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린은 어떻게 밀레니엄에 들어온 걸까?”
“혹시 그건 무슨 의미로 물어보신 건가요?”
어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샬레 집무실에서의 오후.
유우카와 단 둘이 업무를 보던 중 불현듯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학교가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이잖아. 그 이름대로 과학, 수학에 능한 학생들이 많고.”
“그게 밀레니엄의 설립 취지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건…”
유우카의 ‘학생을 바보로 보다니, 그게 선생님이 할 소리인가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 나를 바라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런 의미로 질문한 건 아니었는데. 사실 카린이 공부를 도와달라고 부탁했거든.”
며칠 전,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C&C 소속의 2학년 학생, 카쿠다테 카린은 나에게 공부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녀가 도음을 요청한 과목은 수학으로, 내가 있던 곳에서 배우는 일반적인 고등학교 수학 정도의 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어. 본인 입으로도 수학은 영 아닌 것 같다고 했고.”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은 그 이름에 걸맞게 지성의 관점으로 보면 키보토스 내에서 한 손에 꼽는 학생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히마리, 리오, 우타하, 치히로…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유우카 역시 산수 및 계산의 영역에선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의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학생이다.
그런데 한 편으론 그와 걸맞지 않게 공부와는 연이 없는 학생도 몇몇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혹시 밀레니엄은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뽑아? 별 기준 없이 아무나 뽑는다고 하기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건 사실이니.”
“입학시험을 보고 점수 순서대로 학생을 합격시키죠. 올해 시험지 한번 보실래요?”
유우카는 들고 있던 태블릿에 시험지를 띄운 후, 나에게 내밀었다.
검은 것은 글자, 흰 것은 종이…
분명히 적힌 것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였을 텐데, 눈을 거쳐 뇌에 도달한 결과물은 알아볼 수 없는 상형 문자와 같은 기호였다.
“이게… 입학시험? 그러니까 갓 중학교 졸업한 아이들에게 이걸 풀게 하는 거지?”
“그럼요. 저든 노아든, 선생님이 아는 밀레니엄 학생들은 전부 이걸 보고 들어왔는데요.”
“잔인하다, 밀레니엄. 어찌 순수한 아이들마저 무한한 경쟁의 수렁으로 끌려 들어간 것인가.”
“준비하는 기간은 정말 힘들었죠. 수업 끝나면 매일 노아랑 같이 늦게까지 공부했으니까요.”
“그래서, 입학시험에선 결국 몇 점 맞았어? 내가 풀면 찍어서 20점은 나올까…”
“97점이에요. 참고로 입학 점수는 제가 동기들 중에 제일 높아요.”
이 말을 하는 유우카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랑하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입학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니까 세미나에 회계로 스카우트된 거겠죠.”
“그럼 노아는? 노아도 높은 점수를 받아서 세미나에 들어온거야?”
“아 그게 사실은… 이거 좀 곤란한데. 예기하면 안될 거 같은데요, 선생님.”
유우카의 말은 더더욱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세미나의 서기, 우시오 노아. 절대 빈틈을 보일 것 같지 않은 그녀.
그런 노아의 성적을 말할 수 없다? 분명히 좋은 이유는 아닐 것이다. 나쁜 점수를 받았겠지.
선생으로서 하기엔 부적절하고, 어른으로서 하기엔 유치하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솔직히 궁금한걸.
그리고 궁금한 것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은 내 성격에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지 말고 살짝 귀뜸만 해 줘봐. 절대 아무에게도 말 안 하고 비밀로 할게.”
“그럴 순 없어요. 정말로… 그러면 안되는데.”
“선생님으로서 알고 싶어서 그래. 본인에게도,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을 테니까. 날 믿어.”
“알았어요! 말로 하긴 좀 그러니까 여기 손 내밀어 보세요.”
내가 손바닥을 내밀자 유우카는 그 위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숫자를 적었다.
7… 70? 76?
