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S #순애 #사유리
원본 by するた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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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의 황혼은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서서히 녹아드는 탓인지, 육지보다 시간의 흐름마저 완만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수평선 근처까지 기울어진 해가 수면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선착장 아래에서는 작은 파도가 몇 번이고 같은 곳을 두드리고 있었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로프가 낮게 삐걱거렸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코코로 일행이 정리를 하는 모양인지 이따금 기자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바닷바람에 실려 왔다.
그 선착장 끝에 사유리는 선생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
손에 든 것은 두 개의 종이컵.
그중 하나를 당연하다는 듯 선생에게 내밀자, 내용물을 확인한 선생의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멈췄다.
“선생님, 안 먹어?”
연한 빛깔의 아이스크림 속에는 누가 봐도 생선인 조각들이 섞여 있다.
선생이 컵과 사유리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것을 기다렸다가, 사유리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정어리 아이스크림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표정이다.
자신의 몫을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가져가 한참 맛을 음미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맛있네.”
선생은 아직 먹지 않았다.
그걸 알아챈 사유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름대로 이유를 추리하는 모양이었다.
“생선, 잘 못 먹어?”
아닌 듯하다.
“그럼, 아이스크림?”
그것도 아니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듯 사유리가 미간을 찌푸리자, 선생은 체념한 듯 한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사유리는 그 순간만큼은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반응을 기다렸다.
선생의 표정은 뭐라 형용하기 힘든 것이 되었다.
“…어때?”
즉각적인 긍정은 돌아오지 않는다.
사유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정어리가 부족한 거네.”
선생이 엄청난 기세로 고개를 저었기에, 사유리는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이 정도의 아무래도 좋을 대화가 좋았다.
선생이 오디세이아에 오면 왠지 근처에 가고 싶어지고, 옆에 앉을 수 있으면 기뻤다.
거창한 화젯거리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가끔 생각난 것을 입 밖으로 꺼내고, 선생이 반응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최근에는 선생이 오는 예정까지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었다.
그날만 되면 아침부터 갑판으로 나가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스스로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모르는 발소리가 가까워지면 한 번 고개를 들고, 그 사람이 선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래 작업으로 돌아간다.
코코로 정도면 진작에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 사유리도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선생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화 내용을 듣고 있는 건 아닌데, 언제 끝날지만은 묘하게 신경 쓰인다.
대화가 끝나면 슬그머니 다가가서,
“선생님.”
하고 부른다.
용건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선생은 매번 이쪽을 돌아봐 준다.
사유리는 언제부턴가 그 사실을 당연하다는 듯 기대하게 되었다.
오늘도 그랬다.
“…선생님.”
옆으로 다가가서 부르자, 선생이 이쪽을 본다.
가슴 깊은 곳이 아주 조금 가벼워진다.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사유리는 한동안 피해 왔다.
선생이 오면 기쁜 것도,
돌아가면 조금 적막하게 느껴지는 것도,
다른 학생과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왠지 마음이 술렁이는 것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전부 하나로 모아보면, 사유리라도 답을 알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조금만 확인해 보려 했다.
고백할 정도의 용기는 없었고, 그렇게 큰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조금 무서웠다.
그저 자신이 선생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것만 알 수 있다면 족했다.
“선생님은…….”
아이스크림 컵을 양손으로 감싸 쥐며 바다를 보는 척한다.
“사유리랑 있는 거, 즐거워?”
선생은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인 대답인데도 사유리의 가슴 속으로 따뜻한 무언가가 퍼져 나간다.
물어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물어봐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럼…….”
정말 묻고 싶은 것은 더 단순했다.
사유리는 특별한지.
자신과 비슷한 마음을 선생도 조금은 가지고 있는지.
하지만 그렇게 직접 물어볼 용기는 없어서 조금 다른 형태로 바꾸어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 언젠가 선생님이 아니게 되더라도…사유리를 기억해 줄 거야?”
선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평소처럼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잊을 리가 없다는 대답.
사유리도, 코코로도, 코토네도, 마키나도,
모두 자신에게 소중한 학생들이니까 잊을 수 있을 리 없다는 말을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전해주었다.
다정한 대답이었다.
무엇 하나 거절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중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원래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야 했다.
그런데 사유리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이 묘하게 선명하게 남았다.
─학생.
선생에게 있어 자신은 소중한 학생.
코코로도, 코토네도, 마키나도.
분명 샬레에 있는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생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
불리면 돌아봐 주고,
곤란해하면 도와주며,
설령 이상한 정어리 아이스크림을 내밀어도 끝까지 함께해 주는 사람이다.
사유리가 좋아하게 된 그 다정함은 처음부터 사유리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가슴 속에서 무언가 부서졌다기보다 계속 떠 있던 것이 조용히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은 아무 잘못이 없다.
