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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제 驅화 시로코 mirage
000
위를 향해 걷는 편이 좋다.
목숨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001
모일, 아비도스의 모처. 아비도스 고등학교 2학년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는 휴일을 만끽하고 있다.
휴일이라기보다는 간만에 생긴 휴가라 부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사소한 일이다.
아비도스 자치구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 아니 분쟁. 카이저의 침공, 하이랜더 철도학원과의 다툼, 이권을 원한 사모펀드와의 투쟁, 뇌제의 유산──그리고 타카나시 호시노의 과거에 얽힌 인연.
어느 것도 간단하지는 않았다. 반석처럼 튼튼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비도스 폐교대책위원회의 멤버들――다시 말하면 모든 학생이지만――은 분명히 지쳐 있었다.
그러던 차, 샬레[독립연방수사동아리]의 선생님에 의해 그녀들에게 일주일간의 대체 공휴일이 통보됐다.
아무래도 선생님은 여러가지로 큰 일을 겪은 시로코와 아비도스 학생을 걱정해 이번에 그런 결정을 하기에 이른 것 같다.
그렇게 신경을 써준다면 이제와서 그녀들에게 그것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고등학교가 안고 있는 9억엔 남짓한 빚의 상환도 카이저가 자멸해 준 덕분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그런 이유로 현재 시로코는 로드바이크로 차도를 달리고 있다.
참고로 당초엔 은행강도 계획을 세우려 했지만, 선생님이 슬퍼할 것 같아 그만둔 듯하다.
그건 그거고 취미는 취미니까 조만간 세우겠지만.
시로코는 이른 아침 집을 출발해 그대로 점심 때까지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당연히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아무래도 시로코는 최근 갑작스럽게 찾아온 라이딩 동료에게 달릴 때 기분 좋은 길을 가르쳐 주고 싶은 것 같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겨우 생긴 첫 라이딩 동료다. 이왕이면 같이 가볍게 4,000km 달려보고 로드 레이스도 해보고 싶다. 그런 귀여운 야망을 품고 한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비도스 일대는 거의 다 달려봤기 때문에 실제로는 「확인」에 가까운 느낌이다.
당연하지만 또 다른 나도 아비도스는 과거에 싫증날 정도로 달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길은 파악이 끝나 있다.
따라서 이것은 어디까지나 둘이서 라이딩하러 가려고 했을 때를 위한 경로 「확인」일 뿐이다.
낯익은 길, 익숙한 길, 잘 다니지 않는 길, 몰랐던 길을 시로코는 믿음직한 파트너인 Boreneo의 로드 바이크로 달려간다.
발이 돈다. 페달을 밟는다. 체인이 반응한다. 기어가 올라간다. 시로코는 지금 일종의 아름다운 영구기관 속에 들어와 있다.
직선에서의 스프린트 속도는 60km를 훌쩍 넘었고, 시로코는 마치 사막에 부는 한 줄기 바람 같았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르고 맑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의 대비가 아름답게 보인다.
마치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시로코는 어울리지도 않게 그런 걸 느끼고 있었다.
촬영용 드론으로 그 경치를 기록한 시로코는 이후에도 한동안 코스 확인을 계속했다.
몇 시간 후. 코스 확인을 대강 마치고 제법 땀을 흘린 시로코는 흐르는 땀을 대충 수건으로 닦은 뒤 메고 있던 백팩에서 사이클 보틀을 꺼내 그대로 스포츠 음료를 몸속으로 쏟아부었다.
화끈거리는 몸과는 대조적으로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차가웠던 스포츠 음료가 혀를 타고, 목구멍을 뚫고, 몸 깊은 곳을 식히는 걸 만끽한 시로코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아,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임시 휴교일에 하는 라이딩. 일주일이나 공백이 생겼기 때문에 만에 하나 전력을 다한 탓에 근육통이 생겨도 다음날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그렇다면 시로코로서도 진심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하다면, 이런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을 텐데――그렇게도 생각했지만 매일 라이딩을 하는 것도 그건 그것대로 질릴 것 같다. 뭐라고 할까, 취미의 범주를 벗어나 버리면 단번에 재미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정말 좋아하는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모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역시 갖고 싶다. 역시 라이딩은 한 달에 몇 번 정도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자 그럼, 행복한 수분 보충 타임도 끝났고, 일단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그렇게 생각해 로드바이크에 올라탔지만. 시로코의 눈이 포착한 것은 기억하기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길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닌, 본 적 없는 길.
잠깐만, 익숙하지 않은 것도 알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본 적 없다고 밖에 형용할 수 없는 길이, 거기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본 적 없는 형상의 길. 한없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가 거기에 있었다.
주위에 구조물은 없고 시각은 낮이며 그늘은 없다. 직선은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까지 인식하자 시로코의 뇌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아아, 과연. 아비도스 상가가 재건된 것처럼 여기에도 재개발의 전망이 섰나.
최근 아비도스 자치구에는 점점 사람이 유입되고 있다. 그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이 도로변에도 분명 주택이든 뭐든 만들어져 붐비게 되겠지.
재개발에 의해 새롭게 나타난, 한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직선 도로. 주위를 살펴봐도 딱히 차량 같은 게 다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출입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간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로코는 도로에 다가가 아스팔트 면을 발끝으로 툭툭 찔러 보았다. 단단히 굳어 있는 듯해 주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점점 붐비기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아비도스의 교통량은 아직 거기까지인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할까 모래의 영향도 있어서 거의 전무하다. 기껏해야 버스 정도.
