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차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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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앞, 직간접적으로 메인 스토리 스포일러 이빠이 있다
안 봐도 감상에 지장은 없지만 다 보고 오는 걸 추천함
"옆에는 누구야?"
"우리 학교 학생들이에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유우카와 노아는 엄마에게 창문 너머로 꾸벅 고개숙여 인사했다.
"잘 지냈어?"
"네. 그럼요."
"춥겠다. 얼른 타렴."
말이 끝나는 타이밍과 엇비슷하게 차 뒤 쪽에서 트렁크가 열릴 때 나는, 딸깍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은 우리는 차 뒤편으로 향해서 캐리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그거 이쪽에다가 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러네?"
음. 이제 다들 캐리어를 잘 쌓는 것 같다. 여러 번 해 봐서 그런가?
잠시 뒤 우리는 다시 트렁크 문을 내려 닫고 차에 올라 탔다.
"학교 학생들이라고? 둘 다 이쁘장하게 생겼네~"
"감사합니다."
차에 타자마자, 안전띠를 메기도 전에 날아오는 외모 칭찬, 그것도 우리 엄마의 외모 칭찬에 둘이 (특히 유우카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는 게 룸미러로 보였다.
"근데 OO. 학교 학생들 엄청 많다고 하지 않았어?"
"엄청 많죠."
학생 수가 만 명 단위인 학원도 있으니까.
"근데 왜 저 두 명만 온거야? 뭐 비서 그런거야?"
"아뇨?"
표정과 말투를 보니 농담인 것 같긴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저 둘을 '비서' 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굴려먹지 않았다.
"맞아요. 선생님의 지출 관리를 제가 해 드리고 있답니다."
..마시고 있던 게 없어서 그렇지 있었으면 그대로 엄마 차 유리창에 행위예술을 시연하고 관람비로 등짝 스매싱을 맞을 뻔 했다. 나는 대신 사레 들린 것 처럼 헛기침을 몇 번 내뱉었다.
아마도 하야세 유우카 씨는 나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다. 흠. 저게 거짓말은 아니라서 뭐라고 할 순 없는데.
나는 아무래도 엄청나게 많은, 자발적인 비서들을 거느리고 다니던 게 아닐까?
"똑부러졌네~"
"가..감사합니다."
"잘 돌봐줘. 좀 덤벙거리긴 해도 착한 애니까."
"물론이죠. 부족한 거 없게 잘 돌봐드리고 있어요."
엄마도 그렇고,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룸미러 속의 유우카는 생긋생긋 웃고 있었다. 분명히 당사자가 웃고 있으며, 틀린 것 하나 없는 말이고, 나쁜 말도 아닌데, 어째선지 심장을 볼펜으로 쿡쿡 눌러 보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이 드는걸까.
'모르는 척 하기는.'
'응?'
'학생의 선의를 이용해서 학생들을 굴려먹는 나쁜 놈!'
'으음..'
묵직한 팩트다. 역시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내 마음의 소리부터 들어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연락만 하고 한 번을 오질 않니."
"하하.. 일이 바빠서 말이죠."
"그래도."
"죄송해요.."
나는 의자에 등을 뉘인 채로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선생' 이 아니었던 내게 '선생님' 이 되어보지 않겠냐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날부터, 이름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여러 사건을 겪었던, 길다 짧다라고 딱 잘라서 얘기하지는 못하겠지만 꽉꽉 눌러담았다고는 내 스스로 자신할 수 있는 키보트스에서의 나날들이 떠올랐다.
'그것이 바로 어른이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친애하는 시작의 계절에게 전하는, 학교를 사랑한 학생들의 이야기.
'네가 되고 싶은 존재는 네가 정해도 돼.'
여행의 꿈을 꾸는 안드로이드와 낭만을 좇는 개발자들이 써내려간 한 편의 동화같은 이야기.
'나는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답하겠어.'
딜레마에 빠져 모든 것을 혼자서 짊어지려 했던 학생의 이야기.
'넌 마녀가 아니야.'
그대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눈부신 빛을 내는 천진난만한 밤의 희망.
'너희들에겐 무한한 기회가 남아 있어!'
고통의 여정 끝에 다시 함께하는 미래에 닿을 수 있다면.
'다녀와, 여차하면 뒷일은 내가 책임질테니까.'
이상을 이 두 눈에, 규범은 이 두 다리에, 계산을 이 가슴에, 증명을 이 두 손에.
