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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선생정조보호국 취조 일지 3. 노아와 유우카의 경우 전말 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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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quuu_

본 시리즈는 순서대로 볼 필요가 없음

​

선생정조보호국 취조 일지

3. 노아와 유우카의 경우 (2부작)

―전말 편

​18,471자

​

(1/2)

저는 죄인입니다.

네. 큰 죄를 지었습니다.

아주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그런. 저는 어쩌면 숭고한 우주의 편린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새겼는지도 모릅니다.

저의 우주에는 두 개의 별이 떠 있습니다.

하나는 밀레니엄 타워 꼭대기에서 빛나며 등대처럼 학생들의 바다를 비춥니다. 매일같이 시끄러운 뱃고동을 울려대는 학우들이 암초에 부딪혀 무너지지 않도록 경고를 제시하고, 지금은 모습을 감춘 등대지기를 대신해 내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며, 가장 낮은 곳에 피어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초원에서 샛노랗게 피어나는 어린 해바라기를 비추는 태양처럼. 때로는 종잡을 수 없이 빛나는 태양을 우직하게 서서 지켜보는 해바라기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지고한 별들.

그에 비해 저는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기록하는 보잘것없는 관찰자일 뿐입니다. 우수한 관찰자는 개인의 주관에 휘둘리지 않고 목격한 모든 것을 중립적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14시 30분 01초, 유우카가 선생님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14시 30분 20초, 유우카가 방금 것은 말실수이니 잊어 달라고 말하며 선생님의 등짝을 두들겼다.」

「14시 34분 19초, 선생님이 유우카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14시 35분 05초, 유우카가 학생으로서 하는 말인 것을 알고 있다며 놀리지 말아 달라고 일갈했다.」

「14시 37분 20초, 선생님은 미소로 대신 대답하며 샬레로 돌아갔다.」

그날 제가 두 사람을 보고 무심코 숨은 것은 어째서일까요?

아니. 아니요. 모르는 게 아니에요. 저는 그 이유를 알면서도 구태여 질문하는 거예요. 저는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비루한 자신을 질책하기 위해.

이 기록에는 감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추악하고, 불순한 것이요. 예, 노트에 적힌 문자만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기록이라는 것은 비단 문자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니까요.

앞서 이야기하였듯, 저는. 당신은 일개 관찰자입니다. 저의 세상을 비추는 두 개의 별과는 아주 동떨어진. 그림자를 만들어 그들의 발광성이 바래지 않도록 떨어져서 조심스럽게 궤적을 기록하는 관측자잖아요.

그런데, 무엇보다 객관적이어야 할 기록에 이토록 주관적인 감정을 싣다니요. 언어도단. 구제 불능. 당신은 교만하고, 뻔뻔해요. 그러나 늦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부정을 불식하고 평소의 안정감을 되찾아, 여느 때처럼 그들을 보좌하면 됩니다.

어째서인가요?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나 탐욕스러운가요? 미련한 인간. 그 끝을 알면서 늪에 빠져 자기 딸마저 황금으로 바꾸어 버린 미다스의 손처럼 스스로 후회를 애걸복걸하려 하다니.

아니면 그 결과가 야기하는 지옥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눈이 멀어 버리고 말았나요? 환하던 세상은 쩌적쩌적 무너질 것이고, 당신은 심연 속에 처박힐 거예요.

알아요. 어렵다는 것쯤. 그것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새겼던 그날의 기록. 눈과 귀로, 그리고 천 개의 바늘에 찔리는 감각으로 새겼던 기억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러면 어쩌라는 건가요. 대체 저더러 어쩌라는 거죠? 삭제가 아니라. 네. 지금 말장난하시는 거죠? 잊으라고요? 그런 게 가능했다면 애당초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오만하고 탐욕스럽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저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당신도 알잖아요……. 저에게 다른 길은 없었다는 것을. 아아……. 그만……. 그만……. 질책하지 말아 주세요. 남의 일처럼 함부로 부정하지 말아 주세요.

