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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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샘 운전을 하지는 않았고, 트렁크에 사람을 밀어 넣지도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저번 방학의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심지어 그 날은 날씨가 엄청 맑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부을 것만 같이 하늘이 심상찮은 오늘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는데.
[문이 열렸습니다!]
도어락에 오른손 검지를 가져다 대니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래. 넌 이런 상황에서도 그저 상쾌하구나.
집에 애들을 단체로 데리고 오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가. 그것마저도 첫 번째는 키보토스 밖의 본집이었으니까 ‘이 집’만 따지면 첫 번째고.
어두컴컴한 실내 분위기는 지금 당장 공포게임의 배경으로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런 호들갑은 전등을 켜니 싹 사라지는 것이었다.
불이 켜지자 애들은 곧바로 집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을 숨기지 못하는 듯 보였다.
들어오자마자 책상 모니터 옆에 설치되어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찾아서 전원을 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곧바로 주방으로 향해 요리 도구들과 냉장고 속 식재료들을 꺼냈다 집어넣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었고,
고양이처럼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녹은 표정이 떠오른 귀여운 얼굴만을 빼꼼 내밀고 있는 사람도 있었으며(안 덥니),
그저 거실에서 초롱초롱한 표정으로 그저 고조된 이곳의 분위기를 한껏 만끽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애들의 이런 행동은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민폐, 혹은 실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행위이다.
그렇지만 평소에 이 집에 오는 일이 잘 없다 보니 이 집에, 그것도 내 손에 붙들려 오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런 곳을 올 기회가 생기다니.
나 같아도 되게 신나고, 흥분될 것 같은걸. 마치 공략을 보지 않고 히든 요소를 찾아냈을 때 도파민이 뇌 속부터 온몸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랄까.
이럴 때는 마냥 흐름을 끊는 게 아니라, 즐거움을 만끽하게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들어 배달 앱을 켜고, 주변 치킨집들을 싹 훑…기 전에.
발을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발이 장판에 붙었다 떨어지는 이 기분. 뭔가뭔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이 기분.
“더워.”
거지 같은 폭염. 방금 전까지 에어컨 빵빵 나오는 차에 있어서 그런가 역체감이 더 강하게 오는 것만 같다.
“꿉꿉해.”
이 집에 들어오는 게 얼마 만인지도 모르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
“가만히 있는데도 덥잖아.”
에어컨. 에어컨 리모컨이 어디 갔지.
이 집에 온 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 건가. 왜 안 보이는 거야.
조금 더 진득하니 리모컨을 찾아보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나는 그럴 만큼의 인내심이 남아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띠리딩~]
“이궈궈든~~”
시원한 바람이 나오자 불쾌했던 기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공기를 타고 흩어졌다.
열이 뻗치기 전에 손으로 에어컨의 전원을 켜고 희망 온도를 22도로 맞춘 나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치킨집 배달이 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3시간… 2시간… 3시간… 에라이.”
그러나 치킨과 우리의 거리는 너무나도 먼 것이었다. 3시간 기다리면 12시라고.
치킨집들이 다 이 모양이었던 지라, ‘일단 배달이 되는 모든 음식’으로 범위를 넓혀, 다시 검색해 보았다. 그러나 바뀌는 건 없었다.
배달도 막혔다. 그렇다면 나는 이 굶주린 성인 남성 하나와, 굶주린 여고생 넷의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자신 있게 집에 데려와 놓고 해주는 게 냄비에다가 라면 다섯 봉 때려 넣고 끓이는 거면 조금, 아니 많이 짜치는(?) 감이 없잖아 있으니까.
“자, 자, 주목!”
“에?”
“네?”
아리스는 벌써 헤드셋까지 끼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구나. 어쩄든 나는 나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애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나쁜 소식이 있어. 오늘 배달도 안 된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 밥을 굶어야 한다는 얘기에 학생들의 표정은 단 한 순간에 그대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암울한 소식만 있었으면 애초에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지.
“그렇지만 좋은 소식도 있어.”
“좋은 소식이라면요…?”
“하루나는 냉장고 열어봤으니까 알 거 아냐?”
“감이 안 잡히는데요.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먹을 거 많지 않았어?”
의미심장한 한마디.
