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꿨다.
지독하게 더러운 악몽을 꿨다.
당번활동으로 익숙해진 샬레 업무실에 스쿼드 전원과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은 평소의 표정과는 다르게, 잔뜩이나 굳은 얼굴로 학생들 하나하나 앞에 섰다.
리더에게는 스스로의 책임을 다 했다며 안아주며 자신의 잘못이라는 사과를 했다. 그러고는 어디선가 가져온 고급 화장품을 건네주었다. 리더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공주에게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던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는 붉은 장미가 담긴 꽃다발을 선물했다.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
히요리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평소 히요리가 좋아하던 패션 잡지를 가득 건네주었다. 선생님의 뒷모습만 보였기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히요리는 건네받은 잡지를 꼬옥 안은 채 선생님을 향해 씁쓸한 미소를 보냈다.
그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내 앞에 섰다.
그제서야 보인 선생님의 표정.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 동시에 두 눈동자에 깊게 깃든 죄책감, 깊은 내리앉은 슬픔, 비통함.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감정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잔뜩 울음을 참는 듯 억누른 목소리로 말을 군데군데 끊어서 말했다.
“미, 사키⋯. 정말,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선생님의 다리는 덜덜 떨리더니 설 힘도 없었는지 주저앉았다.
히끅거리며 울음을 억누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굳게 닫은 눈꺼풀사이로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는 없었다.
그 후로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울음소리는,
샬레 업무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정말로 구슬프게 울려퍼졌다는 것만 기억났다.
그리고 물 속에 잠긴 몸을 일으키듯, 나의 정신은 수면 위로 부상했다.
***
처음에 일어났을 때 눈 앞이 뿌옇길래 눈 주위를 만져보니 따뜻한 액체가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은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선생님.
자기 딴에는 대놓고 쳐다보지 않고 힐긋힐긋 쳐다봤다고 생각했겠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몸을 일으켜 눈가에 묻은 것을 슥슥 닦자 그제서야 내가 울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눈이 조금 따갑다.
눈을 계속해서 깜빡이며 초점을 찾고있자 다시 선생님이 힐끔 눈동자를 돌렸다.
하아…. 내가 걱정하게 만든건가.
“⋯. 악몽을 꿨어.”
“무슨 꿈을 꾸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아. 다만 굉장히 슬픈 꿈이었어.”
“너가 자면서 ‘선생님⋯.’하고 중얼거리더라.”
“⋯?”
“내가 나왔던거야?”
“⋯모르겠어.”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던거야?”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 그런거 아니야.”
얼굴이 확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괜히 이야기했나.
싱숭생숭한 마음에 괜히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봤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
“그래서 미사키, 꿈에 나온게 너무 무서웠어? 그렇게 무서우면 여기 있는 선생님이랑 더 있어도 되는데~”
“아! 그만하라고!!”
선생님은 놀리며 내가 소리치자 고개를 홱 돌리고는 내 얼굴을 곁눈질로 살피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놀리는 것도 놀란 학생을 달래는 그 만의 방식이겠지.
샬레에서 당번 중 졸면서 오열했다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나온다.
하여간, 육체는 지옥이다.
즐거운 듯이 웃는 선생님을 보니 기분이 확 나빠졌다.
“선생님과 꽃가루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뭔데?”
“최악.”
“크윽-”
“최악이야. 진짜로.”
선생님은 치명적인 듯이 가슴을 붙잡는다.
하⋯.
다 위로하려고 하는 행동인 건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선생님의 얼굴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생님한테 걸어갔다.
타박타박-
조용한 업무실에 발자국 소리가 울려퍼졌다.
떨어진 거리는 기껏해야 몇 발자국.
별로 멀진 않았지만 부끄러움 때문인지 괜히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미사키?”
표정관리가 안되었나, 그래도 중요하지는 않다.
나는 두 팔을 벌렸다.
“솔직히, 정말 무서웠어.”
선생님은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한 팔로 등을 끌어안고는, 다른 손으로는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커다란 품에 안기자 온 몸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져왔다. 아까 있었던 심란한 감정들이 눈 녹듯 서서히 흘러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사이라면 이 정도 응석부리는 건 된다고 했었지?"
“당연하지. 나는 미사키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너무 기뻐.”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말을 꺼냈지만 더 부끄러워졌다.