게다가 라이딩이 취미인 사람 같은 건, 시로코는 최근 2년간 한 번도 본 적 없다. 아비도스 밖에야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굳이 아비도스까지 와서 라이딩을 즐기는 유별난 사람 따위, 시로코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겠지.
즉, 이 도로를 로드바이크로 주파한 사람은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시로코는 갑자기 조금 전까지의 피로를 잊고 가슴이 들뜬다.
여하튼 전인미답인 것이다. 게다가 어쩌면 자신이 처음으로 그 땅에 바퀴자국을 남기게 되는 거니까, 이처럼 즐거운 일도 또 없겠지.
게다가 뭐니뭐니 해도, 여기라면 또 다른 나도 놀라게 할 수 있을 터. 평소에 만나면 「꼬마 시로코」라느니 「약한 시로코」라느니 그렇게 부르는 또 다른 나도 이곳을 자신이 발견한 걸 알게 되면 기뻐할 게 분명하다.
시로코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리고 그 가슴속에 적잖이 호기심을 품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페달을 밟아 그 직선으로 달려나갔다.
호기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시로코는 아직 청춘이 한창일 때니까.
002
"응...... 역시 여기, 새로운 길이라 그런지 사람의 왕래가 적어."
직선으로 들어간 지 약 5분 후. 사람 하나 없는 차도 한복판을 달리며 시로코는 홀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차도 다니지 않고, 집도 없고, 여느 때 같으면 질릴 정도로 있어야 할 폐허조차 없는 모습이다.
주위로 눈을 돌리면 그곳에 있는 것은 역시 모래뿐이었다. 확실히 아비도스는 사막지대가 유명하지만, 이렇게까지 모래투성이인 것도 좀처럼 드물다. 정말 이런 곳에 재개발의 전망이 설까? 어른들이 생각하는 건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진행 방향으로 시야를 돌리자 꽤 멀리 무언가 있는 게 보인다. 너무 멀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판별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일단 골 지점으로 설정하기에는 딱 좋을 것 같은 구조물이었다.
"꽤 멀리 있는 거 같은데...... 저 건물만 보인다는 건 나름 큰 건물이겠지."
직선에 들어간 후 지금까지 5분 동안, 시로코는 이미 4km 정도의 거리를 주파했다. 노면의 상태는 갓 완공된 탓인지 나쁘지는 않다. 다리의 피로도 이 상태라면 건물까지 갔다 돌아오는 정도는 여유로울 것 같다.
하지만 여유로울 뿐이다. 어디까지나 가능할 뿐이지 그것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는 이야기가 다르다.
"......역시, 이대로 쭉 사막 한가운데서 직진하는 건...... 분명히 말하자면 아무리 나라도 질려."
그래. 이 길, 솔직히 말해서 재미가 없다.
전인미답의 직선도로――뭐, 흥미가 돋긴 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신선미가 없다. 건물도 없고 커브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가슴이 뛴 건 처음뿐이고 그 이후로는 심경도 도로 자체도 계속 평탄. 그것이 재개발과 함께 만들어진(그렇게 생각되는) 도로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었다.
"둘이서 레이스라도 하면 흥이 오르려나...... 아니 그래도 계속 직선이라는 것도 보람이 없는 거 같고."
직선에서 최대 속도를 겨룬다――그런 것도 뭐, 그것대로 괜찮지만. 시로코는 어느 쪽인가 하면 우직하게 속도를 추구한다기보다는 여러가지 길을 달려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또 다른 나도 마찬가지겠지.
만일 둘이서 여기에 왔다고 해도 겨우 몇 분만에 「응, 새로운 도로라고 들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약한 시로코는 감수성도 약하구나」라는 말을 듣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아니 뭐, 그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테고, 오히려 위로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건 그것대로 화가 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질렸다. 조금 전까지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시로코는 기어를 내리고 느긋하게 달리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싫증나고 냉정해짐에 따라 방금 전까지 루트를 확인하고 있었을 때의 피로가 밀려오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이 땡볕 아래다. 건물 같은 건 없으니 당연히 그늘도 없다. 주위가 모래투성이인 탓에 햇볕도 반사되고, 체감온도는 대략 45도일까. 노면 온도는 70도를 훌쩍 넘어설 것이다.
떨어지는 땀을 닦기 전에 시로코는 다시 배낭에서 사이클 보틀을 꺼내 스포츠 음료를 타오르는 몸에 흘려 넣는다.
"――응? 어라, 벌써 다 마셨네. 꽤 많이 가지고 왔는데...... 너무 많이 마신걸까. 하지만 오늘은 정말로 덥고......"
원래 예정에는 이런 길을 달리는 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당연히 보급용 수분에도 잉여분은 없다. 이제 집에 가려고 했을 때 쓸데없는 짓을 한 탓에 근처 편의점에서 추가로 구매하지도 않았다.
시로코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지만 당연히 운 좋게 자판기가 있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 기억하기로는 여기에 오기 전까지 그런 건 없었다.
즉, 시로코는 이 시점에서 수분 보충 수단을 잃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뭐, 심각한 상황이긴 하지만. 시로코는 특별히 초조해 하는 일도 없이 냉정하게 현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대로 나아가는 건 컨디션적으로 위험할지도. 아까부터 저 건물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이미 이 길을 달리기 시작한 지 10분 남짓이 경과했다. 중간부터 주행속도를 늦춘 것도 더하면 시로코는 이 도로를 대략 6~7km 정도 달린게 된다.
