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소설 시리즈
선생정조보호국 취조 일지
1. 미야코의 경우
8,748 자
취조 기록 : 2417-S-1
담당 취조관 : 발키리 경찰학교 3학년, 오가타 칸나
조사 용의자 : SRT 특수학원 1학년, 츠키유키 미야코
“오. 이건 생각도 못 했군.”
오가타 칸나는 마주 앉은 이의 간략한 프로필과 이 분위기 죽이는 취조실에 오게 된 경위가 작성된 문서를 쓱 보더니 무심하게 책상에 던졌다.
“내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이런 상스러운 이름의 기관. 끌려오는 놈들이 있다면 늑대나 들개, 여우 같은 것들이 올 줄 알았다.”
그러고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머그잔의 커피를 홀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내 앞에 앉는 게 공원에 사는 토끼일 줄이야. 귀관은 어떻게 생각하나?”
“….”
그 물음에 토끼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토마토와 같이 상기된 얼굴에, 조막만 한 입을 앙다물고 시선을 내리깐 채,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이래선 정말 토끼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칸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아꼈다.
“그래. 뭐, 좋다. 이 부분은 이 이상 불문하지. 여기 취조실이 처음도 아닐 테니.”
“…감사합니다.”
“이름.”
“…츠키유키 미야코입니다.”
“소속은?”
“…SRT 특수학원 RABBIT 소대 소대장…, 입니다.”
“RABBIT 소대라…. 예전 일이 떠올라. 귀관의 소대원은 순순히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는데, 귀관은 소대장인 만큼 조금 다르군. 그런데―”
잠깐 말을 쉬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츠키유키 미야코의 행색을 쓱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잘난 소대장이 도대체 어떤 억하심정으로 대낮부터 가만있던 선생님을 겁탈한 거지? 위치는 다르지만, 나도 공안국장이라는 작은 머리를 꿰 차고 있는 몸이니 그거 참 궁금하군.”
“그, 그건….”
“그건?”
“그건! 사고였어요!”
미야코가 무릎 위에 다소곳하게 올려두었던 두 주먹을 바들바들 떨며 소리쳤다.
얼굴은 아까보다도 더욱 붉어져 이제는 터져 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사고? 방금 사고라고 했나? 인적의 왕래가 잦지 않다고는 해도 공원은 사방이 뻥 뚫린 공공장소. 거기서 수영복을 입고 건장한 남성을 겁탈해 현장에서 체포된 현행범 입에서 잘도 사고라는 말이 나오는군.”
“윽….”
사실을 적시 당한 그녀는 미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체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수영복 위에 걸친 가디건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잡아당겨 바로 했다.
체포 당시 선생님이 챙겨준 옷이었다.
“우선 경위를 듣지. 오후 2시경, 소대원들이 외출한 사이 귀관이 직접 선생님을 코우사기 공원으로 불러냈다. 맞나?”
“네…. 선생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모모톡으로 연락드렸습니다. 마침 시간을 비워 두셨다고 하셔서 와주실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부탁드릴 것?”
“스포츠 마사지의 연습 상대가 되어 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스포츠 마사지는 신입생 시절에도 극히 초반에 배웠던 과목이라 까먹기 쉽거든요.”
“흠.”
지극히 그럴싸한 이야기였다.
긴밀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몇 차례 크고 작은 일로 마찰하며 지켜본바, 그녀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영 미심쩍은 반응들이 눈에 띄었다.
부끄럼은 감추지 못해도 표정은 훈련된 포커페이스로 속이고 있고, 시선 처리 또한 의심받지 않도록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저 가만있지를 못하고 줄곧 꼼지락대는 발가락은 어쩔 생각인가?
숨기는 게 있다고 자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뭔가 더 있군.
칸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래서 스포츠 마사지랑 수영복을 입은 게 무슨 상관이지?”
몸매가 과시되는 소재에다 청순한 레이스가 달린 수영복.
누가 보아도 훈련용 혹은 교육용으로 설계된 게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딱 나이에 어울리는 귀여운 디자인이었다.
