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M #드라마 #말쿠트
원본 by 空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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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4>
<1>
샬레에 말쿠트가 자주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기 외모가 지닌 특이함을 그녀도 잘 알고 있는 것인지, 오래 머무는 법 없이 용건이 끝나면 즉시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인간의 기본적인 영위에 관한 지식은 입력되어 있는지 대중교통 이용법 등의 초보적인 의문은 없지만,
가끔 철학적인 질문을 몇 가지 툭 던져놓고는 다른 학생과 마주치기 싫다며 다시 날아가 버린다.
과장 없이 말 그대로.
밀레니엄이 아니라 굳이 샬레로 찾아오는 이유는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란다.
그쪽 지인들에게 의문의 파편들을 부딪치면 나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유익한 토론을 할 수 있겠지만,
반면 '차라리 목줄을 채워두는 게 낫겠다.'라며 강경 수단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에 샬레로 온다던가 뭐라던가.
역시 선생으로서는 훌륭한 대답이 역부족이기에, 말쿠트는 의문만을 남긴 채 즉시 날아가 버린다.
붙임성도 없이.
으음, 음 음.
얼굴을 보고 안심할 수 있으니 그녀의 행동 자체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선생은 곤경에 처해 있었다.
'선생이라는 인간의 척도로 이루어진 해석'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게 금방 나올 리도 없고 말쿠트가 다시 날아올 때쯤이면 대화의 주제가 이미 바뀌어 있으니까.
끙끙 앓는 고민이 하나둘 착실히 쌓여가고, 대수로운 일은 아닐지라도 선생은 곤란해하고 있었다.
"있잖아, 말쿠트."
그렇기에 선수를 쳐서, 새로운 질문이 덮어씌워지기 전에 이전 질문의 답을 들려주면 된다—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선생은 말쿠트에게 말을 건넨다.
양손으로 감싼 머그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후후 불며 식히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시선만을 건네며 다음 말을 재촉한다.
"지난번의 그, 트롤리 딜레마 말이야. 나름대로 해석인데……."
모자란 머리로 쥐어짜 낸 그 답을 부디 들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배움에 일조가 되었으면 한다.
오로지 선의뿐인 마음으로 선생은 해석을 입 밖으로 내려 했으나,
"아아, 그 건에 대해서는 이쪽에서 스스로 해결했으므로 문제없습니다."
~~~?
진지하게 대답하면 돌아오는 게 이 모양이다.
사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선생이 진지하게 답하려 하면 말쿠트는 냉정하게 잘라 버린다.
적어도 듣기라도 해달라고 부탁하려 해도, 마치 과도한 참견을 싫어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쿠트는 눈매를 가늘게 뜨며 거절한다.
대체 뭐야. 뭘 원하는 거지.
도대체 그녀는 무엇을 바라는 것인가……??
지성이 넘치는 두뇌일지라도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순수한 생명이기에, 그 감성으로는 철학적인 질문을 삼켜내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해서 진지하게 상대해 주고 있었지만, 요즘은 왠지 그저 단순히 놀림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어 견딜 수가 없다.
이래서는 마치 나 혼자 헛수고를 하고, 겉돌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답을 준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은 잘 알았지만, 조금 더 아량을 보였으면 좋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그 사이에 시간이 다 되어 말쿠트가 슬슬 날아가 버릴 때가 왔다.
배웅이라도 하려고 벌떡 몸을 일으키자, 이미 떠날 채비를 마친 말쿠트가 서서 이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등불처럼 희미한 빛깔의 눈동자에 꿰뚫려 여전히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선생이 한쪽 눈썹을 실룩이는 것을 보자마자,
"…후훗."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2>
샬레에 묘한 소문을 남기고 싶지 않아 금방 날아간다.
즉, 그 요인을 거슬러 올라가 복장만 바꿔버리면 문제없지 않을까.
던져진 의문이 세 자릿수에 달했을 무렵 두 사람은 깨달았고, 선생이 교복을 준비해 곧바로 옷을 갈아입기로 한다—까지는 좋았는데.
"아니야!! 말쿠트!! 스커트는 머리에 쓰는 게 아니라고!!"
이 꼴이다.
벽과 눈싸움을 하고 있자니 "완료했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와 뒤를 돌아본다.
샴푸 캡처럼 스커트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아래는 홀딱 벗은 그녀. 선생은 벽에 이마를 들이받았다.
"어렵군요……. 지식은 있습니다만, 막상 행하려니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선생님,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무리라니까!“
"어째서입니까?“
"전라니까 그렇지!!"