안긴 채로 머리를 선생님의 가슴에 쿵쿵 박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응!”
“아무 말도 하지 말랬지⋯."
“⋯.”
이대로 한참 지났을까, 마음이 안정되었다.
선생님도 조금은 쑥스러운지 내 눈동자를 피했다.
조금은 장난기가 돌아 선생님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게 있었다.
리더가 꼭 말해달라고 한 게 있었지.
“그나저나 선생님, 오늘 시간 돼?”
“으음, 미사키를 위해서라면 시간은 언제나 되지!”
“다름이 아니라 곧 크리스마스잖아, 스쿼드끼리 작은 파티를 준비했는데 와줄 수 있을까.”
“그런가⋯. 나를 초대해주는거야?”
“응. 오늘 저녁 가능할까.”
“응! 미사키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볼까!”
저런 말을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하다니, 본인은 무슨 말을 하는지 자각은 하는 걸까.
그리고 저런 말을 듣고는 잠시나마 두근거린 나 자신도 조금 싫었다.
그런데 이거⋯.
조금 많이 두근거리는 것 같은데.
약속대로 저녁에 선생님을 호출했고 외곽지역에 있던 은신처에 선생님과 스쿼드 전원이 모였다.
그런데 생긴 자그마한 문제점이 하나 있다면,
“뿌에에엥~ 피자가 너무 맛있어요~~ 선생님이 사오신 피자를 다먹어버려요~”
“히요리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네!”
선생님과 다른 스쿼드들은 피자를 다 먹고 있는 히요리의 모습을 행복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하⋯. 이래서는 선생님하고 다른 사람들이 못 먹잖아.
“히요리, 조금만 먹어. 다른 사람들이 손을 못대잖아.”
“뿌에에엥~ 이렇게나 맛있는 피자를 눈 앞에서 못 먹는다니~ 역시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에요~~”
“하아⋯.”
내가 한숨을 쉬자 선생님과 리더, 공주는 뭐가 즐겁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이해 안돼.
은신처에 자그마하게 꾸민 노랑빛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니 뭔가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이런게 선생님이 과거에 말해주었던 행복이라는 감정일까….
선생님은 모두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는 피자와 함께 가져왔던 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면 올해 한 해가 다 간 의미에서, 내가 선물을 하나 준비해왔는데 말이야.”
“선물? 선물이에요!! 뿌에에엥 이렇게 맛있는 피자와 함께 선물까지 받아버리면 더 이상 돌아갈 수는 없어요~”
“하하⋯. 먼저 사오리!”
선생님은 자그마한 유리병을 꺼냈다. 연하게 퍼지는 향과 금빛 문구가 적힌 고급스러운 포장을 보아 화장품인듯 했다.
“이건 고급 화장품이 아닌가⋯!!”
“너를 위한 것이니까 받아줘, 사오리.”
그리고 선생은 공주 앞에 섰다.
선생은 푸른 장미가 담긴 꽃다발을 꺼냈다. 향은 맡아지지 않을 정도로 약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꽃이었다.
“아츠코를 위해서는 꽃다발을 준비했어.”
“푸른 장미라, 꽃말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네 후훗.”
공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자 선생님은 흠, 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히요리 앞에 섰다.
“히요리를 위해서 패션 잡지를 모아왔어.”
“이, 이건 외국패션잡지잖아요!! 구하기 정말 힘드셨을 건데! 이런 것까지 받아버리면 저는 선생님께 모든 것을 의존해버리게 되는거에요~~”
행복해하는 히요리를 지나 선생님은 내 앞에 왔다.
“미사키는, 평소에 갖고 싶었던 인형을 가져왔어.”
선생님은 가방에서 커다란 동물 인형을 꺼냈다.
“자, 평소에 갖고 싶었던 사슴인형이야. 미사키가 잘 때 안고 자면 좋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
사슴이라, 그런 사소한 것까지 선생님은 다 기억해줬구나.
“그러면 이제 손잡고 캐럴 송을 부를까?”
“응, 선생님이라면.”
공주는 즉답하고는 선생님 옆에 바로 다가섰다.
공주만의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팔에 달라붙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달까.
선생님은 공주에게 한 손을 내어주고, 내 옆에 서서는 반대손을 내밀었다.
