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니까, 아까 한 설명 좀 다시 해줄래, 노도카?"
"어... 그니까..."
머리가 어지럽다. 캄포트 때문은 아니다. 오늘은 한잔도 제대로 못 마셨으니까.
샬레 당번으로 간 노도카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고, 혼자서 캄포트를 즐기려던 나는 급하게 D.U까지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 대체 왜 선생님이 제대로 씻지도 않은 꼴로 자기 책상에 엎어져서 기절한거야?"
"그, 그게..."
노도카가 설명해준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노도카는 당번으로 오기 열흘 전 쯤부터 샬레 사무실을 관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ㅡ 뭐 사실 이 부분도 문제가 될만한 내용이긴 한데, 그 덕분에 이렇게 설명을 듣고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아무튼 노도카가 관찰한 선생님의 모습은 굉장히 비정상적이었는데...
"... 그게 진짜 가능한거야?"
"그렇다니까! 내가 봤다고! 서류의 산더미를 당번들이 도와줄 때 빼고는 전부 혼자서 엄청난 속도로 해치우고 있었다니까!"
그렇다. 평소보다 몇 배는 쌓여있던 서류 더미를, 몇날 며칠동안 단신으로 해치웠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는 ㅡ그조차도 제대로 침대에 가서 잔 게 아니라 오늘처럼 책상에 엎어져서 선잠을 잤다는 모양이다.ㅡ 어떤 휴식도 없이 일에만 몰두했다는 모양이다.
"그럼 식사는?"
"그것도 아마 믿기 힘들긴 할텐데..."
그렇게 노도카가 설명한 선생님의 식습관은 더 충격적이었다.
"... 진짜 그것만 먹었다고?"
"그렇다니까! 오른손으로는 서류 결재를 하면서 왼손으로는 바베큐맛 감자칩을 먹거나 우유를 마셨다고!"
"왜 하필 감자칩이랑 우유... 뭐 그건 됐고."
설명을 충분히 듣고나니, 이제야 선생님의 꼴이 이해... 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노도카는 그걸 보고만 있었던 거야?"
"아, 그, 그게... 선생님이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라니, 왠지 달아올라서... 후히히..."
"하아..."
어째선지 부끄러워하는 친구는 놔두고, 일단 선생님의 상태부터 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저기... 누구?"
"맥박이나 동공을 보면 크게 위험한 상태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안색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고요."
누군지 잘 모르겠는 분홍빛의 간호사가 선생님의 상태를 진찰하고 있었다.
"으엑! 저기... 누구세요?"
"다만 제대로 씻지를 않으셔서 위생은 조금 걱정되니까, 정신 차리시면 씻고 영양제부터 드시라고 전해주세요. 그럼!"
"저, 저기 잠깐!"
자기 할 말만 전한 채, 조그마한 천사는 모습을 감추었다.
"누구였지, 그 사람..."
"그것보다도, 씻겨야 된다, 라..."
갑작스런 방문자에 대한 호기심은 접어둔 채, 나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으, 으음... 어라?"
"아, 정신이 들어, 선생님?"
"아~ 정말이지, 도대체 언제까지 주무시고 계시는지 걱정했잖아요!"
정신을 차린 선생님을, 나와 노도카가 반겨주었다.
"걱정했구나, 미안... 그것보다, 여기는?"
선생님은 낯선 천장에 놀랐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기억 안 나? 붉은겨울의 구교사잖아."
"아, 그렇지. 내가 깜빡했네, 여긴 붉은겨울의 구교ㅅ... 어?"
거기까지 말한 선생님은 아까보다 격렬하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진짜로 붉은겨울이잖아...! 여기까지 올 때까지 나 안 깼던거야?!"
"이야~ 샬레 직통으로 연결된 교통시설들은 하나같이 빨라서 좋더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 아직 할 일이...!"
"또 일부터 찾으시고! 오늘은 그런거 금지예요!"
흥분한 선생님을 노도카가 겨우겨우 진정시켰다.
"그래, 뭐 여기까지 왔으면 어쩔 수 없... 근데 잠깐."
어찌저찌 마음을 다잡은 선생님은, 우리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근데 너희들, 어째서 유카타 차림이야?"
"아, 이것 말야? 그건 말이지..."
"엣헴! 227호 온천장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질문에 우리는 미리 준비한 대사를 읊었다.
"온천장? 그거라면... 아! 그때 그!"
"그 말대로야, 선생님. 예전에 보여줬던 작은 온천 기억나지?"
"그곳을 조금 손봐서 선생님께 특급 대접을 해드리기로 했답니다! 지금의 선생님한테 필요한 건 다름아닌 온천에서의 휴식이니까요!"
의기양양한 태도로 상황을 설명해주자, 선생님도 긴장이 풀렸는지 훨씬 표정이 밝아졌다.
"헤에~ 다들 기특한데? 그래도 자기 일로 바쁠텐데 괜찮겠어?"
"우후후... 온천장의 여주인이 신경써야 하는 건 언제나 손님의 만족! 손님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으면 그 무엇도 상관없답니다!"
"아하하... 노도카가 어쩐지 엄청 들뜬 것 같으니까 적당히 장단 맞춰줄래?"
"아하, 그정도야 뭐..."
노도카 때문에 조금 난처한 듯한 선생님이었지만, 확실히 그 얼굴은 행복해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자 그럼, 수건과 갈아입을 옷은 여기 놔두겠습니다. 부디 편안한 휴식 되시길..."
