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
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플롯 : 아리우스 과외활동
/블루 아카이브
광고

#헤비 #첩보 #미요 #후유 #카즈사 #모브

원본 by フー・サム・ワン

원제 An Accidental Activity with Arius

=====================================

1

차가운 물방울이 머리 위로 떨어져 이마와 뺨을 스쳐 지나갔다.

천장에서 스며 나온 이 물이 상수도에서,

아니, 적어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맥에서 흘러나온 것이기를 나는 간절히 바랐다.

가는 물줄기와 거친 숨소리가 정적을 이룬다.

아마 1분도 채 되지 않았을 침묵은 1시간보다 길고 무겁다.

희미한 어둠 속, 검은 총구가 나를 노리고 있다.

그것이 말하는 것은 공포,

그것이 가져오는 것은 고통. 혹은…… ‘죽음’.

새로운 물방울이 수면에 떨어지고, 이끼 낀 수로에 소리가 되돌아온다.

“……소속과, 이름을 말해라.”

나에게 총을 겨눈 학생이 그 반향음을 신호로 삼은 듯 침묵을 깼다.

투박한 방독면 너머의 목소리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몸에 두른 제복도 본 적이 없다.

해골 문양이 새겨진 교장(校章)으로 보이는 마크.

기억을 더듬는다.

나는 양손을 든 채로, 불필요한 경계를 하지 않도록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와일드헌트 예술 학원, 문학 전공.

이름은 사쿠라이 미요…… 나이는 16세, 2학년입니다. 키는 155cm, 생일은……”

“시끄러워!”

“……!”

총구가 미간으로 다가온다.

사고가 공포에 위축된다. 멈추지 마. 생각해.

“물어본 것에만 대답해, 알겠나!”

“……네.”

이 상황을 헤쳐 나갈 플롯을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 내야 한다.

“여기는 어디지!?”

“와일드헌트 지하, 사용되지 않는 수로입니다.

아마 저희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

후유도 릿짱도 여기에는 없다.

하지만, 혼자인 것은 아마 눈앞의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왜 여기에 있는지, 말이군요.

사정이 있어 저는 이런 곳에 대해 잘 압니다.

오늘 이곳을 사용한 것은 개인적인 용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언급하고 싶지 않은 화제였기에 먼저 말해버렸다.

“사정? 자세히 말해.”

“……그렇겠죠.”

무심코 한숨이 새어 나온다.

오늘은 지독히도 운수 나쁜 날이다.

예정도 완전히 틀어지고,

신분도 모르는 인간에게 총을 겨눠 위협당하며

가능하면 숨기고 싶었던 동아리 활동까지 이야기해야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전에…… 팔을 내려도 될까요? 아무것도 안 할 거고, 할 수도 없으니까요.”

“안 돼.”

“피곤한데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허가해 주마. 여기에 있는 이유는?”

언질을 얻어냈다.

상대방의 말투에서 지친 기색이 보인다.

좋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나만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낫다.

숨을 고르며 말을 찾는다.

아마 ‘특수교역부’로서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닐 것이다.

완곡한 표현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직설적으로 활동 내용만을 전달하는 게 좋겠다.

“저는…… 와일드헌트에서 학칙에 반하는 물품의 ‘밀수’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사감대의 눈이 닿지 않는 비밀 루트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도 밀수하러 온 건가?”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어서요.”

“원하는 것? 무기인가?”

“……”

과연. 이 사람은 ‘원하는 것’을 듣고 가장 먼저 무기를 떠올릴 만한 곳에서 온 것이다.

“……타자기입니다.”

“……뭐?”

이 “뭐?”는, 예상치 못한 것이 나와서 놀란 반응이 아니다.

완전히 모르는 단어에 대한 반응이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걸까.

상상해야 한다.

“글을 쓰는 데 사용하는 기계입니다.

오늘 원했던 물건에는 학칙 위반 부품이 포함되어 있어서 개인적인 밀수를 꾀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것도 이제 손에 넣기 힘들 것 같습니다만. 하아…….”

“어이, 질문에만 대답하라고 했을 텐데!”

“어쨌든 제 말은 여기까지. 팔을 내릴게요.”

“천천히 해라…… 이상한 움직임을 하지 마.”

방독면 너머의 눈을 응시한다.

공포를 보이지 마.

경계심을 풀어.

그렇게 되면, 다음은.

