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꿀꺽...... 푸하아! 이야, 물 고마워, 세리카쨩! 이대로 계속 문을 안 열어주면 어쩌나 싶었어!"
"아, 응...... 딱히 물 정도라면 무한정 내올 수 있으니까 상관없지만――그렇다고 할까 지금 이 집에 있는 건 물뿐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문을 안 열어준 건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해......"
결국 그 후, 세리카는 유메로 보이는 인물을 집 안에 업고 들어와――그렇달까 반쯤 질질 끌어서――간단한 간호를 실시했다.
꽤 강한 충격을 머리에 받았으니 다시 일어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지만...... 세리카의 예상과는 반대로 유메는 단 5분 만에 눈을 떴다.
아무래도 모래폭풍 속에 던져져 물을 찾다 보니 세리카의 집에 도착했고, 저쪽은 저쪽대로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전력으로 문을 연타하는 폭거에 나선 것 같다.
세리카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눈앞의 푹신푹신한 여자를 한 대 더 때려줄까 생각했지만, 물을 찾아 이 모래폭풍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는 것도 꽤 불쌍한 이야기여서 순순히 물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니, 그 인터폰 연타랑 전력 노크, 진짜 무서웠거든!? 그렇다고 할까 그런 걸 당하면 보통은 아무도 문을 안 열어준다니까!!"
"아, 아하하...... 정말 미안. 이쪽도 필사적이었다고는 해도, 후배 상대로 그런...... 아, 너무 필사적이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문, 부서진 건 아니지......?"
"신경 쓰는 게 그거야......? 가 아니라, 그 정도 충격이라면 문 본체도 프레임도 끄떡없어. 아마 미사일 정도는 완전 여유니까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마."
"아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럼 다행이야...... 인 걸까......?"
"아니, 배려해서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거지 전혀 좋지 않거든!?"
"그, 그렇지......! 아, 아하하......"
뭐, 유메는 이런 느낌.
듣던 이야기와는 정반대인 것도 정도가 있지. 오히려 만난 이후 미덥지 못한 모습만 보여줬다.
솔직히 세리카는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수돗물을 마시는 녀석이 대책위원회 모두를 도와준 하늘색 머리의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럼, 직접 물어볼까.
세리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언제든 애총을 겨눌 수 있는 자세를 잡았고, 이어서 눈앞의 여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저기, 일단 만약을 위해 물어두고 싶은데――대책위원회의 모두를 도와준 쿠치나시 유메 선배가 맞는 거지?"
어쩌면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다. 불러들여서 간호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세리카는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온 질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굳이 말하자면 악수라고도 할 수 있다. 당연히 세리카도 그런 건 알고 있지만, 그럼 어째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결단에 이르렀을까? 이 또한 진실은 더없이 단순하다.
(이 괴기현상을 상대할 때는 의표를 찌를 필요가 있어. 만약 눈앞에 있는 유메 선배가 그런 거라고 하면, 직접 질문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결국 단순한 불의의 일격이다. 이걸로 뭔가 반응을 보인다면 그걸 보고 다시 생각하면 될 뿐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멍하니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순간의 세리카는 눈앞의 유메 같은 인물이 갑자기 돌변해 자신에게 덤벼들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대비하고 있으면 근심이 없다고도 하고, 이 정도가 오히려 딱 좋을지도 모른다. 세리카는 그런 걸 생각하면서도 표면상으로는 평정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세리카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게 영향을 줘서 유메 선배가 적이 될 가능성도 있는 거 아냐?)
이 괴기현상은 기본적으로 인식이 전부다. 그러니 현재 세리카가 유메를 「아군」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있을 뿐이고 「적」으로 파악하는 순간 덤벼들 위험성도 있었다.
생각이 없는 게 안 되는 건 당연하고, 이 이상 영역의 내부에서는 지나친 생각조차 생명에 관계되는 것이다.
대비하면 근심이 없기는커녕 반대에 대비했다가 자신의 목을 조이는 전개마저 있을 수 있다. 정말로 이 괴기현상은 성가신 점을 들면 끝이 없다.
이참에 폭로하자면 세리카의 머리는 반 정도 과열되어 있다. 슬슬 당분을 원할 때다.
하지만 갑자기 공격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역시 세리카는 극도로 냉정하다. 평소의 그녀라면 당황해서 엉망으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전례 덕분에 비교적 정보가 있어서? 식량이 없다고는 하지만 직접 신체에 해를 가할 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아니, 설마 그럴 리가. 이 또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지극히 단순한 사고에 의해 도출된 답이었다.
