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전편 3천자 후편 7천자라 밸런스가 애매해서 합침

"...에?"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생각이 멈췄다. 선생님이 한 말의 의미는 이해할 수 있지만 머리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 창문에서 들려오던 잡다한 소리는 사라지고 대신 높은 음량의 고동 소리만이 귀에 울려 퍼지고 있다.
"저, 저기...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래... 나, 결혼해."
잘못 들은 것이라는 미약한 희망은 너무나 무자비하고 냉철하게 깨지고 말았다.
"에... 아... 추, 축하드려요."
간신히 추스른 축복의 말. 그러나 이것은 내 말이 아니었다. 내 목이 제멋대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고 있다. 내 얼굴이 필사적으로 동요를 감추려고 미소를 짓고 있다.
"고마워, 유우카."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항상 나에게 향하던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현실로 되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세상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가는 감각」이라고 형용한다.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후회, 절망, 분노, 슬픔, 절망, 절망, 절망... 그런 엉망인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심연으로 소리 없이 끌려 들어가는 느낌. 나는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샬레에 부임했을 때부터 유우카에게 계속 신세를 져서 말이야. 제일 먼저 얘기해주고 싶었어."
아아, 그래. 선생님이 키보토스에 온 그날부터 쭉 누구보다 선생님 가까이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인기 많고, 모두의 신뢰를 받고, 모두의 마음속에 있어서... 그래도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요?
"아, 상대는... 어떤, 사람인가요?"
"히나야, 게헨나 전 선도부장인. 기억나?"
"네에... 물론."
그러고 보니 히나 선배는 특히 선생님의 신뢰가 두터웠었나. 강하고 현명해서 놀라울 정도로 샬레에 도움이 되었다. 상대방을 듣고 납득해 버리는 자신이 분해서 견딜 수 없다. 선생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유우카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부탁하고 싶은 거요?"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알고 계실까.
"결혼식에서 학생대표로 스피치 좀 부탁할 수 있을까?"
"...!"
"물론 무리하게 부탁하진 않을게."
"어째서 저인가요?"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유우카는 나에게 소중한 학생이니까. 학생들은 모두 소중하고 매우 좋아하지만, 역시 유우카에게는 특별히 더 신세를 졌으니까 말이야."
그래, 알고말고. 그날부터 쭉 선생님의 특별한 사람이고 싶어서 노력했으니까.
(하지만 제가 갖고 싶었던 특별함은 그게 아니에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학교를 졸업하고도 선생님과의 연결이 필요해 종종 샬레를 찾았다. 선생님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학생이었을 때 하지 못했던 어프로치도 여러 가지로 시도해 봤다. 내가 모를 뿐 히나 선배도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밖에도 더 있겠지. 그리고 나는 졌다.
...분하다. 분해.
(...울지 말자, 하야세 유우카)
선생님께 폐를 끼치 말자.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혼자, 이후 방구석에서 마음껏 하면 된다. 지금은 웃는 얼굴로 선생님의 결혼을 축복해야해.
(그게 최고의 학생이란 거겠지...)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애써 참으며 말을 다그쳤다.
"...네, 부디 하게 해주세요."
유우카는 자기 방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눈을 감고 두세 번 심호흡을 한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까 있었던 일이 그야말로 현실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의외로 눈물이 나지 않네...)
선생님 앞에서는 눈물을 참느라 고생했는데도, 이렇게 막상 원하는 만큼 울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이상하게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피곤하다)
너무나 격심한 감정의 변화에 생리기능이 따라잡고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유우카는 냉정하게 생각한다. 눈을 뜨고 크게 한숨 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스피치는 뭘 쓰면 좋을까."
