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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모노톤의 달빛이 어둠을 비추고 서늘한 바람이 일렁이는 새벽. 창가에 턱을 괴고 내뱉은 한숨은 굉장히 뜨거운 것이었습니다. 초점을 잃고 게슴츠레 뜬 눈은 환상을 보고, 달아오른 뺨은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붉어져 있었습니다.
이미 저는 합리와 이성만으로 이 일을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늘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물들을 기록해 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 뒤로도 저는 꾸준히 두 사람의 이야기에 개입하기를 호소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 변화에도 눈치채지 못한 채, 점점. 점점 중독되어 갔습니다.
서너 번 정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날을 거듭할 때마다 저는 커피에 탄 미약의 양을 조금씩 늘려 갔습니다.
선생님과 유우카 쨩. 두 사람만 남은 적막한 휴게실에 여느 때처럼 느긋하고 명랑한 숨소리가 전주가 되어 깔렸습니다. 언뜻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몇 번이나 단조로운 저음만 반복되던 이 흐름에 커다란 악센트가 생겼습니다.
커피를 홀짝이던 선생님이 주위의 눈치를 살피다 마침내 소파에 누운 유우카 쨩에게 바들거리며 손을 내민 것입니다.
동요하는 눈동자가 그녀의 굴곡을 훑고, 금단의 과실을 감추고 있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비굴한 손놀림으로 풀어냈습니다.
“유우카……. 유우카…….”
“으응…….”
선생님은 그녀에게 입술을 맞추어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곱씹어 혀에서 혀로 끈적하게 흘려보냈습니다.
“……으음.”
무드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탐욕스러운 키스. 선생님의 본능은 유우카 쨩의 혀를 유린하고 수 분이 지나고 나서야 자유를 주었습니다.
“하아……. 아아…….”
유우카 쨩이 숨이 차서 뒤척이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게 늘어진 투명하고 끈적한 가교는 그녀의 가슴, 그리고 허벅지까지 이어져 핥는 것을 멈추지 않았어요. 제가 상상했던 그대로의 광경은 경이로웠고, 극도의 흥분 상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브래지어를 가슴 위로 밀어 올리자 부드럽게 퉁겨져 나온 가슴은 좌우로 늘어져 미미한 열기를 뿜어 댔고 선생님은 먹이를 쟁취한 짐승처럼 과실을 입에 머금었습니다.
“아윽…….”
갑작스러운 감각에 유우카 쨩이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일수록 선생님은 봉긋한 과실의 꼭지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빨거나 꼬집거나 살살 굴리며 몰두했습니다.
이어서 한손이 거칠게 그녀의 배꼽을 지나 치마끈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어른의 여유일까요. 선생님은 마치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아래가 어떤 구조인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듯 능숙하게 손가락을 놀렸습니다.
“으으으……!”
소파의 쿠션이 유우카 쨩의 허리를 튕겨 내자 선생님은 의식이 없어 무거워져 있을 그녀의 두 다리를 밀어 올린 뒤 활짝 벌렸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얼굴이었어요. 선생님도, 유우카 쨩도. 절대 다른 사람한테는 보여줄 수 없는 야릇한 표정. 그걸 엿보고 있다는 사실이 아찔한 쾌감을 빚어 번개처럼 내리쳤습니다.
은밀한 공간에 얼굴을 파묻은 선생님의 머리가 움찔거릴 때마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든든해 보이던 그녀의 다리가 위로 뻗은 채 파들파들 떨었습니다. 대체 어떤 느낌일까요. 역시 기분 좋은 거겠죠?
선생님의 행위가 과격해져 갈수록 숨이 거칠어진 저는 어느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이미 푹 젖어 버린 계곡을 문질러 애달픔으로 현을 켜고 연약한 교성으로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좀 더 강하게…….”