벽을 향해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반향된 자신의 목소리에 반고리관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등 뒤의 소녀는 어디까지나 무심한 태도로 담담하게 말해온다.
"나에게 생식기에 해당하는 부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령 있다 해도 현시점에서는 숨겨져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망설일 필요가?“
"윤리의 문제야!“
"윤리입니까……. 인간은 흥미롭군요.“
"즐기고 있는 거 아니야?!“
"글쎄요. 어떨까요."
최종적으로 입히긴 입혔지만,
약간 사이즈가 맞지 않아 옷 끝자락 사이로 여기저기 보이는 속살을 생각하면 제대로 직시할 수 없는 현실은 매한가지였다.
<3>
샬레의 건의함에는 다종다양한 고민거리가 접수된다.
하나같이 본심과 겉치레가 뒤섞인 말들뿐이라 선생조차 판별할 수 없는 사항도 있지만,
그런 번거로운 일을 앞장서서 맡는 것도 연방수사부의 업무다.
게다가 격식 차린 요청에 섞여 선생에게 감사를 전하는 편지라던가,
모모톡으로는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상의 사소한 일, 기뻤던 일을 써 내려간 편지도 도착하곤 한다.
이제 건의함의 의의가 의심될 법한 단계지만, 항상 업무에 쫓기는 선생에게 그런 학생들의 일상은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런 유쾌한 말들 사이에 섞여, 단 한 장 묘한 편지가 있었다.
네 번 접힌 종이를 펼치자, 연필로 그린 듯한 어떤 풍경의 모습이 나타난다.
수신인도 발신인도 보이지 않는 그것. 그림이라기보다는 구도가 좋지 않은 사진 같아서, 문외한이 보기에도 서투른 필치다.
어떤 현장을 포착해 보존하기 위해 옮겨 그렸달까.
사진이라면 데이터의 덩어리.
삭제하면 증거는 남지 않고 복구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이런 형태라면 저장 매체를 파괴당해도 지우개로 문지르지 않는 한 잔해는 남는다.
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것을?
유우카에게 물어보니,
"그냥 장난 아니에요?"
라며 일축당한다.
그것도 그렇군, 하며 생각을 고쳐먹는다.
일은 그 밖에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이 편지 한 장에 마음을 빼앗길 여유 따윈 없으니까. 버리지는 않더라도 어딘가에 보관해 두자.
그날은 그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문제의 편지는 연속해서 도착했다.
네 번 접힌 편지라는 형식은 변함없었지만, 풍경의 모습이 달랐다.
가끔 낯익은 경치가 여기저기 섞여 있었는데, 예를 들어 게헨나의 히놈 화산이라던가, 아비도스의 사막 지대라던가,
키보토스에서 꽤 외진 곳이라 부를 법한 장소들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에 일말의 불안을 느낀다.
이걸 그리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인 걸까.
발신인의 이름을 찾아 네 번 접힌 종이의 뒷면까지 뒤집어 가며 조사해 보지만, 그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고민하는 선생의 옆에서 노아가 말을 걸었다.
"착실하게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네요.“
"? 이쪽으로 온다니, 뭐가?“
"아아, 이건 단순한 억측에 불과합니다만."
책상 위에는 그림엽서들이 늘어놓아져 있었고, 노아는 그것을 순서대로 정렬해 나간다.
뒤섞여 버리는 바람에 그만 잊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시작점은 처음에 보내진 그림엽서였고, 종착점은 오늘 보내진 것이 틀림없었다.
"오고 있네요."
책상 등받이에 손을 얹고 선생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며 노아는 그렇게 고한다.
"오고 있다니, 뭐, 뭐가 말이야."
조심스레 선생이 옆을 보자, 눈앞에서 노아는 생긋 미소 지으며,
"분명 샬레로 오는 여정이겠죠.
조금씩,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선생님은 '메리 씨'라고 불리는 괴담을 알고 계시나요?"
목울대가 울린다.
몸 구석구석에서 기분 나쁜 땀이 배어 나오고, 목덜미를 핥는 초봄의 공기가 기분 나쁠 정도로 생생하다.
번쩍번쩍. 우르릉.
쾌청한 날씨인데, 어딘가 먼 곳에서 뇌성이 울부짖는 환각이 보인다.
그날 이후로도 편지는 계속해서 도착했다.
그려지는 풍경의 모습은 점차 낯익은 것이 되었고, 그중에는 의심할 여지 없는 샬레의 설비조차 있어 드디어 현실감을 더해간다.
