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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우시오 노아, 황홀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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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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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꿈틀꿈틀 힘없이 침대에서 기어 나와서는 불안한 발걸음으로 휘청거리며 싱크대를 향한 나는 뱃속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시큼하고 쓴맛이 입안에 남는다. 미뢰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지독한 맛. 냄새도 고약하다. 그런 추악한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나 자신에게 질리면서도――이것을 기록하지 않는 것 또한 내 성격이 허락하지 않았다.

몽롱한 시야로 토사물을 처리하며 슬리퍼를 신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맨발인 채로 방에서 빠져 나오고 말았다.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 발바닥이 몹시 시리면서도 그 외의 부위의 모든 것은 열기를 가지고 있어 언밸런스하다. 뺨이 유난히 뜨거워서 그걸 녹이기 위해 입에 물을 머금고, 뱉는다.

"퉤."

위가 굼실굼실 움직이는 것처럼 구역질이 계속되고, 멈추지 않는다. 내 것이 아니게 된 촌충처럼 느껴져 우울해진다.

그대로 몇 번인가 입을 헹궈 제대로 씻어낸다. 하지만 싱크대에는 시큼한 냄새가 남아 있었다. 환풍기를 돌려봤자 당장 해결되지는 않겠지. 이대로라면 언젠가 역겨운 냄새가 배어들겠구나, 그렇게 어렴풋이 생각했다.

한밤중, 갑작스러운 메스꺼움으로 일어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컨디션이 무너지기 쉬운 체질――인 듯하다. 대단히 사소한 일로, 그야말로 스케줄이 조금만 어긋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하려고 했던 일을 못 하게 되거나, 할 생각이 없었던 일을 하게 되거나.

오랜 기록이, 내 신체를 알려 준다.

이번 원인은 무엇일까. 세미나의 과잉 노동일까. 분명 작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몸이 아팠을 텐데. 추워지면 예정이 꽉 차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게 스트레스가 된 걸지도 모른다. 한 가지 요인이 스트레스가 됐다기보다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쌓여버린 거겠지.

자기 증상의 유래에 짐작 가는 게 있으면 안심이 된다. 아무 의미도 없이 토해내기만 하면 머리도 따라주지 않는다. 연말이고, 바쁜 건 당연하다.

벽에 시선을 보냈더니, 이제 곧 한 해가 끝나는 것 같았다. 달력 표지를 찢고는 접어서 버린다.

――12월. 섣달. 세미나가 이렇게 바쁘니 선생님도 아마 바쁘지 않을까. 평소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이지만, 역시 이 시기는 특히 더 그럴까.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을 상기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 주는 세미나가 바쁘다는 이유로 당번에서 제외되고 있었다. 유우카쨩도 선생님을 보지 못하는 기간이 계속되고 있는 듯하니, 슬슬 스트레스 해소를 겸해 샬레에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후후."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일로 발산하는 건 어딘가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유우카쨩을 샬레로 끌어들이면 그녀는 분명 싫어하면서도 뺨을 물들이고 「뭐 슬슬 선생님도 서류를 쌓아두고 있을 테니 말이야!」 라고 단언할 거다.

뇌 속에 생생하게 분노와 수줍음을 섞은 그녀를 떠올리자 조금은 기분이 가라앉는다. 항상 보는 그녀를 상상하는 것 정도는 나에겐 쉽다. 짙은 보랏빛 투 사이드 업 헤어를 흔들며 보이지 않는 꼬리와 긴 귀를 흔들겠지.

아직도 내장은 메슥거리지만, 비교적 편해졌다. 다시 한번 입을 헹구고 냉장고를 연다.

"......"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텅 빈 위를 채울 무언가는 거기에 없는 듯하다.

――지금부터 침대에 들어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의미 없이 계속 일어나 있을 수도 없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협박적인 동기부여가 내 등을 걷어찼다.

횡격막이 깜짝 놀라 호흡이 흐트러진다. 이런 밤에 뭔가 이루어야 하는 일도 없겠지――그러나, 그런 걸 알고 있어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모티베이션이 움직이고 말았다. 뭔가 성취감이 필요했다.

