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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선생님이 다쳐서 안절부절못하는 히나 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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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지킨 선생님이 다쳐버리고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펑펑 운 뒤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에 안절부절 못하게 된 소라사키 히나의 이야기 전반

파파고

"...아야."

무음 속에서 펜을 놀리는 소리만 들려온다. 하지만 그 정적은 억양없는 작은 목소리로 깨졌다.

"히나 부장님! 무슨 일이신가요!?"

내 목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오려는 아코에게 손을 들어 멈춰세운다.

"...괜찮아. 종이에 손가락을 조금 베였을 뿐."

내 발언에 아코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렇게 시시한 상처를 입은 것은 얼마 만일까.

자신의 실수를 감추듯, 나는 손가락에 살짝 배어 있던 피를 닦는다.

"부, 부장님! 이걸 써주세요!"

그런 나를 보고 아코는 기세좋게 반창고를 건넸다.

"...고마워."

포장을 벗기고 환부에 붙인다.

이걸로 하루면 완치되겠지... 반창고를 사용할 정도의 부상이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부장님."

그래도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바라보는 아코.

"정말 괜찮으니까. ...잠깐 마음이 풀어졌을 뿐."

그러자 아코는 여전히 걱정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업무로 돌아갔다.

그걸 지켜보고 나 또한 서류로 눈을 향한다.

속도는 줄이지 않고, 정확성도 빠뜨리지 않고... 그러나 조금 주의를 기울이면서.

...하아. 이래서야 앞날이 걱정된다.

오늘은 모처럼 선생님이 게헨나에 와주는 날인데.

눈부시게 주변을 비추는 태양을 손으로 가리며 나는 깔끔하게 정비된 길을 걷는다.

중간에 산 물도 이미 다 마시고 손바닥 위에 굴리기 위한 장난감이 된 지 오래다.

"...역시 도보로 오는 건 실수였나."

과거 자신의 선택을 조금 후회하면서도 나는 목적지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오랜만에 게헨나 학생들의 모습을 보러 갈 틈이 생겼기에, 그렇다면 모처럼이니라는 이유로 주변 순찰겸 여유롭게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매일 경비를 서고 있는 학생은 다수 존재한다.

"...응?"

사서 고생이었을까? 하고 자조하듯 웃으며 걷는데 문득 신경쓰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자판기 옆에 있는, 페트병이나 캔을 버리기 위한 재활용 박스다.

...마침 잘 됐다. 손에 든 페트병과도 여기서 이별을 고하자.

그렇게 결정하고 재활용 박스에 접근했지만,

"...이런."

재활용 박스 주위는 페트병과 캔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보기에도 참혹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박스 상태를 보니 아직 들어갈 것 같다.

...첫 사람이 적당히 내던지고, 그것을 본 다음 사람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거라 판단해 안에 넣지 않고 적당히 둔 뒤 그대로 그것이 계속된 결과일까.

"...영차."

나는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박스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주변 쓰레기들을 던져 넣는다.

"...선생님?"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자,

"세나. 그리고 세리나도."

어안이 벙벙한 모습의 세리나와 나를 빤히 쳐다보는 세나와 눈이 마주쳤다.

"뭐 하시는 겁니까?"

표정을 바꾸지 않고 내 행위의 의도를 묻는 세나. ...아. 보기에 따라서는 쓰레기를 뒤지는 수상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려나.

"주변에 쓰레기가 널려 있어서 말이야, 치우는 중이었어."

말하면서도 나는 아직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박스 안에 집어넣는다.

"아! 저, 저도 도와드릴게요!"

그런 내 행동을 보고 세리나는 갑자기 소리가 들릴 듯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게헨나 소속의 세나라면 몰라도 트리니티의 세리나가 이런 곳에 있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뭔가 자원봉사라도 하고 있는 걸까?

"아냐, 괜찮아. 곧 끝나니까... 봐, 이 깡통이 마지막... 읏!"

그런 세리나에게 미소지으며 나는 마지막 하나인 캔을 집어 박스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그 순간 캔 입구의 예리한 부분에 손가락을 조금 베여버렸다.

서서히 피가 배어나온다.

"서, 선생님!!"

그것을 본 세리나가 황급히 내 손가락을 움켜쥐고 꺼낸 손수건으로 감싼다.

"...세리나,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손가락 조금 베인것 뿐이니까."

세리나의 고운 손수건이 더러워져 버렸다는 그 사실에 조금 미안함을 느끼며 나는 말한다.

하지만.

"즉시 소독 후 적절한 조치를. 상처에 세균이 스며들어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구급낭을 열고 소독액이니 반창고니 메스니 꺼내드는 세나를 보며 말문이 막힌다.

"세, 세나. 적어도 메스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보는데. 반창고 한 장이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내버려두면 좀 귀찮은 일로 발전할 거라 생각한 나는 부드럽게 거절하려고 했다.

"안 돼요! 선생님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부상에 대해 위기감이 너무 없어요!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거예요! 이렇게 누가 마셨는지도 모르는 부분에 손가락을 베이다니...! 당장 치료를!"

하지만 그것을 세리나가 귀신같은 기세로 막아세운다.

...세리나, 네가 그쪽으로 가면 이젠 어쩔 수 없는데...

그 후 겨우 손가락만 소독하고 반창고만 붙였다. 그리고 볼일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두 사람과는 헤어진다.

끝까지 세리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세나는 무표정하면서도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두고 가는 것은 마음에 걸렸지만, 정말 큰 부상이 아니라고 설득했고, 마지막에는 납득해 주었다.

만약 상처가 아파오면 즉시 병원에 가 달라고 거듭 충고를 받았지만.

"너무 한눈을 판 건가... 예정된 시간을 좀 넘겼네."

두 사람과 헤어진 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게헨나 학원에 향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도보를 선택한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게 된다.

한번 연락을 넣어야 할까... 아니, 이제 게헨나 학원은 코앞이다. 섣불리 연락해서 걱정끼칠 필요도 없겠지.

그렇게 결정하고 나는 땅을 딛는 발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리고 겨우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 하아."

...이대로 바로 들이닥칠 수도없고, 우선은 몸가짐을 정돈한다.

약간 흐르는 땀을 가볍게 닦아내고 거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복장에 흐트러짐이 없는지도 꼼꼼히 확인한다.

학생들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모든 확인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깊이 심호흡 한 다음 문을 두드린다.

똑똑... 하고 귀에 감기는 기분 좋은 소리가 주변에 흩어진다.