선생님의 결혼을 축복하고 싶은 마음은 진짜다. 맡았으니 정신 차려야겠지.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할 것 같다. 멍하니 있으면 선생님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유, 유우카~!』
『선생님!! 또 확정신고 빼먹으셨죠!? 일찍 끝내지 않으면 이렇게 일정에 쫒겨서 허둥대게 된다고 항상 말씀드렸잖아요!?』
『죄송합니다... 도와줘, 유우카...』
『정말이지... 빨리 영수증 모아주세요. 도와드릴 테니까요.』
『유우카...!! 고마워!! 정말 좋아해!!』
『정말로, 제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요...』
『선생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으세요?』
『그래... 잠을 못 자서 말이야. 조금 있으면 끝날 거 같으니까.』
『안 돼요!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주무세요! 자! 침구도 준비했으니까요! 어서!』
『에...? 하지만.』
『하지만, 이 아니에요! 나머지는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요!! 몸 건강에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그럼 호의에 기대볼까. 고마워, 유우카.』
『아뇨. 정말, 제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요.』
『선생님... 영양관리 제대로 하고 계시는 건가요? 요즘 인스턴트 식품만 드시는 거 같은데요.』
『으윽... 아픈 곳을 찌르네. 그다지 시간상 여유가 없어서 말이야. 요즘은 샬레에 들어오는 일이 늘고 있으니까.』
『어째서 그렇게 부서질 것 같을 때까지 일하세요?』
『그거야 물론 조금이라도 학생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으니까.』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유우카?』
...
『맛있어! 스며드는거같아~...!』
『재료가 한정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건 만들 수 없었지만...』
『아니, 차고 넘칠 정도야... 최고로 맛있어...』
『그, 그런가요...?』
『유우카는 요리도 잘하는구나.』
『그거야, 저도 여자아이니까요. 요리 한두 개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이런 아내가 있으면 좋겠네~! 고마워. 유우카.』
『읏!? ...처, 천만에요.』
『맛있어~!』
『후후... 제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요.』
『선생님!? 뭔가요, 이 영수증은!?』
『유, 유우카!?』
『5, 5만엔...!? 뭐에 이렇게나 쓰신 거죠!! 이 정도로 지출할 때는 저에게 상담해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기, 기다려줘! 이유가 있어!』
『뭔가요!!』
『이, 이거...!』
『이건... 목걸이? 헤? 저에게?』
『오늘은 유우카의 생일이잖아. 유우카에게 어울릴만한 걸 길거리에서 찾아서 샀어. 소중한 학생에게 줄 선물인데 이 정도 지출은 용서해 주지 않으려나...』
『아... 그... 가, 감사합니다! ...후훗, 기뻐요, 선생님.』
『응, 잘 어울려. 생일 축하해, 유우카.』
『...하지만 학생 상대로 5만엔은 역시 너무 많아요! 기쁘지만요! 감사합니다만!!』
『으... 역시 금전관리는 앞으로도 유우카에게 부탁하게 되겠네...』
『후훗... 정말로, 제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요♪』
차례차례 되살아나는 추억,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 어라... 눈물이 멈추지 않아..."
선생님, 어째서 저를 택해주지 않으셨나요?
히나 선배는 저처럼 확정신고를 도와줬나요? 몸 관리나 영양 관리까지 해줬나요? 저보다 더 완벽하게 가계 관리를 할 수 있나요? 그 사람은 저보다 선생님 옆에 더 어울리나요?
그때 말하지 못했던 그런 생각들이 자꾸 새어 나와, 자신밖에 없는 방에 울리고 사라져 간다.
(선생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나요?)
아무리 울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히나 선배가 선생님께 더 어울린다고 해도 선생님이 나를 선택해 줬으면 했어.)
"흐읏, 스피치에서 원망의 말이라도 해줄까."
그렇게 작게 중얼거렸다.
눈물은 아직 멈출 것 같지 않다.
오늘은 선생님과 소라사키 히나의 결혼식. 하야세 유우카는 결혼식용 파티 드레스에 몸을 감싸고 준비 중이었다. 행사장은 게헨나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식장.
"화장은 편리하네."
너무 울어 부어오른 흔적을 감추기 위해 화장대 앞에서 담담하게 메이크업을 하면서 그렇게 불평했다. 녹색 바탕을 기초로 붉은 색을 억제하고 위에서부터 파운데이션을 바른다.
『상반되는 색을 겹침으로써 서로 상쇄하고 색이 고르게 되는 거예요! 애초에 색깔이라는 것은~』
그렇게 가르쳐 준 건 엔지니어부의 코토리. 전날 방을 찾았을 때 눈 주위가 빨개진 나를 보고 대처법을 알려준 것이다. 후반 강의는 전혀 듣지 않았지만.
뭐 그럴 정도로는 중증이었다. 끊어내자, 이제 받아들이자고 몇 번이나 결심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날부터 밤이면 밤마다, 생각날 때마다 침대에 엎드려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그러다 지쳐 잠들곤 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된 덕분에 눈 주변이 부어오른 흔적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좋아."