“확실히, 보관 방법이나 신선도도 괜찮은 게 많아 보였고… 설마.”
그렇지. 눈치챘구나. 지금의 음식 배달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가 떠올린 묘수는…
“요리하자.”
“네?”
“너무 오래 걸리는 건 좀 그러니까 적당한 거로. 어떨까?”
일단 리미트도 좀 걸고. 하루나한테 저런 제약을 안 주면 무슨 요리가 나올지 몰라.
코코뱅, 비프 웰링턴, 이런 어렵고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요리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간이니까.
주머니에 차 키나 지갑을 넣고 요리를 하기엔 좀 그랬기에, 나는 주머니 속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 책장에 올려놓았다.
올려놓았는데…?
잠깐만. 차 키가 두 개…?
‘어. 렌터카.’
반납이 오늘까지인 걸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어. 오늘 반납하지 못하면 연체료를 내야 할 텐데…!
“ 얘들아.”
“네. 선생님.”
“너희 먼저 요리하고 있을래?”
“어… 갑자기 왜요?”
기껏 집에 들어와 놓고 갑자기 집을 나설 채비를 하는 나를 보고 애들은 뭔가 궁금한 게 많다는 표정이었다.
“렌터카. 반납을 안 했어!”
“아…!”
“여기서 안 머니까, 금방 갔다 올게!”
나는 집을 나서는 이유에 대한 짤막한, 그러나 명쾌한 이유를 내놓으며 급하게 다시 집을 나섰다.
*
렌터카를 반납하지 않으셨다라…
급하게 집을 나서는 선생님을 보면서 참 선생님다운 이유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반납할 기회가 아예 없었으니까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선생님이 금방 다녀오실 거라고 하셨으니까, 딱 시간에 맞춰서 요리해 놓으면 되겠는걸요.
저희는 주방에 모여서 냉장고를 열고, 무슨 요리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간단한 고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지간한 식자재는 다 있는 것 같아.”
키쿄 씨는 냉장고를 다 살펴보신 후, 야채칸을 밀어 넣고 도어를 닫으며 짧은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어지간한 식자재가 다 있다는 건 저도 동의하는 바였습니다. 오히려 고가의 식자재도 심심찮게 보여 순간순간 놀라는 경우도 있었는걸요.
혼자 사시는 사람이 이렇게 다양하고 고급진 식자재를 집에 보관해 두는 게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면서도 말이죠.
“…그런데 혼자 사시는 분이 왜 이렇게 풍족한 냉장고를 가지고 계신 걸까요?”
“총학생회겠지. 정작 선생님은 이 집에 많이 들어오시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
“네?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에어컨 리모컨을 찾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던걸. 식탁 위에 있는 걸 모르고.”
키쿄 씨는 이마 위에 맺힌 땀을 손으로 닦아 내며, 식탁 위에 대충 놓여있는 리모컨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눈썰미가 참 좋으신 것 같군요. 한 무력 집단의 작전참모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어찌 되었든 간에, 당신. 당신은 무슨 요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되려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확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인걸요.”
“응. 그러니까 말이야.”
말 그대로, 이 식자재를 보면 이 요리가 가장 좋은 것 같고, 저 식자재를 보면 저 요리가 가장 좋은 것 같고.
저는 마치 지식의 저주에 빠진 것 같은 고뇌를 겪고 있었습니다. 미식에 대한 탐구가 독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는걸요.
“음, 저기.”
“예.”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좋은 생각이요?”
“그냥 제육 볶자. 당신의 생각은 어때?”
오. 제육볶음이라. 메인 메뉴로 나쁘지 않은 요리죠. 고기와 매운 양념이라는 정체성 덕분에 정말 어지간한 마이너스의 손이 아닌 이상 양질의 결과가 보장되는 요리고,
두부 같은 간단한 음식을 곁들여서,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훌륭한 식자재들로 제육 볶고 끝내는 건 좀 아쉬운 것 같기도 한데. 분명히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 텐데 말이죠?
그러나 저의 이런 생각은, 키쿄 씨가 덧붙이는 말 한마디에 그대로 기반을 잃고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메뉴기도 하고.”
“…양념부터 만들까요.”
“좋아.”