"조리...... 이런 시간에? 애초에 식재료도 없고――업무...... 아니, 대외비니까 여기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샤워...... 지금 들어가면 토할지도. 아니면...... 으음."

멍한 뇌수는 명확한 대답을 떠올리지 못했다. 괜찮아졌다고는 하지만 구역질 자체가 가라앉은 건 아니다. 위 속에 뭔가 들어 있지 않아도, 위액을 짜내듯 토해 버리는 것이다. 몇 번이나 반복한 일이었지만 익숙해지는 일은 아니다.

맞아. 순간적으로 번뜩였고, 나는 한 장의 카디건을 걸쳤다. 조금 두꺼워 밤에 껴입기엔 딱 좋다.

조금 걸어가면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있었을 거야. 몇 분 안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잠깐의 심야 배회다.

――그래. 밤을 걷자.

가끔은 이런 날이 있어도 좋을지 모르고――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기분도 편해지겠지.

아주 조금――가슴이 뛴다. 하지 말아야 할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그것을, 규율을, 지금부터 어기고 말 거라는 기대가 내 발을 움직였다.

O

양말을 신지 않고 샌들만 신고 밖에 나온 걸 나는 진작에 후회했다.

숨을 내쉬면 금세 하얗게 물들어 버린다. 벌써 12월이고, 이에 대해선 내 예상이 물렀다. 생각해 보면 작년에도 이 계절이 되면 나는 옷을 껴입었을 텐데, 완전히 머리가 멍하니 있었기 때문에 생긴 폐단이었다.

그래도 몸이 따뜻하니까 갔다 돌아오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커피를 사러 가는 거고, 조금 몸이 식어도 문제는 없겠지.

――그리고.

이 뜨거워진 몸을 식히는 데 키보토스의 밤바람은 딱 좋았다.

밤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한산했고――낮과 같은 번잡함 없이 조용하다. 조금 귀를 기울이면 금방이라도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려오는 이 거리에서 고요함은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세계――내가 모르는 세계로 내디딘 것 같은 설렘이 있었고, 그것이 내 샌들을 다시 뛰게 한다.

점차 코끝이 추워지고――만지면 차가워져 있었다. 그대로 숨을 내쉬면 손끝이 살짝 젖어서――신기하다.

생각해 보면 밤에 밖에 나간 적은 없었다. 세미나의 사정상 밤늦게 집 문을 두드리는 일은 그렇게 적지 않지만――이런 시간에 집을 나서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마도 나는――규율을 어기는 걸 두려워했던 것 같다. 밤에 밖을 나간 정도로 뭔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 벌을 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호하면서도 두려운 비전이 떠올라 외출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밤을 두려워한 게 아니라, 외출을 두려워했다. 그것에 무엇 때문이냐고 물어도, 그다지 명확한 대답은 할 수 없다. 왠지 모르게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어릴 때 부모에게서 훈육받은 말이 어른이 되면서 희미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뭐, 당연한 훈육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로서도 어린 내가 갑자기 늦은 밤에 집을 나서면 걱정할 테고――애초에 밤은 자는 시간이다. 거리조차 고요히 잠들어 사람 하나 걷지 않는다. 그런 정적의 틈을 굳이 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도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금제를 깨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딱히 밖에 나간다고 해서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살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내게 재앙이 닥치는 것도, 죄를 짊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알고 있어도, 뛰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대단하지 않은, 익숙한 풍경일 텐데――그것이 단지 어둡다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다른 세계로 비치는 건 무엇보다 흥미롭다.

기록해 둬야지. 품에 손을 넣었다가 평소의 메모장을 깜빡했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스마트폰까지 두고 와 버렸다. 주머니에 든 동전을 제외하면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들뜨기만 해서 여러 가지를 깜빡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양말만은 신고 와야 했다. 약간의 후회와 그 이상의 기대를 안고 나는 밤을 나아간다.

한동안은 즐겁게 걷다가 이윽고 자판기에 도달했다. 도로를 비추듯 강한 빛이 비치지만, 잠잠해진 아스팔트는 나를 반겨주기는커녕 그저 그곳에서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선생님?"

"여어, 안녕."

"어째서...... 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서."