다음은, 파고들어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아리우스 분, 이신가요?”

“뭐……!?”

“이름만은 들어봤습니다. 큰 사건이었으니까요.”

총구가 떨렸다. 목소리가 흔들렸다.

“물론 당신을 고발하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총에 맞고 싶지도 않고, 그렇지 않더라도…… 저의 비밀을 알아버리셨으니까요.”

“설마…… 나를 처리할 생각인가!? 후회하게 될 거다!”

상대는 동요하고 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되돌릴 수 없지.

초조함을 숨기며 몰아붙인다.

“그것도 저로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뭐라고!?”

“안전장치가 걸려 있으니까요.”

“……!?”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취미도 아닌데 어느새 읽어버리고 말았던 어느 스파이 소설의 대사.

아리우스 학생은 라이플을 몸쪽으로 당겨 안전장치를 확인한다.

“vanitas vanitatum”이라는 각인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고대어 경구일 것이다.

“안 걸려 있잖아…….”

지금이다.

“네, 거짓말이에요.”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윽! 우, 움직이지 마!”

“거짓말이지만, 당신은 지금…… 거짓말이라고 확신을 가지지 못했죠.

이렇게 단순한 함정…허세에조차 떨고 있어요.”

방독면 틈새로 경악을 나타내는 날카로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무서운 거죠.”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마저 떨고 있다.

부디 그녀가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방아쇠를 당기지 않기를.

“무슨……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먼저 총을 내려놓으세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고, 쏘려고 마음먹는다면 언제든지 당신이 훨씬 빠릅니다.”

상처 입은 짐승이 상처를 숨기려 하고 있다.

겁에 질린 아이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지키려 하고 있다.

그러니 말과 태도로 무해함을 강조한다.

천천히 눈높이를 맞추고, 타이르듯이 이야기한다.

“그럼, 거래를 합시다.”

“거, 래……”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즉흥적인 플롯이 잘 풀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당신을 ‘밀수’하겠습니다.”

2

“밀수……?”

“그렇다고 해도, 당신 입장에서는 저를 믿을 수 없겠죠. 그러니…… 이걸.”

경계하지 않도록 한 손을 보여주며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스마트폰 한 대를 꺼내 건넨다.

“여기서는 전파가 잡히지 않겠지만, 지금 제가 가진 유일한 연락 수단입니다.

걱정되신다면 몸수색도 받겠습니다.”

“……아니. 쓸데없는 짓을 하면 쏘겠다. 그걸로 충분하다.”

“알겠습니다.

거래의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냐? 말해봐.”

“당신은 저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즉 당신은 이곳이 어딘지도,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거죠.

맞습니까?”

“……그렇다.”

그녀가 계속 유지해 온 허세가 벗겨져 나가고 있다.

나를 신뢰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리고, 당신은 완전히 고립무원 상태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로 이렇게 장시간 단둘이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다…… 부대원들과 연락이 끊겼다.”

고독, 불안, 공포, 절망, 체념.

여러 감정이 방독면 너머로 스쳐 지나간다.

플롯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유감이지만, 저는 아리우스라는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당신을 와일드헌트 안으로 끌어들일 만한 수완도 없습니다.”

“……거기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당신을 학원 밖으로 안내할 겁니다. 평소와는 반대이지만, 문제는 없습니다.”

“짚이는 곳이 있나……?”

“……몇 군데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샬레.

아리우스의 이름을 뉴스 외에서 접한 유일한 장소.

그 이름을 볼 때의 선생님의 옆모습은, 너무나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을 것이고, 경솔하게 움직여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다.

보류.

“여기에 있어도 시간과 체력만 낭비할 뿐입니다. 이동하시겠어요?”

“……먼저 가라. 감시하고 있을 테니.”

나는 머릿속으로 다른 후보지를 선정하며 그녀를 이끌고 걷기 시작했다.

수로의 출구로 계속 걸어간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반향한다.

그녀의 발소리는 나의 등 뒤에 딱 붙어 따라오고 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일시적인 안전 확보까지입니다.

당신의 목적이나 부대원들에 대해서는……”

“거기까지 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살짝 걸음을 늦춰보았다. 발소리의 거리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믿어주세요.”

“어차피 믿을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이번에는 걸음을 빠르게 한다.

“네. 지금은 서로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의 것은, 이득이 되지 않으니까요.”