즉, 시로코는 현재 일반 자전거라면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걸 각오할 정도의 거리이기는 하지만 로드바이크라면 10분이면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 정도의 장소에 있다는 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신경 쓰이는 건 시로코도 말했던 대로 아무리 생각해도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는 듯한 건물이다.
보통 10분이나 로드바이크로 달렸으면 나름대로 가까워졌을 테고, 좀 더 가까이 보이기 시작해도 좋을 테지만...... 얄밉게도 전혀 크기가 변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다.
땅을 바라본다. 모래밖에 없다.
"......응, 결정했어. 돌아가자. 이런 곳에서 열사병에 걸리면 호시노 선배에게――모두에게 걱정받을 테고, 선생님도 묘하게 신경 쓸 거 같고."
뇌리에 떠오른 것은 열사병 탓에 임시 휴교 첫날부터 입원하는 처지가 되어 대책위원회 모두나 선생님에게 극진한 간호를 받는 자신의 모습.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나도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떻게든 보살펴주는 걸까.
그런 부끄러운 짓은 할 수 없다. 신세를 지게 되면 동급생인 이자요이 노노미가 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의욕이 넘치겠지.
그렇달까 노노미는 아마 욕실이나 옷 갈아입는 것도 도와주려고 할 거다. 그런 부끄러운 짓은 할 수 없다. 견딜 수 없어. 엄청 부끄러워. 시로코는 얼굴이 빨개지는 건지 파래지는 건지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저 건물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건...... 아마 저게 신기루니까. 바람도 불지 않고 기온도 급격히 올랐고, 그것밖에 없어."
그에 비해선 눈에 비치는 경치에 일체 일그러짐이 보이지 않는 게 신경쓰이지만――더 이상 가지 않기로 결정했으니 신경써봐야 의미 없을 거다.
지금은 어쨌든 원래 있던 길로 돌아갈 생각만 해야지. 꽤 햇볕이 강해 피부가 따갑기 시작했다. 이대로ㅡ 햇볕에 타 버린다.
"......피부를 태우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까......"
시로코는 건강한 구릿빛 피부로 선생님과 함께 바닷가에서 노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발길을 돌려 지금까지 달려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재 기온 45도.
체감온도 약 52도.
바로 탈출한다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003
발이 돈다. 페달을 밟는다. 체인이 반응한다. 기어가 올라간다. 시로코는 지금 일종의 아름다운 영구기관 속에 들어와 있다.
시로코가 길을 돌아가기 시작하고 10분이 경과했다. 원래의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멀리 간 거 같아. 여러가지 일 때문에 단련돼서 그런가?"
하지만 단련됐다고는 해도 이 더위는 별개다. 지금은 아직 땀이 나고 있기 때문에 괜찮지만, 이 상태로는 머지 않아 땀도 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초조해질 시로코가 아니다.
시로코는 뇌리에 조금씩 떠오르는 무언가를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발이 돈다. 페달을 밟는다. 체인이 반응한다. 기어가 올라간다. 시로코는 지금 일종의 아름다운 영구기관 속에 들어와 있다.
시로코가 길을 돌아가기 시작하고 15분이 경과했다. 원래의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응...... 달리던 나, 꽤나 텐션이 올라 있었네. 하지만 아마 곧 있으면――"
시로코는 홀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목이 마르기 때문에 그다지 칭찬받을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해먹겠다.
시로코는 뇌리에 샘솟기 시작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발이 돈다. 페달을 밟는다. 체인이 반응한다. 기어가 올라간다. 시로코는 지금 일종의 아름다운 영구기관 속에 들어와 있다.
시로코가 길을 돌아가기 시작하고 20분이 경과했다. 원래의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괜찮아, 괜찮아. 그럴 리가 없어......"
괜찮아, 그럴 리가 없어. 왜냐하면, 그런 건 있을 수 없으니까.
시로코는 뇌리에 생겨난 무언가를 전력으로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발이 돈다. 페달을 밟는다. 체인이 반응한다. 기어가 올라간다. 시로코는 지금 일종의 아름다운 영구기관 속에 들어와 있다.
시로코가 길을 돌아가기 시작하고 25분이 경과했다. 원래의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괜찮아, 분명 괜찮아. 반드시 괜찮을 테니까――"
이유를 모르겠다. 이치를 모르겠다. 이론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이 길에서 탈출해야 한다.
시로코는 뇌리에 달라붙어버린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발이 돈다. 페달을 밟는다. 체인이 반응한다. 기어가 올라간다. 기어가 올라간다. 기어가 올라간다. 기어가 올라간다. 기어가 올라간다. 더 이상 기어는 올라가지 않는다. 더 이상 기어는 올라가지 않는다. 더 이상 기어는 올라가지 않는다. 더 이상 기어는 올라가지 않는다.
"......어, 째서......!?"
──한없이 계속되는 것 같다.
두렵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해 버리면 멈출 수도 없다. 인식을 경계로 뇌리에 달라붙은 공포는 시로코의 초조함을 빠르게 부추겼다.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그것이 컨디션 불량에 의한 게 아니라 초조함에서 온 거라는 사실도.
아무리 육체가 튼튼하다고는 해도 이대로는 곤란하다. 열사병 정도의 소동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으로 끝나준다면 아직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다.
땅을 바라본다. 모래밖에 없다.
발이 돌지 않는다.