"그건 내 대사인데. 심야 배회라니, 좋지 않은걸."

"......"

하얀 외투를 입은 장신의 남자는 등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고개만 움직여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든다. 히죽 웃자 가라앉은 분위기가 흘러넘쳐 나오는 듯했다.

"조금――잠이 안 와서요. 커피를 사러."

"그렇구나...... 이런 시간에 여기서 만난 것도 뭔가 인연일까. 어떤 게 좋아?"

"어...... 음, 죄송합니다. 돈, 갖고 와서요. 제가 낼 수 있어요."

"그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억지를 부리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말하고 한 걸음 물러선다. 역시 우연히 만났다고 해서――마실 걸 사달라고 할 수는 없다.

"노아는 어떤 걸 좋아해?"

"이 커피요."

덜컹. 자판기가 토해낸 커피를 꺼낸다.

"――――아."

"?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구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입을 헹궜다고는 해도, 시큼한 냄새가 나는 여자라고 여겨지는 건 참을 수 없다.

적어도 그는 나를 좋아해 줬으면 하고――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나는 그를 좋아했다.

"안 추워? 그 모습, 조금...... 눈에 안 좋은데."

"꺅...... 자, 잠깐, 선생님. 야한 눈으로 보시면 안 돼요."

"안 봤어, 안 봤어."

"그건 그것대로 제 여자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기록할 테니 철회해 주시겠어요?"

"야한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성직자면서......?"

"외통수구만."

선생님은 껄껄 웃었다. 나도 덩달아 조금 웃었다. 쥔 커피의 뜨거움 따위는 알지 못하고,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어째서 여기에?"

"자판기를 둘러보는 게 취미야."

"......금시초문이군요. 상당히 특이한 취미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라멘이나 우동 같은 게 나오는 자판기를 좋아하는데, 키보토스에는 잘 없단 말이지."

――그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본 적은 없지만, 핫스낵이 컵라면을 그 자리에서 따뜻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자동판매기. 비교적 비싸고, 편의점에서 사는 게 싸고 맛도 좋다고는 생각하지만――그것도 포함해서 그의 취미인 거겠지.

취미란 대개 그런 거다. 무의미함은 무가치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선한 생선을 먹고 싶으면 사면 되는 거고――낚싯대를 한 손에 들고 멍하니 있을 필요는 없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취미지만, 그것을 취미인 사람의 기분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또 유우카쨩에게 혼날 거예요. 유우카쨩, 슬슬 영양사 자격증을 따지 않을까 싶어요."

"칼로리까지 관리하게 되면 정말로 헤어 나올 수 없을 거 같네. 패스트푸드에는 원재료나 성분 표시에는 적혀 있지 않은 특별한 영양소가 담겨 있거든."

"어머. 어떤 영양소인가요?"

"마음을 따뜻하게, 풍요롭게 하는 거야. 효능만으로 따지면 백약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

"선생님은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만."

"가끔은 마셔. 계속 야채만 먹으면 몸을 망치는 거 하고 마찬가지야."

"......후후."

변명이 너무 필사적이어서 내가 먼저 꺾이고 말았다. 억누르려던 웃음이 새어 나와 멈출 수 없게 됐다.

"노아, 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있어?"

"즐거워 보이시나요?"

"응. 늘 쓰고 다니는 가면을 벗은 거 같아."

"――네. 있었어요. 즐거운 일."

그는 가끔 굉장히 날카로운 말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무리 잘 처신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결국 그의 손바닥 안일 뿐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유도하는 것 같으면서도 유도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감각이 지금의 나에겐 기분 좋았다.

"이 자판기, 구성품이 미묘하죠."

"평소 보기 힘든 상품이 늘어서 있으면 무심코 눈길이 가더라. 노아는 커피를 좋아했던가."

"네. 평소에는 마시지 않으려고 합니다만――이건 대단히 달콤한 거예요. 오늘은 특별히 마시려고요."

"나한테만 영양소 얘기를 해도 괜찮은 걸까?"

"꽃다운 나이의 소녀에게 그런 주제를 꺼내는 건 좋지 않아요."

"나는

"......그래서. 선생님의 마음에 든 건 어떤 건가요?"