“윽…… 됐으니, 어디로 가는지 말해!”

조금 멀어졌다. 역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은신처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루트이니 그 점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와서, 의심할 수 있겠나……!”

거리적인 문제를 계산에 넣는다.

……상당히 선택지가 좁혀지고 말았다.

기회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만큼 플롯이 확정된다.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 사람에 대해 더 알아야만 한다.

무언.

정적과는 달리, 무언은 웅변이다.

규칙적이었던 발소리가 흐트러지고 있다.

몸에 지닌 장비가 흔들리는 소리, 방독면 너머의 거친 숨소리.

“……괜찮으세요?”

“뭐가…… 됐으니까, 가……!”

이렇게 말을 거는 사이에도

등 뒤를 걷는 아리우스 학생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왔다.

아니, 이미 한계를 넘어섰을 것이다.

그렇구나.

지금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은, 닳아 없어지기 직전의 기력뿐인 것이다.

걸음을 멈춘다.

“도착했습니다. 이 모퉁이를 돌면 밖…… 와일드헌트 학구 외곽입니다.”

“밖……”

선명한 녹색과 푸른 하늘이 시야 가득히 들어찬다.

회화 전공 학생이라면 분명 이 정경을 한 장의 그림에 담아낼 것이다.

“아아…… 하늘이다……”

“……?”

줄곧 등 뒤에 있던 그녀가 비틀거리며 나를 앞질러 간다.

“젠장…… 왜…….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거야…….”

총이 땅에 떨어지고, 그녀의 몸이 그 직후를 따랐다.

줄곧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이 끊어지며 존재 자체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 정신 차리세요!”

황급히 달려가 어깨를 빌려주었다. 몹시 무겁다.

“으윽…… 죄송합니다, 이거 벗길게요…….”

방탄복과 방독면을 힘겹게 벗겨낸다.

“……”

몹시 여위고, 아마 나보다 어릴 듯한 소녀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3

그녀의 신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일단 여기까지로 충분하다.

지금으로서는…….

스마트폰의 착신의 진동.

소녀에게 건넨 ‘일반’ 스마트폰이 아니라, 숨긴 주머니 속에 넣어둔 ‘활동용’ 스마트폰에서였다.

“……하아. 듣고 있었죠? 할게요.”

『말도 안 되는 도박을 하시네…… 우리 부장님은.』

이 상황을 주머니 속에서 영업부장에게 전달하고 있던 비상용 발신기의 전원을 끈다.

후유에게 강권당해 억지로 사게 된 거지만, 쓸모가 있는 날이 올 줄이야…….

“죄송해요. 아마 1엔도 못 벌겠지만요.”

『알고 있어. 그래서, 플롯은 이미 완성됐어?』

“……”

정말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점은 의지가 된다.

“선생님께 연락해서 외출 허가 받아주세요.”

『알았어, 그럼 사정을 설명하고……』

“아뇨,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보고 싶다’고만 하면 돼요.”

그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눈치챌지도 모르겠지만.

“외출할 구실만 있으면 돼요.

오늘은 선생님, 트리니티에서 다른 일을 하는 중이시니까……

아마 저녁까지는 손을 못 쓰실 거예요.”

『……에?』

만일에 대비해 선생님의 일정을 파악해 둔 것이 다행이었다.

……그래, 혹시 몰라서.

“지금 D 루트를 빠져나왔을 때 이 아이가 쓰러졌어요.

쇠약해져 있고, 며칠 동안 못 먹은 것 같아요.

선생님을 기다리면 늦어요…….”

영양실조?

아니, 그 이전에 그녀의 마음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전에, 뭐라도 먹여야 해요.”

『그럼 어떻게 할 거야?』

거리를 계산하니, 여기서 갈 수 있는 안전한 장소는…….

“트리니티 교외에서 합류.

제 엄호와 제가 이 아이 곁을 잠시 떠나야 할 때의 감시를 부탁드려요.”

『……과연. 루트는 알고 있어?』

“그 루트를 누가 짰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잘 부탁해요.”

나는 통화를 끊고 아리우스의 소녀를 다시 안아 들었다.

장비를 벗겨낸 그녀는 너무나도 가벼워서,

이 마른 몸이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

트리니티는 아리우스와 오랫동안 앙금을 품어온 학원.

그런 곳으로 그녀를 데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매우 마음 아프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

“……갈게요. 반드시, 안전한 곳까지 당신을 밀수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수고하셨습니다, 부장님!”