“76점이니?”
“말로 하시지 말라고 했잖아요! 네. 그 점수 맞아요. 참고로 그 해 커트라인이 75점이었어요.”
“우와. 아슬아슬했네. 어쩌다 그런 점수를 받은거야?”
“노아는 입학시험을 준비하면서 몇 년치 문제들과 답변, 참고 서적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암기했어요.”
“시험 당일 암기한 대로 한 글자도 빠짐없이 모범 답안대로 적었는데, 하필이면 문제가 기출 문제랑 정 반대였어요."
"기출 문제가 아닌 걸 물어봤다면 맞는 걸 물어보는 문제가 나온다거나…”
“시험에 익숙하지 않은 중학생이 할 만한 실수긴 하네.”
“그런 식으로 서술형 문제를 풀다가 시험 끝나기 10분 전에 알아차렸으니… 시험이 끝나자마자 울상을 지으면서 저한테 오더라고요.”
“우와, 그런 모습은 정말 하나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나머지 문제는 전부 맞춰서 간신히 합격했고, 모범 답안을 그대로 암기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아 세미나에 서기로 스카우트되긴 했어요.”
“지금도 그때 일이 트라우마가 됐는지 가끔씩 꿈에 나오나 봐요. ‘게헨나는 싫어!’ 이러는 잠꼬대를 몇 번 들어서요.”
“하긴, 게헨나 학생으로 살아가는 게 쉽진 않았겠지…”
“아무튼! 이건 절대 비밀이에요! 진짜 아무한테도 말 하면 안되요!”
“그래. 약속할게. 나도 다른 사람 트라우마로 놀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럼에도 근본적인 나의 궁금증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면, 카린은 어떻게 합격한거지?”
“밀레니엄 입학 제도에는 다른 가산점도 있으니까요. 어디보자…”
잠시 태블릿 화면을 쭉 읽어보며 내리던 그녀는 어느 지점에서 내리기를 멈췄다.
“여기다. 이거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선생님.”
“신체 능력 평가 전형… 이게 뭐야? 이런 전형도 있었구나.”
“몇 년 전 밀레니엄의 학생회장은 무력 집단의 필요성을 느끼고 C&C를 설립했어요. 초기의 C&C는 첨단 무기를 다루는 비밀 과학 조직?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 당시엔 밀레니엄에 잘 싸우거나 강한 학생이 딱히 없었어요. 그래서 무기를 설계한 학생들이 직접 C&C로 활동하며 각종 문제를 해결했죠.”
“그러다가 당시에 이름을 날리던 불량배 한 명을 진압하려다 역으로 괴멸 수준의 피해를 입었고, 그 다음 년도부터 생긴 게 이 신체 능력 평가 전형이에요.”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구나.”
“대부분의 밀레니엄 학생들은 이 전형에 지원했다간 점수가 오히려 낮아질까봐 지원하지 않는데, 카린은 이 전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아닐까요?”
“아마 추측하자면 네루, 아스나, 아카네, 거기에 스미레 정도가 이 전형에서 고평가 받았겠지.”
“이 학생들도 입학 시험은 봤겠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네루 선배는 시험 시작 전부터 드러누워서 자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너네가 날 안 뽑고 배길 수 있냐… 이런 의미였겠지. 말 나온 김에 유우카, 혹시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다니요, 뭐가요?”
“다른 학생들의 입학 점수 말이야.”
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유우카의 얼굴은 순식간에 상기되었고, 아내 큰 소리로 그녀가 외쳤다.
“관심 없어요! 애초에 알 방법도 없고요.”
“알 방법이 없기는. 아까 유우카 네 점수가 동기 최고 점수라 했잖아?”
“아, 그, 그건.”
그래. 분명히 세미나라면 입학 정보에 열람할 권리가 있겠지. 한번쯤은 살펴보고 싶었을 거야.
“우리 둘만 몰래 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 너도 조금 궁금하잖아.”
