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
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피폐단편소설) 미사키가 악몽꿔서 앙하고 슬퍼함 (매움)
/블루 아카이브
광고

​

​

​

​

악몽을 꿨다.

​

지독하게 더러운 악몽을 꿨다.

​

​

​

당번활동으로 익숙해진 샬레 업무실에 스쿼드 전원과 선생님이 있었다.

​

선생님은 평소의 표정과는 다르게, 잔뜩이나 굳은 얼굴로 학생들 하나하나 앞에 섰다.

​

리더에게는 스스로의 책임을 다 했다며 안아주며 자신의 잘못이라는 사과를 했다. 그러고는 어디선가 가져온 고급 화장품을 건네주었다. 리더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공주에게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던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는 붉은 장미가 담긴 꽃다발을 선물했다.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

​

히요리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평소 히요리가 좋아하던 패션 잡지를 가득 건네주었다. 선생님의 뒷모습만 보였기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히요리는 건네받은 잡지를 꼬옥 안은 채 선생님을 향해 씁쓸한 미소를 보냈다.

​

그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내 앞에 섰다.

​

그제서야 보인 선생님의 표정.

​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 동시에 두 눈동자에 깊게 깃든 죄책감, 깊은 내리앉은 슬픔, 비통함.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감정들이 흘러나왔다.

​

그리고 잔뜩 울음을 참는 듯 억누른 목소리로 말을 군데군데 끊어서 말했다.

​

​

“미, 사키⋯. 정말, 미안해⋯.”

​

“정,말. 정말 미안해⋯.”

​

​

선생님의 다리는 덜덜 떨리더니 설 힘도 없었는지 주저앉았다.

​

히끅거리며 울음을 억누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굳게 닫은 눈꺼풀사이로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는 없었다.

​

그 후로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그렇지만 선생님의 울음소리는,

​

샬레 업무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정말로 구슬프게 울려퍼졌다는 것만 기억났다.

​

​

그리고 물 속에 잠긴 몸을 일으키듯, 나의 정신은 수면 위로 부상했다.

​

​

​

***

​

​

​

처음에 일어났을 때 눈 앞이 뿌옇길래 눈 주위를 만져보니 따뜻한 액체가 느껴졌다..

​

그리고 조금은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선생님.

​

자기 딴에는 대놓고 쳐다보지 않고 힐긋힐긋 쳐다봤다고 생각했겠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

몸을 일으켜 눈가에 묻은 것을 슥슥 닦자 그제서야 내가 울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

눈이 조금 따갑다.

​

눈을 계속해서 깜빡이며 초점을 찾고있자 다시 선생님이 힐끔 눈동자를 돌렸다.

​

하아…. 내가 걱정하게 만든건가.

​

​

“⋯. 악몽을 꿨어.”

​

“무슨 꿈을 꾸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아. 다만 굉장히 슬픈 꿈이었어.”

​

“너가 자면서 ‘선생님⋯.’하고 중얼거리더라.”

​

“⋯?”

​

“내가 나왔던거야?”

​

“⋯모르겠어.”

​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던거야?”

​

​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

​

“그, 그런거 아니야.”

​

​

얼굴이 확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

괜히 이야기했나.

싱숭생숭한 마음에 괜히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봤다.

​

그럼에도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

​

​

“그래서 미사키, 꿈에 나온게 너무 무서웠어? 그렇게 무서우면 여기 있는 선생님이랑 더 있어도 되는데~”

​

“아! 그만하라고!!”

​

​

선생님은 놀리며 내가 소리치자 고개를 홱 돌리고는 내 얼굴을 곁눈질로 살피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놀리는 것도 놀란 학생을 달래는 그 만의 방식이겠지.

​

샬레에서 당번 중 졸면서 오열했다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나온다.

​

하여간, 육체는 지옥이다.

​

즐거운 듯이 웃는 선생님을 보니 기분이 확 나빠졌다.

​

​

“선생님과 꽃가루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

“뭔데?”

​

“최악.”

​

“크윽-”

​

“최악이야. 진짜로.”

​

​

선생님은 치명적인 듯이 가슴을 붙잡는다.

​

하⋯.

​

다 위로하려고 하는 행동인 건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

선생님의 얼굴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생님한테 걸어갔다.

​

​

타박타박-

​

​

조용한 업무실에 발자국 소리가 울려퍼졌다.

​

떨어진 거리는 기껏해야 몇 발자국.

