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언제나와 같은 날이었다.
"야호! 이부키~ 등장~!"
"아, 이부키 왔니? 그럼 오늘 하루도 힘차게 시작해볼까!"
이부키가 샬레에 당번으로 오고, 그런 그녀를 맞이하며 상쾌하게 시작하는 아침.
이런저런 소일거리를 이부키에게 맡기고, 이를 끝내고 오면 칭찬해주며 머리를 쓰다듬거나 같이 과자를 먹는 하루.
분명 그날도 그런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날이어야 했는데...
"윽?! 으윽, 배가...!"
"어? 선생님, 어디 아파?"
사건은 그날 오후 발생했다.
"이부키! 선생님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잠깐만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어, 응! 알겠어! 빨리 다녀와야 돼!"
전날에 먹은 야식이 무언가 잘못되었는지 격렬한 복통이 엄습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부키를 놔둔 채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부키는 얌전한 아이니까, 당연히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그럼 이부키는 이제 뭐하... 응? 이건..."
사건은 언제나, 우연한 불행으로 일어나는 법이다.
"후우~ 진짜 큰일날 뻔했네... 응? 이부키?"
겨우겨우 급한 불을 끈 후 휴게실에 왔을 때, 왠지 이상한 공기를 감지했다.
"저기... 이부키? 어디 안 좋니?"
어째선지 이부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휴게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고,
"이부키? 이부키, 혹시 열이라도... 앗!"
이마를 짚어보려던 내 손길을 뿌리치며 휴게실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갔다.
"아니 잠깐 이부키! 기다려보렴! 이부키~!"
그 뒤로, 나와 이부키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는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차례가 되었음에도 이부키가 당번으로 찾아오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가끔 만마전과 교류가 있을 때도...
"있지있지, 그래서 이로하 선배가... 어?"
"키시싯, 그거 재밌는 이야기군... 아, 선생! 이제야 왔는가?"
"미안, 기다렸지! 이부키도 안녀... 이부키? 이부키, 어디 가!"
내가 시야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대로 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이, 이부키! 어디 가는 거냐!? 설마 지난번에 실수로 이부키의 푸딩을 먹어서? 아니, 하지만 그건 이로하가 다시 채워놨을 텐데!"
"진짜 왜 저러는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무언가가 틀어지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저를 찾아오셨다, 그런 얘기죠?"
"그렇다니까~! 이로하라면 이부키랑 친하니까, 뭔가 알 거 아냐!"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이로하의 아지트로 찾아가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흐음...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그러게요... 확실히 큰일인 것 같으니까, 도와드릴게요."
"정말? 다행이다~ 역시 이로하 뿐이라니까!"
"대신, 나중에 댓가는 확실히 치르셔야 할 테니까요?"
이로하가 능글맞은 미소로 무서운 말을 했지만, 지금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래서, 진짜로 짚히는 게 전혀 없나요?"
"그러게... 휴게실에 혼자 놔뒀다고 삐졌나? 아니지, 그랬으면 더 적극적으로 나랑 붙어있으려 했을 테니까..."
"헤에... 휴게실에 뭔가 이상한 게 있던 건 아니구요?"
"이상한 거라니, 휴게실에 있는 거야 안마의자나 만화책, 음료수나 과자 같은 주전부리, 그리고... 아."
이로하와 이야기하며 당시 휴게실에 있던 것을 떠올리던 중, 나는 "그것"을 떠올리고 말았다.
"... 설마 있어요? 이상한 거?"
"아, 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잖니! 있다고 해봐야 업무용 노트북인데..."
"업무용 노트북? 평소에 패드랑 같이 가지고 다니시는 그거요?"
업무용 노트북. 평소에는 싯딤의 상자나 샬레 사무실의 컴퓨터로 이런저런 업무를 보지만, 장기 출장을 갔을 때 샬레의 문서 업무를 처리하기가 어려워 새로 장만한 것이었다.
물론, "진짜 용도"는 따로 있지만...
"혹시 거기, 애들이 봐선 안되는 거라던가..."
"그런 거 없거든! 아니, 그, 없다기보단..."
"역시 뭐 있죠? 지금도 노트북 가지고 있으시잖아요, 한 번 보여줘봐요!"
"아니, 진짜 그런 거 아니래도!"
좁은 방에서 아웅다웅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결국 키보토스의 인간에게 적수가 되지는 못했고, 나는 이로하에게 노트북을 뺏기고 말았다.
"하아... 선생님.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이부키도 벌써 11살이라구요? 그렇고 그런 건 눈치로 다 알만한 나이거든요? 이거 열어보기 전에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얘기하시면, 제가 이부키를 잘 타일러 볼테니까..."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럼, 진짜 열어봅니다?"
그렇게 내 노트북은 주인의 손을 떠나버린 채 개봉되었고...
"이게 다 뭐야...? 페르시아의 왕자, 아머드 코어, 킹 오브 파이터...?"
내 부끄러운 비밀은, 이로하한테 전부 까발려지고 말았다.
"아니, 이만한 노트북에 무슨 게임이 이렇게 많이 깔려 있어요?!"
이로하 말대로, 그 노트북은 단순한 업무용 노트북이 아녔다.
이른바 게이밍 노트북. 그것도 엔지니어부한테 몰래 부탁해서 저장 용량을 극대화한 물건이었다.
"아하하...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로 해줄거지? 교육자로서 진짜 부끄러운데..."
"난 또... 그냥 얘기하면 되는걸 괜히 숨기시고 그래요, 땡땡이 동료끼리?"
다행히 이로하는 내 비밀을 지켜줄 모양이었고, 나는 무척이나 안도하였다.
