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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에이전트 카요코 : 나를 사랑한 스파이(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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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 #VL #SF #카요코 #아코

원본 by 成未霧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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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8>

~ <5>

거점 급습에는 셉템, 즉 나와 동료 두 명, 듀오와 노벰이 참가했다.

우리 세 명은 허탈할 정도로 간단히 거점을 제압할 수 있었다.

우리는 시라유리가 게헨나 내외의 학생들을 결집해 편성된 중규모의 종교적 무력 단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들이 신봉하는 신은 아무래도 우리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장 부자연스러웠던 것은 그 사실이 아니라, 그녀들이 고도의 대규모 기술 플랜트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녀들의 조직 규모나 재력을 고려할 때 이런 시설을 준비하고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녀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병기로서 어떤 화학 물질을 개발하고 있었다.

개발은 99% 완료된 상태였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지만, 신은 M으로서 그 이상의 조사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이 일련의 발견에 강한 의구심을 품은 노벰은 특무과에도 신에게도 알리지 않고 독자적인 조사에 나선 듯했다.

산해경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는 어떤 경로를 통해 들었으나, 그 이후로 노벰으로부터 소식이 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머지않아 그녀는 탈주 첩보원으로 지정되어 새롭게 노벰의 이름을 잇는 자에게 쫓기는 몸이 되겠지만, 그것은 이제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발견된 화학 물질은 시라유리 일당으로부터 'K1V'라고 불리고 있었다.

K1V라는 코드네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시라유리의 교리나 경전, 활동의 진의와 마찬가지로 이해 불능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모두가 부여된 코드네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 수용을 가능케 하는 정신적 토양이 그 무렵의 만마전에는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특정 소동물이 분비하는 뇌내 물질을 원료로 하여 몇 가지 화학적 개조를 가해 제조되는 K1V는 상온에서 휘발하는 액체 상태의 물질이다.

기화된 K1V는 독성을 띤다.

그것도 H.G.W.와는 달리 즉효성 대미지를 준다.

K1V는 흡입 또는 피부 접촉을 통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

학생의 체내에 흡수된 K1V는 신비계의 작용을 통해 그 헤일로 계통을 가역적으로 불활성화시킨다.

즉, K1V는 치명적인 가스의 전구체인 셈이다.

K1V의 유효성은 발견과 동시에 검증되었다.

잔존한 시라유리의 소탕 작전을 수행하던 중, 그녀들이 쏜 눈먼 탄환이 플랜트 격납고 내의 대형 봄베 하나에 구멍을 냈다.

봄베를 엄폐물 삼아 시라유리의 잔당에 응전하던 듀오는 당황했다.

봄베가 폭발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봄베는 폭발하지 않았다.

대신 봄베는 무색투명하고 무취인 액체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액체가 가연성 물질일 가능성을 고려해 듀오는 벗어나려 했지만, 그때 듀오는 적들이 허겁지겁 격납고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듀오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면서도 탄약이 떨어진 B418 소형 권총을 재장전하며 다가올 전투에 대비했다.

넘버 에이전트 중에서도 그녀는 특히 총기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기에 재장전은 극히 짧은 시간 안에 끝났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은 휘발된 K1V가 그녀의 체내에 침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듀오는 먼저 견디기 힘든 현기증에 휩싸였고, 이어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

전신의 근육이 이상 반응을 일으켜 모든 행동이 불가능해졌다.

쓰러진 그녀는 격렬하게 경련하며 구토와 실금을 반복했다.

청색증 징후가 즉시 나타났다.

경직된 설근이 그녀의 호흡을 방해했다.

그녀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었다.

관리동 제압을 담당하던 나는 감시카메라를 통해 그 전 과정을 목격하게 되었다.

공포에 의한 지배를 구축하는 데 있어 K1V는 의심의 여지 없이 최적의 병기라 할 수 있었다.

임무 완료 몇 시간 후에는 적절한 첩보원이 신으로부터 듀오의 이름을 하사받았다.

선대 듀오의 시신은 기술과가 회수했다.