"나? 오뎅 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고 그는 툭 버튼을 눌렀다. 오뎅 캔이었다.

확실히 옆에는 오뎅이라든가 콘포타주라든가 줄지어 있는데, 왜 하필 오뎅일까.

"싫어? 오뎅."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실제로 사는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에요."

"아하하. 그래서 아직 계속 입고되는 걸지도 모르겠네. 날에 따라서는 단팥죽이나 콘포타주도 사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밤에는 오뎅이 제격이지."

"......"

결국 전부 사는 건가.

"술에 어울리나요?"

"으응? 지금은 맨정신이야. 게다가 나는 오뎅을 음료수라고 생각하니까, 술과 함께하면 안 된다고 할까."

"......맛있나요? 술."

"맛있어. 노아하고도 같이 마셔보고 싶네."

"......그럼, 조만간. 제가 스무 살이 되면 마시죠."

"아하하. 그래도, 그렇게 되면 큰일이네. 너희들이 스무 살이 될 때...... 모두 함께 술을 마셔야만 하겠어."

확실히 키보토스 내의 모든 학생과 이런 약속을 하고 있으면 몇 년 후에는 매일 술을 마셔야 할지도 모른다.

"안 돼요, 선생님."

"뭐가 안 돼?"

"저하고만 마셔주세요."

"......그건 또. 꽤 독점적이네."

"네. 오늘은 교복을 입지 않았고, 심야 배회까지 하는 나쁜 아이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심술을 부리겠어요."

"유우카랑 마시지 않아도 돼?"

"저와 얘기하고 있으니 다른 여자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사귄 지 1개월째인 여친......?"

"경험이 있나요?"

"노코멘트......!"

"우후후."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은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하지 않는 게 좋은 일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선생님은, 저하고만 술을 마시는 거예요."

"약속은 할 수 없겠는걸."

"어째서 선생님은 제게 심술부리시는 건가요?"

"나는 지극히 진지하게 노아와 마주할 생각이야. 그야말로 사랑하는 딸과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알코올, 정말로 안 들어 있는 건가요?"

"너무 오버한 건 사과할게."

그렇다고 할까――딸처럼 대하고 있는 거라면, 어차피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까지 선을 긋는다면 당신의 사랑스러운 딸의 소원 한두 가지쯤 들어주셔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만?"

"새벽 2시를 넘겼는데도 무서울 정도로 완성된 로직...... 파고들 틈이 없네. 졌습니다."

"그럼 제 승리니까 선생님은 저하고만 술을 마시는 거예요. 우후후."

"노아야말로 취한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밤이니까, 말도 술술 나오고."

그렇게 말하며, 정말 그 말대로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말이 많았고――그저 의미도 없이 선생님을 휘두르고 싶기 때문에 두서없는 말로 선생님을 옭아매고 있다.

밤에 취해있다고 느꼈다.

"제 생일은 기억하시나요?"

"4월이었나."

"13일입니다. 기억해 주세요."

"가능한 한 기억해 두겠지만...... 조금은 깜빡해도 괜찮겠지?"

"안 돼요. 제대로 기억해 주세요."

"그때가 돼서도 노아랑 같이 있는다면, 괜찮을 거 같은데."

"......"

"......"

"멋진 말로 넘기려고 하셨나요?"

"들켰다."

"정말이지, 실례 아닌가요? 한창때의 소녀에게――선생님?"

"그러게, 정말로. 역시 나도 취했을지도."

"술은 안 드시지 않았나요?"

"밤에 취했어."

――두근두근. 심장이 한층 강하게 뛴다. 견딜 수 없어 돌린 시선이 하늘로 향하고――달에 멈춘다.

구름이 갈라진 사이, 어두운 밤을 가리는 천개(天蓋)가 활짝 날개를 펼치며 우리를 감싸고 있다.

밤을 독점하는 우리를 비추듯 달빛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자동판매기의 불빛이 강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신기했다. 마치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가면을 떼어놓았다고도, 평상시에는 쓰지 않는 반짝이는 가면을 썼다고도 생각했다. 어쨌든 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부여받은 우시오 노아가 되어 있었고――선생님 또한 평소와는 다른 역할을 부여받은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스텝을 밟듯 가볍게, 튕기듯이, 쿵쾅쿵쾅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느새 뺨이 뜨거워지고, 두근거리고, 시야의 윤곽이 흐려져 선생님밖에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왜?"