오히려 듣고 싶었던 말의 절반 정도는 제대로 들은 셈이다.
잊지 않겠다.
소중하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렇구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평범하게 목소리가 나왔다.
사유리는 살짝 미소 짓는다.
“다행이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로 기쁘다.
다만 자신이 바랐던 의미와 조금 달랐을 뿐이다.
묘한 침묵을 얼버무리고 싶어 손에 든 컵을 선생 쪽으로 내밀었다.
“선생님.”
선생이 이쪽을 본다.
“정어리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을래?”
선생이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유리는 몇 초간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싫어?”
그 순간만큼은 가슴 깊이 가라앉았던 것이 조금 가벼워졌다.
선생과 있는 시간은 여전히 즐겁다.
웃음이 난다.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자신이 은연중에 차여버렸다는 사실이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잠시 후 선생의 단말기가 울렸다.
샬레로 돌아가야 하는 모양이다.
사유리는 평소처럼 붙잡으려다 그만두었다.
“…응. 안녕.”
선생이 일어서서 선착장을 걸어간다.
사유리는 그 뒷모습을 배웅했다.
평소라면 용건도 없으면서 한 번쯤 더 불렀을 것이다.
선생님.
그 한마디면 돌아봐 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지금도 분명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르면 선생은 멈춰 선다.
돌아보고는 무슨 일이냐는 얼굴을 할 것이다.
그 다정함을 알고 있기에 사유리는 부를 수 없었다.
돌아봐 주면 여전히 기쁠 것 같아서.
기뻐지면 어쩌면 자신이 아직 특별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싶어지니까.
선생은 ‘안 된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좋아한다고 전하지조차 않았으니 딱히 거절당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 말 이상의 답을 멋대로 기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유리는 아무 말 없이 선생의 뒷모습이 조금씩 작아지는 것을 계속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 윤곽이 번졌다.
석양이 눈부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바닷바람이 눈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몇 번인가 눈을 깜빡이고,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번짐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이 뺨 위로 따뜻한 것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어라.”
손끝으로 만져본다.
젖어 있었다.
울 생각 따위 없었다.
딱히 차인 것도 아닌데 왜 울어야 하나 싶었다.
자신이 아주 조금 발을 들였고, 선생이 다정하게 대답했으며, 그 말에서 멋대로 ‘여기까지구나’라고 이해해 버렸을 뿐인데.
눈물은 그런 세세한 사정 따위 모른다는 듯 또 한 방울 뺨을 타고 흘렀다.
사유리는 그것을 닦아낸다.
다시 젖는다.
한 번 더 닦아내도 또 흘러나온다.
“…곤란하네.”
정말로 난처하다는 말투였다.
잠시 생각한다.
눈앞에는 바다가 있다.
사유리는 한동안 그 수면을 바라보더니, 아주 약간 표정을 밝게 했다.
“…아.”
좋은 생각이 난 모양이다.
“잠수하면 아무도 모를 거야.”
실연당한 직후의 발상으로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유리 본인은 지극히 진지했다.
훈련 구역의 상태를 확인하고 익숙한 절차로 바다에 들어간다.
차가운 물이 발목에서 무릎으로, 허리로, 그리고 가슴으로 차오른다.
뺨에 남아있던 눈물에 바닷물이 닿는 순간, 그 경계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사라져 버렸다.
사유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만져본다.
“…정말 모르겠지.”
조금 만족스러운 듯했다.
이러면 아무도 울고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코코로도, 코토네도, 마키나도.
물론 선생도.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사유리는 조용히 몸을 가라앉힌다.
머리 위로 수면이 닫히자마자 바람 소리도 배가 삐걱거리는 소리도 멀어졌고, 석양만이 물 너머로 흐릿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이곳은 평소라면 가장 마음 편한 장소였다.
수압의 변화도, 남은 숨의 양도, 어디까지 가야 돌아와야 하는지도 사유리는 잘 알고 있다.
바다는 어렵지 않다.
깊어지면 무거워지고, 숨을 쉬면 괴로워진다.
한계를 넘으면 돌아가면 된다.
사람의 마음보다 훨씬 알기 쉽다.
그런데 그날만은 평소라면 기분 좋아야 할 수압이 묘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눈을 감으면 조금 전 멀어져 가던 선생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부르면 돌아봐 주었던 것.
그렇기에 부를 수 없었던 것.
소중하다고 말해 주었던 것.
그 말을 기쁘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만 것.
아무리 물속에 잠겨도 그것들은 조금도 멀어지지 않았다.
눈물만큼은 바다에 섞어버리면 쉽게 감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유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겼다.
하지만 아무리 깊은 곳까지 내려가도 바다는 평소와 달리 가려주지 않았다.
선생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마음만큼은,
댓글 4
어흐
어어 죽지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