“⋯. 으응?”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이상한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스쿼드 앞에서는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미사키, 부탁해. 한 해의 마지막인데 서로 즐거운 기억을 만들고 가면 좋잖아?”
선생님이 이렇게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겠지. 나는 최대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만⋯이니까⋯.”
선생님의 부탁이니까 어쩔 수 없는거야.
나는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을 잡았다.
가끔 잡았던 크고 따뜻한 손인데 크리스마스와 스쿼드 모두가 모인다는 분위기 때문일까,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의 손을 잡고는 하얗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둥글게 애워쌌다.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We wish we a Merry Christmas~”
저 노래는 잘 알고 있다.
모두가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We wish we a Merry Christmas~”
분명 기쁘고 행복한 순간인데,
어째서일까.
“We wish⋯.”
해맑게 웃는 공주,
어색하지만 열심히 따라부르고 있는 리더.
아까 못먹은 피자를 그리워하듯 피자박스를 쳐다보고 있는 히요리.
그리고 누구보다 행복해 하는 것 같은 선생님.
분명 행복한데,
내가 있어야 할 곳인 것 같은데.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기분이다.
“나는⋯.”
다 함께 노래를 부르던 중 나 혼자 멈추었다.
그렇지만 모두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 눈동자는 아까 선물 받았던 사슴 인형에 향하였다.
사슴.
사슴⋯.
내가 사슴인형을 좋아하던가?
나는,
곰인형을 좋아하는데⋯.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이 그런 걸 실수할 사람은 아닐텐데.
전날 과로도 하지 않았고.
전날⋯?
머리가 아팠다. 마치 떠올리면 안될 것을 떠올린 것처럼.
‘어제 ‘나’는 뭐하고 있었지?’
쩌걱-
무언가에 금이 간다.
나의 혼란스러운 눈동자는 선생님을 향했다.
그리고 드는 생각.
선생님이 살아있었던가?
그제서야 선생님은 노래를 멈추고는 나를 쳐다봤다.
이때까지는 짓지 않았던 슬픈 미소.
그러고는 선생님의 모습이 연기처럼 흐려지더니 사라져버렸다.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어긋남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가 다 빠져버린 수십 개의 연결된 톱니바퀴가 삐그덕 대며 무너진다.
스쿼드 전원이 ⋯. 살아있었나?
나는 공주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밝게 웃으며 노래하고 있던 스쿼드가 일제히 무표정이 되더니 헤일로가 꺼졌다.
그녀들 역시 일렁이는 물결에 집어삼켜지더니 사라졌다.
마치 물결이 흔들리듯 모든 세계가 일렁인다.
해가 지고 별이 떴던 새까만 밤하늘이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피와 같은 새빨간 물이 땅에서 솟아올라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아무도 없었던 주위에서 총소리와 미사일 폭발 소리가 나면서 주위 건물들이 부숴진다.
“그런가⋯.”
나는 가만히 서있었다.
우리가 둘러싸있었던 크리스마스 트리,
선물 상자,
아지트.
주위 건물.
모든 흔적에 어딘가에서 생겨난 검은 미사일과 총이 난사되기 시작한다.
귀가 멍해질 정도로 강력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동시에 생기는 자욱한 먼지바람.
“콜록, 콜록”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먼지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거세지는 바람소리가 귀가 먹어버릴 정도로 정점에 이른 순간,
이어진 것은 소름돋을 정도로 고요한 정적.
그 먹먹한 굉음과도 같은 적막 속에서 나는,
눈을 떴다.
손을 움직이자 손에서 빨간 물결이 일렁인다.
“잠깐 졸았나⋯.”
잔뜩 쉰 목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잔뜩 흐려진 초점을 겨우 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것은 곰팡이가 잔뜩 낀 벽.
그리고 붉게 물은 욕조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나.
‘We wish ⋯.’
스쿼드와 선생님과 부르던 크리스마스 노래가 귀에 맴돌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를 비웃듯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다시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잊고 싶었던 것.’
공주는 이미 죽었다.
색채를 부르는 의식의 제물이 되었지.
모든 신비를 다 빨려나가는 와중에서도 스쿼드 전원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었다.
그 때 이후로 한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던 것.'
리더는 이미 죽었다.
아누비스라고 하는 공포와 선생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벌이던 중, 헤일로가 파괴되었다.