"즐겁네요."

"밤을 즐길 수 있다면, 이제 노아도 훌륭한 어른일지도 모르겠네."

"그럴까요."

"어른이라는 건 밤을 살아가는 존재야. 아이들이 잠든 후에 천천히 몸에 시동이 걸리는 거지. 태양이 비치는 동안에는 강렬한 빛에 눈이 부셔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어. 이런 어슴푸레한 달밤이 우리 어른들에겐 딱 좋은 거야."

그 말의 의미는, 마치 내 말투처럼 에둘러서 알기 어려웠지만――어째서인지 지금의 나는 알 것 같았다.

분주하게 흘러가는 매일, 숨 쉴 틈도 없는 업무. 넘치는 일이 눈사태처럼 밀려들고, 정신을 차리면 몸을 쉴 틈이 없다. 그래도 침대에 들어가면 해가 뜨고 당연하게 아침이 온다.

――그렇기에, 밤은 어른의 시간인 듯하다. 그래서 나는 분명 밤을 두려워한 거겠지.

밤은 집에 숨어서 가만히 있는 시간. 부모님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그게 내게는 옳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시간을 사는 존재는 어린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

하지만――

"꽤 말을 아름답게 하시는군요."

"노아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만 수다쟁이가 되어버리네."

"어머, 상관없어요. 아니면 그건가요? 제게 취한 건가요――그렇게 말해야 했나요?"

"......아하하."

스친 듯 그는 웃는다. 조금 부끄러워져서 나는 입술을 부루퉁 내밀었다.

"그럴지도."

"......"

"안 되지, 안 돼. 묶어둘 게 없으면 무심코."

"괜찮아요. 저, 좋아하니까요――선생님의 기록을 다루는 거."

"슬슬 메모장도 다 차가는 거 아냐?"

"진작에 네 권째예요."

"뭘 적으면 네 권이 되는 거야......?"

"그거야, 선생님의 전부요."

"나는 노아가 모르는 곳에서도 살고 있는데."

"네, 그러니 제가 아는 한에서, 저의 모든 게 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피식 웃었다. 어째서 웃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도 그에 이끌려 생긋 뺨을 끌어올렸다. 웃는 선생님을 보는 게 왠지 너무 좋아서, 나는 웃었다.

"슬슬 샬레로 돌아가야겠네."

"일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사후 처리일까. 멀리 나왔고, 모처럼 나온 거기도 해서 여기까지 다리를 뻗은 거야."

"도와드릴까요? 원래부터 잠이 안 와서 산책할 생각이기도 했고......"

"그렇게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고, 노아."

"?"

"이제 잘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그 말을 듣고 나는 시선을 떨궜다. 깨닫고 보니 가슴속에 맴돌던 메스꺼움은 사라져 있었고, 내 마음속은 고요했다.

"――――아아, 그렇군요."

작게 숨을 들이쉰다. 찬 공기가 폐에 닿아 기분 좋다.

작게 숨을 내쉰다. 입가가 아주 조금 따뜻해져, 마지막 더러움을 토해낸 것 같았다.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노아에게 좋은 걸 가르쳐 줄게. 힘든 일이나 곤란한 일이 있으면 밤에 두고 오면 돼."

"......밤에?"

"그래. 밤에 두는 거야. 그래서 아침이 되어도 줍지 않고. 그저 거기에 놔두는 거지."

"그건, 잊어버린다는 건가요?"

"멋지게 우회적으로 표현했으니 우회적인 채로 받아줘......"

"아, 아아, 의도를 헤아리지 못해서......"

아하하, 흔한 쓴웃음을 흘린다.

"두고 가도 괜찮은 것은 있어. 전부 다 가져가야 하는 건 아니야. 어른은 밤을 살지만, 낮에도 움직여야만 하니까――"

두고 가도 괜찮은 것.

두고 가면 안 되는 것.

