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자신과 동갑이다.
카요코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샬레의 복도는 밤이 깊어지면 생각보다 조용했다.
낮 동안에는 총학생회에서 온 서류와 각 학원의 연락, 그리고 별 의미도 없는 민원들로 복작이던 곳이, 밤이 되면 마치 숨을 참는 것처럼 가라앉았다.
카요코는 그 조용함을 싫어하지 않았다.
이어폰 한쪽을 귀에 꽂고, 다른 한쪽은 비워 둔 채로 천천히 걸었다. 혹시 모를 인기척을 듣기 위해서였다. 습관이었다. 흥신소 68에서 일하다 보면, 조용한 장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샬레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마 한 명뿐일 테니까.
“아직도 일하고 있겠지.”
카요코는 작게 중얼거렸다.
선생은 늘 그랬다.
학생들에게는 “무리하지 마”라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가장 늦게까지 불을 켜 두는 사람. 누군가 다치면 제일 먼저 달려오면서, 자기 몸이 망가지는 일에는 이상할 정도로 무심한 사람.
그게 어른이라는 건가.
카요코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스스로 그 생각을 지웠다.
어른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샬레 사무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쪽에서 종이 넘어가는 소리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카요코는 노크하려고 손을 들었다가 멈췄다.
책상 옆 바닥에 서류 봉투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정기 신체검사 결과’라고 적혀 있었다.
아마 선생이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가, 바람이나 움직임에 밀려 떨어진 모양이었다.
카요코는 잠깐 망설였다.
남의 개인 서류를 보는 취미는 없다.
더구나 선생의 것이면 더더욱.
하지만 봉투가 열린 채였고, 안에 있던 첫 장이 절반쯤 빠져 있었다. 주워서 넣으려는 순간, 카요코의 시선이 글자 하나에 걸렸다.
생년월일.
카요코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그 아래 적힌 숫자를 본 순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아주 멀게 느껴졌다.
“……뭐야.”
짧은 말이었다.
그런데 그 한마디 안에, 카요코가 거의 드러내지 않는 당혹감이 전부 들어 있었다.
선생의 나이는 18세였다.
자신과 동갑.
줄곧 여기저기서 어른이라고 불리던 사람.
키보토스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기대던 사람.
총학생회조차 예의를 차리고, 각 학원의 문제아들이 마지막에는 꼭 찾아오는 사람.
그 사람이.
카요코는 서류를 다시 봉투 안에 넣었다.
손끝이 조금 차가워졌다.
그때였다.
“카요코?”
안쪽에서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요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선생은 의자에서 반쯤 일어난 자세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피곤한 얼굴이었다.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서류가 작은 탑처럼 쌓여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과 똑같이 보이지 않았다.
“……미안. 떨어져 있길래.”
카요코는 봉투를 들어 보였다.
선생의 표정이 아주 짧게 굳었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다른 학생이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요코는 봤다.
선생이 숨기고 싶어 한 것을 들켰을 때의 얼굴.
“봤어?”
“응.”
카요코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선생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의자에 다시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구나.”
그 말은 너무 담담했다.
그래서 오히려 카요코는 조금 화가 났다.
“그게 끝이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학생들한테 계속 숨겼잖아.”
“응.”
“총학생회도 알아?”
“일부만.”
“흥신소는?”
“모르지.”
“아루도?”
“알면 하루 안에 키보토스 절반이 알게 되지 않을까.”
그 말에 카요코는 아주 조금 웃을 뻔했다. 하지만 웃지 않았다.
지금은 웃어 넘길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왜 숨겼어?”
선생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의 키보토스는 밤인데도 밝았다. 멀리서 네온사인이 깜빡였고, 어딘가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돌아가는 열차 소리가 들렸다. 선생은 그쪽을 잠깐 보다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처음 왔을 때, 내 나이가 열여덟이라고 말했으면,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았을 거야.”
기대도 될 사람이라고 믿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카요코는 반박하지 않았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데, 정작 나도 학생들과 같은 나이라고 하면…… 다들 더 불안해했겠지.”
“그래서 어른인 척했어?”