키쿄 씨는 찬장에서 큰 볶음 팬을 하나 꺼내오셨습니다. 이 정도 크기면 다섯 명이 먹는 데 큰 문제는 없겠군요.
“손 씻고 오겠습니다. 키쿄 씨도 씻고 오세요.”
“당신, 갑자기 눈빛이 좀 달라졌는데.”
“음식을 다루는 데 이 정도의 각오도 되어있지 않으면 안 되죠. 여기 머리끈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역시 소문대로구나. 당신은.”
키쿄 씨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셨습니다. 저도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요리는 언제나 그 사람의 진심을 다해야죠.
“그럼 시작해 볼까요?”
*
암만 여름이라 해가 길어졌다고는 해도 9시가 다 되었다 보니 도로에는 슬슬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한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다니는 차가 많이 없다는 것이었을까.
신기하네. 다들 안에 들어가서 놀고 있는 건가.
어쨌든 렌터카 반납은 늦기 전에 모두 마무리 지었다. 이제 택시를 잡아서 다시 집에 들어가는 일만이 남은 것이다.
길거리에 택시가 영 보이지 않았으므로 나는 택시 앱을 켜 콜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다행히 택시는 금방 잡혔다. 택시가 잡힌 걸 보고 나는 휴대폰의 화면을 끄고 주머니에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액정 위로 물방울이 하나 툭 떨어졌다.
어? 내가 땀이 났나? 해서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과 이마를 만져보았으나 땀이 흘러서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에이… 아닐 거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우중충한 구름이 화창하게 맑았던 아까 전까지의 날씨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분위길 이루고 있었다.
헛된 희망을 가졌다.
우르릉- 쾅-!
헛된 희망이 무너졌다.
“아이 이런 개…”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쁜 말이 튀어나왔다.
곧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듯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아악!!”
우산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고, 마땅히 비를 피할 만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얼마 남지 않은 머리가 더 빠지는 걸 막아보고자 양손으로 두피를 감싸 쥐는 것밖에는 없었다.
다만 택시가 곧 도착했기 때문에 옷이 물에 담갔다 뺀 것과 구분할 수 없는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찝찝해 죽을 것만 같다. 집에 가면 바로 씻어야지.
*
“음. 다진 마늘은 어느 정도면 될까?”
“고민하지 마세요. 한식에 마늘은?”
“다다익선… 이라고 당신이 그랬지.”
키쿄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마 남지 않았던 다진 마늘을 전부 팬에 때려 넣고 볶는 걸 이어 나갔습니다.
무게를 재고, 부피를 재고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맛이 있는 게 또 가정식의 매력이죠. 따뜻한 어머니의 손맛 같은?
“그럼 이제 드디어 고기를 넣을 차롄가?”
“드디어 차례가 왔군요.”
저희 둘은 비닐로 정갈하게 포장된 돼지고기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바닥부터 비닐 포장을 뜯어가는데…
[문이 열렸습니다!]
현관문 쪽에서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곧바로 누군가가 재빠르게 들어오더니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어라? 누가 온 것 같은데.”
“그렇네요. 혹시 ㅅ…”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생님으로 보이는 누군가는 미친 듯한 속도로 거실을 가로지르더니,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쾅 닫는 것이었습니다.
음… 저게 무슨 상황일까요. 키쿄 씨의 눈빛을 보니 키쿄 씨도 그다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군요.
휙휙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밖으로 젖은 옷가지들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입고 계시던 옷입니다. 순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무슨…?”
“선생님… 맞죠?”
“으응… 그런 것 같네.”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습니다. 이상한 생각도 들고… 저번 겨울방학 때 있었던 일의 생각도 들고…
키쿄 씨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저렇게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건 오늘 처음 보는데요.
“…요리나 계속할까요.”
“…그러는 게 좋겠어.”
저희 둘은, 애써 선생님의 옷가지에서 시선을 떼고, 애써 다시 요리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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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슨 날인가요 소설이 하늘에서 쏟아지네
저도 이렇게 보고만 있을수는 없어서 빠르게 깎아왔습니다
다들 드히나 비틱하십쇼
개추와 댓글은 글쟁이에게 힘이 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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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각 떴냐!!!

우효 일상물 갯또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