관찰자가 아닌, 친구로서 그녀와 함께 오랫동안 일구어 왔던 애틋한 추억을, 감정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그의 곁을 함께하며 가슴 설레던 나날과 오늘의 헤어짐에 애달팠던 외로움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저의 품은 하나를 채 껴안을 수 없는 자그마한 지름인데, 분수를 모르고 두 개의 별을 염원했던 거예요.

유우카 쨩과 선생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다만 그 크기는 각자 조금씩 달랐고, 선생님은 다른 학생들과 비슷하게.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깊은 정도로 유우카 쨩을. 하지만 명백하게 그녀에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유우카 쨩은. 네. 그러네요.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지요. 그녀가 선생님에게 보내는 눈빛의 온도는 냉정한 척을 해도,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밀레니엄의 학생이라면 누구든 그 뜻을 이해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몸이 아픈 것은 아닙니다. 그저 두 사람이 해맑게 사담을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니 명치에 천근의 쇳덩이가 들어찬 것처럼 답답해서…….

주에 한 번 정도. 세미나의 임원인 저와 유우카 쨩은 샬레의 선생님과 짧은 미팅 시간을 가집니다. 선생님께서는 무척이나 바쁘셔서, 여유가 있는 날에 저희가 찾아뵙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세미나로 직접 찾아오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세미나와 샬레. 어려운 자리처럼 보여도 매번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은 아니에요. 실없는 주제를 나누는 사사로운 시간도 많답니다. 일주일이라는 지루한 반복됨 속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시간이 초조하게 느껴졌습니다. 유우카 쨩과 선생님의 사이는 갓난아기의 발바닥처럼 작은 보폭이었지만 나날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지독한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늘 웃는 얼굴로 있고 싶어 했던 저는 그 자리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제대로 웃고 있었을까요?

아. 그러네요. 제대로 웃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뜨거운 커피를 식도로 넘기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불안감을 곱씹는 동시에 저는 이래 없던 배덕한 망상으로 황홀경을 보았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아카네 씨. 압류품은 이걸로 전부인가요?”

“네. 전달받은 경로는 깔끔하게 정리했고 추적한 비밀 창고의 수색 분량까지 해서 이게 전부랍니다.”

“과연 대단하세요. 위치 자료를 바로 어제 보내 드렸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후훗. 타이밍이 좋았다고 할까요. 마침 저희 부장님이 아리스 쨩에게 연전연패하셨던 참이라……. 그보다 이런 약물이 밀레니엄 내부까지 흘러들었을 줄이야. 일찍 발견해서 천만다행이네요.”

“그러네요……. 산해경의 비밀 레시피로 조합된 미약……. 어떤 목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곳에 사용될 약물은 아니니까요.”

“블랙 마켓에서 유통해 온 업자를 추궁해 보긴 했는데, 의뢰인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습니다. 직접 주문한 것이 아니고, 정말 가는 실로 목표물을 꿰어내려는 것처럼 불법 거래상을 거치고……, 거치고…….”

“그래도 그동안 추적 중이었던 몇몇 업자들을 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의뢰인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생각해 보도록 하죠.”

“네…….”

“아카네 씨?”

“아. 후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하느라……. 혹시 의뢰인은 처음부터 주문한 물건을 받을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해서.”

“…….”

“일단 압류품의 전달과 보고는 마쳤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슬슬 더 폐를 끼치기 전에 아리스 씨에게 리벤지 매치를 신청하러 간 부장님을 모시러 가야 해서요. 노아 씨도 수고하셨어요.”

부딪히고 찢겨 너덜너덜해진 압류품 종이 상자 2개. 그중 하나에는 수상한 약품이 빼곡했습니다.

저는 위가 시큰거리는 것을 입술을 깨물어 견뎠습니다. 송곳니가 연약한 피부를 찌르고, 파고 들려 하는 하찮은 고통. 하지만 그 고통의 깊이가 더해져 갈수록 하려는 일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통감했습니다.

애틋한 관계에 외부인일 뿐인 제가 두 사람을 가지기 위한 방법이란 무엇이 있을까요.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보면 그런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깔끔하게 포기하고 응원하는 입장을 고수하겠다 다짐했던 거고요.