"만쥬는 시간이 없어서 준비 못했지만, 후르츠 우유는 금방 만들어줄 수 있어. 필요하면 얘기해."
"고마워, 다들. 그럼 들어갈게."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탈의실에 들어갔고,
"우헤헤~ 자~ 그럼..."
"잠깐, 노도카는 들어가면 안되는 거 아냐?"
그대로 선생님을 따라가려던 노도카를 붙잡았다.
"아니 시구레 쨩! 난 지금 선생님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게 아니라...!"
"아니아니 그거 말고, 여주인이면 다른 해야할 일들이 많잖아?"
"엣? 그건... 핫! 맞다! 선생님이 씻고 나오셨을 때 쉴 방도 정리해야 되고! 선생님께 드릴 식사도 만들어야 되고옷!"
"그럼 어서 가봐, 선생님 시중은 내가 들고 있을 테니까."
"아, 그래! 고마워 시구레 쨩!"
그렇게 말한 노도카는 급히 총총 뛰어나갔다.
"자, 그럼..."
이쪽은 이쪽대로 일을 시작해 볼까.
"으하~ 몸이 녹는 것 같아~."
"어때, 선생님? 온천은 마음에 들어?"
"응~ 최고야!"
느긋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자, 확실히 안심이 되었다.
"후르츠 우유 먹을래? 방금 만들어서 맛있는데?"
"오, 진짜? 그럼 한 병 부탁할게~."
대답을 들은 나는, 곧바로 준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럼 실례할게 선생님~."
"어~ 그래 어서 오... 우와악!"
고개를 돌려 나를 확인한 선생님은, 그대로 비명을 질렀다.
그야 그럴만한 일이었다. 지금의 난 타올 하나만 걸친 모습이니까.
"시, 시구레! 대체 왜...!"
"응? 선생님이 후르츠 우유 달라고 했잖아? 그래서 온 건데?"
그 말대로 나는 한 손에 후르츠 우유가 올라간 쟁반을 들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아까 입고 있던 유카타는 어쩌고...!"
"정 못 받아들이겠으면... 그렇지! '발효'의 복수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
"발효라니, 그건... 아."
그제서야 내 의중을 파악한 선생님은, 순순히 내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정말이지... 잠깐만이야?"
"당연하지~. 그나저나 따뜻해서 기분 좋다~."
탕에 들어와서 선생님 옆에 꼭 붙은 나는, 기지개를 쭉 펴며 늘어지는 소리를 냈다.
"그나저나 선생님, 의외로 혼욕에 거부감이 없구나?"
"아, 그게 사실, 이미 경험이 있어서..."
"... 그거, 엄청 무신경한 말이었던 거 알지?"
"... 죄송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혼욕을 즐기다보니, 온몸이 나른해져서 머리에 있던 말이 그대로 나올 것만 같았다.
"선생님..."
"응?"
그 말인즉슨, 지금은 선생님한테 진심을 전해도 된단 거겠지.
"아까 사무실에서 선생님이 기절한 걸 봤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구?"
"아, 그거... 뭐랄까, 면목 없네."
"나도 노도카도 엄청 걱정했어, 웬 간호사가 괜찮다고 해줘서 망정이지."
"간호사? 세리나 말야?"
"그런 이름이었구나... 뭐 아무튼,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에잇."
그렇게 말한 나는 선생님을 내 품에 힘껏 끌어안았다.
"어? 시, 시구레? 이건 너무 가까운...!"
"... 이렇게, 내 품에 꼭 안겨도 되니까."
"시구레... 응, 고마워."
얼빠진 얼굴로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선생님은, 기습적인 포옹이 나쁘지 않았는지 그대로 한참 동안 내게 기대고 있었다.
"시~ 구~ 레~ 쨩~!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예요?!"
"아핫, 역시 들켰네..."
탕에서 나온 우리는,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주인님에게 엄청나게 혼나고 말았다.
"저한테는 여주인으로서 할 일을 하라고 말했으면서! 왜 두 사람은!"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
"선생님도 그래요! 제자가 혼욕하자고 했으면 당연히 거부했어야죠!"
"아니, 선생님은 사실 직구에 약해서..."
평소 같으면 좀 더 느긋하게 받아쳤겠지만, 오늘은 꽤 흑심을 품고 접근했던 게 사실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로, 진~짜로 아무 일도 없었던 거 맞죠?!"
"그렇다니까~. 그저..."
"그저?"
"... 부드럽더라."
"으, 으으으윽...!"
선생님의 말에 완전히 폭발해버린 노도카는,
"아~ 이젠 저도 몰라요! 손님이고 뭐고 나가요! 당장!"
결국 선생님을 내쫓고 말았다.
"하핫, 쫓겨나버렸네, 선생님?"
"뭐, 자업자득이지..."
쫓겨난 선생님을 배웅하는 건, 당연하게도 나였다.
"그래도 아까 한 말은 진심이니까, 잊으면 안돼? 알겠지?"
"그럼, 모처럼 시구레가 해준 말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내게 손흔들어 주었다.
나도 샬레로 돌아가는 선생님한테 손흔들어 주며...
"부드럽다, 라..."
선생님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다는, 조금 과분한 꿈을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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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온구레 픽업이라 바이럴 용으로 함 써봄.
혹시 괜찮은 소재 있으면 추천받음.
댓글 21
오
녹차들고와서 마시면서봐야겟다
크아악 바이럴멈춰
와족제비가슴
이거 보고 온구레 걸렀다

그치만 온천장은...!!!
온구레 인연스 보면 그때 만든 온천중에 일부는 남아있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