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띠링-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총학생회로부터 메일이 왔다. 메일을 확인한 난 내 눈을 의심했다.
"에리두 사태 관련 세미나 파면? 이게 무슨 소리야."
메일의 상세사항을 물어보기위해 린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린의 목소리는 무덤덤하기 그지없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츠카츠키 리오의 횡령 및 도주, 이를 알아채지 못한 하야세 유우카, 우시오 노아의 무능함을 근거로하여 선생님께 세미나의 파면 신청을 하였습니다."
"린, 그게 무슨소리야. 그 아이들이 무능하다니. 이 파면 신청서는 내가 거절하겠어."
"그러면 이번 에리두 사태의 책임은 선생님께서 지셔야합니다."
"그래... 에리두 사건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할게."
그렇게 난 에리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 쉴새없이 서류를 처리했다. 평소의 업무량에 추가로 하는 서류 작업을 하느라 며칠째 잠도 못 잤다.
똑똑-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 유우카..."
평소의 표정으로 들어오는 유우카를 보니 다행히도 세미나에게는 파면에 대한 이야기는 안 전해진 모양이다.
혹시라도 유우카가 눈치라도 챌까 난 유우카가 있는 동안에는 세미나 파면에 대한 작업은 하지 않았다.
"선생님... 평소보다 더 피곤해보이시네요. 잠은 주무시고 계시나요?"
"전허... 4일 동안은 못 잔거같아..."
"정말! 또 일을 미루시다가 몰아서 하시는거죠? 제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일은 미루지 말고 제때제때 하라고! 저번에 주신다던 영수증은 어찌되었나요?"
잔소리를 하던 유우카는 서랍 속 튀어나온 종이를 보았다. 단번에 영수증인 것을 알아챈 유우카는 종이를 빼어들어 살펴보았다.
"디럭스 카이텐져 ex 1/16 피규어? 3만엔? 선생님! 이 영수증은 또 뭐에요!!! 5천엔 이상은 상의 후 쓰기로 하지 않았어요?"
몸과 정신이 둘다 피곤한 상태에서 유우카의 말은 거의 들리지도 않았지만 내가 잘못한 일이 었기에 난 힘없이 사과했다.
"미안..."
"항상 제가 영수증 정리를 해드리니까 이렇게 엉망으로 소비하잖아요. 이젠 정말 영수증 정리 안해드릴거에요."
그 후에도 몇 분간 잔소리가 이어지자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와 짜증이 나서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왜 선생님께서 한숨을 쉬시는 거에요? 한숨이 나오는 건 오히려 저-"
"유우카"
"네?"
유우카의 말은 최대한 화를 억누른 나의 목소리에 끊겼다. 화를 억눌렀다해도 목소리에서 분노를 느꼈는지 유우카는 당황했다.
"미안한데, 오늘은 유우카가 도와줄 만한 일은 없을 것같아. 그러니 돌아가서 세미나의 일을 해도 좋을 것같아."
최대한 감정을 담지 않고 말했지만 내 표정을 본 유우카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며 뒷걸음질쳤다.
"아...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유우카가 돌아가자 난 다시 에리두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서류를 꺼냈다.
"정말이지, 사람이 항상 도와주니까 당연한 건줄 아시나? 게다가 아까 그 표정은 뭐야..."
당번 날을 기다리며 샬레에 간 난 평소보다 피곤해 보이는 선생님을 보았다. 또 일을 미루셔서 잠을 못자며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살짝 심하게 하긴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화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잖아...
한번도 본적 없는 선생님의 표정은 너무 낯설었다. 날카롭게 뜬 눈에 감정없이 귀찮으니 건들지 말라는 표정...
그렇게 다시 세미나로 돌아가자 노아와 코유키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노아, 코유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아, 유우카쨩, 혹시 메일 보셨나요?"
선생님 생각을 하며 씩씩 대면서 오느라 미쳐 확인하지 못한 메일함을 보았다. 메일의 내용은 내 계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세미나 전원 파면? 참조가 선생님께도 되어있어?"
"네... 오늘 아침 이 메일을 확인한 후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선생님께서 저희의 파면을 막기 위해 홀로 전부 책임지고 이 일을 해결 하시겠다고..."
"저희의 파면 건은 사실 나흘 전부터 있었지만 선생님의 부탁으로 저희에게는 메일이 안 온 모양이에요..."
"아마 선생님의 배려겠죠. 저희가 불안해 할까봐..."
선생님의 부탁으로 세미나의 파면에 관한 메일은 세미나에게 바로 전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한이 다가오니 린도 어쩔 수 없이
세미나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나흘 전이라면..."
아침에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4일 전부터 잠을 못 주무셨다고... 설마 그때부터 잠도 안 자고 우리의 파면을 막기위해?