“보자……, 여기, 이 하얀 알약 있죠? 이게 수면제거든요? 이걸, 한 알을 전부 드시면 효과가 너무 세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반 개만 드셔 보시고 효과가 좀 약한 것 같다 싶으면 그때 가서 한 알씩 드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불면증은 스트레스가 대부분이에요……. 아직 어리신데, 밥 잘 챙겨 드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하지만 아무리 놓으려고 해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매일 밤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해 서로 엉겨 붙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흥분으로 심장이 뛰는 동시에 속이 쓰려 잠이 들 수가 없었습니다.

눈 밑의 그늘이 짙어질수록 저의 상식도 뒤틀려 갔던 것 같습니다. 내면의 무언가가 속삭였어요. 거짓말. 외면하지 마.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있잖아. 방법이 있다면 아픔을 감내하며 포기하지 않아도 되잖아.

저는 굴복한 겁니다.

“유우카 쨩. 여기, 드세요.”

“아. 고마워, 노아. 잘 마실게.”

준비물은 일사불란 손바닥 위에 모여들어 있었고, 남은 건 계획의 점검과 실험, 그리고 실행뿐이었지요.

“……유우카 쨩?”

책상에 엎드려 아무것도 모르고 안식에 빠진 순진한 나의 별들 중 하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흔들어 깨워 보았지만, 대답은 귀여운 새근거림. 내심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며 잠에서 깨길 바랐어요.

꽉 붙잡은 팔이 아팠습니다. 고통은 심장으로부터 태동하며 크기를 키웠고 금방 저를 잠식했습니다.

“미안……. 미안해요……. 하지만…….”

유우카 쨩은 항상 과로하니까요. 가끔은 이런 휴식을 취하는 것도 분명 나쁜 것만은 아닐 거예요.

“으으……. 미안, 노아. 한번씩 이렇게 꼭 잠들어 버리네.”

“저는 유우카 쨩의 자는 얼굴을 느긋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는걸요?”

“무, 뭐? 보, 본 거야? 잠든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네. 귀여운 아기 같았어요.”

“그러지 마! 아으. 사람 부끄럽게……. 막 이상한 표정을 짓거나 침 흘리면서 자는 건 아니겠지……?”

“후후……. 농담이에요. 유우카 쨩이 잠드는 건 대체로 일이 없는 날이니까 저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요. 편하게 휴식을 취해 주세요.”

“으, 응……. 고마워. 확실히 노아가 타 준 라벤더 티가 효과가 있나 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져서 한 번씩 그러네.”

날이 지나가고 죄악은 완성도를 더해 갑니다. 팔에 자국이 남아 욱신거리던 고통의 잔상도 점점 옅어져 갔습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방문하시는 날이었죠. 지금 세미나의 휴게실에는 저와 소파에서 잠든 유우카 쨩 밖에 없어요. 괜히 그녀를 한 번 불러 본 뒤, 다가가 보드라운 뺨을 손가락으로 콕 찔러 봅니다. 완전히 숙면 중인지 눈썹의 미동도 없네요.

그녀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무심코 눈으로 훑었습니다. 지금부터 이 휴게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저는 상상을 해 봅니다.

선생님은 휴게실에 오시면 항상 제가 타드린 커피를 먼저 느긋하게 마십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안부를 가볍게 주고받고, 잠든 유우카 쨩에 대해서 물어보실 거예요. 그럼 저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겠지요.

“요즘 피곤한 일이 많았거든요. 선생님께서 오시기 전에 허브티를 조금 마셨던 게 좋은 효과가 있었나 봐요.”

“그래? 확실히 저렇게 세상 편안해 보이는 표정을 보니까 깨우기는 좀 그러네. 오늘은 자게 두자. 미팅은 우리끼리 진행하고.”

“후후……. 네. 그러면 저는 정리한 자료를 가지러 다녀올 테니 드시면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조금 걸릴 수도 있어요.”

잠깐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십니다. 저는 휴게실을 나와, 그대로 옆에 있는 좁은 회의실에 들어가 이어폰을 낍니다. 준비한 단말기 화면에는 조금 전에 있었던 휴게실의 영상이 그대로 송출되었습니다.