저는 선생님께 작게 부탁했습니다. 속으로는 그만두어 달라고, 유우카 쨩이 아닌 저를 품에 안아달라고 애원하는 한편, 바짓가랑이 너머로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저 선생님의 원초적인 ‘본능’이 하얀 피부만큼이나 순진한 그녀를 잔혹하게 꿰뚫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이내 그 본능을 밖으로 드러냈습니다.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어요. 훨씬 더 그로테스크하고, 흉측한 물건. 눈이 휘둥그레진 저는 걱정과 동시에 선생님의 저것이 제 안에 들어오는 느낌을 상상하며 절정했습니다.
“하아윽……. 저, 저런 게……. 몸 안으로…….”
쥐어짜 내듯 허리를 조여드는 오싹한 쾌락에 들썩거리는 동안 선생님은 빳빳하게 서서 굽힐 기색이 없는 그것을 닫혀 있던 유우카 쨩의 입술 사이에 억지로 불쑥 밀어 넣었습니다.
“으으음……!”
유우카 쨩은 순식간에 뿌리까지 빨려들어 온 그것을 무엇인지도 모르고 입을 오므려 반사적으로 빨아댔습니다. 때때로 기도가 막혀 괴로워 보이는 표정과 몸짓은 폭주하는 그를 자극했고, 선생님은 평소에 잔소리가 많은 그녀의 입을 벌하려는 듯 거칠게 운동했습니다.
타액과 함께 찰팍거리는 소리와 틀어막힌 신음이 불협화음을 만들었고 행위는 점점 속도를 더했습니다.
“윽…….”
“으읍……! 케, 케흑…….”
유우카 쨩은 뿜어져 나오는 액체를 모두 삼키지 못하고 콜록거렸습니다. 몇 번의 기침 끝에 진정되자, 고개는 힘없이 기울었고 목구멍까지 잔뜩 더럽힌, 새하야면서도 시커먼 체액이 상기된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신기했어요. 그렇게나 다정했던 선생님이 이토록 난폭하고 야성적으로 그녀의 입을 유린하고, 우윳빛의 뽀얗던 유우카 쨩의 피부에 수많은 혈관이 떠오르며 붉게 물든 모습이. 기괴하고 이질적인 감상.
선생님은 헐떡이는 유우카 쨩의 몸을 돌려 엎드리게 한 후, 허리를 당겼습니다. 이전보다도 훨씬 적나라하게 드러난 국부는 만개한 선홍색의 꽃잎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투명한 꿀이 흘러내려 소파에 얼룩을 만들고 그는 전혀 진정되지 않은 그것을 곧장 들이밀었습니다.
“아으윽……!”
뭉툭한 창이 가장 깊은 곳을 단숨에 꿰뚫고 간드러진 단말마와 함께 유우카 쨩의 등허리가 굽으며 튀어 올랐습니다. 선생님이 말 위에 올라타 고삐를 당기듯이 그녀의 한쪽 팔을 당기며 행위를 반복하자, 중력에 떨어진 두 가슴이 파도처럼 출렁댔습니다.
땀이 흐를 정도로 헐떡이는 유우카 쨩의 가냘픈 목소리와 살을 맞대는 천박한 울림이 계속되었고 휴게실 바깥까지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게 아닐까 우려스러울 정도로 격정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도무지 고개를 숙일 것 같지 않던 선생님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도 저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고 있는 것은 저의 일이 아닌데, 마치 소파에 누워 있는 것이 제가 된 것처럼 몰입해 있었고 세 번. 아니, 네 번이었을까요. 정신이 아득해지는 황홀경을 목도하고 나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라……?”
손가락 사이로 끈적하게 늘어지는 액체와는 다른 것이 제 허벅지 위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어째서…….”
이 욕망의 덩어리 같은 비극 속에서 저는 분명 죄를 지은 악인의 역할일 텐데, 흐릿해진 시야. 뜨거워진 눈시울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뻔뻔한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한 명이 앉아 있어도 좁고 삭막한 개인 회의실, 동그란 책상 위에 놓인 손수건에 물이 흥건한 손도 닦지 못하고 손등으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아아. 정말 끝이구나. 손을 대면 으스러지는 설탕공예품을 다루듯이 하던 사랑도, 영혼의 반쪽처럼 늘상 붙어 다니며 단단하게 친애하던 우정도. 전부. 끝이구나. 그런 허울은 전부 끝나고 내게 남은 것은 추한 욕망뿐이구나.