소리를 귀에 담고 있는데 이내 안쪽에서 입실 허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후 나는 문고리에 손을 얹어, 비틀었고... 열었다.

"안녕, 선생님. 이런 상태여서 미안..."

방에 들어선 나를 면목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맞이한다.

그 목소리는 높이 쌓인 서류 너머에서 들려온다.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그 목소리로 누군지는 금방 알 수 있다.

"고생이 많아, 히나. 나야말로 미안해. 조금 늦었어. 게다가 이렇게 바쁠 때 와버려서."

서류 너머에 파묻혀 버린 것은 소라사키 히나. 게헨나 학원의 선도부장을 맡은 여자아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선도부원이라기보다는 회사의 중역인 듯한 대우였다.

"괜찮아, 이 정도야 늘 하던 일이니까. 원래라면 선생님이 오기 전에 다 끝날 예정이었지만... 만마전의 방해 때문에..."

라며 미안하다는 듯이 고하는 히나.

...만마전. 그것은 게헨나 학원의 학생회이며 다른 이름은 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 히나가 이끄는 선도부와는 견원지간에 있는 조직이다.

때문에 히나와 선도부가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아, 정말이지. 전혀 끝나질 않아... 어째서 오늘 따라 이렇게... 모처럼 선생님이 와주셨는데... 차라리 뒤로 미뤄서... 아니, 나중이 더 귀찮고... 지금 해야겠지. 그래도... 이대로라면."

평소와 달리 히나는 조금 화가 난 듯 했다.

중얼거리면서도 그 손과 서류를 확인하는 눈동자는 물흐르듯 멈출 줄 모르고 보는 사이에 서류를 정리해 나간다.

하지만 그래도 뚜렷한 끝이 보는 것 같진 않았다.

"...그 너구리. 이제 정말 전면전이라도 일으켜볼까요...?"

그런 히나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궁리하고 있는데 옆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아코. 잘 지내?"

그 목소리에 이끌려 시선을 돌리자 온몸에서 검붉은 아우라를 풍기고 있는 게헨나 선도부 행정관 아마우 아코가 펜을 굴리고 있었다.

"제 상태를 보고도 그런 질문이 떠오른다면, 여기 오기 전에 병원에 가보는 걸 추천할게요. 머리쪽의."

엄청 신랄하다. 아코도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지.

...응. 역시 이건 내버려둘 수 없다.

앞으로의 방침을 뇌 속에서 결정하고 나는 히나에게 다가가 펜을 든 손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 선생님...? 미안, 조금 있으면 끝나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줘."

히나는 그런 나의 행동을 순간 의아한 듯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서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의식이 완전히 서류로 향하기도 전에 나는 히나를 약간 억지로 안아올렸다.

"읏!!? 서, 선생님! 갑자기 무슨...! 내려줘!"

"히나, 그리고 아코도. 바깥 공기 좀 쐬러 갈까?"

그런 나의 행동에 히나는 비명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그저 밖으로 걸어간다.

"...하아. 밖인가요... 부디 좋을대로... ...엑!? 잠깐, 뭐하시는 건가요, 선생님! 히나 부장님을 어디로 데려갈 생각입니까! 멈추세요!"

멍한 눈동자로 서류와 씨름하던 아코도 잠깐의 렉 이후 사태를 파악한다.

"만마전에는 내가 말해둘게. 그러니 지금은 바깥 공기를 마시러 가자."

"서, 선생님! 알았으니까! 그러니 일단 내려줘!"

나한테 안긴 상태로 파닥파닥 날뛰는 히나. 하지만 나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밀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히나. 열심히 하는건 좋아. 하지만 한도라는 게 있어. 그러다 네가 쓰러져 버리면 본전도 못 찾을걸. 최고의 근무에는 최상의 휴식이 필요한 거야. 그리고 지금의 너에겐 그게 부족해. 적당히 땡땡이 치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니까."

"...서, 선생님."

내 말에 그제서야 히나는 날뛰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 밖에 나가는 건 내키지 않았어? 그럼 방에서 놀까? 그저 잠만 자는것도 괜찮다? 히나는 뭐 하고 싶어?"

그리고 내 물음에 난처한 듯이 웃는다.

"아니. 나도 바깥 공기를 좀 쐬고 싶었으니까. 이대로 좋아. ...그리고, 그... 고마워."

수줍은 듯 고개숙이는 히나를 보며 나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아니, 저는 잊어버린 거죠!? 휴식을 취하는 건 저도 인정하지만 언제까지 히나 부장님을 껴안고 있을 건가요! 지금 당장 내려주세요!!"

소리치며 쫓아오는 아코를 바라보며.

"정말이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선생님은 조금 억지로 강행하는 구석이 있어요."

"미안해, 아코."

화를 내는 아코를 달래며 나는 걸어오던 길을 다시 걷고 있다.

"......."

옆을 조용히 걷는 히나는 가끔 먼곳을 바라보거나 발밑에 눈을 향하는 등 유유자적하게 보내고 있다.

일단 히나와 아코를 격무가 이어지는 그 방에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나도 저런 서류 일에 쫓기는 일은 자주 있다.

잠깐 휴식을 취하려고 커피를 마시거나 해도 눈 한구석에는 쌓여 있는 일들이 비친다.

그래서는 만족스러운 휴식을 취할 수 없다.

나는 가능하다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 뇌를 재충전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앉아만 있으면 혈류도 나빠지고. 가끔 산책하거나 해서 몸을 풀어주는게 장시간의 노동을 계속하는 요령이다.

"조금만 걷고 돌아가서 계속하자. 나도 할 수 있는 한 도와줄게."

"당연하죠! 다 끝날 때까지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테니까요!"

여전히 화를 내면서도 아코는 조금 기운을 되찾은 듯 하다.

히나는 어떠려나. 흘끗 시선을 돌린다.

"......."

시선을 돌린 끝에는 여전히 먼곳을 바라보는 히나가 있었다.

"히나, 먼곳만 바라보면 넘어진다? 뭐 신경쓰이는 거라도 있었어?"

히나에게 말을 걸며 나는 그 옆을 천천히 걷는다.

"아니, 딱히. ...단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밖을 걷는 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나만 괜찮다면 언제든 어울려줄 테니까, 다음에는 다른 곳을 산책하자."

"응. ...하지만 나도 선생님도 바쁘니까 다음에 만나는 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슬프게 눈동자를 떨구는 히나. ...할 수 있다면 곤란해하는 학생의 곁에는 계속 있어 주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내 주변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 한명의 학생만 편애할 권리도, 계속 지켜볼 시간도 없다.