그럼 난 그런 선생님께...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깨달은 유우카는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 홀로 희생하는 사람에게 응원은 못할 망정 되려 칼을 꽂았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선생님도 당분간은 당번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유우카 선배? 표정이 왜 그러세요? 창백하잖아요?"
"유우카쨩 혹시 선생님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셨나요?"
"나... 선생님께 하면 안 될 짓을 한 것같아..."
아침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자 노아와 코유키는 유우카를 꼬옥 껴안아 토닥여 주었다. 설명을 하며 감정이 벅차올라 중간부터는 거의 울먹였다.
"선생님께서는 유우카쨩이 괜히 불안해 하실까봐 돌려보내신 걸 꺼에요."
"맞아요.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함부로 화내거나 하시는 분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화난 표정으로 귀찮다는 듯이 말하셨는걸..."
"그건 피곤해서 그러셨을 거에요. 4일 동안 잠을 못 주무셨으니 눈을 뜨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힘드시겠죠."
"정말 그럴까...?"
그 순간 여러 감정이 덮쳐왔다. 선생님이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안도감 그리고 선생님께 심한 말을 해놓고 죄책감보다 안도감이 왔다는 것에 대한 자기혐오.
"미안한데... 나 오늘은 돌아가봐도 될까?"
"네. 유우카쨩 돌아가서 쉬세요. 마음도 좀 추스르고요."
"고마워..."
힘없이 기숙사로 돌아갔지만 선생님에 대한 일과 자기혐오감이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혹시라도 싶어 선생님께 모모톡이라도 할까 싶어 글을 써봤지만 죄책감 때문에 몇 번이나 글을 썼다 지웠다했다.
몇번의 고심 끝에 최대한 정중하게 따로 볼 수 있냐고 모모톡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침에는 제가 정말 죄송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희를 위해 그러셨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선생님께서 당분간 당번 업무를 받지 않겠다 하셨지만
이렇게 글로만 사과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이라 생각하여 혹시 괜찮으신 시간을 알려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번 선생님께 심한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유우카 드림.'
전송 버튼을 누르자 여러 생각이 들었다. 괜히 보냈나 하는 후회, 제발 다시 보고 이야기 하고 싶은 간절함. 글을 쓰면서 생각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
"하아.... 일단 기다리자...."
그날 저녁 선생님의 답장을 기다리며 폰을 보았다. 낮에 보낸 메세지의 읽음 표시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라면 답장이 늦긴해도 저녁시간엔 답장을 주시던 선생님이었기에 내 불안감은 더욱 커져갔다.
"읽지도 않으셨네..."
섣불리 샬레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유우카는 답답함과 불안감을 껴안은 체 잠에 들었다.
며칠 후
아직도 선생님께서 모모톡을 보지 않으셨다. 난 이제 불안감을 넘어 공포를 느꼈다.
싫어함을 넘어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 생각했다.
폰을 들고있는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속도 더 매쓱거렸다.
몇번이나 헛구역질이 올라왔지만 다리는 샬레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생님의 집무실 앞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문만 지나면 선생님이 늘 계시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 문은 지금 내게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시 숨이 가빠와졌지만 겨우 진정하고 문을 열었다.
"선생님...?"
책상 앞에 선생님이 안 계셨다. 주변을 둘러보니 서류를 보관하는 책장 앞에 선생님께서 쓰러져 계셨다.
"선생님!!!"
황급히 선생님께 달려갔다. 다행히 과로로 인한 기절로 보였다. 선생님을 들쳐매서 힘겹게 소파로 끌고갔다.
소파에 눕힌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 난 선생님의 모니터를 보았다. 모니터에는 오늘 아침에 총학생회로 보낸 메일이 보였다.
메일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다음 아래에 첨부한 내용에 기거하여 xx월 xx일에 기안한 세미나 파면 신청을 반려합니다.'
첨부된 자료는 수 십개의 파일이 있었다. 전부 우리가 이번 에리두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내용이었다.
서류 파일들은 하나같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내용들이었다.
절대로 혼자서 감당할 만한 내용과 양이 아니였다.
"이걸... 전부 혼자서..."
소파에서 잠들어 계신 선생님을 보자 눈물이 났다. 우리의 잘못을 혼자서 전부 수습한 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겨우 기다리는 것 뿐이라는 무기력함 때문일까
"아... 여긴..."
저녁이 되자 눈을 뜬 선생님은 상체를 벌떡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메일! 메일을 보내야!!!"
"메일은 이미 보내졌어요."
"유우카?"
눈이 휘둥그레진 체 날 바라보는 선생님은 벙찐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난 선생님을 마주 볼 수 없었다.
"유우카가 어째서 여기에...?"
선생님은 쉬운 질문을 하셨지만 난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무엇을 먼저 이야기 해야할지, 어떻게 말해야할지 머리 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눈을 못 마주치며 우물쭈물하는 날 보고는 상황을 파악했는지 자상하게 웃어주셨다. 평소에 보던 미소였다.
