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는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다.
“여기가…어디지?”
“아, 병원입니다. 안심하세요. 선도부장.”
목소리가 들려 시선을 내리니 백발의 소녀가 보였다. 응급의학부의 부장, 히무로 세나다.
“지혈제를 썼고, 응급수술을 했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총알이 영 좋지 못한 곳에 맞았거든요.”

“뭐?”
히나는 놀라서 황급히 이불을 들췄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수술의 흔적은커녕 핏자국 하나 없다. 환자복도 아니고 평범한 기본 복장이다. 차이가 있다면 왼팔에 링거가 꽂혀 있다는 정도.
“농담입니다.”
처음과 똑같은 무표정으로 세나는 말했다. 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농담은 항상 알아듣기 어려워…”
“그렇습니까.”
세나는 침대 옆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하지만 선도부장이 쓰러진 건 사실입니다. 선생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어요.”
“선생님이…”
그제서야 조금씩 기억이 돌아왔다. 오늘은 선생님이 오후에 게헨나를 방문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시간을 비워두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평소보다 사건이 더 많이 터졌다. 본래는 이오리나 아코에게 맡겨두었을 일도 히나는 직접 나섰다. 새벽부터 점심시간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밥은 챙겨 먹었던가?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렸다는 사실 뿐이다. 그리고…
“많이 걱정하셨겠네.”
“네. 아주 많이.”
“그럼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야겠어.
히나는 몸을 일으키며 핸드폰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만이 아니다. 자신의 총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하며 세나를 바라보자 세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제가 치웠습니다. 과로로 쓰러진 사람이 다시 일을 하게 둘 수는 않습니까?”
“뭐, 하지만 내가 가지 않으면...”
“지금 잘 이해가 안 되시는 것 같은데.”
세나는 몸을 위협적으로 앞으로 내밀었다. 그 무표정한 얼굴이 갑자기 다가오자 히나는 움찔하며 몸을 뒤로 뺐다.
“선도부장은 지금 납치 감금된 겁니다. 제 허락 없이는 이 병실을 나갈 수 없어요.”
“응?”
“참고로 선생님도 허락하신 일입니다. 당분간 선도부장은 여기서 저와 놀고 있어야겠어요.”
선생님의 이름까지 나오자 히나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하긴 바로 눈 앞에서 쓰러졌으니 걱정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아마 다른 선도부원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바로 조치를 취했겠지. 참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다.
히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하아. 알았어. 그럼 언제까지 쉬면 돼?”
“제가 괜찮다고 판단할 때까지입니다.”
“잘못하면 영원히 쉬게 되는 거 아냐? 그러면 곤란해, 세나. 내가 없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잖아.”
“부실에 시체가 가득 차서 활기가 넘치게 되겠죠. 후후. 생각만 해도 즐겁군요.”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웃음소리가 섞였는데도 무미건조한 목소리. 혹시 몰라 세나를 바라봤지만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나는 처음처럼 무표정했다.
“농답입니다.”
“…진짜 농담 맞아?”
평소의 언동을 생각하면 차마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당연하죠. 전 누군가의 고통에서 쾌락을 느끼는 취미는 없습니다.”
확실히. 히나는 생각했다. 세나는 평소에만 저렇게 말할 뿐 실제 상황이 터지면 똑바로 행동한다. 어쩌면 부상자를 시체라고 부르는 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습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저는 지금 선도부장 옆에 붙어 있어야 하니 부실에 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
히나는 세나를 빤히 바라봤다. 이번에는 농담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세나는 오히려 의아한 시선으로 히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역시 방금 생각은 철회라며 고개를 젓는 히나를 보며 세나는 처음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농담입니다.”
“너…”
“역시 선도부장은 놀리는 재미가 있군요. 지루하지 않겠어요.”
역시 방금 생각은 취소다. 세나는 타인의 고통에서 쾌락을 느끼는 게 분명하다.
“사람을 장난감으로 삼지 마.”
“글쎄요. 가끔은 장난감 취급도 괜찮지 않을까요? 제가 아니면 누가 선도부장과 이러고 놀아주겠습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세나를 제외하면 히나와 이렇게 농담따먹기를 할 수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 선두부원들을 대부분 히나를 어려워하고 아코의 경우는 오히려 너무 숭배해서 문제다. 만마전은 생각하기도 싫고 같은 학년인 하루나는 친구라기보다는 너무 자주 만난 경찰과 범죄자 느낌이다. 그나마 일반 학생인 키라라가 히나를 편하게 대하기는 하지만 세나처럼 히나를 놀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기가 즐거운 일에 히나를 끌어들이는 느낌.
생각하다보니 위화감이 들었다.
“내 인간관계, 생각보다 좁지 않아?”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세나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매일 같이 일만 하니까 그렇죠. 좀 더 주변에도 신경을 쓰세요.”
“그게 가능했으면 과로로 쓰러지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노력을 하세요.”
이제 완전히 히나 놀리기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었다. 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과로로 쓰러진 사람한테 노력을 더 하라니 의사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
“납치 감금도 의사가 할 일은 아니죠. 친구로서 말하는 겁니다. 히나.”
히나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세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당신은 지금 너무 많은 일을 떠맡고 있어요. 몇 개 정도는 아랫사람들을 믿고 맡겨도 될 겁니다. 그리고 선도부장이 없다고 해도 게헨나가 멸망하지는 않아요. 물론 혼란스럽고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겠죠. 하지만 기억해 보세요. 게헨나는 원래 그랬어요. 당신이 없을 때에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까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그렇게 무리하지 마세요.”
세나가 히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래야 친구와도 차 한 잔 마시며 이런 시시한 대화를 할 시간이 나지 않겠습니까.”
히나는 오늘 처음으로 세나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감정을 들은 것 같았다.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외로운 가을 낙엽 같은 감정을.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은 선생님을 봤는데 쓰러져서 저와만 놀고 있는 일도 없을 거고요.”
“뭐?! 아, 아니,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건…”
얼굴이 붉어져 황급히 손을 내젓는 히나를 보며 세나는 다시 미소지었다. 오늘의 두 번째 미소.
“그러니까 노력해주세요. 우리 모두를 위해서.”
또 다시 당했다는 생각에 세나를 노려보던 히나는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역시 살짝 미소 지었다.
“응. 노력해볼게.”
“네. 반드시요. 다음에는 납치 감금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이보다 더 심한게 있어?”
“네. 강제로 약물을 투여해서 한 달 정도는 재워둘 겁니다.”
히나는 입을 살짝 벌리고 세나를 바라봤다. 세나는 무덤덤하게 계속 말했다.
“아, 걱정마세요. 선도부장이 외롭지 않게 저와 선생님이 번갈아 가며 간호를 할 테니까요.”
히나는 계속 기다렸지만 다음에 이어져야할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직접 물었다.
“…농담이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보인 건 오늘의 세 번째 미소.
히나는 다음에는 절대 쓰러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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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와 세나의 만담이 보고 싶어서 짧게 끄적인 글
과로라니!
내가 과로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댓글 10
진짜 히나랑 세나는 저럴거같네 재밌게 잘봣어요
히나세나세리나


라라런듀오 넘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