그러니 이 시간도 영원한 건 아니다.

말그대로 지금 당장 급한 일이 생기면 나는 그쪽으로 가야 한다.

두 사람을 이렇게까지 밖으로 데리고 나와놓고 바로 어디론가 가다니, 제멋대로 구는 것도 정도가 있다.

하지만 집무실의 두 사람을 그대로 둔다는 선택지는 내게 없었다.

다소 무리하게라도 일이라는 스트레스에서 떨어뜨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제발 지금만은 쓸데없는 일같은 건 일어나지 말아줘.

그렇게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앗."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히나가 조용히 소리내곤 달려나갔다.

"히나? 무슨 일이야?"

그 뒤를 나와 아코가 따라간다.

"...예쁘다."

그렇게 말하는 히나의 시선을 쫓자,

"...꽃밭인가."

제법 가파른 계단 아래 펼쳐진 꽃밭이 눈에 들어왔다.

특별히 손질된 기색은 없다. 자연이 낳은 절경 같다.

그 안쪽으로는 잔잔하게 흐르는 강이 있다. 풍족한 수분을 머금은 땅이라 저렇게 예쁘게 꽃들이 피어 있는 걸까.

"......."

히나는 그런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예쁘네요."

경치가 좋네. 라며 바라보고 있는데 아코가 나직이 감상을 전했다.

"응. 아코도 예뻐."

"...그런가요."

조금 생각하더니 츳코미를 포기한 것 같다.

흘려보내면 그건 그것대로 괴로운데.

그 후 셋이서 한동안 말없이 그 경치를 즐겼다.

슬슬 괜찮은 시간일까, 나는 흘끗 손목시계를 보며 시각을 확인한다.

해가 질 때가 다가온다. 그 전에 2명을 보내줘야겠지.

"...둘 다, 이제..."

돌아갈까. 그렇게 얘기하려고 할 때, 주변에 약간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나도 모르게 순간 눈을 감는다.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 계단 아래 펼쳐진 꽃밭 한 면이 시원스레 흔들리고 있다.

정말 좋은 경치네. 하고 나는 히나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히나를 그 눈동자에 담은 순간 내 다리는 뛰쳐나가고 있었다.

이제 가봐야겠지. 온통 펼쳐진 아름다운 꽃밭을 바라보며 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더 오래 여기 있고 싶어. 일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여기서 계속 쉬고 싶어. 선생님과 같이 있고 싶어.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수는 없다. 재충전은 충분히 됐다. 머리도 맑아졌고 몸을 덮던 권태감도 많이 해소됐다.

고마워, 선생님. 그렇게 말하려고 나는 입을 연다.

하지만 그 순간 강한 바람이 우리를 덮쳤다.

초목을 흔들고 눈 밑에 펼쳐진 꽃밭을 헤집는다.

"......아."

무심코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서일까, 순간 평형감각이 사라져 버린 것은.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내 몸이 허공에 떠 있었다.

강풍에 몸이 밀렸으리라. 그리고 운 나쁘게도 내 몸은 가파른 계단 쪽으로 내던져졌다.

"......"

어쩌지. 이대로는 떨어질텐데. 나는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난간에 손을 뻗으면 닿을까. 계단에 억지로 달라붙으면 맨 아래까지 떨어지는 건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선생님 앞에서 그런 필사적인 행위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내가 죽는 것도 아니고. 조금 다치는 정도.

...그럼, 딱히 괜찮으려나.

그래도 꽃밭을 내 몸으로 찌부러뜨리고 싶지는 않아. 궤도를 조금 수정해서...

"......어."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나를 향해 달려드는 선생님이 눈동자에 든 것은 거의 동시였다.

"큭! 히나!!!"

체념한채 관망하려던 나의 생각은 선생님을 보는 순간 바로 날아갔다.

계단에서 떨어지는 나를 향해 뛰어들어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 선생님이 비쳤기에.

"......어...?"

한순간에 현실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새삼스럽게 무너진 내 자세를 고칠 수도, 나에게 손을 뻗는 선생님을 밀어낼 수도 없다.

어째서... 나는 이런 걸로 크게 다치지 않는데.

오히려 그렇게되면... 선생님이.

".......히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복수의 물음표.

하지만 그것이 언어로, 행동으로 나오기 전에 선생님은 나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빙글 돌아 우리의 자세를 바꿔 내가 위를 향하도록 움직인다.

"...아, 선생님... 안 돼...!"

꺼져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려도 선생님은 나를 꼭 껴안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대로 우리는 세게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히나 부장님!!! 선생님!!!"

아코의 절규가 간신히 내 귀에 닿는다.

...삐이 하는 이명이 울린다. 조금 머리도 아프다.

"...으..."

하지만 서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부드러운 무언가에 안겨 있었기에.

"히나 부장님!! 무사하신가요!!? 바로 치료... 를......"

그런 나를 보고 아코는 황급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말을 잃어간다.

......? 도대체 뭐가.

"......아, 아... 서...생님...? 선생님..., 선생님!!"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나를 제쳐두고 아코는 소리치며 내게 달려온다.

아니, 달라. 내 옆의 공간에 충혈된 눈을 향한채 뛰고 있어.

덩달아 나도 그쪽을 본다.

거기에는.

".......어?"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팔도 이상한 방향으로 구부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선생님이 있었다.

"...서, 선, 생님...? 어, 째서... 피가... 잔뜩, 아, 아! 파, 팔도... 선생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떨면서도 선생님에게 뻗은 손은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철퍽, 하며 선생님에게서 흘러나오는 피에 잠긴다.

뜨뜻미지근한 감촉이 손을 통해 뇌로 직접 자극을 준다.

"......힉!"

황급히 뒤로 물러난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야. 바로 도와야...

도와야... 빨리 도와야 하는데...

"......어, 라...?"

돕겠다니... 어떻게?

그래. 이, 일단 피를 멈추고... 어떻게?

아, 그 전에 부러진 팔을 원래대로... 어떻게?

애, 애초에 의식을 되찾아야... 어떻게?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강하니까... 본격적인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부상을 입은 적은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쓰러져 있는 선생님께 뭘 해야 할지 진심으로 알 수 없다.

"아, 아......아."

그저 덜덜 떨며, 볼품없게 허둥대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그 사이에도 선생님에게서 흘러나오는 피는 멈추지 않고 새어나온다.

마치 그것은 선생님 생명의 타임 리미트처럼 느껴졌다.

몇 방울만 더 잃는다면 선생님은 다시는 움직이지 않게 되지 않을까.

