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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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선생님. 선생님이 여기 왜, 그것도 아리스 씨랑 함께 계세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식당 유니폼까지 차려입고 여기서 뭐 하니?”
하루나를 식당에서 만났다고 하면, 보통 내가 만나는 하루나는 ‘손님’으로서 그곳에 있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하루나가 의젓하게 식당의 메뉴와 서비스를 온전히 즐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콰앙!]
솔직히 사람의 인상에 더 남기 쉬운 건 뭔가 빵빵 터지는 거인게 당연한 일인지라… 뭔가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
“보시다시피.”
“정말?”
“뭔가요. 그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는.”
그러나 오늘은 정반대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곳의 다른 직원들과 비슷하게 차려입은 하루나에게서는 뭔가 딱 잘라 얘기할 수 없는 신비한 분위기가 풍겼다.
“식당에서 일하는 하루나라… 네가 봐도 엄청 부자연스럽지 않니?”
“맞는 말이라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그러면, 여기서 일은 왜 하는 거니?”
“집에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정한 대가를 치르고 그에 상응하는 음식과 서비스를 받는 것이 미식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건- 또 어떨까 말이죠?”
하루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지금 본인이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동안의 하루나에게서 듣지 못했던 말에 나는 표정에 묻어나오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원래 하루나의 ‘미식’에 대한 관념은…
내가 10만원을 냈는데 10만원어치의 무언가를 받지 못했다?
→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다.
→
펑!
이런 단순명쾌한 무언가였는데 말이다. 극한직업 요식업 종사자 편이라도 봤나?
“근데 널 식당에서 받아줬어?”
“방학 시작하기 전부터 알바를 구했는데 7곳에서 퇴짜맞고 마지막으로 온 곳이 여기였어요…”
사실 식당마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 선도부나 발키리에게 신고 안 하면 다행일 수준이니까.
그래도 현실에서 칠전팔기를 진짜 해버리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앗, 선생님. 고기 식겠어요.”
“그럼 먹어볼까?”
“맛있게 드셔주시길.”
“하루나 씨, 잘 먹겠습니다!”
하루나는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가운 듯한 티를 팍팍 내다가도, 결코 본인이 지금 맡은 역할의 본분을 포기하지 않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순서대로 홀 그레인 머스타드, 허브 솔트, 스테이크 소스고요, 스테이크에 곁들여서 나온 야채들도 같이 먹으시면 맛이 더 좋답니다.”
“너 단기 알바 맞니?”
“비싼 값을 내시고 미식을 즐기시려는 분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완성해드리기 위해선 완벽한 숙련이 필요한 법이죠.”
그래. 이게 하루나지. 1년은 여기서 홀에서 쭉 일한 베테랑이라고 해도 믿겠는걸.
나도 어디 한 번 먹어 볼까.
포크로 고기를 고정하고 나이프를 들어 한입 크기로 고기를 잘라내었다. 육즙으로 촉촉한 고기에 소금을 찍어 그대로 먹어보니 그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구만. 고마워. 하루나.”
“별말씀을요.”
“아리스는 맛있게 먹고 있니?”
나는 시선을 아리스가 앉아 있는 쪽으로 옮겼다. 그러자 크게 두 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첫 번째는, 입가에 온갖 양념을 다 묻힌 채 본인이 뭘 먹었는지 온 얼굴로 광고하며 빵긋 웃고 있는 귀여운 아리스였고,
다른 하나는, 야채와 소스까지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였다.
“선생님! 잘 먹었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먹었어?”
“빨리 먹고 성과 뽑으러 가야죠. 늦게 가면 대기 걸려서 게임을 많이 하지 못한다고요!”
그 비싼 안심 스테이크를 학교 급식처럼 순식간에 먹어 치운 이유가 그거니…
그래도 참으로 아리스다운 당당한 해명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하고, 고기를 한 입 더 썰어 넣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 선생님. 여기 앞에 게임센터 다녀오셨나요?”
“응. 아리스랑 펌프 좀 하다 왔는데?”
나는 입 안의 고기를 씹으며 하루나의 질문에 그냥 평범하게 답을 해 주었다. 아리스랑 ‘펌프’를 하고 왔다고.
그러나 하루나의 표정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아!’
순간 머릿속에서 전구가 팍하고 켜지며 지난 겨울방학 휴가 당시에 있던 일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빠악!]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선생니-’
정확히는 후두부 쪽이었지. 두부외상이 왜 무서운지 뼈저리게 알 수 있었던 그날.
…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내가 엄청나게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하루나에게서 평소와 같은 당돌한 표정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고, 밝았던 얼굴은 흙빛이 되어 있었다.
건드리면 펑 터질 것만 같이 울먹이던 하루나의 표정은 곧 나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찼다.
‘얼마 전에 그런 일을 겪으신 분이…’
하루나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루나는 사건의 전말을 모르는 아리스를 의식했는지, 어느새 다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꿈틀거리는 얼굴 근육과 꽉 쥔 주먹은 도저히 숨겨지지 않는 것이었다.
“봉 고정되어 있는지 제대로 확인했어.”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우으…”
“하루나 씨, 선생님이랑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 선생님이 저랑 같이 펌프를 하다가 봉이 빠져서 다치실 뻔하신 적이 있거든요~”
살갑지만,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목소리다.