“척이라기보다는.”
선생은 조금 웃었다.
“그냥 필요한 역할을 한 거지.”
카요코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할
그 말이 너무 익숙했다.
아루는 멋진 사장을 연기하고, 무츠키는 장난스러운 악역을 연기하고, 하루카는 쓸모 있는 부하가 되고 싶어 몸을 던진다. 그리고 카요코 자신도 늘 침착한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니 알 수 있었다.
역할이라는 건, 오래 쓰고 있으면 얼굴에 달라붙는다.
나중에는 벗고 싶어도 어디까지가 가면이고 어디부터가 자기 얼굴인지 모르게 된다.
“선생.”
카요코가 낮게 불렀다.
“응.”
“힘들었어?”
그동안 말이야.
선생은 이번에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답이었다.
카요코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선생의 책상 맞은편에 섰다. 평소라면 의자에 앉았을 것이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적당히 농담을 하고, 적당히 선생을 걱정하다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선생. 나랑 동갑이었네.”
“……응.”
“그런데 나한테도 숨겼고.”
“미안.”
“별로... 사과하라는 뜻은 아니야.”
카요코는 팔짱을 꼈다.
“그냥 좀 얄미워.”
선생은 곤란한 듯 웃었다.
“카요코가 그렇게 말하니까 꽤 아프네.”
“아프라고 한 말이야.”
사무실에 작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카요코는 선생을 바라봤다.
전에는 ‘선생’이라는 말이 당연했다. 자기보다 훨씬 앞에 서 있는 사람. 학생들을 이끄는 사람. 가끔은 너무 무모해서 화가 나지만, 그래도 어른이니까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
그런데 이제 알고 보니, 그는 자신과 같은 나이에 그 모든 것을 떠안고 있었다.
그 사실이 카요코의 마음 어딘가를 조용히 긁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선생이 물었다.
“뭘?”
“이 사실을.”
카요코는 대답 대신 선생의 책상 위를 보았다.
반쯤 식은 커피. 메모가 빽빽한 보고서.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일정표. 그리고 구석에 놓인 작은 과자 봉지 하나.
아마 누군가 선생에게 두고 간 것이겠지.
선생은 그런 걸 쉽게 버리지 못한다.
“말 안 해.”
카요코가 말했다.
선생의 눈이 조금 커졌다.
“정말?”
“응.”
“이유를 물어봐도 돼?”
“물어보지 마.”
“알았어.”
선생은 순순히 물러났다. 그게 또 선생다워서, 카요코는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앞으로 내 앞에서는 너무 어른인 척은 하지 마.”
선생이 멈칫했다.
카요코는 이어폰 줄을 손가락에 감았다가 풀었다. 시선은 살짝 비켜 두었다. 정면으로 말하기엔 조금 낯간지러웠다.
“다른 애들 앞에서는 계속 선생으로서의 역할을 해. 그게 필요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카요코.”
“같은 나이잖아, 우리.”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묘하게 가슴이 간질거렸다.
동갑.
아까까지는 충격이었던 단어가, 입에 담고 나니 이상하게 부드러웠다.
선생은 한참 동안 카요코를 바라봤다. 그러다 아주 작게 웃었다.
“그럼 카요코는 나를 어떻게 대할 건데?”
“글쎄.”
카요코는 일부러 태연한 척했다.
“일단 야근하는 동갑내기 친구를 혼내는 것부터?”
“친구구나.”
“싫어?”
“아니.”
선생은 고개를 저었다.
“좋은데.”
그 대답이 너무 곧게 날아와서, 카요코는 잠깐 말을 잃었다.
이 사람은 가끔 이렇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흔든다. 계산한 말이 아니니 더 곤란하다. 카요코는 괜히 이어폰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런 식으로 바로 대답하지 마.”
“왜?”
“몰라도 돼.”
카요코는 선생의 책상 위 서류 몇 장을 집어 들었다.
“이건 오늘 안에 해야 하는 거야?”
“아니. 내일까지.”
“그럼 지금은 그만해.”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선생.”
카요코가 말을 끊었다.