(――뭐 호시노 선배도 때려줬고 가능하겠지!)
그렇다. 얼마 전 격분한 호시노를 때려서 멈춘 세리카였지만, 거기서 이상하게 잘 풀리는 바람에 완전히 나쁜 성공 경험을 쌓아버렸다.
이 극한 상황의 스트레스에 더해 이전에 쌓은 나쁜 성공 경험. 그리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유메를 일격에 기절시킨 것. 이것이 맞물린 결과 현재 세리카는 어중간하게 이성이 날아가 있다.
바꿔 말하면 이것은 만용이라고 할까. 아무튼 이 경우에 문제인 건 세리카 자신에게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는 자각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 공포에 휩싸인 뇌는 쉽게 정상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세리카는 아직도 실체 없는 반광란에 빠져 있었다.
(자, 어떻게 움직일래? 딱히 날아오르든 덮치든 나는 확실히 대처할 수 있어. 본성을 드러낼 거라면 빨리――)
"어? 아아, 응. 맞아! 쿠치나시 유메!"
"아, 그렇구나......"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실례로 여겨지는 세리카의 질문에 유메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얼굴에 양손 검지를 대고 있는 상황. 그 밝은 미소와 포즈는 마치 인기 아이돌 같은 분위기마저 자아내고 있다.
이거 위험해. 뭐가 위험한데, 어색해. 의심병이라고 할까, 어쨌든 변명의 여지가 없어. 그럼 뭐야, 여러 가지 의심한 데다가 쓸데없이 강경한 태도로 나간 나는 완전 바보잖아. 생글생글 웃고 있는 유메에게 얼굴을 돌릴 수가 없다.
세리카는 그런 생각을 한 결과 부끄러움 탓에 얼굴을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그 순간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건 어떻게든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눈물을 머금은 눈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뿐이었다.
"......음, 혹시 세리카쨩, 나를 괴기현상의 동료라고 의심하고 있었어?"
"――......뭐, 제법......"
"에에!? 어, 어째서!?"
"아니, 그치만 뭔가 들었던 이야기보다 믿음직스럽지도 못하고......"
"미, 믿을 수 없어...... 히잉, 너무해......"
세리카의 눈앞에서 미소 짓던 유메는 그 말을 듣자마자 충격받은 듯한 표정으로 변하고 말았다. 정수리 부근에서 튀어나와 있는 특징적인 머리털도 왠지 기운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명의 위기(세리카는 그렇게 믿고 있다)였으니 그럴 리는 없지만, 이래서는 왠지 나쁜 일을 해 버린 것 같다. 지금까지 대책위원회의 모두를 도와준 은인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세리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눈앞의 사랑스러운 선배에게서 미소를 빼앗은 게 왠지 터무니없는 대죄처럼 느껴진 세리카는 곧바로 사과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그...... 뭔가 미안......"
"아, 아하하...... 그래도 뭐! 나도 헷갈리게 했으니까, 응? 미안해......?"
"응......"
"......"
서로 사과하긴 했지만 어떻게 형용할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가 되고 만다. 몇 번째인지도 모르지만 체감 온도는 단번에 떨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할까 이후에 어떻게 할지. 그렇지 않아도 한 사람 몫의 식량도 비축되어 있지 않은데 유메를 불러들여서 둘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먹을 걸 가져다 준 것도 아니니 이대로는 둘이 사이좋게 굶어 죽을 뿐이다.
아니아니, 하지만 내버려뒀으면 유메는 그대로 말라――큰일이 났을 거라는 사실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고, 그렇게 되면 눈을 뜨기도 어렵고, 어쩌면 살아날 방법도 들을 수 없게 될지도――
살아날 방법?
"그거다――――!!"
"어, 뭐야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유메 선배! 그래, 그거야! 엄청 무서워서 완전히 잊고 있었어!!"
"그, 그러니까 뭐가!? 세리카쨩, 일단 진정하자!! 흐, 흔들지 말아줘......!!"
그래, 맞아. 완전히 잊고 있었어. 세리카는 이제야 괴기현상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세리카의 리미터는 아직 어중간하게 어긋났기 때문에 상당히 흥분한 듯 유메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흔들고 있다. 유메는 갑자기 크게 흔들리는 바람에 눈이 돌아가고 만다.
"탈출하는 방법!! 갑작스러워서 정말 미안하지마 , 유메 선배 뭔가 알고 있어!?"