메이크업은 제대로다. 그 밖의 준비도 대부분 끝났다. 시계로 눈을 돌리면 시각은 아직 8시. 결혼식장까지 버스로 1시간 조금 넘게... 혼잡할 것 같으니 1시간 반 정도일까? 식이 12시 시작이니까 1시간 전 도착한다고 해도 꽤 여유가 있다.
"근처 카페라도 들어가서 시간을 보낼까."
분실물이 없는지 최종 체크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문을 열면 아침 햇살이 현관으로 비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침 햇살로 인해 파스텔색이 도는 하늘색 하늘이 펼쳐져 있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하다.
(모든 게 선생님의 행복을 축복하는 거 같아)
"...이 사랑을 끝낼 때야, 하야세 유우카.
타이르듯 중얼거리고 걷기 시작했다.
도착한 것은 10시 전이었다. 꽤 여유가 있어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간다. 점심 전도 아닌데 가게 안은 나름 북적거렸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린다.
"...써."
그러고 보니 늘 마시던 커피와 달리 무설탕이었다. 선생님에게 드릴 커피는 설탕 1 우유 1이 베스트다. 단맛을 줄인 커피, 적당히 졸음을 깨고 머리 회전에 필요한 당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움찔했다.
(또 선생님을 생각했구나)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건 선생님과 전 선도부장의 결혼 이야기뿐이다. 모두가 순수하게 축복하는 가운데 자신만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모두 선생님을 축복하는데, 나만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어. 부럽다, 질투 난다. 그런 비뚤어진 마음이 더 커. 그런 마음을 숨기고 겉으로만 보기 좋게 축하한다니...)
"...유우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이오리가 있었다. 뒤에는 머리를 내리고 있어서 순간 알 수 없었지만 트리니티의 아지타니 히후미, 그리고 아비도스의 스나오오카미 시로코가 있었다.
"이오리... 오랜만이네. 뒤에 두 명도."
"아아, 오랜만."
"...응."
"오랜만이에요, 유우카씨."
"자리, 괜찮아?"
"응, 앉아."
이오리의 제의를 쾌히 수락했고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세 사람의 복장을 보는 한 전원 결혼식에 참석할 것 같았다. 이오리는 히나 선배의 후배로 샬레에도 자주 왔었다. 시로코는 아비도스 고등학교 건으로 선생님과 관련이 있었고 히후미는 선생님이 담당하는 트리니티 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들었다. 모두가 뭔가 두 사람에게 인연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는 해도, 꽤 의아한 면면이다.
"왠지 신기한 멤버네."
"아까 역 앞에서 딱 마주쳤어. 그래서 시간도 있고 카페라도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자는 얘기가 됐으니까."
세 사람 모두 개인적으로 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교류는 있었다. 이 역시 샬레라는 초법적 조직의 존재가 이유다. 샬레에는 학원을 불문하고 선생님이 가입시킨 대상이 키보토스 내에서 찾아온다. 그 때문에 원래 같으면 만날 일조차 없었던 것 같은 학생과 연결이 되곤 했다. 특히 이오리와 시로코는 전투에서도 의지했던 모양이라 교류의 기회가 많았다. 뭐, 졸업과 동시에 만나는 빈도는 격감했지만.
마음속으로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데 이오리가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유우카."
"무슨 일이냐니? 뭐가?"
이오리가 하는 말의 진의를 알 수 없어 되묻는다.
"아까 여기 들어왔을 때 유우카가 이상하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길래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싶어서."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 뭔가 있었나요?"
"...!"
절대 들키지 않게 행동할 생각이었기에 이오리와 히후미의 말을 듣고 진심으로 놀랐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제부터 오늘 결혼식이 기대돼서 잠을 못 잤으니까, 그래서 조금 피곤할 뿐이야."
(...아아, 나 비참하네)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든다. 사실 따위는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은사의 축하 행사에 뒤틀린 사사로운 감정을 끼워 넣고 있다는 얘기는, 입이 찢어져도 ―――
"...거짓말, 그렇지?"
"...에?"
자리에 앉은 뒤 말 한마디 없이 빨대를 물고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던 시로코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오드아이가 나를 사로잡고 있다.
"...나는 선생님을 좋아하니까 선생님이 히나 선배와 결혼하는 게 달갑지 않아."
"잠... 시로코!?"
"시로코씨...!?"