시로코는 페달을 밟는 것을 멈추고 일단 땅에 발을 디뎠다. 그러자 그 순간 급격하게 강렬한 피로가 몸을 덮친다.
거칠게 호흡하면 입으로 뜨거운 공기가 침입해 몸 안을 덮친다. 솔직히 말해서 참아줬으면 한다. 기분이 나빠서 어쩔 수 없어. 시로코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숨을 고르기 위해 호흡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큭! 후우...... 후우. 조금, 과하게 달렸을지도...... 기분 나빠......"
지금은 초조함과 조바심, 그리고 엄청난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그도 그럴게 갔을 때의 3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도 아직 원래 있던 길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으니까.
게다가 이 더위. 이게 좋지 않다. 숨을 고르고 있지만 전혀 진정될 것 같지가 않다. 피부의 통증이 그대로 시로코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조급하게 군다고 사태가 호전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악화시키는 게 고작. 시로코 본인도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번 크게 심호흡하고 진정하기 위해 애썼다.
"......아, 그래."
――그 순간 거기서 시로코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지표가 될 만한 구름은 없다. 땅을 돌아봐도 목표가 될 만한 굴곡은 없다.
그렇다면. 일단 뒤돌아봐서 30분 전까지 이정표로 삼았던 그 건물이 얼마나 작아보이는지를 기준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결정됐다면 말은 필요없다. 그렇다고 할까, 빨리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빨리 안심하고 싶다.
"......보이지 않게 됐으면, 가장 기쁘겠지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왔다면 원래의 길도 가깝겠지. 그런 식으로 매달리듯 생각하며 시로코는 돌아온 길을 되돌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정하거나 안심하고 싶었다면.
"――......어?"
시로코는 절대 돌아보지 말았어야 했다.
"어, 어째서......?"
30분 전까지 이정표로 삼았던 건물. 그것은 아직도 거기에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보란듯이.
"......어째서.
조급해 하면 안 된다.
그런 건 알고 있다.
알고는, 있다.
"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
시로코는 무심코 입을 가리고 소리를 내 버렸다. 평소 같으면 절대로 내지 않을 두려움과 공포를 머금은 음성을.
그러나 두려움이라든가 공포라든가, 지금 시로코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다.
땅을 바라본다. 모래밖에 없다.
진행 방향을 본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저쪽을 본다. 아직 거기 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번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저 건물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설마, 싶지만――"
시로코는 여기까지 와서――여기까지 달려와서야 겨우 알아챘다. 확신했다. 현 상황을 파악했다.
"――나, 조금도 돌아가지 못했어......?"
시로코는 일종의 두려운 영구기관 속에 들어와 있다.
시로코가 길을 돌아가기 시작하고 30분이 경과했다. 원래의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현재 기온 48도.
체감온도 약 57도.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인다는 말이 있는데.
죽는 건 고양이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004
아무래도 이 도로에 들어온 시점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시로코는 이것이 자신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님도 금세 이해했다.
그렇다면 지금 시로코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그래, 외부로의 구조 요청이다.
참고로 현재 시로코는 직사광선에 의한 체온의 급격한 상승을 피하기 위해 사이클 저지 상의를 벗어 몸을 덮고 있다. 노면의 온도는 너무 높기에 지면에 주저앉는 짓은 하고 있지 않다.
누가 본다면 부끄러울 정도의 소란으로 끝나지는 않겠지만――죽지 않는다면 싸게 먹히는 것이다. 시로코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선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또한 이 결단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지만, 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건 가혹한 일이리라.
여하튼 시로코는 이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을 개시했다는 애기다.
"......일단은 선생님하고, 호시노 선배에게 연락하자. 그리고 구조가 올 때까지 섣불리 움직이지 않으면 돼. 이걸로 완벽해."
시로코는 이럴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그렇게 생각하는) 두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는 「재개발 중인 도로에서 길을 잃었어. 사막을 관통하는 도로에서 나갈 수 없어. 신기루에 빠져 있어. 도와줘.」라는 느낌이다.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거라면 이런 상황에선 전파가 통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여기는 의외로 융통성이 있는 듯하다. 일단 전파는 터지고 있다. 그런 곳에 신경을 쓸 바에야 애초에 가두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래도 뭐, 일단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었다. 얼마 후엔 읽음도 뜰 테고, 역시 문제없을 거다. 분명 괜찮아. 시로코는 그렇게 생각하고 스마트폰을 조심스레 넣어둔다――
"어라? 아니, 뭐하는 거야 나는. 메시지보다 전화가 더 빠른데."
――시로코는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 곧바로 호시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초 후, 아무래도 전파가 좋지 않은 듯 노이즈가 섞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통화는 연결됐다.
"응, 연결됐어...... 호시노 선배, 여보세요? 난데......"
"시m/o쨩@jpt지금Yne들려&hcK대답og/"
"미안, 전파가 좀 안 좋은 거 같아. 여보세요, 들려?"
"ntq혀 안들(neHロコ쨩uZ#절대m_jh/@움직qT"nzgM#&mAj 아~ 아~ 시로코쨩, 들려?"
"아, 응. 들려. 연결돼서 다행이야."
아무래도 전파가 좋지 않은 것 같고, 이 상태라면 언제 통화가 끊어질지 모른다. 도중부터는 안정된 듯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것도 분명했다.