“죄송해요…….”

들릴 리 없는 말을 나지막이 흘립니다. 그날, 선생님이 드신 커피에는 이전에 압류했던 산해경의 미약이 소량 섞여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고요? 알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바라던 상황이었으니까요.

선생님이 유우카 쨩에게 손을 대도록 부추기고, 저는 그 장면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빌미로 선생님에게 안길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유우카 쨩에게 진실을 전하며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자리를 준비하는 것으로 계획은 완성되는 거예요.

이거라면. 이 방법이라면 분명 저도 두 사람의 관계에 파고들 수 있어요. 누구보다 저를 믿어주었던 두 사람의 신뢰에 칼을 꽂고, 비틀어 생긴 틈새로 손을 뻗을 수 있어요.

그래요. 선생님. 선생님이라면 이 상황에서 먼저 어떻게 하실까요? 저는 휴게실을 나오기 전에 유우카 쨩이 입고 있는 재킷의 단추를 풀어 두었습니다.

“으음…….”

육감적이고 탐스럽게 드러난 새하얀 두 언덕. 역시 가장 먼저 그곳으로 시선이 향하지 않을까요? 와이셔츠 단추 사이로 벌어진 간격으로 그녀가 입은 연분홍의 브래지어가 얼굴을 비출 거예요.

선생님의 커다란 손이 조심스럽게 그것을 향해 뻗고 끔찍한 죄책감과 터질 듯한 설렘으로 인상을 쓰며 아래턱을 관통하는 전율에 침을 꼴깍 삼킵니다.

마침내 터져 나오는 뽀얀 봉우리. 그 끝에 수줍게 맺힌 선명한 색의 체리를 선생님은 눈을 떼지 못하고 잠시 바라보다 커다란 손으로 산을 감싸 쥡니다. 갓난아기의 목을 가누듯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주물럭거리며 탄력을 손에 익히고 익숙해진 뒤에는 세상에 남은 것이 둘뿐인 양 양손 모두 그녀의 젖가슴에 파묻습니다.

약 기운은 점점 더 세져 가며,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고 제가 침투시킨 악마의 속삭임은 그의 무거운 책임을 덜어가는 척하겠지요. 까맣게 속아버린 선생님은 아까부터 달콤한 향기를 연신 풍겨대는 동그란 체리에 헐떡이며 입을 댑니다.

“아. 아읏……. 읍…….”

유우카 쨩은 영문을 모르고 무의식 속에서 찌르는 듯한 간지럼을 견뎌 내야 했습니다. 몸을 뒤척이고, 애달픈 교성을 내어 보아도 선생님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듯합니다. 그저 혀를 놀릴 때마다 과즙이 터져 나오는 착각에 매몰되어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 더욱더 세게 빨아댑니다.

“으으……. 흐, 아앗.”

선생님은 폭발할 것 같은 육욕을 유우카 쨩의 허벅지에 짓누르고 있습니다. 사무적인 일이 많은 세미나의 특징 때문에 보기 좋게 살이 오른 다리는 당장에라도 포효할 것 같은 야성을 관용적으로 포용했습니다.

“유우카…….”

찰나의 정적과 함께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본능에 저항했습니다. 죽을 것 같은 인상을 팍 쓰고 힘이 잔뜩 들어가 핏줄이 빳빳하게 올라온 손으로 편안해 보이는 유우카 쨩의 얼굴을 어루만졌습니다.

가까스로 멈춰 선 그는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용암을 식혀 보려고 애쓰지만, 잘 정돈된 속눈썹과 핑크 립을 발라 반들거리는 입술. 땀방울에 살며시 젖어 든 푸른 머리카락. 그녀의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얼굴이 도리어 부채질했습니다.

아아. 이제 선생님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유우카 쨩의 품에 안기겠지요. 올라탄 몸이 낙엽처럼 쓰러지겠지요. 젖무덤에 안긴 젖먹이처럼 얼굴을 파묻고 사납고 흉측한 본능을 유우카 쨩의 다리 사이에 진 그늘에 들이대겠지요.

“아…….”