당황하는 이오리와 히후미를 신경 쓰지 않고 시로코는 계속한다.
"유우카도 마찬가지로 선생님을 좋아하니까 솔직하게 축복할 수 없다는 거아니야?"
"......읏"
시로코의 직설적인 질문을 즉각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안도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얘기해도, 괜찮을까)
그리고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홀로 끌어안았던 마음을 모두 털어놓았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선생님 옆에 있을 수 있게 노력해 온 것, 솔직하게 축하하지 못하는 자신이 미운 것... 애타게 그리워하는 자신을 이야기한다는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세 사람은 그것을 웃지도 비난하지도 않고 끝까지 들어줬다.
"이런 나에게 선생님을 축복할 자격이 있다고는..."
"하지만 유우카와 같은 마음을 가진 학생은 많이 있을 거야."
"그럼요...!"
"응."
이오리의 말에 히후미와 시로코가 찬동한다.
"나도 낙담한 마음이 솔직히 있었고 히나 부장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어. 선생님은.. 모두가 동경하는 대상이니까. 변태지만."
"후훗."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자주 이오리에게 변태라고 불렸던가. 이오리의 발을 핥았다는 소문도 있다. 아무래도 소문이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오리의 얼굴이 재미있어서 그만 웃고 말았다.
"치나츠도 그럴 거고 아코가 제일 복잡하다고 생각해. 겉으로는 꽤 튕겼지만 의외로 선생님을 신경 쓰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렇게나 히나 선배를 숭배하던 아코 선배가..."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은 많았어요."
"히후미도?"
"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여자아이니까, 동경하는 마음은 있었어요 코하루쨩은 쓸쓸해 보였고, 아즈사쨩은 아마, 사랑인 줄도 모른 채 자신의 감정에 당황한 것 같았어요.
히후미가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전 티파티가 엄청났다던데."
"아아... 미카님이 선생님의 결혼 소식을 듣고 난리가 났다고 나기사님이 불평하셨었죠... 아하하..."
"우와... 그거 큰일이었겠네..."
"각 학원의 주요 인사들은 졸업해도 여러 동향을 감시당하니까 쉽게 화제가 되지..."
"유우카씨는 그렇지 않았나요?"
"으음... 아, 잘 생각해 보면..."
그런 말을 듣고 처음으로 의식한 채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의외로 떠오르는 일이 몇가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얘기가 퍼졌을 때쯤 볼일이 있어 밀레니엄에 갔을 때 내친김에 게임개발부 부실에 가봤는데."
"아아... 그 쌍둥이인가..."
"응... 그... 미도리쪽이 흐느껴 울고 있어서. 내년에 졸업할 수 있으니까 선생님에게 잔뜩 어필하려고 기대하고 있던 참에."
"히나 선배는 졸업한 지 벌써 2년째잖아요. 선생님 부임 시점의 학년에서 유불리가 있었다는 거죠."
"엔지니어부나 베리타스 부원들도 선생님과 사이좋은 학생들이 많았으니까 모두 쇼크를 받았으려나."
"정실부 녀석들은 어때?"
"정의실현부 분들은 분명―――"
***
"응, 슬슬 갈까."
"그러네."
"예!"
"...응."
그 사람은 그렇다. 저 사람은 저렇다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적당한 시간이 되어 카페를 나와 식장으로 향한다.
식장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있었다. 다가가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기분이 나빠졌다. 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서운 거다. 선생님이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는 모습을 이 눈으로 지켜 보게 된다... 그것이 두려워 견딜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데 나란히 걷던 시로코에게 어깨를 얻어맞았다.
"...유우카."
"시로코...?"
시로코가 훗, 하고 미소 지었다.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면 좋을거라 생각해."
"...?"
"가자."
"자, 잠깐!"
만류하는 유우카를 개의치 않고 시로코는 걸어가 버렸다.
식장은 이미 많은 참가자로 붐볐다. 본 적 없는 사람부터 그리운 얼굴까지 다양하게.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졸업과 동시에 억지로 접근해서 기정사실이라도 만들어놓을걸~"
"미카씨, 이 자리에서 그런 발언은 삼가주세요."
"아, 차라리 결혼한 후가 선생님을 함락하기 쉬울지도? 아하하, 뺏어버릴까~"
"그만두세요."
"정말 넌 섬세함이 없네."
(좌석 순서가 어떻게 된거야...!)
