. 지금은 업무 시간이잖아요."
"하하, 그래 그럼 그때 만나자."
남들이 보면 영문 모를 소리를 하고 다시 샬레로 돌아왔다. 오후에도 일을 하다보니 밤이 되어 린과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모모톡으로 린은 내일 약속시간을 다시 말해줬다.
"내일 오전 11시 D.U상점가 앞입니다. 늦지마세요."
"응, 알았어. 내일 봐♡"
모모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린 남몰래 사귀고 있었다. 사귀게 된 계기는 꽤 흔한 이유였다. 키보토스에 오자마자 처음 본 사람도 린이고 우트나피쉬팀 사건 등으로 여러 사건을 겪다보니까 서로에게 호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른바 흔들다리 효과라는 영화에서 자주 있는 케이스였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하고 나무 그늘아래에서 기다리자 저 멀리서 린이 걸어오는게 보였다. 시원하고 청순한 느낌의 연하늘색 원피스에 하얀 가디건을 입고왔다.
"안녕, 그럼 가볼까?"
"네,"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가는 동안 서로 그동안 있었던 일상 이야기를 했다.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모모카가의 탈주 소식이라던가 그걸 또 말리러가는 아유무의 이야기, 아오이가 주는 서류의 양이너무 많다던가. 푸념아닌 푸념을 했다. 평소에는 군말 없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린이었지만 지금은 찡얼대는 귀여운 아이같았다.
"하긴 나도 가끔 이오이가 요청하는 서류를 보면 기겁하긴하지... 아오이는 숫자에 관해선 완벽주의자니까."
"서류를 줘도 마감일을 너무 짧께 주니까요.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아오이가 들어올 때 마다 긴장하게 됩니다."
총결산의 PTSD가 떠올라 린의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보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우린 자리를 안내받으며 의자에 앉아 난 리조또를 시키고 린은 파스타를 시켰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우린 하던 이야기를 마저했다.
"그런데 린, 우리 사귀는건 언제까지 비밀로 할거야?"
"적어도 1년은 비밀로 할겁니다."
"에~ 그렇게까지?"
"저희가 사귀는 게 알려지면 서로에게 많이 곤란할 겁니다. 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견딜 자신이 없네요. 특히 모모카의..."
우리가 사귀는 걸 알자마자 모모카가 린을 놀리는 장면이 눈에 선해졌다. 선을 넘을듯 안 넘게 살살 긁는 그 모습에 린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그리고 선생님도 선생님의 위치를 조금 더 자각해주시길."
"음... 그런가 난 그저 선생일 뿐인걸? 사귀는게 알려진다해도 지금처럼 할 거고."
센텀타워의 권한을 망설이지도 않고 총학생회에게 줄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사람은 권력에 욕심자체가 없는 사람같았다. 남들같으면 절대 권력이 손에 쥐어지면 그 권력을 마구 휘두를 텐데... 그런 점이 내가 이사람을 좋아하게 된 이유기도 했지만 저런 성격은 볼 때 마다 대단했다.
"음, 맛있겠네. 자, 린쨩, 아~"
내 리조뜨를 한 숟가락 떠서 린에게 가져다주니 린은 못이기는 척 받아먹었다.
"나도 린의 파스타를 먹어보고싶은데...포크가 없네?"
"후... 알겠습니다."
린도 파스타를 돌돌 말아 내게 먹여줬다. 장난스럽게 한 부탁도 틱틱대며 받아주는 게 린의 매력이었다.
"아 그런데 비밀 연애하니까 생각난 건데, 그래서 학원에서도 나한테 쌀쌀맞게 하는거야?"
"콜록!"
정곡을 찔렸는지 린은 내 눈을 피했다. 여기선 린쨩이라고 해도 별 말없이 받아주지만 학원에서 만큼은 어느정도 거리를 둘려고한다. 물론 난 그런거 상관없이 들이대서 린의 반응을 구경한다.
"저희가 사귀는게 들키면... 곤란하니까요."
대답을 얼버무리며 식사를 끝낸 우린 다시 나와 공원을 걸었다. 휴일이다 보니 공원에는 가족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많았다. 산책로를 걷다가 울면서 걸어오는 아이가 보였다. 아이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엄마랑 놀러왔다가 미아가 되었다고헀다. 두고가기에도 그래서 아이의 양손을 나눠 잡은 후 미아보호소까지 대려다 주기로 했다. 공원 반대편이라 멀긴했지만 오래 걸리진 않아서 딱히 상관은 없었다.
"그럼 가볼까?"
"응!"
길을 걸으며 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말을 걸어줬다. 나이가 몇 살인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여러가질 묻다가 아이도 내게 질문을 했다.
"오빠는 저 언니랑 사귀는 사이야?"
어린아이답게 직설적인 화법이었다. 순수한 궁금증이었겠지만 우리 둘을 당황시키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귀는게 맞기에 난 아이의 물음에 친절하게 답해줬다.
"응, 나랑 이 언니는 사귀고 있어."
