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휴, 오늘도 지나치게 활기차네. 고생이 많아, 유우카."
"아, 선생님. 와 주셨네요."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우리 세미나와 스케반은 대대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단순히 스케반들의 난동을 진압하기 위해 시작된 싸움이었지만 어느샌가 너무 길어져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힘 만으로는 도저히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기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드렸고 당연하게도 선생님은 우리를 도와주러 오셨다.
"앆!"
"선생님!"
하지만 이렇게 많은 총탄이 날아드는 곳에 선생님을 부른 것은 명백한 실책이었다.
누군가가 쏜 눈먼 총알이 선생님의 복부를 꿰뚫고 지나간다.
선생님은, 죽었다.
"선생님!!!!!!"
"어...? 여긴.. 내 집이잖아?"
조금 공허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분명한 나의 집.
방금까지만 해도 중앙 광장에서 스케반들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나는 여기에 있는거지?
노아는 어떻게 됐지? 코유키는? 그리고.... 선생님은?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분명, 선생님이 우리를 도와주러 오셨고, 그 다음에는..."
그제서야 떠오르는 끔찍한 광경.
새하얗던 선생님의 셔츠가 붉게 물들고, 항상 웃고 계시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는 모습.
차라리 잊어버렸다면 좋으련만, 이미 화인처럼 각인되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에, 나는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웨엑.. 우웩..."
몇번이나 구역질을 했는데도, 나는 제대로 된 토사물조차 뱉어내지 못했다.
그런 스스로가 미칠듯이 역겨워, 또다시 헛구역질만 반복하기를 몇분.
이제야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듯 했다.
나는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주저 앉고는 생각에 잠겼다.
"...노아. 노아구나."
처음부터 있었던 의문. 누가 나를 집으로 데려와 주었는가.
아무래도 선생님이 쓰러지신 후,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함께 쓰러져버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노아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던 거겠지.
노아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그녀 또한 괴로울텐데도 옆에서 도와주지도 못할 망정 또다른 짐까지 지우게 했다는 죄책감.
선생님을 밀레니엄으로 부르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스케반과 싸우지 않았더라면?
그 모든 감정과 생각들이 휘몰아쳐 내 머리속을 헤집었고, 나는 흐르는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었다.
[따르르릉~]
그때, 저 멀리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내 벨소리가 아니었다.
이 노래는...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였다.
그래.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항상 이 벨소리를 해놨었지.
하지만 이후에는 다른 노래로 바꿔두었는데, 어떻게 된거지?
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를, 가까스로 내 방으로 옮겨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노아였다.
내가 방에서 정신을 차리기 전에는 노아도 내 옆에 있었으니, 선생님의 죽음을 함께 목격했을 것이다.
완전기억능력을 가진 노아이기에 더욱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으리라.
나는 최대한 침착한 척 하며 노아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새요? 노아?"
"아, 유우카 짱."
노아의 목소리를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역시, 노아도 힘들겠지.
최대한 선생님의 언급은 피하는게 좋겠어. 나를 위해서도, 노아를 위해서도.
"왜그래, 노아?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혹시 유우카 짱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나 해서요."
"...그게 무슨 뜻이야?"
이상한 점? 그게 무슨 소리지?
"유우카 짱.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뭐지? 왜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는 거지?
"혹시, 선생님을... 아시나요?"
"...날 놀리는 거야, 노아?"
"아뇨. 그럴리가요. 저나 유우카 짱이나 그런 장면을 보았는데, 질 나쁜 장난을 할리가 없죠."
"그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아니, 그보다. 노아 너는 어떻게 그렇게 멀쩡할 수 있는거야?"
"...아직 달력을 안 보신 모양이네요. 오늘이 며칠인 줄 아세요?"
"뭐? 며칠이냐니, 그야..."
"아뇨. 무슨 말 하고 싶으신진 아는데, 오늘은 11월 21일이 아니에요."
노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호흡을 가다듬으며 뜸을 들였다.
5초도 되지 않은 아주 짧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5분이 넘는 것처럼 느껴졌다.
노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혹시 내가 정신을 잃은지 꽤 오래된 건가?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내 손은 땀으로 흥건해졌다.
"오늘은.. 3월 2일이에요."
"...3월 2일? 벌써 몇개월이나 지난거야?"
"이뇨. 뒤로 흐른게 아니에요. 오히려 앞으로 역행한거죠."
이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저보다 유우카 짱이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해요.
노아는 이런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게 좋을 것 같다면서.
그래. 내가 어떻게 이 날짜를 잊겠는가.
3월 2일.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는 날.
세미나의 새 부원을 뽑으려고 신입생을 모집하던 날.
그리고.
선생님을 처음 만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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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1편만 올림 반응 좋으면 2편 써봄
맨날 선생님만 2회차 돌리는거 너무 질려서 '그럼 선생님 말고 학생들만 2회차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됐음
댓글 30

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