"그나저나 차라리 후련해졌어~ 아까 변태로 오해받았을 땐 억울했다니까?"
"그건 제가 죄송하다니까요... 응? 근데 그럼 이부키는 왜..."
그렇게 일이 잘 풀리나 하던 순간, 이로하는 다시 한 번 노트북 화면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고...
2 / 2"선생님...? 이건 무슨 게임이에요? 볼풴... 슈타인?"
"응? 아 그거? 선생님이 원래 있던 세계에선 꽤 오래된 명작인데, 나치 독일을..."
거기까지 말하던 도중, 나는 이로하와 눈이 마주쳤다.
격렬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거, 이부키가 봤어요?"
"어? 그건 나도 잘... 근데 그건 왜? 아~ 하긴 애들이 보기엔 너무 잔인하지?"
"그런 문제가 아니라요!"
느긋한 나의 말에 이로하는 격하게 반응했고,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로하? 대체 왜..."
"앞으로는 게헨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세요! 아시겠어요?"
"뭐?! 아니, 그건 좀...!"
"그냥 들어요! 이건 전부 선생님을 위해서...!"
그렇게 언성을 높히던 도중,
"흥흥~ 룬룬~!"
"헛!"
익숙한 콧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로하는 거기에 소스라치게 놀란 눈치였다.
"이로하, 대체 왜 그러는..."
"됐으니까 일단 숨어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나는 아지트 한쪽 벽장에 숨은 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안녕, 이로하 선배! 오늘도 놀러왔어!"
"아... 왔어요, 이부키? 날도 더운데 오느라 고생 많았네요."
이부키가 방에 들어오자, 이로하는 어딘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라~? 그러는 이로하 선배야말로 땀을 엄청 흘리고 있네? 어디 안 좋아?"
"저야 뭐, 머리숱이 많아서 더위를 많이 타니까요... 뭐라도 마실래요? 주스도 있는데."
"진짜? 그럼 이부키는 오렌지 주스 마실래!"
그렇게 이 상황은, 조용히 무마되는 듯 싶었다...
"근데 이로하 선배, 아까 선생님 목소리 들리지 않았어?"
"커흡?!"
이부키가 나의 존재를 언급하기 전까지는.
"이, 이부키가 뭔가 착각하지 않았을까요? 요새 선생님을 안 본지 오래돼서 그립다거나..."
"흐음... 그런가?"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이로하였지만...
"... Senior Iroha, du lügst, oder?"
"... 이부키?"
'잠깐, 뭐라는 거야?!'
갑작스런 이부키의 유창한 외국어에, 나도 이로하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Nein, nein, wenn Sie in der Standardsprache von Kivotos sprechen, könnte eine Ratte es belauschen."
"... Was willst du sagen?"
"Zuerst werde ich reden, während ich hier die Snacks esse."
이로하도 이부키의 말을 알아듣는지, 이부키가 쓰는 말과 같은 언어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근데 이거, 듣다보니까 독일어 같기도 한데... 그럼 설마 아까 이로하가 놀랐던 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고민하느라 낑낑대는 중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 Senior Iroha, warum hast du Gehennas Feind versteckt? Ich möchte diesem Bastard sofort den Kopf explodieren lassen."
"Was? Ich habe meinen Feind versteckt? Das kann nicht möglich sein!"
잘은 모르겠지만 이로하는 이부키의 물음에 화를 내고 있었고, 이부키는 그걸 묵묵히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를 알 수 없어 뉘앙스만을 읽어낼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너무나 답답했지만,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Versteht der Lehrer den Dialekt von Gehenna nicht? Er war nicht wirklich überrascht."
"... Kann ich kurz meinen Durst löschen?"
"Sicher. Weil wir immer noch Freunde sind!"
이로하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고, 그와 반대로 이부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명랑하고 또렷했다.
이로 인한 알 수 없는 괴리감에, 내 이성이 잠식되고 있었다.
"Nun hat Ibuki den letzten Vorschlag. Sag Ibuki sofort, wo der Lehrer ist, und verschwinde, ohne dich umzudrehen. Dann werde ich dir vergeben, Senior Iroha."
속삭이듯 조용한 목소리로 이부키가 무언가를 말한 뒤, 긴 정적이 찾아왔고...
급하게 방을 빠져나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 끝난 건가?'
발소리가 난 이후에도, 정적은 마치 영겁처럼 나를 감싸고 있었다.
모든 게 끝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부키는 나름의 답을 얻고 아지트를 나섰을지도.
그러나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부키는 내가 안도하는 틈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포식자처럼.
어제까지의 나라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로하가 그렇게나 두려워하던 모습, 그리고 알 수 없는 언어를 유창하게 내뱉던 이부키의 목소리는 그녀를 의심할 당위성을 제공했다.
결국 나는 계속 숨을 죽인 채 벽장 안에 숨어있었고...
드르륵!
벽장 문이 열리는 소리가, 기나긴 정적을 깼다.
"... 이로하? 이로하 맞지?"
그리고 내가 걸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은,
"선~생~님~! 찾았다!"
완전히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이부키...!"
"있잖아, 나 오늘따라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로하 선배한테 어딨냐고 물어봤더니, 벽장 안에 있다고 알려줬어!"
"... 거짓말이지?"
결국 나는 이성이 산산조각나버린 채 이부키를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이부키는 자신의 둘도 없는 보물로, 내 정수리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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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딴겜할때 본 팬픽이랑 바스터즈 내용 쓰까서 쓴 소설
독일어는 번역기 돌린거라 뜻이 제대로 안읽힐수 있어서 나중에 해석본 따로 쓸듯
댓글 18
센끼아아아아아악


해석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