평소와 같은 호칭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전과는 무게가 달랐다.
선생은 그 차이를 알아차린 듯했다.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카요코는 서류를 다시 내려놓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너..."
...너, 라고 해버렸다. 격식 없는 2인칭.
"지금 피곤해 보여.”
선생의 입술이 멈췄다.
너.
카요코도 자신이 그렇게 불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부러였다. 우연이 아니었다.
선생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카요코.”
“왜.”
“그건 좀 반칙 아니야?”
“뭐가.”
“갑자기 그렇게 부르면.”
“동갑이라며.”
카요코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귀 끝이 조금 뜨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선생은 결국 웃었다. 피곤이 묻어 있는 웃음이었지만, 조금은 가벼워 보였다. 카요코는 그제야 마음 한구석이 풀리는 걸 느꼈다.
“알았어. 오늘은 그만할게.”
“좋아.”
“그럼 카요코가 데려다주는 거야?”
“샬레 안에서 길 잃어?”
“그건 아닌데.”
“그럼 혼자 가.”
카요코는 그렇게 말하고 먼저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문고리를 잡기 직전, 뒤를 돌아보았다.
선생은 아직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안 와?”
“오라고 한 거야?”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선생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로 나오자 밤공기가 조금 차가웠다. 카요코는 이어폰 한쪽을 빼서 선생 쪽으로 내밀었다. 선생은 그것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들어도 돼?”
“싫으면 말고.”
“들을래.”
선생은 조심스럽게 이어폰을 받았다.
두 사람 사이에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화려한 곡은 아니었다. 느리고, 낮고, 오래된 음반 특유의 잡음이 조금 섞인 곡. 카요코가 좋아하는 음악이었다.
선생은 한동안 조용히 듣다가 말했다.
“좋네.”
“대충 말하는 거 아니지?”
“진심이야.”
“그래.”
카요코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복도 조명 아래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늘어졌다. 선생과 학생. 어른과 아이. 책임지는 사람과 기대는 사람.
그런 이름들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내일이 되면 카요코는 다시 선생을 선생이라 부를 것이다.
학생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것이다. 아루가 이상한 의뢰서를 들고 와도, 무츠키가 묘한 눈으로 놀려도, 하루카가 불안한 얼굴로 눈치를 보아도, 카요코는 평소처럼 적당히 말을 줄이고 상황을 정리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달랐다.
카요코는 선생의 옆얼굴을 보았다.
늘 어른처럼 굴던 동갑내기 소년이, 처음으로 조금 숨을 놓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선생.”
“응?”
“앞으로 가끔은 나한테 말해줘.”
“뭘?”
“힘든 거.”
선생은 대답하지 않았다.
카요코는 이어폰 줄을 살짝 당겼다. 두 사람의 어깨가 조금 가까워졌다.
“나도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런 건 기대하지 마.”
“응.”
“위로 같은 것도 잘 못해.”
“알아.”
“그래도 들어주는 건 할 수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카요코는 입을 다물었다.
더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너무 많이 말하면, 지금 이 감정이 그대로 들켜 버릴 것 같았다.
선생은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
“고마워, 카요코.”
“별로.”
“그래도 고마워.”
카요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진짜…… 그런 점이 문제야.”
“어떤 점?”
“몰라도 돼.”
선생은 웃었다.
카요코는 그 웃음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한 걸음 늦게 걸었다. 선생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걸음을 늦추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선생은 곧바로 속도를 맞췄다.
역시
카요코는 입가를 아주 조금 올렸다.
“카요코?”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웃은 것 같은데.”
“착각이야.”
“그런가.”
“응.”
복도 끝에 도착했을 때, 카요코는 이어폰을 빼지 않았다. 선생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잠시 멈춰 섰다.
이 비밀은 위험했다.
선생의 나이를 아는 사람은 적어야 했다.
그가 일부러 쌓아 올린 신뢰와 권위가, 고작 숫자 하나 때문에 흔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카요코는 이상하게도 그 비밀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그를 선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신만은 안다.