“으흐윽…….”
눈두덩이 뻐근해질 때쯤, 간신히 추스르고 평소의 업무로 돌아온 저에게 잠에서 깬 유우카 쨩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노, 노아? 선생님은?”
“……먼저 돌아가신 것 같아요.”
뒤처리를 어떻게 하신 건지, 불과 삼십 분 전까지 선생님의 아래에 깔려 두 다리를 벌려지고 앙앙거리는 교성을 흘리던 그녀의 모습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단지 아직도 얼굴에 잔열이 남은 모양이라 은은하게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그, 그래? 아……. 에? 노아? 눈 밑이 엄청 퀭한데……. 설마 울었어?”
“네?”
아차 싶었어요. 탁상 거울에 비친 저는 초점이 없는 차가운 눈을 뜨고 있었고, 서둘러 방긋 웃으며 수습했습니다. 이대로 잠시 후회에 잠겨 있으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다고 인제 와서 돌아갈 수 있는 길 같은 건 없으니까요.
“후후……. 그럴 리가요.”
눈물이라는 것은 유우카 쨩처럼 순수하고 투명한 것일 텐데, 제가 흘린 건 무척이나 더러웠는걸요.
“정말로?”
“네. 하지만…….”
“하지만?”
“눈물이 날 만큼 오후 업무가 밀려 있답니다♥”
“……? 자, 잠깐! 시간이! 시간이 언제 이렇게……!?”
꽤, 멍하니 있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좋아하는 강의를 들을 때도, 세미나의 업무를 볼 때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요. 누군가 괜찮냐고 물어보면, 대수롭지 않게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매일 밤이 되면 어두컴컴한 이불 속에서 그때의 기록을 꺼내 보았습니다.그녀의 가냘픈 목소리 떨림과 그의 격렬한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이불 속 작은 공간에서 생생하게 상영되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아…….”
며칠 뒤면 다시 선생님께서 세미나에 오실 예정입니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이 났는데, 어째서인지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좋아해요…….”
문득 아침의 햇살처럼 포근하고, 다정한 시간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하는 기억력 때문에 습관적으로 세상의 존재들을 책 속의 활자처럼 여기고,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이성과 진실, 합리만으로 모든 것을 기록해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적인 것들이 무뎌졌습니다.
저와는 달리 감정이 풍부한 유우카 쨩은 제가 차가운 기억 장치가 아닌, 사람으로 있게 해 주었고, 모든 것이 따뜻하신 선생님께서는 온기를 통해 무채색의 한 페이지 같던 세상이 봄날에 만개한 벚꽃처럼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매일같이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고 선생님의 온기와 손길을 갈망하는 이 감정은 분명 사랑이겠죠. 하지만……. 선생님의 눈동자에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죄송해요……. 읏……. 죄송합니다…….”
선생님. 공평하지 않은 사랑은, 순수하지 않은 사랑은 정말로 사랑일까요? 불순한 욕망으로 겁박해서 쟁취한 사랑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저는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아침해를 맞이했습니다.
“선생님. 여기. 그리고 말씀드린 자료예요.”
“고마워. 그……, 저번에는 얘기도 없이 돌아가서 미안해.”
“아……. 후훗. 괜찮아요. 분명 그럴 만한 일이 있으셨을 테니까요.”
노트북의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 종이를 넘기는 소리. 커피를 홀짝이는 소리와 유우카 쨩이 새근거리는 소리. 별거 아닌 소음들이 넘쳐나는 적막 속에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은 명백하게 저의 눈치를 보고 있었고, 지금까지와 달리 저는 자리를 비우지 않았습니다.
“……이게 저번 분기 자료지?”