​

별로 멀진 않았지만 부끄러움 때문인지 괜히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

​

“미사키?”

​

​

표정관리가 안되었나, 그래도 중요하지는 않다.

​

나는 두 팔을 벌렸다.

​

​

“솔직히, 정말 무서웠어.”

​

​

선생님은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한 팔로 등을 끌어안고는, 다른 손으로는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커다란 품에 안기자 온 몸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져왔다. 아까 있었던 심란한 감정들이 눈 녹듯 서서히 흘러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

​

“우리⋯. 사이라면 이 정도 응석부리는 건 된다고 했었지?"

​

“당연하지. 나는 미사키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너무 기뻐.”

​

​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말을 꺼냈지만 더 부끄러워졌다.

​

안긴 채로 머리를 선생님의 가슴에 쿵쿵 박았다.

​

​

“아무 말도 하지 마.”

​

“응!”

​

“아무 말도 하지 말랬지⋯."

​

“⋯.”

​

​

이대로 한참 지났을까, 마음이 안정되었다.

​

선생님도 조금은 쑥스러운지 내 눈동자를 피했다.

​

조금은 장난기가 돌아 선생님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게 있었다.

​

리더가 꼭 말해달라고 한 게 있었지.

​

​

“그나저나 선생님, 오늘 시간 돼?”

​

“으음, 미사키를 위해서라면 시간은 언제나 되지!”

​

“다름이 아니라 곧 크리스마스잖아, 스쿼드끼리 작은 파티를 준비했는데 와줄 수 있을까.”

​

“그런가⋯. 나를 초대해주는거야?”

​

“응. 오늘 저녁 가능할까.”

​

“응! 미사키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볼까!”

​

​

저런 말을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하다니, 본인은 무슨 말을 하는지 자각은 하는 걸까.

​

그리고 저런 말을 듣고는 잠시나마 두근거린 나 자신도 조금 싫었다.

​

그런데 이거⋯.

​

조금 많이 두근거리는 것 같은데.

​

​

​

​

​

​

​

​

약속대로 저녁에 선생님을 호출했고 외곽지역에 있던 은신처에 선생님과 스쿼드 전원이 모였다.

​

그런데 생긴 자그마한 문제점이 하나 있다면,

​

​

“뿌에에엥~ 피자가 너무 맛있어요~~ 선생님이 사오신 피자를 다먹어버려요~”

​

“히요리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네!”

​

​

선생님과 다른 스쿼드들은 피자를 다 먹고 있는 히요리의 모습을 행복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

하⋯. 이래서는 선생님하고 다른 사람들이 못 먹잖아.

​

​

“히요리, 조금만 먹어. 다른 사람들이 손을 못대잖아.”

​

“뿌에에엥~ 이렇게나 맛있는 피자를 눈 앞에서 못 먹는다니~ 역시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에요~~”

​

“하아⋯.”

​

​

내가 한숨을 쉬자 선생님과 리더, 공주는 뭐가 즐겁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

이해 안돼.

​

은신처에 자그마하게 꾸민 노랑빛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니 뭔가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

이런게 선생님이 과거에 말해주었던 행복이라는 감정일까….

​

선생님은 모두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는 피자와 함께 가져왔던 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

​

“그러면 올해 한 해가 다 간 의미에서, 내가 선물을 하나 준비해왔는데 말이야.”

​

“선물? 선물이에요!! 뿌에에엥 이렇게 맛있는 피자와 함께 선물까지 받아버리면 더 이상 돌아갈 수는 없어요~”

​

“하하⋯. 먼저 사오리!”

​

​

선생님은 자그마한 유리병을 꺼냈다. 연하게 퍼지는 향과 금빛 문구가 적힌 고급스러운 포장을 보아 화장품인듯 했다.

​

​

“이건 고급 화장품이 아닌가⋯!!”

​

“너를 위한 것이니까 받아줘, 사오리.”

​

​

그리고 선생은 공주 앞에 섰다.

​

선생은 푸른 장미가 담긴 꽃다발을 꺼냈다. 향은 맡아지지 않을 정도로 약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꽃이었다.

​

​

“아츠코를 위해서는 꽃다발을 준비했어.”

​

“푸른 장미라, 꽃말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네 후훗.”

​

​

공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자 선생님은 흠, 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히요리 앞에 섰다.

​

​

“히요리를 위해서 패션 잡지를 모아왔어.”