‘유치한 놀이’에 동참하도록 권유하는 속삭임. 유우카의 마음을 흔들기엔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녀가 갈팡질팡하며 고뇌하는 것이 내 눈에 보일 정도니까.
이제 여기에 마무리 일격만 날리면 그녀를 완벽하게 유혹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선생님이, 내가 다 책임질게.”
“그, 그러면 몇 명만 보는 거에요! 그리고 비밀로 해야 해요.”
태블릿을 조작하며 세미나 저장소에 접속하고자 하는 그녀는 확실히 불안해 보였다.
입으로는 계속 안된다, 지금이라도 그만두자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손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래, 그녀 역시 자신의 호기심에 솔직했던 것이다.
“연결 완료했어요. 선생님. 그러면 누구 먼저 확인해볼까요?”
“글쎄… 히마리 어때? 히마리는 분명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 같은데.”
“어디 보자… 여기 있네요. 아케보시 히마리. 입학 점수 100점.”
“예상할 만한 점수지. 그리고 비고에 뭐라고 적혀 있네.”
‘저의 입학 기록을 살펴보다니, 모두에게 주목받는 초천재병약미소녀의 삶이란 어쩔 수 없군요’
“참, 누가 적었는지 투명하다고 할까…”
“히마리 선배도 이 저장소에 해킹을 통해 접속한 적이 있나 보네요.”
“그 다음은 리오 것도 확인해보자.”
“리오 선배라면 분명 자신과 관련된 정보는 철저한 보안을 걸었을 텐데요.”
“설마 입학 정보를 그렇게 검열하려고 했을까? 아, 여기 있네. 츠카츠키 리오. 마찬가지로 100점.”
“기본적인 정보 말고는 전부 더 높은 보안 등급을 요구하네요. 저보다 높은 보안 등급이라면 회장밖에 없을 텐데.”
“그러게. 있는 정보라곤 입학 점수, 생년월일, 키, 몸무게, 쓰리사이즈…”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키나 몸무게면 몰라도 쓰리사이즈는 성희롱이잖아요!”
“신기해서 그래. 입학 당시 이런 정보들까지 기록하는 게. 아, 여기 뭐라고 더 적혀있네.”
‘히마리, IP 바꾸면서 다른 사람의 입학 정보에 거짓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는 그만 둬. 차단할게.’
“그 앞 정보는 전부 다 삭제되었는데, 아마 뭔 내용인지 짐작은 가네.”
“두 사람, 왜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걸까요.”
“글쎄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 이런 걸까.”
그 뒤로 유우카와 나는 3학년 학생들의 정보 열람을 이어나갔다.
예상했던 대로 네루의 시험 점수는 10점이었지만, 그녀의 신체 능력을 평가한 교원이 ‘절대 뽑아’라는 메모를 남긴 걸로 보아 아마 입학에 별 문제는 없었겠지.
아스나는 네루보단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입학 시험 점수는 60점으로, 아스나가 평소 보여준 모습과 시험의 난이도를 고려하면 높은 점수였다.
“60점이라고? 어떻게 이렇게 높은 점수를 받은 거야? 아스나, 능력을 숨기고 있던 건가?”
“분명히 100점 중에 60점이 객관식, 40점이 서술형이긴 하지만… 에이. 어떻게 사람이 객관식을 전부 찍어서 맞추겠어요.”
하지만 아스나가 보여준 놀라운 강운을 생각하자, 나는 유우카의 발언이 사실일 가능성을 마냥 배제할 순 없었다.
“치히로나 우타하의 기록도 화려하네. 둘 다 점수는 98점이지만, 대신 제작한 프로그램이나 발명품으로 받은 가산점이 엄청나.”
“우타하 선배는 장학사가 직접 중학교로 찾아와 밀레니엄 입학을 권유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3학년 학생들은 이 정도인가… 조금 더 찾아볼 생각은 없어?”