“처음부터 입고 있던 게 아닙니다.”
“그럼, 뭐. 선생님에게 교태라도 부리려고 갈아입었다는 얘긴가?”
“아, 아니요…. 교태라니, 그런…. 단지 입고 있던 교복이 더러워져 세탁을 위해 갈아입었습니다.”
“더러워질 일이 있었군.”
“…제가 실수로 케이크를 교복 위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야기가 이어지질 않는군. 나랑 스무고개라도 할 생각이라면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숨기는 거 없이 진술하지 않으면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 나도 모른다. 가까운 쓰레기 매립지나 하수도 처리장에서 궂은일이 하고 싶은 거라면 마다하진 않겠다.”
“지금 협박하는 건가요? 그런 블러핑…”
“아, 알다마다. SRT 학원의 학생들은 포로로 잡혔을 때를 대비한 훈련도 사전에 철저히 받았다고 들었다. 이 부분은 귀관의 소대원과 똑 닮았군.”
“알고 계신다면…”
“이 기관은 비록 임시라는 명목을 띠고 있긴 하지만, 샬레의 선생님의 요청으로 창설되었다. 귀관이라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겠지. 앞서 말한 두 곳 말고도 귀관이 좋아 죽을 만큼 봉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차고 넘친다.”
“….”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지. 무슨 목적으로 선생님을 불러냈지?”
“어, 얼마 전에 선생님께서 몸이 많이 굳으셨다고 한탄하시는 걸 들었기에…. 아시다시피 저희 레빗 소대는 선생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도움을 드리고자 연습 상대를 부탁드리는 구실로 뭉친 근육들을 풀어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아니. 귀관은 그런 이유로 선생님을 부른 게 아니야. 그런 이유라면 그게 굳이 오늘이었어야 했나?”
정곡을 찔렸는지 미야코의 발가락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오늘은 1월 7일. 귀관의 생일이군. 애초에 이 추운 날씨에 그런 이유로 수영복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귀관이 아무리 혹한의 추위로 단련되어 있다고 해도 분명 더 좋은 수가 있었을 테니.”
이윽고 당혹감이 표면으로 터져 나와 버린 미야코의 얼굴을 보며 씩 웃었다.
“이제 그만 순순히 자백하도록. 귀관도 취조관의 억측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은 죄보다 버거운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지 않나.”
“…알겠습니다. 그, 그런데…, 그전에…, 혹시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티슈를 받을 수는 없을까요?”
“갑작스러운 얘기군. 여기 있다.”
뚱딴지같은 부탁이 얼떨떨하긴 했지만, 정말로 자백하기로 마음먹은 듯 보였기에 선뜻 물티슈 몇 장을 뽑아 건넸다.
그러더니 물티슈를 쥔 손을 책상 밑으로 쓱 내리더니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닦아내는 듯했다.
그 순간부터 취조실에 은은한 꽃향기가 감돌았다.
“뭣….”
“죄송합니다. 자꾸 흘러내리는 게 신경 쓰여서…, 심문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서….”
칸나는 깜빡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했다.
지금 그녀가 이 자리에서 상대하고 있는 건 여태 취조해 왔던 일반적인 강력범들 아닌, ‘선생정조보호국’으로 끌려온 골때리는 학생이라는 것이다.
“…그럼 계속하지….”
현재 호박 같은 주황색 조명등이 가운데를 비추고 있는 이 취조실에는 사과 내지 토마토가 두 개 있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겹친 두 손 위에 턱을 괴고 말없이 마주 보았다.
아까의 왠지 모르게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더는 없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야릇함과 환기되지 못한 꽃향기만 감돌고 있었다.
큰 결심이라도 했는지, 미야코가 눈을 번뜩이며 정적을 깼다.
“…맞아요. 전부 다 핑계였어요.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원래 이런 기념일을 일일이 챙기는 성격은 아니지만…, 모처럼 이기도 하니…. 축하받지는 못하더라도 선생님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더니 한 차례 심호흡하고 말을 이었다.