꽤나 치명상을 주고는 마지막까지 총을 손에서 놓지 않았었지.
리더가 내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살아남아." 였다.
'무너져버린 것.'
히요리도 이미 죽었다.
아누비스와 전투할 때 함께 했기에 리더의 죽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기에 충격이 컸을테지.
폐지 소각장 내부에서 옷가지 조각과 총을 발견한 것이 마지막 흔적이었다.
아끼던 잡지도 모두 그을려진 채.
'그리고 남아버린 것.'
그리고 나는 도망쳤다.
마음 같아서는 곧장 뛰쳐나가 리더의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리더의 마지막 명령에 따라야 했다.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던 세이프 하우스 중 몇 개는 정상적으로 있었기에 그 곳에서 생활했다.
모두의 상실이 공허함을 안겨주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있었으니까.
그런 헛된,
희망을 품었었다.
홀로 생활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선생님이 리더의 헤일로가 꺼졌던 날. 아누비스에 의해 사망했다는 정보를 받았을 때, 나는 한동안 멈추었던 자해를 다시 시작했다.
그 날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집의 물건들을 부쉈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피부에 붉은 선을 그었다. 그러고는 목이 쉬어버릴 때까지 울었었던 것 같다.
“살아남아.”
몇 번이고 죽고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리더’라던지, ‘공주’라는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
휴대폰을 사용하던 중 선생님과의 모모톡 기록을 무의식적으로 들어갔을 때.
혹시 히요리가 여기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은 채 폐지 소각장에 갔을 때,
물자를 얻기 위해 간 트리니티 대성당에서 마지막으로 보충수업부를 끌어안고 있던 아즈사를 보았을 때,
다 그만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리더가 외친 그 마지막 명령은 족쇄가 되어 나를 끝까지 옭아맸다.
어떻게든 질질 끌어온 이 명령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은 솔직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 자신이,
밟고 짓밟아도 벌레처럼 살아가는 내 자신이 너무나 밉고 역겨웠다.
더 이상,
이 세계에 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누군가의 마지막 소망이라 하더라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아파서.
그 아픔을 긁어내고 토해내도 바닥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깊어서.
사라져버리기로 한 것인데.
돌이킬 수 없을 것인데,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어째서.
어째서 가슴이 이렇게나 아픈걸까.
“죄송⋯합니다⋯.”
나는 의미가 없는 중얼거림을 토해냈다.
멍청한 짓이다.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망상에 가까운데. 스스로의 자위에 가까운 소리인데.
왜 나는 이제서야 후회를 하는걸까.
마지막까지 생각한 게 이딴 생각이라니.
결국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운명이 어울린다는 것일까.
꿈마저 이런 행복한 악몽을 꾸는 자에게 주어지는 벌.
누군가의 마지막 소원조차 이루어 주지 못한 자에게 주어지는 벌.
현실을 마주하지 못한 채 결국 도피해버린 자에게 주어지는 벌.
그런데도 왜.
울지않기로 다짐했는데도
“흐윽⋯. 미안⋯ 죄송⋯합니다⋯. 흑, 흐윽⋯. 흐아아아아악!!!”
어째서 눈물이 나는걸까.
행복해지고 싶었다.
스쿼드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바보같지만 진심으로 좋아했던 선생님과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리더.
공주.
히요리.
그리고 선생님.
미안해.
그렇지만,
이런 나라도 마지막에는 희망을 품어봐도 될까.
어쩌면 이 모든 게
악몽이었다면.
지독하게 더러운,
악몽,
이었다면.

<작가후기>
내가 살면서 창작한 것 중에서 창작하면서 제일많이 내상입었음 하....
소재 자체는 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거고 만화로 그릴 계획이었는데, 그릴 역량도 시간도 안될 것 같아서 소설로 끄적여봤어
4pv를 보면서 계속 생각했던게 미사키가 그냥 자살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지막으로 홀로 남겨진 채로 외롭게 죽지는 않았을까, 미사키가 정신적으로 무너질 정도의 상황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여기까지 이어졌어
1인칭 소설 쓰는 건 처음이고 마지막으로 소설 쓴지도 5달이 넘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아쉬운 점이나 고치면 좋을 것 같은 점 피드백해주면 더 양질의 소설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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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좋은데스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