"히이잉...... 흔드는 거, 흔드는 거 그만.......!"
"앗, 미안!"
"우에에...... 헤롱헤롱거려......"
세리카는 완전히 깜빡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유메는 모래폭풍 속을 걸어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 그만큼 쇠약해져 있다. 그런 상태에서 강하게 흔들면 당연히 눈이 돌아가겠지.
뭐 따지고 보면 문을 전력으로 계속 노크해 세리카를 무섭게 한 유메가 잘못했다는 게 되겠지만, 이 상황에서 누가 나쁘다고 말하기 시작해서는 끝이 없다.
덧붙여 말하면 나쁜 건 세리카를 말려들게 한 괴기현상 쪽이다. 그러니 실제로 세리카가 책임져야 할 만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좋다.
세리카가 어깨 흔들기를 멈춘 지 1분 정도 뒤. 유메도 세리카도 비로소 침착함을 되찾았고, 마침내 진지한 분위기가 자리에 돌아온 듯했다.
참고로 이건 여담이지만 유메를 집으로 초대한 지 실로 1시간 반이나 지났다.
"그럼 유메 선배, 다른 사람들――시로코 선배나 노노미 선배, 그리고 아야네쨩 때처럼 여기서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걸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괜찮아?"
"응, 좋아! 그건 그렇고 설마 여기 와서 후배에게 부탁을 받다니...... 에헤헤, 의욕이 샘솟는걸."
"......뭔가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러운데......"
분명하게 「후배」라는 말이 나와서일까, 직접적인 면식은 없을 텐데 왠지 세리카는 부끄러워져 다시 얼굴을 붉힌다.
그런 세리카를 두고 유메는 벌떡 일어선다. 그 오른손에는 빈 컵, 즉 조금 전까지 유메가 물을 마시던 컵을 들고 있다.
"영차. 그럼 세리카쨩. 부엌의 수도 좀 빌려도 될까?"
"어? 아아, 딱히 상관없어. 물쯤은 얼마든지 마셔도 돼. 그러고 보니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왠지 물만은 무한정 나오니까."
"......딱히 또 마시고 싶은 건 아니지만――뭐 됐나! 그럼 물 좀 담아올게!"
"......? 의미를 모르겠는데...... 뭐 금방 알게 되겠지."
선언대로 정말 의욕 넘치는 모습의 유메는 주방 쪽으로 사라진다. 그렇게까지 의지해준다는 게 기쁜 걸까.
아무래도 정말 해를 가하거나 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세리카는 그제야 비로소 품에 들고 있던 애총인 신시어리티를 건락에 걸었다.
그로부터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유메는 넘칠 정도로 가득 물이 담긴 컵을 들고 돌아왔다. 내용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인지, 갔을 때와 비교하면 그 발걸음은 상당히 신중하다. 도중에 몇 번인가 넘어질 것 같았기에 그동안 세리카는 조마조마해하다가 어떻게든 한 방울도 물을 쏟지 않고 책상에 컵을 내려놓은 걸 보고 비로소 큰 한숨을 내쉰다.
"조심조심...... 후우. 이걸로 됐다! 그럼 세리카쨩, 이 컵 안을 들여다볼래?"
"......그렇다는 건 혹시 이 물이 탈출의 열쇠야? 그렇다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 경우엔 오히려 반대야. 세리카쨩...... 뭐 일단은 컵 안을 들여다보지 않을래?"
"반대......? 뭐 필요한 일이니까 얌전히 하겠지만, 아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테고 솔직히 의미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요령부득한 설명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유메가 그렇게 말하니 분명 무슨 의미가――그야말로 탈출과 관련된 무언가가 밝혀지는 거겠지.
세리카는 딱히 거절하는 일도 없이 얌전히 컵 속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사전에 예상했던 대로 물 끝에 뭔가가 보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저기...... 역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컵 끝에 책상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정도일 뿐, 그밖에는 아무것도――"
"응, 그러네――그렇다고 할까, 그렇겠지. 하지만 세리카쨩, 문제는 그것보다 더 앞에 있어."
"더 앞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컵에 담긴 물이 있을 뿐이잖아. 딱히 이상한 점도 없고."
"더, 더~ 앞이야, 세리카쨩. 시선을 컵 바닥 쪽에서 천천히 앞으로, 바로 앞으로 가져와 봐. 그럼 거기엔 뭐가 있어?"
유메가 시키는 대로 세리카는 조금씩 의식을 컵의 깊은 곳에서 앞쪽으로 끌어올린다.