“하아…….”

직접 만든 루트라고는 해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후유와 합류하여 안전지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안도감 반, 또다시 그레이 존에 손을 댔다는 죄책감 반이 섞인 한숨이 새어 나온다.

“오자마자 한숨 쉬는 건 너무 심하지 않아?”

“됐으니 다음 단계예요. 만약 그녀가 깨어난다면…….”

“괜찮아, 영업부장을 믿어보라고!”

“그래서 걱정인 건데요……. 선생님은요?”

“미요의 예상대로. ‘지금은 손을 못 떼니 저녁에 보자’고.”

“알았어요. 그럼, 이 아이를 부탁해요.”

“어디 가려고?”

“여기. 기억나요?”

“……그렇구나, 그때 그곳.”

“네. 편의점보다는 여기가 좋겠다 싶어서요.”

선생님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 해결된 후, 그분이 데려가 주셨던 디저트 전문점.

“피곤할 때는 당분이지.

확실히 그렇다면 미요가 고르는 게 더 낫겠네.”

“네…… 다녀올게요.”

원하는 케이크는 마지막 하나였고,

간발의 차로 늦지 않은 행운에 감사하며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포장이시죠, 냉장으로 해 드릴까요?”

“아뇨, 바로 근처라서요.”

“알겠습니다.”

점원의 영업용 스마일에 모호하게 미소 지어주고 있을 때, 문 종소리가 울렸다.

무심코 시선을 돌린 곳에는 네 명의 소녀들.

“우와아……! 마지막 하나……!”

“에……?”

검은색 파카를 입은 트리니티 학생이 지금 막 상자에 담기는 나의 케이크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진짜냐…… 꽤 서둘러 왔는데…….”

낯선 트리니티 학생은 귀까지 늘어뜨리며 온몸으로 낙담을 표현하고 있었다.

“잠깐 카즈사, 그만해 보기 흉하잖아…….”

“기운 내 카즈사 짱…… 내, 내가 반 나눠줄 수도 있어!”

“고마워, 아이리…….”

“흠…….”

노골적으로 친구를 걱정하는 듯한 다른 두 사람을 제쳐두고,

분홍색 머리를 사이드테일로 묶은 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마 우리보다 먼저 이 케이크에 도착할 줄은, 훌륭한 열정이군.”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토록 대단한 열정이 어디서 솟아나온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도다.”

“에…….”

뜻밖의 질문에 움츠러든다.

“저는…….”

“아~ 정말, 남한테 엮이지 마! 미안해요, 우리 나츠가…….”

“아, 아뇨…….”

카즈사라고 불리던 학생이 어느새 부활해서 나츠 씨를 끌고 돌아갔다.

미안하다는 듯 목례를 한 후,

검은 머리에 초코 민트 아이스크림 머리핀을 단 트리니티 학생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아, 저기…… 그 교복, 와일드헌트 분이시죠?”

“? 네…….”

“역시. 제 친구도 와일드헌트에 있거든요.”

“그러신가요. 우연이네요…….”

금발 트윈테일 소녀가 문득 깨달은 듯 말한다.

“그러고 보니 와일드헌트, 교칙이 엄격하다고 들었는데 진짜?”

“네, 맞아요.”

특수교역부가 존속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흐음…… 그럼, 이런 케이크 같은 것도 귀한 편이겠네?”

“그렇죠……. 교내에서 먹을 기회는 거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포장하는구나. 소지품 검사 같은 건 안 당해?”

“우와, 몰수당하면 사흘은 우울할 것 같아…….”

“먼저 먹어버린다, 라든가?”

“뭐, 설마 뱃속까지 조사하진 않겠지만…….”

이 사람들, 미묘하게 눈치가 빠르다.

“이것은…… 다른 학교에 있는 친구의 몫이니까요.”

“친구…… 과연. 당신의 열정은 우정에서 비롯된 것이었군.”

얼버무리긴 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 그렇구나……. 그럼 말이야.”

“……?”

카즈사 씨는 왠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무거나 좋으니까, 한 개 더 사 오는 게 좋을 거야. 둘이서 먹는 게 더 맛있으니까.”

4

“아, 수고.”

“교대입니다.”

후유는 아리우스 소녀 옆에 나란히 앉아 뒷골목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계속 자고 있었어. 깨워줘.”