저는 선생님이 마신 것과 같은 커피를 몇 번 홀짝거린 뒤,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네. 그리고 이게 말씀드린 동아리별 학원 교류 현황이에요.”
“그렇구나. 꽤 순조롭네.”
“그렇죠? 후후. 선생님 덕분에 그동안 교류가 적었던 학원들과도 징검다리가 생긴 거니까요. 희망률은 계속 늘 전망이에요.”
“그런데, 노아. 그…….”
“네?”
“오늘은 뭔가 다른 일이 있다거나 하진 않아?”
“왜 그런 걸……?”
“아. 요즘 미팅 때마다 바쁜 일이 있는 것 같길래. 혹시 오늘도 그런가 해서.”
선생님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노트북의 화면을 덮어 두고 맞은편에 앉은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아니요. 오늘은 아무 일도 없답니다.”
“노아?”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 표정이시네요. 선생님.”
“으, 응?”
“혹시 제가 오늘도 바쁜 일이 있고, 이 방을 나선다면……. 또 유우카 쨩에게 손을 댈 생각이셨나요?”
노골적으로 묻자, 선생님의 동공이 밤눈을 뜬 고양이처럼 커졌습니다. 저는 다가갈수록 반사적으로 몸을 빼는 선생님의 손을 놓치지 않고 붙잡았습니다. 미세한 경련이 느껴졌습니다.
“아, 알고 있었어?”
“물론이죠.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어떤 표정으로 그러셨는지, 어떻게 블라우스를 벗기고, 잠든 유우카 쨩을 어떻게 다루셨는지……. 전부. 한순간도 빠짐없이 기록했답니다.”
“어째서…….”
“선생님.”
저는 그대로 선생님의 품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동안 홀로 쌓아왔던 외로움과 울분을 터뜨리듯이 그의 옷깃을 꽉 쥐고 바들거리는 입술을 열었습니다.
“저는……. 저는 안 되나요?”
“잠깐, 노아. 진정……”
“지금 선생님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고 있어요.”
“지, 진정하고. 일단 좀 떨어져서 얘기를……. 안 돼. 만지면 안 돼. 노아.”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이거 때문, 아닌가요? 이렇게 딱딱하고 제 손으로는 쥘 수도 없을 만큼 커다랗게……. 그래서 누구보다 학생을 소중히 하시던 선생님께서 무방비하게 잠든 유우카 쨩을…….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저한테는 죄책감 같은 거 느끼실 필요 없이 품고 계신 모, 모든 걸…….”
선생님의 큼직한 손을 억지로 당겨 저의 맥박 치는 가슴을 쥐게 했고, 상상만 했던 아찔한 감각에 탄성이 절로 새어 나왔습니다.
“이건, 이건 그러니까. 내 의지가 아니라…….”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저를……, 저를 봐주세요. 못 봤던 걸로 해 드릴 수 있어요. 유우카 쨩의 허브티에 수면제를 탄 것도, 선생님의 커피에 미약을 탄 것도. 전부 저니까요.”
“응?”
“에?”
“에.”
정말 짧은, 그 찰나의 순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이해하기까지, 생각의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플래시백처럼 두 사람의 표정이 차례차례 지나가며 저는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유, 유우카 쨩……. 자고 있던 게…….”
분명 소파에서 곤히 자고 있던 유우카 쨩이 몸을 벌떡 일으켜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거기에 놀란 듯하셨지만, 유우카 쨩과 저의 안색을 살피시더니 ‘대강 알겠다.’ 말하며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설마 하긴 했는데, 노아가 벌인 일이었구나.”
“에, 잠깐. 잠깐만. 에? 선생님이 노아한테 시킨 게 아니었어요?”
“아니……. 유우카. 상식적으로 내가 대체 왜 그런 일을 노아한테 부탁해?”
“그, 그거야……, 이런 게 선생님 취향이신 줄로 알고…….”