"헤에, 그렇구나 그런데 저 언니는 표정이 이상해."
"응? 그게 무슨 뜻이야?"
"오빠는 언니를 볼 때마다 흐믓하게 웃는데 저 언니는 별로 안 웃잖아."
아이와 내가 린을 바라보자 린은 고개를 돌렸다. 뾰족한 귀가 전부 빨개져있는 걸 보면 린의 말을 듣지 않아도 린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저 언니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래."
"음... 그래?"
아이는 수상쩍은 얼굴로 린을 보았으니 피식 웃더니 다시 앞으로 갔다. 걷던 중 앞에 아이스크림 트럭이 보였다. 놀이터 옆에 서있어서 그런지 트럭 앞에는 부모님뻘 되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날도 좋은데 아이스크림 먹을까? 내가 사줄게."
"그럼 난 초코맛으로!"
"그래 그래. 린은?"
"전 괜찮습니다."
"에이 그러지말고, 하나 골라봐,"
"그럼... 바닐라로."
"그럼 사올테니까 옆에 놀이터에서 기다려줘."
주문을 받고 아이스크림 트럭 줄에 서자 린과 아이만 남았다. 둘은 놀이터로 향했지만 놀이기구로 가지않고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았다.
"가서 놀지는 않으시나요?"
"언니랑 이야기하는게 더 재밌어. 언니는 저 오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이의 말에 린은 생각에 빠졌다. 어느샌가 마음이 끌렸고 선생님의 솔직함과 성격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솔직하신 분이죠. 종종 장난이 심하시긴하지만."
"사랑하는 건 맞지?"
순간 린은 눈을 찌뿌렸다. 아이라 해도 연인을 두고 사랑하는건 맞냐는 말은 충분히 기분 나쁠 순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아이의 말은 린을 멍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표현을 좀 더 해보는 건 어때? 사랑을 해도 표현을 안하면 모른다고? 저 오빠가 성격이 좋고 배려가 좋아서 지금은 괜찮지만 계속 팅기면 떠나갈지도 몰라."
생각해보면 항상 손도 선생님이 먼저 잡고 데이트 약속도 선생님이 먼저 잡았다. 늘 나에게 웃어주었지만 난 비밀 연애란 이유만으로 선생님께 쌀쌀하게 대한 것도 부정할 수가 없다. 한쪽에서만 열렬히 표현하고 있었고 자신이 생각해도 본인이 표현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렇...군요."
"일단 웃으면서 먼저 손이라도 잡아봐. 그렇게만해도 저 오빠는 좋아 죽을껄? 일단 웃는 걸 연습해봐. 혹시 웃을 줄 모르는 건가?"
아이는 린의 옆구리를 조물거리자 린은 몸을 뒤로 뺐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린의 입꼬리는 올라가있었다.
"크흠흠... 간지럼은 태우지 마세요."
"에이 웃을 줄 알면서. 그렇게 웃으면서 한번 다가가봐. 언니 얼굴도 이쁜데 그렇게 차가운 표정만 하면 얼굴이 아까워."
"사실은... 뭘 해야 좋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뭐든 좋다고 하시니까요. 빈 말로 좋아하신다고 할 때도 있으시니까요."
"그러면 내가 말하는대로 해봐. 그 방법은-"
어느 순간 자기보다 어린 아이에게 연애상담을 하고 있다. 이상하게 자신의 고민을 술술 불고있었다. 남자들한테 뭘 해줘야 좋아할지 어떻게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해야할지 수다를 떨다보니 아이스크림을 사러간 선생님이 돌아오셨다.
"많이 기다렸지? 자 여기 아이스크림."
"와아~ 고마워, 오빠."
"감사합니다. 선생님."
"둘이 이야기하던 거 같은데 무슨 이야기했어?"
"오빠에 대해서 이야기했지."
"에~ 내 이야기했어? 어떤 이야기했는지 알려줘~"
"여자들만의 비밀이야. 그치~?"
배시시 웃으며 린을 보자 린도 내게 자신들이 한 이야기를 알려주지 않았다. 다시 미아보호소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을 걷다가 아이는 린에게 신호를 보내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오빠는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음... 난 아비도스의 라멘이나...상점가의 돈까스도 좋아하지 고기감자조림도 좋아하지."
'들었지. 언니?'
'감사합니다.'
둘만의 신호가 오가는 것도 모른체 난 아이스크림을 먹고있었다. 어느새 미아보호소에 다와가자 미아보호소 앞에 서성이는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을 보자마자 아이는 그 사람을 향해 뛰어갔다.
"엄마~"
엄마 품에 안긴 아이를 보니 저절로 맘이 편해졌다. 아이의 엄마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우린 원래 데이트 코스로 향했다. 멀어저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두 모녀는 나긋이 말했다.
"이정도면 되겠지?"
"두 사람의 사랑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네."