K1V는 그때쯤 완전히 분해되어 있었다.

K1V는 불안정한 물질이라 공기 중의 수분이나 열에 의해 늦어도 72시간 이내에는 분해되어 버린다.

이는 K1V가 H.G.W.처럼 치명적인 대미지를 장기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은 이 점에 주목했다.

H.G.W.를 폭발시키는 대신 K1V를 살포하면, 도시 기능을 파괴하지 않고 학원의 주민들을 일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은 이것을 살포하여 뜻대로 되지 않는 다른 학원의 학생들을 섬멸하고 키보토스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내가 처음부터 이런 결말을 기대하고 임무에 임한 것은 아니다.

나와 아코의 관계처럼, 부수적으로 손에 넣은 것이 K1V였을 뿐이다.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그렇게 인식된다.

틀린 생각일까?

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지만 말이다.

플랜트는 그대로 만마전에 접수되어 K1V 증산을 위해 운용되었다.

왠지 모르게 이미 잘 갖춰져 있던 시설의 힘을 빌려 K1V 증산은 아주 쉽게 성공했다.

얼마나 많은 고양이나 쥐가 희생되었는지에 관한 보고서는 읽지 않았다.

희생되었다는 '쥐'가 정말로 쥐과에 속하는 소동물을 뜻하는 것이었는지도 사실 확실치 않지만, 확실치 않다는 점은 문제 되지 않았다.

이미 생산된 분량까지 합쳐 필요 충분 이상의 K1V가 특무과에 준비되었다.

단순히 봄베에 채워진 것도 있었고, 탄도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특수 탄두로서 겔 상태로 성형된 것도 있었다.

그것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즉시 살포 가능한 상태로 지하 격납고에 잠들어 있다.

신은 철저하게 끝장을 볼 생각이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전쟁으로서의 절멸 전쟁을 이 키보토스에 실현하고,

그 공포를 망각 불가능한 것으로서 키보토스의 모든 주민에게 각인시키며,

그 실현 가능성을 행사하는 신으로서 강림한다.

그것이 신이 그리는 새로운 창세기였다.

인종적 절멸(레이셜 익스틴션),

종교적 절멸(레리저스 익스틴션),

지역적 절멸(리저널 익스틴션).

이 세 가지 절멸이 이 계획에 앞선 이념으로 내걸렸다.

세 가지 절멸은 공통된 머리글자를 따서 R1X라고 총칭되었다.

H.G.W.의 동작 시험과 같은 요령으로 각 학원에 K1V를 반입해 살포하고 R1X를 실현하는 계획.

그것이 프로젝트 K1V/R1X다.

<6>

"어째서인가요, 선배……. 어째서 이런 일에!“

절규하는 아코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런 감정의 동요도 나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나는 그 눈물에 영향받지 않는다.

영향받은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딱히 내가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저 만마전이 그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한다면, 거기에 종사할 뿐.“

"똑같은 소리 아닙니까!“

"역시 아코는 아직 감정 통제가 미숙하네.“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아코의 외침은 컸다.

과거 그녀가 공포에 질려 내질렀던 비명도 그랬다.

지금도 그녀는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런 형태로 노출되는 것이라면, 역시 그녀는 감정 통제에 서투르다는 뜻이다.

결국 교육을 통해 끌어낼 수 있는 건 원래의 소질뿐인 모양이다.

나는 그것을 가졌고, 아코는 그것을 갖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비전투원 대량 학살이라니…….

그런 건, 그런 건 어떤 명분이 있다고 해도 언어도단 아닌가요!“

아코가 어디까지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읽을 수 없다.

내가 그녀의 자료를 전부 훑어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법 깊숙이 파고드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빨리 임무를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즉시 총을 아코에게 겨눌 수가 없다.

그러는 것에 강한 저항감을 느낀다.

역시 나는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아코에게 '적절한 처치'를 하는 것에 대해.

나의 감정 통제도 망가져 있는 셈이다.

참으로 위험한 징후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M을 죽여서 전부 멈출 생각인가?“

물론 이것은 질문이 아니라 반어법이다.