만약 이것이 노아의 추측대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그것을 상기하며 선생은 오늘 밤도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감은 눈꺼풀 너머로 광경을 재생한다.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은 확실히 가까워지고 있다.
누구일까?
누군가 온다는 것 외에는 상상하지 않았다.
그것이 실제로는 모르는 존재였을 때, 도대체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다음 날 아침 기상 후. 샬레에서 자고 일어난 날의 일이다.
나른한 몸을 채찍질하며 아침 채비를 하기 위해 벽장에서 옷을 꺼내 수면실로 돌아왔을 때, 선생은 한 통의 편지지를 발견했다.
침대 시트의 하얀색 속에 어울리지 않는 하얀색이 섞여 있어 들어보니 평소와 다름없는 네 번 접힌, 주름진 한 장의 종이.
그려진 것은 다름아닌 선생의 자는 얼굴이었고.
숨을 삼키며 뒤를 돌아보는 찰나,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의 정적.
멍한 머리로도 놓칠 수 없는 늠름한 목소리.
몸을 반쯤 돌려 반대편을 보니, 그곳에는 새하얀 그림자가 잠복해 있었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어째서—거기에—있는 거냐고—.
온화한 미소를 띄우는 말쿠트에게 선생은 다리에 힘이 풀려 엉덩방아를 찧으며 한심한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이런 건 몸에 좋지 않다고.
<4>
좋은 반응을 보았다.
공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혼이 나고 말았는데, 제발 좀 그만해달라는 간절한 탄원 또한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말쿠트는 밤바람을 맞고 있었다.
사람과 같은 구조이면서도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 빌딩 옥상에 오르는 일 따위는 식은 죽 먹기다.
투명 인간이 되어 수많은 문을 통과하고 계단을 끝까지 오른 것도, 하물며 벽면을 거미처럼 달려 올라온 것도 아니다.
구두 굽에서 불꽃을 뿜으면 가벼운 몸은 가뿐히 날아오른다.
제트 분사를 통해 공중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가능하며, 오늘 밤도 말쿠트는 하늘을 헤엄치고 있었다.
몸으로 밤바람을 맞으며 흘러가는 구름과 별을 발치에 두고 달빛에 비치는 그녀의 비행은 아름다웠으며, 그 모습은 마치 천의무봉.
허공에 떠서 대기를 미끄러지는 쾌감과 함께 하늘의 높은 곳을 정복할 수 있는 것은 그녀만의 특권.
그 유일성을 가슴에 품고, 말쿠트는 거리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광범위하게 펼쳐진 경치는 그야말로 절경이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발치의 불빛은 지상에서 여전히 활동 중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빛이며, 그 아래에는 수많은 인간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있다.
그녀 또한 그 일부에 속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득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한결같이 세계의 일원이며, 누구 하나 빠짐없이 이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감동이 넘친 나머지 말쿠트의 입에서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름답구나.”
순수한 그녀의 감성에서 솔직한 말이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과거라는 것은 당연히 존재한다.
인간의 영위가 만들어 낸 역사에 비하면 보잘것없고, 그것을 새로 쓰려다가─아아, 너무나도 황당무계한 이상론이었지만.
하지만 그것만을 위해 스러져 간 뒷모습도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그 뒷모습을 밀어주던 신분이었던 그녀에게, 이 광경들은 마냥 찬양해도 좋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름답다고 느껴버렸으니까.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너머를 바라는 것은 이상한 일일까.
끝을 맞이한 생명이 그 앞날을 꿈꾸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까.
“나는─.”
그렇다.
선생님께 물어보자.
선생님이라면 이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유하는 정도에 그쳤던 출력을 높여 밤의 장막을 갈라 나간다.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이 그것을 괴이한 존재로 여겨 불안해하지 않도록,
옷소매를 넓게 펼쳐 밤하늘의 별들 속에 몸을 감춘 채 소녀는 어둠을 가로질러 간다.
풋, 하고 미소가 새어 나온다.
우선 사과부터 해야 한다.
실컷 골탕 먹인 것은 장난이었다고 고백하며.
하지만 용서해 줄 것이다.
관대한 분이라고 들었고 온화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다.
다정한 사람이니까.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보편적이고 평등한 인물이라면, 분명 나를 용서해 주겠지.
너무 오만한 생각일까.
제멋대로 아닐까.
하지만 선생님이라면 그 부분 또한 꾸짖어 주시지 않을까.
─그래.
향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말쿠트는 지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샬레의 옥상에 착륙하여 뒷굽을 울리자 조금씩 열이 식어간다.