​

“이, 이건 외국패션잡지잖아요!! 구하기 정말 힘드셨을 건데! 이런 것까지 받아버리면 저는 선생님께 모든 것을 의존해버리게 되는거에요~~”

​

​

행복해하는 히요리를 지나 선생님은 내 앞에 왔다.

​

​

“미사키는, 평소에 갖고 싶었던 인형을 가져왔어.”

​

​

선생님은 가방에서 커다란 동물 인형을 꺼냈다.

​

​

“자, 평소에 갖고 싶었던 사슴인형이야. 미사키가 잘 때 안고 자면 좋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

​

​

사슴이라, 그런 사소한 것까지 선생님은 다 기억해줬구나.

​

​

“그러면 이제 손잡고 캐럴 송을 부를까?”

​

“응, 선생님이라면.”

​

​

공주는 즉답하고는 선생님 옆에 바로 다가섰다.

​

공주만의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팔에 달라붙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달까.

​

선생님은 공주에게 한 손을 내어주고, 내 옆에 서서는 반대손을 내밀었다.

​

​

“⋯. 으응?”

​

​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이상한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

스쿼드 앞에서는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

​

“미사키, 부탁해. 한 해의 마지막인데 서로 즐거운 기억을 만들고 가면 좋잖아?”

​

​

선생님이 이렇게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겠지. 나는 최대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

​

“이번만⋯이니까⋯.”

​

​

선생님의 부탁이니까 어쩔 수 없는거야.

​

나는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을 잡았다.

​

가끔 잡았던 크고 따뜻한 손인데 크리스마스와 스쿼드 모두가 모인다는 분위기 때문일까,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

​

우리는 모두가 서로의 손을 잡고는 하얗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둥글게 애워쌌다.

​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

​

“We wish we a Merry Christmas~”

​

​

저 노래는 잘 알고 있다.

​

모두가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

​

“We wish we a Merry Christmas~”

​

​

분명 기쁘고 행복한 순간인데,

​

어째서일까.

​

​

“We wish⋯.”

​

​

해맑게 웃는 공주,

​

어색하지만 열심히 따라부르고 있는 리더.

​

아까 못먹은 피자를 그리워하듯 피자박스를 쳐다보고 있는 히요리.

​

그리고 누구보다 행복해 하는 것 같은 선생님.

​

​

분명 행복한데,

​

내가 있어야 할 곳인 것 같은데.

​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기분이다.

​

​

“나는⋯.”

​

​

다 함께 노래를 부르던 중 나 혼자 멈추었다.

​

그렇지만 모두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내 눈동자는 아까 선물 받았던 사슴 인형에 향하였다.

​

사슴.

​

사슴⋯.

​

​

내가 사슴인형을 좋아하던가?

​

​

나는,

​

곰인형을 좋아하는데⋯.

​

​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

선생님이 그런 걸 실수할 사람은 아닐텐데.

​

전날 과로도 하지 않았고.

​

전날⋯?

​

머리가 아팠다. 마치 떠올리면 안될 것을 떠올린 것처럼.

​

‘어제 ‘나’는 뭐하고 있었지?’

​

​

쩌걱-

​

​

무언가에 금이 간다.

​

나의 혼란스러운 눈동자는 선생님을 향했다.

​

그리고 드는 생각.

​

​

선생님이 살아있었던가?

​

​

그제서야 선생님은 노래를 멈추고는 나를 쳐다봤다.

​

이때까지는 짓지 않았던 슬픈 미소.

​

그러고는 선생님의 모습이 연기처럼 흐려지더니 사라져버렸다.

​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어긋남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

이가 다 빠져버린 수십 개의 연결된 톱니바퀴가 삐그덕 대며 무너진다.

​

​

스쿼드 전원이 ⋯. 살아있었나?

​

​

나는 공주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

밝게 웃으며 노래하고 있던 스쿼드가 일제히 무표정이 되더니 헤일로가 꺼졌다.

​

그녀들 역시 일렁이는 물결에 집어삼켜지더니 사라졌다.

​

​

마치 물결이 흔들리듯 모든 세계가 일렁인다.

​

해가 지고 별이 떴던 새까만 밤하늘이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동시에 피와 같은 새빨간 물이 땅에서 솟아올라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

아무도 없었던 주위에서 총소리와 미사일 폭발 소리가 나면서 주위 건물들이 부숴진다.

​

​

“그런가⋯.”

​

​

나는 가만히 서있었다.

​

우리가 둘러싸있었던 크리스마스 트리,

선물 상자,

아지트.

주위 건물.