그런 상상의 연속에 저의 몸은 그와 함께 달아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닿을 수 없고, 그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망상하는 것은 굉장히 쓴 다크 초콜릿과 달큰한 밀크티의 조화. 저는 그 배덕이라는 이름의 티 파티에 홀딱 젖어 들었습니다.

“…….”

“……선생님?”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저의 기대를 배신했습니다. 그는 잠든 유우카 쨩에게 시선을 흘기며 안절부절못할 뿐, 저의 망상처럼 손을 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커피에 탄 미약의 양이 부족했던 걸까요?

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오늘을 위해서 직접 미약을 섭취하며 적정량을 파악했어요. 선생님께서 드신 양을 제가 마셨을 때는 견딜 수 없는 공허한 마음과 외로움을 위로하느라 새벽을 꼬박 새웠을 정도니까요.

>미안해, 노아. 오늘은 급한 일이 생겨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 오늘 안건은 다음 주에 몰아서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정리해서 리스트로 만들어 보내 드릴게요. 오시기 전에 한 번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선생님은 모모톡과 함께 그대로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절정에 이르러 가던 고양감은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고, 저는 손가락 끝에 남은 눅진한 아쉬움을 손수건으로 닦아낸 후 멍하니 회의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아으. 여긴……. 아. 헉. 노아? 지, 지금 몇 시…….”

“후훗. 아직 3시예요. 좋은 꿈은 꾸셨나요? 유우카 쨩.”

“아직이라니! 미, 미팅은? 선생님은?”

“금방 돌아가셨어요. 급한 일이 생기셨다고 해요. 오늘 안건은 다음 주에 봐주시겠다고 하시던걸요?”

“그, 그래? 으으……. 하필 선생님이 오는 날에 잠들어 버리다니. 내 정신 좀 봐…….”

“선생님께서 귀여운 얼굴 잘 봤다고 전해 달라고 하시던데요? 후후…….”

“무, 뭐!? 봤어? 아, 아니. 노아, 너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으으……. 아, 앞머리 이상하진 않았겠지?”

유우카 쨩은 조금 전까지 무방비한 몸에 음흉하게 뻗어 있던 시커먼 마수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채, 손거울을 꺼내 앞머리를 툭툭 정돈했습니다.

“노아? 괜찮아? 안색이 안 좋은 거 같은데…….”

“네? 아……. 괜찮아요. 몸이 조금 뻐근해서요.”

“같이 스트레칭이라도 할까?”

“좋아요. 후후.”

그 순간까지도 심장은 다소 격정적으로 뛰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크고 작은 감정들이 스미며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검산해 보면 그것은 필히 제가 선생님을 얕보았다는 점이겠지요.

오늘 일로 선생님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셨을지도 몰라요. 유우카 쨩도 마찬가지이고요. 미팅이 잡힌 날에 잠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또 이런 벌이게 된다면 금방 들통나고 말 거예요.

(2/2 다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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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0.04창작

소설) 선생정조보호국 취조 일지 3. 노아와 유우카의 경우 전말 편 1

#우시오 노아#하야세 유우카#소설
좋아요 0댓글 9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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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DC
타케루토작가
게시물 4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X
게시일2024.10.04 23:45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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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나
ㅇDC
ㅇㅇ124.10.04

후속작이 나오는데 9개월이 걸리는 소설이 있다?! 일단 잘 먹겠습니다..

ㅇDC
ㅇㅇ224.10.04
디시콘
ㅇDC
ㅇㅇ324.10.05

살아있었구나

ㅇDC
ㅇㅇ424.10.05

아니 필력 뭐임? 순식간에 홀린 듯이 다 읽었네

타DC
타케루토작성자24.10.05
디시콘
ㅇDC
ㅇㅇ524.10.05

전것부터 다 읽고 왔는데 솔직히 선생도 즐기는거 아니냐

타DC
타케루토작성자24.10.05

딱 머리로는 거부하고 싶어 하는데, 몸은 거부 못 하는 느낌으로 어영부영 휩쓸리는 중 ㅋㅋ

ㅇDC
ㅇㅇ524.10.05

나름대로 허들을 놓으려고 한게 보호국 개설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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