그러자 세리카는 왠지 모르게 유메가 어디를 봐줬으면 하는지를 의식이 부상하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수면?"
"맞아! 정답! 세리카쨩은 역시 대단하네!!"
"아니, 이 정도로 칭찬받아 봐야 부끄러울 뿐인데!? 그러니까 그만해!!"
"대단해! 천재!! 귀여워!!!"
"그만 하라니까!!"
세리카가 한 거라고는 유메가 시키는 대로 시선과 의식을 움직인 정도라 이런 일로 호들갑을 떨어도 부끄러울 뿐이다.
오늘 몇 번째인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면서도 세리카는 탈출 방법을 찾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아아...... 그래서? 대체 이 수면이 어쨌단 거야, 유메 선배? 평범한 물이잖아."
"그 수면에는 뭐가 비쳐?"
"뭐가 비치냐니...... 엑, 뭐야? 설마 유령이 비친다거나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
"아니아니 괜찮다니까! 여기는 유령 같은 건 없으니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자, 세리카쨩. 수면, 뭐가 비치는지 말해볼래?"
솔직히 말해서 세리카는 조금 전 인터폰이나 노크로 유령이나 폴터가이스트가 약간 트라우마 같은 게 되어 있다. 그래서 더 이상 무서운 생각은 하고 싶지 않지만...... 유메가 없다고 하니 아마 정말로 없겠지.
다시 한번 세리카는 수면을 진지하게 응시했고, 그로부터 몇 초 후. 과연 원하는 답은 이걸로 괜찮은 걸까 하다가도 유메를 향해 도출한 대답을 보여주기로 했다.
(......어라? 뭐지, 조금 위화감이――)
세리카는 어쩐지 머리 위쪽, 즉 고양이 귀 부분에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바로 손으로 왼쪽 귀――가 아닌 오른쪽 귀를 만져보지만, 언제나처럼 수북한 털이 나있을 뿐이다. 역시 이쪽이 조금 길다.
갑자기 멍해진 세리카에게 과연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유메는 그 타이밍에 세리카에게 지체 없이 말을 건넸다.
"세리카쨩, 무슨 일 있어? 혹시 이명이라도 들은 거야? 괜찮아?"
"아, 미안...... 아마 기분 탓. 그래서 조금 멍하니 있었을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헤에."
"음, 그래서...... 맞아, 수면에 비치는 건――내 얼굴. 수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 나 자신, 즉 쿠로미 세리카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이거면, 어때?"
세리카는 그렇게 말하며 수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든 뒤 유메의 표정을 살피며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세리카는.
"――그 인식이 맞아, 세리카쨩."
아무래도 탈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 같다고, 확실히 이해했다.
"물이라는 건 말이지, 세리카쨩. 기본적으로 어디에든 쓸 수 있는 거야. 예를 들면 옷을 세탁할 때라든가, 물을 흘려 넣어 논이나 밭을 만든다든가...... 식수 같은 것도 되고 말이야."
"게다가, 물건을 자를 수도 있었던가? 그건 아마 연마제 같은 걸 물에 섞어서 그걸 고압으로 발사하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런 것도 있네. 어쨌든 꼽자면 끝이 없거든. 물의 쓰임새는. 그러니 옛날 사람들은 물을 잘 활용해서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었대. 물을 이용해 시간을 재거나――"
"......거울로 사용하거나?"
"그런 거야."
유메는 책상에 턱을 괴고 세리카의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 표정은 조금 전까지의 명랑함과는 달리 어딘가 신비적(키보토스에서 일반적인 "신비"와는 별개)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너무 갑자기 감도는 분위기가 변한 탓에 세리카는 유메와 눈을 마주친 채 침을 꿀꺽 삼킨다. 이런 기묘한 분위기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
"응? 세리카쨩 혹시 목말라? 그럼 이제 그 물 마셔도 돼! 필요한 건 물은 거울이 된다는 인식을 세리카쨩에게 심어주는 것뿐이었으니까!"
"......인식을? 그뿐이라면 뭐, 마시겠지만――그렇달까 여기 우리 집인데, 어째서 유메 선배가 집주인처럼 구는 거야."
"뭐 어때. 세세한 건 신경 쓰지 마! 자자, 세리카쨩. 쭉쭉 마셔!"
"뭐야 그 텐션 낙차! 방금까지 있던 위엄은 어디 간 건데!?"