아니,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한 게 아닐까.

온갖 생각이 뇌내를 지배한다.

움직여야... 빨리, 움직여서 선생님을 도와야.

"...선, 생님... 일어나, 응? 선생님? 부탁이야, 싫어... 싫, 다구."

눈가에 떠오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나는 기면서도 어떻게든 선생님께 다가가 그 어깨를 흔들려 했다.

하지만.

"안 돼요!!!"

그 손은 세게 튕겨졌다.

"...아 ...코?"

"부상자 2명! 그 중 1명은 머리에서 출혈, 의식불명! 그리고 팔의 뼈를... 찢어지진 않았어요! 장소는 아까 말한 대로예요! 앞으로 몇 분 안에 올 수 있나요!? ...큭! 늦어!! 무슨일이 있어도 앞으로 3분안에 오세요!! 옆집을 때려부수든지, 앞의 차를 날려버리든지, 지금 당장 오세요!! 방해하는 학생의 대응!? 치어버려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아코에게 눈길을 돌린다.

"...아, 코..."

"... 부장님! 괜찮아요. 이미 도움은 불렀습니다! 지금은 섣불리 선생님의 몸을 건드리지 말고 안정을 취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부장님도 머리를 세게 부딪쳤어요. 쉬고 있어 주세요!"

말하자마자 아코는 선생님의 부러진 팔에 손을 뻗는다.

"...큭! 의식이 없는 게 다행이네요..."

한 번 심호흡 한 뒤 아코는 선생님의 팔을 구부린다.

뼈가 뒤틀리는 소리를 내며 선생님의 팔은 정상적인 방향으로 교정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선생님의 머리에 자신의 손수건을 대고 자신의 옷소매를 찢어 고정했다.

"...나머지는, 뭔가 단단한 것...!"

주위를 둘러보는 아코. 하지만 주위에 뭔가 쓸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큿!"

그걸 확인한 아코는 곧바로 자신의 총을 꺼냈다.

"아, 아코!? 뭘...!"

나의 곤혹스러운 말이 들리지 않는지 아코는 즉시 총탄을 전부 뽑고 선생님의 팔에 붙였다.

"조금 작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아요! 아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긴 총을 휴대했어야 했는데!"

저건, ...확실히 부목, 이라고 하는 거였나. 골절된 부분을 임시로 고정해서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게 하는...

"아, ㄴ, 내... 총... 을."

나는 황급히 메고 있던 총을 아코에게 건네려고 한다.

하지만.

"...죄송해요. 부장님. 그걸로는 조금 과하게 길어요. 게다가 그 형상으로는 환부에 자극이..."

"...아 ...그, 그럼... 그러니까... 나, 는."

어찌할 줄 모른 채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러는 사이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 저는 여기까지 유도해 오겠습니다! 부장님은 여기 계셔주세요!"

"으, 응. 알았어..."

벌떡 일어나 계단을 날듯이 뛰어올라가는 아코를 배웅하며 나는 선생님을 바라본다.

"...선생님... 선생님...!"

헛소리처럼 중얼거린다. 하지만 선생님의 몸을 만질 수는 없다.

아코에게 안정을 취하게 두라는 말을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손을 잡을 수도, 출혈이 있는 곳은 손으로 누를 수도, 그게 옳은 일인지 조차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오직 선생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흑, 흐으아... 선생님...! ...선생님!! 아아아!"

보기 흉하게 눈물 흘리며 움직이지 않는 선생님에게 말을 거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마치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는 선생님을 앞에 두고 나는 그저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

아아. 얼마나 비참한가.

그리고 그것은 선생님이 구급차에 실려 출발할 때까지 이어졌다.

""............""

이후 이송된 병원에서 조치를 받은 선생님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 선생님을 나와 아코는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다.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지 얼마나 됐을까.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그런 기운은 없었다.

"............"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을 지킬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부상을 조치할 수도.

아무것도... 무엇 하나, 하지 못했다.

분명 아코가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겠지.

그걸 싫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내 기분은 깊이...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부장님."

그러다 그런 나를 보다 못했는지 아코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왜?"

"안색이 좋지 않아요. 오늘은 일단 쉬시는 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이럴 때 느긋하게 잘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아코도 마찬가지로 안색이 안좋아. 선생님은 내가 보고 있을 테니 쉬고 있어."

"...부장님."

...뭐가 쉬고있어 라는 거냐. 전부 아코가 해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웅크리고 있을 뿐인 짐이었다.

"아코. 선생님은... 어떻게 되는 걸까."

"...죄송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러나 생명에 지장은... 부장님?"

아코의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떨군다.

그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고 아무리 닦아도 새롭게 번진다.

"...내, 탓이야. 전부... 전부, 내가... 나 때문에, 선생님이...!"

"......부장님..."

그런 나를 아코는 비통한 목소리로 부른다.

이런 꼴사나운 모습,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한번 쏟아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큭! 선생님! 언제까지 주무실건가요!! 히나 부장님을 울리고 그냥 끝날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아, 아코!?"

그런 나를 보더니 아코는 자고 있는 선생님에게 달려들어 소리쳤다.

"평소처럼 웃는 얼굴을 보여주세요! 이런 부상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실실 웃어달라고요!! ...훌쩍, 뭔가요! 그 붕대는!! 어울리지 않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아코! 그만둬!!"

그만두라는 뜻을 담은 내 말을 들은 후 선생님에게 달라붙은 채 아코는 울음을 터뜨린다.

"일어, 나세요... 저를... 부장님을 울리고, 언제부터 그런 잘난 신분이 된건가요? 인정 못해요. 저는, 그런거..."

"아코... 흑, 흐아아..."

아코에게 이끌려 나도 눈물이 쏟아졌다.

울 때마다 최악의 미래가 머리를 스친다. 그럴 때마다 그럴 리 없다고 머리를 흔들지만 언제까지고 그 미래는 사라져 주지 않는다.

"...선생님..."

"...선생님."

이제 둘 다. 그저 선생님을 부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밤은 깊었고, 이윽고 아침 햇살이 얼굴에 비쳤다.

"........으음."

눈을 뜬 내 시야에 비친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풍기는 약품의 향기.

".......?"

영문을 알 수 없어 일단 주변을 살피려고 한쪽 팔을 받치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윽!"

팔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이 온몸을 덮쳐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 바람에 침대가 삐걱이며 크게 흔들리고 소리가 울린다.

".......?"