​

모든 흔적에 어딘가에서 생겨난 검은 미사일과 총이 난사되기 시작한다.

​

귀가 멍해질 정도로 강력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

동시에 생기는 자욱한 먼지바람.

​

​

“콜록, 콜록”

​

​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먼지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

거세지는 바람소리가 귀가 먹어버릴 정도로 정점에 이른 순간,

​

이어진 것은 소름돋을 정도로 고요한 정적.

​

그 먹먹한 굉음과도 같은 적막 속에서 나는,

​

​

​

눈을 떴다.

​

​

손을 움직이자 손에서 빨간 물결이 일렁인다.

​

​

“잠깐 졸았나⋯.”

​

​

잔뜩 쉰 목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

​

잔뜩 흐려진 초점을 겨우 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것은 곰팡이가 잔뜩 낀 벽.

​

그리고 붉게 물은 욕조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나.

​

​

‘We wish ⋯.’

​

​

스쿼드와 선생님과 부르던 크리스마스 노래가 귀에 맴돌았다.

​

​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나를 비웃듯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다시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

​

‘잊고 싶었던 것.’

​

​

​

공주는 이미 죽었다.

​

색채를 부르는 의식의 제물이 되었지.

​

모든 신비를 다 빨려나가는 와중에서도 스쿼드 전원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었다.

​

그 때 이후로 한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보고 싶지 않았던 것.'

​

​

​

리더는 이미 죽었다.

​

아누비스라고 하는 공포와 선생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벌이던 중, 헤일로가 파괴되었다.

​

꽤나 치명상을 주고는 마지막까지 총을 손에서 놓지 않았었지.

​

리더가 내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살아남아." 였다.

​

​

​

'무너져버린 것.'

​

​

​

히요리도 이미 죽었다.

​

아누비스와 전투할 때 함께 했기에 리더의 죽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기에 충격이 컸을테지.

​

폐지 소각장 내부에서 옷가지 조각과 총을 발견한 것이 마지막 흔적이었다.

​

아끼던 잡지도 모두 그을려진 채.

​

​

'그리고 남아버린 것.'

​

​

​

그리고 나는 도망쳤다.

​

마음 같아서는 곧장 뛰쳐나가 리더의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리더의 마지막 명령에 따라야 했다.

​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

알고 있던 세이프 하우스 중 몇 개는 정상적으로 있었기에 그 곳에서 생활했다.

​

모두의 상실이 공허함을 안겨주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있었으니까.

​

그런 헛된,

​

희망을 품었었다.

​

​

홀로 생활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

선생님이 리더의 헤일로가 꺼졌던 날. 아누비스에 의해 사망했다는 정보를 받았을 때, 나는 한동안 멈추었던 자해를 다시 시작했다.

​

그 날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집의 물건들을 부쉈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피부에 붉은 선을 그었다. 그러고는 목이 쉬어버릴 때까지 울었었던 것 같다.

​

​

“살아남아.”

​

​

몇 번이고 죽고 싶었다.

​

무의식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리더’라던지, ‘공주’라는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

​

휴대폰을 사용하던 중 선생님과의 모모톡 기록을 무의식적으로 들어갔을 때.

​

혹시 히요리가 여기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은 채 폐지 소각장에 갔을 때,

​

물자를 얻기 위해 간 트리니티 대성당에서 마지막으로 보충수업부를 끌어안고 있던 아즈사를 보았을 때,

​

다 그만둬버리고 싶었다.

​

하지만 리더가 외친 그 마지막 명령은 족쇄가 되어 나를 끝까지 옭아맸다.

​

​

어떻게든 질질 끌어온 이 명령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은 솔직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 자신이,

​

밟고 짓밟아도 벌레처럼 살아가는 내 자신이 너무나 밉고 역겨웠다.

​

​

더 이상,

​

이 세계에 살고 싶지 않았다.

​

그것이 누군가의 마지막 소망이라 하더라도,

​

살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아파서.

​

그 아픔을 긁어내고 토해내도 바닥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깊어서.

​

사라져버리기로 한 것인데.

​

​

​

​

돌이킬 수 없을 것인데,

​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

어째서.

​

어째서 가슴이 이렇게나 아픈걸까.

​

​

“죄송⋯합니다⋯.”

​

​

나는 의미가 없는 중얼거림을 토해냈다.

​

멍청한 짓이다.

​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망상에 가까운데. 스스로의 자위에 가까운 소리인데.