“사실 선배들 기록만 보고 그만 두려고 했는데, 조금만 더 살펴볼까요?”
어느 새 입학 정보를 엿보기를 나보다 더욱 즐기기 시작한 유우카였다.
“어디보자. 어라. 하레 점수가 100점이네. 방금 유우카가 최고점이라 하지 않았어?”
“아 그 점수 말이죠. 조작된 거에요.”
입학 시험 점수 조작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유우카는 아무 일도 아닌 것 마냥 말하였다.
생각해보니 아리스의 위장 편입도 너무 쉽긴 했어. 밀레니엄의 보안 수준 이대로 괜찮은가.
“성적 주작은 뭐야.”
“예전에 밀레니엄에 자신의 시험 점수를 해킹해서 입학한 전설적인 해커가 있었어요.”
“결국 나중에 해킹이 들통나 퇴학시켜야 한다는 여론과 밀레니엄의 보안망을 뜷은 실력은 진짜이므로 그 능력을 존중해 용서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딛혔죠.
“결국 당시의 세미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줬고, 그때 이후로 관습적으로 ‘보안망을 뜷고 점수 조작을 성공한 학생’은 입학을 허가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어요.”
“그거, 그래도 되는 거야? 엄연히 학교 서버를 해킹한 불법 행위인데.”
“그럴 능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밀레니엄이 적극 이용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겠죠. 그래도 실제 해킹에 성공하는 학생은 1년에 1명 정도거나 아예 없으니까요.”
“참고로 코유키도 비슷한 사례에요. 얘는 오히려 서버 해킹 최단 기록을 갱신해서 세미나로 영입된 케이스죠. 아… 갑자기 두통이.”
“그래도 코유키 정도면 귀여운 학생이잖아. 유우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전혀, 진짜 전혀요. 선생님. 애초에 벌이고 다니는 일을 보면 왠만한 경제사범보다 큰 스케일로 일을 벌이고 다니는데, 그걸 수습해야 하는 건 또…!”
역린을 건드렸다… 어지간하면 유우카, 노아 앞에서 코유키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는 말실수였다.
나야 가끔 보니까 코유키를 귀여운 학생 정도로 기억하지, 그녀가 일으키는 난장판을 수습해야 하는 유우카는 코유키를 생각하기만 해도 두통이 찾아오는 거겠지.
그렇게 20분간 진행된 유우카의 코유키에 대한 분노에 찬 열변이 끝나자, 그녀 또한 제 풀에 지쳐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하… 아무튼 그래서 걔가 또 반성실에 가게 된 거에요.”
“참… 고생이 많구나.”
그러고보니 유우카의 속을 썩이는 1학년이 한 명 더 있었지.
사이바 모모이. 생각해보면 그녀만큼 공부와 거리가 먼 학생이 없기도 하지.
내가 이걸 왜 생각하지 못했지? 지금이 밀레니엄 최대의 미스터리를 해결할 최고의 기회이다.
‘사이바 모모이는 어떻게 밀레니엄에 입학하였는가?’
“유우카. 혹시 마지막으로 딱 1명의 정보만 획인하지 않을래?”
“딱 1명이요? 슬슬 찾아볼 사람은 다 찾아본 것 같은데.”
“모모이. 사이바 모모이의 입학 성적을 확인해야겠어.”
그 말을 들은 유우카의 눈빛도 사뭇 진지해졌고, 우리는 태블릿을 내려보며 천년난제에 필적하는 또 하나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여기 있다. 사이바 모모이.”
“입학 성적은… 100점? 설마, 또 한 명의 전지라 불리던 1학년의 정체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대체 언제부터, 사이바 모모이는 우리를 속이고 있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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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히마리 리오꺼로 장난치는거 그럴듯해서 웃기네ㅋㅋ
성적 주작은 뭐야
중급닌자시험이냐고 ㅋㅋㅋㅋㅋ
그럼 key도 못 읽던 게 다 연기였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