통증이 가라앉자 나는 내 팔을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요란스럽게 붕대를 여러겹 감은, 팔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알 수 없는 물체가 있었다.

".......언제부터 내 팔이 둔기로...?"

나직이 중얼거리며 머리에도 위화감이 있음을 깨닫는다.

손으로 만져보니 그것도 붕대임을 깨달았다.

"......."

머리에 감긴 붕대를 풀면서 나는 왜 내가 여기 있는지 떠올리려고 기억을 돌린다.

"...그래. 분명히 계단에서 떨어지는 히나를..."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굳은 땅으로 떨어지는 히나. 그것을 본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몸이 움직여 공중에 뜬 히나를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서의 기억이 없다.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그 후 병원으로 옮겨진 것 같다.

"...히나는 무사할까..."

주변을 둘러봐도 방에 있는 건 나 혼자.

다른 방에 히나가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자 내 다리는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윽, 조금, 아프네..."

걸을 때마다 진동으로 머리가, 팔이 아프다.

그래도 걷기를 멈추지 않고 나는 옆 병실을 확인한다.

"...없어."

그렇다면 이 옆 병실도. 아니, 접수처에 물어보는 게 빠를지도.

행선지를 정한 나는 벽에 손을 짚으면서도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어."

쨍그랑! 하고 뭔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멍하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뒤돌아보니,

"...히나!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다친데는 없어? 미안해. 내가 더 조심했더라면..."

선채로 나를 보는 히나에게 미소지으며 나는 다가갔다.

"...앗!"

하지만 서둘러서인지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 아!"

히나의 작은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땅에 부딪히려는 순간 다치지 않은 쪽 손으로 몸을 지탱해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는다.

"...위험했어."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나는 히나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정작 히나는 이미 내 눈앞에 있었고 안절부절 못한 채 손을 뻗었다 움츠렸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은 솜털을 조심스럽게 만지는 것처럼.

"...히나?"

그런 히나의 모습을 보고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뭐뭐뭐, 뭘 하고 있는 건가요!!!??"

등뒤에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나도 모르게 돌아섰다.

"...아, 아코구나. 깜짝 놀랐네."

거기에는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시야에 둔 아코가 있었다.

"아코도 히나도 있다는 건 여기는 게헨나 관할인가? 일단 집에 가고 싶은데."

"......."

아코라면 이것저것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말을 걸었지만 정작 아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나와의 거리를 좁힌다.

"아코?"

"사실은 박치기 한번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특별히 봐드리겠어요. 빨리 병실로 돌아가서 붕대를 한번 바꾸고... 아니, 왜 머리에 붕대가 없는 건가요!!?"

"어, 움직일 때 위화감이 있어서..."

"움직이지 말라고!!!"

그 후 화를 내는 아코에게 억지로 병실까지 끌려와 눕게 됐다.

"...아픈 곳은?"

"으음. 붕대로 감겨서 둔기처럼 된 팔이 가려운거?"

"문제없는 거 같네요."

처치 방법과 환자 응대쪽으로는 문제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기억하시나요?"

"으음, 히나를 감싸고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쯤인가?"

감싸고, 라는 부분에서 아코 뒤의 히나가 순간 움직인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일까.

"기억에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척척 펜을 놀리며 나의 상태를 진료기록카드에 정리해나가는 아코. 흘끗 히나를 봐도 아까부터 계속 고개 숙인 채다.

"선생님."

"왜?"

히나에게 뭔가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 전에 아코에게 불렸다.

"선생님의 행동은... 분명 옳을 거예요."

고개를 숙이면서도 아코는 말한다.

아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나는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선생님이 학생을 감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지만 우선순위라는 것도 당연히 있습니다."

"......."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서 선생님이 히나 부장님을 감싸지 않아도..."

"아코."

"......네."

"아코가 만약 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혹시 히나가 다칠지도 모르는 미래를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겠어?"

"...그건."

"정당성이라든지 우선순위라든지 그런 건 상관없어. 눈앞에 학생이 있고 위험한 상황이라면 나는 무조건 도울 거야. 이것만은 쓸데없다고 비웃어도, 방해라고 매도해도 바꾸지 않아."

"쓰, 쓸데 없다니! 저는 그런..."

"히나는 눈에 띄는 부상은 없구나. 그걸로 전부 괜찮았다고 하자."

"...큭!"

순간 아코는 나에게 덤벼들었다.

"아코!!"

그런 아코를 히나는 떼어내려 한다.

하지만 나는 히나를 손으로 멈춰세웠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이렇게나 크게 다쳐서! 어쩌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구요!? ...그런데, 어째서..."

외치면서도 아코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그때, 부장님을 도와야 했던 사람은 저인데 왜 책망하지 않는 건가요. 선생님의 그 부상은 다 제 탓인데...!"

"아코! 아니야! 나쁜 건 전부... 나, 니까..."

아코의 말을 히나는 필사적으로 정정하려 한다.

...아무래도 둘 다 죄의식에 짓눌리는 것처럼 보인다.

.......

"그렇다면 셋 다 나빴다는 걸로 하자. 그렇다면 아코도 히나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타협점이라던가! 그런 문제가...!"

나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떨쳐버리지 않고 아코의 머리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아코, 히나. 난 죽지 않아."

"........."

"설령 죽을 것 같은 상처를 입더라도, 아무리 회복의 가망이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두 사람이 슬퍼한다면 나는 절대 죽지 않아. ...절대로."

굳세게, 두 사람의 눈을 보며 나는 맹세했다.

그런 나를 보고 아코는 겨우 손을 놓았다.

"...아니에요. 선생님이 죽지 않는 게 아니에요. 제가 선생님을 죽게 하지 않겠어요."

"하하, 그러네. 잘 부탁해."

"...잠깐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주름잡힌 내 옷을 조심스레 정돈하고 아코는 허리를 든다.

"아코. 고마워. 걱정해줘서."

"...이쪽이, 할 말이에요."

뒷모습으로부터 흘러나온 아코의 목소리는 약간 물기가 어려 있었다.

"히나도 고마워. 그리고, 미안... 걱정 끼쳤지."

아코가 재빨리 병실에서 퇴실한 후 선생님은 미소지으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

하지만, 나에게는 돌려줄 말이 없었다.

당연하다. 애초에 나는 어째서 이 자리에 들어와 있는 걸까. 어째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 게다가 사과라니...

나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

선생님도 아코도 신경 써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의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내 부주의로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았다면.

내가 포기하지 않고 난간에라도 억지로 매달려 있었다면.

떨어지는 순간에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면.