"그래서 아까 메시지 보낸 대로 시간 있으면 선배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아~ 아까 그거 말이지. 쓸데없이 긴 도로랬나? 응응, 오케이~ 지금부터 준비해서 갈게~"
그렇기 때문에 시로코는 전파가 안정되어 있는 동안 한마디로 용건을 전했다. 호시노에게 정확히 전달된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높은 신체 능력을 지녔다고는 해도, 두려움 없이 여러가지 시도해볼 담력이 있다고는 해도 시로코는 아직 고등학교 2학년 소녀다.
긴장 때문에 초조해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미안해, 선배. 설마 이렇게 긴 길일 줄은 모르고, 생각도 없이――"
"됐어됐어~ 신경쓰지마~ 아 맞다, 시로코쨩. 아직 마실 건 가지고 있어?"
"마실 건...... 아니, 더 이상 없어. 조금 전에 전부 마셔버렸으니까."
"그런가~ 그럼 근처에 오아시스가 있으니까 거기서 물을 마시면 될 거야~"
"뭐? 오아시스?"
통화 저편의 호시노는 마치 이미 알고 있는 듯 근처에 오아시스가 있을 거라 말한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절대적으로 확정된 것처럼.
그러나 시로코는 아무리 호시노의 발언이라고 해도 이를 믿을 수 없었다.
"잠깐, 무슨 소리야 호시노 선배, 그렇게 말해도, 오아시스 같은 건 어디에도――"
"그럼 좀 있다 봐~m_djiw절pmj_#부탁@tpwR이니까vgt&jpj"
"......끊어져 버렸어."
전파가 악화된 건지, 아니면 준비를 서두르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호시노와의 통화는 거기서 끊어지고 만다. 하지만 뭐, 충분히 말할 시간은 있었다.
현재 시로코가 이 길을 헤맨 지 약 45분이 경과했다. 수분 없이 어디까지 버틸 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호시노에게 연락이 된 이상 문제 해결은 머지 않았을 것이다. 시로코는 그렇게 생각하고 한 번 심호흡을 했다.
"――후우. 자 그럼 다음으로 선생님에게 연락해야...... 어라?"
시로코가 곧바로 선생님과의 모모톡 화면을 열고 통화를 걸려고 하지만, 그 통화가 연결되는 일은 없었다.
연결이 되기는커녕 통화음조차 울리지 않아 수상하게 여긴 시로코는 일단 스마트폰을 귀에서 떼고 그 화면을 봤다. 그러자 거기에는 「응답없음」이라는 글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응답없음이라니, 그럼 권외에 있다는 건가? 어째서 선생님은 전파도 통하지 않는 그런 곳에――"
거기까지 말했을 때.
시로코는 자신의 아무래도 스마트폰이 전파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액정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확실히 작게 「권외」라고 표시되어 있다. 아무래도 어느새 전파가 닿지 않게 된 듯하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니, 연결은 됐으니까 통하고는 있었을 거야.
"......호시노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던 건 정말 아슬아슬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을까――아니, 응. 그래, 그걸로 됐어."
너무 더워서인지 머리도 점점 멍해졌다.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데다가 로드바이크에 다시 올라타는 것도 꽤 고생이지만, 그래도 아직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다. 아마.
조금 있으면 호시노 선배가 구해주러 온다.
그러니 시로코는 얌전히 기다리면 그만.
"아, 선배가 말했던 오아시스는 저걸 말하는 건가. 목도 말랐고, 일단 가보자."
시로코는 저 멀리, 방금 전 호시노가 가르쳐준 오아시스가 있는 걸 발견했다. 보면 제법 크기가 있었고, 수분 보충은 곤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다. 믿음직한 파트너인 로드바이크와 함께 오아시스로 달려가볼까.
"......땀이 나지 않게 됐다는 건, 몸이 익숙해졌다는 걸까. 수건은 이미 흠뻑 젖었으니 마침 잘 됐어."
"마침 잘 됐네."
"응. 어지럽기도 하고, 저지도 입을까. 너무 많이 밟아서 다리에도 쥐가 날 거 같아. 바람도 시원하고 날씨도 덥고, 나 뭔가 이상한 소리 했나?"
"마침 잘 됐네."
"오아시스...... 처음 볼지도. 모래축제인가."
현재 기온 50도.
체감온도 약 60도.
──현재 시로코의 체내 온도는 대략 39도.
가능한 한 열을 받는 걸 피했다고는 하지만 한도라는 게 있다. 초조함으로 전력질주를 이어간 탓에 시로코의 체내 온도는 상당히 올라간 상태였다.
그리고 이 체내 온도라면 열사병 증상이 나타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갇힌 결과 시로코는 현재 이미 열사병의 영역에 한쪽 다리를 들여놓고 있었다.
열사병의 주요 증상으로 이상행동과 환각, 운동장애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경련이나 마비 등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열사병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체내 심부 온도가 정상 상태를 훨씬 웃돔에 따라 세포나 내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치명적이란 말 그대로의 의미다. 여기선 감히 치사적이라 바꿔 말하는 게 알기 쉬울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내장을 구성하는 세포는 온도가 40도 가까이 상승하는 것을 상정한 조성이 아니었다. 그것이 뇌든, 심장이든, 간이든, 신장이든, 근육이든.
그런 던위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다.
즉 무슨 말인가 하면.
이대로 몸을 식히지 않으면 결국――
"오아시스, 기대된다."
"마침 잘 됐네."
"더워...... 더워! 무지개도!"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는 다발성 장기 부전에 의해 죽음에 이르게 된다.
005
"응...... 오아시스, 생각보다 멀어. 날씨도 덥고, 흔들리고 있어. 좋은 느낌....... 바람."