​

왜 나는 이제서야 후회를 하는걸까.

​

​

마지막까지 생각한 게 이딴 생각이라니.

​

결국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운명이 어울린다는 것일까.

​

꿈마저 이런 행복한 악몽을 꾸는 자에게 주어지는 벌.

​

누군가의 마지막 소원조차 이루어 주지 못한 자에게 주어지는 벌.

​

현실을 마주하지 못한 채 결국 도피해버린 자에게 주어지는 벌.

​

​

그런데도 왜.

​

울지않기로 다짐했는데도

​

​

“흐윽⋯. 미안⋯ 죄송⋯합니다⋯. 흑, 흐윽⋯. 흐아아아아악!!!”

​

​

어째서 눈물이 나는걸까.

​

​

​

행복해지고 싶었다.

​

스쿼드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

바보같지만 진심으로 좋아했던 선생님과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싶다.

​

​

행복해지고⋯. 싶었다.

​

​

리더.

​

공주.

​

히요리.

​

​

​

그리고 선생님.

​

​

​

​

미안해.

​

​

그렇지만,

​

이런 나라도 마지막에는 희망을 품어봐도 될까.

​

​

​

​

어쩌면 이 모든 게

​

​

악몽이었다면.

​

​

​

​

​

지독하게 더러운,

​

​

악몽,

​

​

​

이었다면.

​

​

​

<작가후기>

내가 살면서 창작한 것 중에서 창작하면서 제일많이 내상입었음 하....

소재 자체는 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거고 만화로 그릴 계획이었는데, 그릴 역량도 시간도 안될 것 같아서 소설로 끄적여봤어

4pv를 보면서 계속 생각했던게 미사키가 그냥 자살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지막으로 홀로 남겨진 채로 외롭게 죽지는 않았을까, 미사키가 정신적으로 무너질 정도의 상황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여기까지 이어졌어

1인칭 소설 쓰는 건 처음이고 마지막으로 소설 쓴지도 5달이 넘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아쉬운 점이나 고치면 좋을 것 같은 점 피드백해주면 더 양질의 소설이 나와!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4.08.18창작

피폐단편소설) 미사키가 악몽꿔서 앙하고 슬퍼함 (매움)

#이마시노 미사키#소설
좋아요 0댓글 16저장 0
광고
ㅇDC
ㅇㅇ작가
게시물 20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08.18 23:43
조회0
광고

댓글 16

나
ㅇDC
ㅇㅇ124.08.18
디시콘
ㅇDC
ㅇㅇ224.08.18
ㅇDC
ㅇㅇ324.08.18
디시콘
ㅇDC
ㅇㅇ424.08.18
디시콘
ㅇDC
ㅇㅇ24.08.18

맛이좋은데스우

ㅇDC
ㅇㅇ작성자24.08.19
디시콘
광고

ㅇㅇ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창작
음해, 불륜주의) 새벽부터 열심히 꾸민 히나
ㅇㅇㅇ028
창작
2
학대주의) 마이아 : 선생님.. 저 아기가 생겼대요...
ㅇㅇㅇ152
창작
2
약학대) 아로나에게 일주일동안 말을 안 걸어봤다
ㅇㅇㅇ28
창작
학대주의) 노조미 갑자기 애호해주기
ㅇㅇㅇ010
창작
학대)쿠로코를 뽑은 겜안분 센세.Manwha
ㅇㅇㅇ3111
창작
3
인연 50기념그림) 아루와 섹못방에 갇혔다
ㅇㅇㅇ013
창작
2
학대) 부족해진 청휘석 때문에 프라나에게 부탁하는 센세
ㅇㅇㅇ024
TEXT
창작
소설) 미사키에게 마조히스트냐고 물어보는 센세
ㅇㅇㅇ018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TEXT
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1
슈슈퍼물라매075
TEXT
번역
소설핫산) 샬레로부터의 공지 (트위터풍)
多多次元ようかん(活動終了)058
TEXT
창작
소설) 아마우 아코에게 선생님 그만 둔다고 하는 이야기
데데스/모이네스!053
창작
3
세번보면 죽는 미사키.manhwa
깡깡총이키우기1140
번역
3
위스키 봉봉 먹고 취한 미사키
Ccpk_prd419
TEXT
창작
소설) 우시오 노아가 죽어가는 선생과 작별하는 이야기
데데스/모이네스!023
창작
만화) 겉과속이 다른 미사키
민민초빌런329
번역
7
미사키가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たたち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