옆에서 들리는 어수선한 대화에 내심 투덜거리며 마침내 때를 맞았다.
신랑 신부 입장의 안내 방송이 흐르고, 문이 열린다. 쏟아지는 함성과 박수에 신랑과 신부가 입장한다. 턱시도 차림의 선생님은 한결 멋지다. 그리고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몸을 감싼 히나 선배가 그 옆을 걷는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가슴 깊은 곳이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잘 어울리는 부부, 거기에 자신이 파고들 수 있는 틈은 1mm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식은 차질 없이 진행되어 피로연으로 넘어갔다.
동아리마다 작은 테이블로 이동. 거기서 약간의 해프닝은 있었지만 큰 문제 없이 여흥으로 들어갔다. 시종일관 훌쩍이는 선생님과 수줍어하는 히나 선배가 인상적이다. 신부 친구 대표의 스피치는 히나 선배의 동기였던 세나 선배가 했다. 그리고 드디어 학생 대표 스피치 차례가 왔다.
"이어서 학생 대표 스피치입니다. 하야세 유우카님, 잘 부탁드립니다."
사회자 아코 선배의 신호로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걷는다. 회장은 평온함이 넘쳐 흘렀다. 선생님과 히나 선배와 눈이 마주친다.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고 마이크 앞에 서서 신랑 신부, 회장 전체에 인사한다. 숨을 쭉 들이마시고 연설을 시작했다.
"██씨, 히나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오늘 이렇게 멋진 결혼식에 초대해 주셔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금 소개받은 하야세 유우카라고 합니다 ██씨는 항상 선생님이라고 불러왔기에 이 자리에서 평소처럼 부르는 걸 양해해 주세요."
여러 번 연습한 인사. 문제없이 스무스하게 종료.
"선생님을 만난 것은 2년쯤 전, 총학생회장 실종을 계기로 키보토스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구세주처럼 나타나 혼란 속에 있던 많은 학원을 구해주신 선생님은 ―――"
얼마나 말해도 다 말할 수 없는 선생님의 에피소드. 학생의 수만큼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있다. 사실은 다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지금은 조금만.
스피치는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문장을 암기하는 정도는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스피치 연습은 잔뜩 했다. 술술 읽기 위한 연습이 아닌, 「울지 않기」 위한 연습. 그러나 그런 노력도 허망하게 감정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목소리는 떨리고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마지막입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다시 선생님 쪽으로 돌아선다. 선생님은 이미 눈물샘이 무너져 이쪽까지 더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선생님. 선생님은 정말 멋진 분이에요. 상냥하고, 여유가 넘치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런 선생님은... 어, 언제나... 우리 학생들의... 동경... 의 대상입니다! 좋아합니다... 선생님...! 행복... 읏... 우으... 하세요...!!"
외치듯 통곡하며 스피치를 끝맺었다. 뚝뚝 멈추지 않는 눈물과 오열을 손으로 가리며 허리를 굽힌다. 행사장은 환호성과 박수에 휩싸여 있었다. 울고 있는 사람도 많다.
"유우카아~~!! 고마워~~!!!"
선생님은 이제 말도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흐물흐물해졌다. 선생님과 히나에게 가서 악수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치지 않는 박수 속에 자리로 돌아간다.
(선생님과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감사와 감동의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 통곡에 담은 마음 따위는 알 것도 없이 진심 어린 축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거야)
그래도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잖이 눈치챌지 모른다. 무엇보다 히나 선배와 악수했을 때의 그 강하고 아름다운 눈은 내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내가 연기해온 내적인 마음을 깨달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식은 모든 절차를 마치고 2차에 참석하는 자, 귀가하는 자, 그리운 친구나 새 동료들과 친목을 다지러 가는 자 등 다양했다. 나는 2차에 참가하고 있었다. 거기서는 통곡의 스피치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미소노 미카가 입에 롤케이크를 처박히거나, 히마리 선배가 멍석말이를 당하기도 하고, 미식연구회가 히나 선배와 전 정실부에 즉시 진압당하기도 하고, 아코 선배가 취해 히나 선배에게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있었다.
...매우 즐거웠지만, 그런 즐거운 분위기나 화목한 신랑 신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빠져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석양을 받아 주황색으로 물든 바다와 고요한 해안을 울리는 잔물결 소리가 조금은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젖어들게 허락해준다.
"로맨틱하네..."