누구도 신을 죽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신은 멈출 수 없다.

"보도 기관에 보고할 겁니다.

크로노스, 지식해방전선, 도서위원회, 아무튼 어디든 좋아요.

미디어 매체와 관련된 기관에 이 조사서를 유출시켜 계획을 저지하겠습니다.“

"지독한 농담이네.“

"그럴까요?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하던데요.“

"그만큼 조사하고도 아직 고대인의 격언 따위를 믿는 거야?

농담치고는 그쪽이 더 웃길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선배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저를 죽이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두고, 그걸로 끝인가요?“

아코는 눈물을 흘리는 자들이 흔히 그러하듯 감상적인 문장을 읊기 시작했다.

기억과 감상을 강제로 결부시키는 치졸한 회고다.

"쥬크는 그저 길고양이였어요…….

쥬크도, 쥬크 이전에 살해당한 열여덟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도 전부 폭력과는 무관했을 텐데…….

그런데 그런 짓을!

목이 잘리고, 눈이 뽑히고, 산 채로 찢겨서!

그 참혹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배는 싸워줬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왜!“

아코의 문장은 교정 불가능한 수준으로 무너져 있다.

맥락도 희박하고 비판적 사고의 실천도 결여되어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과오를 정정해야 한다.

아코를 이곳으로 이끈 교관의 책무로서.

"난 딱히 쥬크를 구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저 위험 인자를 학원에서 배제하고 싶었을 뿐.

결과적으로 쥬크가 살았지만 그건 우연이야.“

"그럼…저를 구한 것도…….“

"우연이지. 마침 제시간에 맞췄어. 그래서 구했어. 그뿐이야.“

아코를 화나게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나는 필요충분한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간결한 정보 전달은 요원의 커뮤니케이션에 필수적이다.

물론 이 정도 정보로 아코가 납득할 리 없겠지만,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 건 내 임무가 아니다.

"그럼, 그건 누구였습니까?“

"누구라니.“

"제가 좋아했던 그 다정한 선배는, 그건 누구였냐고요!“

"그것도 나야.

그때의 나도, 지금 여기 있는 나도 전부 나야.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지.“

이것 또한 사실이다.

나는 나로서의 연속성을 단 한 번도 결여한 적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일 수 없다.

셉템으로서의 나.

게헨나 학원의 학생으로서의 나.

아코의 선배로서의 나.

그것들은 전부 동질적이고 불가분한 나다.

동일한 신체 감각과 정신 감각을 공유하는 세 명의 나.

삼위일체.

"그럼 거짓말이었군요? 전부 다 거짓말이었던 거네요?

선배로서 저에게 해준 격려의 말도, 전부, 전부…….“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임무 수행에 필요한 응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은 그 응답이라는 행위가 이 임무 수행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갈등은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와 있다.

이제 EMDR은 기능하지 않는다.

나는 셉템으로서의 나의 연속성을 상실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한다.

나는 파카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안전장치를 풀고 조준한 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BR30.

대인 전투에 특화되어 강력한 저지력을 가진 중구경 군용 권총.

작은 외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굉음을 내뿜는 것이 단점이다.

그 때문에 첩보 임무에는 다소 부적합하다.

하지만 내가 소유한 개체에는 소음기가 장착되어 있다.

그래서 그 격발음이 울려 퍼지는 일은 없다.

나는 검지에 힘을 주었다.

번쩍였다.

임시로 마련된 거점이라 해도 그곳은 틀림없는 아코의 방이었다.

"거짓말이 아니야.“

나는 허공을 향해 중얼거린다.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애초에 아코의 단독 첩보 활동, 더 엄밀히 말하자면 배신행위를 눈치챈 것은 나다.

그녀는 나와 만났던 사건에 대해 줄곧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했다.

미리 그것을 경계하고 있던 내가, 그녀가 자신의 몽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놓칠 리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아코에게 가까이 있던 인물이었으니 이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아코의 수상한 활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벌인 독자적인 조사에서 나는 이 은신처를 알아내기에 이르렀다.