시로코는 멈추지 않는다. 머무르지 않는다. 시야에 비치는 오아시스를 쫓아 계속 이동하고 있다.
목이 마르다. 피부가 마른다. 그렇다고 할까 온 몸이 메마른 것 같다. 한시라도 빨리 오아시스에 뛰어들고 싶다. 움직이지 않는 그 오아시스에.
"도망치지 마......!"
그렇군, 이게 신기루라는 걸까. 그건 그렇고 꽤 기세좋게 도망치네. 시로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는 아니지만, 시로코가 그것을 눈치채는 일은 없다.
애초에.
오아시스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러고 보니 오아시스의 물은 차가울까. 차가웠으면 좋겠다. 선생님이나 대책위원회 모두와 함께 수영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
시로코의 뇌리에 친한 인물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선생님. 호시노. 노노미. 세리카. 아야네. 또 다른 나. 모두 즐거워 보인다.
오아시스에서――바비큐라도 하고 있는 걸까? 자신이 빠졌는데도, 꽤 즐거워 보인다. 나도 끼워줘.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참에. 한 명, 이쪽으로 등을 돌린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학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위의 경치는 옅은 노란색――모랫빛으로 뒤덮인 탓인지 그녀의 긴 하늘색 머리카락은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저 사람은――)
시로코는 그 인물을 본 적이 있다.
본 적이 있다.
본 적이 있다.
본 적이 있다.
본 적이 있다.
본 적이 있다.
본 적이 있다.
본 적이 없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건 어찌됐든, 자신을 빼놓고 바비큐를 하다니 좋은 배짱이다. 게다가 시로코가 모르는 사람을 초대했다니. 소개 정도는 해줘도 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시로코는 모두가 기다리는 오아시스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순순히 그쪽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오아시스도 다른 이들도, 저기서 기다리고 있다. 빨리 모두가 있는 곳까지 가야해.
더워.
달리기 시작한 시로코는 도중에 모래에 발이 잡혀 몇 번인가 넘어지고 만다. 하지만 그래도 넘어질 때마다 벌떡 일어나 뛰어간다.
앞으로 몇 걸음. 한 걸음 더. 조금만 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다들 저기에 있는데. 나도 저기 있어야 돼. 저기에 가야 해.
더워.
시로코는 오아시스에서 바비큐를 하고 있는 모두에게 도착했다.
그런데도, 거기에 있는 누구도 시로코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전원이 바비큐에 빠져서 시로코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이나 호시노, 또 다른 나조차도 그것은 다름없는 듯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왔는데, 대체 이 반응은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시로코는 모두의 반응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로코는 그렇게까지 모두를 붙들고 있는 바비큐가 너무나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체 무엇을 굽고 있는지가.
뜨거워.
시로코는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 굽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서 굽고 있는 건, 이상한 고기였다.
"......아아, 이건가."
그것을 본 시로코는 온몸에 엄청난 뜨거움이 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 눈을 깜빡이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대책위원회 모두가 보인다. 뜨거워. 아파. 온몸이 아파. 뜨거워.
"......뜨거워, 잠깐....... 잠깐만, 기다려, 저기, 거짓말, 거짓말이지......?"
극도로 지쳐서 시로코는 일어날 수 없다. 쓰러진 시로코는 뒤척여 위를 바라볼 수도 없었다.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만이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그녀 외에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것을 보고, 시로코는 참지 못하고 내뱉는다.
"누――누가...... 도와, 줘......!"
목이 극도로 메말라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로코는 계속 도움을 요청했다.
"도와줘! 선배, 선생님, 누구라도 좋으, 니까――누구라도, 좋으니까!!"
그런 말을 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로코답지도 않고, 냉정함이라고는 없이, 누군가 보면 물러설 정도로 필사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야 그렇겠지.
굽고 있던 건 고기 같은 게 아니었고.
바비큐 그릴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으며.
"뜨거워, 선배! 호시노 선배! 선생님!! 나, 아직 죽고 싶지 않아!!"
구워진 건 시로코의 몸이고.
아스팔트 위에서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도... 와..... 줘, 호시노――"
그걸 보고 있던 건, 하늘색 머리의 소녀뿐.
006
(――어라......? 꿈......?)
아스팔트에 쓰러져 있던 시로코는 최악의 기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몸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시야에 비치는 정보로 현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주위에는 여러가지 물건이 흩어져――타고 있었을 로드바이크도 지면에 놓여 있다――있고, 그 모든 게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환각을 보고 폭주해서――그 후 기절해, 쓰러졌다? 그렇달까 그것밖에 없나......)
지면에 닿아있는 부분에서 심상치 않은 통증이 전해져 온다――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넘어졌을 때 운 좋게 수건이 얼굴과 지면 사이에 낀 모양이라 그렇게까지 화상을 입은 건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아스팔트의 표면 온도는 현재 약 70도를 가볍게 넘고 있다. 이대로 여기에 쓰러진 채로는 시로코는 머지않아 죽음에 이를 것이다. 빨리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로코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이미 시로코는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땡볕 아래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었다. 낙상 충격으로 인한 통증이 아직도 몸을 갉아먹고 있다.
수분은 다 떨어졌고 전파도 터지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의 모든 게 환각이었다면 외부의 구조는 기대할 수 없다.