워낙 빠른 변화에 역시 세리카도 태클을 넣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그건 그렇고 어쩐다, 이 상황. 모처럼 긴장됐던 분위기가 유메의 장난으로 금세 사라져버려서――
......설마, 그게 목적인가?
세리카는 아직도 약간의 긴장을 품고 있는 데다 두려움에 겁먹고 다소 딱딱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유메는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러 장난을 친 건 아닐까?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한 세리카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유메와 시선을 맞춘다.
"아, 세리카쨩 겨우 평소 느낌으로 돌아왔네. 어때? 아직도 긴장돼?"
"......이제 안 그래. 덕분에 말이야――후우. 그럼 유메 선배. 계속 설명해 줄 수 있어?"
"오케이! 라고는 해도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건 이제 별로 없지만......"
"무슨 소리야, 그걸로 시로코 선배랑 노노미 선배, 그리고 아야네쨩이 도움을 받았으니까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하다고!"
"그, 그래? 뭔가 쑥스럽네...... 에헤헤."
유메는 그렇게 말하면서 멋쩍은 듯 뺨을 긁는다. 본인은 어떻게든 숨기려는 것 같지만 귀가 새빨개져 있기 때문에 누가 봐도 티가 난다.
한참을 그렇게 쑥스러워하던 유메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세리카에게 탈출 방법의 힌트를 알려주려 했던 일이 떠오른 모양이다.
유메는 한 번 일부러 큰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한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거울이라는 거야. 세리카쨩은 물속의――거울 속의 세리카쨩을 인식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어떤 인식이었어?"
"딱히 아무것도. 반사된 내가 비쳤을 뿐이야. 저게 거울이라면 그렇게밖에 인식할 수 없는 거 아냐?"
"응, 뭐 맞는 말이긴 하지. 그래도 세리카쨩,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시선을 느끼거나 하지 않았어?"
"시선? 아니 뭐, 그런 말을 듣고 보면 확실히 없는 것도 아니지만......"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기 위해 찬물을 힘껏 끼얹은 후. 조금 신경 쓰여서 거울을 보면 마치 무언가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밤에 자기 전에 양치질한 후 세면대에 물을 뱉어낼 때, 문득 거울을 보면 마치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세리카쨩, 이런 말이 있는 걸 알고 있으려나? 『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ss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Und we_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무슨 뜻인지 알아?"
"어, 아니 잠깐 유메 선배. 조금 전까지 그렇게...... 그런 느낌이었으면서, 갑자기 똑똑해 보이는 이야기는 안 해줬으면 좋겠는데..."
"......음, 나는 처음부터 꽤 진지하게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 자체는 세리카로서도 바라는 바이긴 하다. 여하튼 더없이 고마운 일이고 그 점은 감사해도 끝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급격히 진지한 분위기에 들어가도 솔직히 반응이 곤란하다고 할까, 반응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음, 베어 미트...... 뭐였더라. 뭐 됐나, 모르겠어."
"엄청 당당하네...... 괜찮아. 아까 한 말의 의미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한 번쯤 들어본 적 있지 않아?"
"아, 왠지 그거 들어본 거 같아! 그거 확실히 꽤 유명한 거 맞지? 미라를 파내러 간 사람이 미라가 된다. 처럼."
"맞아. 명언이라고 할까, 이 경우는 「격언」이라고 해야 할지도. 뭐 이 말이 유명하다든가 그렇지 않다든가, 말뜻이 올바른지 어떤지 그런 건 제쳐두고...... 중요한 건 이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 쪽이야."
말이 갖는 의미라고 해도 역시 갑자기 불쑥 말하면 이해불능이다. 아니 실제로 알고는 있지만 반응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틀림없다.
세리카는 확실히 당황하면 머리 회전이 약간 느려지지만, 이런 걸 알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제대로 유메가 한 말의 의미 자체는 이해했다. 하지만 역시 유메가 한 「말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즉 그런 거야, 세리카쨩. 인식하고 있다면 인식되고 있다...... 거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역시 아까 물도 관계있다거나 한 거야?"
"음, 그렇게까지는 말할 수 없으려나. 역시 나로서는 스스로 거기까지 도달해 줬으면 좋겠다고 할까...... 뭐 이렇게 대답한 거 자체가 거의 대답 같은 거지만."
유메의 표정은 여전히 애매모호한 채, 거기서 뭔가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세리카는 솔직히 머리를 싸매고 있었지만, 거기서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즉 이것 또한 인식. 유메는 누군가에게 표정을 인식당하지 않기 위해 굳이 복잡한 표정으로 이 자리에 있는 건 아닐까. 그것을 전제로 하면 유메가 말한 「말의 의미」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유메 선배. 거울은 말야, 내가 그 안을 보고 있을 때 거울 속의 나는 거울 밖의 나를 보고 있는 거지?"