굳이 은신처까지 마련해야 할 정도로 아코가 손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 그 사실을 인지한 이상 못 본 척할 수도 없었다.

나의 당초 우려가 현실화되었을 위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나도 무사하지 못한다.

아코의 처분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그런 모든 리스크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신이나 만마전에 일절 전언을 남기지 않고 이곳으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나의 두려움은 기우가 아니었다.

아코는 프로젝트 K1V/R1X에 접촉해 있었다.

게다가 그 최고 기밀을 대중에게 폭로할 수단까지 마련해 둔 상태였다.

이제 그녀는 신에게 대적하는 위협이었고, 따라서 나에게 대적하는 적이기도 했다.

적은 모두 배제해야 한다.

적절하고 신속하게.

예외는 없다.

설령 그것이 내가 사랑한 스파이였다고 해도.

쓰러진 아코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파카 주머니에서 두 가지 도구를 꺼냈다.

하나는 아미 나이프, 다른 하나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금속 상자다.

그 작은 금속 상자는 NK 울트라라고 불리는 정밀 기기다.

안구 운동을 통해 뇌의 기억 영역을 해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만마전 기술부는 그 지견을 더욱 발전시켜 NK 울트라를 개발했다.

NK 울트라는 강제적인 안구 운동과 시신경에 대한 빛 자극을 통해 피험자의 기억을 개조하는 장치다.

단기 기억의 망각만을 가능케 했던 EMDR과는 달리, NK 울트라는 장기 기억에 접근하여 그 내용마저 바꿔 쓸 수 있다.

그 때문에 임의의 개인에게 형편에 맞는 가상 체험을 심어주어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까지 가능해진다.

아직 시제품 단계의 장치이긴 하지만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되어 있다.

아코의 오른쪽 눈을 NK 울트라에 세팅한다.

기동 스위치를 누른다.

장치는 파리 날갯짓 소리와 비슷한 노이즈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한다.

쥬크가 계속 살아있었다는 점은 여러 의미에서 매우 불행한 사태로 작용했다.

아코가 마지막까지 감정적인 언행을 일삼은 것은 그 고양이의 영향이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 고양이는 아코에게 <시라유리> 사건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말았다.

아코를 향한 나의 개인적인 노력을 그 고양이가 무효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쥬크를 죽여 뒀어야 했다.

자연사로 위장하여 쥬크를 죽일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왜냐하면 아코와 반동거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그 이전에 나는 그 고양이를 구하지 않았어도 됐다.

어차피 죽을 운명인 고양이였다.

굳이 정을 줄 필요도 없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의 말을 아코에게도 할 수 있다.

그때 나는 아코를 구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나와 아코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확정된 과거의 가정일 뿐이다.

쥬크는 지금도 살아있다.

그리고 아코도.

그러니 지금 나는 이것들에 '적절히 대처'해야만 한다.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수단은 그것들을 죽이는 것이다.

아코가 수집한 정보와 함께 두 목숨을 무로 돌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강산으로 녹이든 고열로 소각하든 하면 시체도 남지 않는다.

행방불명자 한두 명쯤 키보토스에서는, 하물며 게헨나에서는 일상다반사다.

골칫거리는 전부 회피할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죽이는 대신 아코의 기억을 소거하고 가상 체험을 설치하기로 했다.

가상 체험의 내용은 내가 쓴 시나리오다.

그것을 굳이 상세히 떠올릴 생각은 없다.

기밀 정보를 삭제한 뒤 현실과 괴리가 생기지 않도록 짜 넣었다는 것만 말해두자.

장치가 작은 비프음과 함께 진동을 멈추었다.

아코는 잠든 그대로다.

그 졸음이 부디 조금이라도 행복하기를 빌며 나는 그녀의 몸을 안아 들고 방을 나선다.

예전에 구교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파카 주머니에서 오일 라이터를 꺼낸다.

커버를 열고 아코가 거점으로 삼았던 방 안으로 던져 넣는다.

내일 아침이면 이 방은 사라진다.