만약 선생님과 결혼할 수 있다면 허니문은 이런 곳으로 하자, 그런 망상에 빠지기도 했다. 이제 그럴 수도 없게 되겠지만.
둘은 어디로 갈까.
좋겠다...
"이 생각도... 이 파도와 함께 흐르면 좋을 텐데."
"운치있네."
"으엑!?"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어와 저도 모르게 뛰어오르고 말았다. 뒤돌아보면 거기에 있던 것은,
"...히나 선배!?"
신부, 소라사키 히나였다. 내가 빠져나올 때까지 2차 자리에 있었던 게 확실한데. 부부가 빠져나와 바다를 보러 온 걸까? 하지만 선생님의 모습은 없다.
"......."
"......."
침묵이 흐른다.
(어색해...!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게다가 아까 그 포엠도 완전히 들렸을 텐데...! 부끄러워...!)
"저... 저기."
"멋진 스피치 고마워, 하야세 유우카. 나도 모르게 울컥했어."
히나 선배가 미소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아, 아뇨! 저야말로! 그것보다... 다시 한번 결혼 축하드려요."
"후후, 고마워."
"정말... 잘 어울려요. 두 분의 출발을 축하하게 되어 저도 기쁩니다."
"...그 스피치에는 축복 이외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 같은데."
"......!"
움찔했다. 역시 간파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순간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죄책감이 밀려왔다.
"아...... 그... 죄, 죄송ㅎ..."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
"...에?"
"당신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내가 당신의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느꼈을 테고 똑같이 했을 테니까."
히나 선배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계속."
"알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어요."
"그러네."
"......."
"당신 외에도 많은 학생이 선생님을 원한다는 것쯤은, 싫을 정도로 이해해."
"...불안하지 않나요?"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난 선생님을 믿어."
"......."
히나 선배의 눈동자에 반사되는 석양은 그녀의 강인함을 상징하듯 반짝였다.
"선생님으로서 소중한 학생의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선생님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
"그래도..."
"게다가."
"?"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거고 선생님은 누구에게도 주지 않아. 선생님 옆에 가장 어울리는 건 나라는 자신이 있어."
"...!"
(아... 그래서 선생님은 히나 선배를 택했구나)
이제야 납득이 갔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납득하려고 했던 것들이 겨우 이해되었다는 느낌이다. 마음이 확 가벼워진 듯하다.
...그래도 포엠을 들은 것에 대한 보복 정도는 해주려고 했다.
"히나 선배."
"왜?"
"결혼했으니까 안심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미소노 미카에게는 틈이 있으면 언제든지 선생님을 빼앗아 주겠다고 선전포고 당했어."
"에엣!?"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어이가 없었다. 모처럼 마음을 정하려고 했는데 기세가 틀어져버렸어...
"히나 선배, 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히나 선배가 한심한 부인이 돼서 선생님의 사랑이 식을 것 같으면 언제든지 뺏으러 가겠어요! 저는 그럴 자신이 있으니까."
"......"
"그러니 좋은 가정을 꾸리세요."
"후훗... 선전포고의 응원으로 받아둘게."
*********
"유우카."
해가 질 무렵 치히로가 캔 커피를 두 개 들고 나타났다.
"뭐야. 바다라도 보러 온거?"
"유우카가 없었으니까, 어차피 여기 있겠지 싶어서. 자."
"신경 써줘서 고마워."
커피를 열고 쭉 부어 넣는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파도 소리가 기분 좋다.
"아직 상심?"
"...으응."
"그래... 이제 포기했어."
"으응."
"에, 좋아했던 거 아니야? 선생님."
"그래, 그래서 포기하지 않아."
"...하? 아니, 상대는 기혼자라구."
"그래."
"그래라니..."
태연하게 대답해 버리는 유우카의 표정을 보고 치히로는 뭔가를 짐작한 듯 「그런가」 하고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 또 라이벌이네."
"...말하는 게 아니었어."
"...이런, 벌써 쟁탈전은 시작된 모양인데."
그러면서 치히로가 보여준 스마트폰에는 만취 상태의 미소노 미카가 선생님을 껴안고 그것을 떼어내려는 나기사와 히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러네, 돌아갈까?"
아무래도 답례품인 바움쿠헨을 먹으면서 방에서 혼자 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끝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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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남 왤캐 인기 많ㅇㄷㅁ
아련하다