“미안해.”
“괜찮다니까요?”
이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루나의 분노가 사그라들 때까지 그냥 입을 다문 채, 남은 요리를 먹어 치우는 것뿐이었다. 물론 맛은 훌륭했다. 참 다행이다.
“잘 먹었습니다! 수고하세요!”
도망치듯 홀을 빠져나오는 우리를 보고 카운터를 보고 있던 사장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처음 와보는게 아니라서 얼굴도 아는 사인데.
어쨌든 오후의 전투 오락을 위해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예상치 못한 랜덤 인카운터를 가졌던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나와, 다시 게임센터로 짧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다시 문을 열고 게임센터로 들어서려 하는데…
“잠깐만요, 선생님! 같이 가요!”
“어라, 하루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뒤를 돌아보자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하루나가 거친 숨을 살짝 내쉬며 뛰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알바는. 벌써 끝난 거야?”
“사장님이 고기가 다 떨어졌다면서 퇴근하라고 하셨답니다!”
하루나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며 헤헤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같이 게임이나 할까요?”
“좋지! 오늘 게임비는 선생님이 쏜다!”
“와! 하루나 씨가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이거 암만 봐도 겨울방학 향우회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 다음은 유우카랑 노아 차례인가?’
뭐 상관없겠지. 그냥 우연히 만난 건데 우연히. 순전한 우연이라고. 내가 얘네들한테 특별히 연락한 것도 아니잖아?
*
“어떻게 빈 게임기가 없는 거지…”
“선배! 뭘 보시는 것이와요?”
“오락실 방송 기체 방송. 빈 게임기 있으면 가려고 했는데 그건 어려워 보이네.”
“오… 소녀,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와요!”
“막 달라붙지 마, 유카리.”
갑자기 달라붙는 후배에게 당황한 키쿄는 유카리와 조금은 거리를 두는 듯한 말을 했지만, 그래도 키쿄의 얼굴에서는 옅은 미소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평화롭고 훈훈하며,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백화요란 부실.
나구사와 렌게를 비롯한 다른 부원들은 방학을 대비해 순찰을 나갔지만, 오늘도 이곳은 업무에 지쳐 절전 모드에 들어간 작전참모와 그런 선배가 마냥 좋은, 항상 쾌활함을 잃지 않는 후배의 대화로 조용할 틈이 없다.
“어? 그런데 키쿄 선배! 저 영상에 나오는 지갑, 뭔가 익숙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지… 갑?”
“저거, 저거 말이와요.”
유카리는 키쿄가 들고 있는 휴대폰의 화면을 가리켰다. 유카리의 검지가 가리키고 있는 건 그중에서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손 카메라 화면에 작게 나오고 있는 지갑이었다.
“이거… 설마.”
“설마가 아닌 것이와요! 이 지갑,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선생님의 것이 아닌가요?”
“확실히 가죽의 색채와 저 장식으로 봐서는 선생님의 것일 가능성이 높아. 그렇지만 속단할 수는 없어.”
유카리는 카메라 영상에 비친 선생의 지갑을 보고서는 지금 저 영상의 주인공이 선생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지만, 역시 키쿄는 백화요란의 작전참모다운 모습을 보이며 이성적인 추론을 이어갔다.
그러나 키쿄의 ‘중립 기어’가 풀리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곧 카메라 영상에, 아무리 봐도 ‘선생’이 아니면 가지고 있지 않을만한 물건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유카리, 그 말 취소해도 될까? 선생님 맞는 것 같은데.”
“엥? 뭘 보고 바로 단정 지으신 것이와요?”
“담배.”
“아.”
“선생님이 피우는 담배의 브랜드 정도는 알고 있지.”
“그런데 오락실 같은 곳은 금연 아닌가요?”
“주머니에 걸리적거려서 뺀 걸 수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상을 계속 보고 있던 키쿄는, 카메라 앵글에 성인 남성의 손 말고도 다른 사이즈의 손이 들어오자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것이었다.
“어? 선배?”
“유카리, 저 게임 화면 오른쪽에 순위 보이지?”
“네!”
“저게 친구 랭킹인데, 4등이 나야.”
“에엣?!”
“전에 선생님이랑 친구 추가를 해 뒀거든. 자, 이제 저 영상의 주인공이 우리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네.”
키쿄는 유카리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말을 건넸다.
“그럼 갈까 유카리? 시라토리구로.”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것인가요?”
“그래.”
“좋사와요!”
<계속>
가뜩이나 습도 높은 여름에 선생님의 휴가가 점점 축축해질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아리스, 하루나, 키쿄, 그리고 유카리는 어떤 일을 겪게 될까요?
개추 댓글 박아주면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한번씩만 해주세요
댓글 25
죽음으로 맛있겠는데
재밌게 봐주십쇼

캬 가습기랑 빵떡이 오는구나
빵떡도 좋아하면서..
정답이다 연금술사



아주 축축한 우리의 작전참모님
전작도 봐주세요 아주 맛있답니다
여기 센세는 흡연자임? 전 소설엔 흡연관련 없어서 몰랐네
전작 보고오면 이걸 더 재밌게 볼 수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