애초에 내가 선생님이 오기 전에 일을 끝냈다면 이런 일은...

무수한 '다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히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를 선생님은 걱정스러운 듯이 다시 부른다.

...꼴사납다. 정말로. 꼴사납기 그지 없다.

구제불능인 나 자신에게 눈물마저 난다.

황급히 닦아보지만 그것으로 멈추지는 않았다.

"...히, 히나!? 역시 어딘가 아픈 게..."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일어서서 나에게 손을 내민다.

"아, 오... 오지마!!"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선생님께 폐가 되고 싶지 않아. 나에게 내민 손을 잡을 자격 따윈 없어.

그 무수한 네거티브한 사고에서 나온 것이 선생님에 대한 거부의 말이었다.

내 거절의 말을 듣고 선생님은 순간 굳는다.

"......미안해."

그리고 미안한 듯 내민 손을 되돌리고 쓸쓸하게 웃었다.

"아, 다... 달... 달라. 나, 나는... 그럴 생각이, 아니야. 선생님. 그렇지만, 나에게...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나쁜 것도... 책임도... 아, 아아..."

그런 선생님을 보고 내 머리는 하얘진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선생님이 나에게 사과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또 사과를 하게 해버렸다. 또 선생님께 상처를 주고 말았다. 슬픈 표정을 짓게 해버렸다.

"...흐윽, 아아... ....흑!"

더 이상 어찌할 줄 몰라 나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그 자리를 떠났다.

"...히나!!"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나는 도망쳤다.

책임에서, 두려움에서, 수치에서, 절망에서, 그리고... 선생님에게서.

그저, 도망쳤다.

"………………"

정신차리고 보니 나는 병원을 나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

쏟아지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그저 말없이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눈물로 땅에는 무수한 검은 얼룩이 생겼다.

"…………선생님."

그리고 마침내 나온 말이 이거다.

선생님을 다치게 하고, 치료해주지도 못하고, 염려해줬는데도 거절하고, 결국에는 도망쳤다.

...미움받았을까. ...그런 건 당연하겠지.

이런 태도를 취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도대체 이 세계에 어디 있단 말인가.

"………………"

지금이라도 병실로 돌아가서 사과하자.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자.

마음으로는 알고 있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온몸이 돌이 되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왠지 계속 이 자리에 머물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있는 게 좋아. ...그렇게 되면 선생님은 나 따위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 심한 말을 한 나에게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흐윽,."

오열이 새어 나오고 굵은 눈물이 다시 땅에 떨어진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선생님이 보고 싶다.

스스로 도망쳤는데, 만나지 않는 쪽이 좋다고 마음먹었는데, 뇌리에 떠오르는 건 선생님 뿐.

지리멸렬하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머리도 아파온다.

"………………"

움직이고 싶지 않아.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어. 일단 걷자. 그러면... 뭔가 분명...

"………………어?"

무겁디 무거운 허리를 치켜든 것과 내 발밑에 무언가가 굴러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리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굴러온 물체가 끔찍한 빛과 소리를 내며 나를 덮쳤다.

"...큭!!"

눈을 뜨고 있는데도 시야가 새하얗다. 그리고 아까까지 들려왔던 환경음, 동물 울음소리. 그 모든 것이 들리지 않는다.

대신 들리는 것은 삐이거리며 울리는 이명뿐.

"...스턴 ...그레네이드..."

그리고 그 증상을 일으키는 투척물을 떠올린다.

아까 발밑에 굴러온 것은 스턴 그레네이드다. 강렬한 소리와 빛으로 대상을 일정 시간 무력화하는 섬광발음통.

"...여, 역시나! 선도부장은 사고의 영향으로 약해져 있어!"

"평소의 원한, 지금이야말로 갚아주지!"

"나중 같은 건 알까보냐!"

심한 이명이 울리기는 하지만 간신히 누군가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 평소 나에게... 선도부에 원한을 품고 있는 패거리겠지.

어디선가 내가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말을 듣고 기회라는 듯이 습격을 시도해 왔다. 라는 얘기일거다.

...이럴 때에. ...귀찮아.

"좋아! 다들! 이 틈에 쏴버려!"

"역시 선도부장이라도 시력과 청력을 잃으면 허수아비나 마찬가지!"

타타타탕, 하고 총성이 울린다.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나를 향해 오는 게 느껴진다.

…………정말로, 귀찮다.

"바, 바보 자식! 너무 많이 쐈어! 연기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됐... 잖..."

"하지만 이정도로 쐈으면 지금쯤 너덜너덜하... 게..."

"상처입은 선도부장의 얼굴을 보는게 기대..."

각자 후반으로 갈 수록 말을 잃어간다.

연기가 서서히 걷혀가는 가운데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물체를 보았기 때문이겠지.

"………………"

그 물체는 내가 직전까지 앉아 있던 벤치다. 방탄사양의 금속제였던 덕분에 총탄은 모두 막아냈다.

"………………"

그녀들의 총알이 이쪽에 닿기 직전, 나는 뒷쪽의 벤치를 발꿈치로 걷어차고 백스텝으로 후퇴해 떨어진 벤치에 몸을 숨겼다.

"...시력은, 아직... 귀는, 조금 들리게 됐나."

그리고 벤치가 차폐물이 된 동안 눈과 귀를 회복시킨다.

거기에 맞춰 상황 파악.

벤치의 진동에서 전해지는 상대와 총의 방향. 거기서부터 대략적인 인원수를 가늠한다.

무아지경으로 쏘기만 할 뿐. 전투에 익숙하지 않다.

추가 투척물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저쪽의 남은 무기는 총 뿐...? 아니,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아직 있다.

"하지만 그다지 수가 많지 않아. 그렇다면 한두명 쓰러뜨리면 이후엔 제멋대로 도망치려나."

상대의 대략적인 위치도 총알의 진동으로 알아낸다.

얼굴을 내밀어 가장 가까운 녀석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 일련의 행동에... 음, 대략 0.5초 전후.

...너무 많이 걸린다.

"큭! 벤치 뒤에 하나 더 던져! 그 후에 바로 돌아서 협공이다!"

"아, 알았어!"

...그렇군. 역시 아직 투척물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처럼이다. 쓰게 두자.

...귀는 이제 괜찮다. ...눈도 이만큼 보이면 문제 없다.

핑, 하고 신관을 뽑는 소리가 들린 순간 나는 벤치에서 얼굴을 내밀어 총을 겨누었다.

"......어."

"......아."