“……네. 선생님 쪽은 부탁해요.”

“맡겨 줘. 푹 빠지게 만들고 올게.”

“뭔데요 그게…….”

후유를 배웅하고 나서 나는 살며시 어깨를 두드렸다.

“일어나, 일어나세요. 눈을 뜨세요.”

“……뭐, 야……”

희미하게 눈을 뜬 그녀 앞에 케이크 상자를 내민다.

“과자를 사 왔습니다. 같이 먹어요.”

“여기는……”

“일단은 안전한 장소입니다. 이 시간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아요.”

상자를 열고 종이 접시를 꺼내 케이크를 놓았다.

수량 한정,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쇼트케이크.

그녀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더 소화하기 좋은 것을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쇼트케이크를 골랐다.

쇼트케이크는 누구나 아는 정석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며,

이미 수천 번 수만 번 만들어져서 아무도 질리지 않고,

그래서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

마치…… 우정이나 애정처럼.

“……이건?”

“쇼트케이크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아무것도 모른다.

플라스틱 포크를 봉지에서 꺼내 케이크 끝을 조금 떼어내 내 입으로 가져간다.

“자, 독은 들어있지 않아요.”

“이제 와서, 의심하겠나.”

접시와 식기를 건넨다.

소녀는 익숙지 않은 듯 포크를 들고,

부드러운 생크림과 가벼운 스펀지케이크를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

“어떠세요?”

절망을 비추던 그녀의 눈동자에 확실한 빛이 켜졌다.

포크를 꽂아 정신없이 먹어댄다.

“맛있어…… 맛, 있어…… 달콤하고, 금방 사라지는데…… 그런데, 이렇게나 많이 있고…….”

“아아……! 맛있다, 정말……!”

그녀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쇼트케이크를 입 가득 볼이 미어지도록 우겨넣었다.

나도 작은 마들렌 봉지를 열어 내용물을 입에 넣었다.

“……정말로, 맛있네요.”

“응…… 응……!”

크림을 입가에 잔뜩 묻힌 채 그녀는 웃었다.

흔하디흔한 이 양과자들이, 나에게도 빛나 보인다.

“맞다. 한 입 드세요.”

“에…… 괜찮, 아?”

“아까 당신의 케이크를 얻어먹은 셈이니까요. 자.”

“……고마, 워…… 이쪽도, 맛있어.”

확실히 그 파카를 입은 학생이 말했던 대로다.

친구와 나누어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

케이크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달콤한 여운을 둘이서 음미하고 있을 때였다.

“……가르쳐줘.”

“뭔가요?”

“어째서…… 나를 도와준 거지?”

“……”

슬슬 질문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제복에 수놓인 아리우스의 교장을 똑바로 가리킨다.

“그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렇다면, 왜…….”

“학교도 아니고, 당신도 아닙니다. 저는 그 말이 싫어요.”

“이 경구가……?”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된다니.

그런 말,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말…… 겨우 그것 때문에……? 나는 너에게 총을 겨눴다!”

“……네. 당신에게 겨눠진 총구는 너무 어둡고…… 무서웠어요.

총 같은 건 익숙했을 텐데도,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

“당신의 총은, 보통 총과 뭐가 다른 걸까. 그렇게 생각했더니, 깨달은 겁니다.”

검고, 검은 총구가, 죽음을 연상시킨 것은.

“저것은, 당신에게 새겨진 공포였던 거죠.”

“……분명, 그렇겠지.”

그것을 가진 그녀가 죽음과 맞닿아 있는 곳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것과 싸우기로 했습니다.

당신과 싸우는 것은 아무리 당신이 초췌해져 있어도 할 수 없어요.”

소녀 옆에 앉아 눈을 맞춘다.

“하지만, 저는 문학 전공이니까요.

말로 말과, 이야기로 이야기와 싸울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를 고쳐 쓸 수 있다면, 제멋대로 고쳐 쓰겠습니다.”

분명 와일드헌트의 모두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무에게도 헛되다고 느끼게 하지 않을 만한 예술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요컨대, 나에게는 그 수단이 문학이라는 거다.

“말로 싸운다…… 그것이, 너인 건가.”

그것이, 나.

“덕분에 위험한 일만 겪고 있지만요. 하아…….”

석양이 뒷골목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슬슬 이 근처에도 사람이 올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제가 밀수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아아.”