그렇게 모녀는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아이를 대려다 주고 우린 다시 가기로한 전시관으로 갔다. 가는 길에 린은 아이가 했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언니가 먼저 손이라도 잡아봐. 그럼 그 오빠는 좋아 죽을껄?'
그 말을 떠올린 린은 비어있는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내가 먼저 손을 잡자 선생님도 약간은 놀란 모양이다. 하지만 기분은 좋은지 그의 표정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린쨩이 처음으로 먼저 손을 잡아줬네?"
"그... 연인이니까요."
그렇게 미술 전시관에 도착하고 티켓을 보여주고 들어갔다. 미술관에는 다양한 그림과 조각상들이 보였다. 연인들끼리 인기 장소라고해서 와보긴한건데 내 눈에 예술은 아직 어려웠다. 기묘하게 생긴 조각상들과 선만 몇 개 그어진 현대예술은 되려 신기하게 느껴졌다.
"뭔가 예술은 어렵네."
"그러게요. 선 몇 개 긋은 작품이 몇 천만원이라니..."
뜻뜨미지근한 반응으로 미술관을 나온 우린 근처 카페에 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아까 아이와 있었을 때 이야기를 했다. 만약 우리도 아이가 있으면 어떨까에 대한 이야기었다. 서로 아이는 몇명이 좋냐, 아들이 좋을까 딸이 좋을까, 흔한 이야기였다.
"난 아이를 가진다면 둘은 있으면 좋곘네. 딸들로."
"아들은 별로인가요?"
"나 어릴때 성격 생각헤보면 감당하기 힘들지 않을까? 린은 나 3명을 감당할 수 있어?"
"힘들죠. 그건"
"그리고 린 닮은 딸이면 엄청 예쁠거같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자리를 정리한 후 카페를 나섰다. 벌써 해는 기울어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헤어질 시간도 다가왔기에 우린 빠르게 지니간 시간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지하철 역까지 가는길에 린은 아이가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언니, 손 잡는거 말고도 몇가지 더 필살기가 있어. 팔짱을 끼는거야.'
'팔짱이요? 그런걸로 선생님이 좋아할까요?'
린을 쭉 훑어본 아이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100퍼센트!'
부끄러웠지만 선생님의 팔을 잡아 끌었다. 선생님은 이상하게 당황하면서도 얼굴은 풀려있었다. 그 아이가 한 말대로 선생님이 껌뻑 죽어가고 있었다. 평소에도 헤실헤실 웃는 얼굴이지만 지금은 빨개진 얼굴로 완전 얼빠져있었다.
"리..리 린? 이건..."
완전 당황했다. 평소에 애정표현이라곤 하나 없던 린이 팔짱을 꼈다. 심지어 팔짱을 끼면서 내 팔에 린의 가슴이 닿고 있었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욱 곤란헀다. 어찌저찌 팔짱을 끼고 지하철의 탑승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이 오는 소리가 들리자 린은 발끝을 들어 내 귀에 귓속말을 했다.
"다음에는 제가 데이트 약속을 잡을게요....오빠."
잘못들었나? 오빠? 린이...나한테? 평소라면 절대하지 않을 소리였다. 심지어 귀에 속삭이듯 말하니 더욱 미칠듯한 기분이었다. 우리의 관계가 한단계 더 발전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린은 지하철에 타고 내게 손 인사를 하고 이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난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각나 핸드폰을 꺼내 린에게 모모톡을 보냈다.
'린 그런데 왜 귓속말로 한거야?'
'그... 다른 사람이 들으면...부끄러워서요...별로였나요?'
'정말 기분 좋앗어! 다음에도 그렇게 불러줘!!!'
'아... 알겠습니다.'
일단 질러버렸지만 선생님의 반응을 보니 그 아이의 말을 듣기 잘 한 것같았습니다. 내가 선생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면 선생님도 좋아한다. 당연한 걸 알면서도 하지않은 걸 약간은 후회가 됩니다. 뭔가 속에서 간질간질한 기분이 올라왔습니다만 분명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그 아이가 마지막에 한 말을 기억해 두길 잘한 것같습니다.
'언니 그리고 이건 마지막 필살기인데 호칭을 좀 바꿔봐.'
'호칭... 말입니까?'
'아까부터 선생님이 뭐야~ 연인끼리는 이름이라던가~ 별명이라던가~ 그런걸로 불러야지.'
'하지만...선생님은 저보다 연장자시고... 함부로 이름을 부르면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오빠라고 해봐 분명 좋아할껄?'
"오빠라는 말에 이렇게 좋아할줄은 몰랐는데요.후훗...다음에는 자주 부르면서 웃어드려야겠네요. 고기감자조림도 연습해 볼까요."
지하철에서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서 재료를 사와 레시피로 연습해보는 밤이었다.
-------------------------------
린 소설이 별로 없어서 한번 써봤습니다. 분량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
개추와 댓글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댓글 많이 달아주시면 좋아합니다.
아래는 제가 쓴 다른 소설들도 있으니 같이 봐주시면 감사하곗습니다.
댓글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