"――......계속해?"
"거울 속에 시선이 끌려 있을 때 인식은 거울 속에 끌려들어 가고 있어. 그 있잖아, 가끔 거울 속의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끼는 일. 사소한 거지만 아무래도 뇌리에 스치는 선명한 위화감."
"응, 그럴 때도 있지."
유메는 변함없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태도가 세리카의 확신을 깊게 만들고 있다.
"아까 유메 선배는 일부러 내게 수면이 경면이라고 인식하게 했어. 거기서 나는 사실 어떤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지. 그때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 놓쳤는데...... 지금이라면 알아."
"그렇구나. 그럼 뭘 안 거야?"
"내 고양이 귀의 털, 왼쪽이 조금 더 길어. 그런데 아까 유메 선배가 재촉해서 수면의 표면을 들여다봤을 때는 오른쪽이 더 길었어. 나는 확실히 둔감한 편이지만 역시 평소와 반대로 되어 있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둔감하진 않아."
"......응, 그러네. 세리카쨩. 꽤 세세한 곳까지 눈길이 가는 타입인걸."
"평소의 나라면 아마 너무 황당해서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3명의 전례도 있고, 실제로 일주일 이상 갇혀 있고――지금이라면 분명 그렇다고 믿을 수 있어."
"응, 그렇구나――그래서 세리카쨩은 대체 거기서 어떤 대답을 이끌어냈을까?"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유메 선배는 어딘가 즐거운 듯, 그리고 뭔가 재미있다는 듯 그렇게 말한다. 사람에 따라 그 표정은 요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엔 그저 단순히 세리카의 추리를 즐기고 있을 뿐인 것처럼 보인다.
유메의 표정을 세리카가 눈치채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할까 현재 중요한 건 유메의 표정이나 세리카의 생각 같은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세리카는 추리를 멈추지 않았고, 힌트가 있었다고는 해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결국에는 마지막에――이 괴기현상의 본질에까지 도달했다는 것.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경과가 있었기에 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응...... 저기, 유메 선배. 우리들――"
스나오오카미 시로코가 발견했기 때문에.
이자요이 노노미가 이었기 때문에.
오쿠소라 아야네가 넓혔기 때문에.
3 / 6"――정답이야, 세리카쨩."
쿠로미 세리카는 정체에서 한 발짝 내디딜 수 있었으니까.
세리카가 정체에서 벗어난 것과 완전히 동일한 타이밍에 유메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세리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등을 따라가 현관에서 얌전히 구두를 신고 있는 유메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메 선배. 사실 이런 거, 굳이 물으면 안 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만약을 위해 물어볼게. 정말로 가는 거야? 나랑 같이 여기서 나가면――"
"미안해, 세리카쨩. 나도 사실 그러고 싶지만, 그래도 무리야. 권유는 기쁘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그쪽으로 갈 수 없어."
"......그런 거야?"
"그런 거야, 세리카쨩."
만난 시간은 절대 길지 않다. 오히려 2시간 정도의 짧은 교제란 인간관계로는 너무 얕다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야말로 인생에 한 번뿐인 인연. 그리고 아마 앞으로 두 번 다시 만날 일도 없겠지. 어쩐지 세리카는 그것을 짐작한 듯했다.
"그럼 안녕, 세리카쨩. 물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딱히. 물 정도는 얼마든지 내올게. 그렇다고 할까, 평소라면 차나 주스 같은 것도 많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세리카쨩은 역시 상냥하네. 그 상냥함은, 내가 아니라 아비도스의 모두에게 향해줘. 알았지?"
"――......응, 응...... 알았어......"
여기서 세리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가. 인식하지 못한다면 상상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한 것은 유메가 세리카를 끌어안으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시간도 길게 이어진 건 아니다. 잠시 후 유메는 세리카에게서 떨어지고 만다. 이미 그 손은 문에 걸려 있다.
"그럼 세리카쨩, 바이바이! 잘 지내!"
"......안녕, 유메 선배――그, 고마워!"
그 말을 들은 유메는 마지막으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시 모래폭풍 속으로 길을 떠났다.
과연 그녀는 어디로 향할까.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그리고 유메와 헤어진 지 3분 후.