"――그게 능숙하게 밤을 사용하는 방법이야."

"그런 거야."

"......"

"그럼 슬슬 노아도 돌아가야지. 너무 밤늦도록 깨어있으면 감기 걸려."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응. 다음에 봐, 노아."

그렇게 말하고 작게 손을 흔든다. 역시 나도 덩달아 손을 흔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기록, 안 해도 괜찮아?"

"네, 상관없어요."

그야――이런 말들을 기록할 수는 없다. 이 밤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분명 부끄러움에 기절하고 말 테고, 경솔함에 후회하고 말 테니까. 기록하지 않는 게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평범한 공백이 무가치를 의미하지 않듯이.

게다가, 수첩은 두고 오기도 했고.

O

딸깍, 소리가 나더니 뚜껑이 열렸다. 완전히 미지근해진 캔커피를 기울이고, 나는 걷기 시작한다.

집에 가면 이를 닦아야지. 아니, 귀찮기도 하고 가글로 끝내도――그런 생각을 하고 나는 조금 웃음을 흘렸다.

완전히 취해 버린 것 같았다. 평소의 나라면 분명 생각하지 않을 일이었겠지.

아니면 이 밤에, 좋지 않게도――해서는 안 되는 일에.

물들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

입가가 올라가서 돌아갈 것 같지가 않다. 열에 들뜬 듯 둥실거리는 발걸음으로 나는 천천히 귀로에 오른다.

"......후."

새어 나오는 입김이 소리를 가졌다.

"......후, 후."

지금의 얼굴은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후훗, 우후후."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은――우시오 노아가, 거기에 있겠지.

"아아――――정말로, 좋아해."

작게 내뱉는다. 그런 말은 밤에 어둠에 빨려 들어가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그걸로 좋았다. 그게 좋았다.

"좋아해......"

좋아, 하는 걸까. 누가, 누구를?

생각할 것도 없다. 말로 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나답지 않게 굳이 그것을 직접적인 말로 한다.

"나는――우시오 노아는, 선생님이, 좋아."

――그래, 나 다웠다.

말로 하고 확실히 알았다. 아마 그렇겠지. 말로 하지 않으려 했지만 분명――아니, 십중팔구, 아마, 뭐, 그런 거 같다.

그건 너무――나답지 않다. 우시오 노아 답지 않은 감정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밤이고, 나는 밤에 취해 버렸으니까.

가라앉듯, 무너지듯, 흐르듯.

나는 밤에 굴러떨어지고.

"좋아해♡"

뛴다.

"좋아해♡"

튀어 오른다

"――정말로 좋아해♡"

터진다.

"우후후――......아하하."

반복할 때마다 말이 몸에 스며드는 것 같음에도.

그림자에 말을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점차 달리던 발소리가 리듬을 타며 밤에 퍼져 파문을 옮기듯 나를 흔든다.

"......앗차."

나는 중간에 멈춰 서서 손에 든 캔을 한 번 더 기울였다.

달콤하기만 한 커피. 평소에는 전혀 마시지 않고, 마시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그래도 때때로 강하게 원하게 된다. 특별한 걸까. 특별할지도.

이런 시간에 설탕을 섭취했다는 사실을 유우카쨩이 알게 되면 얼마나 놀릴지 상상할 수 없다. 평소 선생님에게 그렇게나 말해놓고, 유우카쨩이 조금이라도 디저트를 먹으면 바로 놀리는 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노아도 좋아하잖아」라며 역시 보이지 않는 꼬리와 긴 귀를 흔들겠지.

"이건 두고 가야지."

빈 깡통을 쓰레기통에 던진다. 깡, 하는 아이 같은 소리가 났다.

소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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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2.01번역

소설핫산) 우시오 노아, 황홀한 밤

#우시오 노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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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kasa_작가
게시물 3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4.12.01 23:59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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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나
ㅇDC
ㅇㅇ124.12.02

캬

ㅇDC
ㅇㅇ224.12.02

노아아앙

ㅇDC
ㅇㅇ324.12.02
디시콘
ㅇDC
ㅇㅇ424.12.02

정실은 누구? 노아.

ㅇDC
ㅇㅇ524.12.02

맛있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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