(......죽을 수밖에, 없는 걸까)
따뜻했던 봄날. 아야네와 세리카와 만난 날. 후배의 입학식이 열린 날. 처음으로 귀여운 후배들이 생긴 그 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
더웠던 여름날. 다 같이 바다에 간 날. 싸우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바빴던 날. 처음으로 다 같이 밤바다를 본 그 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
선선했던 가을날. 하늘이 붉게 물든 날. 또 다른 나의 과거를 알게 된 그날. 처음으로 소중한 것을 선물했던 그 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
추웠던 겨울날. 호시노와 노노미를 만난 날. 목도리를 받은 날. 처음으로 따스하다고 느꼈던 그 날을, 결코 죽어도 잊지 못한다.
(다들,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죽은 뒤의 아비도스의 모습. 호시노는 완전히 우울해져 있고, 노노미도 평소 같은 기운이 전혀 없다.
아야네와 세리카도 그런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해 하고 있다.
선생님은 책임감을 느끼는지 주먹을 꼭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신이 잘못한 거니까, 선생님이 책임을 느낄 필요는 없는데. 하지만 선생님의 그런 점은 좋아한다.
또 다른 나는.
(분명, 괜찮아. 내가 없어져도, 거기에는 모두가 있으니까)
괜찮아. 내가 없어져도 모두가 있어.
나는 아마 여기서 죽겠지. 하지만, 당신이 있어.
(아아――그래. 분명, 괜찮을 테니까)
모두는 아마, 괜찮을 테니까.
(나도, 이제――)
"정말 그렇게 생각해?"
"――어......?"
갑자기 시로코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시야에는 아무도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목소리가 들린다는 건, 분명히 거기에 있을 것이다.
목소리의 발신원은 아마도 전방. 그곳에 있다는 걸 왠지 모르게 알게 된다. 그 저편은, 싸늘했다.
하지만 시로코는 이제 뒤척일 체력조차 없다. 그렇기에 그 목소리의 발신원을 찾을 수 없다.
관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신이 죽어도 괜찮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괜, 찮아......"
"자신이 죽어도 모두는 괜찮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응."
"그럼, 자신은? 이대로 죽어버려도 정말로 괜찮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어?"
"......그, 건――"
시로코는 생각한다. 멍한 머리로, 어차피 죽을 테니까 라며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정말 이대로 죽어도 괜찮은 걸까?
몇 초간 충분히 생각한 결과, 도출된 대답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라는 지극히 뻔한 대답이었다.
"――괜찮을, 리가 없어......! 아직, 아직 더, 모두와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런,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그렇구나. 만약 여기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어?"
"모두가, 보고 싶어......! 만나서, 이야기하고, 언제나처럼......――!!"
죽고 싶을 리가 없다. 살아있는 이상은 살아있고 싶은 게 당연하다. 괴로운 건 싫다. 외로운 건 이제 싫다.
그래서 시로코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앞에 서 있을 수수께끼의 존재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니까! 도와줘......!!"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반쯤 내려치는 듯한 모습이면서도, 마침내 그 손은 닿았다.
손가락 끝에서 바스락거리는 무기질적인 소리가 난다.
"......어?"
아무리 시로코라도 이것에는 당황했다. 아니 뭐, 이 공간에 온 이후로 당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당황했다.
필사적으로 손을 뻗은 그 끝에 있었던 건 즉흥적으로 가져온 촬영용 드론이었기 때문이다.
"으응.......?"
설마 싶긴 하지만. 자신은 드론을 향해 도움을 청하고 있었던 걸까. 환각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았다고는 해도, 역시 이건 부끄럽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시로코는 정말로 우연히 어떤 일이 떠올랐다.
(어라? 그러고 보니 나, 여기 오기 전까지 아름다운 하늘 풍경을 촬영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떠오른 것은 지금도 눈에 익은 그 경치. 맑은 하늘과 흰 구름의 대비가 마치 그림 같다고 느꼈던 기억.
하지만 이 공간에 들어온 뒤로는, 아무리 하늘을 올려다봐도 구름이라고는 어디에도 없었을 텐데.
옆으로 아무리 이동을 반복해도 소용이 없었다. 무한히 이어진 도로는 시로코를 붙잡은 채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옆의 이야기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게 있다.
(......설마, 위에 비밀이 있어......?)
한 번 그렇게 생각하면, 망상이라 해도 이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할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면 그것에 의지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결정되면 더 이상 말은 필요없다――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로 죽고 만다――이래도 안되면 정말 죽을 뿐이다. 그렇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시로코는 모 아니면 도, 일생일대의 승부를 시도하기로 했다.
(부탁이야...... 이걸로......!)
기동한 직후부터 떠오른 드론에 시로코는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이제 팔에 힘은 들어가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은데, 극한 상황의 괴력이라고 해야 할까.
전신의 통증을 견디는 동안, 드론은 점점 상승하기 시작한다.
5m. 이미 어깨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10m. 전신이 경련하는 것 같다.
15m. 더운 걸 넘어서 춥다. 위가 뒤틀리는 기분.
20m까지 올라온 순간.
시로코의 눈앞에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아, 역시, 아름다워――!"
――시로코는 드론에서 손을 놓고 말았다.
아무래도 탈출한 모양이라고, 그렇게 인식해 버린 순간 전신의 근육이 이완된 것이다. 여태껏 전력을 다하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곳은 지상 20m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몰라도 현재 시로코는 쇠약해져 있다. 그런 상태에서 낙하해버리면 목숨을 잃기에는 충분할지도 모른다.