"내가 잠든 동안 유우카가 지켜주었구나. 고마워."
감사 인사를 하자 선생님께서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 유우카."
"네?"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기에 난 그만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며칠 전에 유우카에게 그만 화를 내버려서... 날 위해서 해준 말이었는데 말이야. 피곤했다 해도 짜증을 내버렸으니 정말 미안해"
선생님께서 고개를 숙이자 난 엉거주춤 한 자세로 일어난 체 쩔쩔 맬 수 밖에 없었다.
"그 그러지 마세요. 선생님.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저라고요..."
뒷머리를 긁적이며 앉아있는 선생님을 보니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이 몰려왔다.
"메일로 봤어요... 저희를 위해서 혼자 다 책임 지신거... 게다가 저희에게 부담을 주지 않게하기 위해 저희가 없을 때만 일하신 것도..."
괜히 비밀로 만들어 걱정을 끼쳤다 생각해 선생님의 시선은 소파 앞 탁자로 내려갔다.
"그런 선생님께 전... 잔소리에... 짜증을 내고 심하게 말해버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선생님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결국 너희에게 더욱 걱정을 끼쳐버렸네..."
쓰다듬과 자상한 목소리를 듣자 결국 몰려온 감정이 터저버렸다.
"저는... 선생님께서 이젠 절 싫어하게 흐끅... 되신줄 알고..."
눈가에서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울먹거림에 말소리가 먹히자 선생님은 날 꼬옥 안아 주었다.
"잠깐 이렇게 있을까?"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꼬옥 안아주는 선생님은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목덜미에 느껴지는 선생님의 숨결에는 떨림이 느껴졌다.
"사실 많이 힘들었거든... 너희도 보고싶었지만 너희가 이 사실을 알면 불안해 할까봐 말을 못했어..."
"제가 싫어져서가 아니였군요..."
"내가 너희를 왜 싫어하겠니, 항상 날 위해 쓴 소리를 해주는 건 유우카가 유일한걸? 쓴 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사람은 발전할 수 있어."
"그래도... 그때는 제 지례짐작대로.,..흑... 선생님을 놀았다고 판단해서 더 심하게 했는 걸요..."
"난 괜찮아. 영수증 건은 내 잘못이 맞기도하니까. 되려 내가 짜증을 내서 미안해."
미안해 하며 내 뒷머리를 감싸 쓰다듬는 손길에 난 그간의 불안감이 전부 날아갔다.
안도감과 함께 참고 참던 울음이 터졌다.
몇 분뒤
울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선생님은 안고 있던 팔을 풀며 날 바라보았다.
"이제 좀 진정됐어?"
"네..."
펑펑 울어 눈가가 부어버렸지만 오히려 후련해졌다.
꼬르륵-
"앗... 이건!!!"
긴장이 전부 풀리자 지난 시간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허기감이 몰려왔다.
심지어 방금까지 안겨서 울었던 선생님 앞에서 꼬르륵 소리를 냈다.
"어디서 천둥이 치나~?"
얼굴이 새빨개진 난 배를 가리며 황급히 선생님과 거리를 두었다.
선생님은 평소의 장난기 어린 얼굴로 키득키득 웃으며 농담을 했다.
하지만 이내 내 손을 잡고 문 밖으로 향했다.
"이참에 유우카도 나랑 저녁 먹을레? 나도 한동안 밥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팠거든. 내가 살게."
"네... 감사합니다."
"아! 맞다. 이제 영수증 정리는 누가 해주지? 유우카가 그때 이제는 영수증 정리를-"
"으아아아!! 그 말은 이제 잊어주세요! 제가 꼬박꼬박 해드릴테니까!!"
그때의 부끄러운 말을 꺼내자 난 서둘러 선생님의 입을 막으려했다. 며칠동안 밤 샌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선생님은 활기차게 날 놀리고 도망갔다.
"빨리와! 유우카! 가게 문 닫겠다~"
"정말..."
놀리는 선생님을 잡으러가는 유우카였지만 그런 유우카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만발했다.
못말리는 어른이라 생각하는 나였지만 그런 어른이었기에 난 선생님이 좋았다. 아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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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에리두로 갤떡 돌때 생각난 스토리를 써봣네요.
회사일+가족행사로 어려진 선생님 아비도스편은 6월에 나올것 같습니다. (살려주세요. ㅈㄴ 힘듦)
여러분의 댓글과 개추가 작성자가 이 힘든 기간을 버티는 원동력이 됩니다.
한동안 소설을 못쓸 테니 그동안 제가 쓴 다른 소설들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설)아내가 된 마리'가 삭제가 되었는데 알려주셔서 방금 고쳤습니다.
댓글 40
순애드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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