아코가 수집한 불편한 진실에 관한 자료들은 재가 될 것이고, 아코의 계획은 아코의 과거와 함께 전부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빗속의 눈물처럼.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방 안 책상 위에는 그 서류와 흩어진 문구류, 배터리가 나간 노트북 외에 사진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곳에 장식되어 있던 것은 나와 아코의 투샷이다.

만마전이 주최한 군사 퍼레이드 도중에 찍힌 사진이다.

그래서 사진 속의 두 사람은 만마전 제복을 입고 있다.

둘 다 웃고 있다.

눈부신 미소를 짓는 아코에 비해 나의 미소는 일그러져서 마치 불쾌함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미소다.

임무를 위해 짓는 표정이라면 훨씬 자연스럽게 꾸며낼 수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웃는 것은 학생을 죽이거나 고문을 견디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나는 웃지 않는다.

웃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것은 내가 마음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몇 안 되는 미소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다시 이 미소를 되찾을 날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생각을 멈추기 위해 사진을 주머니에 넣었다.

기억의 연속성을 잃은 아코는 이제 원래의 아코가 아니다.

심어놓은 가상 체험의 성질상 그녀가 다시 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나는 아코를 잃은 셈이다.

그 상태에서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을까.

현실적인 질문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넘버 에이전트로 남아 있는 한은.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이미 실격이다.

감정에 몸을 맡기고 단독 행동을 벌인 끝에 만마전 및 신에게 최선이라 할 수 없는 선택을 몇 번이나 거듭했으니까.

신이 그런 불확실성을 수하에 계속 둘 리가 없다.

그리고 신은 넘버 에이전트에게 그 어떤 평온한 작별도 고하지 않는다.

나의 일련의 행동은 언젠가 신이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는 신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와 아코는 목숨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신으로부터. 신의 군대로부터.

상관없다.

그런 것 따위 어차피 내 상정 범위 안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코도 마찬가지였을 터다.

그녀는 조사를 진행하며 그것을 각오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코에게는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신은커녕 나로부터조차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코가 살아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나의 흔들림 없는 사심이다.

설령 아코 이외의 모든 생명이 학살당한다 해도 나는 아코가 살아있기를 바란다.

나는 그렇게 기도하고 싶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아코를 대신해 내가 아코를 지키려 한다.

기밀을 기밀인 채로 유지하고, 아코의 기억마저 지워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신의 군대를 아코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조차 완벽한 대응책이라 할 수는 없다.

머지않아 신은 우리를 죽이려 들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 그 자체가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오직 무기와 살의만을 동반한 채로.

올 테면 와라. 기꺼이 맞아주마.

신이든 귀신이든 뭐든, 내 손으로 마무리를 지을 테니까.

얼어붙는 바람, 쌓여가는 눈바람 속에서 나는 어둠의 심연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7>

그 학생은 넘버 에이전트 제7호 : 오니카타 카요코다.

40시간 전, 그녀의 생체 인식표에서 적출 신호가 발신되었다.

우리는 에이전트 킬로를 파견해 그녀와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해당 시각을 기점으로 오니카타 카요코가 당국을 배신한 것으로 단정하고, 그녀를 모든 직책에서 해임, 제4급 탈주 첩보원으로 지정했다.

그녀는 우리의 특정 기밀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어떤 기밀 병기의 시제품 한 세트를 가지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들은 그녀가 이제 당국에 있어 가히 독보적인 위험 인자임을 의미한다.

사태는 일각을 다툰다.

이에 이번 자네의 임무는, 72시간 이내에 실종된 그녀를 찾아내 '기나긴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네 혹은 자네의 멤버가 붙잡히거나 살해당하더라도 당국은 일절 관여하지 않을 테니 그리 알도록.

이 임무는 자네의 넘버 에이전트 승격 시험도 겸하고 있다.

건투를 빈다.

참고로 이 소설은 5초 뒤에 자동으로 완결된다.

※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단체, 사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8>

원고는 잘 읽어보았다.

나쁘지 않은 솜씨군.

아니, 이런 서신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수사는 관두기로 하지.