밤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시자 흘러가던 공기가 투명한 머리카락 끝을 흔들었고, 그것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감상에 젖어 밤을 지새우기 전에 소녀는 걷기 시작한다.
샬레의 보안은 너무나도 허술하기에, 설령 옥상에서 거꾸로 들어간다 해도 집무실까지 가는 길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둥둥 허공을 떠다니는 드론을 힐끗 본다.
청소용 기계가 롤러를 굴리다 턱에 걸려 쩔쩔매는 모습.
그것을 도와주고 몇 걸음 앞 코너를 돌자 집무실은 바로 눈앞이었다.
커피 향기를 코끝에 걸치며 문턱을 넘는다.
불은 켜져 있지 않다.
유일한 광원은 유리벽 너머로 쏟아지는 달빛과 밝게 가동 중인 PC 화면의 빛뿐.
선생님은 있었다.
컴퓨터 너머, 블루 라이트에 비쳐 책상에 엎드려 있다.
겹친 양팔을 베개 삼아, 뜻밖에도 긴 속눈썹을 떨며 쌔근쌔근 평온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흠. 말쿠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깨워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알겠다.
하지만 말쿠트는 선생님을 만나러 왔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대답을 알고 싶어서.
하지만 선생님은 지쳐 있으니 깨우는 것은 꺼려진다.
어떻게 할까요.
어쩔 수 없네요.
순순히 포기하고 실망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가다듬고 소매에 감싸인 손가락 끝을 뻗는다.
검은 앞머리를 흔들어 보니 찰랑거리며 흘러내린다.
머리에 손을 얹어보니 생각보다 연약해서 이대로 움켜쥐면 부서질 것만 같았기에, 최대한 신중하게 손을 뗐다.
깨우는 것은 본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는 얼굴이라도 감상해 둘까.
책상 위에 놓인 선생님의 노트북을 닫고 구석으로 옮긴 뒤 꼼꼼하게 충전기를 꽂아둔다.
그러고는 다시 심심풀이로 선생님의 머리를 쓰다듬던 중,
위화감을 느꼈는지 그는 작은 신음 소리를 낸 뒤 웅얼웅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소리를 냈다.
평소에는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을 하고, 심지어 학생을 위해 몸을 내던지기까지 하는데, 이렇게나 순수한 생물인 걸까.
문득 호기심이 생겨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보니 의외로 부드러웠고, 손가락을 넣어 훑어보아도 아무런 저항 없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윤기가 흘러 만지고 있으면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말쿠트는 눈치채지 못한다.
그를 깨우지 않으려는 의식으로 선생님의 뒷머리에서 손을 뗐지만, 그 손가락 끝이 다시 머리카락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머리카락 뭉치 일부가 완만하게 솟아올라 그의 뒷머리에 둥근 원통형의 팽팽함을 만든다.
고양이 귀라도 돋아난 듯한 실루엣에 말쿠트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쓰다듬어 보지만, 기껏 만든 고양이 귀가 납작하게 무너져 버린다.
완전히 제멋대로 다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에게 쓰다듬어지는 행위 자체는 그리 불쾌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시 그는 웅얼웅얼 알 수 없는 소리를 흘렸다.
“선생님.”
그렇게 불러 보았다.
하지만 잠들어 있어서인지, 혹은 아예 들리지 않는 것인지.
그는 이쪽을 보지 않고 그저 한결같이 잠을 청할 뿐이다.
다시 한번.
이번에는 손가락 끝을 그의 뺨에 내린다.
손가락을 넓게 벌린다.
통째로 감싸 안듯 살며시 쓰다듬자, 입가에 흐른 침이 소매에 끈적하게 묻어난다.
말쿠트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 다가, 다시 쿡쿡 미소 지었다.
“…좋은, 꿈을.”
결국 대답을 듣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시 언젠가, 내일이라도 들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그저 잠든 그의 곁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말쿠트는 잠든 선생님의 곁에서 그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는다.
분명 좋은 날이 계속될 것이다.
그런 보장 따위 어디에도 없지만, 적어도 그에게만큼은 그러하기를.
이 잠이 보다 평온한 것이 되기를 말쿠트는 빌었다.
밤은 깊어 간다.
모두가 단잠에 빠진 그 안에서, 유일하게 한 사람, 소녀가 잠들지 않는 밤을 보낸다.
─밤을 나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깨닫게 해준 분을 위해서라도.
“선생님.”
소녀는 미소 짓는다.
사랑을 속삭이듯.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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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큐트

소큐트
말꾸꾸 소설은 좀 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