'제 학생들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모든 기적이 시작되는 곳.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문제는 이렇게 많은 일들을 겪는 동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집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물론 문자는 물론이요, 영상통화를 포함한 연락은 자주 (그러니까 일주일에 최소 한 번씩은) 했었다. 그러니까 마지막 한 방울의 양심은 지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순간 방주에서 탈출 시퀀스를 다 써 버리고 이대로 죽는 건가 싶던 상황이 떠올랐다. 으음.. 양심이 개소리 하지 말라면서 일침이라도 놓는건가.
마지막 한 방울의 양심은 지켰다고 했던 생각은 아무래도 철회해야 할 것 같다. 말도 없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서 가족들 한 번 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갈 뻔했는데.
그것도 내가 스스로, 무슨 결과를 불러올지도 알면서 내린 선택 때문에.
'자니?'
'선생님?'
'자는 것 같은데 그냥 냅둬. 많이 피곤할텐데.'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엄마와 노아의 목소리가 깨끗하지는 않게, 마치 공연장에서 웅웅 울리는 듯한 느낌으로 들려왔다. 눈을 떠야 할 것 같은데. 그러나 누적된 피로는 내 의식을 조금씩, 조금씩 더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갈 뿐이였다.
뭐, 어차피 운전 하는 건 내가 아니니까. 라는 마지막 한 줄기의 생각과 함께 조금이나마 붙들고 있던 의식은 그렇게 툭 하고 끊어졌다.
*
"...목적지 부근입니다."
익숙하디 익숙한 기계음에 눈이 번쩍 하고 떠졌다. 지난 며칠동안 질릴만큼 듣고 있는 내비게이션 나레이션이다.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바라보니 확실히 도착했을 법한 시간이 적혀있다.
도착했구나.
"일어났어?"
"..네에."
차에서 오래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허리가 뻐근하고, 목소리가 잠겨 있다. 나는 한 손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아직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몽롱한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낮의 햇살을 받아 밝고 화창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 정말 익숙한 우리 동네이다. 꼬박 하루 만에 돌아오는 내 집이었지만 무언가 감회가 남다르다. 눈 앞에서 보기만 하고 정작 집에서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서 그런 걸까.
차는 곧 주차장에 멈춰섰다. 정면 유리창 너머로 빌라 공동현관 보안장치가 보인다.
" 조심히 들어가세요~"
우리는 셋은 짐을 챙겨서 내린 후, 엄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들어가서 좀 쉬어."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요."
"아. 돌아가기 전에 본가 한 번 올거지?"
"그.. 그럼요."
원래도 가려고 하기는 했는데, 뭔가 우선순위가 조금 당겨진 느낌이다. 가서 하루 이틀 정도 있다가 돌아오면 되지 않을까?
어쨌든 엄마와 헤어지기 전에 짧막하게 나누는 대화는 슬슬 마무리 지어지는 수순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러나 엄마의 다음 말에서 나는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 있었다.
"너 근데 결혼 안 하니?"
"아직은 생각 없어요. 명절 때도 그런 얘기 안 하셨는데 갑자기 왜요?"
"아냐~"
엄마는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드셨길래.
대답을 들은 엄마는 잠시 뒤 창문을 올려 닫고, 차를 돌려 갔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동안,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잠시 주차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물론 추운 겨울날에 미쳐서 얼굴 다 까지려고 그냥 잠자코 밖에 서 있는 건 아니었다.
"이제 뭐 할까?"
핵심을 꿰뚫는 질문. 우리는 쉬러 나와서 할 일을 찾는, 굉장히 역설적인 상황에 빠져 있던 것이었다.
다들 딱히 생각해 둔 게 없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생각해 둔 걸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거나. 그런 건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지금 차도 없는데. 일단 올라가서 짐부터 풀까?"
"좋아요."
"어떻게든 되겠지 뭐."
지금 집에 들어가면 날씨도 날씨다 보니 집에 쳐박혀서 최소 4시간은 밖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정말 높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뭐. 어제 사둔 음식도 그대로 집에 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게 다음 행선지를 정한 우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
뚜벅이가 된 선생의 휴가 2일차.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개추와 댓글을 박는 데는 20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작가는 2시간은 기분이 좋으니까 한 번씩 해줘
중간에 회상파트 학생들 픽업문구 변형인데 알아본 사람 있음?
댓글 25
너 글 알림켜놓고 이것만 기다리고있음 맛있다 더써와 주인장
해외 IP 막혀서 개추 못준다 미안하다!!!

올라올 때마다 맛깔나게 감상하고 있다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