“여기는 트리니티의 교외입니다.

당신에게는 혹독한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괜찮아…… 알고 있어.

나를 데려갈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였겠지.

트리니티에 투항하겠다.

고문당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만드는 녀석들이,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되었어.”

“……”

“만약에…… 만약에, 살아서 풀려난다면.

너를 만나러 가고 싶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해다오. 잊고 싶지 않다. 너의 소속과, 이름은?”

“와일드헌트 예술 학원 문학 전공, 16세 2학년. 사쿠라이 미요입니다.

아, 생일은 8월 24일이에요.”

“거기까지는 묻지 않았는데……

자, 이제 가. 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이 이별이, 그리 긴 시간이 되지 않기를.

그렇게 바라면서 일어선다.

“……그럼, 다음에 또 뵐 때까지.”

“아아, 미요. 다시 만나자.

언젠가…… 네가 쓴 이야기를 읽게 해 줘.”

5

와일드헌트로 돌아올 무렵에는 이미 날이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수고했어, 미요.”

“당신도요. 미안해요, 저 때문에 같이 고생해서.”

“괜찮아 괜찮아.

선생님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휴가라고 생각할게.”

“저는 쉬지도 못했는데요…….”

“……그 아이, 어땠어?”

“네…… 트리니티로 간다고.”

“그렇구나.”

나란히 걸으며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온 달빛을 올려다본다.

이 빛조차도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시다고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

“있잖아요, 후유.”

“왜애?”

“그 아이, 깨어났었죠?”

“……응.”

“무슨 얘기 했어요?”

“별로? 혼잣말만 했어. ‘우리 부장님 멋있지?’라고.”

……정말, 이 사람은.

“또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영업 멘트라고 해 줘…… 제대로 통했던 것 같고.”

“영업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영업 멘트라고 안 해요.”

“너무 야박하네……. 하지만, 정말 멋있었어.”

“……일단, 칭찬으로 받아둘게요.”

“아~ 배고프다. 릿짱도 오늘은 시험이었나.”

“응, 돌아오는 거 기다렸다가, 셋이서 뭐 좀 먹죠.”

“찬성. 어떻게 할래? 뭔가 호화로운 걸 몰래…….”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제 오늘은 활동 종료입니다.”

“헤에, 그럼 내일부터는……!”

“이제 절대 안 할 거예요! 또 누가 총을 겨누면 어떡해요!?”

이렇게 나는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땅거미가 희미해지고, 거리의 불빛이 와일드헌트를 감싼다.

줄곧 어둡고 추운 곳에 있던 아리우스의 소녀도 지금, 이 따뜻한 불빛에 감싸여 있겠지.

그것이 행복한 일인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完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5.10.04번역

소설 핫산) 플롯 : 아리우스 과외활동

#아리우스 분교#소설
좋아요 0댓글 5저장 0
광고
フP
フー・サム・ワン작가
게시물 2개
[DC
[캐서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5.10.04 22:57
조회0
광고

댓글 5

나
ㅇDC
ㅇㅇ125.10.04

겁나 잘 읽었습니다

ㅇDC
ㅇㅇ225.10.05

후속 이야기가 기대되는 맛있었다

ㅇDC
ㅇㅇ325.10.05
디시콘
ㅇDC
ㅇㅇ425.10.08
ㅇDC
ㅇㅇ526.04.19

좋다 덕분에 잘 읽었어

광고

フー・サム・ワン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TEXT
번역
소설 핫산) 스포)백합)피폐)학대) Hold Me Like A xxx
フフー・サム・ワン04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창작
8
영상 만들려고 아리우스 친구들 그리는 중읾...
웨웨우웨우웩142
번역
28
일하는 아리우스!
ㅇㅇㅇ1059
짤
"응... 아리우스에 온 걸 환영해..."
ㅇㅇㅇ056
창작
7
피폐소설) 학생을 성으로 불러보았다 (개씹고퀄주의)
타타코야끼아이콘035
창작
소설)휴일의 히나
쥰쥰네이상한놈027
번역
2
괴문서 - 용사는 패배 타락의 꿈을 꾸는가
ㅇㅇㅇ042
TEXT
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의 데이트 현장에 난입하는 키보토스 학생들
トトウカ034
창작
7
한섭 아리우스 실장기념 다시올리는 스쿼드의 목욕
그그림쟁이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