“결단코 말씀드립니다. 생색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코우사기 공원에 도착하셨을 때 그 손에 들고 계시던 게 뭔지 아시겠나요?”
“뭐였지?”
“케이크였어요. 견식이 좁은 제가 봐도 고급스러운 순백의 토끼 모양 케이크요. 말씀드린 적도 없는데 제 생일을 알고 계셨던 거예요.”
“그거참 좋았겠군. 그래서 못 참고 그랬나?”
“아니요. 얕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학생이기 이전에 SRT 특수학원의 학생. 이 정도 달콤한 유혹으로 평정심을 잃거나 하지 않아요.”
여기가 어디인지 그새 까먹은 모양이지.
칸나가 코웃음 치며 중얼거렸다.
“선생님과 케이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핑계이긴 했지만,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진짜였기에 성심껏 마사지도 해 드렸습니다. 그러다 제가 실수로 옷에 케이크를 떨어뜨렸고…, 그…. 수영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미야코는 제 입으로 수치스러운 속내를 줄줄이 발설하는 게 도무지 낯간지러워 몸을 배배 꼬았다.
“예…. 칸나 국장이 말한 대로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입었습니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다른 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한테는 기껏해야 수영복 정도였던 지라….”
“…그래. 이쁜 수영복이긴 하군.”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후의 날씨가 워낙 추워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던 모양인지 선생님께서 품을 활짝 열고 말씀하시더군요. ‘핫팩으로 데워놨으니, 여기로 들어오라고.’ 말이지요.”
“선생님…, 당신은 대체 뭘….”
“사양할 생각도 했습니다만…, 선생님의 가슴팍을 집중해서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같이 키가 크지 않은 학생은 머리카락 끝도 보이지도 않게 거뜬히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광활한 평야가 있었어요.”
“그래서 못 참았나?”
“아니요. 저는 끝까지 싸웠습니다. 비록 선생님 품에 들어가 캥거루처럼 몸을 숨기는 꼴이 되었지만, 좋은 생일선물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즈음에서 만족을 그치기로 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지? 듣자 하니, 귀관은 섣불리 선생님에게 달려들 거나 할 것 같지 않은데.”
“…선생님께서 귓가에 속삭이듯 말씀하시더군요. 어째서 생일인 걸 얘기해 주지 않았냐고 말이지요. 저는 그런 것에 사사로이 감정을 휘둘리면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기대를 품게 되니 좋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더니 미야코가 참다못해 책상을 손으로 탁 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랬더니! 자기한테는 뭐든 노력할 테니 얼마든지 기대를 품어도 된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여기서 끝났으면 말도 안 했을 거예요.”
“…츠키유키. 조금 진정하는 게 좋…”
“이 교활한 어른은 이미 제가 가슴 속 흙바닥에 토닥토닥 감추어 두었던 것을 눈치채고 ‘미야코가 태어난 날처럼 행복한 날만큼은 어디든 함께 있을 테니,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 하고 들춰내시는데, 칸나 국장!”
“…진정하는 게…”
“이건 제가 아니라 선생님이 유혹하신 거니까요! 그래서…, 그래서…. 후, 후우….”
“그래서 거기서 못 참고 터졌다는 얘기군….”
“네…. 면목이 없습니다…. 못 참았습니다.”
사람 좋은 것도 유분수지, 이 팔불출 같은 어른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칸나는 자애롭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연이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놓고 자기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학생을 생각해 한 말이다.
분명 그리 변론할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개탄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눈이 돌아 버린 귀관은 선생님을 어떻게 한 거지? 현장에서 발견되었을 때는 처참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부터도 진술해야 하나요?”
“그럼 중요한 사건만 쏙 빼놓고 넘어갈 생각이었나? 팔자도 좋은 얘기군.”
자기도 알고 싶지 않다는 듯이 이마를 탁 치는 칸나를 보며 미야코도 덩달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세상이 떠나가라 한숨을 쉬었다.
“…마침 근처에 모에가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로프가 있었어요.”
“로프?”