"......좋아. 언제까지 우물쭈물하고 있을 거야, 쿠로미 세리카. 모처럼 유메 선배 덕분에 실마리가 풀렸으니 이걸로 탈출하지 못하면 웃음을 살 거야!"
세리카는 눈가를 닦으며 조금 전까지 유메와 이야기를 나누던 거실로 빠르게 향했다. 목적은 당연히 탈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탈출 방법 같은 건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고! 그러니 우선은――여기부터!"
그렇게 말하며 모래폭풍을 비추고 있을 뿐인 창문으로 다가간 세리카는 슬쩍 커튼을 쳤다. 창문에 반사되고 있던 세리카의 얼굴은 더 이상 비치지 않았다. 딱히 햇살이 강해졌다거나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니기에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 행동에 분명한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세리카는 그 기세 그대로 방 안을 돌며 모든 방의 커튼을 치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휙휙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뭘 찾고 있는 듯하다.
"어디에 뒀더라...... 아침에 사용한 작은 거울."
아무래도 세리카는 오늘 아침 세수한 뒤 몸단장하는 데 사용한 작은 거울을 찾는 모양이다.
유메를 집안으로 끌어들였을 때 적당히 그 근처에 뒀는데 막상 찾으면 꽤 작기 때문에 이게 제법 어렵다.
"앗, 있다있어...... 좋아. 이렇게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아마 괜찮겠지."
소파 위에 던져져 있던 거울을 발견한 세리카는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거울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심연을 들여다볼 수 없는 상태일까. 아무튼 세리카의 목적은 그것이다.
"이쪽에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저쪽에서도 보이지 않아. 유메 선배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거잖아."
이 괴기현상 속에서는 인식이 중요하고, 그렇게 인식했다면 그것은 진실이 된다. 이는 이미 세리카도 파헤친 진실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인식한 것만이 진실인 건 아니다. 세상에는 적잖이 보이지 않는 진실도 존재하니까.
"내가 거울에서 반사되는 나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마 나는 평생 탈출할 수 없을 거야. 그도 그럴게 거울 속 허상이라고는 하지만, 실체가 없는 거울의 상이라고 해도――나는 나니까."
5 / 6그건 그렇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라. 확실히 자신은 고양이 귀이고, 현재 갇혀 있고, 그리고 앞으로 누구도 인식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기에 이 이상 자신의 현 상황을 나타내는 말도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세리카는 차례로 경면이 될 만한 곳을 막았다. 조금 전 유메가 나간 현관의 창, 세면대와 목욕탕의 거울, 찬장의 유리, 켜도 모래폭풍만 비치는 TV 화면, 그리고――
"――물. 어째서 물만 무한으로 나오는가 의문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야 그 뜻을 알았어."
맨 처음에 유메가 세리카에게 주목하게 한 물. 처음부터 거울로 설명해야 할 것을 어째서 굳이 물로 설명했는지 지금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단 두 시간이지만 유메와 만난 세리카는 이미 그녀의 사람됨을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어쩌면 수면이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을지도 몰라. 유메 선배는 거기까지 내다보고......"
세리카의 눈앞에는 컵에 가득 담긴 물이 있었다. 역시 그 수면에는 반사된 자신이 비치고 있다.
한번 후우 숨을 내쉰 뒤 세리카는 컵을 들어 그 안에 들어 있던 물을 단숨에 들이켠다.
"꿀꺽, 꿀꺽...... 푸하, 좋아. 그럼 이 컵도 천장에 넣어둬야지...... 그렇다고 할까 딱히 죽이러 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취소할게. 이 괴기현상――너무 성격이 나쁘잖아!?"
시간과 경면의 이중 정체. 그건 아직 괜찮다.
시간이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모래폭풍이 계속 머무르고 있다. 그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고 식량은 고갈된다. 다만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만은 무한정. 무제한으로 나온다. 그게 함정이었다.
만약 이 함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경우 세리카는 살아남기 위해 물을 마시게 된다. 그러나 물을 수도 밖으로 내보내는 순간, 경면으로도 볼 수 있는 수면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갇힌 자는 영원히 탈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을 마셔야 하는데 물을 내놓는 동안에는 무조건 인식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영양이 부족해지고――
"......유메 선배가 와주지 않았다면 나도 그렇게 됐겠지. 정말로, 그 상냥한 사람에겐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해."
세리카는 이후에도 하나씩 경면이 될 수 있는 곳을 막아 나갔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해는 완전히 저물었고, 현재 시각은 한밤중.