놀라 굳어지는 그녀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이미 던져진 스턴 그레네이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그리고 곧바로 벤치 뒤에 숨어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순간 뒤에서 강렬한 빛과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와아아아! 눈, 눈이..."

"귀, 귀가 아파!"

아무래도 잘 된 것 같았다.

이걸로 상황은 거의 호각. ...아니, 내가 훨씬 유리해.

나머지는 한명씩 처리해나가면 끝.

"...어, 어째서! 전혀 약해지지 않았잖아! 아파!"

"...여, 역시 그런 건 헛소문이었어... 아야!"

1명. 2명. 정확하게 쓰러뜨려 간다.

"하, 하지만 구급차로 실려 갔다고 했는데... 윽!"

"그게 사실이라면 병원에서 나오는 쪽이 이상하잖... 악!"

3명. 4명. ...앞으로 1명.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나.

"하지만 샬레의 선생과 함께 실려갔다고 다들 말했었단 말이야!"

".......읏!"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굳어졌다.

"선생이 선도부장과 함께 다쳤다고!"

"…………아."

심장이 거세게 뛴다.

...싸움중에는 괜찮았지만 한번 선생님을 생각하면 이제 그 생각만이 떠오르게 되어버렸다.

"어, 어라... 뭔가 움직임이... 역시 약해졌구나! 찬스!"

몸이 경직돼 움직일 수 없게 된 나를 보고 절호의 기회로 본 그녀는 총을 이쪽으로 겨눈다.

......! 위험해. 피할 수 없어.

".......큭!"

그리고 정확히 겨눈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총알은 무심히 나를 꿰뚫었다.

...그랬을 터였다.

".......?"

아무리 기다려도 충격도 아픔도 오지 않는다.

탄이라도 걸린 걸까. 혹은 뭔가 사고라도...?

"…………어?"

천천히 고개를 든 내 시야에 비친 것은 낯익은 등이었다.

"어, 어째서 여기에 샬레의 선생이...!?"

"...선, 생님...?"

내 앞을 가로막고 붕대가 감기지 않은 쪽 팔을 벌린 채 나를 지켜주는 선생님을 보며 나는 멍하니 중얼거린다.

"...이유가 있고, 거기에 개인간의 싸움이라면 나는 말리지 않겠어. 그런 것으로 밖에 발산할 수 없는 기분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마음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그렇지 않아."

담담하게, 선생님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한 여자아이를 여럿이 둘러싸고 위해를 가하는 것은 역시 간과할 수 없어."

"......시, 시끄러워! 비켜!"

멈춰세우는 선생님에게, 그녀는 다시 총을 겨눈다.

"...선생님! 도망가!!"

나는 필사적으로 외친다.

나라면 맞아도 괜찮으니까. 그러나, 선생님이 만약 한 발이라도 맞는다면... 그때는...

"비키지도, 도망가지 않아."

하지만 선생님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뭐, 뭐야... 이 사람. 머리 이상한 거 아냐!?"

"진정하고, 총을 내려놔. 나라도 괜찮다면 이야기를 들어줄게."

지금, 그야말로 목숨을 빼앗으려는 상대에게 할 말이 아니다.

"...선생님..."

...이 사람은 어디까지고 학생의 편이다.

설사 상대가 누구든 학생이라면 도와주고 힘이 되어준다.

......정말로, 상냥한 사람.

"...큭! 어, 어차피 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겠지! 바보 취급하지 마!"

하지만 그녀는 상당히 머리에 피가 몰렸는지 선생님의 말은 닿지 않는다.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힘이 더해진다.

"! 멈춰!! 제발! 쏘려면 나를! 선생님은 안돼!!"

선생님을 도와야 하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때의 정경.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힘없이 쓰러져 있는 선생님.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네가 쏘고 그걸로 만족한다면 쏴도 좋아."

그런데도 선생님은 상대방을 자극하는 듯한 말을 한다. ...그만해, 제발이니까 그만! 빨리 도망가...!

"......크윽!!"

그런 선생님의 말에 그녀는 더욱 방아쇠에 힘을 준다.

"하지만, 그때는 약속해줘. ...더 이상 히나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겠다고. 그걸 지켜준다면... 날 쏴도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그녀에게 다가간다.

한 걸음, 두 걸음 거리를 좁혀간다.

"이익! ...이놈이고 저놈이고...! 날 바보취급하기는! 쏜다! 진짜로!!"

양손으로 쥐고 선생님을 노린다. 하지만 선생님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와의 거리를 천천히 줄여간다.

"...으아아아아!!!"

그리고 참을 수 없게 됐는지 그녀의 총에서 마침내 총알이 발사되었다.

"선생님!!!!"

외친다. 목이 터질 정도로.

".......바보취급 같은 건 하지 않아. 절대로. 괜찮아, 그러니 믿어줘."

발사된 총알은 다행히 선생님의 뺨 바로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총에 맞았을 선생님은 부드럽게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뭐, 뭐냐고... 미쳤어. 미쳤어, 이 사람!!"

"소중한 학생을 지킬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미치겠어. 그리고 그 소중한 학생에는 물론 너도 포함이야."

"......큭!"

그리고 그녀와 선생님의 거리가 한 걸음 정도 남은 순간, 그녀는 등을 돌리고 달려갔다.

"......."

그런 그녀를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등에서는 조금 애수가 감도는 것 같았다.

"히나, 괜찮아?"

그로부터 몇 초 후, 선생님은 나에게 걸어온다.

"...아, 선...생님."

아직 몸이 움직이지 않는 나는 그저 중얼거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으, 응."

"다행이다. 그럼... 돌아가자."

선생님의 말이, 일거수일투족이 내 마음에 안심을 불어넣어준다.

선생님을 지키지 못해 다치게 만들고, 조치도 못하고, 거절하며 도망친 나를... 선생님은 감싸준다.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에 그것은 너무나 감미로운 과실 같았다.

"...흐윽, 흐아... 흐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그래서일까. 필사적으로 참았던 눈물이, 오열이, 나약함이 전부 나와버린 건.

"히, 히나!? 역시 어딘가 다쳐서..."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쓰다듬는 선생님.

"아니야! 다친 건 선생님!!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어째서 항상 남을 감싸는 거야!! 좀 더 자신을 소중히 해줘!!"

한번 외친 말은 이제 멈추지 않는다.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선생님에게 나는 울면서 소리친다.

"전부! 전부 내가 잘못했는데! 선생님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심한 말을 하고 도망간 나를 쫓아오고! 또 위험한 일을 마주하고!! 그런데 또 나를 구해주고!! 내가 선생님을 지켜야하는데! 지켜지기만 하고!! 나는... 나는!!"