이 원고는 초고나 재고보다 훨씬 훌륭하다.

각 캐릭터의 행동 원리에 대한 일관성이 이전 버전에 비해 확연히 뛰어나더군.

3인칭 시점에서 1인칭 시점으로 전환한 것도 〈프로젝션〉용 원고로서는 탁월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개별적인 이벤트나 인격에 대한 해상도도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말이야.

지리 정보나 정경 묘사에 관한 디테일은 여전히 충분하다.

레드 윈터의 학생으로서 당사자성을 갖지 못한 우리로서는 알 길 없는 풍경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체적 감각이 동반된 박진감으로 묘사되어 있더군.

이는 이야기 전체의 리얼리티를 담보하는 중요한 사항이지.

리얼리티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인물의 말투가 지닌 어색함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고,

몇몇 모순이나 과대망상적인 화제 전개의 문제도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전자에 관해서는 말주변 없는 그녀들이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의 위화감이고,

후자는 역설적으로 이 파스티슈(Pastiche) 전체를 소위 '큰 이야기'에 접속시키는 효과를 완수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들, 그러니까 나나 자네, 그리고 그녀를 포함한 모든 개인은

자신의 '작은 이야기'를 그것을 포괄하는 '큰 이야기'에 접속시킴으로써 실존을 확인하려 드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오히려 이번 계획에 아주 형편이 좋아.

이 허구의 텍스트 자체가 광의의 위사(僞史)로서 설득력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필치라고 할 수 있겠지.

또한 이 정보량은 그녀가 더 중대한 기밀 정보에 다시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미스디렉션으로도 기능할 것이다.

설령 그녀가 '진실'을 깨달으려 한다 해도, 그녀가 조사하게 될 곳은 진실과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레드윈터의 벽지일 테니까.

그런 곳에 우리가 단서를 남겨두었을 리가 없지.

애초에 우리가 그곳과 접점을 가진 적조차 없으니 말이다.

자네가 여기까지 의도하고 이 원고를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이 텍스트는 그러한 기능을 갖게 되었다.

요컨대, 일을 아주 잘해주었다는 뜻이다.

자네의 편향된 취향에 맞춰 말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군.

'누구도 이보다 잘할 수는 없다(Nobody does it better)'.

처음 플롯이 올라왔을 시점에는 솔직히 불안을 부추기는 품질이라 최종적으로 이 정도 완성도가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만,

과연 '2차 창작의 명수'라는 평판은 허명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나는 지금 새삼스럽게 자네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자네에게 이 일을 맡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네.

이것을 일단의 결정고로 삼도록 하지.

가벼운 교정은 거치겠지만, 그것이 끝나면 곧바로 이 텍스트를 사념 데이터로 변환하여 〈프로젝션〉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측이 임의로 검열이나 수정을 가하는 일은 없을 거다.

자네의 작품인 이상 이 원고에 관한 저작인격권은 자네에게 있고, 무엇보다 서사론에 밝지 못한 우리가 이야기에 손을 댈 이유도 없으니까.

그런 짓을 해도 좋다는 계약도 아니었을 테고 말이야.

물론 이 모든 건 자네에게 이견이 없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만, 이견 따위는 없겠지. 안 그런가?

보수는 이미 준비해 두었다.

지급 방식은 착수금 때와 동일하다.

전령을 곧 수배하지.

자네는 이전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차림을 한 학생에게 이번 달 호 『Biscuit』을 받기만 하면 된다.

수표는 19페이지에 끼워두었다.

제대로 된 금융기관에 가져가면 액면가 그대로 문제없이 현금화할 수 있을 거다.

보수액의 변경은 일절 없다.

계약 당시의 금액 그대로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에 하나 부도 등의 중대한 실수가 있다면, 계약 체결 시 건네주었던 내 명함으로 연락하게.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그런 점에 있어서 완벽하고 싶으니까.

본 건에 관해 내가 전해야 할 말과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이것으로 모두 끝이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지.

그러므로 이후의 기술은 완전히 여담이다.

그저 내가 개인적인 신념에 근거해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쓰는 것뿐이다.