“그걸로 선생님의 팔을 묶고 제 텐트로 모시고 갔습니다…. 뭐라고 열심히 말씀하시는 것 같기는 했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기억이 안 나네요.”
“…알겠다.”
“알고 계시는가요. 외부에서 오신 선생님은 올려다보아야 머리맡이 보일 만큼 키가 훤칠하고 덩치도 산 같으시지만, 이곳에서는 고작 토끼 한 마리가 올라타고 있어도 꿈쩍도 하실 수 없다는걸요…. 물론, 저는 토끼가 아니지만….”
미야코는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리며 계속해서 진술했다.
“저는 먼저 천으로 선생님의 눈을 가려드렸습니다. 제 최소한의 양심이었을까요…. 학생에게 이런 일을 당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어이가 없군. 귀관에게 속박 취향 같은 게 있을 줄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쩐지 로프를 강하게 조일 때마다 선생님이 신음하시는 게 귀여워서….”
“정말 어이가 없군.”
“그리고 선생님께 키스했습니다. 제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선생님께 들릴지 걱정됐지만, 마침내 그 탐스러운 입술에 저를 겹쳤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황홀해서….”
“귀관이 걱정해야 할 건 선생님 쪽 아닌가?”
하지만, 미야코는 이미 상상에 심취해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 후에는 입고 계시던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어, 우러러보기만 했던 광야를 마음껏 뛰어다녔습니다. 남성의 근육은 생각보다 더 단단했어요….”
칸나는 그녀를 닮은 토끼 한 마리가 드넓은 초록 평야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언제부터인가 미야코의 상세한 진술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와 그림을 그려대는 통에 조금씩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다음은…, 이미 제가 올라탄 시점부터 단단한 바위 같은 게 볼록하게 올라와 있는 게 느껴졌어요. 그게 자꾸만 저를 자극해서…, 참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기분 탓인지 선생님이 그녀의 손길을 따라 소용없는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떠올라 괜히 야시시한 기분이 되었다.
“혹시라도 지퍼 같은 곳에 긁혀 피부를 상하실까 조심스럽게 바지를 벗겼어요.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남성의 몸에는 용이 한 마리 살고 있었군요…. 속옷을 젖히자마자 고개를 처들고 불 같은 것을 방울방울 뿜어 대길래 진정시키려고 움켜쥐었어요.”
“…귀관, 보건 체육 수업은 받았겠지?”
“네…. 그게 어떠한 상황인지 알고 있습니다. 한동안 그 건강한 것을 손으로 애무하다…, 문득 중학교 때 보았던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그걸 입에 넣고 빨면 남성의 입장에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보았던 것 같은데…, 확신은 없었지만, 소대장의 강단을 믿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반응은 있었나?”
“굉장히요. 그때까지는 선생님이 줄곧 몸에 힘을 주고 참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입에 넣고 머리를 흔드는 순간부터 선생님의 고삐가 풀린 것처럼 들썩거렸어요. 괜히 저도 덩달아서 흥분하는 바람에 심취하고 말았네요.”
“용케 그런 걸 입에 넣었군. 나도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형태라고 들었다.”
“…분명 그런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선생님의 것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그렇게 몇 분쯤 반복했더니 팟! 하고 상당한 수압과 함께 묽은 액체가 입안 가득 흘러 들어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필 뿜어져 나올 때의 물줄기가 바로 목젖을 치는 바람에 사레가 들릴 뻔했어요.”
“그건 큰일이었겠군…. 그래서…, 어떤 맛이었지?”
“조금 비릿하고…, 무척 쓴맛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꿀꺽 삼켜 버렸는데, 입안과 혓바닥을 전부 코팅한 것처럼 끈적한 이물감 같은 게 남아서…,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잘 상상이 안 되는데….”
“저도 처음이라 뭐라 설명해 드리기 어렵네요. 그 후에는 선생님의 허리가 축 늘어져 거친 숨을 내쉬기에 힘들어 보이셔서 그만할까 했는데….”
“했는데?”