흐느끼는 나를 선생님은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아아, 최악이다. 이런 모습... 선생님에게만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틀렸어. 분명히 기분나빠하고 있을 거야.

다 끝났어. 당장이라도 다시 도망치고 싶어.

그런데도 아직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하다. 모든게.

"...그러니, 나는... 나는... ....앗! 잠깐, 선생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는 또 억지로 데려가야겠지."

말문이 막히고 숨이 차올라 흐트러진 나를 선생님은 안아 올렸다. 공주님 안기라는 거다.

"붕대가 딱딱해서 다행이네. 통증은커녕 감각조차 없어. ...어, 이거 괜찮은 건가?"

"ㄴ, 놔 줘! 나 지금 지저분하니까!"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여기서 내가 저항하면 선생님은 더 다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외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히나에게 지저분한 곳은 없어."

"...으...... 아..."

그런데도 선생님은 내 외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긴다.

"게다가 히나가 사과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이 부상은 말하자면 내가 제멋대로 굴어서 생긴 거니까."

그리고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한다.

"...선생님은 너무 물러. 나에게도, 아까 그애한테도... 계속 그러다가는 언젠가..."

키보토스는 넓다. 그 중에는 상대방의 상냥함에 빌붙는 사람. 상대방의 신뢰를 아무렇지 않게 배신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런 녀석들에게 선생님의 상냥함은 최고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아무에게나 그렇게 대하는 건 아니야. 히나 같은 마음씨 착한 아이에게만 그렇게 대하는 거야."

선생님은 이런 나를 착하다고 말해준다.

항상 미간을 찌푸리고 일에 쫓기는 나를.

상처입었다는 소문이 나면 바로 보복이 들어오는 나를.

선생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던 나를.

"그렇게 하면 분명 알게 될 거야. 아까 학생도 나를 진심으로 쏘지는 않았어. 사실 착한 아이야."

선생님은 일단 나를 땅에 내려놓은 뒤 소중한 보석을 다루듯 나를 다정하게 껴안는다.

"...선, 생님."

"병실에서 한 말을 다시 할게. 히나. 난 죽지 않아. 적어도 너희들이 내 죽음을 슬퍼한다면 난 절대 죽지 않을 거야."

그리고 천천히 떨어져 미소지었다.

그 눈동자를 보고있으면 선생님은 정말 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토록 힘있고 다정한 눈동자였다.

아니, 아니야.

".......ㄴ...내... 가!"

"...히나?"

죽지 않아. 가 아니야... 죽게 하지 않아.

"내가! 선생님을! 지킬... 테니까! ...설득력 따위는, 없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목소리가 탁해진다.

그래도 나는 필사적으로 선생님께 소리친다. 아무리 꼴불견이라도 나는 선생님께 맹세한다.

"절대로! 지킬테니까! 선생님은! 내가! ...아."

숨쉬는 것도 잊고 울면서 외치지만 나의 통곡은 선생님이 또다시 끌어안은 것으로 멈췄다.

"응. 고마워. 히나가 지켜준다면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어."

내 눈물로 선생님의 옷이 더러워져 간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나를 그 품에 안아주었다.

"흐윽... 흐아아. 흐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계속! 걱정했어!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지하고!! 두 번 다시 얘기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하고!! 나는 이제 선생님 곁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선생님에게 다가가면 또 상처줄거라고!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 괜찮아. 히나."

끝내 참지 못하고 울부짖는 나를 선생님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것이 더욱 내 눈물샘을 무너뜨린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다치게해서 죄송해요! 위험한 일을 겪게 해서 죄송해요! 상처입혀서 죄송해요!!"

"...응. 괜찮아. 히나. 전부, 괜찮으니까."

그 후에도 눈물 범벅인 내 외침은 계속됐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용서하고 달래고 받아주었다.

그리고 계속 울부짖던 내가 이윽고 지쳐 선생님 품안에서 잠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생님! 히나 부장님!"

히나를 안고 병원으로 돌아오자 아코가 혈색을 바꾸며 뛰어왔다.

"다녀왔어, 아코."

"다녀왔어가 아니에요! 둘이서 대체 어디로... 서, 선생님! 뺨에서 피가...!"

바짝 다가선 아코는 내 뺨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더욱 동요하고 있다.

...아아, 맞았구나. 그때 탄환.

히나를 옮기고 있을 때 흐르기 시작한 걸까.

"응, 조금 여러 가지 있어서 말이야."

"여러 가지가 너무 많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야 부상자 두 명이 병원에서 빠져나가 더 다치고 돌아온단 건가요!?"

"...아코? 히나는 조금 피곤해서 자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줄래?"

내 품에서 시끄럽다는 듯이 몸을 비트는 히나를 보고, 아코에게 조금 목소리를 눌러달라고 부탁한다.

"에!? 제, 제가 잘못한 건가요!? 이거!?"

"...일단 설명할 테니까 병실까지 히나를 옮기는 걸 도와줄래?"

그 후에도 뭔가 말하고 싶어했지만 안심한 듯 잠든 히나를 본 아코는 마지못해 히나를 병실까지 옮기는 걸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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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2.17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이 다쳐서 안절부절못하는 히나 前

#소라사키 히나#선생#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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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akira_umamusume작가
게시물 5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3.02.17 17:35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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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나
ㅇDC
ㅇㅇ작성자23.02.17

글자수때문에 링크는 댓글에 모음집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316354

ㅇDC
ㅇㅇ323.02.17

최초로 한계치까지 박아넣은 초장문 소설

ㅇDC
ㅇㅇ123.02.17
ㅇDC
ㅇㅇ123.02.17

미식이네요

ㅇDC
ㅇㅇ223.02.17

이거 에미야 시로보다 더한 미친년이네요

ㅇDC
ㅇㅇ23.02.18

너도 이생각함ㅅㅂㅋㅋ

ㅇDC
ㅇㅇ23.02.18

나

ㅇDC
ㅇㅇ923.03.15

ㄹㅇ

ㅇDC
ㅇㅇ1025.07.20

ㄹㅇ 미친놈 맞음 총탄을 대화나 장난질 수단으로 삼는 인외급 초인이 드글거리는 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걸어다니는 사람이니 안미친건 아니지만

ㅇDC
ㅇㅇ23.02.17

센세가 진짜 광인이네

ㅇDC
ㅇㅇ423.02.17

아 이거 어젯밤에 픽시브에서 보고 마음에 들었던건데 2만자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되게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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