낙하하던 중 시로코는 바로 밑에 평범한 도로로 돌아와 있는 것과 흩어진 자신의 소지품이 거기에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정말로 돌아온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어떻게 한다. 모처럼 살아서 돌아왔는데, 이런 일로 죽다니.
(응, 어쩔 수 없어...... 운에 맡기겠지만, 이대로 떨어질 수 밖에 없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것도 잠시.
시로코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한 목소리가 근방에서 울려퍼진다.
"시로코쨩!!"
다음 순간, 시야를 가리는――아침햇살 같은 분홍색.
아아, 살았다. 시로코는 그렇게 판단하고 진심으로 안심했는지, 그대로 의식을 내려놓고 몸을 맡겼다.
007
후일담이라고 할까, 이번 일의 결말.
시로코는 이후 아비도스 시가지의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 그러나 이쪽 학원 자치구의 병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D.U. 시라토리구의 대형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본래라면 당연히 후유증이 남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지만...... 그 부분은 타고난 터프함으로 커버된 모양이라 3주 정도의 입원으로 어떻게든 된다고 한다.
애초에 시로코 본인은 그 입원 조치도 거부했던 것 같지만――대책위원회 멤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 것 같다. 지금은 얌전히 침대에 누워 있다. 참고로 현재 입원 1일째.
그렇다고 할까, 괴기 현상에 휘말린 게 6시간 전의 일이었다.
대단히 터프하지만, 키보토스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다.
탈출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할까, 방법은 간단했다.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은 「신기루라는 개념」(으로 정리해도 될 지는 모르겠으나)에 의해 평면 방향으로 넓게 뻗은 도로 공간이었던 셈이다.
즉 평면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입체적인 움직임으로 도망치면 된다――그런 이유인 것 같다.
사람 한 명을 매달아도 문제없이 비행 가능한 드론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시로코는 죽었을 것이다.
"아니, 시로코쨩, 정말로....... 아저씨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응...... 미안. 어리석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탈출 방법은 이미 알았고, 다음부터는 괜찮아."
"그런 얘기가 아닌데 말이야...... 뭐, 됐어. 살아서 돌아와줬고, 그것만으로."
시로코의 병실에는 현재 호시노가 병문안을 와 있다.
눈치챘다고는 생각하지만, 지상 20m에서 낙하한 시로코를 공중에서 받아낸 것도 호시노이다. 시로코는 호시노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침대 옆 책상 위에는 호시노가 깎아준 사과가 놓여 있다. 한 조각을 베어물자 풋풋한 새콤달콤함이 입안에 퍼진다.
얼마 전 사막에서 죽을 뻔했던 시로코에게는 이런 흔한 것조차도 극상으로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호시노 선배, 잘도 내가 있는 곳을 알았네. 내가 건 전화, 전파가 안 좋아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
"아, 그거? 응, 전혀 모르겠더라. 노이즈가 섞였고, 도중부터는 다른 누군가하고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아...... 그건, 아마 환청하고 이야기한 걸까......?"
시로코는 당시 자신의 언행을 떠올리자 얼굴에 불이 날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눠서 생각하는 건 꽤 어렵겠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화제는 「어떻게 시로코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는가」이다. 호시노는 대강 이유를 설명한다.
"그렇구나...... 그러니까 내 전화가 끊긴 직후, 선배가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내 위치를 찾아달라고 한 거야?"
"응, 그런 얘기지. 세리카쨩이 유괴당했을 때랑 같은 느낌으로 말이야~ ......뭐, 결국 전하고 같은 방법은 쓸 수 없었던 것 같지만."
"......그럼, 어떻게 찾아준 거지? 선배, 뭔가 알고 있다거나......"
"아니~ 전혀~ 솔직히 짐작도 할 수 없지만...... 뭐, 선생이니까. 이런 일, 자주 있잖아?"
"응, 확실히."
시로코가 그렇게 말하자 왠지 우습게 느껴져서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고 웃게 된다.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그것조차 우습고, 즐겁게 느껴진다.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시로코쨩. 그 긴 도로 안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했지."
"아, 응. 환각이었던 거 같긴 해도...... 다만, 어디서 본 거 같은 사람이었어."
"응응, 그 사람. 뭐, 이렇게 됐으니 환각이든 뭐든 좋으니까 알 수 있는 특징만 가르쳐줄 수 없을까? 어쩌면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응,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금방 떠오를 거야. 그래, 그 사람은――"
시로코는 그때 봤던, 얼굴을 알 수 없는 소녀의 특징을 떠올린다. 어째서인지 아마 그 사람이 시로코를 도와줬을 거라고,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해 떠오르는 것이라고 하면.
"――예쁜, 하늘색 장발이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호시노는 눈을 크게 뜬다――하지만 곧 평소같은 멍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와 감개무량하다는 듯 입을 연다.
"......그런가아...... 그럼, 언젠가 그 사람을 만나면 제대로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지?"
"응. 물론. 그 사람이 생명의 은인 같으니 만약 만나면 전력으로 보답하겠어."
"그때는 나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네~"
"......? 어째서 호시노 선배까지?"
"에~? 그거야 물론. 그 사람은 시로코쨩을 지켜준 거잖아? 그럼 나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시로코에게 호시노는 기쁜 듯, 대단히 다정한 얼굴로 분명하게 말을 건넸다.
"『소중한 후배[나의 보물]를 지켜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이야!"
시로코는 다시 얼굴에서 불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시로코 mirage 끝
댓글 14
오
아오모노가타리

넋이 나갔군 얘좀봐~
블끼야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