"......좋아, 집 안은 이거면 됐겠지. 이걸로 나를 인식하고 있는 건 아마 지금 여기에 있는 나뿐. 그러니 이후엔 내가 잠들면 되는 거네."
잠에 들어 의식을 내려놓는다. 그러면 이 자리에서 뭔가를 인식하는 자는 모두 사라진다. 누구에게도 인식되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세리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옷으로 갈아입고 양치질을 마친 뒤 방의 불을 끄고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쓴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세리카는 의식을 내려놓――
"아, 아냐. 하나 잊고 있었어!"
――으려던 순간 갑자기 그런 소리를 외치며 일어났고, 뭔가를 보며 일직선으로 나아간다.
향한 곳에 있던 것은, 스마트폰.
"어쩌면 여기서도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잘 막아둬야지."
세리카는 스마트폰을 바닥에 똑바로 눕히고
6 / 6007
다음 날 아침.
"――......이제 겨우 빨래를 널 수 있을 거 같네."
세리카의 시야는 선명하고 푸르게 개어 있다.
008
후일담이라고 할까, 이번 일의 결말.
무사히 모래폭풍의 눈――아니 인식의 경면에서 탈출한 세리카는 바로 당일에 호시노와 아비도스 교사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거기서의 의제는 물론 괴기현상 내부의 정보 공유.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동안 주제는 자연스럽게 쿠치나시 유메의 일로 옮겨갔다.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유메 선배가 도와주러 와주지 않았으면 아마 나는 지금도 그 모래폭풍과 거울 속에 있었을 거야."
"으헤~ 역시 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정말 유메 선배구나~ ......어떻게든 감사를 전하러 가고 싶은데......"
아야네의 정보 제공으로 하늘색 머리카락의 사람이 유메일 거라는 추측은 공유되고 있었지만, 그것은 아야네의 의식이 불명료한 때에 만났다는 것도 있어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세리카는 틀림없이 정상적인 시기에 의식도 뚜렷한 상태에서 유메와 마주쳤다.
이건 이제 확정이라고 해도 되겠지. 호시노도 그 인식을 확정 지었다.
"참고로 말인데 세리카쨩. 유메 선배는 무슨 말을 했어? 뭔가 인상에 남는 발언이 있으면 아저씨에게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호시노 선배, 정말로 유메 선배를 좋아하는구나......"
"그야 뭐, 소중한 선배였으니까~"
호시노가 헤벌쭉 웃는 걸 보고 세리카도 왠지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자신은 호시노가――대책위원회의 모두가 웃고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세리카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유메가 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은 걸 호시노에게 말했다.
"음...... 유메 선배는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를 원래 언어로――"
"......뭐?"
"응? 뭐야, 왜 그래, 호시노 선배?"
"아니, 원래 언어라면...... 『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ss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 Und we_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그거? 그걸 유메 선배가......?"
"아, 맞아, 그거그거! 그렇달까, 호시노 선배도 알고 있구나......"
"응, 뭐...... 교양으로 말이야. 그보다 세리카쨩, 시간 괜찮아?"
"어, 시간...... 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호시노에게 재촉받은 세리카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자 슬슬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아야네의 병문안에 늦을 시간이 되어 있었다.
세리카의 주관으로는 일주일 만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했기 때문에 무심코 즐거워져서 너무 많이 이야기한 듯하다.
아무튼 시간을 확인한 세리카는 서둘러 일어나 출발 준비를 마쳤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호시노 선배! 다음에 또 자세히 유메 선배에 대해 이야기할게!"
"응, 그러자~ 그럼 병문안 다녀와~ 아야네쨩에게 안부 전해줘~"
"응! 그럼 내일 봐!"
세리카는 그렇게 말하고 교실에서 뛰쳐나갔다.
남겨진 호시노는 의자에 깊이 앉아 체중을 싣고 창밖으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본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홀로 중얼거린다.
"......유메 선배가 그렇게 어려운 말을 쓸 리 없어. 하물며 원래 언어라니."
적어도 호시노가 알기로는.
쿠치나시 유메라는 인간은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너는, 누구지?"
호시노의 눈동자가 마치 맹금류처럼 반짝였다.
세리카 prolong 끝
다음화 「제 夢화 호시노 phantom」
댓글 9

그 구절만은 알지도 모르지ㅋㅋㅋ 개너무하네ㅋㅋㅋ
글 연출 지리네 넘 재밌어 항상 감사합니다
독자도 세리카를 인식한다는 부분이 맛도리네
크ㅋㅋㅋㅋ 빨리 다음화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