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고 쌀쌀한 12월의 어느 날, 오전 6시를 알리는 종이 2번째 울렸을 때 게헨나의 학생회장 하누마 마코토는 잠에서 깼다.
포근한 깃털 이불에 감싸여 있던 마코토는 4번째 종이 울리자 눈을 떴고 5번째 종이 울리자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처음 태어난 상태 그대로의 마코토는 에덴 동산에서의 태초의 인간처럼 가벼운 발놀림으로 아직은 냉기가 가시지 않은 학생회장 관저의 복도를 지나 전용 트레이닝룸으로 향했다.
1시간 뒤, 매일 아침 일과인 필라테스를 마친 하누마 마코토는 유리로 된 트레이닝룸의 한쪽 벽을 완전히 덮고 있는 거대한 거울 속에 비친 나신의 여성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곧게 뻗은 긴 다리, 균형잡힌 골반과 날씬한 허리, 탄력있고 적당한 크기의 가슴, 희고 가느다란 목선, 발치까지 내려오는 윤기나고 풍성한 회색 머리카락…
그녀는 완벽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조각처럼 완벽한 몸매는 철저한 자기 관리의 산물이었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누구도 마코토가 학생회장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꾸며낸 어벙한 모습에 다른 경쟁자들은 어리석게도 마코토를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고 늘 그렇듯이 자기들끼리의 싸움으로 서로의 힘을 낭비했다. 결국 교묘히 유도된 유력자들 간의 싸움과 실종을 포함한 각종 사건 사고 끝에 만마전의 권좌를 손에 넣은 것은 마코토였다.
처음 게헨나에 들어왔을 때 부터 학생회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자 거울 속 마코토의 입꼬리가 슬며시 위로 솟았다.
한심한 것들
샤워실로 향하는 마코토의 뒤로 여명의 빛이 드리워졌다.
학생회장에 오른 후도 그녀는 연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만마전에 공공연히 반기를 드는 선도부를 제압해야 진정한 게헨나의 지배자로 군림할 것이었다.
차가운 물이 마코토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소라사키 히나
선도부와 그 부장을 떠올리자 마코토의 머리가 아파왔다. 히나는 지금껏 마코토가 상대해왔던 누구와도 달랐다. 히나만 없다면 선도부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선적으로 만마전의 내부를 견고히 해야 했다. 공식적으로 그녀에게 반기를 들거나 그럴 기미가 있는 인원들은 모두 인사이동을 통해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유능하지만 야망은 없는, 예를 들어 나츠메 이로하 같은 인물들을 등용했으며 대외적으로 만마전의 이미지 회복과 홍보를 위해 이부키를 앞에 내세웠다.
한편으론 선도부의 예산을 옥죄어 서서히 숨통을 조여갔다. 눈치채지 못하게 선도부로의 업무를 과중 배정하여 히나의 과로를 유도하였다. 마침내 에덴 조약 이후로 히나가 은퇴할 뜻을 내비치자 마코토는 승리를 직감했다.
트리니티와의 평화 조약같은 같잖은 것을 지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조약따위 깨버리면 그만 아닌가. 마코토는 조약에 별다른 관심을 내비치지 않는 척 했다.
하지만 최근 갑작스레 나타난 샬레의 선생과 히나가 친밀한 관계라는 것이 큰 변수로 다가왔다. 속을 떠봤으나 예상했던 대로 선생은 히나를 가볍게 배신할 사람은 아니었다. 아리우스를 이용하여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계획도 실패했다. 그런 잡종 떨거지들에게 역으로 당했다는 사실에 마코토는 분노했다. 선생이 있는 이상 히나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수도 없었다.
마코토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물에 젖어 쳐진 앞머리가 오른 얼굴을 전부 가리고 있었으나 왼쪽 눈은 창백한 회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의 눈이다.
샤워실에서 나온 마코토는 몸의 물기를 말리고 드레스룸으로 가서 미리 준비된 빳빳한 제복을 꺼내들었다.
검은 란제리와 검은 스타킹, 하얀 블라우스…
타이트하게 허리 벨트를 조인 마코토는 마지막으로 회장을 위해 맞춤 제작된 코트를 걸치고 모자를 썼다. 그녀의 앞에 있는 전신 거울에 비치고 있는 것은 게헨나의 완벽한 학생회장의 모습이었다. 한참 거울을 쳐다보던 마코토는 학생회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9시, 학생회장실의 책상 앞에 앉아있던 마코토는 바보 연기를 위해 연습하던 웃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키키키킷, 키키키키킷!”
“오늘은 또 무슨 일인가요, 마코토 선배.”
“마침 잘 왔다, 이로하! 그것을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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