“오해야. 오히려 나는 처음에 유우카가 노아에게 부탁해서 이런 상황을 만든 줄 알았어. 그땐 마침내 유우카가 평범하게 덮치는 걸로 만족하지 못하게 됐구나, 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했지.”
“제,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거야말로 터무니없는 짐작이라구요!!”
두 사람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저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주저앉아 어떻게든 상황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유우카는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 거야? 자는 척인 줄은 몰랐어.”
“어……. 언제였더라? 저, 저도 잘…….”
“……그 반응을 보니 그때도 깨어 있었구나.”
유우카 쨩은 상기된 뺨을 손가락으로 민망하게 긁적이더니 소심하게 끄덕였습니다. ‘그때’가 언제를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네…….”
대답과 동시에 선생님은 방아깨비처럼 자리에서 튀어 오르시더니 유우카 쨩에게 석고대죄하였습니다.
“미안해! 선생이라는 놈이 그런 거 하나 자제를 못 해서 학생에게 그런 짓을…….”
“흐, 흐음……. 그, 그래도 몇 번이나 힘들게 참으시면서 돌아가신 거 알고 있어요.”
“아니, 처음부터 깨어 있었던 거야?”
“아니요. 아마……. 세 번째쯤부터……. 일 거예요……. 노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선생님이 오시는데 자꾸 잠드는 게 싫어서, 허브티를 마시는 척만 했거든요…….”
“……미안해.”
“으음……. 괘, 괜찮아요. 분명 선생님이 잘못하신 거지만? 사, 사실……. 저도 막 그렇게 나쁘지마는……. 오히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해 주셨으면……. 하는데…….”
“안 돼.”
“네? 어, 어째서인가요! 사람이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으으…….”
“사실을 알게 됐으니 이런 건 오늘로 끝이야.”
“……거짓말. 선생님, 그러면서 당번 학생들이 애가 타게 부탁하면 다 들어주고 계신 거 알고 있거든요?”
“윽……. 내가 그래서 칸나한테 부탁까지 한 건데……. 아무튼, 오해는 어느 정도 풀린 거 같고. 당사자한테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
“그러네요. 우. 시. 오. 노. 아.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나, 선생님은 의심해도 노아는 믿었는데…….”
“나도 좀 믿어 줘…….”
두 사람이 인상을 팍 쓰며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일평생 겪어 본 적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순수한 눈물이 눈꼬리에 방울방울 맺혔습니다. 불쑥 겁을 먹은 저는 바싹 마른 입술을 뻐끔거리기만 하며 벽에 부딪힐 때까지 뒷걸음질 쳤습니다.
“아. 그……. 그게…….”
“기분 탓이 아니었던 모양이네. 요즘 노아의 눈빛이 어딘가 어둡다고 생각했었거든.”
“사실 저도 조금 느꼈어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노아가 세미나에서 멍때리는 걸 자주 봤거든요.”
“그게…….”
어느새 마음속에 드리워 있던 시커먼 먹구름과 공들여 세웠던 계획 같은 건 전부 와르르 무너져 있었습니다. 부모님에게 혼이 나는 어린아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미지에 대한 기묘한 공포와 수치심. 그리고 미지에서 피어나는 호기심이 사고를 지배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셨던……, 거예요?”
“처음? 처음은 보자, 벌써 몇 달 전이더라. 아마 유우카가 샬레에서 샤워하고 나온 나를 덮친 게 처음…….”
“으, 으아아아악!!”
유우카 쨩이 재빠르게 선생님의 입을 틀어막고 터질 듯이 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렸습니다.
“그, 그걸 그렇게 낱낱이 직고하시면……!!”
“아, 알겠어. 유우카의 체면은 지켜주도록 할게.”
“이미 다 까발렸잖아요!”
“그래서, 노아? 왜 그런 거야?”
“아…….”
저는 솔직히 대답할 면목이 없어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고 해도 제가 엎지른 물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아까 노아가 선생님한테 한 얘기……. 역시 노아도 선생님을…….”
“…….”
“좋아하는 거지……?”
“네?”