여기서부터 읽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자네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 어떤 문제도 없다.

전부 건너뛰어도 상관없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네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도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그러는 편이 더 행복할지도 모르지.

자, 여담으로, 혹은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NK 울트라 계획의 성과물인 〈프로젝션〉, 이것은 혁신적인 기술이다.

임의의 개인의 기억이나 의식을 재편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기술이 정신요법인 EMDR의 응용이라는 점은 이미 자네도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우리는 이 기술의 발명을 통해 변절한 요원을 살해하지 않고도 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살해보다 확실한 수단은 없지만, 너무 많이 죽이다 보면 총학생회에 발각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아무리 총학생회의 권력이 우리 특무과 앞에서 빈약하다 한들,

그리고 우리가 시체를 처리하는 기술에 능하다 한들,

중대한 번거로움을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는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영리한 처사지.

이 혁신적인 기술 앞에서 기억의 연속성에 관한 신화는 너무나도 쉽게 붕괴한다.

개인적인 기억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자아나 자기 인식 같은 것들 또한 담보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모든 타자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도 의심해야 하는 현실을 살게 된 것이다.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는 나뿐이다.

자네는 나와 달리 여전히 키보토스의 안쪽, 〈프로젝션〉의 영향력 범위 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자네는 자네 자신을 신용할 수 없다.

자네는 자네의 기억을 신용할 수 없다.

자네의 기억이, 자네의 현실이, 자네가 객관적 사실로서 인식하는 '큰 이야기'를 참조했을 뿐인

(즉, 자네가 가끔 간행하는 동인지와 완전히 같은 성격을 지닌) '작은 이야기',

이른바 2차 창작 중 하나가 아니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나?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겠지만, 나는 자네에게 그런 말을 해줄 생각이 없다.

그러니 자네는 끊임없이 의심해야만 하는 거다.

자네는 정말로 이 임무를 맡았는가?

자네는 정말로 이 편지를 받았는가?

자네가 자칭하는 이름은 본래 자네에게 주어진 이름과 일치하는가?

참으로 의심스럽기 짝이 없군.

그런데 여기까지 이 글을 읽은 자네는 몇 가지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다.

자네도 눈치챘을 테지.

나의 이 글이, 혹은 자네가 맡은 임무 그 자체가 수많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중 하나를 여기서 예로 들어 보이지.

이것은 나로부터 자네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동정이다.

자네는 우리 기관에 속하지 않은 한 명의 학생일 뿐이다.

애초에 자네는 게헨나 학원의 학생조차 아니지.

적어도 자네는 자기 자신에 대해 그렇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네에게 〈프로젝션〉에 관한 기밀을 제공했다.

우리 측에 임무 수행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는 명백히 부자연스러운 사태다.

키보토스 전역을 뒤흔들 수 있는 기밀을, 아무런 대취조 훈련도 받지 않은 타 학원 학생에게 우리가 누설할 리가 있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기관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아.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사태가 가능했는가.

여기서 자네가 떠올려 주었으면 하는 것이 앞서 말한 논의다.

자네의 사유는 이제 자네 자기 인식의 절대적 진위 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

'5초 전 가설'을 알고 있나?

그렇다.

이 세계가, 혹은 이 세계를 포착하는 자네의 의식이 불과 5초 전부터 지금 자네가 가진 모든 기억과 함께 생겨났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다.

〈프로젝션〉이 존재하는 한, 자네는 이 가설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할 수조차 없다.

이 전제를 바탕으로, 자네는 새삼스럽게 자네 자신을 직시해야만 한다.

자네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인식하고, 어떤 필연성을 가지고 우리로부터 기밀 정보를 제공받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자네에게 부과된 진정한 임무라고도 할 수 있지.

여기까지 씹어서 삼키기 좋게 말해줬다면 자네도 알 것이다.

자네는 이제 슬슬 떠올렸을 테지.