“분명 그때의 저는 어딘가 이상했던 거 같습니다. 그 모습도 정말이지 사랑스러워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꽃 한 송이가 지치지도 않고 벌떡 선 용 한 마리에게 달려들고 있었어요. 웃기지 않나요? 연약한 꽃송이가 직접 몸을 꿰뚫려 그것을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웃기다기 보다는 조금 무섭게 들리는걸.”
“그 순간만큼은 저도 그랬던 것 같네요. 아래에서부터 거대한 기둥에 전신을 단숨에 관통당하는 것 같아서 뇌와 몸이 서로 할 것 없이 전율했으니까요. 모니터에 흐르던 전기를 끊은 것처럼 수 초 정도 눈앞이 암전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숨을 쉬기 힘들어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컥컥대고 있었어요.”
“아프진 않았나?”
“아프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배꼽 아래를 바탕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시적으로 느껴지고 제 것의 경우는 따로 풀어두지 않아서인지 내부가 거칠게 벌어진 탓에 꽤 아팠습니다.”
미야코는 아직도 그 통증이 얼얼하게 남아있는 아랫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낯선 통증이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이미 훨씬 더 고통스러운 훈련도 완벽하게 수료해 낸 엘리트니까요. 그리고 통증만 있던 것이 아닙니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눈부신 쾌감도 수반되었습니다. 정말 이것만큼은 뭐라고 설명을 해드릴 수가 없네요.”
그러고는 뜨겁고 아련한 입김을 내뿜었다.
무엇을 상상하며 아쉬워하는 것인지 불 보듯 뻔했다.
“선생님과 하나로 이어졌다는 현실과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 와 저를 감화시키는 뜨거운 감각…. 저는 통증이 조금씩 가시기 시작하자 체면 같은 건 전부 잊어버리고 있는 힘껏 몸을 움직였어요. 어떻게 움직이는 게 기분 좋은지, 선생님께서 좋아하실지, 오직 그 부분에만 집중했지요.”
그때, 취조실 안에 있던 인터폰에서 벨이 울렸다.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서 환상 속을 빠져나왔다.
칸나는 어지러워진 탓에 이마를 짚으며 일어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칸나 국장님! 시간 되었으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되셨다면 슬슬 마무리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키리노.”
「네?」
“귀관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지.”
「네?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칸나는 크게 숨을 들이켜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오늘 중 가장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미야코 역시 정신을 차리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여기까지 하지, 츠키유키. 수고 많았다. 그…, 뒤가 더 있는 것 같지만, 이 역시 불문하겠다. 이 이상은 내가 버티지 못하겠어.”
“아니요…, 제 잘못이에요…. 제가, 제가…, 여태 무슨 얘길…. 으, 으아아….”
“아무튼 지금까지 취조한 내용을 바탕으로 귀관의 처분을 내릴 테니, 그렇게 알고 있도록. 그…,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네, 네….”
“마지막은…, 좋았나?”
“네…. 생명의 신비를 느꼈습니다.”
“그렇군. 피임약은 꼭 챙겨 먹도록.”
내가 대체 뭘 들은 건지 모르겠군.
일단 이쪽에도 피임약을 구비해 두는 편이 좋겠지.
조용히 중얼거렸다.
칸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가로저으며 녹음기와 문서를 챙겨서 취조실을 나섰다.
취조 기록 : 2417-S-1
담당 취조관 : 발키리 경찰학교 3학년, 오가타 칸나
조사 용의자 : SRT 특수학원 1학년, 츠키유키 미야코
처분 결과 : 쓰레기 매립지 봉사 활동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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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내가 뭘 써 온 거지?
이거 올려도 되는 거 맞냐?
그냥 야설을 쓴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이거 시리즈 내가 감당할 수 있나 모르겠네 ㅋㅋㅋ
그리고 생일 기념으로 쓴 건데 늦었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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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나면서도 선 안 넘게 잘쓴거같은데
옛날 msg 팍팍친 라면맛나는듯
뭔가 뭔가인데 맛있음 뭔가 읽다보면 이상한데 맛있어서 게속읽는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