그가 사실은 자신과 같은 나이이고, 가끔은 기대고 싶어 하며, 그래도 끝까지 앞에 서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카요코는 정했다.
남들에게는 그대로 선생으로 두기로.
대신 자신 앞에서만큼은, 조금 덜 외롭게 만들기로.
“있잖아, 선생.”
“응?”
“내일부터도 선생이라고 부를 거야.”
“그렇겠지.”
“다른 애들 앞에서는, 말이야.”
선생이 카요코를 바라봤다.
카요코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평소처럼 무덤덤한 얼굴로, 아주 조금 목소리를 낮췄다.
“단둘이 있을 때는…… 좀 다르게 부를지도 몰라.”
“다르게?”
카요코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 이름은 서류에서 봤다.
선생이 일부러 숨겨 둔 나이와 함께, 너무도 평범하게 적혀 있던 이름.
학생들이 부르는 호칭도 아니고, 총학생회가 쓰는 직함도 아닌, 그 사람 자신에게 붙어 있는 이름.
카요코는 그것을 입 안에서 한 번 굴려 보았다.
생각보다 낯설고, 생각보다 가까웠다.
그리고 아주 작게 불렀다.
“……○○.”
선생의 숨이 멎었다.
카요코는 그 반응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이어폰 줄을 손가락에 감았다가 풀며,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카요코.”
“싫어?”
선생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대답 같아서, 카요코는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싫으면 안 할게.”
“아니.”
선생이 조금 급하게 말했다.
“싫은 건 아닌데.”
“그럼 됐네.”
“그냥…… 생각보다.”
“생각보다?”
선생은 손등으로 입가를 가렸다.
피곤해 보이던 얼굴에, 조금 다른 열이 올랐다.
“……위험하네.”
카요코는 그 말을 듣고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알아.”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다시 한 번 불렀다.
“○○.”
이번에는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다.
확인하는 것처럼.
비밀을 잠그는 것처럼.
혹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조용히 이름표를 붙이는 것처럼.
카요코는 선생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무 데서나 부르진 않을 테니까.”
“그게 더 문제 같은데.”
“왜?”
“기다리게 되잖아.”
카요코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하지만 그녀는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걸었다.
다만 귀 끝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진짜 그런 말은 아무렇지 않게 하네.”
“방금 건 진심이었는데.”
“그러니까 문제라고.”
카요코는 앞서 걸으며 이어폰 줄을 살짝 당겼다.
선생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그날 밤 이후, 카요코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샬레에 들르는 횟수가 조금 늘었다.
선생의 책상 위에는 가끔 카요코가 두고 간 음악 CD가 놓였다. 야근이 길어지는 날이면, 말없이 따뜻한 캔커피가 올라왔다. 선생이 무리해서 웃는 날에는, 카요코가 조용히 그의 앞에 앉아 한마디만 했다.
“오늘은 거기까지.”
그러면 선생은 이상하게도 순순히 펜을 내려놓았다.
학생들은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루는 “역시 우리 흥신소의 냉정한 참모답군!”이라고 했고, 무츠키는 “카요코쨩, 요즘 선생한테 좀 상냥하지 않아?”라며 웃었다. 하루카는 “카, 카요코 씨가 상냥한 건 원래부터 그랬어요!” 하고 필사적으로 말했다.
카요코는 전부 흘려들었다.
그리고 선생과 단둘이 남았을 때만, 아주 조용히 물었다.
“오늘은 괜찮아?”
그 말에 선생이 웃으면, 카요코는 생각했다.
이 정도면 됐다.
아직은 선생.
모두에게는 선생.
하지만 아주 가끔, 아무도 없는 곳에서만.
“○○.”
그렇게 부르면, 선생은 꼭 잠깐씩 대답을 잊었다.
카요코는 그 순간을 싫어하지 않았다.
들키지 않게 숨겨 둔 사탕처럼.
혼자만 알고 있는 노래의 마지막 트랙처럼.
조용하고, 작고, 이상할 만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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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인줄 알았는데 시리어스 인줄 알았는데 어흐로 끝나네
동갑내기 과외하기
맛있네!
맛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