자신이 누구이며, 역할이 무엇인지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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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8.03번역

소설 핫산) 에이전트 카요코 : 나를 사랑한 스파이(完)

#오니카타 카요코#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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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DC
고관위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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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2026.08.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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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나
ㅇDC
ㅇㅇ126.08.03

살짝 콜옵 블랙옵스1 냄새 물씬나네... 근데 내가 빡통이라 그런데 '원고는 잘 읽어보았다.' 부터 내용이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는거지? 뭔가 '서술된 모든 것(지금까지 전개된 소설이나 원고 저자의 정체성 등)이 정말 일어난 진실일 수도 있고 단순 세뇌로 만들어진 거짓일 수도 있다는 열린결말' 로 해석되는데... 작가가 의도적으로 찝찝한 상상 유도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나?

ㅇDC
ㅇㅇ126.08.03

예를 들어 자넨 게헨나 학생조차 아니지 않나? 부분이 1. 정말 게헨나 학생이 아니지만 스스로 게헨나 학생이라고 세뇌 된 상태고 일부러 세뇌의 존재와 진실을 말해줘서 정체성에 혼동을 줌 2. 정말 게헨나 학생이 아니고 본인도 인지하고 있지만, 세뇌의 존재와 거짓말을 말해줘서 너 지금 세뇌당하고 있는거야ㅋㅋ 라고 혼동을 줌 3. 정말 게헨나 학생인데 세뇌의 존재와 거짓을 알려줌으로써 혼동을 줌 등등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서술된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게 작가의 의도인가?

고DC
고관위작성자26.08.03

글쓴분 트윗을 보면 그 작품은 정감보다는 기호나 상징의 반복에 편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고양이' '안구' '희생' '개인의 복수성'을 주시하며 읽으면 장치가 저절로 보일 것이다. 다만 저자의 그 반복에 대한 집착은 나보코프와 J문학(『무정한 세계』나 『모든 곳에 꽃다발이……』)을 지나치게 신봉한 데서 온 회고적 취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라는 자조가 있는데, 나보코프가 "쓰는 자가 사실은 이야기 속 인물이며, 그 사실이 텍스트의 장치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는 장치를 즐겨 사용한 작가임을 고려하면 의도적으로 열린 결말로 모호하게 쓴 게 맞아 보입니다. 빡통이라고 자조하실 필요는 없어요 ㅋㅋ

고DC
고관위작성자26.08.03

007이나 MI 등 첩보영화 패러디가 곳곳에 산적한 걸 보면 그냥 본편에서 "아코와 카요코는 과거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왜 소원해 보이는가?" 를 소재로 "너는 누구이며,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의식 삼아 다층 메타 픽션을 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표층: 게헤나 첩보원 카요코가 후배를 죽이지 못하고 탈영하는 스파이 스릴러. 심층(액자): 그 스릴러 자체가 누군가의 진짜 기억을 대체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의뢰·집필된 위조 기억이며, 최심층(메타): 그 원고를 쓴 "작가"조차도 실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조직 소속 요원이고, 소설을 쓰는 행위 자체가 억눌린 자기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복원해낸 과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DC
고관위작성자26.08.03

그런데, 웹 공개부분 말고 오프라인으로 출간된 책에는 부록이 딸려 있는데 1. 집필계약서(갑 : 메루 을 : M) 2. 후일담 : 메루가 유료 집필 의뢰를 받고 골머리를 앓는 내용 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보면 카요코는 진짜로 NK울트라를 가지고 탈주했고, M은 정보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소설을 간행시켜 정보의 미스디렉션을 시도했으며, 동시에 메루에게는 2. 정말 게헨나 학생이 아니고 본인도 인지하고 있지만, 세뇌의 존재와 거짓말을 말해줘서 너 지금 세뇌당하고 있는거야ㅋㅋ 라고 혼동을 줌 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ㅇDC
ㅇㅇ126.08.03

@고관위 이런 (좋은의미로) 텁텁한 나는 냉전 첩보물 클리셰 요소를 블아로 만날 줄 몰랐네 덕분에 양질의 소설 읽을 수 있었음. 장문의 답변, 번역 모두 고마움

고DC
고관위작성자26.08.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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