“그걸 내 앞에서 물어보면 어떡해…….”
저는 그 대답에 고개를 가로저어 부정해야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제 예상보다도 훨씬 깊었던 두 사람의 관계에 폐를 끼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어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얼굴이 뜨거웠고,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랬구나.”
“정곡이네요. 흐응……. 역시 그랬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노아가 이렇게까지 흐트러지다니…….”
“정조보호국이라는 발키리의 신생 부서까지 있는 이 혼돈의 키보토스에서 이 정도의 순수함을…….”
“선생님. 혹시 저를 겨냥해서 하시는 말씀은 아니시죠?”
“유우카……. 다른 학생도 유우카처럼 최소한의 선만 지켜준다면 소원이 없겠어.”
“……생각해 보니 저도 처음 알게 된 게 학원 안에서 강제로 당하고 계신 걸 봤을 때였네요.”
“그……. 일단, 아무튼. 나, 나는 이만 가 볼게.”
“잠시만요, 선생님.”
유우카 쨩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 하는 선생님의 어깨를 낚아채 자신을 바라보도록 돌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게슴츠레 눈을 뜨고 몸을 밀착시켜 어딘가 야릇한 손짓으로 선생님의 허리춤 아래를 문질러 댔습니다.
“이런 상태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아니. 그래서 빨리 돌아가려고……. 슬슬 참기 힘들어서…….”
“아…….”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지퍼를 여는 소리와, 유우카 쨩의 능란한 손길이 선생님의 누적된 욕망을 밖으로 꺼내놓았습니다. 거칠게 으르렁대는 그것은 투명한 액체를 뚝뚝 흘렸습니다. 유우카 쨩은 먹이를 눈앞에 두고 침을 흘리는 야생동물을 다루는 조련사처럼 그것을 애지중지 손으로 달랬습니다.
“그만…….”
“안 돼요. 그리고 저기 보이시잖아요. 여자아이가 용기를 내서 부끄러운 이야기를 했는데, 못 들은 척 그냥 가신다고요?”
“…….”
“노아가 잘못한 건 사실이니까. 이번 일은 선생님이 직접 벌을 내려 주세요.”
저의 심장 고동은 두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커져 있었습니다. 상상과 단말기의 화면 안에서만 보았던 비현실적인 광경과 떨어져 있어도 강하게 풍겨오는 수컷의 내음은 정상적인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평소에는 철벽같은 노아한테 잔뜩 당했지만……, 지금은…….”
선생님의 눈이 그날, 잠들어 있던 유우카 쨩을 범했을 때와 같이 무섭게 변해 갔습니다. 그녀가 등을 떠밀고, 선생님이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저는 아무런 자극도 없이 허리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아……. 결국 이렇게…….”
선생님.
저는 죄인입니다. 마음껏, 벌해 주세요.
***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즉시 출동하도록 하죠. 네.”
“칸나 국장님! 부르셨나요?”
“키리노.”
“네?”
“선생님이 자수하셨다.”
“네?”
전말 편 FIN.
취조 편으로 이어집니다.
―
이 시리즈는 거의 9개월 만에 쓰네 ㅋㅋ
야설 너무 어려움…….
애초에 내가 야설을 쓰고 싶은 건지 야설인 척 하는 다른 걸 쓰고 싶은 건지 모르겠음.
3P 취조 편도 최대한 빨리 써 올게…….
댓글 16
ㅁㅊ 개꼴리네

아니 애당초 진짜로 자는 게 아니었으면 헤일로가 켜져 있으니까 들키잖앜ㅋㅋㅋㅋㅋ
그 부분 고증은 살짝 가리고 썼음 ㅋㅋ 근데 헤일로는 숨 같은 거라서 이게 맞을지도
나도 소설 쓰면서 기절한 척 하는 전개를 넣으려다가 뒤늦게 생각나서 폐기한 적이 있거든 그거랑 별개로 미야코랑 시로코편도 방금 읽고 왔는데 역시 몰입감 쩔더라. 필력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